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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28 in NY</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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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escription>스물 여덟의 뉴욕</descrip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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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ubDate>Fri, 03 Apr 2009 14:19:18 GMT</pubDa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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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escription>스물 여덟의 뉴욕</descrip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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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CDATA[ 그간..... ]]> </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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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DAT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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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v><div> 블로그를 찾는 것이 정말 오랜만이네요.</div><div> 이 곳을 자주 찾아주시던 분들, 다들 건강히 잘 지내고 계시지요?</div><div>  </div><div> </div><div> 그간 저의 삶에는 많은 변화가 있었어요. </div><div><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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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v><div> 사랑하던 친구가 세상을 떠났습니다. </div><div> 열흘 뒤에서야 한국에서 소식을 전해들었습니다.</div><div> 저에게는 스스로 목숨을 끊은 두번째 친구이네요. </div><div> 한동안 넋이 나간 채로 살았습니다. </div><div> 소리를 지르고 욕을 하고 물건을 집어던졌습니다. </div><div> 주먹을 쥐고 허공을 노려보며 거리를 걸어다녔습니다. </div><div> 참 많이 울었습니다.   </div><div> </div><div> </div><div><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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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v><div> </div><div> 기쁜 소식도 있었습니다.</div><div> 뉴욕에서 만난 친구가 오랜 연인에게 청혼을 받았고, </div><div> 유학을 준비하던 한국의 친구가 합격 통지를 받았고, </div><div> 결혼 2년차의 오빠가 아내의 임신 소식을 전해왔습니다. </div><div> 8개월 남짓 뒤 태어날 아이를 생각하면 절로 미소가 나오네요.</div><div><br />
</div><div> </div><div> </div><div> 뉴욕에서의 삶은 한층 바빠졌습니다.</div><div> 개인적으로 작지 않은 결정을 하나 내렸고,</div><div> 그 덕분에 매일같이 책상 앞에 묶인 신세가 되었습니다.</div><div> 그래도 열중할 것이 있는 삶이란 즐겁네요. </div><div> </div><div><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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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v><div> 오늘 뉴욕에는 비가 내리고 있습니다.</div><div> 저는 아침 일찍 일어나 청소를 마친 뒤 차를 마시며 이 글을 씁니다. </div><div><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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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v><div> 아아, </div><div> 봄이 찾아왔다는 것이 얼마나 다행인지요.</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br/><br/>tag : <a href="/tag/뉴욕" rel="tag">뉴욕</a>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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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ategory>미분류</category>
		<category>뉴욕</categ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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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ubDate>Fri, 03 Apr 2009 14:19:18 GMT</pubDate>
		<dc:creator>beatnik</dc:creat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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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CDATA[ "Humor is my default mode" ]]> </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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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타계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불경하게도 처음 떠오른 생각은 "부고를 쓰는 사람들은, 참 힘들겠다..."였다. 어떤 작가들은 그 펜이 일구어낸 성취가 너무 높고도 깊어서, 그 궤적이 너무 길고도 넓어서 경탄을 넘어선 두려움을 선사하는데, 존 업다이크가 바로 그런 사람이었다. (현재 살아있는 작가 중 나에게 비슷한 느낌을 주는 이는 조이스 캐롤 오츠다. "아아...저걸 언제 다 읽지...") <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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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50년 동안 글을 썼다. 지침 없이, 경계 없이 글을 썼다.  뉴욕 매거진의 부고에 따르면, 이른바 "영감의 위기"에 대처하는 그의 방법은 단순히 "그것을 갖지 않는다"였다. 그는 일주일에 닷새동안, 매일같이 세 페이지를 썼다. 그렇게 그는 인간이 생각해낼 문학의 거의 모든 장르를 섭렵했다. 그는 장편소설을 썼고, 단편소설을 썼고, 시를 썼고, 평론을 썼고, 여행기를 썼고, 인터뷰를 썼고, 회고록을 썼고, (스포츠를 포함한) 에세이를 썼다. 뉴욕 매거진은 그를 "the greatest belletrist of all time"이라고 칭하고 있다. 그러니까 존 업다이크는 래빗 시리즈의 소설가로 가장 널리 알려졌지만, 사실 누구보다도 일상의 사소한 편린들을 유머와 재치, 우아함으로 가공해 유려한 산문으로 뽑아내는 재능을 가진 글쟁이였다. 뉴요커의 부고는 존 업다이크의 면모 중 대중에게 가장 잘 알려지지 않은 것이 바로 "유머리스트로서의 업다이크"라고 전하고 있다. 뉴요커의 스태프로 커리어를 시작해, 뉴요커의 품 안에서 재능을 싹틔운 업다이크는 E.B.화이트와 제임스 써버를 관통하는, 새콤한 아이러니와 경쾌한 입담이 찰지게 뒤엉킨 "comic tone"을 심장에 품고 있었다. 업다이크는 자신의 한 팬에게 이렇게 말했다. "Humor is my default mode."<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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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뉴요커의 humor writing 모음집 Disquiet, Please!의 차례를 훑어내리며 존 업다이크의 이름을 찾는다. Paranoid Packaging.그가 1996년 뉴요커에 기고한 글이다. <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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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너무나 질진 나머지, 도무지 떨어져나올 생각을 하지 않는 박스 포장 테입에 대한 한탄으로 글을 시작한다. 그 뒤를 잇는 것은 손톱을 부러뜨릴 지경으로 단단하게 포장된 시리얼 상자다. 그리고, 이른바 어린이 보호용 안전장치가 철옹성처럼 입구를 방어하고 있는 약병. <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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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this time, childproof pill bottles had been imperceptibly toughening and complicating, to the point where only children had the patience and eyesight to open them. Though the two arrows were lined up under a magnifying glass and superhuman manual force was exerted, the top declined to pop off."<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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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다음엔 "뜯는 곳"이라는 거짓된 표지로 우리를 우롱하는....기내에서 간식으로 나누어주는 땅콩 포장...! <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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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minuscule notch letter "Tear Hear" was a ruse. (..) Mounting frustration, intensified by the normal claustrophobia, cramping, and fright of air travel, produced dozens of cases of apoplexy and literally thousands of convulsively spilled peanuts." <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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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등줄기에 찰싹 달라붙은 감기기운을 잠시 잊은 채, 신나게 키득거린다. 웃음 만큼 좋은 약이 없다더니. 오늘 밤엔 밀린 빨래를 굴려넣은 채 세탁기가 돌아가는 소리에 맞춰 업다이크의 에세이를 읽어야겠다. <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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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v style="text-align:center"><img class="image_mid" border="0" onmouseover="this.style.cursor='pointer'" alt="" src="http://pds13.egloos.com/pds/200902/06/69/b0018169_498b655a70364.jpg" width="470" height="320" onclick="Control.Modal.openDialog(this, event, 'http://pds13.egloos.com/pds/200902/06/69/b0018169_498b655a70364.jpg');" /></div><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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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br/>tag : <a href="/tag/뉴욕" rel="tag">뉴욕</a>,&nbsp;<a href="/tag/존업다이크" rel="tag">존업다이크</a>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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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ategory>일요일의 독서</category>
		<category>뉴욕</category>
		<category>존업다이크</categ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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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ubDate>Thu, 05 Feb 2009 22:23:18 GMT</pubDate>
		<dc:creator>beatnik</dc:creat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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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CDATA[ 아픔 ]]> </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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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팠다. 이유를 알 수 없이 온 몸이 너무 아팠다. 다행히도 수업이 없는 날이었다. 하루 종일 침대에 누운 채로 진땀을 흘렸다. 송곳으로 마디마디를 쑤시는 것처럼 등이 욱신거렸고, 사포를 대고 비벼대는 것처럼 목구멍이 화끈거렸다.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 나는 책 한권을 머리 맡에 놓은 채, 읽다가 자다가 읽다가 자다가를 반복했다. 시간이 참 묘하게 흘렀다. 한 챕터를 읽고 눈을 감고, 또 한 챕터를 읽고 눈을 감고. 눈을 떴을 때마다 확인해본 시간은 2시 30분. 3시 30분. 4시 30분. 꼭 한 시간 간격이었다. 꿈 속에 있는것인지 꿈 밖에 있는 것인지 헷갈렸다. 책의 이야기와 나의 이야기가 뒤섞였고, 영어와 한국어가 뒤엉켰다. <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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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사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번 쯤은 그런 생각을 해보았겠지만, 나 역시 내가 죽는다면 언제, 누가 나를 가장 먼저 발견할 것인가를 잠시 상상해보았다. 외국에서 혼자 살고 있으니 일찍 발견될 확률은 낮군. 게다가 전화번호를 최근에 바꾼 다음 아직 알리지 않은 사람이 더욱 많으니, 이를 어째. 나는 진땀을 흘리며 통탄을 하다 A양과 N군 중 한 사람이 최초의 발견자가 될 것이라고 결론을 내렸다. 그렇게 오후가 지나갔고 밤이 찾아왔다. 허기가 졌지만 밥을 차리기는 커녕, 손가락을 움직일 기운도 없었다. 나는 네 발로 엉금엉금 부엌에 기어가 식빵과 Advil PM을 들고 돌아왔다. 나는 참대에 누워 식빵을 목구멍에 쑤셔넣은 다음 파란 알약을 두 개 삼켰다. 아프면 서럽다더니. 어느새 아픔 그 자체보다는 "혼자 아픈 데다가 그걸 알아주는 사람이 아무도 없어"가 머리를 지끈거리게 만들었다. 다행히 약 기운이 순식간에 엄습했고, 나는 꼴깍 잠이 들었다.<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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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뜬 것은 놀랍게도 아침 7시였다. 그건 아마도, 마감의 본능 때문이었을 것이다. 에세이 초고 마감이 오후에 잡혀있는데, 나는 단 한 자도 써놓은 것이 없었다. 나는 잠시 천장을 바라보며 "그냥 재낄까.."를 생각하다가 온 힘을 다해 기합을 넣고 벌떡 일어났다. 통증은 여전히 참을 수 없이 강렬했다. 나는 커피를 내린 뒤, 책상 앞에 앉았다. 이상하게도 키보드를 두드리고 있으니 좀 안심이 됐다. 어쨌거나 죽지 않았어. 그리고 글을 쓰고 있잖아. 나는 바싹 마른 입술을 혀로 살짝 축인 뒤, 손가락을 움직였다. 탁탁탁. 경쾌한 타자 소리가 찌릿한 통증과 함께 등줄기를 타고 흘렀다. <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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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br/>tag : <a href="/tag/뉴욕" rel="tag">뉴욕</a>,&nbsp;<a href="/tag/아프다" rel="tag">아프다</a>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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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ategory>살거나 놀거나 </category>
		<category>뉴욕</category>
		<category>아프다</categ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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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ubDate>Wed, 04 Feb 2009 17:45:39 GMT</pubDate>
		<dc:creator>beatnik</dc:creat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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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tem>
		<title><![CDATA[ 뉴욕단상_그랜드 센트럴 ]]> </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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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v style="text-align:center"><img class="image_mid" border="0" onmouseover="this.style.cursor='pointer'" alt="" src="http://pds10.egloos.com/pds/200902/01/69/b0018169_49853bf59177a.jpg" width="500" height="281.25" onclick="Control.Modal.openDialog(this, event, 'http://pds10.egloos.com/pds/200902/01/69/b0018169_49853bf59177a.jpg');" /></div><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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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남자가 있다. 남자는 매일 아침 8시12분 뉴욕으로 가는 열차를 탄다. 매일 그는 같은 칸, 같은 좌석에 앉는다. 남자는 매일 오후 5시17분 집으로 돌아가는 열차를 탄다. 매일 그는 같은 칸, 같은 좌석에 앉는다. 남자는 20년 동안 같은 일과를 반복해왔다. 그리고 어느날 오후 5시17분, 남자는 평소처럼 그랜드 센트럴의 플랫폼에 선다. 그는 계단에 발을 올려놓는다. 그리고 그는 갑자기 멈춘다. "Oh, hell" 남자는 계단에서 발을 내려놓는다. 남자는 뒤돌아선다. 그리고 남자는 어딘가로 사라진다.  <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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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로시 파커의 단편소설 Such a Pretty Little Picture의 주인공 Mr, Wheelock은 결혼 8년차의 중년 남자다. 직장, 집, 딸, 아내, 평온하게도 혹은 지독하게도 똑같은 리듬으로 흐르는 일상. Mr, Wheelock은 언젠가 신문의 귀퉁이에서 읽은 한 남자의 일화를 천천히, 달콤하게 음미한다. 그러니까 언젠가는 그 또한, "Oh,hell"이라고 내뱉은 뒤 뒤돌아서 사라져버릴 것이다. 언젠가는, 언젠가는.....<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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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맨하탄 42번가. 열차가 도착하고 열차가 출발하는 곳. 그랜드 센트럴은 통근객들이 밀려들고 밀려나가는 뉴욕의 구심이다. 혹은 분주한 일상의 무게 아래서 잠시 떠남을 상상하고 새로운 출발을 몽상하는 곳이다. 별자리가 그려진 우아한 아치 아래로 열차 시간표가 분주하게 반짝거리고, 시계 초침이 짤깍이며 움직인다. 그랜드 센트럴에는 공항의 살균된 공기에서는 느낄 수 없는 나른한 향수가 있다. X-ray 기계와 보안 검색의 불편한 긴장이 소거해버리는 아련한 낭만이 있다. 그러니까 그랜드 센트럴은 소독약 냄새보다는 몽롱한 체취로 가득하다. 그랜드 센트럴에는 어느 순간, 열차칸에서 발을 내려놓고 사라져버리는 남자의, 또는 어느 순간 편도행 열차표를 끊고 낯선 곳을 향하는 여자의, 꿈결같은 체취가 있다. <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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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랜드 센트럴은 마침표 없는 산문처럼 공기가 흐르는 곳이다. 그랜드 센트럴에 모여든 사람들은 걷고, 걷고, 걷고, 또 걷는다. 다리와 다리가 시계추처럼 교차하고, 또각거리는 발소리가 팝콘처럼 우수수 쏟아진다. 그랜드 센트럴을 처음으로 찾는 이들을 향한 낡은 충고. "절대로, 승객과 그의 열차 사이에 서지 마라." 그랜드 센트럴의 터미널에서 슬쩍 멈추어섰다간, 사정없이 어깨를 밀치고 지나가는 행렬에 불친절한 습격을 당하기가 쉽다. 하지만 성급히 화를 내지는 말자. 그건 무례함이라기보다는 무의식에서 비롯된 결과이니까. 그랜드 센트럴의 흐름, 그 거대한 물결을 형성하는 이들의 눈은 눈 앞을 향하고 있지 않다. 허공에 느슨하게 걸린 시선은 떠나야 할 장소를 향해, 도착할 그 곳을 향해, 혹은 달아나고 싶은 그 어딘가를 향해 나른하게 어른거린다. <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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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랜드 센트럴은 그 자체로 제법 완결된 공간이다. 그랜드 센트럴에는 뉴스 스탠드가 있고, 서점이 있고, 레스토랑이 있고, 카페가 있고, 선물가게가 있고, 바가 있고, 구두 닦이가 있다. 하지만 그랜드 센트럴은 손님을 반기되 그들의 소매 끝을 애써 붙들지 않는다. 흐름의 중간에 정류장을 형성하되 흐름을 막으려 들지는 않는다. 그러니까 그곳은 근육을 완전히 이완한 채 머무르기보다는 떠남을 준비하며 잠시 숨을 고르고 발목을 풀어놓는 곳이다. 그랜드 센트럴을 밝히는 것은 천장에 알알이 박힌 작은 전구들이다. 전구들이 쏟아내는 오렌지 빛의 조명은 지나치게 밝지도 지나치게 어둡지도 않다. 그건 딱 마음에 미풍을 일으킬 정도의 밝기다. 미풍은 휴식을 취하던 이들의 심장을 간지럽히고, 그들을 일으켜 세우고, 그들의 발걸음을 재촉한다. 그랜드 센트럴에 모여든 이들은 걸어다니며 피자를 먹고, 콜라를 마시고, 프렛젤을 먹고, 맥주를 마시고, 초콜렛을 입에 던져 넣는다. <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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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랜드 센트럴은 침묵이 달아나버린 곳이다. 소리와 소리가 모여 하나의 군락을 이룬 곳이다. 발소리, 말소리, 커피 기계 소리, 트렁크가 바닥에 끌리는 소리, 구두닦이들이 행인을 유혹하는 소리가 몸과 몸을 섞은 채 파도처럼 출렁인다. 하지만 그랜드 센트럴에는 또한, 그 모든 소리에서 떨어져 나온 하나의 소리가 있다. 들리지 않는 소리, 혹은 두 사람의 귀에만 들리는 소리가 있다. 그랜드 센트럴 Oyster Bar앞, 세 개의 홀이 하나의 아치 아래 모이는 교차점에는 Whispering Gallery가 있다. 이 곳은 그랜드 센트럴이 품고 있는 비밀스런 속삭임의 공간이다. 틈과 틈 사이로, 둘 만의 이야기가 흐르는 공간이다. 이를테면 두 사람은 대각선으로 마주 본 두 개의 기둥 앞에 선다. 한 사람은 기둥 틈에 입을 대고 다른 한 사람은 기둥 틈에 귀를 댄다. 한 사람이 기둥 틈 사이로 말을 속삭이면, 그 말소리는 천장을 지나 맞은편의 기둥 틈 사이로 흘러나온다. <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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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느 날인가 이 곳에는 한 쌍의 연인이 선다. 남자는 오른 손에 검은색 트렁크를 들었고, 여자는 어깨에 작은 핸드백을 걸었다. 두 사람은 등을 맞댄 채 기둥 틈에 얼굴을 바짝 대고 무언가를 속삭인다. 두 사람 사이로 커다란 배낭을 짊어진 청년이 지나간다. 두 사람 사이로 손에 신문을 말아 쥔 할아버지가 지나간다. 두 사람 사이로 양복을 입은 한 무리의 남자들이 지나간다. 두 사람은 여전히 기둥 틈새에 얼굴을 바짝 대고 있다. 그리고 어느 순간, 남자는 하하하, 하고 낮은 목소리로 웃는다. 여자도 하하하, 하고 가볍게 웃는다. 두 사람의 얼굴은 조금 창백해졌지만, 두 사람은 서로의 얼굴을 보지 못한다. 이내 남자는 검은색 트렁크를 끌고 플랫폼을 향해 떠난다. 여자는 가만히 선 채 잠시 남자의 뒷모습을 바라본다. 그리고 이내, 여자는 뒤돌아서 걷는다.<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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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랜드 센트럴의 흐름을 관장하는 단 하나의 룰은 바로, 시간이다. 그러니까 그랜드 센트럴에서 가장 사랑받는 존재가 있다면, 그것은 바로 시계다. 뉴스스탠드에서 신문의 헤드라인을 훑어내리던 노인은 소매 끝을 살짝 밀어 손목 시계를 확인하고, 시간표를 확인하던 청년은 서둘러 남은 피자를 입 안에 구겨넣고, 의자에 앉아있던 아주머니는 벽시계에서 눈을 떼자마자 딸의 손목을 붙든 채 황급히 자리를 털고 일어난다. 뉴헤이븐으로 향하는 열차는 6시29분 출발이다. 6시26분. 모데라토. 승객들이 하나, 둘 모여들기 시작한다. 6시27분. 알레그레토. 발걸음이 빨라진다. 6시28분. 알레그로. 지각생들이 숨을 헐떡이며 입구로 달려든다. 6시29분. 열차는 떠난다. <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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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지만 열차를 놓쳤다고 해도 크게 낙담할 필요는 없다. 그랜드 센트럴의 시간표는 미처 숨을 고를 새 없이 새로운 출발과 새로운 도착을 시시각각 토해 놓으니까. 아니 어쩌면, 열차를 놓쳤다는 것은 하나의 기회일 수 도 있다. 그러니까 당신은 다음 열차표를 끊기 전, 잠시 매표소 앞에 멈춰선 채 생각을 할 수도 있다. 당신은 다른 곳을 향하는 열차를 탈 수도 있다. 당신은 등을 돌린 채 뉴욕의 밤거리를 향해 뚜벅뚜벅 걸어나갈 수도 있다. 그랜드 센트럴은 그 모든 망설임을 헛된 공상이 아닌 하나의 가능성으로 만들어버리는 마력이 있다. 당신은 구두 끝을 비비며 생각에 잠긴다. 바로 지금, 혹은, 언젠가는, 언젠가는....<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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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키피디아에 따르면 그랜드 센트럴은 "세계에서 가장 많은 플랫폼을 가진 기차역"이다. 론리 플래닛에 따르면 그랜드 센트럴은 "예술적 가치를 지닌 건축물"이다. 혹은 한 뉴요커의 말에 따르면 그랜드 센트럴은 "뉴욕이 간직하고 있는 최고의 우아함"이다. 하지만 나에게 그랜드 센트럴은 무엇보다, 이방인의 옷이 더이상 어색하게 느껴지지 않는 곳이다. 떠남과 돌아감의 지치지 않는 발소리가 움추렸던 어깨를 곧게 세우고, 새로운 시작을 향해 뭉클대는 몽상이, 꿈이, 가능성의 덩어리들이 위축됐던 가슴에 달콤한 숨을 불어넣는다. 세찬 심장 박동처럼 손님을, 통근자를, 여행자를, 끊임없이 받아들이고, 또 쏟아내는 그랜드 센트럴은 멈추지 않는 뉴욕의 얼굴이다. 경계를 희롱하고 정체를 냉소하며 변화를 노래하는 뉴욕이 그곳에 있다. 그래서 나는 그랜드 센트럴에 갈 때마다, E.B.화이트의 글을 떠올린다.<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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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욕은 세 가지의 모습으로 존재한다. 첫번째는 이곳에서 태어난 이들의, 도시를 당연하게 생각하고 그 규모와 혼란함을 자연스럽고 불가피한 것으로 받아들이는 이들의 뉴욕이다. 두번째는 통근자들의 뉴욕, 매일 메뚜기떼가 삼켰다가 뱉어내는 그 뉴욕이다. 세번째로, 다른 곳에서 태어나 무언가를 쫓아 뉴욕에 모여든 이들의 뉴욕이 있다. 이 일렁이는 세 개의 뉴욕 중에서 가장 위대한 것은 세 번째의 뉴욕이다. 마지막 목적지로서의 도시, 목표로서의 도시. 뉴욕의 예민한 기질과 시적인 품행을 설명하는 것이 바로 이 세번 째의 뉴욕이다. 예술에의 헌신과 그 비교할 바 없는 성취를 설명하는 것이 바로 이 세번 째의 뉴욕이다. (....) 이들은 하나하나가 뉴욕을 첫사랑의 강렬한 흥분으로 포옹한다. 하나하나가 뉴욕을 모험가의 신선한 눈으로 흡수한다. 그리고 하나하나가 에디슨 컴퍼니를 왜소하게 만들어버릴 정도의 열기와 빛을 발산한다."<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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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리고 나는 다시, E.B화이트의 작은 조언을 기억한다. <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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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 York can destroy an individual, or it can fulfill him, depending a good deal on luck. No one should come to New York to live unless he is willing to be lucky." <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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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숨을 고르고, 천장을 향해 고개를 꺾는다. 그리고 나는 그랜드 센트럴의 별자리를 헤아리며, 잠시 나의 운을 기원한다.   <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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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v style="text-align:center"><img class="image_mid" border="0" onmouseover="this.style.cursor='pointer'" alt="" src="http://pds11.egloos.com/pds/200902/01/69/b0018169_4985405e68bf7.jpg" width="500" height="281.25" onclick="Control.Modal.openDialog(this, event, 'http://pds11.egloos.com/pds/200902/01/69/b0018169_4985405e68bf7.jpg');" /></div><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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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ategory>뉴욕과 연애하기</category>
		<category>뉴욕</category>
		<category>그랜드센트럴</categ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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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ubDate>Sun, 01 Feb 2009 06:43:10 GMT</pubDate>
		<dc:creator>beatnik</dc:creator>
	</ite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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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CDATA[ Wendy and Lucy  ]]> </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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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escription>
			<![CDAT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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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v style="text-align:center"><img class="image_mid" border="0" onmouseover="this.style.cursor='pointer'" alt="" src="http://pds13.egloos.com/pds/200901/29/69/b0018169_49813db612564.jpg" width="433" height="289" onclick="Control.Modal.openDialog(this, event, 'http://pds13.egloos.com/pds/200901/29/69/b0018169_49813db612564.jpg');" /></div><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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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녀는 알라스카를 향해 가는 중이다. 그녀는 혼자다. 아니, 그녀의 유일한 동반자는 그녀의 개, 루시다. 우리는 그녀가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 왜 알라스카로 떠나게 되었는지, 그곳에서 어떤 미래를 꿈꾸는지 알지 못한다. 우리가 아는 것은, 혹은 짐작하는 것은 그녀가 새로운 삶을 결심했으며 그것을 향한 여정에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녀의 낡은 차는 고장나고, 그녀는 잠시 발이 묶인다. 소녀의 예산은 빠듯하다. 그녀는 차 안에서 웅크린 채 잠을 자고, 공중 화장실에서 몸을 닦는다. 소녀는 슈퍼마켓에서 물건을 슬쩍 주머니에 집어넣다가 붙잡힌다. 그녀가 구치소에서 밤을 나는 사이 루시는 사라진다. 소녀는 루시를 찾아다닌다. 그리고 아마도, 이것이 이야기의 전부다. <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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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Wendy and Lucy는 참 이상한 영화다. 단서는 모호하고 시선은 침묵하며 순간은 그저, 고요하다. 소녀는 주인공이면서도 주인공이 아니다. 소녀가 마주치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저 그들이 속한 삶의 한 자락에서 툭, 무심하게 내던져질 뿐이다. 경찰은 고장난 기계를 향해 비쭉 불평을 늘어놓고, 카센터 주인은 전화통을 붙든 채 무언가에 잔뜩 열을 올리고, 지나치던 젊은이들은 그들의 잡담에 열중한다. 세계는 특별히 친절하지도, 적대적이지도 않다. 일상의 공간, 일상의 시간. 다만 그것은 낯설다. 소녀는 세계에 섞여들지 못한 채 그 표면에서 계속, 미끄러진다. 그러니까 그건 이방인의 세계다. 돈, 직업, 가족, 친구, 시스템 안에서 우리를 정의하는 것들이 증발해버린 순간, 그 진공 상태에서 마주 본 세계다. 소녀는 걷는다. 소녀의 어깨너머로 열차 소리가 울려퍼진다. 소녀의 얼굴로 햇빛이 녹아들고 소녀의 발끝으로 어둠이 스며든다. 소녀는 웃는다. 소녀는 울음을 터뜨린다. 혹은 소녀는 그냥 그곳에 존재한다.  <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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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셸 윌리암스의 연기는 그저, 숨이 막힌다. 눈썹의 떨림으로, 발자국 소리로, 구부러진 어깨로, 창백한 안색으로, 가느다란 다리 사이로 소녀의 외로움과 두려움이, 작은 환희가 뭉클거리며 흘러나온다. 그 정서는 너무나 강력해서, 혀 끝으로 그 맛과 촉감을 느낄 수 있을 정도다. Wendy and Lucy는 거르고 거르고 걸러내, 마침내 아찔할 정도의 농도로 응축된 결정과 같은 영화다. 심장을 찌르기 위해 사실 많은 수식이 필요하지 않음을 상기시키는 영화다. 이토록 낮은 목소리로 이토록 강렬한 울림을 전하는 영화를 오랫동안 만나지 못했다.  <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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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br/>tag : <a href="/tag/뉴욕" rel="tag">뉴욕</a>,&nbsp;<a href="/tag/WendyandLucy" rel="tag">WendyandLucy</a>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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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ategory>살거나 놀거나 </category>
		<category>뉴욕</category>
		<category>WendyandLucy</category>

		<comments>http://ny28.egloos.com/4051940#comments</comments>
		<pubDate>Thu, 29 Jan 2009 05:29:09 GMT</pubDate>
		<dc:creator>beatnik</dc:creat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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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CDATA[ 배운다는 것의 즐거움 ]]> </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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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escription>
			<![CDAT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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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히 A의 영향이었을 것이다. "나에겐 logic이 가장 쉬워", 라고 말하는 철학도를 친구로 둔 탓으로 어느날 불현듯 그 logic이라는 것에 호기심이 생겼다. 서점에서 입문서를 하나 샀고, 식탁에 앉아 가벼운 마음으로 책을 읽기 시작했다. 그리고 딸깍, 스위치를 올린 것처럼 다른 세상에 빠져들었다. 재밌다는 것을 미처 의식할 시간조차 없을 만큼, 재미가 있었다. 벌떡 일어나 노트를 가져다가 수식을 그리고 퍼즐을 풀어가며 책을 읽었다. 정신을 차렸을 때는 이미 새벽 3시였다. 그러니까, 그 사이 6시간이 흘러가버린 것이다.<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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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해보면 예전에는 무언가 새로운 것을 배운다는 걸 언제나 모종의 노동으로, 부담으로 받아들였던 것 같다. 그건 배움이 강요될 뿐 아니라 그것의 성과가 수치화되고 평가되는 중고등학교를 거치며 내재된 태도인지도 모르겠다. 그러니까 내가 알지 못하는 그 무언가는 언제나 좀 두렵고 위압적인 존재였으며, 나의 무지는 담요로 덮어두어야 할 치부였다. 이를테면 나는 등반을 두려워하는 등반가였다. 눈 앞에 있는 그것을 밟고 올라타서 정상에 올라야 할, 정복의 대상으로 생각하는 동시에 그 것이 녹록치 않은 도전이라는 것을 알고 금세 등을 돌려버리는 어리석음. 그때 나는 굳이 정상에 깃을 꼿지 않아도, 숲을 걸으며 산책을 하는 것이 이미 (혹은 더욱) 아름답고 즐거운 것임을 알지 못했다.<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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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에서의 삶이 나에게 선사한 가장 큰 사치는 바로 시간이라고 생각한다. 혹은 공백, 공백이 주는 순수한 기쁨, 그것에 감사하고 그것을 만끽할 수 있는 시선과 여유. 요즘 나는 걸음마를 배우듯이 살아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불안하고 위태롭지만, 그 만큼의 설렘과 흥분에 사로잡힌 채. <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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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br/>tag : <a href="/tag/뉴욕" rel="tag">뉴욕</a>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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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ategory>뜬구름 잡기</category>
		<category>뉴욕</categ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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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ubDate>Tue, 27 Jan 2009 17:12:19 GMT</pubDate>
		<dc:creator>beatnik</dc:creat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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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CDATA[ 할인을 해줘요, 우디! ]]> </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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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escrip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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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목적지는 Carlyle Hotel이었다. 스물여덟살의 한국여자와 스물여섯살의 독일여자는 둘 다 우디 앨런에게 조금은 과할 정도의 애정을 품고 있었다. 우리의 우디가 매주 월요일, Carlyle Hotel 카페에서 클라리넷을 연주한다는 것은, 그리하여 "애니홀"로 3개 부문에 노미네이트 됐을 때 조차 오스카 시상식을 제끼고 대신 클라리넷을 불어재끼고 있었다는 일화는 이미 너무나 잘 알려진 것이 아니었던가. 뉴욕에 머무르는 동안 우리가 놓칠 수 없는 이벤트가 하나 있다면, 그건 바로 우디를 직접 알현하는 것이었다. <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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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하나, 우리를 근심하게 한 것은 바로 공연의 가격이었다. 호텔 홈페이지를 통해 알아본 바, 공연의 cover charge는 테이블에 앉을 경우 100달러, 심지어 바에 앉을 경우에 조차 70달러였다. 이건, 아무리 생각해봐도 돈 한푼이 아쉬운 유학생에겐 가능한 예산의 범위를 훌쩍 뛰어넘는 액수였다. 뉴욕에 온 이래 꾸준히 무선인터넷을 훔쳐쓰고 있는 한국여자와 식당에서 'tap water'이외의 음료를 거의 주문하지 않는 독일여자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시도도 해보지 않은 채 포기할 만큼 우리의 애정은 얕지 않았으며, 우리의 무모함은 가볍지 않았다. 그러니까 어찌되었건 간에, 우리의 목적지는 Carlyle Hotel이었고, 우리의 목적은 우디의 연주를 보는 것이었다.<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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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이 쏟아지고 있었다. 나와 A는 머리카락에 눈송이를 주렁주렁 단 채 조우했다. 연주의 시작은 8시40분. 우리가 만난 시간은 6시. 2시간 40분 안에 무언가 묘책을 마련해야했다. 호텔 앞에는 빨간 유니폼을 입은 한 남자가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우리는 일단, 그에게 접근하기로 결정했다. No1. 내부자를 우리편으로 만들어라. <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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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br />
"Hi, ladies," <br />
"This is the place...where Woody Allen plays..right?"<br />
"Yes. Are you two here to see the show?"<br />
"Yes..we are.."<br />
"Good. The cafe opens around 6:30. It's good that you came early. You girls can get good seats."<br />
"Nice...but the problem is....the price.."<br />
"It's seventy dollar if you sit at the bar." <br />
"We know that, but still...it's expensive.."<br />
"Are you tourists?" <br />
"No, we are students. So we can't really afford that, you know.."<br />
"You just came here to see Woody?"<br />
"Yes, we are huge fans of Woody."<br />
"Well, that's really nice. Why don't you go inside and wait? It's cold out here."<br />
"Thanks."<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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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는 우리를 바 안으로 안내했다. 피아노 소리가 울려퍼지고 있었다. 아직 시간이 이른 탓인지 혹은 날씨가 궂은 탓인지, 바 안은 텅 비어있었다. 우리는 자리에 앉아 커피를 주문했다. 그 때 우리의 옆 자리에 한 중년의 남자가 다가와 앉았다. 그는 주머니에서 수첩과 만년필을 꺼내더니 고뇌에 찬 표정으로 무언가를 적어내리기 시작했다. 눈 오는 날 오후, 어퍼이스트 사이드 호텔의 바에 홀로 앉아 글을 쓴다? 아주 성공한 작가? 혹은 글쓰기가 취미인 변호사? A와 나는 남자를 힐끗거리며 가능한 시나리오를 속삭였다. A가 말했다. "Maybe, he can pay for us." "Yeah, Right." 나는 이죽거리며 대답했지만, 머릿속에서는 어느새 파렴치한 상상이 활짝 나래를 펼치고 있었다. 한국과 독일에서 날아온, 주머니 사정이 여의치 않지만 상당히 매력적이며 똑똑한(여기서 상상은 자기기만의 기류를 탄다) 두 여인을 위해 지갑을 열어줄 관대한 중년의 신사라. No2. 스폰서를 구한다...?<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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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 />
<br />
그때 칵테일을 홀짝이던 남자가 손짓을 하더니 웨이터를 불렀다. <br />
<br />
"This is not what I ordered." 남자가 경직된 목소리로 말했다.<br />
"Excuse me, sir? You said ****, this is ****" 웨이터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br />
"No." 남자가 차갑게 말했다.<br />
".....but...it is" 웨이터가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말했다.<br />
"I said it's not." 남자가 말했다.<br />
"I'm sorry sir, but..." 웨이터가 말했다.<br />
"This is not the TASTE." 남자가 바위를 쪼개버릴듯한 기새로 내뱉었다<br />
"I'm sorry, sir. Do you want to get another one?" 웨이터가 말했다.<br />
"Just take it, and let the bartender taste it. He'll know what I mean." 남자가 말했다.<br />
"Sorry, sir." 웨이터가 말했다. <br />
"This is terrible." 남자가 눈썹을 치켜들며 말했다. <br />
"Sorry, I'll get you a new one." 웨이터가 말했다.<br />
"Well, this is TERRIBLE" 남자가 턱 끝을 치켜들더니 다시 한번 말했다. <br />
<br />
<br />
<br />
나는 웨이터의 손에서 칵테일잔을 빼앗아 남자의 정수리에 후려치고 싶은 충동을 억누르며 A에게 말했다. "So much for the generous gentleman, huh?" 우리는 우리의 어리석은 공상을 폐기처분한 채 곁눈으로 남자를 째려보며 커피를 들이켰다. 그때 빨간 유니폼의 남자가 다가와 말했다. "People are starting to line up. You'd better go there now." 우리는 자리를 털고 일어나 카페로 향했다. <br />
<br />
<br />
<br />
<br />
<br />
머리가 희끗희끗한 직원이 카페 입구에서 손님을 받고 있었고, 그 앞에는 얼굴에 윤기가 흐르는 두 명의 잘생긴 청년이 서있었다. 청년들은 우리를 보더니 "Ladies first."라며 활짝 미소를 지으며 손짓을 했다. 우리는 당황했다. 카페 직원이 재촉하는 듯한 표정으로 추임새를 넣었다. "Well, Ladies....?" 나는 잠시 아무렇지 않은 표정으로 우아하게 입장한 뒤 울면서 카드를 긁을 것인가, 혹은 즉시 뒤돌아선 채 A의손을 잡고 전력질주를 할 것인가를 놓고 고민했다. 그리고 잔잔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br />
<br />
<br />
"If it isn't too much to ask....can you tell me how much the cover charge is?"<br />
"Oh sure, sure. It's 75 for the bar and 100 for the table, and minimum 25 dollar for drinks" <br />
<br />
<br />
홈페이지의 가격보다 5달러가 더 비싼데다가, 드링크 미니멈이 25달러? 거기에 tax와 tip까지 합하면...머릿속에서 계산기가 핑글거리며 돌아가기 시작했다. 두 청년의 입가에선 어느새 웃음이 사라지고 있었다. A가 나의 팔을 잡아당기며, 이제 그만 집에 돌아갈 타이밍이라는 것을 알렸다. 하지만 이대로 물러날 수는 없었다. No3. 할인을 구걸하라.<br />
<br />
<br />
"Ummm.....Is there any way...."<br />
"Yes?"<br />
"Any way...that we can get like...<span style="font-size:85%;">student discount</span>?"<br />
"Pardon?"<br />
"I said..<span style="font-size:85%;">student discount</span>."<br />
"Sorry?"<br />
"STUDENT DISCOUNT!!!!!"<br />
<br />
직원의 얼굴은 화강암처럼 굳었고, 청년들의 눈동자는 차가운 조롱으로 일렁이고 있었다. 나는 잠시 전열을 가다듬은 뒤 최대한의 비통함을 담아 말했다.<br />
<br />
"Don't you think the price is too expensive for students? We know we can't afford it...but we are big fans of Woody and we came here just to see him. Is there any way...that we can get some kind of discount?"<br />
"There is nothing I can do for you." 남자가 교관처럼 고압적인 목소리로 말했다. <br />
<br />
"Ok....what if I ask Woody and he says yes?" 남자의 태도에 빈정이 상한 나는 저항하듯 말했다. <br />
"Well, If you are really planning to do something like that, I have to call the SECURITY." <br />
<br />
남자는 말을 끊자마자, 나의 반응을 기다리지도 않은 채 뒤에 서있던 청년들을 향해 눈짓을 했다. 나와 A는 호텔 밖으로 걸어나왔다. 기다리기라도 했다는 듯 눈줄기가 패배자들의 얼굴을 향해 사납게 들이쳤다. <br />
<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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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 />
"God, You were really courageous." A가 말했다.<br />
"There was nothing to lose. And also, now we have nothing to regret." 내가 말했다.<br />
"Do you think... it was just...a stupid idea?" A가 말했다.<br />
"Well,,,it was....an experience.." 내가 말했다.<br />
"Experience, right." A가 웃으며 말했다.<br />
"And now I know I'm pretty good at swallowing humiliation." 내가 말했다.<br />
"Good for you." A가 말했다.<br />
"Good for me!" 내가 말했다.<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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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DVD 대여점에 들러 "Play it Again, Sam"을 빌린 다음, 초콜렛 우유와 초콜렛을 먹으며 담요를 뒤집어 쓰고 낄낄거렸다. 그리고 우리는 귀여운 두 청년을 포함해 주머니 사정이 넉넉한 관중 앞에서 클라리넷을 열심히 불고 있을 그에게 속삭였다. No4. 텔레파시를 보낸다. 당신에게 이토록 충성스런 여성팬이 있다는 사실 알고 있나요? 그러니까 언젠가는 말이죠, 할인을 해줘요, 우디! <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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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bject width="425" height="344"><param name="movie" value="http://www.youtube.com/v/7aX8yu5slt8&hl=ko&fs=1"></param><param name="allowFullScreen" value="true"></param><param name="allowscriptaccess" value="always"></param><embed src="http://www.youtube.com/v/7aX8yu5slt8&hl=ko&fs=1" type="application/x-shockwave-flash" allowscriptaccess="always" allowfullscreen="true" width="425" height="344"></embed></object><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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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br/>tag : <a href="/tag/뉴욕" rel="tag">뉴욕</a>,&nbsp;<a href="/tag/우디앨런" rel="tag">우디앨런</a>			 ]]> 
		</description>
		<category>살거나 놀거나 </category>
		<category>뉴욕</category>
		<category>우디앨런</categ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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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ubDate>Sun, 25 Jan 2009 04:51:59 GMT</pubDate>
		<dc:creator>beatnik</dc:creat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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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CDATA[ 겨울방학 결산 ]]> </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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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escription>
			<![CDAT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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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12.22~2009.01.22<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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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권의 책을 읽었고, 18편의 영화를 보았으며, 대략 150시간을 걸었고, 잠을 잃었다 다시 얻었으며, 좀 많이 외로웠다. 연애 성적은 제로, 새 친구 한 명. <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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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겨울방학의 Best, Best, Best <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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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est Fiction: Drown (Junot Diaz, you're my man!) <br />
  Best Nonfiction: Nothing to be frightened of <br />
  Best Film: The Reader<br />
  Best Play: Mother/Son <br />
  Best Spot: Bowery Poetry Club<br />
  Best Event: Q&A with László Szabó at Film Forum<br />
  Best Stranger: A Bartender at Bemelmans Bar<br />
  Best Crush : A guy with brown hair on 6 train who turned out to be a spanish tourist<br />
  Best Moment : Sunset on Brooklyn Bridge<br />
  Best Meal : Bo Luc Lac at Saigon Grill<br />
  Best Deal : 35 dollar Bookshelf from Wallmart <br />
  Best Blunder : A job interview<br />
  Best Achievement : Slimmer Belly <br />
  Best Picture : Lakeside Lounge Photostrip with A<br />
  Best Discovery : I can actually use OVEN! <br />
  Best Lesson : Would you fucking relax for a while? <br />
  <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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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 />
<br/><br/>tag : <a href="/tag/뉴욕" rel="tag">뉴욕</a>,&nbsp;<a href="/tag/겨울방학" rel="tag">겨울방학</a>			 ]]> 
		</description>
		<category>살거나 놀거나 </category>
		<category>뉴욕</category>
		<category>겨울방학</category>

		<comments>http://ny28.egloos.com/4047329#comments</comments>
		<pubDate>Fri, 23 Jan 2009 05:29:04 GMT</pubDate>
		<dc:creator>beatnik</dc:creator>
	</item>
	<item>
		<title><![CDATA[ 죽음을 생각하고, 죽음을 말하고, 죽음에 웃다. ]]> </title>
		<link>http://ny28.egloos.com/4043768</link>
		<guid>http://ny28.egloos.com/4043768</guid>
		<description>
			<![CDATA[ 
  <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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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v style="text-align:center"><img class="image_mid" border="0" onmouseover="this.style.cursor='pointer'" alt="" src="http://pds10.egloos.com/pds/200901/19/69/b0018169_4974172b4ce72.jpg" width="490" height="276" onclick="Control.Modal.openDialog(this, event, 'http://pds10.egloos.com/pds/200901/19/69/b0018169_4974172b4ce72.jpg');" /></div><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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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don’t believe in God, but I miss Him.” <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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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무살에 무신론자가 되었으며, 예순살에 스스로를 불가지론자로 명명하는 남자. 영국의 소설가 줄리안 반즈는 신을 믿느냐는 질문을 받았을 때 이렇게 답한다. 그는 철학 교수인 형에게 이러한 자신의 의견을 어떻게 생각하냐고 묻는다. 대답은 한 단어로 날아왔다. “Soppy.”<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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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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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thing to be frightened of"는 죽음에 관한 책이다. 혹은 목덜미에 유통기한이 찍혀있음을 자각하게 되는 바로 그 순간부터의 삶에 관한 책이다. 귀를 막고 있던 솜뭉치가 빠져나가고, 이제껏 무시했던 시계 바늘 소리가 들리기 시작한다. 그것은 “당신 이전의 손님이 맞춰놓고 간 알람에 맞춰 낯선 호텔방에서 깨어나는 것”이다. 그것은 “어느 순간 잠에서 깨어나 어둠과 혼란, 그리고 당신이 이제껏 임대한 세계에 머물고 있었다는 끔찍한 깨달음 속으로 내던져지는 것”이다.<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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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해답은 사후의 삶을 제시하는 종교일까? 줄리안 반즈에게 그것은 “아름다운 거짓말”이다. 종교가, 혹은 기독교가 그토록 오랫동안 존재할 수 있었던 것은 "모두가 정말 그것을 믿어서가 아니"라 “캐릭터, 플롯, 선과 악의 투쟁이 하나의 근사한 소설을 완성했기 때문"이다. 그것은 이를테면, 할리우드가 끊임없이 탐식하는 스토리텔링의 완벽한 사례다. “해피엔딩으로 끝나는 비극.” 쥘 르나르는 말했다. “아마도 신이 불가해하다는 사실 정도가 그의 존재에 대한 가장 강력한 증거일 것이다.” <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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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주의가 찬송하는 “자아 성취”의 세속적 천국은 어떤가. 안정적인 직장을 잡고, 결혼을 하고, 재산을 증식하고, 문화를 소비하고, 헬스클럽에 가는 것? 그 모든 조건을 다 충족시키면, 체크 박스에 전부다 동그라미를 치고 만점을 기록하면, 우리는 행복해진다. 그렇다. 그럴 것이다. 아니...혹은 그렇지 않다? 반즈에게 이것은 “우리가 선택한 신화”이며, 어느 순간 “무덤이 활짝 열리고, 치유받고 완벽해진 영혼들이 성인과 천사의 무리에 합류한다”는 것 만큼의 똑같은 “망상”일 뿐이다. <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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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은 좀 얄팍한 명상은 어떤가. 그러니까 소멸에 대한 자각이 없이는 삶을 진정으로 음미할 수 없다는 근사한 문구는? 하지만 당신은 정말로 그것을 믿는가? “나는 정말로 죽음을 부인하는 나의 친구들이 꽃다발/예술작품/와인 한 잔을 나만큼 제대로 느끼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하나?" 대답은 물론 "아니다.” 또는 그것이 사실이라고 해도 결과적으로 달라지는 것이 있나? 족음은 어쩌면, 신보다도 더욱 견고한 존재다. "구약에서 신약으로, Vengeful One에서 Merciful One으로" 모습을 달리한 기독교의 신과 달리, 죽음에는 개량과 협상의 여지가 없다. 죽음은 그저 그 곳에, 100%의 확률로 존재할 뿐이다. <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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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thing to be frightened of"라는 제목은 사실, 오독의 여지가 있다. 일견 고개를 꼿꼿히 들고 승리를 선언하는 듯한 문구가 이를테면 값싼 자기개발서나 명상집의 세일즈 문구를 연상케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표지를 가득 채우고 있는 것은 자기도취적 승리와는 거리가 먼 얼굴이다. 미간에는 깊은 주름이 잡혔고, 입은 꼭 다물어졌으며, 커다랗게 정면을 응시하는 눈에는 살짝 눈물이 고여있다. 줄리안 반즈는 누구보다도 죽음에 대해 예민한 촉각을 가진 남자다. 혹은 죽음의 공포에 끊임없이 뒤쫓기는 남자다. 그는 한밤중에 “일어난다, 혼자, 완전히 혼자로, 주먹으로 배게를 내리치고 ‘ Oh no Oh No OH NO’ 끊임없이 울부짖는다.” <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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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다시 한번. "Nothing to be frightened of"에서 방점이 찍히는 것은 "Nothing"이다. “There is NOTHING to be frightened of.”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 가 아니라 두려워할 “것”이 없다. 죽음은 그저 커다란 구멍이고 그 이후에 남는 것은 아무 것도 없으므로. 다시 쥘 르나르: “가장 진실되고 가장 정확하며 가장 의미로 가득한 단어는 “nothing”이라는 단어다.” <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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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죽는다. 우리는 모두 죽어왔다. 그렇다면 우리는 수백년 전의, 수천년 전의 그들보다 더 “나은” 죽음을 맞이하고 있는가? 플로베르의 말. “모든 것은 학습되어야 한다, 책을 읽는 것부터 죽는 것까지.” <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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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우리가 현명해졌을 때, 우리가 보다 깊은 통찰력을 갖게 되었을 때, 죽음의 공포를 향해 우리는 방패를 얻는가, 그러니까 우리는 더 “잘” 죽게 되는가. 괴테의 사례. 그는 사후의 삶이라는 것에 대해 회의적이며 냉소적이었다. 그는 불멸은 “게으른 편견”이며 그것을 믿는 이들은 “지나친 자축"에 빠져있다고 믿었다. 그는 팔짱을 낀 채 입을 비죽거리며 이러한 농담을 던지는 사람이었다. "만약 정말로 사후의 삶이 존재한다면, 나는 그 믿음을 설파하기 위해 지상의 모든 삶을 소비한 지루한 군상들과 절대 마주치고 싶지 않다. 왜냐면 그들이 “우리가 옳았어! 우리가 옳았어!” 라고 승리에 날뛰는 것을 본다는 건 지금 이 삶 보다도 더 끔찍한 일이 될테니까." 그러니까 그는 이를테면, 서머셋 몸이 말한 “humorous resignation”에 누구보다도 모범적으로 들어맞는 남자였다. 그렇다면 그러한 괴테는 어떻게 죽음을 맞이했을까. 그의 죽음을 지켜본 의사의 일기장은 그날을 이렇게 기록하고 있다. 괴테는 “끔찍한 공포와 불안에 사로잡혀있었다”.<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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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죽는 것에 관한 또 다른 질문. <br />
과연 우리는 "우리"로서, 나는 내가 생각하는 "나"로서 죽는가? 라벨의 사례. 그의 건강은 몇년에 걸쳐 점점 내리막길을 걸었고 그는 천천히 죽음을 맞이했다. 처음에는 단어가 입을 비껴나갔다. 그 다음에 그는 포크를 반대방향으로 집었으며, 이름을 사인할 수 없었고, 결국 외출할 때마다 가정부가 꽂아넣은 집 주소를 코트 안에 달고 다녔다. 그리고 어느날 그는 자신의 현악 사중주를 녹음하는 자리에 참석했다. 녹음이 모두 끝났을 때 라벨은 프로듀서를 향해 이렇게 말했다. “정말로 훌륭했네. 작곡가의 이름을 알려주겠나.” 라벨의 또 다른 사례. 그는 자신이 작곡한 피아노 음악의 콘서트에 갔다. 콘서트 내내 그는 굉장히 즐거운 듯이 보였다. 연주가 끝나고 객석의 관객들이 그를 향해 박수를 보냈을 때, 라벨은 그들이 옆에 앉은 친구에게 박수를 보내는 줄 알고 덩달아 웃으며 박수를 쳤다. 라벨은 곧 프랑스 신경외과의들에게 보내졌다. 두개골이 열렸고 다시 닫혔다. 열흘 후, 머리에 여전히 붕대가 감긴 채로, 라벨은 죽었다.<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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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thing to be frightened of"는 철학서가 아니다. 혹은 알약처럼 신통한 명상을 제공하는 잠언집도 아니다. 논리는 명징하지 않고, 일화는 뒤섞였으며, 사고는 불친절하게 구불거린다. 반즈는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고, 답을 하고, 다시 그 답을 회의했다가, 또 다른 질문을 던지고, 한순간 확신에 가득찼다가, 다시 스스로를 의심하며, 어느 순간에는 "이 책을 다 마치기 전에 내가 죽을지도모른다"는 공포에 사로잡혔다가 이내 "혹은 당신이 그 전에 죽을지도 모르지"라고 애도를 표하기도 한다. <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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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그는 연단에 서기보다는 연단에 선 사람을 향해 질문을 던지는 남자다. 그는 가르침을 전하기보다는 조곤조곤 말을 건네는 남자다. 권위의 껍질은 떨어져나갔고, 문장은 싱글거리며 살아 움직인다. 반즈는 개인으로서의 죽음 뿐 아니라, 작가로서의 죽음에도 촉각을 세운다. 그는 언젠가 자신의 책이 "마지막 독자"를 맞이하는 순간을 상상한다. 그는 자신의 책을 선택한 최후의 한 사람을 향해 깊은 감사를 표한다. 하지만 “생각해보니 당신이 마지막 독자라는 것은 당신이 이 책을 읽고 누구에게도 권하지 않았다는 뜻”이 아닌가. 다시 반즈는 소리지른다. “개자식! 꺼져버려!!!!” 그러니까 이 작가는, 유머감각이 무엇인지를 확실히 아는 남자다. <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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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thing to be frightened of"는 어쩌면 그저, 죽음에 사로잡힌 남자의 이야기다. 그것은 궁극적인 소멸을 두려워하는 동시에, 그 이해할 수 없는 심연에 매혹된 남자의 이야기다. “소설가는 침묵으로부터, 미스터리로부터, 공백으로부터, 모순으로부터 시작한다." 반즈의 출발점은 죽음이고, 그 여정은 문학, 역사, 음악, 미술, 철학, 과학, 그리고 작가 개인의 삶의 경계를 이리저리 분방하게 뛰어넘는다. 여행의 실타래를 얽고 풀어내는 것은 기막힌 이야기꾼의 솜씨다. "Nothing to be frightened of"는 간담을 서늘하게 만들었다가 이내 히스테리컬한 웃음으로 읽는 이를 인도하는 책이다. 그것은 육중한 무게로 머리를 공략하다가도 허파를 간지럽히고 이내 심장을 깊숙이 찌르는 책이다. 이 아찔하고도 매혹적인 여정이 말미에 이르렀을 때, 그리하여 줄리안 반즈가 이야기를 마무리하는 순간 나는 이 작가의 놀랍고도 사랑스러운 재치에 그저, 웃을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나는 2009년의 서두를 아름답게 장식한 이 책이 나의 2009년 최고의 책이 될지도 모른다고 조금은 황홀하게, 조금은 섭섭하게 벌써부터 의심하게 되는 것이다.  <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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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ategory>일요일의 독서</categ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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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ubDate>Mon, 19 Jan 2009 06:09:29 GMT</pubDa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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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CDATA[ 뉴욕의 이야기가 기록되는 곳  ]]> </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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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어 맨하탄, New York Supreme Court 앞 Foley Square에는 자그마한 부스가 하나 서 있다. 아마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공원 관리소 정도로 생각하고 무심코 지나칠 이 부스는 사실, 이야기가 기록되는 곳이다. <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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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이야기가 기록된다는 것은 이런 뜻이다. 당신과 당신의 친구, 부모님, 연인, 혹은 그 누군가가 함께 부스에 들어간다. 부스 안에는 방음 장치가 된 작은 방이 하나 있다. 당신과 당신의 상대는 그 작은 방으로 들어가 탁자의 양 편에 마주보고 앉는다. 탁자 위에는 커다란 마이크 2개와 티슈 한 통이 마련되어있다. 이제 약 40분 동안 두 사람은 자유롭게 대화를 나눈다. 그것은 사랑 고백일 수도 있고 가슴 아픈 과거일 수도 있고 서로에 대해 쌓아왔던 불만일 수도 있도 삶을 뒤흔든 경험일 수도 있으며 수십년 동안 감추어 온 비밀일 수도 있다. 화제는 자유이고 대화를 하는 방식도 자유이다. 다만 방을 나서는 순간 당신은 CD 한장을 받는다. 당신과 상대가 나누었던 시간은 그렇게 기록되었다.<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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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Corps라는 비영리단체에 의해 무료로 운영되는 이 부스는 "honor and celebrate one another’s lives through listening"이라는 단순하고 아름다운 취지를 내걸고 있다. 2003년부터 시작된 이들의 이야기 채집 운동, 혹은 구술 역사 프로젝트를 통해 이미 수만명의 삶의 한 조각이 음성으로 기록되어 남았다. Story Corps에 신원을 밝히는 것은 자신의 자유다. 혹은 그날 녹음된 당신의 이야기가 국회도서관에 보관되길 원하는 것도 당신의 선택이다. <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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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이 곳을 찾은 것은 일본에서 온 친구 N과 함께였다. 부스에 들어서기 전, 우리는 우리가 과연 무슨 이야기를 할 수 있을까, 40분을 채우지 못해 어색해지는 것은 아닌가 따위를 놓고 뭉기적거렸다. N은 내성적이고, 말을 하기 보다는 늘 상대방의 이야기에 조용히 귀를 기울이는 친구다. 나는 N에게 내가 먼저 많은 질문을 던질테니 걱정 말라고 다짐을 했다. 하지만 방 안에 들어서는 순간 우리의 조바심은 성급한 것임이 판명되었다. 한 낮의 따가운 빛이 가려지고 얼굴에 오렌지 빛의 은은한 조명이 떨어지는, 편안하고 부드러운 침묵이 흐르는 이 작은 방은 마법 같은 공기로 우리를 무장해제시켰다. N은 내가 무어라 미처 단서를 던지기도 전에 이야기를 하고, 이야기를 하고, 또 이야기를 했다. 그리고 나는 그가 갖고 있던 너무나 아픈 기억을 공유하게 되었다. 지난 몇 달동안 수업을 들으며 함께 어울리는 동안 결코 알지 못했던 N이 그곳에 있었다. N 역시 나에 대해 비슷한 느낌을 갖게 되었을 것이다. <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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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Corps가 제공하는 것은 한 뼘만한 장소이고, 당신이 필요로 하는 것은 한 토막의 시간이다. 하지만 그 시간은 나와 당신이 마주 바라본 시간이고 우리의 이야기가 존재하는 시간이다. 그건 굳이 음악이 흐르지 않아도, 술잔을 부딪히지 않아도, 그저 눈과 눈을 맞추고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그 자체로 즐겁고 기쁜 일이었음을 상기하는 시간이다. 그건 이야기를 통해 누군가를 알아가는 것, 그 원초적인 경험의 소중함을 기억하는 시간이다.  <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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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물 여덟해 동안 다른 길을 걸어온 한국여자와 일본남자의 삶은 뉴욕에서 잠시 교차했고, 그 어느날 한 순간 우리가 나누었던 시간은 그렇게 기록되었다. 그리고 그 기록은 연인과 친구, 어머니와 아들, 할아버지와 손녀가 나누었던 무수한 대화의 조각들과 함께 미국 의회도서관에 보관될 것이다. 어쩌면 세월이 많이 흐른 뒤, 할머니가 된 내가 젊은 날의 한 순간을 반추하기 위해, 그 시절의 목소리와 웃음과 한숨을 느끼기 위해 의회도서관의 자료실을 찾을 지도 모르겠다. 그건 상상 만으로도, 마음이 조금은 따뜻해지는 일이다. <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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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br/>tag : <a href="/tag/뉴욕" rel="tag">뉴욕</a>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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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ategory>뉴욕과 연애하기</categ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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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ubDate>Sat, 17 Jan 2009 17:17:15 GMT</pubDa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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