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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피나의 Pinakes</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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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escription>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descrip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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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ubDate>Tue, 27 Oct 2009 02:39:47 GMT</pubDa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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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CDATA[ 황제의 귀환 ]]> </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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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DATA[ 
  찬바람이 부는가 했더니 벌써 피겨 시즌이 돌아왔다. 올림픽을 앞두고 있는 시즌이라 그런지 더욱 두근거리고 기대되는 마음으로 한껏 부풀어 있는데, 무엇보다도 나를 가장 떨리게 하는 것은 바로 남자 싱글, 통칭 '짜르(국적이 러시아라서)'라고 불리던 제냐(예브게니 플루셴코)의 복귀다. 연아 덕에 피겨계로 입문했던지라 내가 피겨에 눈을 떴을 때 그는 이미 휴식기에 들어가 있었다. 덕분에 한창 활동하던 전성기때의 그를&nbsp;실제로 보지는 못했고, 동영상으로나마 뒤늦게 접하면서 그 아름다운 경기들에 감동하며 아쉬워하곤 했었다. 아, 그때 나는 왜 피겨를 몰랐을까, 그 당시의 제냐를 생방송으로 보았더라면 얼마나 행복했을까&nbsp;하는 그런 아쉬움. 남자 싱글의 매력에 한껏 빠지게 해 주고, 피겨의 동영상을 보고보고 또 돌려보는 재미에 빠져들게 만들어버린 장본인 제냐. 그런 그가, 4년의 공백을 접고 이번 시즌에 복귀했다.<br><br>그의 첫 경기 당일인 러시아 대회에서 나는 학교의 밤샘 책 읽기 행사 진행중이라 생방송으로 보지는 못했고, 나중에 집에 오자마자 그야말로 가방 던져놓고 찾아보았다. 제냐의 쇼트, 그 짧은 시간동안&nbsp;숨이 턱 막히는 것을 느끼며 정신없이 그의 몸놀림을 따라가고 있었다. 아, 이래서 그를 짜르라고 하는구나. 아, 황제가 복귀했구나. 내가 일생에 그의 경기를 실시간 시즌으로 즐기게 되다니.<br><br>물론 제냐의 이번 쇼트는 절대 최고라고 할 수 없다. 그의 전성기 시절과 비교하면 심심한 안무와 애매한 스텝, 세간에는 단순히 '점핑머신'이라는 얘기까지 나올 정도다. 쿼드를 팡팡 뛰어내는 점프만큼은 최고이지만 그 외에 아무것도 없어서 전혀 감흥이 없다는 사람도 있고. 하지만 내가 경기에서 느낀 것은 그냥 잘한다, 못한다를 떠나서 '압도적인 존재감과 카리스마'였달까.&nbsp;단순한 손짓 하나에도 그가 하면 뭔가 다르게 느껴진다는 게 이런 것이구나 싶었다. 경기장을 장악하는 그 뚜렷하고 강렬한 존재감, 자신감, 오만한 긍지, '이것이 진정한 챔피언이다' 라고 느껴지는 관록과 여유와 커리어, 그 모든 것이 합쳐져서 이제껏 남자 스케이터들에게서 보지 못했던 어떤 충만한 아우라가 그를 완전히 감싸고 있는 것이 느껴졌다. 아, 그래서 그를 짜르라고 하는구나. 프리와 갈라 프로그램까지 보고 나서 다시 한번 전율이 일어나는 것을 느꼈다. 이건 마치, 오만하고 무자비한 황제가 강림해서 양민을 학살하고 있는 느낌?; '압도적이다'라는 것이 어떤 것인지 완전하게 깨달았다. 이번 시즌 연아가 그렇듯이.<br><br>연아를 두고 '플루셴코 이후 최고로 무자비한 선수'라는 말이 있었다는데, 그거야말로 최고의 찬사라고 생각한다. 이건 제냐가 경기장에 등장했을 때 공기의 흐름이 바뀌는 느낌, 그 장악력, 다른 선수들은 안중에도 없게 만들어 버리는 그 카리스마를 직접 느끼면 바로 이해가 갈 것이라고 생각한다. 세상에, 동영상으로 본 게 이정도면 실제로는 도대체 어떻다는 거야. 나이도 적지 않은 제냐가 한창 전성기 선수들의 의지를 이렇게&nbsp;꺾어버려도 되는건가, 싶을 정도로. 항간에는 '금 많이 먹었다 그만해라'라는 농담도 있다는데, 워낙 제냐 본인이 컴페티션을 즐기는 사람이라 금이나 은, 메달색에 연연한다기보단 그저 경기 자체를 즐기는 모습이라 그게 또&nbsp;좋다. 야구딘 은퇴 이후 라이벌이 전혀 없고 목적이 없기도 했지만, 복귀 소감도 '경쟁이 그리웠다' 라니, 정말 이 오만방자하고 긍지높은 짜르같으니라고. 그런거 치곤 너무 긴장감이 없어 보이고 심히 여유스러워보여서 얄미울 정도지만, 그런 모습이 바로 제냐다워서 좋다.&nbsp;나는 그런 그를 그리워하지 않았던가.<br><br>아, 행복한 피겨의 계절, 나의 짜르가 돌아왔다.&nbsp;얼마나 오만하고 긍지높은 자신감으로 그 강렬한 카리스마를 보여줄지, 예전 '니진스키에의 헌정'을 처음 보았을 때처럼 얼마나&nbsp;가슴이 뭉클할 감동을 안겨줄지 기대되지만,&nbsp;다 그렇지 않더라도 그저 여러번 거친 무릎수술을 생각해서 건강하고 재기발랄한 모습 그대로 남아주기를. 그 어떤 모습을 보여주더라도 나의 영원한 짜르. 그가 복귀했다.<!--       <rdf:RDF xmlns:rdf="http://www.w3.org/1999/02/22-rdf-syntax-ns#"		    xmlns:dc="http://purl.org/dc/elements/1.1/"		    xmlns:trackback="http://madskills.com/public/xml/rss/module/trackback/">       <rdf:Description	        rdf:about="http://pinakes.egloos.com/2727216"	        dc:identifier="http://pinakes.egloos.com/2727216"	        dc:title="황제의 복귀"	        trackback:ping="http://pinakes.egloos.com/tb/2727216"/>       </rdf:RDF>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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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ategory>파피루스 - 수다록</categ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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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ubDate>Tue, 27 Oct 2009 02:37:44 GMT</pubDate>
		<dc:creator>피나</dc:creat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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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CDATA[ 둘리와 왕눈이에게 고한다 ]]> </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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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DATA[ 
  주말에 집에 내려가서&nbsp;이삿짐을 챙겼다. 사실 이삿날짜는 좀 여유있게 남은 10월인데, 급한 엄마 성격에는 어쨌든 빨리 짐을 정리해버리고 싶으셨던 것 같다.&nbsp;덕분에 그동안 짊어지고 살은 오래된 내 짐들과 책, 잡동사니 등은 먼지를 뒤집어쓰고 있다가 몇 년 만에 빛을 보았다. 그런 거 이제 좀 버려! 버려! 하는 부모님의 외침을 등에 업고, 정말 마지막 짐 정리다 싶게 이 악물고 죄다 내다버렸다. 사실 버리는 짐이 대개 그렇지 않나. 없이도 잘 살아왔으면서 막상 버리자니 아깝고, 혹은 추억의 물건들이고, 다시 구할 수 없는 거라는 이유로 끌어안고 살게 되는. 그래도 꼭 챙겨놓고 싶었던 건 6살부터 써서 큰 묶음으로 엮은 일기장인데, 눈에 보이지 않아 물어보니 이미 내다버리셨단다. 아이고 그걸 왜 버리냐고, 그건 내가 결혼하더라도 싸 들고 가고 싶었던건데! 하면서 징징대니 엄마도 아쉬워서 어쩔 줄 몰랐던 마음이지만 과감히 버리셨단다. 흑흑, 진짜 내 주옥같았던 어린 시절 일기장. 내 청춘이여. 흑흑.<br><br>그게, 그냥 추억으로 아쉬운게 아니라 어릴 적 나의 일기가 정말 웃기기 때문에 그렇다. 좀 엉뚱한 꼬마였던 내 생활을 그대로 녹여둔, 정말 깜찍하고 황당무계한 일들도 많았고 가끔은 개념이 안드로메다로 날아간 듯한 어이없는 일기도 있었고, 안간힘을 써서 맞춤법을 지키려 했건만 난생 처음 하는 유치원 졸업식에 대해 쓸 때는 '졸업'이라는 단어를 본 적이 없어서 '조롭을 했다'라고 써 두었다거나(주변에서 졸업하잖니, 너 이제 졸업이야, 하는 말만 들었으니 그대로 받아적은 듯), 먹은 식단(특히 저녁식사)에 대한 진지한 고찰은 빠지지 않는 화두였으며, 가끔 나이먹어서 읽으면 '어쭈 제법인데?'라는 느낌이 들 정도로 예쁘게 적은 동시도 있었고, 엄마한테 혼난 날은 진지하게 '엄마는 우릴 사랑하시니까 혼내시는 거다. 반성하며 받아들여야겠다.'라고 애늙은이 같이 적어둔 것도 있고(하지만 저 때 난 6살인가 7살이었다!), 강아지를 처음 키우게 된 날은 강아지 깨갱거리는 모습을 묘사한답시고 '방울이가 깨갱거렸다. "깨갱깽깽 깨개개개개개개갱갱깽~ 으르르르르르릉 깽깽~ 캥캥캥캥깽깽~!!!" '&nbsp;이라는 말로 일기장 두 줄을 잡아먹은 일기도 있었으며, 그리고 무엇보다 내가 열광한 만화영화들에 대한 순수하고도 오롯한 감정이 가득 담긴&nbsp;감상문이 가득했단 말이다!!!<br><br>아기공룡 둘리를 보고 언니와 함께 손 잡고 "둘리 불쌍해~" 하면서 징징징 울은 거라든가, 개구리 왕눈이를 보면서 투투와 가재에 대한 꾸밈없는 분노를 드러내며 왕눈이를 응원한 거라든가, 꾀돌이 해마 위니가 나오는 인어공주(이거 꽤 마이너라 아는 사람 드물 것 같다;)의 심술머리 마녀를 타박하는 거라든가, 기타 등등등 등등등.&nbsp;어린 시절의 나는 권선징악을 당연시 하며&nbsp;정의는 우리 편, 언제나 승리한다는 대단히 투철한 흑백논리의&nbsp;정의관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 일기를 나이먹어서 보는 즐거움은 꽤 큰 것이다. 왜냐면...<br><br>나는 이제 둘리가 초 개념없는<strike>말아먹을 초딩쉽새퀴</strike> 아이라는 것을 알고 있고 오히려 길동 아저씨에 대한 연민과 동정을 깨닫는 성인이 되었기 때문이다. 솔직히 그렇지 않나. 어느날 집의 아들딸들이 이상한 생물체를 주워오는데 그걸 다 먹이고 재우고, 심지어 그 정체불명 생물체가 노숙자에 똑같이 개념 안드로메다로 보낸 친구들을 주워와서 말썽 일으키고 집 부숴먹고, 그놈들도 먹이고 재우고. 게다가 엉겁결에 희동이라는 사상 초유의 막무가내 젖먹이까지 떠맡고. 길동 아저씨는 세상에 다시없는 천사표인거다. 둘리가 불쌍한게 아니라 최고 불쌍하고 자애로운 건 길동 아저씨인거지. 아니 어느 가장이 집 날려먹고 사고치고 다니는데 화 안 내겠냐구요. 길동 아저씨는 정녕 대한민국을 살아가는 가장들의 대표이자 어른스러우며 동심까지 함께 간직하고 있는 미래의 아버지상인 것이다. 오오 길동 아저씨.<br><br>또한 말이 나왔으니 하는 말인데, 왕눈이 여자친구 아롬이 아부지인 투투. 솔직히 투투가 가재를 앞세워 왕눈이에게 한 잔악무도한 행위들이 잘 했다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아버지 심정에서 그럴 수 있다는거다. 물론 만화에서야 투투 개인의 욕심에 눈이 멀어 한 행동들이 대부분이긴 하지만...아니 어느 아버지가 울지말고 일어나 피리를 부는 것 밖에 할 줄 아는게 없는 천애고아 가난뱅이한테 금지옥엽 딸을 내준단 말이더냐. 아직 <strike>대가리에 피도 안 마른</strike> 어린애들끼리의 우정이라고는 하지만 솔직히 왕눈이나 아롬이나 다른 친구가 있기를 해 뭘 해. 둘이 얼씨구나 쿵덕덕 둘만 어울려 다니는데 당연히 걱정되지. 투투만 나쁜게 아니라 분수 모르고 정의라는 미명 하에 어른에게 멋대로 나대는 왕눈이도 별로 잘 한 것 없지 않나. 자고로 결혼 상대를 고를 때 부모 의견을 존중하라는 옛말은 틀린게 아니에요. 도가 좀 지나치지만 외동딸 금지옥엽 딸을 생각하는 투투의 마음, 이제 난 조금 이해할 수 있어!<br><br>아, 심히 말이 샜지만 어쨌든 어린 시절 동심과 정의감으로 꽉꽉 채웠던 일기장이 떠나가니 아쉽다. 지금이야 길동 아저씨와 투투를 응원할 수 있지만 어린 시절 어디 그게 가당키나 했었나. 둘리와 왕눈이를 위해 울었던, 그리고 분노와 꽉 찬 감정을 가득 메워 썼던 일기장을 떠나보낸 마음 심란하다. 다시 돌아올 수 없는 추억인데. 오늘날 길동 아저씨와 투투를 이해하며, 떠나간 내 어린 시절 둘리와 왕눈이에게 작별을 고한다. 안녕, 안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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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ategory>파피루스 - 수다록</category>

		<comments>http://pinakes.egloos.com/2483201#comments</comments>
		<pubDate>Mon, 07 Sep 2009 02:10:56 GMT</pubDate>
		<dc:creator>피나</dc:creat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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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CDATA[ 여름의 끝물과 가을앓이 ]]> </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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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DATA[ 
  스멀스멀 차가운&nbsp;기운이 몸을 덮어서, 아침에 이불을 끌어올리며 오스스 몸을 떨었다. 아무렇지도 않게 찬바람이 불어오는 걸 보니 벌써 여름은 지나가고 가을이 성큼 다가왔구나 싶었다. 더워서 의자에 앉아있던 허벅지에 땀이 차 오를 정도로 끈적하던게 엊그제 같았는데, 시간 참 너무 빨라. 침대에 누워서 발가락을 꼼지락거리면서, 한참 여름의 기억을 돌이켜 생각하다보니 어린 시절의 여름이 새록하니 생각났다.<br><br>'피서'라는 두 글자에 먹던 밥숟갈도 내려놓고 손을 치켜올리며 언니랑 만세를 부르던 어린 시절. 어릴 때야 어디를 놀러간다해도 재미없겠냐만은, 나에게 있어서 여름은 '내 생일, 포도, 피서' 이 세 개로 압축하면 딱 끝날 정도로 피서가 차지하는 비율은 중요했다. 가장 자주 놀러간 곳은 홍천강, 바닥이 모래라 어린 아이도 놀기 좋은 그 곳에 내 어린 시절 여름은 충만하게 묻혀 있었다.<br><br>가족과 함께 하는 것을 좋아한 아빠 덕에, 텐트라거나 낚시도구 같은 묘한 공구들은 하도 많아서 우리집 텐트는 어느 집 텐트보다도 크고 튼튼했고 레저 스포츠용 도구는 한가득이었다. 엄마 아빠가 짐정리를 할 동안&nbsp;언니와 나는&nbsp;수영복을 갈아입고 튜브를 불어댔다. 대략적인 준비가 끝나면 TV유치원 하나 둘 셋에 나오는 준비체조를 다 추어야만 물 속에 들어갈 수 있었고, 물에 쫄딱 젖어서 한참 놀다 나오면 엄마가 끓여둔 삼계탕이라거나 라면이라거나 무언가가 냄비속에서 보글보글 끓고, 숯불을 지펴 구운 바베큐가 또 환상이었다. 야외에서 먹는 건 뭘 먹어도 맛있지 않은가. 평소보다 두 세배 정도 먹고 띵띵해진 배를 두드리면 아빠는 견지 낚싯대를 챙겨 얕은 개울로 데려가셨고, 그야말로 눈 먼 고기가 내 낚싯대를 물어 펄떡거리는 진동이 손에 전해져오면 어쩔 줄 몰라서 흥분했다. 그렇게 낚아온 고기는 배를 따서 다시 튀김을 해 먹으면 그만. 저녁에는 텐트 속 희미한 랜턴불 밑에서 (엄마의 강제에 의한) 일기를 썼다. "오늘은 피서를 왔다.&nbsp;아, 얼른 쓰고 놀고 싶은데 일기가 안 끝난다. 오늘 먹은 건 (주절주절 먹은 것에 대한 심오한 고찰) 다 썼으니 내일도 잘 놀 수 있었으면 좋겠다."<br><br>생각해보면 언제나&nbsp;먹을 것도, 자연의 감동도 충만한 피서였다. 사실 나는 콘도를 예약해서 논다는 피서를 가족끼리는 가 본 적이 없는데, 그랬다면 굉장히 재미없었을지도 모른다. 몸은 편했겠지만, 아침에 반 졸린 눈으로 텐트를 열어젖힐 때 햇살을 머금고 반짝거리는 물가라거나, 견지 낚싯대에 전해져 오던 생생한 진동이라거나, 텐트의 못을 박기 위해 땅을 고를 때 올라오는 흙 향기라거나. 아마 많은 것을 놓쳤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물론 나이 좀 먹은 지금은 몸 편한 것도 좋아~ 하며 늘어지지만, 그 어린 시절의 기억들은 하나하나, 여름 햇살과&nbsp;함께&nbsp;내 몸의 세포가 되어 같이 숨 쉬고 있는 기분이 들고는 한다.<br><br>어느새 시작된 가을은&nbsp;어린 시절의 여름에 대한 추억과, 그 어느 때보다 심했던 생리통과 함께 다가왔다. 일년 중 내가 제일 약한 계절이라 약간 우울하기도 하고, 또 쓸데없이 계절 타나 싶어 초조하지만,&nbsp;내가 좋아하는 따뜻한 커피가 잘 어울리는 계절이라 또 좋다고 생각한다. 옆에 타 놓은 커피향이 참 좋다.&nbsp;그제는 생리통이 너무 심해서 자다가 일어나서 울기도 하고 밤잠을 설쳤지만 오늘은 꽤 호전되어서 살 것 같다. 행복은 멀리있지 않아. 심하던 생리통이 가라앉은 것만으로도 이렇게 기분이 업 될 수 있다니, 단순하지만 그래도 행복한 걸 어쩌라구. 여름의 끝물에 서 있는 나에게 가을 바람이 살살 불어온다. 적당한 가을앓이를 겪고 남은 올해도 단단하게 여물어 가기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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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ategory>파피루스 - 수다록</category>

		<comments>http://pinakes.egloos.com/2480824#comments</comments>
		<pubDate>Fri, 04 Sep 2009 00:56:20 GMT</pubDate>
		<dc:creator>피나</dc:creat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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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CDATA[ 축제, 올해도 응원전 ]]> </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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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DATA[ 
  개학하자마자 더 바빴던 이유 중 하나는 곧바로 열리는 축제 때문에...아직 짬밥이 부족하니 올해도 또 선생님 응원전에 투입되었습니다.ㅠㅠㅠㅠㅠ 매일 11시~12시에 퇴근하며 준비한 응원전. 5일밖에 연습하지 못해서 미칠듯이 부족한 춤 실력에도 어떻게든 꼬물꼬물 움직이려는 처절한 몸부림;;;<br><br>게다가 작년엔 핑클했는데 갑자기 올해 20년의 세월을 뛰어넘어 2NE1을 하겠다는 겁니다.ㅠㅠㅠㅠ 곡은 파이어...이 사람들 무슨 배짱이야ㅠㅠㅠㅠㅠㅠㅠㅠㅠ여튼 짬 없는 여자 네명이 모여서 (사실은 30에 더 가까워오는 이십대 중후반들이라 써티원에 더 가깝지만;) 올해도 축제&nbsp;오프닝쇼에 애들의 즐거움을 위해 투입.<br><br>사실 이번엔 의상을 좀 끝빨나는 걸 구해서, 코스츔으로 반은 먹고 들어갔어요. 고속터미널 역에서 어찌어찌 찾은 무려 '클럽용 의상만 파는' 가게-_-; 온갖 스팽글과 반짝이가 잔뜩 붙은 범상찮은 옷들을 미친듯이 환호하며 골랐던 우리를 가게 주인도 참 이상하게 보기는 했었지만; 무려 산다라박의 깃털 옷을 찾았을때 우리는 감동으로 서로를 끌어안을 지경...이 한여름에 깃털 찾아낸 우리도 용자. 사실 옷들 무지 싸구려에요. 애들이 공연 다 끝나고 나니까 역시 선생님들은 재력이 다르다고, 우리는 만구천원짜리 티셔츠 맞춰입었는데 선생님들 백만원쯤 들여서 옷 맞춘 것 같다고..이놈들아 우리도 제일 비싼 옷이 이만 오천원이여!<br><br>반짝이가 하도 많아서 무대 조명빨하고 어우러지니까 폼이 나긴 했나봐요. 애들도 다른 선생님들도 진짜 칭찬 일색이었지만 미칠듯한 부끄러움도 사실이긴 한...-_-; 뭣보다 전 진짜 몸치라 춤추라고 하면 진심으로 스트레스 받아요. 맘고생도 좀 심했다는.ㅠㅠ<br><br>.....대망의 사진을 공개합니다.<br>장소 협찬은 우리들이 연습하던 물리지학실. 거기 안의 암막 장치가 되어있는 방. 한개 형형하게 빛나는 형광등. 몇백짜리 스튜디오 부럽지 않은 효과-_-;;; (원래 이름들은 선생님들의 실제 성을 붙여서...-.-)<br><br><div style="text-align:center"><img class="image_mid" border="0" onmouseover="this.style.cursor='pointer'" alt="" src="http://pds15.egloos.com/pds/200908/28/49/e0068549_4a97b5da8c5d9.jpg" width="200" height="267" onclick="Control.Modal.openDialog(this, event, 'http://pds15.egloos.com/pds/200908/28/49/e0068549_4a97b5da8c5d9.jpg');" /></div>산다라김. 실제 본인 머리. 머리끈은 운동화 끈. 연습하는 동안 많이 떨어져 흩날리기도 했지만 어쨌든 깃털옷. 사실 저 깃털은 치마 아랫단에 붙어있던 거였지만 살살 떼어내서 어깨에 둘러주었음.<br><br><div style="text-align:center"><img class="image_mid" border="0" onmouseover="this.style.cursor='pointer'" alt="" src="http://pds17.egloos.com/pds/200908/28/49/e0068549_4a97b63d9da3e.jpg" width="200" height="267" onclick="Control.Modal.openDialog(this, event, 'http://pds17.egloos.com/pds/200908/28/49/e0068549_4a97b63d9da3e.jpg');" /></div>유봄. 생머리 긴 가발. 분홍색과 은색 스팽글이 조화된 원피스. 소세지 모양으로 뚫린 타이즈.<br><br><div style="text-align:center"><img class="image_mid" border="0" onmouseover="this.style.cursor='pointer'" alt="" src="http://pds16.egloos.com/pds/200908/28/49/e0068549_4a97b68b04650.jpg" width="200" height="267" onclick="Control.Modal.openDialog(this, event, 'http://pds16.egloos.com/pds/200908/28/49/e0068549_4a97b68b04650.jpg');" /></div>윤민지. 단발머리 가발. 사진에는 안 나왔는데 허리에 은색 스팽글이 좌라락 붙어있는 벨트.<br><br><div style="text-align:center"><img class="image_mid" border="0" onmouseover="this.style.cursor='pointer'" alt="" src="http://pds17.egloos.com/pds/200908/28/49/e0068549_4a97b6b3011d9.jpg" width="200" height="267" onclick="Control.Modal.openDialog(this, event, 'http://pds17.egloos.com/pds/200908/28/49/e0068549_4a97b6b3011d9.jpg');" /></div>강엘. 본인 머리. 반짝이 잠바와 싸구려 선글라스. 호피무늬 타이즈와 구두. 팀 내 최고의 웨이브 주자.<br><br><div style="text-align:center"><img class="image_mid" border="0" onmouseover="this.style.cursor='pointer'" alt="" src="http://pds15.egloos.com/pds/200908/28/49/e0068549_4a97b6e5a3ddb.jpg" width="300" height="400" onclick="Control.Modal.openDialog(this, event, 'http://pds15.egloos.com/pds/200908/28/49/e0068549_4a97b6e5a3ddb.jpg');" /></div>단체샷. 우리끼리 오 완전 앨범 자켓 사진이다 컨셉으로 찍고 미친듯이 쓰러져 웃었음.<br><br><br><br>......무대에서 마지막에는 물쇼도 했습니다. 물병 따서 머리에 끼얹으면서 애들에게도 막 뿌려대고 예이~<br><br>솔직히 이번엔 안무가 너무 어려워서 (물론 거의 생략하고 주요 포인트만 잡아서 몸부림 치는 거였지만;) 연습기간 내내 힘들었지만 그래도 애들의 광분의 도가니와 환호를 듣자니 보람차네요. 당분간은 애들이 볼 때마다 투애니원~하면서 놀려대겠지만.-_-;;;<br><br>아직도 귓가에서 환청이...에에에에 에에에에 에에~ 투애니원~ 아 힘들었어요.ㅠㅠㅠㅠㅠㅠㅠ<br>십대에도 안 해본 이런 막짓을 이 나이 먹고 하고 있어...인생의 경험치가 올라가는 기분입니다.ㅠㅠㅠㅠㅠㅠㅠ<br><br><br>작년에는 처음이라 흥분해서 동아리 축제 모두 구경하러 다녔는데 올해는 이거 하나 하니까 진이 빠져서 움직일 수가 없더군요. 나이를 먹었구나...싶은 서러움. 그래도 이렇게 만드는 추억은 젊을 때나 할 수 있는 거구나 싶으니까 굉장히 소중하게 느껴져요.<br><br>....그리고 제 얼굴 아는 사람, 너 모모구나 하고 말하기 없기.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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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ategory>양피지 - 학교일지</categ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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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ubDate>Fri, 28 Aug 2009 10:59:11 GMT</pubDate>
		<dc:creator>피나</dc:creat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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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CDATA[ 오래된 반짝임 ]]> </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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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DATA[ 
  이건 난데없이 약간 찌질찌질한 포스팅이 될 지도 모르겠다. 원래 나는 쿨하지 못해서 찌질한 모습이나 미련을 자주 남기곤 하는데, 여하튼 이 싱숭생숭한 기분 글로나 풀지 뭘로 풀겠나. 자, 거두절미하고 나의 지난 남자친구에게 최근&nbsp;애인이 생겼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nbsp;둘 다 헤어지고 연락을 하는 사이가 아니니까 뭐, 알게 된 경로가 그닥 정당하지는 않다. 여하튼&nbsp;시간이 약인지라, 아픔이나 미움보다도 아 그래 벌써 그만큼이나 시간이 흘렀구나, 하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그 다음 불같이 이는 호기심. 도대체 그 아가씨는 누구인가. 이거 참 점잖치 못하게 기웃기웃하는 거 같은데, 그래도 사람 심리가 왜...궁금하지 않나. 하지만 열심히 뒤적거려봐도 한창 연애 현재 진행형인 사람의 행복함이 보이질 않는거다. 뭔가 일기가 달큰달큰하다거나, 행복해서 죽겠어 같은 오오라가 펄펄 풍겨올라올 법도 하건만 오히려 잿빛 하늘에 벼락맞은 것처럼 내내 칙칙한 글과 썰렁한 모습이 이상했다. 애인님이 남긴 방명록도 없고, 이럴 사람이 아닌데 싶어 궁금했다.&nbsp;그러다가 형이 남긴 글에 덧글을 단 것을 보았다. 형이 외국에 인턴 나가 있어서, 동생의 여자친구를 아직 보지 못한 모양이다. 어떤 여자친구냐는 형의 물음에 같은 동갑이고, 얼굴이 예쁘진 않고 피아노를 잘 치고, 대충 좋아하는 분야 몇 개가 비슷하다고. 사실&nbsp;잘 모르겠는데 좀 달라져볼까 하는 마음에, 피곤하고 귀찮지만&nbsp;자기&nbsp;변화를 위해 사귄다는 대략 그런 답을 달았다. 명확히 내가 보면 대단히 결례가 되는 것을 본 셈이지만, 그냥 보는 순간 기분이 싱숭생숭해졌다. 내가 본 저 덧글이 정말 그 사람이 맞을까, 싶은 의아함과 쓸쓸함.<br><br>일단 '예쁘지 않아'에 안도하는 속물적인 내가 웃겼고, 그러면서 더 크게 밀려온 상실감은 내가&nbsp;좋아하던 그 사람의 연애 모습과 많이 달라서였을거다. '마음이 없으면 사귀지 않아'가 절대 철칙이었고, 나와 사귀면서 그렇게 반짝거리던 그 모습은 어디로 간 것일까. 매일매일 행복해 어쩔 줄 모르는 것 같은 나사빠진 모습에 주변에서 모두 놀려댈 정도로 그렇게 즐거워 보였던 당신은. 차마 부끄러워 남들한테는 말하지 못할 정도로 촉촉하고 달달한 연애 대사를 꽤 공개적으로 늘어놓아서 나까지 같이 놀림받게 만들기도 하고,&nbsp;서로의 존재 자체로 인해 그저 충만하던 나날들.&nbsp;나를 너무나 소중하게, 진심으로 대해주는 그 모습에 감동받아 자주 울게도 만든 장본인. 그 당시의&nbsp;그는 건드리면&nbsp;톡 터져버릴 정도로 무언가에 가득차서 매력적이었고, 그런 사람의 모습을 보는 것이 나는 정말 즐거웠다. 내가 그를&nbsp;좋아했던 것은 그런&nbsp;사랑에 대한 진지함과 성실함이 반짝거릴 정도로 빛나고 있었기 때문이다.<br><br>아, 그 덧글을 원본 그대로 옮겨올 수도 없고, 그간 있었던 일을 줄줄 늘어놓을 수도 없는거고, 심지어 글로도 잘 표현되지 않는 기분인데, 어쨌거나 나는 그의 그런 모습을 좋아했다. 그렇기에 그런 무심한 덧글은 꽤 충격이었다. 나와 헤어지고 만난 사람이라면, 사실 뭐랄까...그래, 솔직한 기분으로 너무 행복해도 서운했겠지만 그래도 나는 당신의 다시 충만하고 촉촉한 모습을 보고 싶기도 했는데. 어떤게 더 나은 모습이었을까 알 수는 없다. 무진장 예쁜 엄친딸같은 여자친구를 만나서 행복을 만끽하는 그의 모습을 봤더라면 괜한 자존심에 서운하고 또 서운했겠지. 하지만 지금의 당신 역시도 내가 바란 모습은 아닌걸. 행복해야 해, 같은 거짓말을 쿨하게 얼굴색 하나 변하지 않고 할 수는 없지만 그 시절 사랑에 몰입해서 행복해하던 당신의 모습은 내 기억 속에 잊혀지지 않는 반짝임이었어. 그런 모습이 아닌 당신은 한층 더 마음이 아픈걸.&nbsp;내가&nbsp;좋아하는 당신의 모습을 멋대로 요구할 수는 없는 거지만. 그래서 이건 답도 없고 해결책도 없는 그냥 끝없고 밑없는 한탄.&nbsp;나와 사귈 때처럼 행복해 보이지 않아서 왠지 안도하면서도, 그래도 역시나 그가&nbsp;행복한 모습이 좋아 마음이 아픈 이 알 수 없는 이중심리.&nbsp;싱숭생숭한 기분이 당연한 것인지, 내가 바보같은 것이라서 그런지 알 수는 없지만, 그래도&nbsp;나와 만날 때는 진심으로 사랑해줘서 고마웠어. 당신도 나도, 다시금 각자 그런 사랑을 해보자. 우리 충분히 그럴 수 있는, 반짝임을 가진 사람들이니까.<!--       <rdf:RDF xmlns:rdf="http://www.w3.org/1999/02/22-rdf-syntax-ns#"		    xmlns:dc="http://purl.org/dc/elements/1.1/"		    xmlns:trackback="http://madskills.com/public/xml/rss/module/trackback/">       <rdf:Description	        rdf:about="http://pinakes.egloos.com/2465689"	        dc:identifier="http://pinakes.egloos.com/2465689"	        dc:title="오래된 반짝임"	        trackback:ping="http://pinakes.egloos.com/tb/2465689"/>       </rdf:RDF>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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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ategory>파피루스 - 수다록</categ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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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ubDate>Sun, 16 Aug 2009 20:56:41 GMT</pubDate>
		<dc:creator>피나</dc:creat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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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CDATA[ 예이!!! ]]> </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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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DATA[ 
  - 기말이라 마무리하느라 힘들었다. 오늘은 드디어 고대하던 여름 방학식. 물론 방학이라고 노는 건 아니지만 어쨌거나 '방학'이란 단어의 울림만 들어도 기분이 좋다.<br><br>- 포켓몬스터가 다시 유행을 타는데, 내가 야도란이 귀엽다고 했더니 애들이 스티커를 가져와서 내 인터폰 전화기에 다닥다닥 붙여놓았다. 보면서 귀엽다고 생각했는데 다른 녀석들이 나보고 야도란을 꼭 닮았단다. 비둘기 할머니보다는 훨씬 낫긴 한데...야도란도 별로 그다지 기쁘진 않잖아?! 전면 개혁 필요하다. 얼굴 견적서라도 뽑아야 하나.<br><br>-&nbsp;트와일라잇 시리즈의 완결판인 브레이킹 던까지 드디어 다 읽었다. 아, 정말 욕하면서 보는 드라마처럼 욕하면서 보는 소설이었다. 난 이게 세계적인 베스트셀러라는 것에 정말이지...미국 작가들이 다 죽었나 했다. 전형적인 할리퀸 로맨스 틀에다가 말도 안되는 천운과 해피엔딩. 캐릭터, 문체, 사건 뭐 맘에 드는게 하나라도 있어야지.&nbsp;시리즈 내내 욕하면서 보고 완결에도 욕했다. 그러면서도 다 본 내가 웃기긴 하다.&nbsp;다만 여성들의 사랑 환타지를 정확하게 꿰뚫은 작가의 상업적 글솜씨가 놀라울 뿐이다. 그것도 능력은 능력이지. 어쨌거나 '벨벳처럼 부드럽고 벌꿀처럼 감미로운 그의 목소리' 라는 수식어구 하나만은 훌륭하지 않은가. 그런 목소리가 있으면 나도 좀 들어보자.<br>...영화로 얼마나 손발이 오글오글하게 나올지 좀 걱정이 되긴 한다. 1편 영화 보면서도 정말 몸 뒤틀리는 걸 참기 힘들었는데. 근데 이런 장르는 묘하게 욕하면서도 다 챙겨 본단 말이지?<br><br>- 방학 맞이로 책을 잔뜩 챙겨왔다. 욕심은 냈는데 다 읽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 나이를 먹어서인지 계절을 타고 있는지는 모르겠으나 최근은 소설보다 비소설쪽이 좋다. 예전엔 거의 소설 위주로 읽었는데 요즘은 7:3 정도로 비소설쪽에 치우쳐지고 있다. 낭만에 촉촉하게 젖는 소설의 구절도 좋은데 복잡한 머릿속을 명쾌하게 정리해주거나, 읽고 배우는 느낌이 있는 비소설의 묘미도 점점 느끼고 있는 중이다.<br><br>- 육덕해진 몸보다 정신을 풍부하게 키우자면서 친구와 문화 공연을 많이 보기로 약속했다. 최근 오페라에 점점 흥미를 느끼고 있다. 학창 시절에는 늘 돈이 없어서 공연을 보고 싶어도 보지 못했는데 이제는 그 망할 놈의 카드가...에라이. 확실히 내 취미는 앉아서 하는 것에 취중되어 있다. 이러니까 살이 찌지? 결론은 언제나 원점.<br><br>- 트랜스포머2에서 라쳇이 많이 나오지 않아 슬프다. 베이 감독은 나쁘다. 나쁘다고 말하면서도 아이언하이드의 변신씬은 넣어줘서 고마워하는 내가 있다. 비굴하다. 여하튼 아이맥스로 보는 트랜스포머2는 황홀하게 좋았다. 이제 세 번째 보러가야지.<br><br>- 이번 방학 때 오카리나를 배워보려고 한다. 짧은 연수기간이라 얼마나 배울 수 있을지는 모르겠으나 늘 배워보고 싶었던 악기라 조금 설렌다. 사실 첫사랑이 오카리나를 연주할 줄 알아서 그때 막연하게 배우고 싶다고만 생각했지, 기회가 이렇게 다가올 줄은 몰랐다. 그는 오카리나로 내가 좋아하는 곡을 연주해주겠다고 해놓고 끝내 연주해 준 적은 없지만...뭐, 내가 배워서 연주하면 될테니까. 그는 떠났어도 어쨌거나 오카리나, 라고 하면 그가 생각난다. 오카리나처럼 청명하면서도 따뜻한 감정을 남겨주어서 고맙다. 위에서 트와일라잇 시리즈의 사랑에 대한 환타지 어쩌고 욕해놓고 결국 내 범주도 그것에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어서 혼자 좀 웃었다. 어차피 내가 오카리나를 배우게 된다면 첫 곡은 무조건 그거다. 젤다의 전설(닌텐도사의 대표적 타이틀 게임이다) '시간의 오카리나'에 나오는 '젤다의 자장가'를 불고 말거야...그러라고 가르쳐준 오카리나가 아닐 텐데 말입니다?<br><br>- 아, 여름이다. 더운데 행복하고, 습기차지만 의욕이 넘쳤으면 좋겠다.<br><br><br>덧) 야심차게 오카리나 연수 받는다고 했는데 다 마감되었단다...OTL 으아아, 방심한 내가 바보.ㅠㅠ 연수 전날까지 받는다고 해놓고! 뭐야!ㅠ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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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ategory>파피루스 - 수다록</category>

		<comments>http://pinakes.egloos.com/2438281#comments</comments>
		<pubDate>Wed, 15 Jul 2009 10:31:56 GMT</pubDate>
		<dc:creator>피나</dc:creat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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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CDATA[ 미운 오리 새끼 ]]> </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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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DATA[ 
  거 참, 내가 오죽했으면 연애 지론서를 읽었을까. 이상하게 작년에는 안 그랬는데 올해 들어서 연애연애연애 결혼결혼결혼&nbsp;소리를 듣는다.&nbsp;꺾인 나이는 이렇게나 독촉을 받는 것인가. 그 나이부터 결혼을 준비해야 28살에는 시집 간다는 소리도 듣고, 만나는 사람이 왜 없냐고 어서 챙기란 소리도 듣고, 이제 결혼할 일만 남았다는 소리도 듣고, 정작 우리 부모님은 딱히 언급하지 않건만 사방에서 들볶고 있다. 이러니 내년엔 도대체 어떨런지 겁이 덜컥 난다. 연애도 해본지 좀 오래돼서 새콤달콤한 뭔가 있었으면 좋겠다 싶어서 우연히 손에 닿은 연애 지론서를 읽었다가...절망했다. 미안, 난 연애 못하겠구나.<br><br>물론 남녀의 심리차에 따른 연애 전략을 세우는 건 좋은데, 뭐랄까...언행과&nbsp;에티켓이 기본 미덕이라는 데는 나도 동의하지만 거기에 옷차림과 헤어스타일과&nbsp;패션과 와인 이름까지(오로지 교양을 위해) 적혀있는 목록을 보자니 슬쩍 현기증이 났다.&nbsp;다들 아무렇지도 않게 이런 것을 외우고, 계절별로 옷차림을 고민하고,&nbsp;그런 거였어? 게다가 저걸 유지하려면 돈도 만만치 않을텐데 요즘같이 취업이 힘든 이십대들은 저걸 어떻게 하고 살라고?; 흔히 표현하듯 물 위에 우아하게&nbsp;둥둥 떠 있으나 수면 아래에에서 온 힘을 다해&nbsp;발을 허우적대고 있는 백조가 생각났다. 다른 여자들은&nbsp;모두 그렇게 백조처럼 우아하게 있으려고 안간힘을 다해 발버둥치고 있는 거였습니까.....그럼 난 이미 승산이 없잖아. 아, 이런 미운 오리 새끼같은 나. 지못미 나.<br><br>어차피 내 외모와 몸매는&nbsp;이미 대한민국 남자들의 미적 기준에 못 미치는 것 같고, 성격은 꼼꼼한 여우가 아니라 장군님, 곰 소리 들으니 말 다했고,&nbsp;솜씨는 바느질이나 십자수나 요리하는 것보다 차라리 키보드 워리어가 성미에 맞고, 교양은 어떨지 모르겠고(하지만 관심없는 분야는 문외한이라 이거 또한 부끄럽고), 게임 끝. 아, 난 연애도 결혼도 글러먹었어.<br><br>...라는 패배근성을 나에게 주입시키기에 충분한 책이 너무나 슬퍼졌다. 무엇보다 직장인이 되고 나서는 연애를 해 본 적이 없어서, 연애라는 개념 혹은 분위기가 내가 생각하고 경험한 것과 이렇게나 달랐나 싶어 적잖이 놀랐다. 물론 학창시절과는 당연히 다른 느낌이겠지만 이렇게나 치밀하게 계산적이고 전략적일 정도로 하지 않으면 이 경쟁시장에서 연애마저도 도태되는 것인가 싶어 씁쓸해졌다. 어느 무엇보다도 감정적이면서도 충동적이고, 동시에&nbsp;따스하게 즐길 수 있는게 연애라고 생각해 왔는데 말이지.<br><br>항상 연애에 목말라 하는 타입은 아니지만, 어쨌든 연애는 정말 너무너무 좋은 것이고 무진장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는데,&nbsp;내가 왜 연애를 하고 싶어하나 생각해 보면 결국은 그거다.&nbsp;누군가에게 사랑받고 있다는 것 자체가 그냥 너무너무 기쁜 것이다. 다만 그 누군가가 아무나는 아니고,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라는 것. 즉,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나를 좋아해준다는 상호 양방향의 완성된 커뮤니케이션이 기쁘다는 것이다. 동등한 위치에서 감정과 가치관을 나눌 수 있는 동반자가 생겨서 좋고,&nbsp;또 상대방과 함께&nbsp;생각을 공유하면서 성숙해가는 그 발전하는 느낌이 좋고, 나 자신을 내 스스로 더 사랑할 수 있게 만들어주는 자신감을 주어서 좋고, 동시에 누군가에게 필요한 존재가 된다는 느낌에 행복한 책임감을 느껴서 좋고, 그러면서 나와 상대방에 대한 새로운 재발견을 하는 기회가 대단히 즐겁다. 이 모든 것을 한데 묶은 연유로&nbsp;연애가 하고 싶고, 그런 나눔이 있어야 행복한 연애라고 생각하는데, 어찌보면 상당히 이상적인 얘기인가 싶다.<br><br>언젠가 인터넷에서 '철벽녀'에 대한 글을 봤다가 우와 저거 완전 나잖아! 하면서 슬퍼했던 기억이 또 새록하게 생각났다. 철벽녀가 나쁘거나 문제 있는 사람은 아닌데,&nbsp;그 곧은 성격과 연애관 때문에 상대방이 다가오는 것에 대해 '철벽'을 쌓아서 연애를 못한다던가. 생각해보면 나도 좀 그랬던 것 같다. '사랑했다면서 어떻게 상대가 그렇게 자주 바뀌니' 같은 느낌인지라 마음을 잘 주지 않지만 한 번 마음을 주면 오래가고, 그 후유증도 길게 가고, 연애를 하면 성실과 최선을 다하지만 그 연애하기까지가 무진장 힘든 편이다.&nbsp;어쨌든 그 철벽녀에 대한 결론은 사랑이라는 것에&nbsp;대한 이상주의자가 많단다. 어이쿠야.<br><br>그냥 생각난 건데, 이제 내 나이에 누굴 만나려면 (사실 나는&nbsp;아직 생각이 전혀 없는데) 남자 입장에서는 여자가 결혼도 염두에 두고 있겠구나 하는 부담감을 가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이런 부담이 한 살 한 살 더 먹어갈수록 붙어가겠다는 슬픔도 함께 찾아들었다.(이거 오늘 포스팅에 슬프다는 이야기 참 자주 써서 슬퍼진다) 왜 일반적인 사회의 시선은 여자가 이십대 중후반에 직장도 잡았으면 남은 일은 결혼밖에 없다고 생각하는 걸까. 아직 하고 싶은 일도, 배우고 싶은 것도, 즐기고 싶은 것도 많이 남았고 결혼을 할 정도로 책임감과 준비가 다 되어 있지도 않은데. 남자 나이로는 이제 시작이라고 하고 여자 나이로는 급하다고 등을 떠민다. 참 이상한 사회야. 느긋하고 싶어도 주변에서 하도 구박하는지라 바빠지고 싶어 읽었던 책은 저 모냥이니 다시금 깊은 좌절에 빠지는구나.&nbsp;어이구, 이 미운&nbsp;오리 새끼 같으니. 그러나 백조가 되려면 물 밑으로 안간힘을 다해 허우적거려야 하니 이도저도 둘 다 고민이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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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ategory>파피루스 - 수다록</categ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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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ubDate>Mon, 29 Jun 2009 01:56:47 GMT</pubDate>
		<dc:creator>피나</dc:creat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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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CDATA[ 악마는 교복을 입는다 ]]> </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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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DATA[ 
  농담이 아니라, 저건 내 발령 동기 선생님의 메신저 대화명이다. 저걸 보는 순간 얼마나 대폭소했는지, 주변 선생님들께 얘기해주면 다들 배를 잡고 쓰러졌다. 우리들 혹은 학부모한테나 통할 농담이기는 하지만. 가끔 저놈들의 머릿속엔 뭐가 들었는지 궁금하기도 하고, 생각은 하고 사나 싶어 걱정도 되고, 그러면서도 그 천진난만함에 어쩔 수 없이 피식 웃음이 나오기는 한다.<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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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그 교복을 입는 악마놈들 중 한 녀석이 다가왔다. "쌤, 혹시 나홀로 집에 보셨어요?" 하고 물어서 응, 이라고 대답했더니 녀석이 희열에 차서 계속 묻는다. "쌤 그거 2편인가에 케빈 돌봐주는 비둘기 할머니 기억하세요?" 뭐 나야 잘 기억하고 있었으니 "어." 라고 대답해줬다. 그랬더니 녀석의 말. "근데 왜 쌤 요새 그 비둘기 할머니 닮아가세요? 게다가 오늘은 화장도 안 먹히고 초췌하고..."<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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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순간 나 살의의 파동에 눈 뜰 뻔 했다. 물론 이 녀석이 나와 자주 농담을 주고받고 서로 갈구는 사이이긴 했지만, 내가 요즘 슬쩍 푸짐해진 건 맞지만, 내가 그 전날 트랜스포머2 시사회에서 무대행사랑 배우, 감독 보겠다고 찬 비를 맞으며 세 시간 반 가량을 덜덜 떨긴 했지만, 그러고나서 새벽 한 시에 영화가 끝나서 찜질방에서 네 시간 자고 오긴 했지만, 챙겨간 구겨진 청바지에 티를 대충 입고 있었지만, 그래서 아침에 유달리 초췌했던 건 인정하지만...<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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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둘기 할머니가 뭐냐구!ㅠㅠㅠㅠ<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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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기다 대고 "야 그 할머니 마음씨 하나는 진국이었거든!" 이라고 말하려다가 더 바보될까봐 관뒀다. 아, 정말 나쁘다. 이놈들은 나쁘다. 무지막지하게 나쁘다.<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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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쁘다고 욕하면서도 오늘 화장 공들여 하고 스커트 입고 온 내가 더 바보같다. 으허헝.<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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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새 6월 말 부터는 기말고사다. 벌써 한 학기가 마무리 되어간다. 바쁜 학사일정이지만 1년하고도 6개월차의 나에게 진리가 다가왔다. '악마는 교복을 입는다.' 악마를 무찌르기 위해 2학기부터는 더 악랄해질거야. 으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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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ategory>양피지 - 학교일지</category>

		<comments>http://pinakes.egloos.com/2405874#comments</comments>
		<pubDate>Thu, 11 Jun 2009 00:08:11 GMT</pubDate>
		<dc:creator>피나</dc:creat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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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CDATA[ 유부초밥 빚는 시간 ]]> </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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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DATA[ 
  해산물을 잘 못 먹는 터라 초밥을 딱히 즐기는 편은 아니다. 그냥 입에 넣고 오물오물 꿀꺽 정도는 하지만 애써 찾아먹는 음식은 아닌데, 초밥 중에 유일하게 사랑해 마지 않는 것이 유부초밥이다. 새큼한 향도 좋고 입 속에 찰지게 달라붙는 유부의 질감도 좋다. 어느 비라도 오는 날이면 따끈한 우동 한 그릇에 간절히 생각나는, 아아 유부초밥.<br><br>어느 때인가부터&nbsp;손쉽게 만들어 먹을 수 있는 유부초밥이 시중에 판매되었던 것 같다. 조미액 속에 유부가 담겨져 있고 밥 위에 뿌려서 버무릴 수 있는 양념이&nbsp;들어있는 셋트. 시장에 함께 갈라치면 꼭 그 앞에서 서성대는 막내딸을 엄마는 딱히 외면하지 않으셨다. 과자나 아이스크림, 소시지는 상당히 눈치가 보여서 포기한 적이 많았지만 유부초밥 정도면 엄마도 흔쾌히 허락했다.&nbsp;대략 한 팩이면 2인분이었는데 우리집은 4인 가족이었기 때문에 엄마는 꼭 두 팩을 장바구니에 집어 넣으셨다. 그러고나면 그날 저녁 메뉴는 어김없이 유부초밥이었다.<br><br>소소한 밥상차림을 돌이켜보면, 엄마의 손끝이 대단히 야무지다는 생각이 든다. 주부들이 한 끼 편하게 해결하라고 다 준비되어 나온 유부초밥 셋트건만, 엄마는 유부초밥을 만들 때에도 긴장의 끈을 늦추지 않았다. 첨가된 양념만으로는 부족하다며 햄,&nbsp;당근, 오이 등을 잘게 썰고&nbsp;볶아서 밥에다 더 넣고, 유부에 넣고 남은 밥은 모양을 예쁘게 빚어서 손가락 주먹밥, 동글 주먹밥, 삼각 주먹밥 등으로 뭉쳐 두었다.&nbsp;그리고 뻑뻑하지 않도록 따끈한 된장국을 끓이고, 깨끗한 접시들에 단무지와 김치를 새로 꺼내 말끔하게 셋팅. 가운데에는 방금 만든 유부초밥 큰 접시를 두고 식구들 앞에는 앞접시를 하나씩 두어서 가져가서 편히 먹을 수 있도록 했다. 그렇게 보고 자란 것과 달리, 혼자 살면서 내가 만들어 먹다 보면 대충 들어있는 양념만 뿌리고 접시에 방금 만든 유부초밥을 아무렇게나 쌓은 채로 젓가락 하나 덜렁 놓고 먹고 있다. 물론 혼자서&nbsp;해먹는 것과 식구들을 챙기는 것은 다르다는 걸 알지만, 새삼 나에게 식구들이 생긴다고 해도 엄마처럼 저렇게 할 수 있을까에 대한 의문은 언제나 뭉게뭉게 일어나곤 한다. 만약 나에게 아이들이 생겨서 외할머니집에 가자 하면, 엄마는 분명 제일 예쁜 접시에 따끈따끈한 오므라이스를 만들어서 깔끔한 계란 지단으로 덮은 다음&nbsp;케찹무늬를 예쁘게 넣고 손주에게 만들어 줄 것 같다. 그럼 내 새끼는 '엄마는 못하는데 외할머니는 잘해!'하면서 나와 지 외할머니를 비교해 댈 것이고, 나는 아이에게 왠지 체면이 서지 않을 것 같고.<br><br>저런 이야기를 엄마한테 하면 엄마는 킥킥, 웃기만 하신다. 자식 생기면 다 한다고, 너도 그렇다고 하시는데 과연 나는 그럴 수 있을까. 내 나이 스물여섯, 엄마는 이 나이에 아빠를 만나서 결혼 준비를 하고 10월에 결혼을 하셨다 했다. 지금의 나로서는 상상도 못할 일이다. 그런 이야기를 이제 엄마와 마주보고 하고는 한다. 그럴 때 참 좋은건 유부초밥 만들기이다. 막 해서 식힌 밥을 커다란 그릇에 담고 엄마와 딸이 비닐장갑을 낀 채 식탁에 마주앉아 유부에 밥을 꾹꾹 눌러담는다. 어릴적엔 멍하니 엄마 치마꼬리 붙들고 "언제 다 돼? 먹어도 돼?"만 연발하던 어린 아이가, 이제 엄마의 생산 영역을 함께 나눌 나이가 되었구나 그런 생각을 하곤 한다. 손만 놀리면 심심하니 당연히 수다가 오가고, 이제 내 생각을 말해도 엄마가 눈을 동그랗게 뜨면서 "오, 너는 그렇게도 생각하니?"라고 수용해주는 그런 분위기가 어느새 자연스러워졌다. 엄마와 딸은 나이먹으면 친구가 된다지만, 우리는 참 사이좋고 잘 맞는 친구가 되어 얼마나 다행인가 싶다.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친구와 만드는 유부초밥은 물론 맛있지만, 맛을 떠나서 만드는 그 과정 자체가 하나의 숙성 과정처럼 느껴진다. 동글동글 밥을 모아서 유부에 꾹꾹 눙쳐넣는 바쁘면서도 여유로운 손놀림이 좋고, 엄마와 마주보고 얘기할 수 있는 시간이 좋다. 사실 유부초밥이든 송편이든, 시간을 두고 빚을 수 있는 것이라면 메뉴는 무슨 상관이겠는가. 그 시간만큼은 엄마와 딸이 함께 동글동글하게 인생을 빚어가는 맛깔나는 재미인 것을. 이번에 집에 내려갈 땐 또 엄마와 함께 유부초밥을 만들자고 해야 할까. 아니면 애호박전을 같이 부쳐먹자고 해도 괜찮을 것 같다. 무엇을 하자고 해도 최고의 친구인 내 엄마는 그저 오케이 사인을 보낼 것이고, 배가 띵띵하도록 먹은 다음엔 커피 타임을 함께 즐기게 되겠지. 결국 기호품에 대한 식성까지 그대로 물려받은 걸 보니 어쩔 수 없이 내가 엄마딸이긴 엄마딸인가봅니다그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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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ategory>파피루스 - 수다록</categ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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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ubDate>Mon, 25 May 2009 02:29:53 GMT</pubDate>
		<dc:creator>피나</dc:creat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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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CDATA[ 스승의 날에 되새기는, 교사로 살아가기 ]]> </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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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DATA[ 
  <p>처음 임용고시 합격하고 연수원에 들어갔을 때, 내가 들은 첫 환영인사는 이랬다. "축하합니다 여러분. 그 높은 경쟁율을 뚫고 여기 모인 여러분은 정말 인재들입니다. 누구나 부러워하는 신의 직장에 들어오신거죠." 내가 이걸 왜 기억하고 있냐면, 뒤의 '신의 직장'이란 말이 심히 거슬렸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순간 나와 비슷한 생각의 사람들이 많았는지 움찔하며 얼굴을 찌푸리는 사람들도 몇 보았다. 우리가 눈물과 피땀 흘려가며 공부하고, 교육철학을 세우며 교육관을 닦아오던 세월은 '신의 직장'에 들어가기 위해 맹목적으로 달려온 시간으로 전락되는 순간이었다...고 하면 너무 지나친 비약일까. 아마 그것이 바로 교사에 대한 사회의 시각 중 하나라는 것을 스스로 자조하시는 말은 아니었을까 싶다.<br><br>여기에 더 덧대자면, 어디가서 나는 교사라는 말을 하기 참 부끄럽다. 그리고 별로 하고 싶지도 않다. 왜냐면 나오는 말들이 다 천편일률적이기 때문이다. 일등신부감, 방학 있어 좋겠네, 칼 출근 칼 퇴근, 요즘 애들은 말 더럽게 안 듣지, 안정적인 철밥통, 가늘고 길게 사는게지, 결혼을 늦게 하는 건 너무 눈이 높아서 이것저것 재다가?<br><br>아, 왜 이 좋다는 스승의 날에 나는 이렇게 까칠한 소리들을 늘어놓고 있냐면. 그나마 스승의 날이라고 국가가 지정해 준 이 날이 아니면 새삼 목소리를 높일 수 없을 것 같고,&nbsp;대한민국에서 교사로 살아간다는 게 얼마나 이중적이고도 슬프면서 동시에 행복한지 말하고 싶어서이다.<br><br>교사, 참 좋은 직업이다. 이렇게 좋은 직업은 하늘 아래 있기 쉽지 않다. 우스갯소리에&nbsp;진심을 담아&nbsp;하는 얘기지만,&nbsp;의사는 매일 아픈 환자를 보고, 변호사는 매일 문제 있는 사람을 보지만, 우리는 자라나는 꿈나무를 보지 않는가. 그 이유 하나만으로도 최고의 보람을 느낄 수 있는 참 좋은 직업이다. 그런 것들이 좋아서 나는 교사가 행복하다&nbsp;한다. 안정적이라는&nbsp;등&nbsp;방학이 있다는 등의 이야기는&nbsp;부차적인 사항이다.&nbsp;실제로도&nbsp;후자를 최고의 가치로 두고 임용 준비하는 사람은 거의 못 봤다(최소한 내 주변엔 없었다).&nbsp;물론 그런 사항을 최고의 가치로 내세운 사람도 없지는 않겠지만,&nbsp;대부분의 교사들은 나름의 교육관과 꿈, 이상을 가지고 그것을 교육 현장에서 실천해가는 것에 가장 행복해 하고 있다.<br><br>어쭙잖은 의견을 내세우자면, 점점 젊은 교사 집단은 여초현상이 강하고, 그러다보니 교사들에 대한 이미지는 결국 사회가 여성에게 들이대는 잣대와 비슷하게 되어진다는 느낌을 받곤 한다.&nbsp;마치 시집 잘 갈 것을 노리고 교사하는 것처럼, 여행 다니기 위해 방학만 노리는 것처럼, 힘든 육체노동 하기 싫어서 머리나 굴린다고 보는 것처럼. 20대 여성들에게 사회가 던지는 왜곡된 시각 역시 젊은 교사 집단에 비슷하게 투영된다. 갓 발령받고 의욕에 찬 교사들의 의욕을 깎아도 이만저만 깎는게 아니다.<br><br>교사라는 단어에 묘하게도 사람들은 이중 감정을 동시에 느낀다. 기본적인 지식 소양과 윤리, 도덕심은 갖추고 있겠다며 신뢰하는 동시에, 정체되고 노력하지 않는 고인 물이라거나 융통성 없고 권위적이라는 느낌을 받는 것 같다.&nbsp;그런 사실을 전적으로 부인할 수는 없다. 나 역시 학창시절에 그런 선생님을 본 적이 있으며, 아이들도 바보가 아닌 이상 다 알고 있다. 선생님에게 받은 상처가 의외로 평생 가기도 한다. 하지만 소수의 사람들을 가지고 판단하는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는 이제 조금 접어도 되지 않을까.<br><br>스승의 날에 관련된 여러가지 기사가 올라오고, 덧글들이 달리고, 이런저런 글과 포스팅이 난무한다. 그리고 참 씁쓸하고 민망한 글들을 많이 본다. 나 학창시절에 어떤 선생이 있었는데~부터 시작해서 요즘 교사들에 대한 지적과 신랄한 헐뜯음까지. 물론 개발적이고 따끔한 충고도 있지만 대부분 감정 섞인 글들에 다시 한번 상처를 받는다. 거기다 대고 '저기..제가 바로 그 교사란 직업을 가지고 있습니다만...'이라고 들이댈 자신조차 서지 않는다.&nbsp;전적으로 내 잘못은 아니지만 심히 민망하고 부끄럽다. 동시에 억울하다. 왜 억울하냐면, 학생으로서 보는 학교와 교사로서 보는 학교는 정말로 다르기 때문이다. 대한민국 대부분의 사람들이 학생은 겪지만 교사는 겪지 않는다. 그러기 때문에 학생의 입장만 생각하기 쉽다. 자기 일이 아니면 쉽게 말한다고 하지만, 교사의 심정도 모르면서 다짜고짜 낙인 찍어버리듯 내리누르는 정체를 알 수 없는 사회의 시선은 때로 폭력처럼 느껴진다.<br><br>내 친자식도 아닌 남의 자식들, 그 아이들 때문에 밤 잠 못자면서&nbsp;불 켜고&nbsp;고민해 보았는지, 반대로 아이에게 상처받고 분노해서 어쩔 줄 모르거나 결국 울어보았는지,&nbsp;안쓰럽고 미안한 마음에 어쩔 줄 몰라해보았는지, 그러면서도 그 아이들이 주는 행복감에 희열에 차 보았는지. 그것들을 겪어보지 않은 사람들은 교사에 대해 참 쉽게 말할지도 모른다. 그것들은 온전히 학교라는 울타리 안에서 남몰래 이루어지고 있는 선생님과 아이들의 치열한 의사소통이다. 그렇기 때문에 사실 어찌보면 의도적이지는 않지만 폐쇄적이면서도 비밀스럽다. 사람 사는 세상인데 어찌 모든게 부정적이거나 혹은 모두 긍정적일 수 있는가. 당연히 좋은 것과 나쁜 것이 공존할 수 밖에 없다.<br><br>하지만 세상은 주로 부정적 모습을 비춘다. 그렇기 때문에 수면 위로 드러나는 것은&nbsp;대부분 나쁜 것이고, 정말 아름답고 따뜻한 일들은 물 밑으로 가라앉는다. 간혹 훈훈한 이야기로 등장하는 사제지간의 아름다운 모습들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대부분 학교와 교사 이야기가 나오면 입에 거품부터 문다. 망할 나라에 망할 교육에 망할 학교에 망할 교사다. 일상을 함께 살아가는, 소소하고 자글자글해서 다정하고 때로 긍정적인 면모도 많은 교사와 아이들의 의사소통은 그렇게 물 밑에 가라앉는다.<br><br>왜 다짜고짜 요즘 애들 말 더럽게 안 듣죠? 라고 물어올까. 그럼 자신들은 학창시절 누구보다도&nbsp;말 잘 듣는&nbsp;모범생이었던가? 세월과 시대를 막론하고 모범생과 날라리는 공존하기 마련이다. 새삼스럽게 요즘 애들일 필요는 없다. 말 잘 듣는 녀석은 잘 듣고, 안 듣는 녀석은 안 들을 뿐이다. 그것 뿐이지, 왜 요즘 애들은 모두 말 안 듣는 못되먹은 아이들로 한 번에 몰아붙여지는 것일까.<br><br>간혹 드물게 나의 교육관을 얘기할 자리가 주어지면, 나는 힘주어 낙관론을 펼친다. 내가 학교에 있어보니 정말로 학교는 참 좋은 공간이라고. 예쁜 아이들과 노력하는 선생님들이 아주 많이 있다고. 그래서 나는 우리나라의 교육이 점차 발전할 것이고, 더욱 나아질거라 믿는다고 그렇게 이야기한다. 그리고 현실이 정말로&nbsp;그렇다.&nbsp;물론&nbsp;터무니없는 이상론을 펼치자는 것은 아니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학교도 사람 사는 곳이라 부정적 요소와 긍정적 요소(물론 이 요소에는 당연히 인적 자원도 들어간다)가 공존한다.<br><br>그러니, 간절히 말해보자면 부디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는 하지 말아달라는 것이다. 너무 색안경을 쓰고 부정적인 감정을 몰아넣지도, 그렇다고 완전히 신성시 해서&nbsp;이상적인 공간으로 생각하지도 말아달라는 것. 저 유토피아처럼 이상향인 공간이면 참 좋으련만, 그렇지 않기에 많은 사람들이 이렇게 노력하고 있는 것 아니던가.<br><br>어디 가서 떳떳하고 자랑스럽게 교사입니다, 하고 목에 힘 줄 것도 없고, 새삼 그러고 싶지도 않지만, 그래도 그냥 다른 친구들이 '회사 다녀요'라고 말하듯 평범하고 소소한 삶을 영유하는 직업으로 인식받고 싶다. 교사라고 말하는 것 자체가 스트레스가 된다고 하면 이건 참 웃긴 이야기겠지만. 현실이 그러니 씁쓸하다. 언제나 교육은 최고로 뜨거운 감자이고, 그런 만큼 교사에 대한 다양한 시선과 편견, 과도한 왜곡에 때로 피로함을 느낀다.<br><br>정작 좋은 교사들은 묵묵히 오늘도 일상을 열심히 살아갈 뿐이다. 내가 좋은 교사란 얘기는 절대 아니지만, 내 주변의 너무나 좋으신, 인생의 롤 모델로 삼고 싶은 수많은 분들이 그렇게 열심히 살아가고 계신다. 그분들이 폄하되는 건 너무 안타까운 일이다. 스승의 날이라고 해서 새삼스럽게 카네이션을 내밀고 몇 십년 전 은사님을 찾아가고 그런 인사치레가 아니더라도, 이미 선생님들은 아이들을 너무나 사랑하고 있다. 평생 아이들을 짝사랑하는 존재인 선생님들에게, 스승의 날이 따로 존재한다는 것 자체가 오히려 부담스럽고 부끄러울 뿐이다. 다만 이 날의 의의를 생각한다면, 혹여 교사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만 가득했던 사람이 있다면, 한조각 내 마음을 따뜻하게 해 준 선생님을 생각하며 살풋 미소를 떠올리는 그 정도만 되어도 충분하지 않을까. 그게 내가 평생 학교에 몸 담고 살아가는 보람이자 행복이다. 그거면, 정말로 충분하다.<br><br><br>(꽤나 까칠한 글을 써 버리고 말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실 오늘 대단히 행복한 날이었다. 작년에는 학교가 쉬었는데 올해는 정상수업을 해서 덕분에 아이들에게 한아름 받고 말았다. 스승의 날에 뭘 받는다는게 스스로 생각하기에 너무 부끄러워 죽을 것 같고&nbsp;어설프기는 한데, 그래도 하루종일 행복했다. 롤링 페이퍼에 편지에 직접 만든 쿠키에 케잌에 초콜릿까지, 아이들의 정성이 너무 예뻤다. 사실 정말로&nbsp;가장 기분 좋은 것은 편지다. 이 아이가 쓰는 동안 온전히 날 생각해줬구나 싶어서 가슴이 벅차고, 누군가에게 좋은 영향을 주고 있다거나 역할 모델이 되고 있다는 말을 보면 너무 부끄러워서 몸이 비비비 꼬이면서도 그냥 입이 헤실헤실 벌어지고...역시 난 성숙한 교사가 되기는 그른 것 같다. 반성하고 사색하기보단 그냥 너무 좋아서 어쩔 줄 몰라하고 있으니. 스승의 은혜 노래 불러줄때는 나 너무 부끄러우니까 하지 말라고 손사래를 쳤지만, 그래도 참 기쁘고 마냥 고마웠다. 물론 요즘의 아이들에게 사실 스승의 날이 선생님에 대한 감사의 진한 마음이 담긴 날이라기보다는, 이벤트성이 강하고 축제 분위기에 들떠서 자기들끼리 흥겨워서 하는 것에 더 가깝다. 그래도 일년 중 하루, 선생님과 아이들이 서로를 마주보며&nbsp;사적인 얘기도 하고, 서로를 생각하며 앞으로 더 잘해보자고 다시금 다짐하는 날이 아닌가. 어쩌면 스승의 날의 진정한 의의는, 서로에 대한 거리를 조금은 더 좁힐 수 있는 날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선생님 사..사...사랑해욧 후다닥! 하고 쓴 아이들의 편지를 보고 거리감을 느낄 사람이 누가 있을까. 정작 사회가 아무리 교사에 대해&nbsp;날카로운 시선을 들이대어도, 아이들을 보면서 행복하고 아이들 덕에 힘을 얻는다. 대한민국 교사는 참 행복한 직업이다.)</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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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ategory>양피지 - 학교일지</categ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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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ubDate>Fri, 15 May 2009 07:28:43 GMT</pubDate>
		<dc:creator>피나</dc:creat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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