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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베레시트의 미세먼지 측정기</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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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escription>Dust : 어디에나 있지만 별 쓸모는 없습니다.</descrip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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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ubDate>Thu, 03 Jul 2008 11:18:53 GMT</pubDa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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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베레시트의 미세먼지 측정기</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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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escription>Dust : 어디에나 있지만 별 쓸모는 없습니다.</descrip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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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CDATA[ 비 때문에 쌀독을 옮겨 놓았습니다. ]]> </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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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DATA[ 
  마침 세탁기 근처에 빈 공간이 있기에 그 곳에다가 쌀독을 놓아두었습니다.<br>세제 바로 옆이요.<br><br>비도 들이치지 않고, 공간도 한층 덜 잡아먹더라고요.<br>때문에 저는 모처럼 안온한 식생활을 즐기고 있었습니다.<br><br>문제는 가끔 인간의 몸이 뇌의 명령을 거부하고 제멋대로 움직인다는 겁니다.<br>무의식이란 무서워요.<br><br>빨랫감이&nbsp;가득 쌓인 어느 오후, 빨래나 해볼까. 하고 <br>세탁기에 빨랫감을 넣고, 물을 틀고, 자연스럽게...<br><br><br><strong><span style="FONT-SIZE: 210%; COLOR: #ff6666"><br><br><br><br>쌀을 한바가지 퍼서 세탁기에</span></strong><br><br><br><br><br><br><br>넣었습니다.<br><br>세제 바로 옆에 쌀독을 놓아두는게 아니었어........OTL<br>세제인줄 알고 그만...<br><br>부으면서 오만가지 잡생각이 다 들더라고요. 어흐흑. ㅠㅠ<br><br><br><br><br><br><br><br><br><br><br><br><br><br>P.S :&nbsp;&nbsp;그때 빨래한 옷을 꺼내어 입으면 주머니에서 쌀이 몇 톨씩&nbsp;나와요. <br/><br/>tag : <a href="/tag/쌀" rel="tag">쌀</a>,&nbsp;<a href="/tag/비" rel="tag">비</a>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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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ategory>쌀</category>
		<category>비</category>

		<comments>http://qpfptlxm.egloos.com/1838474#comments</comments>
		<pubDate>Thu, 03 Jul 2008 11:15:48 GMT</pubDate>
		<dc:creator>베레시트</dc:creat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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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CDATA[ 비가 옵니다. ]]> </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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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DATA[ 
  비가 오면 특별히 생각나는 것들이 있어요.<br><br>막걸리라던가, 파전.<br><br>허름하고 낡은 가게의 의자에 앉아 우수에 젖은 눈으로 창 밖을 바라보며 막걸리 한사발 들이키고 세상을 씹는 전통적인 방식을 사랑한답니다.<br>물론 앞에 사람이 있으면 더 좋아요. 함께 우스갯소리를 나누다보면 시름이 다 잊혀지는 기분이 들지요.<br><br>하지만 그것보다 먼저 떠오르는 것이 있으니, 이름하여...<br><br><span style="FONT-SIZE: 210%; COLOR: #ff0000"><strong><br><br>쌀!<br></strong></span><br><br><br>저는 원룸에서 강아지 한 마리와 살고 있는데요, 이 좁아터진 원룸에도 창문은 있어 그 곳으로 비가 들이칩니다.<br>그럴 때마다 구석에 놓아둔 쌀독에 비가 스며들어요. <br>며칠 전에 발견한 안타까운 문제점이지요.<br><br>창문을 닫으면 덥고 해서, 비가 오면 일단은 뭘로 덮어둡니다.<br>실수로라도 덮는 걸 잊으면 쌀이...내 쌀이...<br><br>쌀, 내 쌀...!<br><br>덕택에, 며칠 전부터 비만 보면 쌀 걱정부터 합니다.<br>...사실, 당장 어제만 해도&nbsp;덮어두는 걸&nbsp;까먹었지만요.<br><br><br><br><br><br>말려서 잘 씻은 후 어떻게든 먹어야지...<br><br><br/><br/>tag : <a href="/tag/쌀" rel="tag">쌀</a>,&nbsp;<a href="/tag/비" rel="tag">비</a>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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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ategory>먼지같은 일상사</category>
		<category>쌀</category>
		<category>비</category>

		<comments>http://qpfptlxm.egloos.com/1796078#comments</comments>
		<pubDate>Wed, 18 Jun 2008 01:06:31 GMT</pubDate>
		<dc:creator>베레시트</dc:creat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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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CDATA[ 5가지 문답 ]]> </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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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DATA[ 
  <p><a title="" href="http://mynihilism.egloos.com/4429019">받아온 5가지 문답</a><br><br><strong>1. 가장 좋아하는 음식 5가지</strong></p><p><br>- 남의 돈으로 먹는 술: 공짜 술처럼 맛있는 건 없다.<br>- 남의 돈으로 먹는 고기: 고기, 고기 먹고 싶어...<br>- 남의 돈으로 먹는 안주: 파전, 찌개, 하다못해 쥐포라도...<br>- 남의 돈으로 먹는 밥: 외식은 남의 돈으로.<br>- 남의 돈으로 먹는 음료수: 굳이 술이 아니어도!</p><p>&nbsp;</p><p><strong>2. 가장 싫어하는 음식 5가지</strong></p><p><br>- 내 돈으로 먹는 술: 술이 역류할지도 몰라.<br>- 내 돈으로 먹는 고기: 안 먹어!<br>- 내 돈으로 먹는 안주: 내 돈이라면 안주는 금(金)을 갈아먹는 것과 이음동의어.<br>- 내 돈으로 먹는 밥: 집에서 해먹자.<br>- 내 돈으로 먹는 음료수: 물이면 충분해.</p><p>&nbsp;</p><p><br><strong>3. 가장 즐겨듣는 노래 5가지</strong></p><p><br>- The Beatles: 비틀즈 노래에는 인생의 희노애락이 다 들어있다고 하지요.<br>- Simon &amp; Garfunkel: 천상의 화음.<br>- John Denver: 감동적입니다.<br>- 김광석: 그가 부활할 수만 있다면...!<br>- 원더걸스: .............So Hot!</p><p><br>&nbsp;</p><p><strong>4. 가장 재미있게 본 영화 5가지</strong></p><p><br>- 버스터 키튼의 영화들: 뭐든지 넘버 원! <br>- 살인의 추억: 아직 그 감동을 잊지 못했습니다.<br>- 아무도 모른다: 보고 나서가 더욱 기억에 남는 영화.<br>- 커피와 담배: ...된장필 추가.<br>- 미이케 다케시: 이쯤 되면 아스트랄?</p><p>&nbsp;</p><p><br><strong>5. 가장 좋아하는 만화 5가지</strong></p><p><br>- 몬스터: 우라사와 나오키는 그 자체로 영화 콘티.<br>- 20세기 소년: 조금 길지만, 그래도 그 자체로 영화 콘티.<br>- 멋지다 마사루!: 잊을 수가 있나, 이건...<br>- 노다메 칸타빌레: 개그 센스!<br>- 아기와 나: '-';;;</p><p><br><strong>7. 절대 오지 말았으면 하는 상황 5가지</strong></p><p><br>- 마감.<br>- 마감.<br>- 마감.<br>- 마감.<br>- 마감.</p><p><br><strong>8. 꼭 사고 싶은 책 5가지</strong></p><p><br>- 막스 티볼리의 고백: 언젠가 떠올렸던 아이디어와 흡사해서요.<br>- 빠져있는 박완서 책들: 박완서의 빠돌이가 되어가는 요즘, 필요하다!<br>- 빠져있는 이상문학상 시리즈: 복간되었다던데...<br>- 스티븐 킹 시리즈: 야-호-!<br>- 어슐러 르 귄: 여사님 책 사야 하는데.</p><p><br><strong>9. 꼭 가져가줬으면 하는 이웃 5명</strong></p><p><br>- 오늘 시작해서 누구라고 말하기도 민망합니다. <br>&nbsp;&nbsp; 저도 그냥 받아서 해본 것일 뿐이니. <br>&nbsp;&nbsp; 이건 스킵합니다.</p><p><br>--------------------------------------------------------<br>물론 농담이 좀 섞였습니다. '-';</p><p><br>&nbsp;</p><br/><br/>tag : <a href="/tag/문답" rel="tag">문답</a>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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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ategory>먼지같은 일상사</category>
		<category>문답</category>

		<comments>http://qpfptlxm.egloos.com/1794212#comments</comments>
		<pubDate>Tue, 17 Jun 2008 09:05:43 GMT</pubDate>
		<dc:creator>베레시트</dc:creat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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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CDATA[ 시간이 정지한 곳 ]]> </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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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DATA[ 
  <p>예전에 판타지 갤러리에 올렸던 글입니다.</p><br /><br /><p>[시간이 정지한 곳]<br><br>&lt;1&gt;</p><p><br>“시간은 똑같이 흐르지 않아.”</p><p><br>에지는 맥주 안주로 나온 싸구려 나초를 베어 먹으며 중얼거렸다. 나초에 묻어있는 치즈 가루가 입에 묻자 그는 검지를 들어 입술을 톡톡 두드렸다.</p><p><br>“그러니까- 누구에게나 시간은 다르게 흐른다는 소리지.”<br>“네, 네. 그렇겠죠.”</p><p><br>나는 에지의 말을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며 나초 부스러기를 쓸어 버렸다. 에지는 자신이 감명 깊게 느낀 것들에 대해 열성적으로 설교하는 취미를 가지고 있는데, 그럴 때마다 그를 무시하곤 했었다.</p><p><br>“너무 건성으로 대답하는군. 나는 내 말에 대한 자네의 생각이 듣고 싶은 것일세.”</p><p><br>불만스러운 얼굴로 에지가 중얼거렸다. 나는 억지로라도 대답해줘야 한다는 부담감을 느끼기 시작했다.</p><p><br>“내 생각을 묻는다면-”<br>“묻는다면?”<br>“말도 안 된다고 생각해요.”</p><p><br>나는 아무렇게나 대답하고는 맥주를 들이켰다. 부드럽지만 톡 쏘는 맛에 절로 탄성이 나왔다. 에지는 뭐가 그렇게 마음에 안 드는지 미간을 좁히며 내 어깨를 두드렸다.</p><p><br>“아니, 말이 돼. 자네의 시간과 내 시간은 엄연히 다르다고. 미하엘 엔데의 &lt;모모&gt;도 안 읽어봤나.”<br>“읽어는 봤지만, 에제키엘. 우리는 물리학도라고요. 그런 형이상학적인 말에 신경 쓸 겨를이 없어요.”<br>“있지. 충분히 신경 쓸 겨를이 있다네.”</p><p><br>에지-에제키엘의 예칭이다-는 자신의 말이 맞다는 듯 몇 번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리고는 담배를 꺼내어 입에 물고 불을 붙이고는 깊게 빨아들였다.<br>나는 고집스레 중얼거렸다.</p><p><br>“없어요.”<br>“있어.”<br>“없다니까요.”</p><p><br>내 망할 교수, 에지는 담배를 깊게 빨아들이고는 하얀 연기를 내뿜었다.</p><p><br>“...후우.”</p><p><br>에지가 담뱃재를 떨며 나를 바라보는 것이 느껴졌다. 하지만 나는 그 시선을 무시하기로 결정했다. 여기서 휘말리면 또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 망할 교수의 장난기는 알아주어야 하니까.</p><p><br>“좋아. 못 믿겠다면 내기를 하지. 자네, 벨리스트 가 21번지의 오래된 집을 아나?”<br>“아, 유령의 집이요?”<br>“그래, 유령의 집.”</p><p><br>벨리스트 가 21번지라면 잘 알고 있다. 도시괴담 같은 이야기지만, 그 집은 본래 평화로운 네 가족이 사는 집이었다고 한다. 인자한 아버지, 현숙한 어머니, 말괄량이 딸과 야구를 좋아하던 어떤 소년이 사는 집. 가끔 서로 할퀴기도 했지만 그럭저럭 행복한 일상을 영위하던 어느 날, -비 오는 날이었다.- 살인마가 그 집을 방문했다. 그리고 행복은 갈기갈기 찢어지고 말았다.</p><p><br>“그 집이라면 싫은데.”<br>“가 봐. 그럼 내 말을 알게 될 테니까.”<br>“거기는 유...”<br><br>‘유령이 있다고요.’ 라고 말하려던 나는 입을 다물었다. 하마터면 잊을 뻔 했는데, 나는 물리학도다.</p><p><br>“빌어먹을.”</p><p><br>빌어먹을 물리학도. 눈에 보이는 것만 믿는 망할 족속. 그들은 사랑도 믿지 않고 미하엘 엔데의 &lt;모모&gt;도 믿지 않는다. 신이나 유령은 더더욱 그렇다. <br>그리고 물리학도 중에서도, 에제키엘 교수에게 강습 받은 사람들은 대개 그 경우가 심한 법이다.</p><p><br>“계속해봐. 유 다음이 뭔가?”<br>“유...유지비가...”<br>“하핫.”</p><p><br>내 말도 안 되는 변명을 알아차린 듯 에지가 웃어보였다. 그는 재떨이에 담배를 비벼 끄고는 몸을 일으켰다.</p><p><br>“그래, 거기에 가서 사진을 찍어와. 그러면 네 양자역학론에 A+를 주지.”<br>“그런 게 어디 있어요!”<br>“여기 있어. 자네는 잊은 모양이지만, 나는 자네 교수라네.”</p><p><br>그는 어깨를 으쓱했다.</p><p><br>“그렇지만...”</p><p><br>나는 무어라고 항의를 하고 싶었다. 양자역학과 유령이 나온다는 집은 하등의 상관이 없다. 물론 미하엘 엔데의 &lt;모모&gt;와도.<br>하지만 더 말할 새도 없이, 에지는 3달러 23센트 -정확한 더치 페이다-를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는 펍을 나가버렸다.</p><p><br>“망할 놈.”</p><p><br>나는 짧게 중얼거렸다.</p><p><br><br><br>&lt;2&gt;</p><p>&nbsp;</p><p>내가 에지를 만난 게 언제더라? 나는 갑자기 참을 수 없는 궁금증을 느꼈다. 황급히 화장실로 달려가는 설사병 환자처럼 나는 머리를 부여잡고 맹렬히 머리를 굴렸다.<br>생각해보면 그를 만난 건 어린 시절 같다. 아니, 어린 시절이라기보다 소년기일 것이다. 그때 즈음에 자신은 에지에게 맡겨졌고 에지는 그런 자신에게 물리학 개론을 던져주었다.<br>그를 만나고서야 제대로 살아 보겠다 마음을 먹었던 것 같다. 그리고 그럭저럭 그대로 되었다. 제대로 산다기보다 제대로 망가져가는 느낌이 들곤 하지만 대체적으로는 그에게 만족하는 편이다. 이런 이상한 숙제를 내줄 때는 제외하고.<br>나는 벨리스트 가 21번지 앞에 서 있었다.</p><p>끼익-<br>낡고 녹슨 경첩이 불쾌한 삐걱거림을 자아냈다. 사람이 오지 않는 곳이니 관리가 제대로 됐을 턱이 없지. 하지만 그 소리는 꼭 귀신의 울음소리처럼 들렸다. 두려움 때문일까? 나는 혼잣말을 주워섬겼다.</p><p><br>“여, 여기서 뭘 보라는 거야...”</p><p><br>어쩌면 에지 교수는 유령을 보라는 걸지도 모른다. 하지만 조금만 더 생각해보면 유령 때문에 자신을 이리로 보내지는 않았으리라는 걸 짐작할 수 있다. 그는 미하엘 엔데의 &lt;모모&gt;이야기를 했었고, 시간은 다르게 흐른다는 이야기를 했었다.</p><p><br>“그러니까...”</p><p><br>나는 자신이 무슨 말을 하는지도 모른 채 몇 마디를 읊조렸다. 응접실에 놓여있는 소파가 눈에 들어왔다. 1980년대 유행하던 엔티크 스타일의 소파였다. 소파 위에는 먼지가 가득 쌓여있었다. 나는 불만 가득한 얼굴을 한 채 소파 앞으로 걸어갔다.</p><p><br>“더럽잖아.” </p><p><br>나는 검지로 소파 위를 훔쳤다. 소파 위에 쌓여있던 먼지가 손에 묻어났다. 나는 고개를 저었다. 망할 교수 때문에 이게 무슨 고생인지... 나는 걸음을 옮겨 이층으로 향했다.<br>이층에는 한때 어린 소년이 사용했을만한 방이 위치해있었다. 낡은 야구공과 배트, 그리고 조그만 침대. 침대 위에는 뉴욕 양키즈의 투수들의 포스터가 붙어 있었고, 포스터 위에는 그들의 것이리라 짐작되는 싸인이 그려져 있었다.<br>이 집에 살고 있던 소년은 야구를 좋아했었다고 한다. 대부분의 소문과는 다르게 그것은 매우 정확한 정보인 것 같다. 84년도의 양키즈부터 91년도의 양키즈까지, 그 모든 기록이 여기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많은 것들이 있었다. </p><p><br>“좋아. 엘릭의 싸인볼이로군.”</p><p><br>나는 여전히 먼지가 쌓여있는 자그마한 방을 둘러보았다. 엘릭의 싸인볼이나, 폴리 카트슨의 글러브 같은 귀중한 것들이 있긴 했지만, 그것 외에는 볼 것이 없다. 오직 옛 모습 그대로의 모습인 집과 그 위에 가득 쌓인 먼지만이 보일 뿐이었다.</p><p><br>“여기서 나가겠어.”</p><p><br>더 이상 있어봤자 볼 것이 없으므로, 나는 그만 돌아가 에지의 멱살이라도 잡고 화풀이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대로 실행하기 위해 몸을 돌렸다.<br>그때였다.</p><p><br>“여긴 내 방이야.”</p><p><br>침대 위에 앉은 작은 소년이 고집스럽게 입술을 앙 다문 모습으로 자신에게 말했다. 하나님께 맹세코, 조금 전까지 침대 위에는 아무도 없었다.<br>나는 눈을 까뒤집으며 기절했다.</p><p><br><br><br>&lt;3&gt;</p><p>&nbsp;</p><p>잘은 모르겠지만, 내가 눈을 뜨기까지는 제법 오랜 시간이 걸렸던 것 같다. 맑았던 -어둡고 스모그가 끼어있긴 했지만- 밤하늘에 어느새 먹구름이 끼어있었으니까.<br>우울한 하늘 아래에서는 한 두 방울씩 비가 떨어지고 있었다.<br>기묘하게 쓸쓸한 밤이었지만 거기에 신경 쓸 겨를은 없었다. 눈을 뜨기가 무섭게 침대에 앉아있던 소년이 말을 꺼냈기 때문이었다.</p><p><br>“캐치볼 할래?”<br>“너, 너는...”<br>“캐치볼 싫어? 그럼, 스플릿 볼 할까?”</p><p><br>두려움에 가득 찬 눈을 한 나를 보며 소년은 고개를 갸웃했다. 그는 입술을 오물거리며 수줍게 나를 올려다보았다.</p><p><br>“그, 그럼 엘릭의 싸인 볼을 줄까?”<br>“아니, 나는...”</p><p><br>유령처럼 투명하지도 않고, 다리도 멀쩡히 붙어있는 소년을 보며 나는 고개를 저었다. 유령과 캐치볼이라. 재미있을 것 같기는 하지만 담력이 없는 내게는 무리다.<br>일단 유령의 분노를 끌어내지 않기 위해 나는 조심스럽게 말했다.</p><p><br>“나는 늦어서 이만 가봐야...”<br>“가지 마.”</p><p><br>제길, 심장이 튀어나올 것 같다. 어쩌면 유령에게 붙들린 채로 밤을 지새우게 될지도 모른다는 공포가 나를 휘감았다.</p><p><br>“가, 가봐야...”<br>“가지 마. 너처럼 재미있어 보이는 친구는 처음이란 말이야.”</p><p><br>소년은 고개를 저었다. 마치 울 것 같은 얼굴이었다. 공포감이 조금 희석되는 것을 느끼며 나는 입을 열었다.</p><p><br>“하지만 너는 유...”<br>“유령이지.”</p><p><br>소년은 고개를 끄덕였다. 다시 공포감이 밀려들었다. 그래, 아무리 귀엽고 순진해 보이는 소년이라지만 저 아이는 분명히 유령이다. 어쩌면 자신의 생명을 가져가겠다고 말할지도 모르는 유령.</p><p><br>“널 다치게 하지 않을게. 그저 조금만-”</p><p><br>손가락을 모아 뱅글뱅글 돌리며 소년은 수줍게 말했다.</p><p><br>“놀아줘.”</p><p><br>오랜 시간동안 외로웠을 것이 분명한 소년의 눈 때문일까? 아니면 그저 자신이 미쳤던 것뿐일까? 지금 생각해보면 어처구니가 없지만 그때는 그 눈을 피할 수가 없었다.<br>나는 고개를 끄덕였다.</p><p><br><br><br>&lt;4&gt;</p><p>&nbsp;</p><p>“너 되게 못한다.”</p><p><br>그래, 못한다. 나는 운동은 빵점이라고. 예전에는 야구를 좋아했었던 것 같기도 하지만, 지금은 아무 기억도 나지 않았다. 소년이 던진 공을 받는 것만도 벅찼으니까.<br>나는 내 머리 위로 날아가는 공을 잡기 위해 손을 내뻗었다.</p><p><br>“나, 나름대로는 열심히 하는 거야.”<br>“그래도 너무 못한다. 하나도 재미없어.”</p><p><br>불만 가득한 얼굴로 소년이 중얼거렸다. 나는 고개를 저으며 한숨을 내쉬었다. 새벽 2시에 유령과 캐치볼이라. 이런 경험을 해본 사람이 또 있을까.</p><p><br>“그래, 그러니까 보내주면 되잖아.”<br>“하지만 심심한걸. 얼른 던져.”</p><p><br>나는 부드럽게 손을 들어올렸다. 그리고 힘 있게 아래로 내렸다. 저주스럽게도 공은 소년을 비껴가 동화책이 가득 꽂혀 있는 책장에 가 박혔다.<br>소년은 한심하다는 얼굴로 나를 바라보고는 주섬주섬 공을 집어 들었다.</p><p><br>“있잖아, 나는 오래 전부터 여기 있었던 것 같아.”</p><p><br>공을 던지며 소년이 말했다. 지금은 2004년, 소년이 살해된 것은 아마도 1991년일 것이다. 13년간 이 집에서 홀로 있었을 테니, 짧지는 않은 셈이다.</p><p><br>“그래?”<br>“응, 심심했어. 집에 먼지가 쌓이는 것을 보는 것도 이제 지겨워.”<br>“...먼지가 많이 끼었더라. 시간이 그만큼 지났다는 거겠지.”</p><p><br>짧게 중얼거린 나는 야구공에 낀 먼지를 바라보며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소년은 대꾸도 없이 손짓을 했다. </p><p><br>“얼른 던져, 이 바보야.”</p><p><br>나는 소년의 타박을 받으며 공을 던졌다. 다행히 이번에는 제대로 공이 들어갔고, 소년은 모처럼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p><p><br>“잘 하네.”<br>“응.”</p><p><br>소년은 공을 던지며 다시 입을 열었다.</p><p><br>“어쨌든 나는 먼지가 싫어.” <br>“왜?”<br>“시간이 흐르는 게 느껴져서. 게다가, 먼지가 쌓인다는 건 아무도 관리하지 않았다는 증거야.”</p><p><br>나는 힘겹게 공을 받아냈다. 소년이 못한 것이 아니다. 공은 제대로 날아왔지만, 내 저주스러운 운동신경이 문제였다. 무사히 공을 받아낸 나는 소년에게로 그것을 던졌다. 소년이 무어라고 중얼거리는 것이 들려왔다.</p><p><br>“먼지는 외롭다는 뜻이라고.”</p><p><br>소년은 공을 받으며 말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p><p><br>“...그럴지도 모르지.”</p><p><br>잘 기억이 나지는 않았지만, 예전에 살던 집에도 먼지가 가득 끼어있었다. 그때 소년과 비슷한 생각을 했었던 것 같다. 시간이 지나지 않는다면 먼지는 쌓이지 않는다. 그리고 누가 곁에 있어도 -물론 그 누군가가 관리 개념이 분명하다는 전제 하에- 먼지는 쌓이지 않는다. 먼지는 변하지 않는 것에 뿌려진 시간의 파편이고, 외로움이 만들어내는 쓸쓸한 기다림이다.</p><p><br>“내가 청소해줄까?”<br>“아니.”</p><p><br>소년은 고개를 저었다. 다시 얼굴 가득히 우울함이 자리 잡았다.</p><p><br>“너는 이제 가야 돼. 벌써 삼십분이나 놀았는걸.”</p><p><br>말은 그렇게 했지만, 사실 대단히 짧은 시간이라고 느끼는 것이 분명했다. 소년은 거의 울먹거리고 있었다.</p><p><br>“이제 가. 늦으면 다시는 볼 수 없을 테니까.”</p><p><br>소년은 글러브와 공을 주워들며 말했다. 하지만 나는 발을 뗄 수가 없었다. 눈앞의 소년은 분명히 유령인데. 담이 작은 나는 상대하기도 싫은 유령인데 움직일 수가 없었다. 이대로 내버려 두어서는 안 될 것 같은, 그런 느낌.<br>혼란스러운 느낌 속에서 나는 눈을 감았다. 생각을 조금 더 정리하고 나자 마음이 차분해졌다. 왜인지 설명하라면 못하겠지만, 소년을 두고 떠나서는 안 될 것 같다.</p><p><br>“나는...”</p><p><br>하지만 다시 눈을 떴을 때에는 아무도 없었다.</p><p><br><br><br>&lt;5&gt;</p><p>&nbsp;</p><p>집으로 돌아왔을 때에는 어느새 해가 떠오르고 있었다. 멀찍이서 느껴지는 동을 바라보며 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에지의 장난이라고 하기엔 너무나 기묘한 경험을 겪었다.</p><p><br>“그러고 보니 사진을 안 찍었네...”</p><p><br>나는 손에 들린 야구공을 바라보며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소년은 사라졌지만, 캐치볼을 하던 엘릭의 싸인 볼은 남아있었다. 그것을 챙겨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들어 나는 그것을 쥐어들었다. <br>싸인 볼에는 먼지가 가득 끼어있었다.</p><p><br>“먼지...”</p><p><br>나는 먼지를 쓸어 만졌다. 그리고 문득, 어쩌면 에지의 말이 맞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때때로 시간은 다르게 흐른다. 미하엘 엔데는 시간을 낭비하지 말고 소중히 보내라는 의미로 &lt;모모&gt;를 썼겠지만, 내가 느낀 것은 달랐다.<br>누군가가 시간을 보내주지 않으면, 그 시간은 정지한다. 홀로 시간을 죽이고 있던 소년처럼, 아무도 관리하지 않아 먼지가 켜켜히 쌓인 집처럼.</p><p><br>“에지에게 선물할까.”</p><p><br>나는 엘릭의 싸인볼을 내려다보며 생각에 잠겼다. 아니, 이런 보물은 에지에게는 너무 과분하다. 아무래도 보물을 관리할 줄 아는 사람이 관리해야 할 것 같다.<br>나는 엘릭의 싸인볼을 침대에 던졌다. 침대에 떨어진 공을 보니 옛 기억이 떠올랐다. 아버지와 어머니, 누나가 사고를 당하기 전날 밤, 그러니까 에지를 만나기 전날 밤에 잃어버렸던 엘릭의 싸인볼이 떠오른 것이다.<br>폴리 카트슨의 글러브는 있는데 엘릭의 싸인볼을 잃어버려 많이 당황했었다.</p><p><br>“아...”</p><p><br>갑자기 소년의 얼굴이 떠올랐다. 80년대의 엔티크 스타일의 소파도, 그리고 싸인이 되어있는 야구 선수들의 포스터도 떠올랐다.</p><p><br>“그 녀석...”</p><p><br>데쟈부일까? 소년을 어디선가 본 적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 집도 어디서 본 것만 같다. 아니, 엘릭의 싸인볼이 있었다는 사실은 내가 어떻게 알았을까?<br>나는 내 자신에게 어린 시절이 없었다는 사실을 기억해내고는 당혹감에 젖었다. 여덟 살 이전의 기억은 자신에게는 없었다. 에지는 아버지와 어머니, 누나가 사고를 당한 충격 때문이라고 했다.<br>조그만 기억이 떠오르는 것을 느끼며, 나는 혼란스럽게 흔들리던 시선을 내렸다. </p><p><br>"아..."</p><p><br>나는 엘릭의 싸인볼을 내려다보았다. <br>생각해보면 어렸을 적, 누군가와 캐치볼을 한 기억이 있는 것도 같다. 　<br><br>-끝-</p><br/><br/>tag : <a href="/tag/단편" rel="tag">단편</a>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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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ategory>먼지같은 단편</categ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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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ubDate>Tue, 17 Jun 2008 04:27:21 GMT</pubDa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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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CDATA[ 이글루스를 만들다. ]]> </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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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DATA[ 
  사실,&nbsp;막상 만들어 놓고도&nbsp;왜&nbsp;만든 건지는 모르겠어요.<br>평생 블로그나 싸이월드 같은 건 해본 적이 없는데.<br><br>어느 날 갑자기 나도 이글루스나 해볼까, 하고 건드린다는 게 생각보다 재미있었던 모양인지<br>이글루스 이름도 만들어보고, 사진도 걸어보고, 스킨도 바꿔보고 이것저것 건드리게 되었습니다.<br><br>그래도 만들어놓고 보니까 그럴듯 하네요.<br>재미도 있고요.<br><br>이런 걸 어색해하는 성격인지라 포스팅을 자주 할지는 저도 모릅니다만<br>어쨌든 시작했으니 기회가 닿으면 요것저것 끄적여볼 요량입니다.<br><br>혹시라도 와 주실 분들께는 감사인사를 드립니다.<br><br>...와 주실 분이 계실지는 모르겠지만. '-';<br/><br/>tag : <a href="/tag/이글루스" rel="tag">이글루스</a>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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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ategory>먼지같은 일상사</category>
		<category>이글루스</categ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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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ubDate>Tue, 17 Jun 2008 01:46:01 GMT</pubDa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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