<?xml version="1.0" encoding="utf-8" ?>
<?xml-stylesheet href="http://rss.egloos.com/style/blog.xsl" type="text/xsl" media="screen"?>
<rss version="2.0" xmlns:dc="http://purl.org/dc/elements/1.1/">
<channel>
	<title>생각보다 짧은 시간</title>
	<link>http://stylebox.egloos.com</link>
	<description>개인적인 문의는 styleboxgay@naver.com 으로 </description>
	<language>ko</language>
	<pubDate>Sat, 18 May 2013 18:41:05 GMT</pubDate>
	<generator>Egloos</generator>
	<image>
		<title>생각보다 짧은 시간</title>
		<url>http://pds19.egloos.com/logo/201008/29/64/f0008864.jpg</url>
		<link>http://stylebox.egloos.com</link>
		<width>80</width>
		<height>80</height>
		<description>개인적인 문의는 styleboxgay@naver.com 으로 </description>
	</image>
  	<item>
		<title><![CDATA[ 사랑  ]]> </title>
		<link>http://stylebox.egloos.com/2093473</link>
		<guid>http://stylebox.egloos.com/2093473</guid>
		<description>
			<![CDATA[ 
  <embed height="35" type="application/x-shockwave-flash" width="560" src="http://www.youtube.com/v/yzihy9kWtEA?hl=ko_KR&amp;autoplay=1&amp;version=3" allowfullscreen="true" allowscriptaccess="never" allownetworking="internal" invokeurls="false" enablehref="false" enablejavascript="false" nojava="true"></embed><br /><br /><br />긴 여름 밤, 후덥지근한 날씨 속 그녀와 나는 빗물 들이치는 반지하방 창문 열고 그렇게 끈적한 선풍기 <br />바람 하나로 견디며 그렇게 끌어안고 잔다.<br /><br />몸 부서져라 일하는 고단한 하루 지긋지긋하게 가난에 치여 사는 하루가 저물고 창 밖으로 차 타이어 <br />모래 밟히는 소리와 함께 해가 저물면 언제나처럼 찌개 하나에 밥 한 그릇 뚝딱 비우고, 청소 마친 이<br />좁은 방 안에서 땀 흘리며 살을 부딪힌다.<br /><br />하루에 느끼는&nbsp;단 하나의 즐거움. 너와 내가 이 세상에 살아있고&nbsp;그것이&nbsp;참되고 행복한 것이라는 것을<br />확인하는 시간… 피어나는 쾌락과 샘솟는 땀, 터져나오는 교성과 흘리는 신음, 강렬한 전율과 짜릿한<br />기쁨, 폭발하는 절정과&nbsp;둘을 찾아오는 나른한 여운… <br /><br />그리고 서로를 품에 안고 사랑한다 속삭이며 지그시 눈을 감고 또 몰래 살짝 눈을 떠, 곤히 자는 너의<br />얼굴을 바라보며 이 세상 내 유일한 행복에 고마워하며 미안한 시간. <br /><br />더욱 차가워지는 심야의 공기에 열어놓은 창을 반쯤 닫고 사박사박대는 길거리 행인들의 발소리조차<br />잦아들 무렵 드디어 찾아오는 곤한 잠의 시간…<br /><br />그러나 쉽게 잠들지 못하는 이 내 가슴 속 답답함의 무게. <br /><br />이유없이 시큰해지는 콧잔등과 흐르는 눈물에 차마 그녀가 깰까 싶어 억지로 입술 깨물며 울음 참고&nbsp;<br />잠을 청하지만 내 가슴팍이 젖어드는 것은 역시 그녀의 눈물 때문이니 이 너무나 한심스러운 나의 이<br />무능과 무지, 그리고 나 하나 정말로 죽어도 좋으니 탈출하고픈 답답한 가난의 굴레에 제발 부디, 너<br />만이라도 행복하고 호강하며 살 수 있다면 난 진짜 죽어도 좋다 가슴 속으로 빌고 또 비는 이 간절한<br />행복에&nbsp;대한 염원. <br /><br />문득 서로 같이 살기로 한 날 '내 꼭 너 호강시켜줄께' 큰 소리 쳤던 기억에 설움 복받쳐 그만 살짜기 <br />흐느끼는 내 뺨을 쓸어주는 네가 고마워서 난 또 그렇게 널 강하게 끌어안는다. 사랑해…<br />			 ]]> 
		</description>
		<category>소설</category>

		<comments>http://stylebox.egloos.com/2093473#comments</comments>
		<pubDate>Sat, 18 May 2013 05:17:00 GMT</pubDate>
		<dc:creator>stylebox</dc:creator>
	</item>
	<item>
		<title><![CDATA[ 그녀의 눈물  ]]> </title>
		<link>http://stylebox.egloos.com/2092958</link>
		<guid>http://stylebox.egloos.com/2092958</guid>
		<description>
			<![CDATA[ 
  잠자리에 누운 그녀는 긴 한숨을 내쉬었다. 다른 멤버들도 침대에 누웠지만 아무도 입을 열지 않았다. <br />그저 그 끝을 알 수 없는 적막함만이 숙소의 침실 안을 가득 채우고 있다.<br /><br />'하아'<br /><br />마케팅팀 지현 언니는 오히려 매출이 일시적으로 뛰었다며 걱정하지 말라는 뉘앙스로 위로해 주셨지만<br />앞으로의 현실은 그렇지 않다는 것 역시 잘 알고 있다. 매니저 오빠랑 관리실장 님이 아까 사장님실로 <br />끌려가서 막말까지 들으며 크게 혼나는 것도 보았고, 방송 분량 삭제에 관해서 홍보팀장 님이 큰 소리로<br />전화기 너머 누군가와 싸우는 것도 들었다.<br /><br /><br />그녀는 조용히 스마트폰을 꺼내어 포털의 뉴스와 댓글을 읽기 시작했다. 불 꺼진 방 안에 휴대폰 불빛이<br />환해서 그런 것일까. <br /><br />"언니…그 사이트 이제 안 하면 안 돼?"<br /><br />적막한 침실 안의 고요를 깨는 누군가의 말. 그녀는 짧게 한숨을 내쉰 뒤 대답했다. <br /><br />"안 해. 이제 안 해. 그냥…뉴스 좀 보는거야…"<br /><br />하지만 또 다른 누군가가 이번에는 그것을 말렸다.<br /><br />"마음만 상하지, 악플들 봐서 뭐해. 그냥 언니도 자"<br />"알았어, 응. 미안, 다들 잘자"<br /><br />그렇게 대답했지만 그녀는 휴대폰을 끄는 대신 이불을 덮어썼다. 이불 너머로 "잘자 언니", "힘내자 우리"<br />같은 멤버들의 소리가 들려왔지만 대답을 하지는 않았다. 그녀는 기사와 댓글을 찬찬히 읽어내려가기 시<br />작했다. <br /><br /><br /><br />'후우…'<br /><br />솔직히&nbsp;별로 깊이 생각을 하고 한 말은 아니었다. 그냥 별 생각없이 유행어처럼 생각하고 드립 친 건데. <br />다들 너무&nbsp;깊은 의미부여까지 해가면서 자신은 물론이요 그룹 전체를 욕하고 있었다. 그게 서운했고, <br />다른 멤버들한테 너무 미안했다. <br /><br />물론 종종 응원의 목소리가 있기는 했지만 별로 눈에 들어오지는 않았다. <br /><br />'아'<br /><br />그녀는 손으로 얼굴을 쓸어내렸다. 내가 뭘 한 거지, 싶었다. 말 한 마디 실수가 이렇게까지 크게 난리가<br />날 줄은 몰랐다. 다른 연예인들도 실언 많이 했잖아, 더 심한 실수도 많이 했잖아, 하고 항변해 보았지만<br />별 위로가 되지 않았다. <br /><br />아주 조심스럽게, 큰 마음 먹고 SNS의 반응을 살펴보았다. 찬찬히 스크롤을 내리면서 눈가에 눈물이 <br />차오르는 것을 느꼈다. 자기도 모르게 울음이 터질 것 같아서 입을 막고 있노라니 이층 침대 위에서 <br />조심스러운 말소리가 조심스레 물었다.<br /><br />"언니 자요?"<br /><br />겨우 울음을 추스리고 대답했다.<br /><br />"아니, 안 자. 왜?"<br /><br />그러자 침대 위에서는 또 작은 한숨 소리와 함께 그녀의&nbsp;위로의 말이 들려왔다.<br /><br />"솔직히 우리 팀,&nbsp;언니 없었으면&nbsp;여기까지 못 왔을 거잖아.&nbsp;저기 자칭&nbsp;일등 신부감 언니는 예쁘니까 또 <br />모르지만. 여튼 너무 부담가질 필요없어. 만약에&nbsp;우리 망하면 뭐, 같이 밤무대 뛸까? 헤헤. 언니 힘내!"<br />"치, 됐어.&nbsp;얼른 자. 미안해. 멍청한 언니 때문에 너네들까지 괜히 덩달아 욕 먹고"<br />"에이, 언니 그러지 말래두"<br /><br /><br /><br />…다른 멤버들은 잠에 곯아 떨어졌지만&nbsp;그녀는 여전히 잠들 수 없었다. 아까 홍보팀장 님이 SNS <br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받아가셔서 작성한 사과의 트윗이 떴지만 오히려 네티즌들의 반발만 더 심해<br />졌다. <br /><br />답답하고 미안한 생각, 그리고 앞으로 어쩌나, 하는 걱정, 어쩌다 그 말을 해버렸을까 하는 후회와 <br />휴대폰으로 속속 도착하는 지인들의 위로 카톡에 그저 여전히&nbsp;눈물 어린 긴 한숨만 내쉴 따름이었<br />다.&nbsp;<br /><br />당분간 절대로 SNS 로긴이나 인터넷에 글 남기는 거 같은거 하지 말라는 사장님 지시가 있었지만<br />뭐라도 해야겠다는 너무 답답한 마음에 그녀는 눈물을 겨우 닦고 휴대폰을 손에 들었다. 그리고&nbsp;<br />글을 적기 시작했다.&nbsp;<br /><br /><br /><br /><strong>&nbsp;&nbsp;&nbsp;제목 :&nbsp;민주화 발언에 대해 재차&nbsp;사과의 말씀을 드립니다...<br />&nbsp; &nbsp;닉네임&nbsp;: 땅크언니&nbsp;<br /><br /></strong>&nbsp;&nbsp; 안녕하세요 오늘 라디오에서의 올바르지 못한 표현에 대해… (후략)<br /><br /><br />			 ]]> 
		</description>
		<category>소설</category>

		<comments>http://stylebox.egloos.com/2092958#comments</comments>
		<pubDate>Tue, 14 May 2013 17:23:15 GMT</pubDate>
		<dc:creator>stylebox</dc:creator>
	</item>
	<item>
		<title><![CDATA[ 연애를 하기 전 ]]> </title>
		<link>http://stylebox.egloos.com/2092859</link>
		<guid>http://stylebox.egloos.com/2092859</guid>
		<description>
			<![CDATA[ 
  이문열 평역 삼국지를 보다보면, 유비의 삼고초려에 감복하여 결국 그의 모사가 되어주기로 한 제갈량이 의관을&nbsp;<br />챙겨입으며 혼자&nbsp;이런 생각을 하는 장면이 나온다.&nbsp;<br /><br />'유비, 그대는 끝끝내 나를 수고로움은 많고 얻는 것은 적은 그대의 꿈 속으로 끌어들이는구려…' <br /><br />하고 씁쓸한 미소를 짓는 그런 장면.<br /><br /><br /><br />그런데 사실 난 꼭 누구랑 연애 시작할 때면&nbsp;저 비슷한&nbsp;생각을 했다. <br /><br />'얘는 무슨 죄가 있어서 나같은 놈이랑 남는 것 없는 참으로 고생스러운 연애질을 하게 되는 것일까…' 하고.<br /><br />그래서 항상 미안하고, 더 잘해주고 싶었다. <br />			 ]]> 
		</description>
		<category>망상</category>

		<comments>http://stylebox.egloos.com/2092859#comments</comments>
		<pubDate>Tue, 14 May 2013 06:22:20 GMT</pubDate>
		<dc:creator>stylebox</dc:creator>
	</item>
	<item>
		<title><![CDATA[ 낮술  ]]> </title>
		<link>http://stylebox.egloos.com/2092628</link>
		<guid>http://stylebox.egloos.com/2092628</guid>
		<description>
			<![CDATA[ 
  어지간한 주당이 아닌 이상 보통 낮술은 피하듯이, 나 역시 딱히 그럴 생각은 없었다.<br /><br />"아 오늘 정말 덥네요"<br />"그러게요"<br />"대리님은 더 덥겠어요"<br />"어휴, 진짜 괜히 입었네요"<br /><br />하지만 여름에 가까운 더운 봄 날씨, 우리는 땀이 줄줄 흐르는 외근 후의 갈증을 달래고 싶었고 그래서 <br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눈에 보이는대로 바로 시원한 까페 다이닝 안으로 들어섰다. 메뉴판에는 커피는 <br />물론 간단한 식사와 맥주, 몇 종류의 칵테일까지 구비되어 있었다. 그렇잖아도 거래처에서 커피를 마신<br />터라 난 차라리 칵테일을 마시고 싶었다.<br /><br />"진 대리님은 아이스 아메리카노?"<br />"전 모히토 마실래요"<br />"흠,&nbsp;그럼 마티니"<br />"술 마시려구요?"<br /><br />칵테일을 고르자 놀란 듯 진 대리가 그렇게 되물었고 난 고개를 끄덕였다.<br /><br />"어차피 부장님도 아까&nbsp;그냥 그쪽이 싸인하면 바로 퇴근하라고 하셨는데요 뭐. 아, 보고 해야지"<br />"하긴, 아, 보고는 제가 할께요"<br /><br /><br /><br />한 살 연상의 여자 직속 상사와 함께 나선 첫 외근. 평소 꽤 수수한 듯 하면서도 나름 귀여운 데가 있는<br />사람이라고 생각했지만 오늘 챙겨입은 정장 차림은 새삼스레 섹시하게 느껴졌다. 나 역시 그저 후드티<br />나 입고 다니던 평소와 달리 정장을 챙겨입은 모습에 그녀도 나를 좋게 보았단다.<br /><br />"진짜 사람이 달라 보인다. 완전 멋있네"<br /><br />기왕 멋진거, 면허가 없는 그녀를 대신해서 내가 운전까지 해서 모셨다면 좋았을걸 아쉽게도 장농면허<br />라서 우리는 지하철에 도보로 땀 삐질삐질 흘리면서 외근을 다녀온 것이다. 다행히 결과가 좋았고 부장<br />님도 기분이 좋으셨는지 고생했다며 그냥 돌아오지 말고 현지에서 퇴근하시라셨다. <br /><br />무척이나 목이 말랐기에 거의 들이키듯 한 잔을 금방 비웠고, 생각보다 훅 오르는 술을 느꼈다. 술이 <br />별로 약한 내가 아닌데. <br /><br />'왜 이러지' <br /><br />땀을 너무 흘려서일까, 아니면&nbsp;이 가게가 독한 진을 쓰나, 이도저도 아니면 내가 오늘 무척 피곤했었나.<br />혼자 얼굴 벌개지는 것도 민망하던 차에 다행히 진 대리가 먼저 "한잔 더 할까요? 이번엔 나도 다른거<br />마셔야지" 하면서 다른 칵테일을 주문했다.<br /><br />앉은 자리에서&nbsp;별 말도 없이 우리는 그렇게 세 잔 네 잔을 비웠다.&nbsp;무슨 소주잔 비우듯이. 두 번째 잔<br />부터 진 토닉으로 바꿨지만 이미 난 벌써부터 취기가 돌았다.&nbsp;<br /><br />아무래도 내 컨디션도 컨디션이지만 우리 둘 다 노곤했던 모양이다. 회식 자리에서 보았던 진 대리도<br />꽤나 술을 달릴 줄 아는 편인데 그녀도 벌써 다리를 꼬고 조금 풀어지는 듯 했다. <br /><br />'흐음'<br /><br />섹시했다. 평소에는 그저 마냥, 잘해야&nbsp;나이에 비해 귀여운 편이라고만 생각했는데. 그러고보니 은근<br />다리 라인은 괜찮다고 생각했었지. 하기사 볼륨도 제법 괜찮았지. <br /><br />"현모씨는 여자친구 있지? 아, 없다고 했나?"<br /><br />평소에도 존댓말과 반말을 섞어 사용하는 그녀였지만, 아까 어느 순간에선가부터는 계속 반말로 말을<br />하고 있었다. <br /><br />"없어요. 요즘 맨날 일하고 집에 들어가면 자기 바쁜데, 무슨 여자친구에요. 대리님은요? 남자친구 <br />있어요?"<br /><br />꼬았던 다리를 풀며 고개를 젓는 그녀의 모습은 마치, 이제 손가락에 담배만 끼워주면 완벽히 클럽에 <br />놀러라도 온 듯한 자세였다. 마신 것에 비해 조금 과하게 풀어진 것은 아닌가 싶지만, 도도하게&nbsp;차려<br />입은&nbsp;커리어우먼이 살짝 흐트러진 모습은 어쨌든 매우&nbsp;남자를 자극시키는 데가 있었다. &nbsp;<br /><br />"없다고 하면, 소개팅 좀 시켜줄래? 에휴, 나도 이제 시집 가야되는데 남자가 없다, 남자가"<br />"대리님이 정도면 완벽한데, 아 왜 남자들이 몰라줄까?"<br />"아 또 빈 말 한다, 우리 현모"<br /><br />'우리 현모' 소리에 그때부터는 나도 더이상 진 대리님이라고 부르지 않기로 했다. <br /><br /><br /><br />"아 다영이 누나, 근데 배고프지 않아요?"<br /><br />6시가 넘어 서서히 해가 저물어가고 있었음에도, 가게를 나오자마자 다시 후끈한 날씨를 느꼈다. 밖이 <br />덥기도 더웠지만 가게&nbsp;역시 조금 과하게 냉방을 하기도 한 모양이다. <br /><br />"글쎄, 배고파?"<br /><br />나는 수트의 자켓을 벗어 손에 들었고, 그녀는 블라우스의 단추를 하나 더 풀었다. 머리만 풀면 당장<br />어디 홍대에 가도 잘 노는 누나 간지 뿜으면서 신나게 흔들 수 있을 것 같은 그녀. <br /><br />"그럼 치맥 어때?"<br />"좋아요!"<br /><br />우리는 곧바로 길 건너편의 호프로 향했다. 횡단보도가 저 쪽에 있었음에도, 그냥 쿨하게 무단횡단을<br />시도하는 그녀의 모습에 그만 너털웃음이 터져나왔다. 평소와 다른 모습에 조금 끌리기도 끌렸다. 아<br />니, 더 솔직하게 말하자면 섹시한 그 모습이 좋았고… 뭔가 직장 상사와의 썸씽이라도 이루어지는 느<br />낌이라서 흥분 됐다.<br /><br /><br /><br />"그래? 그럼 왜 헤어진거야?"<br />"그냥, 커플 헤어지는게 다 거기서 거기죠"<br /><br />시원하게 아예 가게 앞을&nbsp;터놓은 호프로는 바람이&nbsp;선선하게 불어왔고 마침 가장 앞의 테이블에 앉은<br />우리는 머리카락이 휘날리는 것을 간간히 정리하며 이야기를 주고 받았다. &nbsp;&nbsp;<br /><br />"그래두, 뭐 헤어진 결정적인 계기 같은게 있었을거 아냐"<br />"바람 났어요. 회사의 동기 남자애랑"<br />"어머"<br /><br />추임새를 넣어가며 이래저래 내 이야기를 듣던 그녀는 곧 자기 이야기를 털어놓았다.<br /><br />"내 남자친구도 그래서 헤어졌어. 자기 회사 팀 막내 애랑 바람나서"<br /><br /><br /><br />칵테일에 치맥에…배가 빵빵하도록 마셨고, 몇 번인가 화장실을 들락거린 우리. 어느새 시간은 8시를<br />훌쩍 넘겼고, 슬슬 들어가야겠다는 생각을 한 순간 오늘이 금요일이라는 사실을 난 새삼 떠올렸다.<br /><br />'허허'<br /><br />그보다 내가 이렇게 배에 부담을 느끼는데, 타이트한 치마를 입은 진 대리님은 아마 지금쯤 배에 꽤나<br />압박을 느끼지는 않을까 싶었다. 어쩌면 숨 쉬는 것도 부담스러울지 모르지. <br /><br />아까 화장실에서 거울을 보니 오히려 얼굴이 많이 진정되었다. 더운 날씨에 갑자기 술이 들어가니 조금<br />놀랬던 것인지, 앉아서 적당히 쉬다보니 더 쌩쌩해졌다. <br /><br />'어쩌며 좋을까'<br /><br />아까부터 더이상 술은 마시지 않고 휴대폰을 만지작 거리고 있는 그녀. 다른 누군가와 대화라도 주고<br />받는 것일까. 주말 밤인데 다른 누군가와 이야기를 하기라도 하는 것일까. 하지만 누군가와 약속이 있<br />다면 진작에 일어나진 않았을까. 사실 이미 일어나려면 한참 전에 일어났어도 충분했을 정도로 파장<br />인데 우린 왜 갑자기 어색하게 이렇게 바람이나 쐬며 자리나 차지하고 있는 것일까. <br /><br />"저 손님, 더 주문하시겠어요?"<br />"에… 아니요. 됐습니다. 더 안 드실거죠?"<br />"어어, 됐어"<br /><br />마침 알바생이 물어왔고 우린 그제사 자리를 정리하고 일어났다. 계산은 그녀가 했다. <br /><br /><br /><br />"어떻게, 집에 갈거야?"<br /><br />진 대리는 그렇게 물었고, 난 잠시 무어라 대답할까 고민했다. 아니 그보다… 흠. 술 한잔 더 하자고 <br />할까. 그게 무슨 뜻인지야 뻔하고, 그래 다 떠나서 그녀가 오케이 하고, 술 더 마시다가 뭐 외로운 남<br />녀가 분위기 타고 어떻게 잘 되었다 치자, 그러면? <br /><br />바로 같이 일하는 상사와 사내연애라도 할 참인가? 아니, 원나잇으로 끝나더라도 그럼 또 앞으로는<br />그런거 전혀 의식하고 잘 일할 수 있나? 그보다 지금 나 혼자 심하게 김치국 쳐먹는건 아닌가. 뭐 또<br />어떻게 어떻게 잘 된다 쳐도, 그 이후 책임질 수 있나? 30대 접어드는 혼기 찬 여자 상사와 러브러브 <br />해서 뭐 어떻게 잘 해볼 생각이라도 있나?<br /><br />이런저런 생각에 머리가 아득해지고 점점 답이 없어졌지만 그 모든 것을 뛰어넘어 난 그냥 물었다.<br /><br />"다영이 누나, 술 한잔 더 안 할래요?" <br /><br /><br /><br />웃으며 거절할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그녀는 의외로 굉장히 솔직하게 "나도 한잔 더 마시고 싶기는<br />한데, 지금 배가 너무 빵빵하고 가스가 차서 죽겠어" 라며 배를 문질렀다.&nbsp;어색하게 말했으면 또 모<br />르겠는데, 너무 자연스럽게 말하길래 감이 안 와서 긴가민가 싶었다.<br /><br />그래서 거기서 난 용기, 아니 만용을 내었다. 어차피 뭐, 아니면 그만이라고 생각하고, 대학 시절에<br />그토록이나 짝사랑했던 한영이 누나와 3차까지 술을 마셔놓고도 끝내 '쉬러 가자'는 말 한 마디를<br />못해서 허무하게 돌려보내고 여지껏 후회했던-하지만 덕분에 그 이후의 모든&nbsp;순간순간마다 나에게<br />큰 용기가 된- 기억을 되새김질 했다. <br /><br />'그래, 어차피 대박 아니면 쪽박이지'<br /><br />하지만 "술 몇&nbsp;병 더 사가서, 요 앞에 모텔이라도 가서 더 마실래요?" 라는, 집 나온 고딩들이나 할<br />법한 폐급&nbsp;멘트는 겨우 참아내고는 바로 난 물었다.<br /><br />"오늘 집에 꼭 들어가야 돼요?"<br /><br /><br /><br />그래, 입장 바꿔 생각해보면 좀 황당하기도 했으리라 생각한다. 평소 나름대로 동생처럼 귀엽다고는<br />생각했지만, 남자라고는 단 한번도 생각해 본 적도 없는 나이도 어린 연하의 직장 후배가 같이 외근 <br />한번 나와 술 몇 잔 했다고 같이 자자니, 무슨 미친 망발인가. <br /><br />'하지만' <br /><br />세상 일 전부가 결국 운과 타이밍이다. 이유 모르게 적당히 기분도 풀어졌고, 금요일 밤에다가 아주<br />기분좋게 술도 마셨고 오늘 내일 모든 스케쥴도 텅 비었고 새삼 보니 귀여운 데도 있고 남자다운데<br />도 있어보이는데다 무엇보다 남자에게 자자는 이야기 들어본 것 자체가 도대체 얼마만인가. <br /><br />…라는 느낌으로 그녀는 입꼬리를 올리며 되물어왔다.<br /><br />"너 정말 나랑 자도 후회 안 할 자신 있어?"<br /><br />도대체 무슨 후회라는 것일까, 라는 생각에 일말의 불안감이 들었지만 "그러고 나서도 앞으로 내 <br />얼굴 보며 일 잘할 수 있겠어?" 라는 물음에 원나잇으로 알아서 먼저 선을 그어주는, 과연 연상녀<br />다운 센스있는 멘트에 난 쿨하게 외쳤다.<br /><br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네요"<br /><br /><br /><br />그러나 세상 모든 일이 쉽게만 풀리진 않는 법, 무슨 오늘 뭔 날인지 두 군 데나 만실이었고 평소<br />그렇게나 많던 모텔 방이 어째 이 동네만 없는 것처럼 잘 안 보여 살짝 짜증이 날까말까 한 순간<br />난 상가 건물에 3층에 입주한 상가형 모텔을 발견했다. <br /><br />잠시, 그냥 택시 타고 나가서 다른 동네로 갈까 했지만 귀찮기도 하고, 마음 변하기 전 얼른 그냥<br />자러 들어가자 라는 생각에 난 그녀와 함께 3층으로 향했다. 그저 그런 상가형 모텔 주제에 주말<br />이라고 7만원을 부르는 소리에 씁쓸했지만 별 수 있는가. <br /><br /><br /><br />'도대체 내가 뭔 짓을 한거지'<br /><br />씻으면서 그제서야 뭔가 분위기에 취해서 시덥지 않은 짓을 했다 싶었다. 그래, 진 대리 말대로<br />앞으로 뭐 어쩔건가. 정식으로 사귀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뭐 정말로 원나잇 일 뿐이다 하고<br />잊어버리기에는 또 좀 그렇지 않은가. 한번 잤다고 어설프게 지분거리는거야 쓰레기 짓이고. <br /><br />하지만 일단 그런 고민은&nbsp;잊기로 했다. 당장 오늘 밤은 간만에, 지지난 달에 '전전여친' 지희랑<br />뼈와 살이 불타는 밤을 보낸 이후로 참 오래간만의&nbsp;거시기 아닌가. 그러고보니 진 대리는 마지<br />막 연애가 2년 전이라고 했는데, 그럼 섹스는 얼마만일까. <br /><br />난 잡생각을 계속 주절주절 하는 대신 샤워에나 집중하기로 했다.<br /><br /><br /><br />내가 씻고 나오고, 곧이어 한참을 TV를 보고 있노라니 그녀도 씻고 나왔다. 뭔가 초현실적인 느낌<br />이었다. 당장 어제까지만, 아니 불과 몇 시간 전까지만 해도 서로 존칭까지 써가던 직장 동료와 뭐<br />이렇게 반쯤 벗고 모텔방에 들어와 씻고 있다니. <br /><br />어색하지마 또 괜히 더 흥분이 되었다. 혹시라도 부끄러워 할까봐 메인 등을 끄고 TV와 침대 옆에 <br />스탠드만 켰다. 그녀는 욕실에서 나오고도 한참을 물기를 닦아내고 머리를 말리고 하다가 웃으며<br />내가 "몸 닦다가 날 새겠네. 얼른 누워요" 하고 너스레를 치자 그제서야 픽 웃으며 침대로 조심스레<br />들어왔다. 향긋한 비누 냄새가 코를 스쳤다. 나의 그것은 불끈했다. <br /><br /><br /><br />"하아, 으, 여기 휴지요"<br />"응" <br /><br />솔직하게 말해서, 적당히 뭐, 그냥 쏘쏘한 섹스였다. 그렇다고 뭐 그녀가 별로였다거나 그런 것은<br />아니고, 진 대리도 나도 조금 쑥쓰러움을 타서, 뭐 아주 찰지게 즐긴 섹스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뭐<br />풋풋하고 즐거웠던 섹스였다고나 할까. <br /><br />혼자 지랄이다, 하고 생각하는 순간 그녀가 물었다.<br /><br />"내일은 뭐할거야?"<br /><br />그리고 그 대답 여하에 따라서 앞으로 내 일상의 꽤 많은 것들이 달라질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br />지만 난 별 어려움 없이 대답했다.<br /><br />"별 거 없는데, 같이 영화보지 않을래요?"<br />"그래, 좋아"<br /><br />난 진 대리, 아니 다영의 손을 깍지를 껴서 잡았고,&nbsp;다시 한번 그녀의 귀엽고도 섹시한 입술에 입을<br />맞추었다. 그리고 속으로 나 스스로에게 외쳤다. '야, 이현모, 너 진짜 뭔 생각이냐?'<br /><br />그리고 대답했다. <br /><br />'그동안 그 정도면 솔직히 충분히 외로울만큼 외로웠잖아. 이제 됐어. 그리고 이 정도면 좋은 여자<br />잖아, 그래, 그걸로 좋아'<br /><br />뭔가 애틋한 설레임이나 대단한 감정은 아니지만, 어차피 그걸로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나머지는<br />앞으로 더 만들어가면 되니까. 			 ]]> 
		</description>
		<category>소설</category>

		<comments>http://stylebox.egloos.com/2092628#comments</comments>
		<pubDate>Sun, 12 May 2013 18:03:21 GMT</pubDate>
		<dc:creator>stylebox</dc:creator>
	</item>
	<item>
		<title><![CDATA[ 고기집에서  ]]> </title>
		<link>http://stylebox.egloos.com/2092090</link>
		<guid>http://stylebox.egloos.com/2092090</guid>
		<description>
			<![CDATA[ 
  "에이, 그거는 말이 안 돼. 장사 그렇게 하는 사람이 어딨어. 아니 막말로, 그런 식으로 뭐 내가 니네 <br />톱스타 A 건 잡고 있다. 터뜨릴거다. 그렇다고 거기서 다른 껀수를 준다? 아니 우리가 양아친가? 그리고 <br />그 다른 건수가 우리 마음에 안 들면? 그때는 어쩔건데? 괜히 자기 입으로 소스 하나 더 주는 거 밖에 안<br />되는 거잖아? 그리고 우리가 건수 한번 잡으면 그걸로 영원히 호구 잡힐건가? 말이 되는 얘기가 아니지 <br />그건. 시스템 자체가 그렇게 돌아가는거 아니야. <br /><br />원래 애초에 우리 출발부터가 어떻게 된 거냐면, 옛날에 이니셜 기사 많이 썼잖아. 근데 그게, 물론 때로<br />우리가 장난 친 것도 있지만 중간중간에는 진짜란 말이야. 근데 이니셜 기사잖아? 대박 껀수를 잡아놔도<br />그냥 믿거나 말거나로 끝나는거야. 아깝잖아?<br /><br />그래서 그걸 고품격으로 가져가자, 근데 어떻게? 증거를 들이밀자는 얘기지. 철저하게 증거를 가져가자.<br />암만 확실한 얘기라도 사진 증거 없으면 터뜨리지 말자, 우리 방침이&nbsp;이렇게 된거야. 아 진짜로 그런 애<br />들도 있어. 걔 영화배우 S랑 S 결혼 건 때도 그랬잖아. 몇 년을 쫒아다녔는데도, 아 독하대. 절대로 둘이<br />한 샷에 잡히지를 않았어. 그래서 다 알고도 년 단위로 질질 끌다 결혼할 때까지 못 터뜨렸지. 여튼. <br /><br />그러다보면 이미 확실한건데 치밀하게 잘 피해서 사진만 안 찍히는 애들도 있단 말이야. 그럼 그거는 뭐<br />묻어도 좋아. 그 정도로 철저하게 사진 자료 중심주의로 가자, 한 거지. 뭔 이야기하다가 일로 샌 거야?<br /><br />여튼간에, 개소리야 그건. 그럼 뭐, 묻어놨다가 나라에서 까라고 해서 깠는데, 소속사에서 소송이라도 <br />걸면, 그거 나라에서 보상해주나? 우리가 소송이 무서운건 아니지만, 여튼 말이 되는 얘기를 해야지.<br /><br />시기적으로 시의성이 중요한건 아닌데, 뭐 돌아가는 정황이 다른 빅 이슈가 있어서 지금 터뜨리면 바로<br />그냥 묻혀버린다 싶은건 약간 조절할 수도 있고, 우리도 뭐 양아치가 아니고 서로의 면이 있는데 마구<br />잡이로 할 순 없잖아. 그래서 살짝 터뜨리는 시기를 조정하는 건 있어도, 그렇게 막 무슨 줄줄이 굴비<br />마냥 해놓는건 없어.<br /><br />아 물론 어디가서 말이야 그렇게 하지. 그래야 가오도 서고 건방 좀 떨지. 살짝살짝 소스만 뿌려가며. <br />다 그런거 아니겠어?&nbsp;<br /><br />응? 아, 고거는, 아냐. 꼭 그렇지는 않아. 이게 사람 심리가 묘한게, 전혀 생각치도 못했던 정보가 뻥<br />터지는 것도 이슈지마는, 전부터 슬쩍 들었던 이야기를 쎈 증거자료 첨부해서 딱 확인하는거, 이것도<br />나름 쏠쏠하거든. <br /><br />생각해봐, 당신도 어디가서 전혀 모르는 이슈에 대해 갑자기 썰 푸는거랑, 전부터 조금 살짝 알던게<br />이슈가 되어서 썰 푸는거랑, 어떤게 더 어디가서 주바리 나발대겠어? 당연히 후자지. 그래서 우리가 <br />일부러 먼저 슬쩍 흘려놓기도 해. <br /><br />찌라시? 아 고거, 그래. 그거 뭐 우리가 푸는 것도 있고 그렇긴 한데, 어차피 그거야 우리하고는 크게<br />상관은 없어. 뭐 왕년에는 이니셜 안 했나? 루트만 달라진거지. 외려 가끔은 입 근질근질하던거 애널<br />들하고 얘기해서 풀기도 하고, 우리가 소스 받아서 뒤 캐보기도 하고. 그건 뭐 크게 상관없어. 어어.<br /><br />근데 뭐 듣고만 있어? 먹을거 먹자고. 에이, 이거 다 탔네"<br />			 ]]> 
		</description>
		<category>망상</category>

		<comments>http://stylebox.egloos.com/2092090#comments</comments>
		<pubDate>Thu, 09 May 2013 00:51:43 GMT</pubDate>
		<dc:creator>stylebox</dc:creator>
	</item>
	<item>
		<title><![CDATA[ [광고] "혹시 파워 블로거나 뭐 주변에 그런 아는 사람 있어?" ]]> </title>
		<link>http://stylebox.egloos.com/2091490</link>
		<guid>http://stylebox.egloos.com/2091490</guid>
		<description>
			<![CDATA[ 
  <p>"파워 블로거? 갑자기 왜?"<br /><br />그녀가 어렵게 꺼낸 한 마디. 자세히 말해보라고 묻자 입을 연다.<br /><br />"나 다니는 플라워 샵에 플로리스트 선생님 있잖아"<br />"어"<br />"어버이 날 꽃 주문 받는데, 블로그 같은데 광고 좀 해볼라고 하시더라고. 그래서 주변에 유명한 파워<br />블로거 아는 사람 없냐고 해서"<br /><br />그래, 입이 웬수다. 일전에 남&nbsp;이야기인 것처럼 '스타일박스' 이야기를 한 적이 있지. 블로그에서 소설도<br />쓰고 이런저런 문화생활에도 게이처럼 관심 많은 그런 남자가 있다면서 말이지. 당시 관심을 보이길래 <br />스밍아웃을 하려다가 문득 야구장 카테고리가 떠올랐고 나는 얼른 남 이야기라고 둘러댄 그 기억. <br /><br />"근데 파워 블로거&nbsp;같은데 광고 하려면 돈 꽤 들걸? 몇 십 달라는 데도 있을텐데"<br />"그렇게 비싸? 몇 만원도 아니고?"<br />"기업 같은 데서 그렇게 비용을 올려놨지 뭐"<br /><br />조금 당혹스러워 하는 눈치. 비용이 그렇게나 들 줄은 몰랐던 모양이다. <br /><br />"흠, 그럼 아는 사람 통해서 좀 싸게 하거나 그럴 수는 없어? 아니면 꽃다발 하나 해준다던가. 어버이날<br />꽃다발 같은거"<br />"내가 한번 알아볼께"<br /><br />허허, 알아보긴 뭘 알아본단 말이냐. 생전에 남의 블로그 따위는 돌아다니지도 않고 그저 똥 같은 소설만 <br />블로그에 주구장창 올려대는 놈이. 올릴 곳이라는 오로지 여기 뿐이다. <br /><br />사실 그냥 알아본다, 정도로 말하면 적당히 그러다 마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그녀는 꽤 절박했던지 당장<br />그 날 저녁에도 카톡으로 또 물어보았고 잠시 고민하던 난 '하기사 그녀가 교육 과정에서 만든 꽤 비싼 꽃<br />바구니 선물을 공짜로 몇 번 받기도 했으니 이번엔 내가 보은할 차례겠지' 생각에 오케이했다. <br /><br />"돈은 됐고, 꽃다발 하나만 해주는 조건으로 광고글 올려준대"<br />"정말? 대박! 완전 고마워! 내가 그럼 꽃 사진이랑&nbsp;내용 보내줄께"<br /><br />하고 연락을 주었다. 좋아라 하는 그녀의 반응을 보며 흐뭇하게 미소짓던 나였지만 그제서야 꽤 큰 문제를<br />체크하지 못했다는 사실을 떠올렸다.<br /><br />'주문 하나도 안 들어오면 안 하느니만 못한 일 아닌가' <br /><br />그래, 스타일박스의 '생각보다 짧은 시간' 블로그란 말이다. 여기가 무슨 '무슨무슨(애 이름)맘의 행복한 <br />정원'이나 '뭐시기뭐시기(핑크,체리,해피 등등의 스윗한 단어)의 DIY 발전소' 등등등 상큼한 여자애 방 <br />같은 블로그라면 모르되, 여긴 스타일박스 블로그 아닌가. 허허.<br /><br />그제서야 아뿔싸 싶었지만 몇 번을 고맙다며 좋아라 하는 그녀의 카톡 답장에 그저 "고맙긴 뭘, 올려준<br />다는 그 사람이 고마운거지" 라고 답할 따름이다. <br /><br />어쨌든 물은 엎질러졌고 홍보 사진과 주문에 대해서 올려본다. 스타일박스가 보증하는 예쁜 꽃다발과<br />1년 364일 불효하는 우리네 불효자식들의 쌓인 업보를 씻어내는 효자 코스프레 면죄부를 팝니다. <br /><br /><div style="text-align:center"><img class="image_mid" border="0" onmouseover="this.style.cursor='pointer'" alt="" src="http://pds21.egloos.com/pds/201305/05/64/f0008864_51865d617db59.jpg" width="500" height="379.856545129" onclick="Control.Modal.openDialog(this, event, 'http://pds21.egloos.com/pds/201305/05/64/f0008864_51865d617db59.jpg');" /></div><div style="text-align:center"><img class="image_mid" border="0" onmouseover="this.style.cursor='pointer'" alt="" src="http://pds26.egloos.com/pds/201305/05/64/f0008864_51865d6cf07f9.jpg" width="500" height="634.935304991" onclick="Control.Modal.openDialog(this, event, 'http://pds26.egloos.com/pds/201305/05/64/f0008864_51865d6cf07f9.jpg');" /></div><br /><strike><strong>- 플라워 바스켓 5만원 <br />- 서양난 3만 5천원(소) / 6만 5천원(대)<br /><br />배송비는 강남 기준 1만원 기타 지역 1.5만원.&nbsp;<br /></strong><br />* 화분 / 꽃바구니 특성상 서울 이외 지방 배송은 어렵다고 합니다. 양해 부탁드립니다. <br /><br />또 회사나 단체주문시 추가 할인이 가능합니다. 계좌번호는<strong> 국민은행 003101-04-020000 사선주</strong> <br />앞으로 입금하신 후 아래에 비밀댓글로<br /><br />[ 입금자명, 주문내용(EX:플라워 바스켓 하나), 받는 분 주소, 받는 분&nbsp;성함,&nbsp;연락처, 받는 분 연락처,<br />원하는 배송 날짜 등 ]</strike> <br /><br /><strike>을 남겨주시면 됩니다. 많은 호응 부탁드립니다.</strike> <br /><br />주문 접수 마감합니다. 많은 호응 감사드립니다.</p>			 ]]> 
		</description>
		<category>실화</category>

		<comments>http://stylebox.egloos.com/2091490#comments</comments>
		<pubDate>Sun, 05 May 2013 14:00:10 GMT</pubDate>
		<dc:creator>stylebox</dc:creator>
	</item>
	<item>
		<title><![CDATA[ 팔자 ]]> </title>
		<link>http://stylebox.egloos.com/2089732</link>
		<guid>http://stylebox.egloos.com/2089732</guid>
		<description>
			<![CDATA[ 
  나이 41세, 근 4년 간 여자와 30분 이상 1:1로 대화 나눠 본 적 없는 연애세포&nbsp;완벽 멸균사멸 상태로 하루<br />하루 유한킴벌리&nbsp;인생몰빵올인한방 개미주주&nbsp;간지 뿜으며&nbsp;휴지 소비만 줄창 해대던 와중에&nbsp;<br /><br />"도대체 워쩔 것이여,&nbsp;그리 지집이 그리우먼 나가서 지집 뒤꽁무니라도 쫒아댕기덩가 우째 밤낮 이 지랄<br />이여, 아주&nbsp;드러워 죽겄어, 니 방 들어오문 발정제 맞은 수퇘지 우리 냄새가 나, 알어?"<br /><br />하고 휴지통 치우면서 등짝을 후려치는 매운 손 엄마의 잔소리에 느릿느릿 "장가는&nbsp;무슨 장가야, 돈이<br />있어야 가지" 하고 머리 긁적이던 와중에&nbsp;엄마가 "너&nbsp;그루믄,&nbsp;돈은 내가 대주문, 장가를 가긴 갈껴?"<br /><br />하고 되묻는 엄마. 귀찮아 "알았어 알았어" 하고 치웠는데 아 글쎄 정말로 엄마가 무슨 요술을 부렸는지 <br />정말로 맞선 자리를 알아와 등쌀에 떠밀려 나가긴&nbsp;했는데…&nbsp;<br /><br />세상에&nbsp;39살이라고는 하는데 암만 봐도 나보다 연배가 훨씬 위지 싶어서 "저 실례지만 제가 귀가 좀<br />어두워서, 서른 아홉이라고 하신&nbsp;거 맞나요?" 하고&nbsp;재차 확인하지만 정말로 맞단다. <br /><br />허허,&nbsp;큰 이모가 살 좀 빠지면 딱 이럴 거 같은데, 하고 생각이 들다가 그래도 사람이 맘만 착하면&nbsp;되지&nbsp;<br />나라고 뭐 겉뵈기 잘났나? 하고 속으로 마음 다잡고 이야기를 시작한다.&nbsp;<br /><br />솔직히&nbsp;착하긴&nbsp;착하고, 허허, 세상에. 참 힘들게 살았네. 어머 안쓰러워라, 허이구, 아 그랬구나, 네,<br />하고&nbsp;맞장구 쳐가면서 웃고 이야기 하노라니 참 수수한&nbsp;여자가 정말 징하게도 참하긴 참하구나, 하고 <br />마음 찡해지긴 하지만&nbsp;뭔가 허탈해지는 그 느낌을 견디기 어려워 헤어지는 마당에도 애프터 신청이니 <br />뭐니 하는 것도 없고 하기사 내 나이에 그게 무슨 의미랴, 하고 씁쓸한 얼굴로 돌아서는데<br /><br />딱 뒤에서 내 옷자락 슥 잡아댕기며&nbsp;&nbsp;<br /><br />"그래도 애는 낳아야지유…죽을 때까지 혼자 살 거여유?" <br /><br />라는 그녀의 밑도 끝도 없는 그 말이 가슴 한 구석에 콱! 박혀버려서&nbsp;그렇게 만나기 시작하는데…&nbsp;<br /><br /><br />평균 나이 마흔&nbsp;커플이&nbsp;뭔 연애다운 연애나 하겠나, 남이섬 한번 다녀오고 남산타워&nbsp;한번 다녀오고&nbsp;<br />동네 공원에서 비 오는 날 우산 쓰고 같이 300원짜리 맥도리아 아이스크림 먹다가 "우리 같이 살자. <br />애 만들자" 하는 참 멋없는 내 고백에 그녀가 울면서 내 품에&nbsp;안기는데&nbsp;<br /><br />"내 평생 그 말 못 들어볼 줄 알았시유"&nbsp;<br /><br />하는 그 말이 왜 그리도 가슴에 사무치나. 사실은 나도&nbsp;평생 혼자&nbsp;살자니 무서웠는데 그렇게 둘이<br />우산도 놓치고 비 오는 공원에서&nbsp;꺼이꺼이&nbsp;부둥켜 안고 우니 그게 내 평생 제일 찡한 기억이더라.&nbsp;<br /><br /><br />이제 결혼을 준비하는데 머리 벗겨진&nbsp;40대 남편과 참 뭘 입어도 태 안나는 늙은 신부의 250만원짜리<br />최저가 동네 웨딩 패키지로 싸게 결혼하고 여자가 모은 돈 3천을 다&nbsp;꼻아박아다가&nbsp;경기도 외곽권에 <br />4천만원짜리 반 지하 전세방에서&nbsp;낮에도 형광등 켜놓고 그렇게 그리 성치않은 두 몸뚱아리로 신혼 <br />살림 시작하고…<br /><br />폐경이 겁나 하루라도 빨리 그저 밤낮없이 코피 쏟아가며 오입질을 해대는데 잘 서지도 않아서 엠병<br />약 먹고 야동 보며 하는데 야동 중독이 웬수다 하며&nbsp;못난 좆둥이로 하는 것이 참 마누라한테 미안하<br />기도 미안허다.<br /><br />여튼 그래 결국 임신이 잘 되어, 노산이라 걱정을 많이&nbsp;하긴 했다만 평생을 힘들게 고생한 여인네라<br />아주 운동은 잘 되어 있어서 애도 쑴풍 낳는데 내심 딸이길 바랬지마는 아들이네. 여튼 눈물 맺힌 <br />마누라 눈가에 눈물 닦아주노라니 우리 부부 두 손 꼭 잡고 앞으로 열심히 살자 다짐에 또 다짐한다.<br /><br /><br />하지만 그것도 삼개월, 요구르트 쏟아 찐득찐득한 알파벳 아동 장판 위에서 밤낮없이 빽빽 우는 애<br />새끼랑 씨름하며 하루하루&nbsp;겨우 살아가는데 이게 정말 맞긴 맞나 싶게 고되게 사는 하루의 무게가 <br />너무나도 고단하다.<br /><br />여튼 모진게 사람 목숨이고 유수 같은게 세월이라 그 애새낀 고딩이 됐는데 누구 대가리를 닮았는지<br />평생에 60점 넘는 시험지가 없이 뺑뺑이나 돌더만 결국 고딩 때 자퇴하고 돈 벌어오겠다더니 엠병할<br />오토바이나 타고 다니다가 사고 나서 평생 다리 절고, 그렇게 세 식구가 저녁에 얻어온 김치로 끓인<br />김치찌개 한 냄비 놓고 꼬두밥 먹노라니 갑자기 이유도 없이 눈물이 왈칵 쏟아지는 그 지랄맞은 삶이<br />참 지랄맞게도 고되고도 고되니 참 팔자 한번 얄궂다. 			 ]]> 
		</description>
		<category>망상</category>

		<comments>http://stylebox.egloos.com/2089732#comments</comments>
		<pubDate>Thu, 25 Apr 2013 06:40:16 GMT</pubDate>
		<dc:creator>stylebox</dc:creator>
	</item>
	<item>
		<title><![CDATA[ 보수단체 그녀 ]]> </title>
		<link>http://stylebox.egloos.com/2089274</link>
		<guid>http://stylebox.egloos.com/2089274</guid>
		<description>
			<![CDATA[ 
  <p>너무 막막한 나머지 미루고 미루다 아예 잊기까지 했지만 '시민과 사회' 수업은 분명히 교수가 미리 밝혔다<br />시피 무조건 레포트로만 학점을 주는 강의였다. 게다가 이미 2학년 때 학사 경고까지 받은 바 있는 나로선<br />한 학점이 아쉬운 상황에서 이 강의 역시 포기할 수 없었다. <br /><br />"화요일까지 제출 안 하면 F 받을 각오해"<br /><br />교수님께 겨우 사정사정해서 일주일의 시간을 벌기는 했다만,&nbsp;아무 준비도 안 된 상태에서 시민단체에 대해 <br />갑작스럽게 조사를 해야하는 입장에서 나는 절박한 나머지 단순해지기로 했다.<br /><br />"북송 문제라…"<br /><br />그냥 동네에서 제일 가까운 시민단체 세 개 '풀뿌리 희망연대', '어버이 지원 청년회', '탈북자 북송 반대 협회' <br />중 제일 본격적인 느낌이라 레포트 점수가 잘 나올 것 같은 단체로 골랐다. 그래, 처음 시작은 그런 단순하고<br />불순한(?) 의도였다. <br /><br /><br /><br />"힘들지는 않아?"<br /><br />그리고 이런 곳에서 여자, 그것도 내&nbsp;동갑내기 여자애를 만날 수 있으리라고는 상상조차 못 해봤지만 전화기 <br />너머 그 예쁜 목소리 주인공은 얼굴까지 예뻤다. 정다희라는 이름의 그녀는, 3년 전부터 여기에서 학교까지 <br />휴학해 가면서 일하고 있었다. <br /><br />"아무래도 지원도 열악하고, 힘들긴 힘들어. 정작 우리가 도와준 새터민들도 별로 크게 고마워하지도&nbsp;않고. <br />물론 뭘 바라고 그런 건 아니지만, 아쉬운건 아쉬운 거니까"<br /><br />고마워하지 않는다니, 그건 좀 의외였다.<br /><br />"왜?"<br />"글쎄. 아무래도 북한 사회 자체에서 그렇게 살아서 그런지 몰라도 감정표현이 우리처럼 솔직하지는 않아. <br />감정표현 뿐만 아니라, 속에 담긴 말이나 이야기거리도 은근히 감추는 것도 많고 과장이나 거짓말도 은근히<br />꽤 하는 편이야. 우리도 그런 건 감안하고 들어. 그런 사회에서 살았던 사람들이니까. 이젠 익숙해"<br /><br />좋아, 이런 흐름이라면 1,2학년 어린 새끼들이 인터넷이나 뒤지면서 만든 짜깁기 레포트와는 아예 질이 다른 <br />현장의 냄새가 숨쉬는 레포트를 만들 수 있을 것도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br /><br />거기까지 말한 그녀는 마침 울린 전화벨 소리에 저쪽 구석 테이블의 전화를 받으러 갔다. 난 새삼 여기 사무<br />실을 빙 훑어보았다. <br /><br /><br /><br />경한로 근처 대륙 기원 뒷 골목의 고물상 옆 사무실은, 처음 밖에서 보았을 때는 아예 망한&nbsp;줄 알았을 정도로 <br />허름하고 다 낡은 옛 공장 건물에 입주해 있었다. 아니 사무실이라 하기도 좀 민망한&nbsp; 것이 그냥 텅 빈 공장 <br />건물에 책상 몇 개 가져다 놓고 이런저런 방송용 앰프 등 시위 장비를 구석에 쌓아놓은 것이 전부였다. <br /><br />게다가 설거지할 그릇들 담아놓은 큰 고무 다라이나 기름 난로, 전기조차 들어오지 않아서 가져다 놓은 소형 <br />발전기 등 열악한 환경은 과연 이런 단체에서 일을 제대로 하기는 할까 싶어 한숨이 절로 나왔다. <br /></p><p>하지만 건물 한쪽 벽을 가득 채우고 있는, 액자 대신 그냥 테이프로 붙여놓은 시위 사진들은 그들의 열정을 <br />가감없이 드러내고 있었다. 중국 대사관 앞에서, 외교부, 통일부 앞에서, 미국 대사관 앞에서, 광화문 앞에서 <br />시위를 하거나 서명을 구하는 그들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았다. 그 옆에는 또 비디오 비전과 수십 개의&nbsp;VHS<br />비디오, 시디 등의 영상자료들이 있었다. <br /><br />"흐음"<br /><br />그냥 돌아갈까 몇 번을 망설이다가 에라 모르겠다 하는 마음으로 "안녕하세요" 하고 문을 열었을 때 다희가<br />"안녕하세요, 아! 아까 전화하셨던 분?" 하고 반갑게 맞이하지 않았더라면, 예를 들어서 지금 문 열고 들어온 <br />저 삐쩍 마른 늙은 아저씨 같은 사람이 기침 쿨럭이며 맞이했더라면 난 분명히 "죄송합니다" 소리와 함께 곧<br />바로 문을 닫고 돌아나갔을 것이다. <br /><br />어쨌든, 방금 들어온 저 키 작고 마르고 안광 사나운 저 아저씨는 들어오자마자 나를 보며 "누구…?" 하며 <br />신원을 물었다. </p><p><br />"안녕하세요, 아…저는 취재 때문에, 몇 가지 여쭤보고 싶은 것이 있어서 전화 드리고 방문했습니다"<br /><br />사실 대학교 과제 때문에 방문한다고 하면 혹시라도 안 된다고 할까봐, 난 우리 대학의 학교 신문 취재차 <br />나왔다고 미리 다희에게 전화로 거짓말을 했었다. 그러나 취재란 말에 가뜩이나&nbsp; 안광이 장난 아닌 양반이 <br />더욱 눈빛을 흉흉하게 내뿜으며 다가왔다. 뭐, 어쩌자는거지, 순간 어디서 본 것처럼 내 카메라를 뺏어다 <br />내동댕이 치지는 않을까 걱정이 될 정도로 격정적으로 다가온 그는 내 손을 힘차게 잡았다.<br /></p><p>"좋은 기사 써주세요. 2천만 동포의 생사가 걸린 일입니다"</p><p>&nbsp;<br />…곧이어 전화를 끊은 다희가 다가와서 나를 한국대 신문반 기자라고 밝히자 실망한 기색이 너무 역력해 <br />내가 다 미안했지만-이런 분위기이니 사실 난 그조차도 아니고 그냥 레포트 때문에 온 일개 무명 대학생<br />이다,&nbsp; 라고 밝힐 상황은 더더욱 아니었다- 그만큼 관심과 지원에 목마르다고 그는 솔직하게 털어놓았다.<br /><br /></p><p>"탈북자 북송 문제는, 당장 수십만의 생사가 걸린 문제인데도, 그 어느 누구 하나 관심 갖는 사람도 없고 <br />정부에서도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단 말입니다. 독지가들 몇몇이 뒤에서 돕고는 있지만, 공식적으로는 누가 <br />경제적 지원을 뭐 하나 해주는 것도 아니고, 기업이 스폰서를 해줄 일도 아니고, 정부는 뭐 더하고"&nbsp;<br /><br />벌써 10년도 넘게 이 문제에 뛰어들어 전 재산을 다 써가며 혼신을 다했지만 지원은 없었단다. 뜻을 높이 <br />산 독지가들 몇몇과 정치적 이해관계로 누군가들이 은근히 뒤에서 도와주긴 했지만, 그나마도 작년에 <br />시민단체 몇몇과 충돌을 빚은 이후로는 끊기고 말았다.<br /></p><p>"정치적 문제가 있었거든"<br /><br /><br />중국과의 외교적 마찰, 대북관계, 정치적 스탠드에 따른 정권과 정당, 각 계파간의 이해관계, 소위&nbsp;'종북' <br />단체들의 견제, 대선을 전후해 어용단체가 절대다수인 이 나라 시민단체들 사이의 어마어마한 힘 겨루기 <br />등등 수없이 복잡하고 다양한 문제들이 발목을 잡았다고 했다. <br /><br />"차라리 빨갱이 섀끼들은 원래가 그런 족속이라고 쳐. 그런데 대선에서 함께 발 안 맞춘다고 지랄하는 <br />보수단체라는 놈들은 도대체가 어쩌자는 말이야"<br /><br />김 소장은 울분을 토해냈다. 다희는 그를 달래다가 뒤늦게서야 말했다.<br /><br />"이따가 4시에, 대사관 앞으로 김현정 의원 님도 오신대요"<br />"후우, 알았다"<br /><br />답답한 기억이 떠올랐는지 김 소장은 "그럼 대화 나누시다가 좋은 기사 부탁드립니다" 하면서 내 손을 꼭<br />잡아주고는 다시 사무실을 나섰다. 다시 썰렁해진 사무실에서 난 다희에게 물었다.<br /><br />"다른 사람들은 언제 와?"<br /><br />그녀는 시계를 잠깐 살피다가 "지금이 2시 반이니까, 3시 즈음해서 오실거야 다들. 다해봐야 일곱이 전부고,<br />오늘은 나까지 넷이 전부겠지만" 하고 답했다.<br /><br /><br /><br />난 다희가 자그마한 봉고에 앰프와 피켓을 싣고 준비를 하는 것을 도왔다. 체크남방에 청바지, 운동화와 <br />뒤로 묶은 머리의 수수한 차림이었지만, 충분히 매력 넘치는 그녀였다. 뜻이 있으니까 그런 것이겠지만&nbsp;<br />멀쩡한 재원이, 돈 한 푼 안 생기는 일에 이렇게까지 매달리는게 솔직히 잘 이해는 안 됐다. 청춘, 이라고 <br />하니 너무 촌스러운 말 같아서 좀 그렇지만 어쨌든 이 젊은 나이에 누구 하나 알아주지도 않는 일에 고생<br />하는 모습을 보니 좀 안타깝기까지 할 정도로.<br /><br />"고마워"<br />"아냐"<br /><br />손을 털며 머리를 넘기는 그녀의 모습은 정말이지 매력적이었다. 처음 봤을 때 놀란 긴 속눈썹만큼이나.<br /><br />"그거 붙인거야?"<br />"뭘?"<br />"속눈썹" <br /><br />한참을 웃은 그녀는 내가 신기하다며 내 팔뚝을 쳤다. <br /><br />"넌 무슨 남자애가 그런 걸 물어보냐"<br /></p><p>나 역시 실없이 웃었다. 이어 오늘 함께 시위에 동참할 단체의 회원 아저씨 둘이 얼마 후 도착했고, 인사를 <br />나눈 후 우리는 모두 함께 봉고에 올랐다. 난 다희의 옆 자리에 앉았다.<br /><br /><br /><br />"탈북자들을 사지로 내모는 인권 후진국 중국을, 규탄한다!"<br />"규탄한다! 규탄한다!"<br /></p><p>상상 이상으로 대사관 앞의 경비는 엄중했다. 전경 중대가 죽 늘어서서 대사관 앞을 지키고 있었고, 그 앞<br />으로는 분대 병력이 그 앞을 왕복하며 이동 경비를 서고 있었다. 또한 그 옆엔 전경 버스가 세워져 있어서 <br />보다 효율적인 경력 운용을 가능하게 했다. <br /><br />그런 수백 개의 눈 앞에서 고작 넷이 초라하게 장비를 내려놓고 피켓을 든 채로 시위를 하는 모습은 열악<br />하다 못해 너무나 무력해보였다. 무엇보다 이렇게 목소리를 높여보아야 하다못해 길거리를 오가는 사람들<br />조차 눈길 한번 안 주는 상황이 안쓰러웠다. <br /></p><p>"뜻이 없는데 굳이 동참할 필요는 없어. 옆에서 구경만 해도 좋아"<br /><br />다희는 차에서 내릴 때 나에게 그렇게 말했고, 확실히 생각도 없이 그저 멍청하니 함께 소리지르는 것은<br />내 스타일이 아니었기에 난 한발자국 떨어져 그들을 옆에서 바라보기로 했다.<br /><br />김원일 소장과 다희 이외의 다른 둘은 탈북자라고 했다. 그 중 황씨라고 자신을 밝힌 이는 실제로 자신의 <br />아내가 탈북을 시도했다가 중국에서 공안에 체포되어 북송되었다고 했다. 아마 지금쯤 죽었을 것이라며 <br />담담히 말하는 그였다.<br /><br />"같이 안 할라니?"<br /><br />황씨 옆에서 구호를 함께 외치던 최, 라는 이 역시 탈북자인데 그는 날 보고서도, 봉고에서도, 한 마디를<br />안 했지만 그저 멀뚱히 내가 그들을 바라보고만 있자 슬쩍 피켓을 건내며 물었다. 난 잠시 고민하다 <br />피켓을 받아들었다. <br /></p><p>내가 피켓을 받아들고 동참하자 김 소장과 황씨는 물론이요 다희도 슥 돌아보면서 좋아하는 티를 냈다. <br />그렇게 씩씩한 척 해도, 결국 다들 '동료'가 그리웠던 것일까.<br /><br /></p><p><br /><br />"중국 정부는 탈북자들의 북송을 즉각 중지하라!"<br />"중지하라!"<br />"중지하라!"<br /><br />다희는 어떤 연유에서 이 단체에서 활동하게 되었을까. 아까 잠깐 이야기를 나눈 바에 따르면 그녀는 <br />독일에서 유학 중이다가 한국으로 들어왔고 그 이후 시민단체 활동을 잠깐 하다가 김 소장을 알게 된<br />이후로 이 단체에서 함께 일하고 있다고 했는데…<br /><br />솔직히 김 소장을 바라볼 때의 그녀 눈빛을 보노라면 '존경' 그 이상의 감정이 느껴져 조금 의아하기도 <br />했다. 유학파 출신의 엘리트가 이런 작은 시민단체에서 돈 한 푼 받지 못하고 혼신을 다하여 일하는 데<br />에는 분명 강력한 동기부여가 필요할텐데, 그 동기가 혹시 김 소장은 아닐까 싶어 나는 조금 떨떠름해<br />졌다. 혹시나 나의 이 감정은 질투일까. 그렇게 생각하니 우스웠다. <br /><br />"잠깐 쉬었다 하자"<br />"여기 물 좀 드세요"<br /><br />김 소장의 건강은 그리 좋은 편이 아니라고 했다. 그도 그럴 것이, 사무실 벽에 걸린 사진만 봐도 알겠<br />지만 이 단체 활동에 관련해서 위험한 일도 많이 겪고, 혼자 이리 뛰고 저리 뛰는 과정에서 몸도 많이 <br />상했다고 했다. <br /><br />그렇게 다들 피켓과 확성기를 내려놓고 잠시 쉬는 와중에 검은 그랜저 한 대가 다가왔고, 정장 차림의 <br />한 여자가 내렸다. 아까 다희가 말한 김현정 의원인 듯 했다. 그녀는 조금 초췌해보이는 기색이었지만 <br />우리들 모두와 일일히 악수를 나누었고, 놀랍지만 시위에도 함께 동참해주었다. '국회의원'에 대한 내<br />편견이 처음으로 깨지는 순간이었다. <br /><br /><br /><br />"들어가세요"<br />"그럼, 일 보라"<br /><br />시위를 마치고, 김영정 의원과 함께 모두 저녁까지 먹고 우리는 함께 사무실로 돌아왔다. 짐을 내려<br />놓고 탈북자 출신 황씨와 최씨는 먼저 돌아갔다. 김 소장은 사무실 한 켠에서 김 의원과 좀 더 이야기를 <br />나누겠다며 우리도 들어가라고 했다. <br /><br />"뭐 더 필요한 것 없으세요?"<br /><br />커피를 내온 다희가 김 소장에게 묻자, 그는 고개를 저었다.<br /></p><p>"아냐, 됐어. 난 여기 의원님이랑 좀 더 국회 대북 인권 결의안 관련해서 이야기 좀 해야되니까, 둘 먼저<br />들어가. 뭐 둘이 또래인데 술 한잔 하던지. 잘 어울리던데, 허허. 오늘 수고했어요. 고마워요"<br />"어휴, 아닙니다. 그럼 들어가보겠습니다"<br /><br />그렇게 나와 다희는 함께 가방을 챙겨 사무실을 나왔다. 그리 추운 날씨는 아니었지만 바람이 불었다.<br /><br />"바람이 부네. 은근 춥다"<br /><br />내 말에 다희는 "그러네, 춥다" 하면서 팔을 문질렀다. 왠지, 조금 어색한 느낌. 아까 밥 먹을 때만 해도<br />이것저것 잘 챙겨주고 분위기 좋았는데. 아, 그래서 김 소장이 잘 어울린다니 그런 말을 한 건가. 그렇게 <br />생각하자 괜히 뻘쭘해졌다. 다희도 그 말을 의식한건가. <br /><br />"흠, 다희야"<br />"어"</p><p><br />울리지도 않은 휴대폰을 만지작 거리던 그녀는 여전히 나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은 채로 대답했다. 난<br />조금 망설이다가 물었다.<br /><br />"술 한잔 안 할래?"<br /><br />내일은 어차피 오전 수업도 없고 하니까, 라는 생각이기도 했고 생각해보니 내가 그녀와 더 친해지고 <br />싶어도 딱히 명분이 없었다. 내가 이 단체에서 활동할 것도 아니고 이대로 돌아가면 그렇게 그냥 허무<br />하게 혼자 '그런 애가 있었지' 하고 생각하다 말 것 아닌가. <br /><br />오늘 아니면 날이 없다 생각하니 그녀와 술이라도 한잔 하고 싶었다. <br /><br />차림이야 수수해도, 보조개 쏙쏙 들어가고 당찬 눈의 예쁜 그녀가 솔직히 좋았다. 싹싹하기도 하고, 뭐 <br />아무래도 이런 시민운동 같은 것과는 관계가 먼 나로서는 이런 활동 자체가 잘 이해가 되지 않아 이런 <br />부분은 좀 그렇기는 했지만 어쨌든 오늘 하루동안 옆에서 지켜본 그녀는 꽤나 매력 있는 사람이었다. <br /><br /><br /><br />"김 소장님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해?"<br /><br />소주를 건내며 물었다. 그러자 다희는 "정말 대단하신 분이야" 하고 눈을 빛내며 대답했다. <br /></p><p>"원래는 중국에서 사업하시던 분인데, 거기서 탈북자들 보고 크게 느끼셔서 사업 다 정리하고 이 일을 <br />하게 되신거래. 정말 목숨 내놓고 하셔. 직접 국경에서도 몇 번이나 몰래 들어가서 사람들 다 데리고 <br />나오고. 그러다가 몇 번 크게 당한 적도 있고. 나라면 정말 그렇게 못할거야"<br />"근데 그렇게 하다보면 가족들도 걱정하지 않을까"<br /><br />내 물음에 그녀는 고개를 저었다.<br /><br />"가족들은 다 차 사고로 돌아가셨어. 그때 소장님도 사고 때 갈비뼈가 폐를 찔러서 위험하기도 했고. <br />근데 소장님 말로는 그게 북한 공작원들 소행 같다는 거야. 중국 촌동네에서, 양쪽 차선이 다 뻥 뚫린 <br />길에서 덤프트럭이 다짜고짜 덤벼 들었대. 여튼 그렇게 가족을 전부 잃으셨지. 사고를 낸 가해자가 <br />사라져서 보상도 전혀 못 받았고"<br /><br />솔직히 그 말이 그다지 믿기지는 않았지만, 만에 하나, 라고 생각해보니 아까 피켓 들고 시위한 것이 <br />마음에 걸렸다. 그러고보니 중국에 뭐 나중에라도 비자 발급 안되고 이런 건 아닐까 싶기도 하고. 괜히 <br />아차 싶었다. 그리고 그런 내 표정을 읽었는지 다희는 픽 웃었다.<br /><br />"걱정마, 난 여기서 3년 넘게 일했는데도 멀쩡하잖아"<br /><br /><br /><br />함께 꽤 마셨다. 그녀는 생각보다 술이 꽤 센 듯 했다. "시민단체에서 활동하는 사람치고 술 약한 사람<br />없어" 라며 넙죽넙죽 받아마시는 그녀를 보노라니, 어쩌면 나보다도 술이 세지는 않을까 싶었다. 아니, <br />센 게 틀림없다. <br /><br />"우억, 우우우억!"<br /><br />몇 병을 마셨던가. 돌아가던 길에 난 그만 오바이트를 하고 말았다. 괜히 그녀 앞에서 약한 모습 보이기 <br />싫어 괜히 쏘맥 농도를 높게하는 등 오바했지만, 그래서 더 빨리 취했던 것인지 오히려 평소에 비해 그리<br />많이 마신 것도 아닌데 오바이트를 했다. <br /><br />"괜찮아?"<br />"어, 미안"<br /><br />그녀가 등 두드려주며 손수건을 건냈다. 보통은 그 반대가 정상 아닐까 싶은데. 난 손수건을 받아들고선 <br />입을 슥 닦았다. <br /></p><p>"미안, 이건 내가 빨아다 줄께"<br />"아니야 괜찮아"<br />"아냐, 정말 빨아다줄게"<br /><br />겨우 한숨 돌린 난 다시 그녀와 함께 걸었다. 꼴 사납게 되었구나 싶어서 조금 풀이 죽었다. 차라리 그냥 <br />적당히 마시고 헤어졌으면 다음을 기약하기도 하련만. 우리는 말이 없어졌다. 그때였다.<br /></p><p>"속 많이 안 좋을텐데, 어차피 집에 가봐야 너도 자취한다며. 아침에 국 끓여줄 사람도 없을텐데 내가 <br />북어국 끓여줄게 먹고 갈래?"<br /><br />진짜로 요 몇 달간 들은 말 중에 제일 기쁜 말이었다. <br /><br /><br /><br />그녀의 원룸은 아기자기하면서도 꽤 컸다. 말이 1.5룸이지 내 원룸의 거의 두 배는 되어 보였다. 거기에다 <br />복층이기까지 해서 정말 넓어보였다.<br /></p><p>"방 좋다"<br />"그러면 뭐해, 맨날 와서 잠만 자고 가는데"<br /><br />여자 방에서는 그저 마냥 향긋한 냄새만 날 줄 알았는데 꼭 그렇지는 않았다. 아 물론 향기와 냄새 둘 중<br />에서라면 당연히 향기 쪽에 가깝지만, 책상 의자에 아무렇게나 걸어놓은 티셔츠나 현관 구석 쓰레기 봉투 <br />등에서 솔솔 올라오는 쿰쿰한 냄새 역시 없지는 않았다. <br /><br />다행히 침대 쪽에서는 향기만 가득했지만. 그 바로 옆의 화장대 덕분일까. <br /></p><p>"맨날 화장도 안 하고 이렇게 살아. 그래서 그런지 오히려 화장품 같은 것에 더 관심이 가. 쓰지도 않는 <br />화장품만 모아제낀다니까"<br /><br /></p><p>그러고보니 내 전 여친의 화장품들에 비해 그 종류와 양이 훨씬 풍성해보였다. 근데 그렇다면 이런 것도 <br />그렇고, 생활비는 다 어떻게 충당하는 것일까.<br /><br />"생활비는 집에서 보태주시는거야?"<br /><br />다희는 조금 쓸쓸한 표정을 지었지만 고개를 끄덕였다.<br /><br />"응, 가끔 소장님이 차비라도 하라고 얼마씩 주시긴 하는데, 많이 모자라거든. 당장 협회 꾸려갈 돈도 <br />없는데. 그래서 집에 손을 벌려"<br /></p><p>조금 있는 집 자식인가. 하기사 이런 방이면 월세만 해도 만만치 않을텐데. </p><p>&nbsp;</p><p><br /><br />"미안, 여자 혼자 사는 집이라. 이거라도 입을래?"<br /><br />샤워를 마치고 나온 나에게 그녀는 수면바지와 자신의 하늘색 후드티를 내밀었다. 난 그냥 다시 원래 <br />입었던 옷을 입을까 했지만, 수면바지를 손에 든 채로 기대에 찬 표정의 그녀를 보며 그렇게 해주기로 <br />했다.<br /><br />역시나 내가 그 옷들을 입고 나오자 빵 터져서 바닥을 뒹구는 그녀. 민망하긴 해도, 그녀가 저렇게 웃는 <br />모습을 보니까 썩 나쁘지 않았다. <br /><br />다희는 내가 샤워하는 동안 물을 올려놓고 정말로 북어국을 끓이고 있었다.<br /></p><p>"자기 전에 조금 먹고 자. 아침에 먹는 거랑은 또 달라. 그럼 물 넘치면 불 끄고, 나 씻고 나올께"<br /><br />그녀의 왠지 들뜬 표정을 보자 나까지 기분이 좋아졌다. </p><p><br /><br /><br />다희는 생각보다 꽤 거침없는 여자였다. 하기사, 내성적이고 소극적이기만 한 여자라면 그렇게 작은 시민<br />단체에서 목에 핏대 올려가며 큰 소리로 소리칠 수도, 모두가 외면하는 가운데 간절히 서명을 호소할 수도 <br />없겠겠지. 애시당초 유학파에 안정이 보장된 길을 버리고 이런 일을 하고 있지도 않을테고, 무엇보다 처음 <br />만난, 뭐 하나 그리 썩 대단할 것도 없는 나를 집으로 끌어들이지도 않았을테고.<br /><br />그런 만큼이나 침대에서도 꽤나 적극적이고, 내가 기존에 만났던 그 어느 여자보다 더 열정적이었다. 아까 <br />낮에 본 싹싹하고 다정한 그 모습과, 나의 그것을 입으로 열심히 서비스 해주는 그 모습이 대비되어 굉장히 <br />자극적이었다. <br /><br />잘 맞는다고 해야하나. 그녀도 나도 아주 좋았다. 정말 좋았다.<br /><br /></p><p>&nbsp;</p><p>"사실 많이 외로웠어. 제 발로 우리 협회 찾아온 사람도 거의 없고, 있어봐야 관계자들 아니면 정말 또라이 <br />같은 사람이 대부분이니까"<br /><br />뜻밖에 다희는 자신도 거의 한계에 와 있다고 털어놓았다. 꽤 열린 분들이라 처음에는 시민 단체활동을 <br />하는 것에 긍정적이던 부모님들도 이제는 슬슬 접으라고 압박을 주고 있었고, 별 다른 성과도미래도 없어<br />보이는 이 활동에 한계를 느낀다고 했다.<br /><br />"사실 성과가 아주 없는 건 아니지만"<br /><br />작년 즈음해서 중국과 북한 관계가 다소 냉각된 이유도 있고, 국제사회의 압박도 있고 해서 탈북자 북송 <br />문제에 대해서 중국도 조금 전향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다고 했다. 꾸준한 활동 덕분에 종종 언론에서도 <br />다뤄지고 해서, 가끔 정치계 인사나 유명 정치 평론가, 논객들도 사무실에 들르곤 한다고.<br /><br />"그렇게 신문에서나 볼법한 사람들 보는 재미로 겨우 지금까지 해오기도 한 거고"<br /><br />하지만 그래봐야 자신이 정말 이쪽 일을 앞으로 평생 해나아갈 것인가 라고 스스로에게 물어보면 딱히 <br />그렇지도 않은데다, 현실이 현실인 만큼 걱정도 되고 그렇다고 속마음을 털어놓았다.<br /><br />무어라 답해야 좋을지 잠깐 고민했지만, 그 어떤 대답을 한다고 해봐야 그녀에게 도움이 되지 않을 것 <br />같아서 난 그저 그녀를 슥 품에 끌어안고 등을 쓸어내렸다. 머리를 쓰다듬어주고. <br /></p><p>그게 내가 그녀에게 해줄 수 있는 전부였다.<br /><br /><br /><br />"취재는 그럼 다 한거야?"<br /><br />다음 날, 느즈막히 일어난 우리는 마치 오래된 연인이라도 된 마냥 함께 씻고, 욕실에서 한번 더 관계를가<br />졌다. 그리고 같이 집을 나서, 까페에서 베이글에 커피를 마시며 아침 겸 점심을 때웠다.<br /></p><p>다희의 질문에 잠시 망설이다 난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신문부라고 한 것도 뻥이고, 사실 그저 교양 과목<br />레포트 때문에 조사차 나온 것 뿐이라고. <br /></p><p>하지만 의외로 다희는 쿨하게 "그랬구나" 하고 어깨를 으쓱할 따름이었다.<br /><br />"그게 전부야?"<br />"그럼, 화라도 내길 바랬어?"<br />"그건 아니지만…혹시 알고 있었어?"<br /><br />그녀는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br /><br />"아니. 그냥 기자답지 않다고는 생각했지. 보통 학생 기자들이 더 하거든. 자기가 정말 무슨 베테랑 기자<br />라도 된 줄 아는 애들이 많아서. 나도 예전에 그랬고.&nbsp;넌 그게 전혀 없어서 더 좋았어"<br />"그랬구나"<br />"그리고…"<br /><br />다희는 그때, 시위에 나갔을 때 함께 피켓을 들어준 내가 너무 고마웠다고 했다. <br /><br />"정말, 고마웠어"<br /><br />마치 이제는 더이상 못 볼 사람을 두고 하는 말 같아서 괜히 마음이 아파진 나는 그녀에게 나도 당장은<br />좀 어려울지 몰라도, 방학 시즌이 되면 그때는 꼭 다시 참여하겠다며 약속했다. 딱히 내 말을 그리 믿는 <br />눈치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그런 말이라도 고맙다며 인사하고 우리는 자리에서 일어났다.<br /><br /><br /><br />하지만 아쉽게도 곧 나는 소개팅으로 다른 여자친구가 생겼고, 시험과 과제에 치여 다희와의 약속 역시 <br />까맣게 잊고 말았다.<br /><br />그리고 방학이 끝나갈 무렵 어느 날, 여자친구와 크게 싸운 날 집으로 일찍 돌아와 9시 뉴스를 보다가<br />국회에서 대북 인권 결의안이 부결되었다는 소식에 문득 그 날의 기억이 떠올라 다음 날 바로 사무실로 <br />뛰어갔지만-<br /></p><p>김 소장님은 건강 문제로 당분간 자택에서 쉬기로 하셨고, 다희 역시 이미 관둔지 꽤 됐다고 했다. 연락<br />처를 받아서 전화를 해보았지만 그녀의 전화는 없는 번호라고 나올 따름이었다.<br /><br />그렇게 나의 처음이자 마지막 시민단체 활동은 시작도 못 해보하고 끝나버렸다. 또 다희와의 인연은그 <br />날 그렇게 생각했던 것처럼 '그 날 밖에 없었던' 것으로 허무하게 종결되었고 남은 것이라고는 그녀의 <br />손수건 뿐이지만, 그로부터 몇 년이 지난 지금도 탈북자 관련 뉴스를 보다보면 종종 그녀가 생각난다.&nbsp; <br /></p><p>이제는 얼굴도 기억나지 않는, 그 당차고 싹싹하며 매력 넘치던 그녀가 말이다. <br /></p>			 ]]> 
		</description>
		<category>소설</category>

		<comments>http://stylebox.egloos.com/2089274#comments</comments>
		<pubDate>Wed, 24 Apr 2013 02:49:00 GMT</pubDate>
		<dc:creator>stylebox</dc:creator>
	</item>
	<item>
		<title><![CDATA[ 요즘 이글루스 글쓰기가 아주 이상해진 것 같은데 ]]> </title>
		<link>http://stylebox.egloos.com/2089486</link>
		<guid>http://stylebox.egloos.com/2089486</guid>
		<description>
			<![CDATA[ 
  에디터 입력으로 글을 다 써서 올리면 엔터가 하나도 입력이 안 되어서 글이 다 다닥다닥 붙어서 나온다던가, 그래서 다시 일일히 엔터 쳐가면서&nbsp;줄 바꿔놓아도 그게 하나도 적용이 안되거나 혹은 막&nbsp;서너줄이 띄어쓰기 된다던가, 그래서 겨우 치솟는 분노를 참고 텍스트 파일에 백업해놓은 글을 붙여넣기 하면 또 이번에는 어떤 줄은 엔터가 입력되었고 어떤 줄은 안 되는 등…아주 개좆병신이 된 거 같은데…&nbsp;&nbsp;아니 씨팔 그냥 서버 이전만 곱게 쳐하면 될 것을 도대체 뭘 어떻게 쳐만졌길래&nbsp;한동안 엄한 긴 글 쓰기버튼이&nbsp;뜬금없이 활성화 되지 않나,&nbsp;아니면 이렇게 글쓰기 기능을 좆병신을 만들어놨는지&nbsp;아주 글을&nbsp;쓸 수가 없게 만들어 놨네. 병신같다 병신같다 했지만 이 정도로 병신처럼 운영할 거 같으면&nbsp;이전을 고민해 볼 수준인 거 같은데 진짜 좀 똑바로 했으면 좋겠다.&nbsp;&nbsp;기껏 다 쓴 글 계속 수정하다가 지쳐서 포기하고 항의글 올리는 것이니 좀 똑바로 처리해줬으면 좋겠다 씨발루스야. 			 ]]> 
		</description>

		<comments>http://stylebox.egloos.com/2089486#comments</comments>
		<pubDate>Wed, 24 Apr 2013 00:52:07 GMT</pubDate>
		<dc:creator>stylebox</dc:creator>
	</item>
	<item>
		<title><![CDATA[ 푸른 창  ]]> </title>
		<link>http://stylebox.egloos.com/2088495</link>
		<guid>http://stylebox.egloos.com/2088495</guid>
		<description>
			<![CDATA[ 
  남편 출근하고 아들 학교 보내고 고요한 방 안, 저어기 큰 길가 차 소리가 샷시와 커튼을 뚫고 희미하게 <br />
들려올 적, 어느새 귓 가에는 시계소리마저 들려오고 그 적적함이 너무 싫어 혼자 무릎을 웅크리고 앉아 <br />
아침 드라마 보다가 아무 이유도 없이 한참 눈물 적시며 울다가 겨우 무릎 세워 일어난 다음 거실의 PC <br />
앞에 앉아 첫 사랑에게 일기쓰듯 닿지 않는 이메일 보내는 것이 소일거리인 그녀.<br />
<br />
남편 졸라서 산 커피 메이커로 커피 내려마시고 식탁에 얼굴 묻은 채 '난 왜 사는걸까' 고민하다 또 지금쯤<br />
회사에 도착했을 남편한테 [ 사랑한다고 말해줘 ] 문자 보내지만 돌아오지 않는 답장에 다시 우울해하다가 <br />
싱크대 옆에서 키우는 강낭콩 화분에 물 주며 그저 잔잔히 슬픔을 달래는 그녀.<br />
<br />
방 청소를 위해 청소기를 거실에서 가져오다가 침대에 엎드려 베개에 남아있는 남편 향기 맡으며 자기도 <br />
모르게 눈물이 또르르 흐르는데 참아야지, 생각하는 순간 폭포수처럼 터지는 울음. 한참 그리 울다가 겨우 <br />
눈물 그치고 친정에 전화하지만 엄마는 받지 않고…<br />
<br />
문득 생각이 나, 혼자 거울 앞에 서서 사놓고 딱 두 번 입어본 섹시한 란제리 입어보다 벗고 한숨 쉬며 요즘 <br />
탈수 과정에 유독 심하게 털털대는 세탁기 A/S 전화를 거는 그녀.<br />
<br />
방 청소를 마치고 간만에 마트에 쇼핑하러 다녀오는 길에 동네 서점에서 간만에 처녀 시절 미용실에서 자주 <br />
보던 여성잡지를 한 권 사서 집에 와 펴보는데… 공감가는 내용도 하나 없고 난 도대체 왜 이러고 사나 하는 <br />
생각에 아득한 짜증과 무기력감이 전신을 휘감고…<br />
<br />
한숨 내쉬며 다시 TV를 켜는데 어느새 12시 45분, 생각해보니 빨래 돌려놓고 다 돌아간 줄도 모르고 있었다 <br />
싶은데 그보다 배가 고파 밥을 먹긴 먹어야 되는데 만사 귀찮다…그래도 학교 마치고 돌아올 아들 생각에 밥 <br />
지어여지, 하고 힘없이 일어나노라니 저혈압에 핑 하고 어지러움증이 느껴지고 속도 더부룩하니 오만 일을 <br />
다 하기가 싫어지는 그녀. <br />
<br />
우편함에서 가져온 공과금 용지들과 카드고지서. 공과금 그냥 자동이체 시키면 편한데 전화를 해야지, 해야지 <br />
하고 안 한게 벌써 2년째. 카드 고지서 죽 읽어보면 한숨이 죽 나오고, 도대체 뭐 크게 쓴 것도 없는데 달달이 <br />
이렇게 많이 쓰니까 난 정말 살림 솜씨빵점인가 생각도 들고…<br />
<br />
눈에 들어오는 가스 밸브. 귓가에 어른거리는 남편 잔소리에 어휴, 한숨 쉬며 일어나 다시 밸브를 잠그는데 <br />
잠그고보니 또 싱크대 이곳저곳의 더러운 자국들. 묵묵히 지우노라니 꼭 내 삶이, 내 인생이 이렇게 어딘가에 <br />
묻은 얼룩 같은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에 한없이 작아짐을 느끼는 그녀.<br />
<br />
결혼 전후해 다 멀어진 통에 친구라고 할 만한 애들도 없고, 동네 아줌마들은 너무 아줌마스러운데다 남편도 <br />
언제부터인가 예전같지 않고, 이 우울하고 답답함에 그저 침대에 멍하니 드러누워 천장만 바라보고 싶지만 이 <br />
와중에도 다시 빨리 빨래 널리 않으면 쉰 내 나겠다 하는 생각에 너무너무 짜증나는 몸을 일으키고…<br />
<br />
이 모든 짜증과 우울함, 아무에게도 털어놓지 못하고 말해도 이해하지 못하며 답답한 삶의 쳇 바퀴에…그저 <br />
살짝 열린 창 틈 사이 구름 한점 없이 보이는 푸른 하늘에 한 마리 새가 되어 훨훨날고만 싶은 것은 내가 외로<br />
운 탓일까 봄이 온 탓일까. <br />
<br />			 ]]> 
		</description>
		<category>망상</category>

		<comments>http://stylebox.egloos.com/2088495#comments</comments>
		<pubDate>Thu, 18 Apr 2013 10:34:47 GMT</pubDate>
		<dc:creator>stylebox</dc:creator>
	</item>
</channel>
</rss>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