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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빌트군의 빌트라테이션</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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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escription>날아라 빨래죽!</description>
	<language>ko</language>
	<pubDate>Mon, 23 Nov 2009 15:16:02 GMT</pubDa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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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빌트군의 빌트라테이션</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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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escription>날아라 빨래죽!</descrip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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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tem>
		<title><![CDATA[ [소설] 역까지 5분 거리 - 15화 (찬우편) ]]> </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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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escription>
			<![CDATA[ 
  <div style="text-align:center"><img class="image_mid" border="0" onmouseover="this.style.cursor='pointer'" alt="" src="http://pds15.egloos.com/pds/200911/23/10/b0051210_4b0a9bfdea0c7.jpg" width="478" height="182" onclick="Control.Modal.openDialog(this, event, 'http://pds15.egloos.com/pds/200911/23/10/b0051210_4b0a9bfdea0c7.jpg');" /></div><strong>※이 작품은 픽션입니다. 등장인물 및 단체명은 실제와 아무런 관계가 없습니다.<br />
※이 소설은 제 개인 창작물입니다. 다른 곳으로 전문, 혹은 일부를 퍼가는 것을 절대 금합니다. 링크는 괜찮습니다.<br />
※다른 독자 분들을 위해 덧글에 전개를 예측하거나 앞 전개를 스포일러 하시는 행위는 자제해주시기 바랍니다.</strong><br />
<br />
※ 처음 보시는 분들은 1화부터 차례대로 보시는 것을 권장합니다.<br /><br />그녀의 말에 나 또한 소스라치게 놀랐다.<br />
<br />
"에 저기 지금 뭐라고 했죠?"<br />
"우리 아버지도 이순식이라고."<br />
"……에이 설마, 동명이인이겠죠."<br />
"……그렇지? 동명이인이겠지?"<br />
<br />
그녀도 나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는 듯하다.<br />
<br />
"……혹시 돌아가신 아버님이 기계같은 거 잘 다루지 않습니까?"<br />
"……맞어. 기계같은 거 직접 고치고 그랬어."<br />
"바람둥이고?"<br />
"바람둥이인지는 모르겠는데, 아버지가 실은 본처가 있다느니 그런 얘기를 엄마가 종종 했어."<br />
"전과 있고?"<br />
"어. 맞어."<br />
"……"<br />
"……"<br />
<br />
어이가 없어서 둘 다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몇 초가 흘렀다.<br />
<br />
"변태, 네 아버지 어떻게 생겼어?"<br />
"글쎄요. 근육 탄탄한 건장한 몸에 코는 둥글넙적하고 눈썹 쪽에 점있고… <br />
"하아……"<br />
<br />
그녀는 깊은 한 숨을 내쉬었다. 그 한숨이 모든 답변을 대신했다.<br />
<br />
"아무래도 네가 찾는 그 아버지란 사람이 우리 아버지가 맞는 것 같은데."<br />
"제가 생각해도 그런 것 같습니다."<br />
"그럼 너의 아버지와 내 아버지는 동일인물이란 얘기가 돼. 그럼 우리는 배다른 남매란 얘기거든?"<br />
"그…… 그렇게 되네요."<br />
"너 나이가 몇이야?"<br />
"25."<br />
"제길. 내가 동생이네."<br />
"몇 살이신데요?"<br />
"23."<br />
<br />
나보다 어렸냐. 나이보다 성숙한 타입었구나 얘.<br />
그렇게 대화는 장시간 또 끊어졌다.<br />
<br />
너무나 황당한 상황이라 좀처럼 상황 파악이 안 된다.<br />
그럼 잠시 상황 파악을 해보자.<br />
지금 그녀와 나의 아버지가 동일인물일지도 모른단 사실이 튀어 나왔다.<br />
<br />
그렇다면 아마 일은 이랬을 것이다. 우리 아버지는 타고난 바람둥이로, 두집 살림을 하고 있었다.<br />
그리고 아마, 두 여자 사이에서 각각 자식을 나았을 것이다.<br />
그 중에 하나가 나고, 그 중에 하나가 그녀다. 즉 우리는 배다른 남매란 얘기가 된다.<br />
그리고 아버지는 우리 집쪽에서 살다가 무슨 일이 생겨서, 그녀의 집 쪽으로 들어가서 살고 있었다.<br />
그리고 난 그 사실을 모르고 우연히 그녀의 앞집에 이사를 와버렸다.<br />
그리고 어찌된 일인지 모르겠지만 아버지는 누군가에게 살해당했다.<br />
그래서 분노한 그녀가 범인을 찾다가 배다른 오빠인 날 찾아왔다. 이런 얘기가 된다.<br />
<br />
잠깐만, 그럼 나는 같은 핏줄이 통한 배다른 여동생에게 한 눈에 반해서 계속 훔쳐본 저질스런 오라버니가 되는 거 아닌가.<br />
아버지가 돌아가신 날에 헉헉대며 여동생에게 작업을 건 불효자식이 아닌가.<br />
<span style="font-size:130%;"><strong><span style="color:#ff0000;">천하에 따로 없는 저질이잖아!! </span></strong></span><br />
대체 이 뻘쭘한 상황을 어떻게 타개해야 된단 말인가! 아악!!<br />
<br />
"우리 엄마가 본처 집에 아들이 어쩌고 하는 얘기를 나한테 종종했는데, 그게 너였나보네."<br />
"…그렇게 되는군요."<br />
"아서. 변태같은 오빠한테 계속 존댓말 들으니까 기분이 이상해. 차라리 말 놓자 우리. "<br />
"아……네."<br />
"……아 진짜 미치겠네. 어떻게 이런 일이……."<br />
<br />
그렇게 우리는 어영부영 말을 놓게 되었다.<br />
<br />
"이름이 뭐야?"<br />
"이찬우. 그쪽은?"<br />
"이주하."<br />
"……"<br />
<br />
"아버지가 사라지신게 언제야?"<br />
<br />
주하가 물었다.<br />
<br />
"한 2년쯤 됐나?"<br />
"그래? 내 경우엔 아버지가 없어졌다 나타난게 대충 2년 전이니까 딱 맞는군……."<br />
"난 지금도 아버지가 왜 사라지셨는지 잘 모르겠어. 짐작 가는 거 있어?"<br />
"글쎄. 아마 나 때문이 아닐까. 내가 좀 안 좋은 일을 하고 있거든. 그 소식을 어디서 들었는지, 그때부터 돌아오셨어.<br />
그 이후로 나보고 일 그만두라고 거래처마다 돌아다니면서 부탁을 하고 다녀서 고생 좀 했지."<br />
"직업이 뭔데?"<br />
"수금. 왜 있잖아 길가에 떼인 돈 받아 준다고 광고 붙어있고 그런 거. 이 바닥에선 '마포'란 별명으로 통해."<br />
"마포? 왜 별명이 마포야? 서울의 마포?"<br />
"아니 바닥 닦을 때 쓰는 그거."<br />
<br />
바닥 닦을 때 쓰는 그거라니.... 마포걸레? <br />
아니 어쩌다가 아가씨한테 그런 별명이 붙었어?<br />
<br />
"그런 건 남자가 하는 거 아니었어?"<br />
"난 예외야."<br />
"아니 여자가 가서 그러는데 겁먹고 돈을 줄 사람이 어딨어?"<br />
"말하긴 뭐한데 나만의 필살기 같은 게 있어."<br />
"그게 뭔데?"<br />
"못 들었어? 말하기 뭐하다니까?"<br />
"아니 여기까지 오니까 진짜 궁금해져서…… 부탁인데 좀 가르쳐 줘."<br />
"끄응……."<br />
<br />
주하는 부끄러운 듯 머뭇머뭇 거리더니 이윽고 새빨개진 얼굴로 자그마한 소리로 대답했다.<br />
<br />
"……벗고 들어눕기."<br />
"……."<br />
<br />
이런 맙소사. 그래서 그런 별명이 붙은 거였구나. <br />
아버지가 2년 동안 집에 안 들어온 이유를 이제야 납득할 수 있었다.<br />
이렇게 참한 처자가 그런 과격한 일을 하고 돌아다니고 있었다니. <br />
나같아도 말리겠다.<br />
<br />
"그런 거 하다가 잡혀가면 어쩌려고?"<br />
"뭐 신고당하면 잡혀가지. 그런데 운이 좋아서 아직 별은 안 달았어." <br />
"왜 그런 위험한 일을 하고 다녀?"<br />
"배운 것도 없고 성격도 이 모양이라 그런다. 왜?"<br />
"아니 그래도 얼굴도 예쁜데, 식당 서빙이라든지 카운터라든지 편의점이라든지, 충분히 취직 가능할 것 같은데."<br />
"그런 건 죽어도 싫어. 우리 엄마가 그런 일만 하면서 고생하다가 돌아가셨거든."<br />
"그래……"<br />
<br />
그렇다고 해도 그렇지 이런 일을 하냐…… 싶은 생각도 들었지만<br />
사정이 사정이니 딱히 더 뭐라 할 말이 없었다.<br />
<br />
"그쪽 어머니는 어떤 분이셔?"<br />
"물장사하다가 아버지랑 눈이 맞은 모양이야. 정신차리고 보니까 내가 태어나 있었다나.<br />
철들 때까지 아버지 얼굴도 제대로 못 보고 다녔어. 엄마는 돈 다 벌고 고생만 하다가 돌아가셨지.<br />
엄마 돌아가실 때도 얼굴 하나 안 비췄어. 생각해보면 참 무책임한 아버지야."<br />
"그렇구나……."<br />
<br />
그제서야 하나의 의문이 풀렸다. 내가 주하를 이상형으로 본 이유.<br />
그건 오이디푸스 컴플렉스 비슷한 것이 아니었을까.<br />
아마 아버지의 여성 취향은 공통되어 있었을 것이고, 주하의 어머니도 분명히 우리 어머니와 닮은 점이 있었을 것이다.<br />
그리고 주하는 아버지 보다는 어머니 쪽을 닮았다.<br />
나는 그런 주하에게서 무의식 중에 어머니의 모습을 겹쳐본 것일지도 모른다.<br />
그렇게 생각하니 아귀가 맞는다.<br />
<br />
"뭐 너무 원망하지 마. 아버지는 우리 엄마 돌아가실 때도 못 오셨으니까."<br />
"너네 어머니도 돌아가셨어?"<br />
"얼마 안 됐어. 그땐 아마 아버지가 너희 집에 있었을 거야."<br />
"거참…… 대책없이 무책임한 사람이구만 이 아버진."<br />
<br />
주하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br />
<br />
"그래도 말이지…… 아무리 한심한 사람이라지만 아버지는 아버지잖아. 그런 생각 안들어?"<br />
"그렇지."<br />
<br />
그렇지. 방금 전까지 주하 건 때문에 신경쓸 겨룰이 없었지만 아버지의 소식은 역시 충격적이었다.<br />
<br />
"아까도 말했지만 지금 범인이 누군지를 몰라. 경찰 수사도 미적지근해.<br />
이러다가 범인 검거는 커녕 장례식도 못할 판이야. 그래도 죽은 사람 한은 풀어줘야지. 안 그래?"<br />
"아아. 맞아."<br />
<br />
대체로 나 또한 주하와 같은 생각이다.<br />
아무리 아버지가 한심한 사람이라고 해도 아버지는 아버지다.<br />
나 또한 아버지가 돌아가셨단 소식을 들으니 슬프다.<br />
하물며 아버지가 죽어있는 것을 직접 본 주하는 얼마나 충격이 컸을까. 생각만 해도 불쌍하다.<br />
주하는 내 말을 듣고 뜻을 같이할 수 있는 사람을 찾았다는 사실이 기뻤는지 다소 표정이 밝아졌다.<br />
<br />
"그래서 어떻게든 더 빨리 찾아보려고 내가 개인적으로 수사할 생각이거든? 너도 도와줘."<br />
"그런 건 그냥 경찰한테 맡기는 게 낫지 않아?"<br />
"아 글쎄 경찰이 뜨뜻미지근하다니까."<br />
"뭔 소리야 그게?" <br />
"에이 모르겠다. 지금부터 내가 하는 얘기 잘 들어."<br />
<br />
주하는 갑자기 내 옆으로 다가와 자신이 지금까지 알아낸 사실에 대해 말하기 시작했다.<br />
경찰이 누군가에게 협박을 당했다, 아버지의 죽음에 흉기로 총이 사용 됐다, 아버지의 죽음은 아무래도 프로의 소행 같다,  동네 사람들이 수사에 협조를 안 한다,  전화로 협박을 당했다 등등……<br />
<br />
그러한 연유로, 아버지를 죽인 범인은 아직도 잡히지 않은 듯하다.<br />
뭐야 이 비현실 적인 사건의 연속은?<br />
주하가 거짓말하는 것 같지도 않고…….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인가.<br />
<br />
<div align="center"><span style="font-size:130%;"><strong>※※※</strong></span></div><br />
<br />
이야기를 들으면서 다시 주하의 얼굴을 바라보았다.<br />
주하의 얼굴은 내가 처음 만났을 때와 마찬가지로 아름다웠다.<br />
하지만 왜일까. 이젠 더 이상 이성으로서의 호기심이 느껴지지 않는다.<br />
불과 몇 십분 전까지만 해도 난 그저 음흉한 사고로만 그녀를 대했는데, 그런 감정은 느껴지지 않는다.<br />
남은 것은 이 아이를 내 사력을 다해 도와주고 싶다는 생각뿐.<br />
어느새 주하에 대한 감정은 오빠로서의 순수한 책임감이 되어있었다.<br />
신기한 일이다. 실은 여동생이었단 소리 하나만 듣고 이렇게나 빨리 감정이 바뀔 줄이야. <br />
나 자신도 왜 그런진 잘 모르겠다. 짐작컨데 어쩌면 내 속의 윤리관이 브레이크를 걸었거나, 아니면 본능적인 혈육의 정이 발동한 것은 아닐까.<br />
<br />
그렇게 주하의 이야기는 상당히 길어졌다.<br />
아까 오해 때문에 싸운 것부터 지금 나눈 대화까지 다 합치면 2~3시간 정도는 훌쩍 지나있었다.<br />
어느새 해는 져서 집안은 캄캄해졌고, 이런저런 상황 때문에 형광등을 킬 새도 없어서 집 안도 역시 캄캄했다.<br />
<br />
"어이쿠.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됐네."<br />
"어라. 그렇게 됐네."<br />
"형광등이라도 킬까?"<br />
"맘대로 해."<br />
"알았어.<br />
<br />
그래서 내가 일어서서 불을 키는 순간이었다.<br />
<br />
"꺅!"<br />
<br />
갑자기 어디선가 우리 둘과 다른 제3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br />
놀라서 돌아와보니 옥산나가 우리들이 모르는 사이에 집에 들어와 있었다.<br />
<br />
"찬우……. 대체 지금 무슨……."<br />
"어……? 옥산나? 지금 들어왔어?"<br />
"네가 왜 이 시간에 저 여자랑 집에 같이 있는 거야?"<br />
<br />
옥산나의 눈빛은 완전히 오해로 타오르고 있었다.<br />
<br />
"아무리 찬우랑 내 관계가 소원해졌다고 해도 그렇지. 어떻게 내가 있는데도 여자를 집에 들일 수가 있어……."<br />
"아니, 아니야. 네가 생각하는 그런 거 아니야."<br />
<br />
옥산나는 우리 둘이 해도 졌는데 집에서 불도 안 키고 대화를 하고 있던 걸 보고 뭔가 큰 오해를 한 듯하다.<br />
<br />
"에에……저기 안녕하세요."<br />
<br />
주하가 당황한 듯 입을 열었다. 나와 대화할 때의 말투와는 전혀 다른 우아하고 여성스런 말투였다.<br />
마치 나와 처음 만났을 때의 그 상냥한 말투다. ……그럼 그때 그거 내숭이었냐.<br />
<br />
"뭐예요?"<br />
"전 주하라고 해요. 앞집에 살고 있어요."<br />
"그건 이미 아는데요?"<br />
<br />
옥산나는 가시돋힌 말투로 주하를 대했다. <br />
옥산나의 이마에 '질투'라는 두 글자가 쓰여져 있는 듯하다.<br />
<br />
"혹시 찬우가 당신을 후……."<br />
"아아 훔쳐본 거 말이예요? 이미 알고 있어요."<br />
<br />
옥산나는 아마 내가 훔쳐본 사실을 폭로해서 주하가 나에대한 정을 떼기를 기대한 모양이다.<br />
하지만 주하가 의외로 알고 있다는 반응을 보이자 '그걸 알면서도 이럴 수가 있어?' 라는듯 황당한 표정이었다.<br />
<br />
"오늘 우연히 찬우 <strong>오빠</strong>랑 만나서 충격적인 사실을 알게 됐어요."<br />
"<span style="font-size:130%;"><strong>오빠</strong></span>라고요? 지금 오빠라고 했어요?"<br />
<br />
주하가 나를 오빠라고 부르자 옥산나의 오해의 눈빛은 더욱 짙어졌다.<br />
아냐! 그런 의미의 오빠가 아니라고!<br />
이러면 안 되겠다 싶어서 나도 입을 열었다.<br />
<br />
"실은 말이지. 알고보니까 앞집의 주하씨는 알고보니까 내 배다른 여동생이었어."<br />
"뭐?"<br />
<br />
옥산나는 내 얘기를 듣더니 어이를 안드로메다로 날려보낸 듯한 표정으로 반쯤 굳었다.<br />
<br />
"주하 아버지가 살해당했다고 하더라고. 그런데 실은 그분이 내 아버지도 되는 거야.<br />
그래서 지금 범인을 어떻게 할까, 장례를 어떻게 할까 의논하고 있던 중이야."<br />
<br />
"어떻게 뻥을 쳐도 그런 뻥을…… <strong>그런 한국 막장 드라마 같은 얘기를 누가 믿을 것 같애?"</strong><br />
<br />
그러게. 내가 하고 싶은 말이다.<br />
<br />
"아니예요. 정말이예요. 믿어주세요."<br />
<br />
주하도 거들었지만 이미 걷잡을 수 없었다.<br />
<br />
"됐어! 찬우는 바보야."<br />
<br />
그러더니 옥산나는 눈물을 훔치며 집 밖으로 도망치듯 나가버렸다. 아아 맙소사.<br />
<br />
"……전 부터 궁금했는데 쟨 누구야?"<br />
<br />
주하도 이 광경을 어이없이 바라보다가 궁금하다는 듯 물었다.<br />
<br />
"옥산나라고, 예전에 사귀었던 여자."<br />
"그럼 지금은 안 사귄단 얘기?"<br />
"아 뭐……. 좀 정이 떨어져서."<br />
"그런데 왜 동거해?"<br />
"집이 없다고 하길래."<br />
"한국말 되게 잘하네. 그냥 한국 사람 같아서 신기할 정도야. 교환학생이야?"<br />
"아니……. 나도 솔직히 쟤 직업을 모르겠어."<br />
"아니 동거까지 하면서 직업을 몰라?"<br />
"응. 죽어도 얘기 안하더라고."<br />
"음…… 혹시 물 파는 일 하는데 부끄러워서 숨기는 거 아냐?"<br />
"그런것 같기도 한데 말을 안 하니 알 수가 있나. 어쨌든 몰라."<br />
<br />
주하는 의아하다는 듯한 표정을 짓더니 뭔가 확인하려는 듯 부엌 쪽으로 향했다.<br />
그러더니 밥통을 덜컥 열어보았다. 밥통엔 밥이 가득했고 수증기가 모락모락 피어올랐다.<br />
<br />
"이 밥은 네가 한 거야?"<br />
"아니."<br />
<br />
그러더니 냉장고도 열어보았다. 냉장고에는 반찬통이니 재료니 이것저것 다 들어있었다.<br />
<br />
"이것도 네가 한 거야?"<br />
"아니."<br />
<br />
주하는 냉장고를 닫으며 말했다.<br />
<br />
"뭐야. 저쪽에선 너 되게 좋아하는 거 같은데?"<br />
"무슨 의미야?"<br />
"외국 여자가 자기 먹을 고향 음식은 하나도 안 만들어놓고 한식만 잔뜩 차려놨네."<br />
<br />
으억. 그제서야 떠올랐다. 며칠 전에 빵은 싫고 밥은 좋다고 얘기했던 나 자신의 발언을.<br />
그리고 며칠 동안 옥산나가 차려준 밥을 먹고 있었다는 것을. <br />
옥산나는 흘러가듯이 아무 생각없이 내뱉은 나의 말 하나까지 귀담아 듣고 있었던 것이다.<br />
나를 위해서. 왠지 뒤통수를 얻어맞은 듯한 기분이다.<br />
그런 아이를 그렇게 매몰차게 대했다니. 나 알게모르게 몹쓸 짓을 많이 했구나.<br />
<br />
"아……."<br />
"어떻게 할 거야."<br />
"들어오면 사과해야지. ……그전에 어떻게 해명해야 되지?"<br />
"그거야 네가 알아서 해야지."<br />
"끄응."<br />
<br />
왠지 미안한 마음이 한량 없어서 몸둘 바를 모르겠다. <br />
옥산나가 돌아오면 사과해야겠다고 다짐했다.<br />
<br />
"……그런데 말이야."<br />
"왜?"<br />
"너 아까 옥산나한테는 나를 오빠라고 불렀잖아."<br />
"그거야 진짜 오빠니까. 소개할 땐 오빠라고 소개해야지."<br />
"그런데 왜 지금은 오빠라고 안 부르고 자꾸 '너'라고 하는거야?"<br />
"소개랑 호칭은 다르지. 여동생을 훔쳐본 변태를 오빠라고 부르고 싶진 않거든."<br />
"어라? 그거 아직도 의식하고 있었어? 난 서로 말도 놓고 얘기도 해서 신경 안 쓰는 줄 알았는데……."<br />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거든?!"<br />
"아…… 죄송합니다."<br />
<br />
도끼눈으로 날 째려보는 주하의 기에 눌려 무의심결에 존댓말로 대답해버린 나였다.<br />
<br />
"그럼 난 가야겠어."<br />
<br />
주하가 나갈 채비를 했다.<br />
<br />
"아니 어딜가?"<br />
"장차 올케가 될지도 모르는 분이 돌아오셨을 때 내가 집에 계속 있으면 해명하기 어렵지 않겠어?"<br />
"……그건 그렇지. 아니 잠깐!! 누구 맘대로 올케야?!"<br />
"그럼 내일 전화할 테니까 아버지 일에 대해선 그때 논의하기로 해. 전화번호 좀 불러봐. 입력해놓게."<br />
"아아, 응."<br />
<br />
나는 주하에게 전화번호를 주었고 주하는 핸드폰에 그걸 삑삑 입력했다.<br />
주하도 나에게 전화번호를 불러줬고 나도 대충 메모했다. 그리고 주하는 훌렁 가버렸다. <br />
<br />
……오늘은 대체 무슨 날이냐.  배다른 여동생과의 만남, 아버지의 죽음, 옥산나와의 오해……. <br />
이건 무슨 막장 드라마 2시간 특집쇼냐?<br />
<br />
어쨌든 난 골치가 아파오는 것을 부여잡고 책상에 앉았다.<br />
메모용……이라기 보다 낙서용으로 밖에 안 쓰는 메모장을 피고 주하가 말해준 것을 주르륵 메모해보았다.<br />
대충 정리해보니 이런 내용이다.<br />
<br />
1. 4일 전 쯤 아버지가 살해당했다. 사인은 총과 칼 두 가지에 의한 것이었다.<br />
2. 상처를 통해 범인은 칼 사용에 능한 프로 칼잡이일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이 밝혀졌다.<br />
3. 경찰은 현재 누군가에게 약점을 잡혀 협박을 당하고 있으며, 그 때문에 제대로 된 수사 의욕이 없다.<br />
4. 동네 사람들이 수사에 협조를 안 하려고 한다.<br />
5. 주하 본인도 이에 대해 조사를 하다 협박 전화를 받은 적이 있다.<br />
<br />
그리고 뭔가 놓친 사실이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을 하며 메모를 바라보았다.<br />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거라곤 이런 거 뿐이니까.<br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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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ategory>소설-역까지 5분 거리</categ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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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ubDate>Mon, 23 Nov 2009 14:57:00 GMT</pubDate>
		<dc:creator>빌트군</dc:creat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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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CDATA[ [소설] 역까지 5분 거리 - 14화 (찬우편) ]]> </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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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escription>
			<![CDATA[ 
  <div style="text-align:center"><img class="image_mid" border="0" onmouseover="this.style.cursor='pointer'" alt="" src="http://pds15.egloos.com/pds/200911/23/10/b0051210_4b096a9f42854.jpg" width="478" height="182" onclick="Control.Modal.openDialog(this, event, 'http://pds15.egloos.com/pds/200911/23/10/b0051210_4b096a9f42854.jpg');" /></div><strong>※이 작품은 픽션입니다. 등장인물 및 단체명은 실제와 아무런 관계가 없습니다.<br />
※이 소설은 제 개인 창작물입니다. 다른 곳으로 전문, 혹은 일부를 퍼가는 것을 절대 금합니다. 링크는 괜찮습니다.<br />
※다른 독자 분들을 위해 덧글에 전개를 예측하거나 앞 전개를 스포일러 하시는 행위는 자제해주시기 바랍니다.</strong><br />
<br />
※ 처음 보시는 분들은 1화부터 차례대로 보시는 것을 권장합니다.<br /><br />그녀는 여전히 내 팔을 꺾고 있었다.<br />
팔이 너무 아프다. 한 두번 꺾어본 솜씨가 아닌 듯하다. 호신술이라도 배운 건가.<br />
<br />
"4일 전 쯤에 저녁 6시에서 7시까지 어디서 뭘 했지?"<br />
<br />
그녀의 질문에 철렁했다. 그 시간대는 내가 훔쳐보기를 하고 있던 시간이 아닌가?<br />
거기다 지금 나에게 질문하고 있는 건 바로 당사자.<br />
뭐야?! 설마 지금 그것 때문에 이렇게 열받아서 우리 집까지 처들어 와서 내 팔을 꺾고있단 말인가?<br />
난 못 본 줄 알았는데 실은 다 알고 있었던 거야?<br />
내 이상형의 그녀는 실은 이렇게 난폭한 여자였단 말인가?<br />
<br />
"……."<br />
"왜 대답이 없어?"<br />
"으아악."<br />
<br />
그녀가 다시 팔을 비틀어 올렸다. 어깨뼈가 빠질 듯 말 듯 절그럭떨그럭댄다.<br />
대답은 해야겠지만, 이 정도로 분노한 사람에게 내가 훔쳐봤다고 말했다간<br />
경찰에 끌려갈 건 불을 보듯 자명한 일, 일단 곧이 대답할 순 없었다.<br />
<br />
"일이 있었습니다."<br />
"무슨 일?"<br />
"직업 일이요. 그 시간엔 아직 일이 안 끝날 시간입니다."<br />
<br />
말이 끝나기 무섭기 그녀는 팔을 비틀었다.<br />
<br />
"으아악 대체 왜."<br />
"사전에 다 조사했다. 네놈이 휴학 중인 백수란 건 다 알고있어. 거짓말 해봐야 소용없어."<br />
<br />
뭐 이런 여자가 다 있어? 아무리 내가 잘못했기로서니 사람 뒤까지 집요하게 캐다니?<br />
너무하잖아?!!<br />
<br />
"으으 그래요. 맞아요. 거짓말해서 죄송합니다. 그 시간엔 집에 있었습니다."<br />
"집에서 뭘 하고 있었지?"<br />
"인터넷이요."<br />
"뭘 봤는데?"<br />
"뉴스라든지 뭐 그런거."<br />
"못 믿겠어."<br />
"아아악."<br />
<br />
그녀는 또 사정없이 팔을 비틀었다. 시큰한 격통이 온 몸을 타고 흐른다.<br />
이건 이미 고문이다.<br />
<br />
"난 네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너에 대해 많은 것을 알고 있어.<br />
속이려고 들면 어림도 없을 줄 알어.<br />
네놈은 분명히 며칠 전 쯤, 저녁 7시쯤만 되면 집에 간다고 하고 사라졌어.<br />
왜 집으로 돌아 왔지? 뭘 하려고 그렇게 급하게 집으로 들어왔어? 목적이 뭐야?"<br />
<br />
으윽 틀렸다. 아무래도 그녀는 내가 훔쳐본 사실을 진작에 알고 있는 듯하다. <br />
하긴 그 정도로 뻔히 봤는데 눈치 못챘다고 생각하고 있던 내가 바보였다.<br />
천벌인가. 결국 이런 때가 오는구나. <br />
난 솔직하게 답했다.<br />
<br />
"아아악. 죄……죄송합니다. 훔쳐보고 있었습니다."<br />
"엉? 뭘 훔쳐봤는데?"<br />
"다……당신을."<br />
"뭐?"<br />
<br />
그녀는 황당하다는 듯한 목소리로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br />
팔을 꺾고 있는 그녀의 손에서도 미세한 떨림이 느껴진다.<br />
<br />
"그게 이사온 첫날 우연히…… 창문이 열려있길래 보고 말았습니다. <br />
그때 당신에게 한 눈에 반해버려서 계속 봤습니다. 보면 안 되는 것까지 보고 말았습니다.<br />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br />
"……야. 그 말 진짜야?"<br />
"네네. 진짜입니다. 죄송합니다."<br />
"아 진짜……. "<br />
<br />
그녀는 내 답변을 듣고 상당히 당황한 듯 했다. 팔에 들어간 힘도 조금 풀어졌다.<br />
<br />
"내가 물으려는 건 그딴 게 아냐."<br />
"엑? 이게 아니었어요?"<br />
<br />
아이고 맙소사.<br />
그녀는 아무래도 내가 훔쳐본 사실에 대해선 모르는 모양이다.<br />
망했다. 괜히 겁먹어서 엄한 걸 불어버리고 말았다.<br />
그녀는 당황했는지 말을 잇지 못하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br />
<br />
"……4일 전 쯤 그 시간 쯤에 우리 아버지가 살해당했어. 내 조사론 네놈이 제일 유력한 용의자야."<br />
"에엑? 제가 살인을 했다고요?"<br />
"네가 그 시간에 마침 우리집 쪽으로 왔다는 증언을 입수했어. 네놈이라면 살인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어."<br />
<br />
그럴 수가. 그럼 날 살인범으로 여기고 있단 말인가?<br />
골치 아픈 일에 휘말려버렸다.<br />
<br />
"그 날 그 시간대라면…… 서로 집에 돌아오는 길에 마주쳐서 만났었잖아요. 그때 돌아가신 거예요?"<br />
"그래. 그리고나서 바로 집에 들어가니까 아버지가 죽어있었어."<br />
"그럼 전 아니겠네요. 직접 만나서 대화도 했잖아요."<br />
"하지만 그때 난 아버지랑 다툰 거 때문에 여러가지로 생각 중이라 네놈을 제대로 보지 못했어. <br />
네가 날 훔쳐보려고 집으로 들어온 건지, 우리 아버지를 죽이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었는지 난 몰라."<br />
"그……그런……."<br />
"자 말해, 네가 죽였어? 너 설마 청부업자라든가 그런 거야?"<br />
"아……아니 진정하고 생각을 해봐요. 전 이사온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제가 왜 당신 아버지를 죽인단 말입니까?"<br />
"그거야 모르지. 네가 청부업자일지도 모르는 거고. 어차피 이 동네 흘러들어오는 놈들은 대체로 그런 자식들 밖에 없거든."<br />
"전 집 값이 싸서 왔을 뿐입니다. 애초에 별 거 없는 학생이에요."<br />
"글쎄. 그걸 증명할 사람이라도 있나."<br />
"많아요. 제가 정상적인 사람이라는 걸 증명할 사람은. 제 친구들도 있고 예전 교수님도 있고……."<br />
"으으음……."<br />
<br />
그녀는 생각을 하는 듯 잠시 말을 쉬었다. 그러더니 내 팔을 풀어주었다.<br />
나는 저린 팔을 부여잡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그녀 옆에서 최대한 떨어지듯 도망쳤다.<br />
그녀는 미간을 찌푸린 채 뭔가 일이 뜻대로 안 되는 것처럼 한 숨을 내쉬었다.<br />
<br />
"됐어. 아무리 생각해도 넌 아닌 것 같아."<br />
"그럼 오해는 풀린 겁니까?"<br />
"에이……제기랄. 이거다 싶어서 왔더니만 별 비리비리한 변태가 걸려가지고……."<br />
<br />
그러더니 그녀는 품 주머니에서 담배를 꺼내다 피기 시작했다.<br />
담배를 한 두번 피워본 게 아닌 듯 자연스러운 모습이었다.<br />
연기도 강호형이 피울 때 처럼 뭉개뭉개 막 피어나오는 게.<br />
이슬만 먹을 것 같은 내 상상 속의 그녀의 이미지와 영 다른 풍경이라 위화감이 장난없었다.<br />
하지만 아버지의 죽음을 진심으로 안타까워 하는 듯한 그 모습에선 왠지 슬픔이 묻어난다.<br />
<br />
"저기……아버님이 살해당하셨다고요……?"<br />
"……그래. 아주 잔인하게 당했지."<br />
<br />
그녀는 미간을 찡그리며 고통스러웠던 당시를 회상하는 듯하다.<br />
<br />
"이런 상황에 이런 말 하긴 뭐하지만…… 아버님의 명복을 빕니다."<br />
"됐어. 너 같은 변태한테 애도 받아봐야 아버지도 별로 기분 좋아하지 않을 거야."<br />
<br />
그녀는 그렇게 튕기며 담배 한 개피를 순식간에 다 빨아버리고 꽁초를 바닥에 던져 힐 뒤축으로 비벼서 불을 껐다.<br />
역시나 내 이미지 속의 그녀의 모습과는 180도 다른 모습이다.<br />
그리고는 옷에 묻은 먼지를 대충 털면서 떠날 준비를 하는 듯하다.<br />
<br />
"어이 변태. 너도 아버지한테 잘해. 나처럼 후회하니까."<br />
<br />
아버지라. 그러고보니 나도 아버지에 대한 기억이 떠올랐다.<br />
바람둥이에다 기계를 잘 다뤘던 아버지에 대한 기억이…….<br />
<br />
"그게…… 우리 아버지는 연락이 두절되어서 소식을 알 수가 없어서…… 효도하려고 해도 할 수가 없습니다."<br />
"아버지랑 연락이 끊겼다고?"<br />
"네."<br />
"자세히 얘기해 봐."<br />
<br />
그녀는 아버지에 대한 주제가 흥미로운 듯 멈춰서서 대화를 이어나가려 했다.<br />
어?! 이것은 설마……? <br />
찬스다. 이 화제를 잘 이끌어나갈 수만 있다면…….<br />
어쩌면 이 위기를 역 이용해서 그녀와 나 사이에 교두보를 쌓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br />
훔쳐보기 건 때문에 변태로 찍힌 것과 옥산나 건이 문제이긴 하지만, <br />
결국 그녀가 좋아서 그랬던 거라고 잘 설명할 수만 있다면 빠져나갈 구석이 없는 것도 아니다.<br />
<br />
뭐 지금 일로 다소 이미지가 깨지긴 했지만 어쨌든 이 여자, 외모 하나는 내 이상형이니까.<br />
성격이 좀 난폭해 보이긴 하지만 아버지 생각하는 모습을 보면 의외로 갸륵한 면도 있는 듯하고…….<br />
음? 생각해보니 오히려 그런 갭도 괜찮은데?<br />
그래, 역시 이것저것 생각해보면 그녀는 여전히 내 이상형이다.<br />
아직 그녀를 포기할 순 없다.<br />
<br />
"아버지가 타고난 바람둥이라, 여자를 참 좋아하시거든요. 그래서 아마 두집 살림 차리러 간게 아닐까 하고 추정하고 있습니다만…… 도통 연락이 안 돼서."<br />
"……그래? 그럼 찾아봐야 될 거 아냐?"<br />
"찾고 싶은 마음은 굴뚝인데…… 어디 가셨는지 도통 단서가 없어서."<br />
"뜸들이지 말고 빨리 찾아. 내가 괜찮은 흥신소를 알고 있어. 여차하면 경찰 연줄도 되고. 아버지 성함이 어떻게 되지?"<br />
<br />
빙고다!! 잭팟이다!! 이걸 기회로 그녀의 연락처도 얻어내 수 있을 것이다.<br />
성공했어! 아직 희망이 있어!<br />
표정을 통해 밖으로 바로 튀어나갈 것 같은 이 들뜬 감정을 간신히 억누르며 나는 아버지의 이름을 그녀에게 말했다.<br />
<br />
<strong>"이순식이라고……."</strong><br />
"뭐?"<br />
<br />
그녀는 심하게 놀란 듯 눈을 동그랗게 부릅떴다. <br />
그리고 갑자기 내 쪽으로 다가와 내 멱살을 낚아챘다.<br />
<br />
"야! 다시 한 번 말해 봐. 지금 뭐라고 했어?<br />
"케켁……. 제 아버지 이름은 이순식이라고……"<br />
"진짜야?"<br />
"지……진짜……인데."<br />
"설마……? 아냐 그럴 리가 없어. 제길. 말도 안 돼!"<br />
<br />
그러면서 그녀는 내 멱살을 내려놓고 믿을 수 없단 표정을 지으며 반쯤 굳었다.<br />
<br />
"이건 말도 안 된다고!!"<br />
"저기…… 갑자기 왜 그러시는 거죠?"<br />
<br />
그녀는 나를 바라보면서 충격적 한마디를 남겼다.<br />
그리고 그 한 마디에 나의 한줄기 희망은 제로가 되었다.<br />
<br />
<br />
<br />
<br />
<br />
<br />
<br />
<br />
<br />
<br />
<br />
<br />
<br />
<br />
<br />
<br />
<span style="color:#ff0000;"><span style="font-size:130%;"><br />
<strong>"우리 아버지 이름도 이순식이라고……."</strong></span></span><br />
<br />
에에에엑?!<br />
			 ]]> 
		</description>
		<category>소설-역까지 5분 거리</category>

		<comments>http://gomdol1012.egloos.com/4591190#comments</comments>
		<pubDate>Sun, 22 Nov 2009 16:51:00 GMT</pubDate>
		<dc:creator>빌트군</dc:creator>
	</item>
	<item>
		<title><![CDATA[ [소설] 역까지 5분 거리 - 13화 (찬우편) ]]> </title>
		<link>http://gomdol1012.egloos.com/4590077</link>
		<guid>http://gomdol1012.egloos.com/4590077</guid>
		<description>
			<![CDATA[ 
  <div style="text-align:center"><img class="image_mid" border="0" onmouseover="this.style.cursor='pointer'" alt="" src="http://pds17.egloos.com/pds/200911/22/10/b0051210_4b080343f3b91.jpg" width="478" height="182" onclick="Control.Modal.openDialog(this, event, 'http://pds17.egloos.com/pds/200911/22/10/b0051210_4b080343f3b91.jpg');" /></div> <strong>※이 작품은 픽션입니다. 등장인물 및 단체명은 실제와 아무런 관계가 없습니다.<br />
※이 소설은 제 개인 창작물입니다. 다른 곳으로 전문, 혹은 일부를 퍼가는 것을 절대 금합니다. 링크는 괜찮습니다.<br />
※다른 독자 분들을 위해 덧글에 전개를 예측하거나 앞 전개를 스포일러 하시는 행위는 자제해주시기 바랍니다.</strong><br />
<br />
※ 처음 보시는 분들은 1화부터 차례대로 보시는 것을 권장합니다.<br /><br />며칠을 옥산나가 선물로 준 정체 불명의 기계를 만지면서 보냈다. <br />
아버지의 영향으로 기계 만지는 걸 좋아하는 나로선 이 물건에 대한 호기심을 주체할 수 없었다.<br />
그래서 며칠 동안 식음과 외출을 자제해가면서 이 장비의 정체에 대해서 조사를 해보았다.<br />
<br />
문제의 기계는 옥산나의 설명이나 내 조사로 미루어보면 도청 전파만 잡는 기계는 아닌 것 같았다.<br />
몇 번 만져본 결과 라디오 전파를 비롯해서 여러가지 정상적인 전파를 포착할 수 있었다.<br />
하지만 이상할 정도로 도청 전파가 많이 잡힌다.<br />
<br />
'야 밥 줘.'<br />
'또 술 처먹었냐 인간아."<br />
<br />
같은 일상적인 소리부터, 어느 여자가 자기 친구에게 남자 친구 욕을 늘어놓는 거라든지<br />
말로 담기 민망한 앗흥한 소리가 들리는 것도 포착한 바 있다. <br />
주파수가 유사해서 도청전파로 추정되지만 암호화 되어 있는지 음성으로 제대로 포착할 수 없는 전파도 있다.<br />
모두 합치면 그 수는 이미 수십개.<br />
전파가 발신되는 범위의 평균을 잡아보자면, 이 동네의 상당 수 가구가 누군가에게 도청되고 있다는 얘기가 된다.<br />
아니 어쩌면 동네 전체일지도 모른다.<br />
<br />
하지만 그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하다.<br />
도청이란 것은 내가 그냥 아무때나 하고 싶으면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br />
기본적으론 '도청기'라는 물건이 필요한 것이다.<br />
<br />
도청기는 기본적으로 마이크처럼 상대의 말을 잡아들이는 수신기와 <br />
그걸 신호로 만들어서 전파로 방출하는 발신기로 이루어진다.<br />
그리고 전용 단말기나 내가 옥산나에게 받은 장비 같이 전파를 다시 음성으로 바꿔주는 장비를 사용하면<br />
도청기가 설치된 곳의 소리를 도청할 수 있는 것이다.<br />
<br />
인터넷으로 조사해본 바로는 도청기의 기술은 모르는 사이에 상당히 발전해 있었다.<br />
크기가 작아져서 찾기 힘들어진 것은 기본 중에 기본이다.<br />
이곳저곳에 흐르는 전파를 전류로 바꿔서 자동 충전을 하는 도청기도 있고,<br />
수신기와 발신기의 기능을 동시에 겸해 네트워크를 구축해 발신 범위를 넓힌 도청기도 있었다.<br />
예전 같으면 도청기에는 전지의 수명과 발신기의 범위에 한계가 있어<br />
도청에 여러가지 장해가 많았으나 작금에 와서는 맘만 먹으면 자유자재로 도청이 가능해진 것이다.<br />
도청 음질이나 수신 범위 등을 여러가지로 고려하면 아마도 이 동네도 비교적 최신형 도청기로 도청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br />
또한 암호화된 도청기와 비암호화된 도청기가 동시에 사용되고 있는 걸 봐선 도청기의 타입은 여러 개, 그 중엔 구형도 섞여있는 것 같다.<br />
<br />
문제는 누가 왜, 동네에 도청기를 설치했냐는 것이다.<br />
도청기는 보통 치정 문제의 해결 등에 해결하는 것이 보통이다. <br />
이걸 동네 전체에 설치했다는 것 자체가 뭔가 이상하다. 목적이 뭐길래?<br />
어떻게 설치했냐도 문제다. 문제의 설치자가 무슨 벽 뚫고 이동하는 초능력자나 유령도 아닌 이상, 설치자는<br />
이 동네 가정집에 무단 침입을 해서 설치를 했다는 얘기가 된다. 하지만 이 역시 이상하다.<br />
수십개의 집에 문을 따고 들어갔을 정도로 꼬리가 길다. <br />
확률적으로 보면 분명히 누군가에게 꼬리를 밟혀야 정상이다.<br />
하지만 지금도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정상적인 생활을 지속하고 있다는 건, <br />
이 동네 사람들의 상당 수는 자신의 집에 도청기가 설치되어 있다는 걸 모른다는 얘기가 된다.<br />
이게 상식적으로 말이 되는가?<br />
그리고 이 많은 도청기는 어디서 구입한 거야? <br />
이 정도로 도청기를 많이 구입하면 보통 경찰에서 수상하게 보고 추적하지 않나?<br />
<br />
<br />
그전에 왜 이런 시점에서 옥산나는 나한테 이런 장비를 건내줘서 머리가 뽀개지게 만드는 것인가?<br />
얘가 도청기를 뿌린 거 아냐? 하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위에 말한대로, 가능성은 낮다.<br />
거기다 처음보는 외국인 여자가 이집저집 들락거렸다면 들킬 확률은 더욱 높아진다.<br />
누가 봐도 수상하지 않은가. 이 역시 불명확하다.<br />
<br />
어쨌든 모든 것이 미스테리다. 대체 이 동네는 뭐하는 동네인가? <br />
지금 무슨 일이 벌어지는 것인가?<br />
<br />
그렇게 생각에 잠겨있던 중 뒤쪽에서 인기척이 느껴져서 바라보니 옥산나가 반쯤 열린 문 틈 사이로 눈을 내밀고<br />
책상에 붙어 앉아 기계니 인터넷이니를 뒤척이느라 열중이던 나를 측은한 눈으로 바라보고 있었다.<br />
<br />
"뭐 해? 숨어서 사람을 물끄러미 바라보고?"<br />
"……아니 좀 너무한 것 같아서."<br />
"뭐가?"<br />
"아니 찬우가 그런 취향이 있는 건 감안하기로 마음을 굳혔는데…… 너무 그렇게 밥도 잠도 거르면서 며칠동안 열중하니까…… 진짜 변태같아서."<br />
"야! 오해하지 마! 지금 동네 전체가 도청당하고 있고 우리 집도 도청 당하고 있을지도 모르는 위급 상황이라고!"<br />
"과연 그것 때문에 그러는 걸까? 내가 선물한 거지만 이젠 나도 잘 모르겠어."<br />
"끄응."<br />
<br />
하긴 그렇다. 지금의 내 모습은 누가 봐도 오해할 소지가 있다.<br />
나는 책상 의자에서 내려왔다. 오랜 시간 앉아 있는 탓에 몸이 굳어 의자에서 내려오기만 했는데도 허리에서 뿌드득 소리가 났다.<br />
<br />
"뭐 됐어. 아무리 찾고 뒤져봐도 영문을 모르겠어서 그만두려던 참이었어."<br />
"그래? 잘 됐다. 저기저기, 세제가 다 떨어져서 그런데 찬우가 사다줘."<br />
"뭐야. 그런 건 네가 사면 되잖아."<br />
"지금부터 일 나가야 된단 말이야. 한 번만 해 줘."<br />
<br />
그러면서 초롱초롱한 벽안으로 날 바라보는 옥산나. <br />
오늘도 또 일이냐. 그러니까 네가 하는 일이란 게 대체 무슨 일이냐고? 그걸 말하란 말이야! 궁금해 미치겠잖아!<br />
하지만 사정이 사정이니 거절할 수도 없었다.<br />
<br />
"알았어. 돈 없으니까. 돈은 네가 줘."<br />
"네에."<br />
<br />
옥산나는 성의없는 대답과 함께 주머니를 뒤져서 돈을 꺼내줬다.<br />
그런데 돈 액수가 생각보다 많았다.<br />
<br />
"야. 세제 사는 거 치고는 돈이 많잖아."<br />
"돈 없다며. 그거로 제대로 된 밥이라도 사먹어."<br />
<br />
옥산나는 나를 동정하고 있는건가. 왠지 자존심이 팍 상했지만 급전에 눈이 멀어 대들 수 없었다.<br />
<br />
"알았다. 너 오기 전에 사놓으면 되는 거지?"<br />
"네에~. 그럼 난 이만, 일이 바빠서."<br />
<br />
그렇게 그녀는 슬쩍 집을 나가버렸다.<br />
세제라…….<br />
쪼잔하게 옥산나에게 돈을 받아들고 옥산나의 뒤를 이어 집을 나섰다.<br />
졸지에 기둥서방이 된 기분이다.<br />
<br />
<div align="center"><span style="font-size:130%;"><strong>※※※</strong></span></div><br />
<br />
집을 나서며 일단 문단속부터 확인했다.<br />
치안이 안 좋은 동네니까, 더욱 문단속에 신경써야 할 터이다.<br />
문고리를 여러번 잡아당겨 봤지만 문은 완전히 잠겨있었다. 좋아. <br />
<br />
수퍼로 가면서 멍하니 이런저런 생각을 해봤다. <br />
그러고보니 저 수상한 기계에 빠져서 & 옥산나의 눈치가 보여서 & 혹시 들킬지도 모른단 생각에<br />
며칠 동안 앞집의 그녀를 보지 못했는데, 내 이상형 그녀는 잘 지내고 있을까?<br />
오늘은 무슨 속옷을 입고 있을까? 아니,아니, 이건 아니군. 이건 아냐.<br />
<br />
어쨌든 그런 생각을 하며 그녀가 사는 앞집 쪽을 바라보니 <br />
억!! 아니 이게 무슨 일인가. <br />
앞집에 출입금지라고 써져 있는 줄이 주렁주렁 달려있는게 아닌가.<br />
이건 또 무슨 일이야?<br />
<br />
난 슈퍼로 달려가서 일단 세제부터 집어들고 아줌마에게 물었다.<br />
<br />
"앞집에 저거 뭐예요?"<br />
"저거? 저 집에서 살인사건이 일어났다나 뭐라나."<br />
"네? 살인이라고요? "<br />
<br />
뭐야 살인이라고? 설마 그녀가 살해당했단 말인가?<br />
<br />
"누가 죽었는지 아세요?"<br />
"글쎄……. 자세한 건 모르는데."<br />
<br />
살인 사건에 대해 아줌마는 묘하게 말을 얼버무리며 답변을 하지 않았다.<br />
아무리 봐도 답변할 기색이 없어 보이기에 반쯤 포기하고 가계를 나섰다.<br />
그 이후로도 몇 명의 마을 주민들을 잡고 물어봤지만 대부분 답변을 꺼렸고,<br />
이 이상 물어봤다간 혹시나 공연한 의심을 살까 봐 더 이상 물어볼 수 없었다.<br />
<br />
아아 이게 어떻게 된 일이란 말인가. 설마…… 설마…….<br />
<br />
이후 옥산나가 준 돈으로 식당에서 오랜만에 제대로된 밥을 사 먹었지만 <br />
생각이 넘쳐나서 밥이 입으로 들어가는지 코로 들어가는지 눈으로 들어가는지 모를 지경이었다.<br />
그렇게 정신 없는 식사를 마치고 나는 너털너털 집으로 향했다.<br />
<br />
그래 앞집은 빌라니까, 그녀의 집에서 일어난 살인 사건이 아닐지도 모른다.<br />
위층이나 아래층에서 일어난 사건일지도 모른다.<br />
그래 그럴거다.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마음 한 켠에서 그녀에게<br />
무슨 일이 생겼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을 지울 수 없다.<br />
<br />
가슴이 저리다. 어차피 나와 아무 관계도 없을 사람인데 왜 이럴까?<br />
어차피 그 날 이후로 나와 인연이 완전히 끊어졌을 사람인데 왜 이렇게 불안한 느낌이 드는 것일까?<br />
왜 그녀에게 해가 있다고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내 살점의 일부가 떨어져 나간 듯한 느낌이 드는 걸까?<br />
단순한 이성에 대한 관심이라기엔 불가해한 점이 많다. 뭔가 다르다. 대체 왜 일까?<br />
마치 혼 단위로 그녀와 내가 연결되어 있는 듯한 느낌이 든다. 그녀는 나의 혼의 반쪽인 것인가? <br />
그녀와 나는 운명이 정한 인연인 것인가? 그런 걸까?  <br />
그럼 내가 그녀를 훔쳐본 것은 운명의 시작이었단 말인가?<br />
아니 그건 좀…… 로맨틱한 게 없잖아. 그거 그냥 변태잖아.<br />
<br />
밥을 다 먹고 집 문 앞에 도착해서 문을 열기 위해 열쇠를 넣었다. <br />
늘 문을 여는 방향으로 비틀었는데 더 이상 꺾이지 않는다.<br />
응? 혹시나 하는 마음에 열쇠를 반대로 틀었는데 열쇠가 철컥하는 소리가 들린다.<br />
문고리를 잡아당겨 본다. 문은 잠겨있었다. 다시 아까 틀었던 방향으로 열쇠를 틀었다.<br />
철컥하는 소리와 함께, 문이 열렸다. <br />
그럼 아까 내가 열쇠를 열었을 때 문은 열려있었단 얘기가 된다.<br />
아니, 열쇠에 대해서는 아까 분명히 체크했다. 그럼 이게 어떻게 된 일이란 말인가.<br />
옥산나가 두고 나간 물건이라도 있어서 들어왔단 말인가? 도둑이 문을 따고 들어왔단 말인가?<br />
<br />
두렵지만 무슨 일이 있는지 확인해야 됐기에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보았다.<br />
현관문 쪽에서는 거실 쪽이 100% 보이지 않기 때문에 안으로 더 들어가서 보아야 했다.<br />
걸어들어가 거실 쪽을 보고 놀란 가슴을 억지로 추려야 했다. 거실 쪽에 누군가가 있다.<br />
그리고 그 누군가는 이쪽으로 저벅저벅 다가오고 있었다. 내가 들어오는 소리를 들은 듯하다.<br />
난 일단 도망칠 준비를 하면서 그 사람이 누구인지 보았다.<br />
나는 순간 놀랐다.<br />
<br />
<br />
<br />
<br />
<br />
<br />
<br />
<br />
<br />
<br />
<br />
<br />
<br />
<br />
<br />
<span style="color:#ff0000;"><span style="font-size:130%;"><strong>어? 잠깐, 저거 앞집 아가씨잖아.</strong></span></span><br />
<br />
앞집 아가씨는 지난 번에 만났을 때와 마찬가지로 여성 정장을 입고 화장을 한 단정한 모습이었다.<br />
다시 봐도 참으로 아름다운 여성이 아닐 수 없다.<br />
그런데 왜 우리 집에 저 여자가 들어와 있지?<br />
그런 의문을 품으면서도 어쨌든 그녀가 살아있다는 것에 왠지 안도하여 인사부터 건내보았다.<br />
<br />
"에……에에 안녕하세요……."<br />
"……."<br />
<br />
그녀는 대답하지 않고 내쪽으로 계속해서 다가왔다.<br />
<br />
"저기 무슨 일이신지……."<br />
<br />
그리고 그녀는 여자라곤 상상도 못할 민첩한 움직임으로 나를 덮쳤다.<br />
<br />
"으윽. 이게 무슨……"<br />
"잡았다."<br />
<br />
그녀는 나의 손을 잡은 뒤, 그대로 재빨리 내 등 뒤로 돌아갔다.<br />
팔이 사정없이 등 뒤 쪽으로 비틀려서 꺾이는 고통이 등허리를 타고 머리로 전해진다.<br />
<br />
"으윽."<br />
<br />
그리고 그녀는 팔을 더욱 비틀면서 말했다.<br />
고통의 강도는 더욱 심해졌다. 그녀는 이렇게 사람 팔을 꺾어본 적이 한 두번이 아닌 듯 매우 능숙했다.<br />
<br />
"자. 지금부터 내가 묻는 말에 똑바로 대답해."<br />
"으윽. 당신이 대체 왜……"<br />
"닥치고 내가 묻는 말에만 대답해."<br />
"아야야."<br />
<br />
그녀의 말은 지난 번 만날 때의 상냥한 말투와 180도 달리, 난폭하고 격한 말투로 바뀌어 있었다.<br />
<br />
"지금 네 팔은 완전히 뒤틀려 있어. 여기서 내가 조금만 더 위쪽으로 꺾으면 <br />
네 어깨 뼈는 빠져나갈 거고 팔꿈치 인대쪽도 사정없이 찢어질 거야. <br />
사람은 인대가 끊어지면 복구가 안 돼. 아마 평생 팔을 못 쓸지도 모를 걸."<br />
<br />
그녀의 입은 외모와는 전혀 안 어울릴 정도로 험하고 과감했으며 내 팔을 비트는 힘은 남자 못지 않았다.<br />
그녀의 말은 분명 진심이었다. 난 이 영문모를 상황에 공포에 휩쌓였다.<br />
<br />
"자, 말 해!"<br />
			 ]]> 
		</description>
		<category>소설-역까지 5분 거리</category>

		<comments>http://gomdol1012.egloos.com/4590077#comments</comments>
		<pubDate>Sat, 21 Nov 2009 15:25:00 GMT</pubDate>
		<dc:creator>빌트군</dc:creator>
	</item>
	<item>
		<title><![CDATA[ [소설] 역까지 5분 거리 - 12화 (마포편) ]]> </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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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uid>http://gomdol1012.egloos.com/4589179</guid>
		<description>
			<![CDATA[ 
  <div style="text-align:center"><img class="image_mid" border="0" onmouseover="this.style.cursor='pointer'" alt="" src="http://pds15.egloos.com/pds/200911/21/10/b0051210_4b06bcb69ba25.jpg" width="478" height="182" onclick="Control.Modal.openDialog(this, event, 'http://pds15.egloos.com/pds/200911/21/10/b0051210_4b06bcb69ba25.jpg');" /></div><br />
<strong>※이 작품은 픽션입니다. 등장인물 및 단체명은 실제와 아무런 관계가 없습니다.<br />
※이 소설은 제 개인 창작물입니다. 다른 곳으로 전문, 혹은 일부를 퍼가는 것을 절대 금합니다. 링크는 괜찮습니다.<br />
※다른 독자 분들을 위해 덧글에 전개를 예측하거나 앞 전개를 스포일러 하시는 행위는 자제해주시기 바랍니다.</strong><br /><br />그렇게 돌아다니다보니 시간은 오후가 되어 석철이와 만나기로 한 약속 시간이 다가오고 있었다.<br />
사안이 사안이니 만큼 누구 귀에 들리지 않도록 인기척이 전혀 없는 곳에서 만나기로 했다.<br />
사람이 거의 오지 않고 차만 돌아다니는 구석진 도로를 약속 장소로 정했다.<br />
약속 장소에서 기다리고 있자니 머지 않아 석철이가 나타났다.<br />
<br />
"오래 기다렸어 자기?"<br />
"아니 별로. 그건 그렇고 물어 본 건 찾아왔어?"<br />
"응. 그런데 지금부터 말하는 정보는 불법적인 정보야. 무슨 일 생겨도 책임 못져."<br />
"알았어."<br />
"그런데 조사해서 어쩌려고? 설마 사적으로 복수라도 하려고? 만약 그랬다간 아무리 자기라고 해도 가만 안 둘 거야."<br />
"안 해. 세상에 어떤 바보가 경찰한테 미리 다 불어놓고 사적으로 복수를 해?  걱정하지 마. 잡으면 경찰한테 넘길 거니까."<br />
<br />
그래도 주제엔 경찰이라고 석철이는 사뭇 진지했다.<br />
내 말을 듣고 석철이 놈은 이제야 안심했다는 듯 말할 준비를 했다.<br />
생각해보면 내가 복수 안 할 거란 보장도 없건만 곧이 믿다니 참으로 단순한 놈이다.<br />
<br />
"일단 사망 시각부터. 자기가 발견한 그 시간이 맞아. 저녁 6시~7시쯤."<br />
"알았어. 다른 건?"<br />
"그리고 사인. 흉기는 <strong>총</strong>과 칼 두 종류야."<br />
"뭐? <strong>총</strong>? 이 나라에서 무슨 총?"<br />
<br />
총이라고?!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거야?<br />
<br />
"그게 아마 개조해서 만든 물건 같아. 개조한 거라면 우리 나라에서도 좀 돌아다니고 있어.<br />
어쨌든 탄환이나 위력으로 미루어 총은 정품이 아닌 것 같아.<br />
위력이 약했는지 아버님…… 아니 죄송하지만 일단 편의상 피해자라고 하자. <br />
피해자에게 치명상을 주지 못했어. 범인은 두 발을 발포했는데 각각 다리와 복부쪽에 맞았어. <br />
그런데 위력이 너무 약해서 총을 맞았을 당시에 피해자는 살아서 저항을 했던 것 같아.<br />
그래서 범인은 마지막 수단으로 칼을 사용한 것 같고.."<br />
<br />
석철이의 자세한 설명을 들으니 아버지의 몸에서 피가 흘러내리던 세곳의 상처의 출처를 짐작할 수 있었다.<br />
그것이 총상이었던 건가.<br />
<br />
"칼이라……. 총까지 들고가 놓고는 결국 칼이라니."<br />
"그런데 문제는 총 보다는 칼 쪽에 있어.<br />
범인은 경동맥 쪽을 정확히 베었는데 위치도 정확하거니와 매우 깨끗하게 절단 되어 있어.<br />
상처도 목 쪽에 단 한 곳 밖에 없는 걸 보아 실수도 없는 듯하고. 피해자를 죽음에 이르게 한 가장 큰 원인은 이것 같아." <br />
"……프로의 소행이라 그건가?"<br />
"응 경찰 쪽에선 그렇게 보고 있어. <br />
보통 칼을 안 써본 사람의 우발적인 범행이면 상처 단면이 지저분하다거나, 찔린 곳이 많거나 하거든.<br />
거기다 총까지 썼다면 이건 일반인의 범행이라곤 보기 힘드니까."<br />
<br />
프로의 소행이라니……점점 일이 알 수 없게 되어가고 있다.<br />
아버지가 누군가에게 살인청부라도 당할 만큼 원한이 많은 사람이었던가?<br />
그런 건 아무리 생각해도 아닌 것 같은데.<br />
<br />
"그래서 프로라고 치면 용의자는 한정되겠군. 짐작가는 거 없어?"<br />
"예전부터 경찰에선 조직에서 쓸모없어진 놈을 제거,<br />
즉 '시마이' 를 전문으로 하는 청부업자 '칼'이 이 동네에 흘러들어온 것 같다는 추측을 하곤 했는데, <br />
현재로선 그 놈이 유력한 용의자가 아닐까…… 그렇게 보고 있어."<br />
<br />
'칼'이라면 나도 들어본 적이 있다.<br />
사람 하나를 쥐도새도 모르게 파묻는어서 없던 걸로 만든다는 공포의 청부업자.<br />
그 정체가 무엇인지 나이와 국적이 무엇인지, 심지어 성별이 무엇인지도 알 수 없다는 녀석.<br />
그런 놈이 우리 동네로 흘러들어 왔단 말이야? <br />
얼마 전까진 집값도 싸고 나름 좋은 동네라고 생각했는데 우리 동네 진짜 정신나간 동네였구나…….<br />
<br />
"그럼 그 놈을 집중 수사하면 되겠네."<br />
"그게 그놈이 누군지도 정체 불명이고 살해 현장에 증거도 없어서……."<br />
"증거가 없어?"<br />
"전혀. 그래서 프로가 한 짓이라고 보고 있는거지."<br />
"CCTV는?"<br />
"수상한 사람은 전혀 없어. 그 전에 이 동네 CCTV가 무의미한 건 자기도 잘 알면서?"<br />
<br />
그러고보니 이 동네는 애초에 질 나쁜 놈들이 모인 동네라 그런지<br />
범죄 방지를 위해 CCTV를 설치하자고 할 때도 다들 제발이 저렸는지 별로 적극적이질 않았다.<br />
그래서 결국 적게나마 몇 개를 설치하긴 했는데 위치도 별로 안 좋고<br />
그나마도 좀 뒤가 구리다 하는 놈들은 이미 CCTV가 어딨는지는 다 아는 상태다.<br />
확실히 이래서야 전혀 도움이 안 되겠군.<br />
<br />
"탐문 수사는?"<br />
"여전히 수사에 협조하는 주민이 없어. 아, 한 명 빼고."<br />
"한 명 있어? 그게 누구야?"<br />
"역 앞에서 이발소를 하고 있는 사람인데 <br />
현재로선 수사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준 건 이 사람이 거의 유일해."<br />
"뭐라고 했대?"<br />
<br />
"사건이 있던 것으로 추정되는 날 5시~7시 전후로 수상한 사람은 모르냐고 물어봤더니<br />
아는 후배 놈이 이틀 연속으로 저녁 7시쯤에 집으로 들어갔다고 말 했다고 했다든가. 동료한테 주워들은 얘기라 자세한 건 몰라."<br />
"그럼 그 후배란 놈이 수상하네. 하필 그 날 그 시간대에 사라지다니."<br />
"글쎄. 시간대만 가지곤 아직 모를 일이니까. 그 후배란 사람 신원 조회결과 그냥 민간인인 것 같고."<br />
"그런게 어딨어. 그런 놈들일 수록 더 위험한 거야. 너 이 바닥 한두 번 봤어? 그 놈을 집중 조사하란 말이야."<br />
"…… 그렇긴 하지만. 경찰이 협박 때문에 수사의욕이 없어서 괜한 거 건드리는 건 싫어하는 분위기라 더 이상 자세히 알아보진 않은 듯해."<br />
"그럼 그 이발소 위치나 후배 놈 집 위치 같은 건 알아?"<br />
"으음. 후배 집이 어딨는지는 미처 안 물어봤고, 이발소 약도는 알아."<br />
"그럼 그거라도 내놔."<br />
"알았어."<br />
<br />
석철이는 대충 약도를 적어주었다. 그러고 석철이는 몇 초 동안 말을 하지 않았다. <br />
눈치를 보아하니 할 말은 여기까지가 전부인 것 같았다.<br />
<br />
"정보는 이게 다야?"<br />
"응."<br />
"알었어. 그럼 난 가볼께."<br />
"그래. 그리고 아까도 말했지만, 사적인 복수는 용납 못해. 만약 그러면 당장 수갑들고 찾아갈 거야."<br />
"신경꺼. 난 말한 건 지켜."<br />
"그럼 아까 데이트 약속도 지켜야 돼~♡"<br />
"큭…….  뭐 알았어."<br />
<br />
손을 흔들며 바이바이 인사를 하고있는 석철이를 남겨두고 난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이발소로 향했다.<br />
<br />
<br />
<div align="center"><span style="font-size:130%;"><strong>※※※</strong></span></div><br />
<br />
석철이의 말을 듣고 역 앞 미용실에 가봤을 땐 다소 놀랐다.<br />
역 앞의 이발소라 했을 때는 딱히 감이 안 왔지만 직접 가보니 문제의 이발소가 이 바닥에선 꽤 유명한 곳이었기 때문이다.<br />
그게 여기였나.<br />
<br />
만약 경찰에 걸릴만한 일을 했는데 실수로 다쳤다면, 그놈은 병원으로 치료를 받으러 갈 수 없게된다.<br />
병원에서의 기록이 덜미가 되어 잡힐 것이 자명해지기 때문이다.<br />
그런 놈들이 찾아 가는 곳이 이런 야메 의료시술소다.<br />
일반인들은 잘 모르지만 알게 모르게 이런 식으로 야메 영업을 하는 곳이 각 지역마다 1개 이상은 존재하고 있다.<br />
이 이발소는 간판만 이발소일 뿐이지 실상은 그런 야메 시술소 중 하나로, 이 바닥에선 꽤 유명한 곳이다.<br />
다만 난 한 번도 이곳을 이용해본 적이 없다.<br />
<br />
"어서오세요."<br />
<br />
이발소 문을 열고 들어가자 이발사…… 겸 야메 의사가 밝은 표정으로 반겼다.<br />
곱슬머리에 약간 마른 체형의 남자다. 눈끝이 살짝 처저서 무기력해 보이기도 한다.<br />
<br />
말 없이 성큼성큼 놈을 향해 다가가서 다짜고짜 물었다.<br />
<br />
"며칠 전에 이 이발소에 왔다가 저녁 쯤에 자기 집으로 돌아갔다는 네 후배놈에 대해서 말해."<br />
"저기 누구시죠? 다짜고짜 오셔서 무슨 소리이신지……."<br />
"닥치고 말해."<br />
<br />
이쪽이 약점 잡힐 것은 없고, 상대는 언제 발각되면 인생이 쫑날지 모르는 야메의사.<br />
이럴 때는 협박이 답이다.<br />
이쪽이 꿀릴 것 없기 때문에 강한 어조로 밀어붙였다.<br />
<br />
"말하지 않으면 이 이발소의 실태를 경찰에 폭로하겠어."<br />
"……정말입니까?"<br />
"어."<br />
"이런……."<br />
<br />
놈은 겁먹었는지 눈을 이리저리 피했다. <br />
그러다 별 수 없다 생각했는지 슬금슬금 사실을 불기 시작했다.<br />
<br />
"이찬우……라고 제 고등학교 후배입니다. 어쩌다보니 친해졌는데 그냥 그런 놈입니다. <br />
얼마간 연락이 안 되다가 며칠 전에 이 동네로 이사를 오게 됐다고 인사를 와서 몇 번 만났죠."<br />
"뭐 특이한 기색이라든가 없나?"<br />
"뭐 말입니까?"<br />
"운동을 잘했다든가, 싸움을 잘했다든가, 성격에 문제가 있다거나 그런 거."<br />
"음……. 별 건 없고 여자를 대단히 좋아해요. 그리고 여자 꼬시는대도 일품이죠. 타고난 바람둥이입니다."<br />
"그런 거 말고."<br />
"기계류를 잘 다뤄요. 컴퓨터니 기계니 어지간한 건 설명서 없이도 척척 만집니다. 아마 지금 전공도 그쪽이죠."<br />
"그거 말고."<br />
"……그 외엔 없습니다. 어쨌든 머리는 비상한 놈이예요. 얼굴도 잘 생겼고. 키도 크고."<br />
"직업은?"<br />
"딱히 없습니다. 학생이긴 한데 아마 지금은 돈이 없어서 휴학 중일 겁니다."<br />
"이쪽 세계랑 관련 같은 건?"<br />
"전혀 없습니다. 애초에 겁이 많아서 그럴 놈이 아니예요."<br />
<br />
여러가지를 물어봤지만 찬우란 후배 놈이 '칼'일 가능성은 낮아보였다.<br />
하지만 칼이 지금까지 잡히지 않은 걸 보면 찬우란 놈이 철저히 위장해서 자신을 속이고 있을지도 모른다.<br />
<br />
"그럼 그놈이 저녁 쯤에 집에 갈 때의 상황에 대해 말해 봐."<br />
"음. 처음엔 6시에 집에서 해야될 일이 있다면서 갑자기 뛰쳐나갔습니다. 아마 되게 신난 얼굴이었어요.<br />
뭘 하러 가는진 몰라도. 그런데 다음날엔 제가 6시쯤에 '너 할 일 있다며 집에는 안 가보냐?' 라고 했더니<br />
'으응…….'이라고 하면서 마지못해 가는 느낌으로 갔어요. 그리고 그 다음날 부터는 안 오더군요."<br />
<br />
"그게 진짜야?<br />
"네."<br />
"그놈 집은 어디야?"<br />
"글쎄요. 정확한 건 모르겠지만 얘기하는 걸 보면 아마. XX동 XX근처."<br />
<br />
그곳은 하필 우리 집 근처였다. 그리고 얼마 전에 이사왔다라…….<br />
약도 같은 것은 모르지만 놈이 사는 곳이 어떤 곳인지 대충 감이 왔다.<br />
슈퍼 아줌마가 말한 그 놈인가. 그때는 아무래도 좋을 정보라고 생각했는데 이런 때 도움이 되다니<br />
세상 일은 참 모를 일이다.<br />
<br />
"됐어. 오늘 내가 뭐 물어본 거에 대해선 평생 비밀로 해."<br />
"알았습니다."<br />
"발설했다간 각오해."<br />
"이 바닥은 신용으로 먹고 사는데요. 안심해도 됩니다."<br />
<br />
그리고 이발소를 나왔다. 나는 이어서 후배놈을 잡아 진상을 캐내기 위해, 놈의 집 쪽으로 향했다.<br />
마침 재수없게 건널목에서 신호가 걸려서 신호등에서 파란 불이 들어오기를 기다리고 있는데 전화벨이 울렸다.<br />
<br />
'따르릉'<br />
<br />
"여보세요."<br />
"……"<br />
<br />
수화기 저편에선 말이 없었다.<br />
<br />
"여보세요?! 야! 왜 전화 해놓고 말이 없어."<br />
"당신……."<br />
<br />
전화기 저편의 목소리는 대단히 굵고 낮게 깐 목소리였다. <br />
목소리를 의도적으로 갈고 있었다. 자신의 진짜 목소리를 숨기려는 듯한 수작이다.<br />
덕분에 남자인지 여자인지 전혀 짐작할 수가 없다.<br />
<br />
"경찰도 아닌 놈이 이리저리 탐문 수사를 하고 다니더군. 일반인이 그래서야 쓰겠나."<br />
"뭐야. 너 누구야? 뭐하는 놈이야?!"<br />
"이번 일에 대해선 잊어. 안 그러면……"<br />
"야 이 미친 놈아! 야! 너 누구야?!"<br />
<br />
그제서야 감이 왔다. 경찰을 협박했다는 놈은 혹시 이 놈이 아닐까?<br />
그리고 놈은 내 호통은 듣지도 않은 것처럼 태연하게 말을 이어나갔다.<br />
<br />
"네 신변에 안 좋은 일이 생길 거다."<br />
"흥. 할 테면 해봐. 미친 놈아. 난 무서운 거 없거든?"<br />
"…… 계속할 셈인가."<br />
"그래. 어쩔래."<br />
"……그럼 일단 더 두고보도록 하지. 하지만 계속 이런 식으로 나오면 나도 어쩔 수 없어."<br />
'뚜뚜뚜'<br />
<br />
의문의 전화는 일방적으로 끊어졌다. 나는 전화기를 부여잡고 생각했다.<br />
<br />
이 놈은 내가 이리저리 물어보고 다니는 걸 어떻게 알고 있는 거지?<br />
설마 아까 이발소 놈인가……?<br />
아니 그럴 리가 없다. 나와 그놈은 생판 초면이다. <br />
이쪽 세계 놈이긴 하지만 직접 돈을 만지는 분야에서 일하는 놈이 아니라 나랑은 접점이 적다.<br />
그놈이 내 전화번호를 알고 있을 가능성은 극히 낮다.<br />
그럼 대체 어떻게……? 대체 누가……?<br />
<br />
<div align="center"><span style="font-size:130%;"><strong>※※※</strong></span></div><br />
<br />
전화에 대한 의문은 풀리지 않았지만 별 수 없는 일이니 나는 놈의 협박에 굴하지 않고 문제의 후배놈의 집으로 향했다. <br />
놈의 집 문은 굳게 잠겨있었다. 문을 몇 번 두드려 보았다. 반응은 없었다.<br />
난 지난 번 채무자의 집에 들어갔을 때처럼 주머니에 넣고 다니는 기구를 꺼내 조심스레 문을 땄다.<br />
집 안으로 들어가 둘러보았으나 집에는 아무도 없었다.<br />
집에 들어가 뭐가 있는지 이것 저것 조사해보았다.<br />
<br />
집에는 가구 같은 세간살이는 별로 없었다.<br />
노트북 컴퓨터, 책상, 냉장고, 밥솥, 이상한 기계, 남자 옷, 여자 옷 등등이 놓여있었다.<br />
계기판이랑 안테나 같은 게 달린 이상한 기계 외에는 딱히 수상한 것은 없어보인다.<br />
저 기계의 정체는 대체 무엇일까?<br />
<br />
그때였다. 문을 누군가가 덜그럭덜그럭 확인하는 소리가 들려 소스라치게 놀랐다.<br />
아마도 놈이 돌아온 듯 했다. 난 일단 숨을 죽이고 집 거실 안 쪽으로 몸을 숨겨 놈이 집 안으로 들어오기를 기다렸다.<br />
이윽고 놈이 문을 열고 들어오는 소리가 들린다.<br />
벽 너머로 슬쩍 돌아보니 남자 놈이었다. 이놈이 찬우인가.<br />
<br />
놈이 방심하고 있는 틈을 틈타 재빨리 놈의 품으로 뛰어들어 팔을 낚아챈 다음 놈의 뒤로 넘어갔다.<br />
놈의 팔도 등 뒤로 넘어가면서 성공적으로 관절 꺾기가 들어갔다.<br />
<br />
"으윽!"<br />
<br />
놈은 외마디 비명을 질렀다.			 ]]> 
		</description>
		<category>소설-역까지 5분 거리</category>

		<comments>http://gomdol1012.egloos.com/4589179#comments</comments>
		<pubDate>Fri, 20 Nov 2009 15:58:49 GMT</pubDate>
		<dc:creator>빌트군</dc:creator>
	</item>
	<item>
		<title><![CDATA[ [소설] 역까지 5분 거리 - 11화 (마포편) ]]> </title>
		<link>http://gomdol1012.egloos.com/4588402</link>
		<guid>http://gomdol1012.egloos.com/4588402</guid>
		<description>
			<![CDATA[ 
  <div style="text-align:center"><img class="image_mid" border="0" onmouseover="this.style.cursor='pointer'" alt="" src="http://pds15.egloos.com/pds/200911/20/10/b0051210_4b0594970f3f9.jpg" width="478" height="182" onclick="Control.Modal.openDialog(this, event, 'http://pds15.egloos.com/pds/200911/20/10/b0051210_4b0594970f3f9.jpg');" /></div><strong>※이 작품은 픽션입니다. 등장인물 및 단체명은 실제와 아무런 관계가 없습니다.<br />
※이 소설은 제 개인 창작물입니다. 다른 곳으로 전문, 혹은 일부를 퍼가는 것을 절대 금합니다. 링크는 괜찮습니다.<br />
※다른 독자 분들을 위해 덧글에 전개를 예측하거나 앞 전개를 스포일러 하시는 행위는 자제해주시기 바랍니다.</strong><br /><br />살인 사건이란 얘기를 듣고 경찰이 달려온 것은 내가 아버지를 발견한 뒤 15분 정도 지난 뒤였다.<br />
도착한 경찰은 몇 명 되지 않았으나, 사건 현장이 범상치 않음을 파악하고 이후 추가로 인력이 보충되었다.<br />
그리고 우리 집을 이곳저곳 뒤지며 조사를 했다.<br />
<br />
난 인력에 치여 집 밖으로 나와 다른 경찰에게 대충 조사를 받았다.<br />
발견할 때 어땠냐, 오늘 뭘 했냐, 아버지의 인간 관계는 어떠냐, 대충 그런 식이었다.<br />
이때 경찰쪽에서 안 됐습니다 하면서 나를 위로하면서도 태도가좀 공격적이었는데, <br />
아마 나를 용의자로 생각한 것 같다.<br />
내 옷에는 아까 아버지가 살아있나 확인할 때 묻은 피가 상당했으니, 나름 이해는 된다.<br />
그러나 내가 사용한 것으로 보이는 흉기 등이 발견되지 않은 점과, 가족이라는 이유로 일단 넘어가게 되었다.<br />
경찰에겐 아버지와 나의 관계에 불화가 있었음을 얘기했다간 괜한 의심을 살까 봐. 그것에 대해선 얘기하지 않았다.<br />
<br />
수사가 진행 중인 동안 집에 있을 수 없게 되었으므로, 난 졸지에 집에서 쫓겨나게 되었다.<br />
몸을 의지할 친척도 뭣도 없기 때문에 임시 거처로 간단하게 알아본 집에 머무르게 되었다.<br />
짐은 대충 필요한 것만 옮겼다.<br />
<br />
머무르면서 나는 언제 나 자신이 용의자로 몰릴지 모른다는 걱정에 휩쌓였다.<br />
경찰이 탐문 수사라도 하다가 아버지의 주변인 들에게 나와 아버지의 관계가 상당히 안 좋았다는 사실을 듣기라도 하면,  난 졸지에 최유력 용의자가 되어버릴지도 모른다.<br />
안 그래도 내가 수금 일 하면서 몹쓸 일 많이 저지른 건 경찰도 곧 알게 될 거고 그럼 나에 대한 의심은 점점 짙어질 것이다.<br />
그걸 알고 아버지와 관계에 대해서 일부러 얘기하지 않은 것이지만, 그렇다고 나에 대한 의혹이 확실하게 없어지는 것도 아니고,<br />
오히려 왜 얘기 안 했냐는 의심을 사게 될지도 모른다.<br />
불안한 요소가 넘쳐난다. <br />
그렇게 난 아버지의 죽음을 통해 받은 충격이 채 가시지 않은 마당에 또 하나의 고민을 떠안게 되었다.<br />
<br />
그렇게 불안 속에서 날이 흘러갔다. <br />
그런데 내 걱정과 달리 경찰쪽에선 나를 다시 찾아와 추가 조사라든가 하는 것을 전혀 하지 않았다.<br />
전화 한 통 없었다.<br />
<br />
경찰이 탐문 수사를 했다면 나와 아버지의 불화에 대해 어느 정도는 알았을 것이다.<br />
아버지는 내 일을 그만두게 하기 위해 수많은 사람들을 찾아다녔으니까.<br />
더군다나 멀리 안 가도 아버지의 직장 동료인 수용 아저씨에게 물어보기만 해도 단박에 알아낼 사실이다.<br />
그럼 나에게 다시 와서 뭐 하나라도 물어봐야 할 판인데 전혀 그런 것이 없었다.<br />
<br />
과연 수사는 제대로 진행되는 것인가?  하는 의구심이 들었다.<br />
어째 전혀 소식이 없는게 마음에 걸린다.<br />
궁금해서 이대로 앉아 있을 수가 없었다.<br />
<br />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옷을 차려입고 밖으로 나갔다.<br />
이 시간대 쯤에 석철이놈이 순찰이니 단속이니 돌아다닐 법한 곳을 뒤지고 다녔다.<br />
아니나 다를까 얼마 안가 강석철을 발견할 수 있었다.<br />
<br />
"저기……."<br />
"어머. 웬일이야 자기."<br />
<br />
석철이는 내가 먼저 자신을 찾아온 것이 기뻤는지 한껏 들뜬 표정과 목소리였다.<br />
각오는 하고 왔지만 역시 저 비음 섞인 말투와 여자같은 행동거지에서 오는 거부감은 뿌리칠 수 없었다.<br />
<br />
"부탁이 있어서."<br />
"무슨 부탁? 뭐든 말해 봐."<br />
"우리 아버지 사건 수사, 너도 알지?" <br />
"알고 있어.."<br />
"그거 어떻게 되어가는 거야? 알고있는 대로 불어."<br />
"에에? 그건 안 돼. 아무리 유족이라고 해도 그렇지 수사 상황 같은 걸 발설하면 안……"<br />
"방금 뭐든 들어준다며? 딴 사람도 아니고 아버지 문제야. 궁금해서 그러니까 좀 도와줘."<br />
"아니 그래도 이런 건 좀……."<br />
<br />
석철은 우물쭈물하며 어떻게든 넘어가려고 했다.<br />
내 그럴 줄 알았다. 쳇. 기분 나쁘지만 어쩔 수 없군. 아버지 문제니까…….<br />
<br />
"됐어. 말 해주면 언제 한 번 밥이나 같이 먹으려고 했더니 그만둬야겠군."<br />
"에 진짜? 잠깐잠깐…"<br />
<br />
그러더니 석철은 주변에 누가 없나 두리번두리번 살펴보더니 아무도 없자<br />
<br />
"어차피 난 대단한 건 몰라. 그건 감안해."<br />
<br />
하며 바로 불어버릴 태세다. 이 정도로 단순한 인간이었을 줄이야…….<br />
<br />
"사실 이쪽 수사는 좀 지지부진하달까, 별로 진전된 게 없어."<br />
"아니 왜?"<br />
"그게……누가 경찰을 협박하고 있어. 이번 사건에 손대지 말라느니.<br />
그러면서 경찰들 하나하나 약점 같은 걸 잡고 뒤흔들고 있어.<br />
심지어 서장님도 무슨 큰 약점 잡혔나봐. 이대로 가면 승진도 못한다느니, 집에도 못 들어간다느니 벌벌 떨고 있어"<br />
<br />
"협박이라고? 아니 어떤 간이 부은 놈이 경찰을 협박해?"<br />
"글쎄 누군진 잘 모르겠는데, 아 실은 나도 협박 받았어. 전화로."<br />
"무슨 협박?"<br />
"뭐 이래저래 많지만…… 다 말하긴 뭐하고. 하나 뽑자면 제가 게이라는 걸 동료나 엄마 아빠한테 알려버린다나."<br />
"잠깐, 너 게이란 거 부모님이 몰라?"<br />
"몰라요. 알았다간 쓰러지실 걸."<br />
<br />
석철이 놈이 게이란 걸 부모님이 모른단 것도 놀랍지만 <br />
그보다 놀라운 것은 역시 경찰이 협박당하고 있단 사실이었다.<br />
경찰을 협박하면서 자기 맘대로 쥐락펴락하는 범죄자라니, 들어본 적이 없다.<br />
대체 어떤 약점을 잡고 있길래 경찰까지 벌벌 긴단 말인가……. 뭐 하는 놈이야 대체?<br />
<br />
"에……그건 넘어가고, 협박범의 전화를 추적해서 잡으면 되잖아."<br />
"추적을 피하기 위해서 여러가지 방법을 쓰는 모양이예요. 대포나 해외 회선으로 건다든지. <br />
어쨌든 그런 식으로까지 나오면 우리 서 차원에선 좀 추적이 힘들고 더 큰 차원에서 수사를 해야되는데 절차가 귀찮거든요.<br />
거기다 애초에 다들 협박을 세게 당해서 상당히 무서워 하고 있어요. 추적을 못한다긴 보단 안하는 거죠."<br />
"아니 그렇다고 사람이 죽었는데 수사를 안 해? 그래도 돼?"<br />
"아니아니, 오해하지 마. 협박 당하는 것과 별개로 수사는 하고 있으니까.<br />
그런 거 때문에 수사를 그만두면 경찰 체면이 없잖아. 평소처럼 적극적이지 못할 뿐이지……."<br />
<br />
"그럼 왜 이렇게 수사가 느려져?"<br />
"그게 수사를 하려고 탐문을 해도 사람들이 입을 안 열어."<br />
"그건 또 무슨 소리야?"<br />
"글쎄, 물어봐도 죄다 '모른다 모른다' 하고 얘기를 안하더라고."<br />
"한 명도 협조를 안 해?"<br />
"응."<br />
"아버지가 요즘 뭐 하고 다녔는지, 나랑 어땠는지 그런 거에 대해서 얘기한 사람이 한 명도 없어?"<br />
"응."<br />
<br />
이상할 노릇이다. 아버지는 그동안 내 일을 그만두게 하겠다고 이리저리 다 돌아다녔는데,<br />
그때 아버지가 만난 사람들은 상당한 숫자이다.<br />
그런데 한 명도 아버지에 대해 말을 안 했다니 이상할 노릇이다.<br />
그렇다면 수용 아저씨도 아버지에 대해서 얘기를 안 했단 말인가? 대체 왜?<br />
<br />
"거참……. 그래서 네가 볼 때 앞으로 어떻게 될 듯해?"<br />
"글쎄. 증거도 마땅히 없는 듯하고 수사 의욕도 제로고 잘못하면 이러다 그냥 끝날지도……."<br />
<br />
기가찰 노릇이다. 어떻게하면 일이 이렇게 될 수 있나.<br />
이 동네 막장이란 건 다 아는 사실이지만 이 정도로 썩어있을 줄이야…….<br />
열이 치밀어서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다.<br />
결심했다. 경찰이 이런 식으로 나갈거라면 차라리 내가 해버리겠어.<br />
내 나름의 방식으로라도 아버지를 죽인 놈이 누구인지 알아내야지 성에 차겠다.<br />
<br />
"어이 석철이."<br />
"네?"<br />
"이번 사건, 내가 직접 조사해 볼 게 있으니까. 협조 좀 해줘."<br />
"협조라니?"<br />
"네가 알 수 있는 선에서 정보 좀 더 빼서 갖다 달라고."<br />
"경찰 정보를 사적으로 빼내라고요? 안 돼요. 안 돼."<br />
"그래? 안 됐네. 일 잘되면 데이트라도 해주려고 했더니."<br />
"……알았어 자기. 어떻게든 해보지 뭐."<br />
<br />
라며 석철이는 태도를 싹 바꾸고 뭐든 빼올 듯한 강인한 의지의 표정을 지었다.<br />
……이렇게까지 일이 잘 풀릴 거라곤 생각도 못했는데.<br />
<br />
<div align="center"><span style="font-size:130%;"><strong>※※※</strong></span></div><br />
<br />
나는 일단 석철이 놈이 정보를 수집해서 올 동안  발 닿는 대로 돌아다니며 과연 정말로 석철이의 말이 맞는지 확인해보았다.<br />
동네 사람이니 업주니 무작위로 찾아가서 물어보니 석철이의 말대로 대부분의 사람들은 입을 꾹 닫고 있었다. 경찰에게도 말을 안 할 정도니 나한테도 안 하는 건 당연한가. 뭐 정말로 사건이 벌어졌는지도 모르는 사람도 있는 듯 하지만.<br />
<br />
가장 마음에 걸리는 인물인 수용 아저씨도 찾아가 봤다.<br />
"어 웬일인가?"<br />
<br />
밝은 표정으로 아저씨가 나를 맞았다.<br />
<br />
"……아버지가 돌아가셨어요."<br />
"저런 안 됐구만. 술 좋아하더니 무슨 심장 마비라도 걸렸나. "<br />
"아뇨. 누군가가 죽인 모양이예요."<br />
"뭐라고? 그런 몹쓸 일이……."<br />
<br />
경찰이 찾아와서 얘기해주지 않은 건가? <br />
아저씨는 친구의 죽음을 지금 전해들은 듯 나름 안타까워하는 표정을 지었다.<br />
하지만 정말 놀라서 그런 건지 시치미를 떼고 있는 건지 알 수가 없었다.<br />
뭐 그건 그렇고 본론부터 꺼냈다.<br />
<br />
"그래서 좀 물어볼 게 있는데 경찰이 안 찾아왔어요?"<br />
"어 음…… 기억이 잘 안 나네. 경찰이 찾아왔든가? 안 왔든가? 이 나이가 되면 어제 있던 일도 기억이 안 나서……."<br />
"정말요?"<br />
"……미안허이."<br />
<br />
말이 되냐! 어제 경찰이 온 것도 기억 못하는 사람이 어딨어!<br />
아무리 생각해도 그냥 둘러대는 소리였다.<br />
수상했다. 아버지가 어디서 돈을 받고 있다느니 하는 나도 모르는 정보까지 알 정도로 아버지에 대해서 잘 알던 사람이,<br />
어제 나한테 그렇게 얘기를 많이 늘어놓던 사람이 갑자기 이런 태도라니.<br />
설마 이 사람이……?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역시 아는 사람이라 그런지 이 사람이 그랬을 거란 상상은 들지 않는다.<br />
그런 일을 하기엔 나름 괜찮은 사람이라서…….<br />
그 이후 아저씨와 아버지에 대해 짧은 대화를 나누고 경비실을 뒤로 했다.<br />
<br />
아무래도 사람들이 입을 닫고 있다는 석철이의 말은 진짜인 듯 보인다.<br />
대체 무슨 일이 있었길래 마을 사람들은 입을 닫고 있는 거야?<br />
경찰을 협박하는 미친 놈은 또 뭐야?<br />
의문은 해결되지 않은 채 쌓여만 간다.<br />
			 ]]> 
		</description>
		<category>소설-역까지 5분 거리</category>

		<comments>http://gomdol1012.egloos.com/4588402#comments</comments>
		<pubDate>Thu, 19 Nov 2009 18:12:18 GMT</pubDate>
		<dc:creator>빌트군</dc:creator>
	</item>
	<item>
		<title><![CDATA[ [소설] 역까지 5분 거리 - 10화 (마포편) ]]> </title>
		<link>http://gomdol1012.egloos.com/4587555</link>
		<guid>http://gomdol1012.egloos.com/4587555</guid>
		<description>
			<![CDATA[ 
  <div style="text-align:center"><img class="image_mid" border="0" onmouseover="this.style.cursor='pointer'" alt="" src="http://pds15.egloos.com/pds/200911/19/10/b0051210_4b0432d9df09e.jpg" width="478" height="182" onclick="Control.Modal.openDialog(this, event, 'http://pds15.egloos.com/pds/200911/19/10/b0051210_4b0432d9df09e.jpg');" /></div><br />
<strong>※이 작품은 픽션입니다. 등장인물 및 단체명은 실제와 아무런 관계가 없습니다.<br />
※이 소설은 제 개인 창작물입니다. 다른 곳으로 전문, 혹은 일부를 퍼가는 것을 절대 금합니다. 링크는 괜찮습니다.<br />
※다른 독자 분들을 위해 덧글에 전개를 예측하거나 앞 전개를 스포일러 하시는 행위는 자제해주시기 바랍니다.</strong><br /><br />이후 밀린 수금을 받아보려고 이집 저집을 돌아다녔고 돈도 어느 정도 챙겼지만 마음이 편치 못하다.<br />
신덕 아저씨 때문이다. 이 일을 하면서 내 맘이 흔들린 것은 그때가 처음이었다.<br />
왜일까. 나는 완전히 마음을 정한 것이 아니었나?<br />
<br />
아버지가 한 말이 떠올랐다.<br />
<br />
<em>"네가 하는 일 때문에 상처 받는 사람들의 입장은 한 번이라도 생각해 봤냐?"</em><br />
<br />
그래. 나는 지금까지 한 번도 그들의 입장을 신경써본 적이 없다. 어차피 타인이라고 생각해 왔다.<br />
하지만 나 때문에 나랑 똑같은 운명을 겪게 될 아이가 또 한 명…….<br />
그걸 생각해보니 이제야 좀 실감이 온다. 난 지금까지 다른 사람들에게 상처를 주고 있었다.<br />
어째서 지금까지 자각이 없었던 것일까……. 내가 바보이기 때문인가.<br />
그러고보면 아버지가 한 말도 마냥 틀린 건 아니란 생각이 든다.<br />
<br />
걸을 때마다 옆구리 쪽이 쑤신다. 며칠 전 다친 곳이다.<br />
이렇게 다치는 일이 또 생기지 말라는 보장도 없다.<br />
극단적으로 생각하면 죽을지도 모른다. <br />
돈 때문에 이성을 잃은 채무자가 덤비면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br />
이런 것을 모르는 것도 아니고 무섭지 않은 것은 아니다.<br />
그런데도 나는 왜 계속 이런 일을 하고 있는 것일까. <br />
난 무엇을 원하고 있는 걸까. 나도 모르겠다.<br />
<br />
어쨌든 현실적으로 아버지의 말을 따르기는 힘들지만,<br />
아버지의 말에 느낀 바도 있고, 이대로라면 내 마음도 편치 않기 때문에 <br />
오랜만에 아버지에게 치레 인사 정도는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br />
아버지가 좋아하는 빵이니 음료수를 사서 아버지가 일하는 경비실로 찾아가기로 했다.<br />
이걸 보면 아버지는 과연 무슨 표정을 지으며 날 맞이할까?<br />
<br />
아버지가 일하는 곳은 우리 동네 옆 아파트 단지로 규모는 중간 정도이다.<br />
역세권이라 입주자는 많았지만 대다수의 주민들은 아마 입주 시에 속았을 것이다.<br />
바로 옆 동네가 질 나쁜 동네라는 것을 알았다면 이런 동네에 입주할 사람이 어딨었겠는가.<br />
집값이랑 디자인이랑 역세권이란 소리만 듣고 낚여서 입주한 사람이 대부분이다.<br />
실제로 다른 아파트 단지에 비해서 도난 사건도 많고해서 이래저래 많은 사람들이 불안에 떨고있다.<br />
<br />
경비실은 아파트 전체를 한 눈에 돌아볼 수 있도록 가운데에 위치해 있다.<br />
나는 경비실 쪽으로 향했다. 창문 너머에 아버지의 동료, 수용 아저씨가 보인다.<br />
아버지는 왠지 자리에 있지 않았다. <br />
아버지는 원래 이 시간 쯤에 일하고 있어야 하고 수용 아저씨는 아직 없어야 정상이다.<br />
평소와 다른 상황이었다.<br />
<br />
"저기요."<br />
<br />
나는 경비실 쪽으로 비집고 들어갔다.<br />
<br />
"어? 웬일인가?"<br />
<br />
수용 아저씨는 예전에도 몇 번 만난 적이 있기 때문에 대화에는 별 거리낌이 없었다.<br />
이 아저씨도 성격이 제법 털털하면서 괜찮은 사람이다.<br />
무슨 고생을 했는지 얼굴은 나이보다 늙어서 마치 할아버지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몸은 상당히 다부지다.<br />
듣기로는 젊은 시절엔 해외 파병을 나가서 전장에 있던 적도 있다고 하더라.<br />
<br />
한때 주먹 썼다는 아버지도 그렇고 이 아저씨도 그렇고 이 동네의 경비들은 나이는 먹었지만 상당히 노련한 사람들이다.<br />
아마 젊은 놈들이 견뎌도 이기기 힘들 것이다. <br />
옆에 있는 동네 자체가 험하다보니 이 아파트는 이런 사람들을 경비로 고용하고 있다.<br />
<br />
"아버지 만나려고 했는데……. 아버지는 어디 갔어요?"<br />
"오늘 급한 일이 있다고 나보고 대신 해달라고 하더만."<br />
<br />
그때 나는 아버지가 아침에 경비 제복을 입지 않고 다른 옷을 입은 것을 떠올렸다.<br />
역시 누군가를 만나러 간 것일까? <br />
하지만 누구를 만나러 간 것인지는 감이 서지 않는다.<br />
또 내 일을 방해하러 간 걸까? 하지만 그럴 때는 보통 그냥 평상복을 입을 텐데……?<br />
<br />
"어디 갔는지 알아요?"<br />
"아니. 대뜸 전화로 부탁만 하더니 그냥 나가버렸지."<br />
"출근 자체를 안 한거예요?"<br />
"어."<br />
<br />
그럼 아버지는 애당초 아침부터 출근할 생각이 없었단 것인가?<br />
<br />
"아니, 그래도 되는 거예요?"<br />
"지가 하루 일당 안 받으면 되는데 뭘."<br />
<br />
아저씨는 허허하고 너털 웃음을 웃었다.<br />
<br />
"오늘만 그런 거예요?"<br />
"아니 종종 그래."<br />
"거참…….<br />
"괘안아. 어차피 도시 아파트 사람들은 경비가 뭘 하든 관심도 없어."<br />
"안 그래도 수입도 부족한데 그걸 깎아가며서 그럴 것 까진……."<br />
"뭐 다 밑천이 있나보지. 듣기론 매달 돈 들어오는 거 있다고 하더라고."<br />
<br />
아버지가 매달 돈을 탄다니. 처음 듣는 사실이다. 아버지에겐 아파트 경비 말고도 수입원이 있었단 말인가?<br />
<br />
"매달 돈을 타요? 그게 뭔 소리예요?"<br />
"글쎄. 한 번 술 먹고 얘기할 때 말하더라고. 자세한 건 몰라."<br />
<br />
그렇게 말하곤 정말 그에 대해선 모른다는 표정으로 오른쪽 팔을 주물렀다.<br />
아저씨는 왼쪽 어깨쪽 팔을 오른손으로 주무르는 버릇이 있다. <br />
아저시는 지금도 팔을 연신 주무르고 있다. <br />
한 번 그 점이 궁금해서 이상해서 아버지에게 물어봤더니 파병 중에 총에 맞은 자리인데<br />
계속 저릿저릿하다나. 뭐 그런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br />
<br />
"그나저나 그건 뭔가?"<br />
<br />
아저씨는 내가 들고있는 봉투 쪽을 보며 물었다. 아까 산 군것질 거리들이 들어있는 봉투다.<br />
<br />
"아버지 건데요."<br />
"이런. 배고파서 혹시나 기대했는데 헛다리 짚었구만."<br />
"뭐하면 아저씨나 드세요."<br />
"아니 됐어. 그런데 갑자기 웬 선물인가."<br />
<br />
수용 아저씨는 아버지의 몇 안 되는 대화 상대라서 아버지에 대해선 꽤나 자세하게 알고있다.<br />
내가 아버지와 관계가 좋지 못하다는 것도 이미 한참 전부터 알고 있었다.<br />
그냥 다 털어놓는게 낫겠다 싶다.<br />
<br />
"며칠 전에 싸웠어요. 별 거 아니지만 이거라도 주고 대충 기분이라도 풀어보려고……."<br />
"아아 요즘 관계가 안 좋다고 들었네. 그런데 어쩌겠나. 부모자식이 다 그런거지. 용서해."<br />
"먹고사는 문제가 얽혀서 잘 해결이 안되네요."<br />
"그런가. 뭐 열심히 해 봐."<br />
"그래보죠."<br />
<br />
난 비닐 봉투를 그 자리에 그냥 두고 자리에서 일어났다.<br />
<br />
"어이, 이거 안 가져가나?"<br />
"됐어요. 얼마 안 하는데 새로 사면 되죠. 못난 아버지 때문에 대신 고생하는데 아저씨나 드세요."<br />
"이런……. 알았네."<br />
<br />
수용 아저씨 담담하게 말했다.<br />
그렇게 난 아파트 단지를 등지고 집으로 향했다.<br />
<br />
<div align="center"><span style="font-size:130%;"><strong>※※※</strong></span></div><br />
<br />
다시 아버지 줄 먹을거리를 챙기고 집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저녁이었다.<br />
아버지에게 사과의 말을 해야겠는데, 성격이 모나서 어떻게 해야할지 몸둘 바를 모르겠다.<br />
대뜸 죄송하다고 해야하나? 아니 그건 아니다. 그랬다간 당장 일을 그만두라는 얘기로 흘러갈지도 모른다.<br />
먹으라고 해놓고 아무 말 안 하다 텀을 두고 죄송하다고 해야하나? 아니 그것도 애매하다.<br />
나 원, 사과한 번 하기도 이렇게 골치아파서야.<br />
<br />
집에 도착하니 문이 열려있었다. 아버지가 돌아온 듯하다.<br />
아버지는 나이 탓인지 종종 집에 들어와서 까먹고 문을 잠그지 않는 버릇이 있었기 때문에 특이한 일은 아니다.<br />
문을 열고 현관 쪽을 보았다. 집의 불은 켜져 있었으며 사람의 기척은 없었다.<br />
평소와 별반 다른 것은 일견 없어보인다.<br />
단지 평소와 다른 대단한 위화감이 느껴졌다.<br />
직감적으로 집에서 무슨 변화가 일어난 것이 분명함을 깨달았지만, 순간 감각이 마비되어 이 위화감이 정체를 느끼는데 상당한 시간이 필요했다.<br />
일단 무엇이 이상한가 곰곰히 생각해보았다.<br />
겉 보기로는 전혀 이상한 곳이 없었다. 있다고 친다면…… 냄새다.<br />
<br />
어디서 많이 맡아봤던 냄새. 금속 같은 비릿한 냄새가 집 안을 가득 채우고 있다.<br />
기억을 더듬어 보자. 이 냄새는 과연 무엇인가? <br />
나는 이 냄새를 어디서 맡아봤는가?<br />
나는 어째서 이 냄새를 알고 있는가? <br />
기억 속에서 끄집어낸 가장 가까운 냄새는<br />
한 번 저항하는 채무자에게 코를 얻어맞아서 코피가 터졌을 때, 코 안이 피로 가득 찬 상태로 숨을 들이마셨을 때, 그 냄새다.<br />
그래 맞다. 이건 피 냄새다. <br />
<br />
그런데 어째서 집에서 피냄새가 난단 말인가? 그것도 이토록 진하게?<br />
난 조심스럽게 거실 쪽으로 향했다. 그리고 소스라치게 놀랐다.<br />
거실 쪽에 뭔가가 쓰러져 있었다.<br />
그 뭔가의 밑에는 끈적한 액체가 잔뜩 흘러내려 있었고 액체는 거실 바닥을 뒤덮고 있었다.<br />
<br />
거실 불을 키고 봤을 땐 더욱 놀랄 수 밖에 없었다.<br />
아침에 나갈 때 차려입은 옷을 그대로 입은 아버지가 거실 바닥에 쓰러져서 피를 흘리고 있었다.<br />
<br />
가슴이 마구 뛰고 피가 머리로 솟으며, 눈 앞이 흐려졌다.<br />
숨이 가슴까지 차오르고 위장이 요동쳐 가만히 있음에도 온 몸이 격한 운동을 하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든다.<br />
 지금 내 앞에 있는 광경은 대체 뭐지? 이게 어떻게 된 일인가? 이게 과연 현실인가?<br />
<br />
나는 놀라 당황하면서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아버지를 강제로 일으켜 보았지만 <br />
아버지의 얼굴엔 핏기가 없었고 숨도 쉬지 않았다. 아버지는 이미 숨을 거두었다.<br />
아버지의 목에는 칼로 베인 듯한 상처가 있었고, 다리와 배에서도 피가 흘러나오고 있었다.<br />
<br />
대체 이게 무슨 일인가. 아버지가 이렇게 처참하게 죽어 있다니.<br />
아버지의 시신을 바라보며, 나는 망연자실할 수 밖에 없었다.<br />
아버지는 누군가에게 살해당했다. 대체 누가? 왜? 이토록 잔인하게 아버지를 죽였단 말인가.<br />
<br />
아버지가 내 일을 그만두게 하겠다고 이리저리 돌아다니면서 사람들을 자극했기 때문일까?<br />
설마 내가 삼식이에게 맘대로 처리하라는 둥 그런 말을 해서 삼식이 놈이 저지른 것일까? <br />
아니 그럴 리가 없다. 삼식이는 그럴 배짱이 있는 놈도 아니다.<br />
하지만 설마, 정말로 내가 그런 식으로 말하고 다녀서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이 아닐까?<br />
아니야. 아니야. 그럴 리가 없어.<br />
<br />
별 생각이 다 들어서 머리가 너무나 혼란스러웠다.<br />
<br />
일단 다른 것부터 빨리 경찰부터 불러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전화기로 다가가 경찰서에 전화를 걸었다.<br />
<br />
경찰에게 신고를 하고. 난 벽에 기대고 한 숨을 내쉬며 담배를 꺼내 빼물었다.<br />
아버지 앞에서 할 일은 아니지만 솔직히, 정말 맨정신으론 버틸 수가 없었다. <br />
그렇게 담배를 빨며 생각했다. <br />
<br />
'이렇게 될 줄 알았으면 그 날 그렇게 차갑게 대하는게 아니었는데……'<br />
<br />
뒤늦게야 자신의 불효를 깨달으며 담배 연기를 내뱉었다.<br />
			 ]]> 
		</description>
		<category>소설-역까지 5분 거리</category>

		<comments>http://gomdol1012.egloos.com/4587555#comments</comments>
		<pubDate>Wed, 18 Nov 2009 18:24:00 GMT</pubDate>
		<dc:creator>빌트군</dc:creator>
	</item>
	<item>
		<title><![CDATA[ [소설] 역까지 5분 거리 - 9화 (찬우편) ]]> </title>
		<link>http://gomdol1012.egloos.com/4586648</link>
		<guid>http://gomdol1012.egloos.com/4586648</guid>
		<description>
			<![CDATA[ 
  <div style="text-align:center"><img class="image_mid" border="0" onmouseover="this.style.cursor='pointer'" alt="" src="http://pds15.egloos.com/pds/200911/18/10/b0051210_4b02d01c0c277.jpg" width="478" height="182" onclick="Control.Modal.openDialog(this, event, 'http://pds15.egloos.com/pds/200911/18/10/b0051210_4b02d01c0c277.jpg');" /></div><strong>※이 작품은 픽션입니다. 등장인물 및 단체명은 실제와 아무런 관계가 없습니다.<br />
※이 소설은 제 개인 창작물입니다. 다른 곳으로 전문, 혹은 일부를 퍼가는 것을 절대 금합니다. 링크는 괜찮습니다.<br />
※다른 독자 분들을 위해 덧글에 전개를 예측하거나 앞 전개를 스포일러 하시는 행위는 자제해주시기 바랍니다.</strong><br /><br />뭐랄까 충격이 커서 제정신이 아니다. <br />
집 안에는 온통 옥산나가 갓 지어낸 밥냄새가 돌지만 전혀 식욕이 나지 않는다.<br />
이상형의 그녀가 완전히 떠나버렸다. 이젠 틀렸다. 이 오해는 풀 방도가 없다.<br />
그렇게 나는 계속해서 체념했다.<br />
<br />
옥산나도 표정으로 미루어 기분이 그렇게 썩 좋은 건 아닌 듯하다.<br />
옥산나는 이미 눈치로 내가 그녀에게 진심으로 작업을 걸려고 했다는 걸 눈치채고 있는 듯 보였다.<br />
아마 아까 부른 것도 일부러 판을 망치기 위해 부른 것이리라.<br />
<br />
"얼른 밥 먹어. 식어."<br />
"됐어."<br />
<br />
왠지 정말 진심으로 그녀를 놓친 게 아까워서 눈에 눈물이 감돈다. <br />
까딱하면 폼 안나게 주르륵 흘러내릴 판이다.<br />
<br />
"화 났어?"<br />
"그래, 화 났다. 너 아무리 그래도 그건 너무한 거 아냐?"<br />
"뭐가? 밥 먹으라고 한 거 가지고."<br />
"하필 그때 말할 게 뭐야."<br />
<br />
옥산나는 깊은 한 숨을 내쉬더니 날이 선 톤으로 쏘아 붙였다.<br />
<br />
"보는 건 괜찮다고 했지만, 바람 피우라곤 안 했잖아."<br />
"바람? 무슨 바람? 애초에 네가 내 애인이냐? 그건 옛날 얘기야."<br />
<br />
옥산나에게 상처가 될 말이란 건 알고 있지만, <br />
분노가 너무 심해서 말이 마구 튀어나온다.<br />
옥산나도 내 기세에 조금 움찔했다.<br />
<br />
"옛날이라니 무슨 소리야?"<br />
"멋대로 사라졌잖아. 연락도 없이."<br />
"그거야 일 때문에 그랬지."<br />
"대체 그 일이 뭔데? 뭐 때문에 일 년도 넘게 연락이 없는데?"<br />
"그러니까 그건 밝힐 수가 없댔잖아."<br />
<br />
그녀는 그렇게 말하고 내 눈을 피하며 말을 흐렸다.<br />
여기까지 와서도 밝히지 않는 걸 보면 어지간히 작정한 듯 하다.<br />
<br />
"뭐 됐어. 넌 예전부터 그랬으니까. 내가 참아야지. 후우."<br />
"……"<br />
<br />
나는 밥이고 옥산나고 뭐고 귀찮아져서 그냥 내 방으로 들어가버리고 문을 닫아버렸다.<br />
물론 앞 집을 훔쳐보기 위함이 아니고, 단지 쉬고 싶어서였다.<br />
<br />
그런데 방에 들어오니 뭔가 위화감이 느껴진다.<br />
대충 돌아보니 방 책상 위에 괴이한 물체가 놓여 있었다.<br />
뭐랄까 라디오 같이 생긴 물체에 거대한 안테나가 하나,<br />
주파수를 표시하는 각종 계기판이 우수수 달려있었다.<br />
기계를 아는 사람으로서 보기에, 이것은 분명 전문가용 장비다.<br />
그런 영문도 모를 물건이 왜 내 방에…….<br />
생각해보니 이런 짓을 할 사람은 외에 없다.<br />
<br />
"야, 옥산나."<br />
"왜?"<br />
<br />
옥산나가 아까 무슨 일이라도 있었냐는 듯 밝은 표정으로 거실에서 내 방 쪽으로 사뿐사뿐 달려왔다.<br />
태도가 이렇게 바뀌다니 뭔가 좀 이상하다. 이로 미루어 이 기계는 아무래도 옥산나의 장난인 것 같다.<br />
<br />
"이거 뭐야? 네가 갖다 놨지 이거?"<br />
"아 그거? 선물."<br />
"선물? 뭐 하는 물건인데?"<br />
"'폭스 헌팅'……이라는 거 알아?"<br />
<br />
폭스 헌팅? 여우 사냥? 뭐야 그게.<br />
<br />
"폭스 헌팅이 뭔데?"<br />
"일종의 게임이야. 라디오 주파수나, 휴대폰 주파수  같은 각종 전파를 잡아내서 즐기는 게임.<br />
그리고 그건 폭스 헌팅용 전문 장비. 돌려말하면 게임기."<br />
"뭐? 그거 도청이잖아?!"<br />
<br />
참으로 기겁할 노릇이다. 그런 위험한 기계를 왜 하필 나한테 선물해?<br />
<br />
"응. 그렇지만 이거 매니아 층에선 나름 인기있는 놀이야."<br />
"그런 걸 왜 내 방에 선물이랍시고 갖다놨어?"<br />
"……찬우는 기계랑 훔쳐보는 걸 좋아하니까, 아마 이것도 재밌어하지 않을까 하고……."<br />
<br />
그러면서 옥산나는 배시시 웃었다.<br />
돌아버리겠다. 얘 지금 날 놀리는 건가? 떠보는 건가?<br />
옥산나의 의도를 전혀 알 수 없다. <br />
그전에 얘는 나에 대해서 완전히 오해하고 있다.<br />
아니예요! 전 그런 사람이 아니라고요.<br />
<br />
"그전에 이딴 전문 장비를 어디서 구했어? 너 집에서 놀고 있던 거 아니었어? 언제 나가서 구해왔어?"<br />
"후후. 비밀~."<br />
<br />
야이씨. 이제와서 또 비밀이라니. 너 대체 뭐하는 여자냐. <br />
어디서 이런 수상한 기계 뭉치를 들고 와가지곤 시치미야.<br />
<br />
"한 번 해봐. 재밌어. 찬우는 기계 만질 줄 아니까 금방 익숙해질 거야."<br />
"야 너 지금 사람을 뭘로 보고……."<br />
"부담갖지 말고 해보라니까. 자."<br />
"어……어이 이봐. 뭘 멋대로 만지는 거야."<br />
<br />
옥산나는 내가 어이없어 하는 틈을 노려 기계의 다이얼을 살짝 돌려서 전원을 켰다.<br />
기계에서는 라디오에서 지직거리는 것 같은 소리가 흘러 나왔다.<br />
하지만 잘 들어보니 잡음 뒤에 흐릿하게나마 여러가지 사람 말 소리 같은 게 흘러나온다.<br />
누군가가 전화 통화를 하는 소리인 듯하다. <br />
이미 전파를 어느 정도 캐치한 듯 하다. <br />
그런데 그건 그렇고 기계의 음량이 상당히 크다는 것이 예상 외였다.<br />
<br />
"으윽. 이거 음량 조절 안 되는 거야? 동네방네 소문 다 나겠잖아."<br />
"미안. 구형이라 안 돼."<br />
"에이, 어쩔 수 없군."<br />
<br />
이런 소리가 남의 귀에 들어가면 골치아파지므로, 난 일단 창문을 닫았다.<br />
방 전체가 기계의 소리로 가득차서 바깥의 소리는 전혀 들리지 않게 되었다.<br />
<br />
"그나저나 시작부터 도청이라니, 별 일이네."<br />
"무슨 소리야?"<br />
"원래, 좀 어려우니까 게임이 되는 거거든. 실은 전파 하나를 잡아내서 완전히 수신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야."<br />
"그러니까, 원래 잘 안 잡히는 걸 잡아야 게임이 성립되는 건데 지금은 한 방에 잡혀버려서 이상하단 건가."<br />
"응."<br />
"우연히 그런거 아냐?"<br />
"확률은 엄청 낮어."<br />
<br />
옥산나는 마치 자신도 해봤다는 듯, 자세한 해설을 늘어놓았다. <br />
뭐야? 너 왜 이렇게 이 분야에 박식한 거야?<br />
왠지 이 여자가 점점 더 두려워진다. <br />
이 여자의 정체와 목적은 대체 무엇인가. 과연 지구인은 맞는 것인가……?<br />
<br />
"그럼 다시 한 번 해보지."<br />
<br />
나는 다이얼을 돌렸다. 소리는 또 흘러나왔다. 이번엔 다른 소리다.<br />
<br />
"와아 찬우는 천재인가 봐. 한 방에 또 성공했어."<br />
"아냐 아냐. 나 이거 진짜 처음 만져보는데……."<br />
<br />
다이얼을 또 돌리자 다른 소리가 들린다. 몇 번을 해봤지만 마찬가지였다. 전파는 별 어려움 없이 연속으로 캐치됐다.<br />
<br />
"뭐야 이거. 아무렇게나 주파수를 고쳐도 도청이 되잖아? 이거 원래 이런거야?"<br />
"이상하다. 이건 진짜 원시적인 장비인데. 이렇게 전파가 잘 잡힐 리가 없어……."<br />
"이 정도로 잘 되는 건 무리란 말이지? 단언 가능해?"<br />
"응."<br />
"그런가. 그럼 왜 이러지……? 이거 좀 이상한데."<br />
"뭐가 이상한데?"<br />
"아니 가만있어 봐."<br />
<br />
이 기게에 대해 한 번 정리해보자. 일단 전파가 이상하게 자주 잡힌다.<br />
거기다가 들려오는 소리의 내용이 모두 수상하다. <br />
이건 아무리 생각해도 라디오 전파 같은게 아니다. <br />
전화 통화는 물론이고, 일반 가정집의 대화 같은 소리 같은 것도 통채로 흘러나오고 있었다…….<br />
그것도 돌릴 때마다 다른 내용…….<br />
나는 좀 더 주파수를 여러 번 돌려본 끝에 하나의 결론에 도달할 수 있었다. <br />
하지만……아냐. 이건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하잖아?!<br />
이것이 실제로 일어나고 있다고? 말이 되냐?!<br />
<br />
"저기 찬우, 왜 말이 없어?"<br />
"아, 잠깐 생각 좀 하느라고. 이게 왜 이럴까 싶어서."<br />
"왜 그러는지 떠올랐어?"<br />
"응. 더 알아봐야겠지만, 현재로선 한 가지 마음에 걸리는 게 있는데……. 이게 좀…… 말도 안 되는 거라."<br />
"뭔데?"<br />
"……이 동네에 도청기가 잔뜩 깔려 있다고 가정한다면 설명이 가능하긴 한데……."<br />
<br />
<br />
			 ]]> 
		</description>
		<category>소설-역까지 5분 거리</category>

		<comments>http://gomdol1012.egloos.com/4586648#comments</comments>
		<pubDate>Tue, 17 Nov 2009 16:43:00 GMT</pubDate>
		<dc:creator>빌트군</dc:creator>
	</item>
	<item>
		<title><![CDATA[ [소설] 역까지 5분 거리 - 8화 (찬우편) ]]> </title>
		<link>http://gomdol1012.egloos.com/4585753</link>
		<guid>http://gomdol1012.egloos.com/4585753</guid>
		<description>
			<![CDATA[ 
  <div style="text-align:center"><img class="image_mid" border="0" onmouseover="this.style.cursor='pointer'" alt="" src="http://pds16.egloos.com/pds/200911/17/10/b0051210_4b017b2287cad.jpg" width="478" height="182" onclick="Control.Modal.openDialog(this, event, 'http://pds16.egloos.com/pds/200911/17/10/b0051210_4b017b2287cad.jpg');" /></div><strong>※이 작품은 픽션입니다. 등장인물 및 단체명은 실제와 아무런 관계가 없습니다.<br />
※이 소설은 제 개인 창작물입니다. 다른 곳으로 전문, 혹은 일부를 퍼가는 것을 절대 금합니다. 링크는 괜찮습니다.<br />
※다른 독자 분들을 위해 덧글에 전개를 예측하거나 앞 전개를 스포일러 하시는 행위는 자제해주시기 바랍니다.</strong><br /><br />나는 마땅히 갈 곳이 없어 강호 형네 가게에 기어 들어가서 밥을 얻어먹었다.<br />
어차피 달리 놀러갈 곳도 없었다. 돈도 얼마 안 들고 나왔고.<br />
염치 없지만 이것이 나에게 있어 최선의 선택이었다.<br />
<br />
그나저나 내가 저녁까지 앉아있는 데도 손님은 한 명도 오지 않았다. <br />
이러다 형은 파산하는 게 아닐까. 내가 이런 사람에게 빈대 붙어서 밥을 얻어 먹어도 되는 걸까?<br />
그렇게 생각하니 입장이 대단히 민망해졌다.<br />
너무나 민망한 나머지 나는 강호 형과 무슨 대화를 나눴는지 조차 기억에 남지 않을 정도의 상태가 되어버렸다.<br />
어렴풋이 기억 나는건 TV에서 여자 아이돌 그룹을 보면서 쟤가 요즘 이쁘네 얘가 귀엽네 하는 대화를 했다는 것 정도.<br />
……왜 하필 이것만 기억에 남아있는 거냐. 나도 참.<br />
<br />
그때 강호 형이 이발소 거울 위쪽에 붙어있는 시계 쪽을 보더니 말을 걸었다.<br />
<br />
"찬우 너 어제 7시 쯤이면 뭐 일 있다고 하지 않았냐?"<br />
"아……아 그랬지."<br />
<br />
시계를 보니 시간은 6시 30분을 조금 넘긴 즈음.<br />
어차피 옥산나 때문에 보지도 못할 테지만, <br />
형의 성격을 생각하면 그럴 리는 없겠지만 왠지 '이제 슬슬 집에 가라'라고 등떠미는 듯한 느낌이 들어서 '오늘은 괜찮다'는 말을 할 수 없었다.<br />
<br />
"그럼 이만 가볼게."<br />
"잘 가."<br />
<br />
그렇게 난 집으로 향했다. 집에 들어갔다가 옥산나와 밤에 무슨 일이 생길지가 두렵지만, 딱히 갈 곳도 없다.<br />
옥산나 때문에 하루 아침에 노숙자가 될 수도 없는 노릇 아닌가.<br />
내 돈 주고 산 전셋집 옥산나에게 통채로 줘버릴 수는 없지 않은가.<br />
집에가서 당장 자빠져서 자버리면 아무 일 없을 것이다.<br />
삼신할멈은 문 앞에서 돌아갈 것이다. ……아마도.<br />
<br />
하필 오늘의 집으로 가는 길은 계절에 맞지 않게 서늘했다. 기분이 비참해진다.<br />
어제는 그렇게나 즐거웠던 귀가길이 하루 아침에 이렇게 될 줄이야…….<br />
아아 이렇게 내가 집으로 돌아가도 어제처럼 그녀를 볼 수는 없겠지. <br />
그렇게 집 앞에 다 도착했을 때였다.<br />
<br />
'또각또각'<br />
<br />
그러나 내 뒤에서 들리는 하이힐 소리에 뒤를 돌아본 순간, 놀라운 광경이 펼쳐졌다.<br />
그녀다. 앞집 그녀인 것이다. <strike>이틀 동안 훔쳐보고 있던</strike><br />
무표정하게 굳은 얼굴에 짙은 화장에, 여성 정장을 입고 허리를 쫙 펴고 도도하게 걸어가는 모습.<br />
하지만 거기서 느껴지는 우아한 기품.<br />
놀랍게도 그녀는 내가 망상으로 어렴풋이 재구성한 모습과 똑 닮아 있었다.<br />
즉, 돌려말하면 내 완벽한 이상형인 것이다. 바라보기만 해도, 가슴이 사정없이 두근댄다.<br />
아아 이런 사람이 세상에 존재하고 있었을 줄이야.<br />
<br />
뒤늦게 떠올랐다. 내가 저녁 시간대에 맞춰서 귀가하면 그녀와 귀가 시간대가 겹쳐버리니 같은 길에서 만나게 되는 것이다.<br />
지금까진 그녀가 좀 늦게 돌아와서 그녀를 만나지 못했던 것일뿐. 이런, 왜 이 생각을 진작에 못했을까.<br />
<br />
그녀가 아직 날 눈치채지 못한 듯 하기에 나는 그녀의 모습을 잠시 살펴보았다.<br />
정교하고 섬세하게 그려져 매력을 더하는 눈화장. 코 위에 살짝 걸친 귀여운 안경.<br />
쇄골에 차분하게 앉아있는 금 목걸이. 연분홍 빛으로 덧칠한 립스틱. <br />
허리를 잘록하게 감싼 칠흑빛 여성 정장. 우아한 곡선의 스커트까지.<br />
내가 창문 너머로 보고 있던 평소 모습과 달리 지금은 화장을 하고 한껏 차려입었으니 당연한 것이겠지만, <br />
지금의 그녀의 모습은 내 상상보다 훨씬 아름답다.<br />
<br />
다만 조금 신경 쓰이는 것은……. 팔찌였다. 노란색 고무밴드 같은 팔찌.<br />
아무리 봐도 저건 약국에서 파는 무슨 자력이니 원적외선이 나온다는 그런 류의 건강 팔찌다.<br />
그녀의 패션과도 전혀 안 어울리는 코디라 좀 깬다.<br />
거기다 저거 팔다리 저리고 혈액 순환 안 되는 아줌마들이나 주로 차는 거 아냐?<br />
요즘 젊은 여자들이 저런 팔찌를 차던가? <br />
성숙한 이미지에, 화장도 왠지 짙고 패션 센스도 대학교 다니는 애들보단 직업 여성 같은 걸 보면, <br />
확답은 못하겠지만 이 여자 의외로 나이가 꽤 많을지도…….<br />
에에이 나이 따위 무슨 소용이냐. 그런 거 숫자에 불과해. 이 기회는 놓칠 수 없다.<br />
<br />
어쩌지? 하고 머리 속에 수많은 생각이 교차한다. 관자놀이가 두근댈 정도로 생각이 사방을 튀어다닌다.<br />
어서 생각해내야 한다. 어서 어떻게 해야할지 끄집어 내야한다. <br />
에잇. 평소대로 해보자. 지금을 작업의 기회로 삼자. 내 평소 노하우를 살리는 거다.<br />
사실 여자의 호감을 끄는데 있어선 적당한 매너와 외모도 중요하지만 제일 중요한 건 기회의 수다.<br />
가만히 있어선 아무 것도 일어나지 않는다. 하지만 말을 걸면 그 순간 변수가 발생한다.<br />
그것은 대개 잘 안 되지만, 의외로 잘 풀려가는 수가 있다. <br />
성공 확률은 0% 보다 1%가 낫다는 것은 누구나 알 수 있는 계산이다.<br />
그러니까 그냥 있느냐, 결과야 어떻게 되든 일단 말을 걸어보느냐, 그 차이가 보통 남자와 바람둥이의 결정적 차이다.<br />
난 어느 쪽이냐고 하면 후자에 속한다.<br />
<br />
"저기요."<br />
"네?"<br />
<br />
그녀는 예기치 못한 나의 청에 다소 당황한 듯한 기색이었다.<br />
<br />
"이 동네 사시나 봐요."<br />
"네. 그런데요."<br />
<br />
그녀의 목소리는 내가 상상했던 대로 부드러웠다.<br />
과장 좀 보태면 성우 저리가라다.<br />
<br />
"아 얼마 전에 이 동네에 이사왔거든요. 여기 XX호에 삽니다."<br />
"그러신가요?"<br />
"막 이사와서 적응하느라 애 먹고 있습니다."<br />
"……."<br />
<br />
그녀는 멈춰서서 '이놈 뭐야?' 하는 표정으로 내 말을 계속 듣고 있었다. <br />
난 굴하지 않고 뻔뻔하게 계속 밀어붙였다.<br />
<br />
"위험한 동네라는 소문이 있어서 걱정되지 뭡니까. 남자인데도 말이죠. 괜찮나요 여기?"<br />
"뭐 그럭저럭 살기 괜찮아요. 너무 안 무서워하셔도 돼요."<br />
"그런가요. 그 말을 들으니 좀 안심이 되네요. 감사합니다."<br />
"뭘요."<br />
<br />
그녀의 목소리는 부드러웠지만 살가운 기색은 없었고, 표정은 여전히 차가웠다.<br />
거기다가 정상적인 대화의 소재는 바닥을 드러내고 말았다.<br />
어떻게든 화제를 돌려야 했다.<br />
<br />
"그나저나 참 예쁘시네요. 이런 분이 이웃사촌이면 소원이 없겠는데 하하……."<br />
<br />
다소 황당할 정도로 화제가 비약된 것 같지만, 이 부분 또한 내 경험의 산물 중 하나다.<br />
여성들은 처음 보는 남자에게 예쁘다는 말을 들으면 두려움을 가지는 것이 보통이지만,<br />
낯선 남자에게 가볍게나마 예쁘다는 소리를 듣는다는 경험 자체는 의외로 겪어 본 적이 별로 없어서, <br />
그 상황 자체에 두근거림을 느끼는 경우도 있다. 그리고 순간의 호감으로 발전하는 경우가 있다.<br />
그 경우를 노려 대화의 화제를 이어나가는 수법이다.<br />
확률은 반반도 안되지만 위에서 말했듯 0%보다는 1%가 낫다.<br />
<br />
"여기 살아요. 마침 이웃이네요."<br />
<br />
그녀는 내가 어제까지 훔쳐보고 있던 그 빌라를 가리키며 말했다.<br />
경계가 어느 정도 풀렸는지 표정도 살짝 부드러워져 있었다.<br />
<br />
"에엑? 그래요?"<br />
이미 알고있는 사실이지만 지금 처음 안 것처럼 과장해서 대답했다.<br />
우리가 이웃이라는 점을 대화의 고리로 삼아야 한다.<br />
<br />
"우연치곤 굉장하네요."<br />
"그러게요."<br />
<br />
그녀의 표정은 여전히 변화가 없었다. 하지만 이웃이란 공통점을 찾아냈으니 이후 그녀와의 관계를 트는데는 큰 진전이 있다.<br />
나는 곧 다음 단계로 나아들기 위해 평소의 작업 멘트를 꺼내들었다.<br />
<br />
"이렇게 된 것도 인연인데 시간나면 저랑 식사라도 하시……"<br />
"아 저깄네. 찬우!"<br />
<br />
작업에 집중하고 있는 그 순간 어디선가 매우 능숙하지만 동시에 어딘가 미묘하게 억양에 엉성함이 느껴지는 한국어가 들려온다.<br />
"밥 해놓고 기다리고 있었어. 빨리 와서 먹어."<br />
<br />
옥산나가 손을 흔들며 큰 소리로 날 부르고 있었다.<br />
옥산나가 내 방 창문 쪽을 내다보며 날 기다리다가 <br />
마침 현관 앞에서 그녀와 대화를 나누고 있는 날 발견한 모양이다. 망했다.<br />
<br />
"……국제결혼하셨나 봐요.?<br />
"에에……. 예?!"<br />
"행복해 보이시네요."<br />
<br />
그녀는 듣기만 해도 무서운 소리를 하면서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귀엽게 웃었다.<br />
아 안 돼. 결혼이라니!! 이봐요. 아니예요! 우리는 그런 관계가 아니란 말입니다!<br />
아 망했어요. 이렇게 생각해버리면 더 이상 수습할 수가 없다. 망했어요.<br />
우리 집에 동거인이 있는 걸 보이고 말았는데, 더 이상 뭘 어떻게 해명하란 말이더냐.<br />
내 1%는 옥사나의 피니쉬 블로 한 방에 0%가 되어버렸다.<br />
어이가 없어서 헛 웃음 밖에 나오질 않는다.<br />
<br />
"아……아니 그게 아니라 어허 어허허허허"<br />
"그럼 어서 들어가셔서 드세요. 부인되시는 분 서운하지 않게."<br />
"아니, 정말 그게 아닌데 허허허허허"<br />
"그럼 전 들어가볼게요."<br />
<br />
그렇게 그녀는 이 황당한 상황이 재밌다는 듯 살짝 미소짓고 곁눈질하며 자기 집으로 들어가버렸다.<br />
끝났다. 안 돼……!<br />
나는 하늘이 무너지는 기분이란 이런 것이구나 라는 걸 오늘 비로소 실감했다.<br />
			 ]]> 
		</description>
		<category>소설-역까지 5분 거리</category>

		<comments>http://gomdol1012.egloos.com/4585753#comments</comments>
		<pubDate>Mon, 16 Nov 2009 16:21:00 GMT</pubDate>
		<dc:creator>빌트군</dc:creator>
	</item>
	<item>
		<title><![CDATA[ [소설] 역까지 5분 거리 - 7화 (마포편) ]]> </title>
		<link>http://gomdol1012.egloos.com/4584948</link>
		<guid>http://gomdol1012.egloos.com/4584948</guid>
		<description>
			<![CDATA[ 
  <div style="text-align:center"><img class="image_mid" border="0" onmouseover="this.style.cursor='pointer'" alt="" src="http://pds15.egloos.com/pds/200911/16/10/b0051210_4b00340570f7e.jpg" width="478" height="182" onclick="Control.Modal.openDialog(this, event, 'http://pds15.egloos.com/pds/200911/16/10/b0051210_4b00340570f7e.jpg');" /></div><strong><br />
※이 작품은 픽션입니다. 등장인물 및 단체명은 실제와 아무런 관계가 없습니다.<br />
※이 소설은 제 개인 창작물입니다. 다른 곳으로 전문, 혹은 일부를 퍼가는 것을 절대 금합니다. 링크는 괜찮습니다.<br />
※다른 독자 분들을 위해 덧글에 전개를 예측하거나 앞 전개를 스포일러 하시는 행위는 자제해주시기 바랍니다.</strong><br /><br />맞은 곳이 쑤셔서 집에 가는 길이 고되다.<br />
너무 아파서 제대로된 처치를 해줬으면 싶기도 하지만 이 동네 최고의 명의가 괜찮다고 했으니 어쩔 수 없는 노릇이다.<br />
병원에서 시간이 너무 지체된 탓에 해는 이미 뉘역뉘역 지고 있었다.<br />
인도변 쪽에는 여전히 노을 빛이 드리워 있었지만, 골목길 쪽은 어둠에 묻혀 칙칙했다.<br />
<br />
골목길을 좀 더 들어가 도착하면 나오는 허름한 곳이 나의 집이다. <br />
들어가서 곧장 허물을 벗듯이 양말과 옷을 벗은 뒤 대충 씻고 바로 침대 위로 자빠졌다. <br />
천장에서 동태 눈깔같이 탁한 아이보리색 형광등 조명이 쏟아져 내려와 눈이 부시다.<br />
<br />
이런 생활을 한 지도 상당한 세월이 지났다. 후회될 때도 있었다.<br />
너무 위험한 일이다. 오늘 같은 일도 종종 일어나는데다 언제든 법에 걸려 잡혀갈 수 있는 일이다.<br />
가택 침입, 협박, 불법 추심 걸려들어갈 곳이 한 두 곳이 아니다.<br />
단지 돈을 빌리는 사람들이 배운게 없어서, 세상에 익숙치 않기 때문에 신고를 안 하니까 이렇게 일하고 돌아다니는 것이지<br />
그들이 바른 법의 잣대를 들이민다면 나는 순식간에 쇠고랑을 차게 될 것이다.<br />
하지만 그만두기엔 너무 발을 깊이 들이댔단 생각을 지울 수 없다. <br />
이제 이 바닥에서 나름대로 자리를 잡아서 알아서 나를 찾아오는 사람도 있고, 돈도 그럭저럭 된다.<br />
위험하지만 그만큼의 메리트도 생겨버린 것이다. <br />
이제는 그만둘래야 그만두기 힘든 상황이 되어버렸다.<br />
<br />
이런 나의 마음을 흔들리게 하는 것이 바로 아버지다.<br />
아버지는 젊었을 때부터 이 바닥에서 주먹 꽤나 썼다는 사람이다.<br />
전과도 있는 사람이다.<br />
아버지는 우리 집에 관심이라곤 전혀 두지 않았다.<br />
나는 어릴 때 아버지 얼굴을 본 게 손에 꼽을 정도이다.<br />
아버지는 집에 돈 한 푼 보내주지 않아 어머니가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온갖 고생을 다해야만 했다.<br />
<br />
어머니는 아름다운 분이었다. 너무나 아름다워서 자식인 나도 반할 것 같은 분이었다.<br />
어머니는 젊어서 술집에서 일했다고 한다. 그곳에서 아버지를 만나 한 눈에 반해 나를 낳았다고 한다.<br />
하지만 아버지가 저런 사람이었기 때문에 어머니는 대단히 고생해야 했다.<br />
이후로도 계속 술집을 전전하다가, 나이가 들어선 그것도 안 되어서 식당을 전전하며 나를 키웠다.<br />
물론 그 벌이가 적어 나에게 과자 하나 배불리 사먹을 돈 한 푼 떨어지지 않은 것은 말할 것도 없다.<br />
그렇게 어머니는 고생만 하다가 돌아가셨다.<br />
그 시절의 아픔이 지금도 몸에 남아서, 돈이 고파서, 나는 이렇게 돈을 긁어모으는 일을 직업으로 삼게 된 걸지도 모른다.<br />
<br />
<br />
그러던 아버지는 내가 이런 길로 들어섰다는 소리를 어디서 들었는지 어느날 갑자기 내 앞에 나타났다.<br />
그러더니 대뜸 나보고 이런 일을 그만두라고 하는 것이었다. <br />
다른 직업을 구하도록 도와주겠으며, 정이 일하기 뭐하면 자신이 돈을 벌어주겠다는 말도 했다.<br />
하지만 학력도 뭣도 없고 천성이 공격적이라 남과 얽히질 못하는 내가 제대로된 직업을 구해서 정착하는 것 자체는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br />
거기다 아버지의 직업은 이 동네 옆에 있는 아파트 단지의 경비로, 당연히 나보다 수입은 택도 없이 모자라다.<br />
그 돈으로 우리 둘이 생활할 수도 없을 뿐더러, 애초에 그런 돈을 내가 받아서 쓴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된다. <br />
아버지가 고생해서 번 돈을 받아서 맘편히 집에 누워있을 정도로 내 배짱은 크지 않다.<br />
<br />
그래서 난 아버지의 요구를 거절하고 일을 강행하고 다녔다. <br />
하지만 아버지는 포기하지 않았다.<br />
일을 땡땡이 치는 한이 있어도 내가 가는 곳마다 따라다니며, 나에게 일을 주는 놈들을 찾아가 더이상 내게 일을 주지 말라고 부탁하고 다녔다.<br />
지금은 단순한 경비 아저씨 일을 하고 있을 뿐이지만 그래도 아버지는 아직 이 바닥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지닌 인물이었기 때문에,<br />
대다수의 놈들은 나에게 일을 주지 않게 되었다. 현재 내게 일을 의뢰하는 건 기껏해야 삼식이 정도 밖에 없다.<br />
그리고 이제 그 삼식이 마저도 곤란함을 표하게 되었다. 아버지 때문에 내 밥줄은 순식간에 완전히 끊겨버릴 위기에 몰린 것이다.<br />
<br />
이해할 수가 없다. 과거에 나에게 정 하나 안 주던 아버지가 갑자기 나타나서 내 생업을 가로막고 있다.<br />
나도 어떻게든 내 집이라도 마련해서, 결혼해서, 가정 꾸리고 싶은 마음이 있다. <br />
하지만 지금 이대로의 상태가 지속된다면 내 꿈은 산산히 박살난다.<br />
먹고 살 방안도 마련해놓지 않고 밥줄부터 끊어버리는 아버지가 왠지 원망스럽다.<br />
<br />
일단 이런 생각만 계속해봐야 기분만 우울해지는 것 같아서 일어나서 집 청소라도 시작했다.<br />
<br />
'덜컥'<br />
<br />
그때 아버지가 집에 들어왔다.<br />
아버지의 얼굴엔 세월의 흐름이 배겨있지만, 과거에 주먹 좀 썼다는 사람답게 체격은 건장하다.<br />
그리고 오늘은 어디서 한 잔이라도 한 듯 평소보다 얼굴이 살짝 붉었다.<br />
<br />
"뭐야."<br />
"밥 사왔다. 어서 먹어라."<br />
<br />
아버지의 손에 비닐 봉투에 포장된 음식이 들려있었다.<br />
<br />
"됐어. 안 내켜."<br />
"식는다. 먹어라."<br />
<br />
아버지가 거실의 식탁 위에 막무가내로 식당에서 포장해 온 음식을 늘어놓기 시작했다.<br />
마치 내 대답은 듣지도 않고 밥을 먹는 걸 기정사실화한 것 처럼.<br />
<br />
"됐다니까! 아 참, 오늘 또 내 일 방해하고 다녔지?"<br />
"……"<br />
<br />
아버지는 대답이 없었다.<br />
<br />
"이젠 그만 좀 하는 게 어때? 엉? 자식 인생을 망칠 셈이야?"<br />
"이런 일 하다가 오히려 인생 망친다. 아버지도 그랬다."<br />
"됐어. 내 인생에 뭔 참견이야?"<br />
"내가 걸었던 길이라 뼈저리게 안다. 적어도 너한테는 똑같은 길 걷게하고 싶지 않다. 다른 직업으로 바꿔 봐."<br />
<br />
아버지의 고집은 여전했다. 내 말은 전혀 듣지 않는 듯 보인다.<br />
아무래도 내가 정신차릴 때까지 계속 방해하고 다니려고 작정한 듯 보인다.<br />
<br />
"몇 번을 말 해야 알아들어? 내 천성이 이래서 대안이 없다니까?"<br />
"네가 하는 일 때문에 상처 받는 사람들의 입장은 한 번이라도 생각해 봤냐?"<br />
"그런 거 생각하면 이런 일 계속 못하지."<br />
"……다쳤구나."<br />
<br />
아버지는 씁쓸한 눈으로 내 쪽을 바라보았다. <br />
아까 집에 들어와 셔츠로 옷을 갈아입어서 팔과 가슴 쪽에 든 멍 자국이 그대로 노출되어 있었다.<br />
아차. 숨기는 걸 깜빡했다.<br />
<br />
"……네가 하고있는 건 남들에게도 상처입히고, 자신도 상처입히는 일이야. 제발 그만해라."<br />
<br />
나는 마땅히 반박할 말을 찾을 수 없었다.<br />
<br />
"……에에이 말도 안 되는 궤변만 늘어놓고. 그래 어디 누가 이기나 한 번 해보자."<br />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다른 일도 하다보면 적응 될 거…… "<br />
<br />
난 아버지의 말을 듣지 않고 내 방으로 들어가 문을 닫아버렸다.<br />
아버지와의 대화는 오늘도 그렇게 수확없이 끝났다. 그리고 그 이후로 아버지와 그 이상의 대화를 하는 일은 없었다.<br />
<br />
<div align="center"><span style="font-size:130%;"><strong>※※※</strong></span></div><br />
<br />
아침에 눈을 떠서 거실로 나가보니 아버지가 옷을 갈아입고 있었다.<br />
그런데 왠지 평소 출근할 때 입는 경비들이 있는 제복이 아니라 정장 같은 분위기의 다른 옷을 입고 있었다.<br />
그것은 아버지가 내 일을 방해할 때 입는 평상복도 아니고 단정하고 인상적인 옷이었다.<br />
대체 무슨 영문일까? 누구라도 만나러 가는 것일까?<br />
궁금했지만 어제의 거북한 일 때문에 쉽사리 말 걸기가 두려웠다.<br />
<br />
"일어났냐? 밥 먹어라."<br />
"됐어. 나가서 먹을 거야."<br />
<br />
그렇게 둘러대고 도망치듯 밖으로 빠져나왔다.<br />
일단 일을 하려면 정신을 차려야 했기 때문에 동네 근처 수퍼에 들러 일단 담배 하나를 사기로 했다.<br />
<br />
"담배 하나 줘요."<br />
"뭔 일 있어? 얼굴이 어둡네?"<br />
<br />
아줌마가 내게 말을 걸어주었다. <br />
이 수퍼 아줌마 오지랖 넓은 건 꽤나 유명하다.<br />
젊었을 땐 남자들 사이에서 꽤나 잘나갔단 얘기도 들어본 적이 있다.<br />
어쨌든 이 아줌마는 나같은 놈에게도 이거저것 관심을 가져 준다.<br />
그 관심은 때로는 귀찮지만 오늘 같은 날에는 왠지 따뜻하게 느껴진다.<br />
<br />
"별일 없어요."<br />
"그런가? 평소랑 좀 다른 것 같은데."<br />
"뭐 그럼 재밌는 얘기라도 해주시던지요."<br />
"뭐 별 건 없고 이번에 이 동네에 새로 이사온 총각 말인데, 아나?"<br />
"아뇨. 몰라요."<br />
"모르나? 어쨌든 그 사람이 아마 외국여자하고 동거하는 모양이야."<br />
<br />
아줌마한테는 나름 재미있는 화제거리 같지만 나에겐 아무래도 상관없는 정보였다.<br />
<br />
"그래요? 뭐 이런 동네에 사는데다 외국인 여자랑 같이 산다니 제대로 된 놈은 아니겠네요."<br />
"그러게 말이지. 뭐 오늘 할 얘기는 그거 정도 밖에 없어. 미안해."<br />
"아뇨, 괜찮아요."<br />
<br />
그렇게 담배 하나를 챙겨들고 가게를 나섰다.<br />
동네 복지를 위해 만들어 두기는 했으나 주민들이 죄다 상태가 이 모양이라 애들은 아무도 와서 놀지 않는 <br />
탁상 행정의 결과물, 이 동네 놀이터에 가서 나무 벤치에 앉아 담배를 입에 물고 핸드폰 문자 등을 확인한다.<br />
리스트는 전멸. 들어온 일이 하나도 없었다.<br />
<br />
"망할."<br />
<br />
혼잣말로 푸념을 했다. 이게 다 아버지 탓이다.<br />
결국 아직 못 타 낸 밀린 수금을 받으러 가기로 한다.<br />
<br />
신덕 아저씨. 이 사람도 이 동네 주민 중 한 명으로, 우리 집 근처에 살고있다.<br />
트럭 몰면서 돈을 버는 중년인데 어쩌다가 사채에 손을 대서 인생을 망친 홀아비다.<br />
당연히 형편은 넉넉하지 않다. 내가 찾아갈 때마다 조금씩 이자돈이나 내는 게 고작이다. <br />
어떻게든 원금까지 빨리 갚아버리는 게 나로서도 좋고 그 사람으로서도 좋건만 그럴 형편은 안 되는 모양이다.<br />
중학생 정도의 딸도 있는데 이 인간의 형편이 이짝이라 지금은 같이 못 사고 사촌 집에 얹혀서 자란다고 한다.<br />
<br />
그를 다시 찾아가자 그는 굽은 등으로 현관물을 열어주었다.<br />
<br />
"왔나."<br />
"예"<br />
<br />
워낙에 자주 왔다갔다해서 이미 우리의 관계는 채무자와 독촉자의 입장이라기엔 상당히 애매할 정도로 얼굴이 터 있었다.<br />
<br />
"말 안 해도 알죠?"<br />
"그게…… 형편이 정말 안 좋네. 요즘 불경기라."<br />
"이자도 무리예요?"<br />
"그렇네. 알다시피 병원 갈 돈도 없다네……. 아이고 허리야."<br />
"동정표는 그만 파시고 어떻게든 짜내시죠?"<br />
"아니 정말 돈이 없네."<br />
<br />
오랫동안 만난 사이라 신덕 아저씨의 표정은 진심임을 알 수 있었다.<br />
돈이 있는데 안 내는 것이 아니다. 진짜로 돈이 없는 것이란 것을 감으로 느꼈다.<br />
일은 매우 곤란해졌다.<br />
안 그래도 일이 끊겨서 돌겠구만 이번 일이라도 제대로 못 끝내면 진짜 이 바닥에서 쫓겨날지도 모르는데.<br />
<br />
"저기요. 제 입장도 생각해 주셔야 할 거 아닙니까. 저도 요즘 일 끊겨서 죽을 맛인데……."<br />
"그런가. 그럼 이거라도 들고가게"<br />
<br />
아저씨는 주머니를 뒤져서 5만원을 꺼내주었다. 이자엔 턱 없이 못 미치는 금액이다.<br />
<br />
"……아니, 지금 이걸로 일이 해결될 거라고 생각해요?"<br />
"하지만 이래야 자네 면목도 설 거 아닌가. <br />
매번 이렇게 와서 나 때문에 고생하니 나도 마음이 아프단 말이지. 그게 내가 줄 수 있는 전부일세."<br />
<br />
……터무니 없을 정도로 착한 사람이다. 자기 돈 뜯어내는 인간보고 마음이 아프다니.<br />
<br />
"사정 보니 진짜 같군요. 그나저나 이렇게 돈이 없어서 어쩝니까? <br />
따님도 한창 자랄 때라 돈도 많이 들 텐데."<br />
"그건 뭐 어쩔 수 없지. 못난 아비를 둬서 그런 건데"<br />
<br />
그 말을 듣고 갑자기 정수리를 뭔가로 얻어맞은 듯 쾅 온 것이 있었다.<br />
그리고 나도 모르게 저절로 말이 튀어나왔다.<br />
<br />
"……이 돈은 됐습니다. 따님한테 용돈으로나 줘요.<br />
그리고 이자 건은 제가 대충 둘러댈 거니까 빨리 마련해보세요. 안 그러면 진짜 큰일납니다."<br />
"그……그 말이 정말인가?"<br />
"네네. 봐줄 때 잘해요."<br />
"아이고, 고맙네."<br />
<br />
그렇게 내가 등을 돌리고 나가는 짧은 시간 동안 아저씨는 등을 굽히며 감사를 표했다.<br />
대단히 민망한 기분이 들었다.<br />
뭐지 이 기분은? 지금까지 이 일을 하면서 어떤 상황이 닥쳐도 마음은 흔들리지 않았는데…….			 ]]> 
		</description>
		<category>소설-역까지 5분 거리</category>

		<comments>http://gomdol1012.egloos.com/4584948#comments</comments>
		<pubDate>Sun, 15 Nov 2009 17:10:00 GMT</pubDate>
		<dc:creator>빌트군</dc:creator>
	</item>
	<item>
		<title><![CDATA[ [소설] 역까지 5분 거리 - 6화 (찬우편) ]]> </title>
		<link>http://gomdol1012.egloos.com/4583796</link>
		<guid>http://gomdol1012.egloos.com/4583796</guid>
		<description>
			<![CDATA[ 
  <div style="text-align:center"><img class="image_mid" border="0" onmouseover="this.style.cursor='pointer'" alt="" src="http://pds15.egloos.com/pds/200911/14/10/b0051210_4afec27595724.jpg" width="478" height="182" onclick="Control.Modal.openDialog(this, event, 'http://pds15.egloos.com/pds/200911/14/10/b0051210_4afec27595724.jpg');" /></div><strong>※이 작품은 픽션입니다. 등장인물 및 단체명은 실제와 아무런 관계가 없습니다.<br />
※이 소설은 제 개인 창작물입니다. 다른 곳으로 전문, 혹은 일부를 퍼가는 것을 절대 금합니다. 링크는 괜찮습니다.<br />
※다른 독자 분들을 위해 덧글에 전개를 예측하거나 앞 전개를 스포일러 하시는 행위는 자제해주시기 바랍니다.</strong><br /><br /><br />
집에 도착한 것은 6시 55분. <br />
원래대로라면 15분이 걸릴 거리인데 들뜬 마음에 오히려 걸음이 늦어졌는지 예상보다 좀 늦게 도착했다.<br />
시간이 좀 남았기 때문에 난 땀에 젖은 옷을 갈아입고 타올로 얼굴에 흐르는 땀을 닦았다.<br />
그리고 창문 쪽으로 의자를 가져다 놓은 채 어떻게 하면 편한 자세로 훔쳐 볼 수 있을까를 연구해본다.<br />
그리고 생각한 각도로 의자에 앉아 창문 쪽을 바라본다. 이제 그녀가 들어오기만을 기다리면 끝이다.<br />
기분이 가볍다. 그렇게 난 준비를 끝내고 기다리고 있었던 참이었다.<br />
<br />
'덜그럭'<br />
<br />
순간적으로 들려오는 덜그럭 거리는 소리에 난 잠시 소스라치게 놀랐다.<br />
소리가 난 곳은 거실쪽, 쌓아놓은 설거지 감이 스스로 쓰러지는 소리일지도 모른다.<br />
<br />
'터벅터벅'<br />
<br />
뒤 이어 난 소리는 뭔가 부드러운 것과 단단한 것이 가볍게 스치듯 부딪히는 소리였다.<br />
<br />
'터벅터벅'<br />
<br />
소리는 쉽사리 멈추지 않고 계속해서 들려온다. 거기다 점점 내쪽을 향해 다가오는 느낌이다.<br />
꽤 친숙한 소리인데, 대체 뭔 소리였더라? 분명 아는 소리인데 당황해서인지 잘 떠오르지 않는다.<br />
사력을 다해 기억을 뒤져 이 소리의 정체를 간신히 알 수 있었다.<br />
'발 소리'. 그래 지금 나는 소리는 발 소리다. 발 바닥이랑 땅 바닥이 부딪치는 소리다.<br />
<br />
'터벅터벅터벅'<br />
<br />
그래 발 소리다. 이 소린 발 소리야. 그런데 지금 집에 있는 건 나 혼자인데 왜 발소리가 나는 거지?<br />
이거 뭔가 이상하지 않아? 우리 집에 열쇠는 나만 가지고 있는데? 분명히 나갈 때 문은 잠궜는데 말이다.<br />
설마 도둑인가? <br />
<br />
그때 문득 이 동네엔 뒤가 구린 놈들만 산다는 강호형의 말이 머리를 스친다.<br />
아 제기랄, 그걸 잊고 있었다. 이런 동네라면 도둑이 들어와도 이상하지 않잖아.<br />
그런 생각이 들기 시작하자, 아까까지의 행복감은 순식간에 날아가고, 공포가 엄습한다.<br />
오만 생각이 다 떠오른다. 도둑이 돈은 얼마나 훔쳐갈 것인가, 설마 나에게 해를 끼치지는 않을까,<br />
설마 나에게 해를 입힌다면 대체 어느 정도로 끝날 것인가, <br />
설마 이러다 뉴스에 변사체로 발견되는 것은 아닐까…….<br />
이런 생각을 하다보니 머리에서 식은땀이 주륵주륵 흘러내리기 시작한다. 몸이 석고상처럼 굳어 움직이지 않는다.<br />
<br />
'터벅터벅똑'<br />
<br />
걸음 소리가 뚝 하고 멈춘 곳은 내 바로 뒤, 내 뒤에서 사람의 기척이 물씬 풍긴다.<br />
우리 집에 들어온 이방인은 지금 바로 내 뒤에 있다.<br />
놈이 누군가 확인해야 하지만 두려움 때문에 돌아 볼 수 없었다.<br />
돌아다 본 순간, 현실이 공포로 바뀔 것 같은 두려움이 밀려온다.<br />
등골에는 식은땀이 사정없이 흘러내린다. 숨 소리는 나 자신도 신경이 쓰일 정도로 거칠어졌다.<br />
<br />
'하이'.<br />
<br />
하이……? 설마 외국인 갱? <br />
그렇지만 부드러운 목소리다. 그것도 과거 어디선가 들어본 것 같은 목소리……?<br />
나는 공포를 무릅쓰고 뒤를 돌아보았다.<br />
<br />
"안녕~ 찬우."<br />
<br />
뒤를 돌아본 순간 놀랍게도 익숙한 얼굴의 금발 벽안 아가씨가 서 있었다.<br />
<br />
"오……옥산나……?"<br />
<br />
옥산나…… 내 뒤에 서 있는 인물은 한때 나와 교제했던 여성 옥산나였다.<br />
몇 년 전 아직 머리에 피가 안 말랐을 때 클럽에 갔다 만난 외국인 여성. <br />
그때 리듬을 타며 즐기고 있던 그녀의 모습이 매력적으로 보였다.<br />
영어같은 외국어에 별 재능은 없었지만 마음이 동해서 반쯤 장난삼아 말을 걸었다.<br />
그러더니 옥산나는 유창한 한국말로 대답해주는 것이 아닌가. 굉장히 놀랐었다.<br />
그 이후로 서로 마음이 통해 교제하게 됐었다. 그러다가 어느날 그녀는 홀연히 사라져버렸다.<br />
그 이후로 잊고 살았는데…… 왜 지금 우리 집에?<br />
<br />
"너 어디갔다 이제 돌아왔어?"<br />
<br />
옥산나는 갑자기 날 껴안았다. <br />
<br />
"찬우 너 만나러 돌아왔어."<br />
"에…… 그러냐. 그나저나 우리 집 주소는 어떻게 알았어……?"<br />
"잘."<br />
"열쇠는 어떻게 땄어? 분명히 잠그고 나갔는데"<br />
"잘."<br />
<br />
잘?! 지금 그걸 말이라고 하냐? 좀 더 납득이 가게 설명을 하라고. <br />
또 옛날처럼 대충 넘어가려는가 보군.<br />
<br />
그녀는 내 품으로 넘어지듯 들어와 얼굴을 내 가슴에 기댔다.<br />
탐스러운 금발머리에서 나는 매력적인 향기가 코를 타고 오른다.<br />
"나 없는 동안 외롭지 않았어?"<br />
<br />
내 가슴 아래 쪽에서 나를 바라보기 위해 눈을 치켜뜨면서 귀엽게 바라보는 그녀의 모습은 치명적일 정도로 자극적이었다.<br />
하지만 속으면 안 된다. 또 이런 식으로 얼버무리려는 심산이 분명하다.<br />
<br />
"아……아아 그래 많이 외로웠지."<br />
<br />
나를 바라보는 그녀의 푸른 눈빛 앞에서 차마 '며칠 동안 이웃집 아가씨를 훔쳐보고 있었어요.' 라는 말은 할 수 없었다.<br />
<br />
"난 그냥 나한테 질려서 고향에 돌아가버렸나 했지."<br />
"그럴 리가 없잖아. 그냥 일이 바빠서 잠깐 떨어진 건데"<br />
"대체 무슨 일을 하길래 2년이나 행방불명이야?"<br />
"비밀~~."<br />
<br />
옥산나는 매번 이런 식이다. 그녀의 신상은 언제나 비밀에 부쳐있다.<br />
<br />
난 처음엔 옥산나가 무슨 러시아에서 돈 벌러 한국에 온 아가씨라고 생각했는데 만나면 만날 수록 그런게 아니라는 걸 실감했다.<br />
이 아가씨, 대체 국적이 어딘지도 알 수가 없고 직업이 뭔지도 알 수가 없어요. 얘기를 안 하니까. <br />
영어니 일본어니 독일어니 한국어니 몇개 국어를 해대니 대체 어디서 태어난 건지도 모르겠다.<br />
외국어를 많이 해대는 걸 보면 상당히 머리가 좋은 여자 같다는 건 대충 짐작이 가능하지만.<br />
<br />
연락도 안 된다. 사귈 때도 항상 옥산나 쪽에서 멋대로 날 만나러 왔다. 내가 그녀에게 연락을 할 방법은 존재하지 않았다.<br />
거기다 가끔 수상한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오늘 문을 따고 우리집에 침입한 것도 그렇다.<br />
대체 뭐하는 여자야?  얘 정말 갱 아냐? 그렇게 생각하니 왠지 좀 무섭다.<br />
<br />
"그……그래? 그래도 좀 그렇다. 좀 힌트라도 주면 안 돼냐?"<br />
"힌트? 이 동네에서 해야될 일이 있어."<br />
"이 동네에서 무슨 일을 하는데?"<br />
"그 이상은 비밀~."<br />
<br />
또 자신의 정체를 숨기면서 애교 섞인 눈빛으로 무마하려고 한다. <br />
내가 한 두번 속는 줄 아냐. 네 패턴은 눈에 뻔히 보인다.<br />
<br />
"하하…… 그래 뭐 어차피 물어봐야 안 알려주겠지."<br />
"정답입니다~."<br />
<br />
혹시나가 역시나로구나. 정답? 정답은 무슨 나가 죽을 정답?! <br />
지금 가족오락관 찍는 줄 아냐? 가족오락관은 폐지된지 오래야!!<br />
지금 널 상대하고 있느니 차라리 창문너머에 있는 그녀를 보러 가겠어! <br />
제발 내 품에서 떨어져! 한시가 급하다고!<br />
<br />
"저기 부탁이 있어."<br />
"뭔데?"<br />
<br />
그녀는 평소 말투와와 달리 비음을 섞어 말했다.<br />
그녀는 나에게 뭘 부탁할 때 항상 하듯이 비음을 넣어가며 부탁하곤 했었다.<br />
<br />
"이 동네에서 일해야 되는데…… 그러니까 말이지…… 같이 살자."<br />
"뭐?!"<br />
<br />
미쳤냐! 너랑 같이 살면 앞집을 볼 수가 없잖아! <br />
아니 옥산나라면 같이 사는 것도 나쁘진 않을 것 같지만…….<br />
그래도 정체를 알 수 없는, 어쩌면 위험한 여자일지도 모르는 옥산나와 사느니 차라리 혼자사는 것이 낫다는 생각이 든다.<br />
난 거절하기로 했다.<br />
<br />
"이 동네는 집 값이 싸. 그냥 네 돈으로 사."<br />
"돈 없어."<br />
"그럼 딴 동네서 출퇴근해."<br />
"한국에 집이 없는데 어디서 출퇴근을 해?"<br />
<br />
얘는 애초에 나한테 빈대 붙을 작정으로 맨 손으로 돌아온 듯하다.<br />
내가 군대라도 가 있거나 결혼이라도 했었다면 어쩔 생각이었던 걸까…….<br />
<br />
"어……어쨌든 네가 알아서 구해 난 몰라. 둘이 살기엔 집도 좁고……"<br />
"집 충분히 넓은데? 그리고 나 짐도 별로 없어."<br />
"아니 그런 문제가 아니고 에……거시기……"<br />
<br />
어떻게든 옥산나를 떼어놔야 하는데 딱히 제대로된 변명이 떠오르지 않는다.<br />
<br />
"그런데 이 방에서 지금 뭐하는 거야? TV도 컴퓨터도 안 하고 창문 쪽만 보면서?"<br />
"에… 어……어이 잠깐만!"<br />
<br />
망했다. 둘러댈 말을 생각하는 사이에 허를 찔렸다. <br />
옥산나는 창문 밖을 바라보더니 몇 초 뒤 고개를 조금 아래로 낮췄다.<br />
조금 아래쪽 시선에 보이는 그것. 그렇다. 내가 보고있던 그녀를 옥산나는 지금 직빵으로 보고 말았다.<br />
옥산나는 말 없이 그 광경을 보더니 '오호라 이걸 보고 있었구나 이 자식' 하는 듯한 도끼 눈으로 말 없이 나를 바라보았다.<br />
<br />
"너……?"<br />
"……."<br />
<br />
그후 몇 분 동안 우리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br />
<br />
<div align="center"><strong><span style="font-size:130%;">※※※</span></strong></div><br />
<br />
아침에 일어나니 거실 쪽이 소란스럽다. 아 그러고보니 옥산나랑 같이 살기로 했었지.<br />
그날 밤 나는 옥산나가 나에게 크게 실망했을 거라고 생각했다.<br />
좋아하는 남자가 다른 여자에게 한눈 파는 걸 봐버렸으니 당연한 일이겠지.<br />
<br />
하지만 이 정체불명의 여자는 일반적인 여자와 발상 자체가 달랐다.<br />
좀 화나는 듯한 표정을 짓더니 나에게는 따지기는 커녕 매우 차분하게<br />
<br />
'그럼 니네 집에 안 재워주면 경찰에다 신고해버릴거야.'<br />
<br />
라고 하는 것이었다. <br />
나는 소스라치게 놀라 결국 그녀의 요구를 수용할 수 밖에 없었다.<br />
그녀는 이 난감스런 상황마저 역이용해버린 것이다. 무서운 여자다.<br />
<br />
그렇지만 어쩌겠는가, 여기서 내쫓으면 하루 아침에 쇠고랑을 찰지도 모르는 것을.<br />
이미 반쯤 체념했다.<br />
옥산나가 애초에 한국에 올 때 가지고 온 짐이라고 해봐야 약간 큰 크기의 바퀴 달린 여행용 가방 하나뿐이었기 때문에<br />
이사는 하룻밤새, 순식간에 얼렁뚱땅 끝나버리고 말았다.<br />
그렇게 꿈도 로맨스도 없는 시궁창스런 옥사나와의 동거 생활이 시작되었다.<br />
<br />
잠이 덜깨 부스스한 모습으로 거실에 나가니 옥산나가 빵을 구워먹고 있었다.<br />
옥산나는 나보다 먼저 일어나 대충 몸단장을 끝낸 듯 보인다.<br />
금발 머리는 이미 감았는지 단정하게 말라 빛을 발하고 있었고, <br />
옷은 대충 편해보이는 T셔츠에 반바지를 입었다. 반바지 덕분에 옥산나의 각선미가 눈에 들어온다.<br />
그런 옷을 입고는 마치 자기집인양 편하게 거실을 왔다갔다 돌아다니고 있었다.<br />
그 모습을 보고 있자니 더욱 황당하단 느낌을 지울 수 없다.<br />
<br />
"굿모닝~"<br />
"하이."<br />
<br />
보통 같으면 막 자고 일어나서 이런 빈틈 투성이인 나의 모습을 여성에게 보여주면 안 된다. <br />
이미지 관리의 일환이다.<br />
하지만 옥산나와는 이미 어떻게 되어도 아무래도 좋은 관계나 마찬가지였기 때문에 될대로 되라는 느낌이 우선한다.<br />
부스스한 모습 그대로인 채 대충 인사하고 화장실에 가서 대충 세수를 하고 나오자 옥산나가 토스트 하나를 건네준다.<br />
<br />
"먹어."<br />
"됐어. 난 아침에 빵 안 먹어."<br />
<br />
하나가 미우면 열이 밉다고, 왠지 상대하고 싶지가 않다.<br />
이게 정말 내가 처음 만날때 그 아름다웠던 신비의 외국 여인 옥산나인지 의문이 들 정도이다.<br />
나는 강제로 빵을 입가에 쑤셔대려는 옥산나의 손을 뿌리치고 도망치듯 거실로 향했다.<br />
<br />
"어제 일 때문에 삐졌구나?"<br />
"아냐, 그냥 빵이 싫은 거야."<br />
"에이. 삐진 거 맞네."<br />
"아니라니까."<br />
<br />
뒤를 돌아보니 옥산나는 시선을 내쪽으로 고정시킨 채 싱글싱글 웃으며 날 바라보았다.<br />
아침 햇살이 측광으로 비쳐 옥산나가 어제와는 또 다른 인상으로 보인다.<br />
<br />
"난 찬우랑 같이 살아서 좋은데."<br />
"……나도 싫은 건 아닌데 솔직히 뭐가 뭔지 모르겠다."<br />
<br />
그래 정말 뭐가 뭔지 모르겠다. 하룻밤 사이에 이게 뭔 급격한 생활의 변화란 말인가.<br />
내가 원하던 건 이런 게 아니었는데……. 머리가 복잡해져서 나도 모르게 미간이 가운데로 눌어붙는다.<br />
<br />
"혹시 내가 있으면 훔쳐보기 못할 것 같아서 그런 거야?"<br />
<br />
내 불쾌한 심정을 간파하기라도 한 듯 그녀의 날카로운 지적이 들어왔다.<br />
난 가슴을 송곳에 찔린 듯 소스라치게 놀랐다. 뒷덜미에 식은땀이 우수수 쏟아진다.<br />
그래, 문제의 핵심은 분명 그것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렇다고 정직하게 대답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br />
그래서 부정하려고 하는데, 너무 긴장했는지 혀가 굳어서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는다.<br />
<br />
"아……아……니."<br />
"괜찮아. 봐도 돼"<br />
<br />
엉? 뭐야 이 반응은? 예상했던 반응이 아닌데?<br />
<br />
"솔직히 어제는 되게 열이 치밀었는데, 아침에 일어나니까 뭐 괜찮겠구나 싶어. 남자는 다 그렇잖아. <br />
우리 나라에서도 그런 사람들 많거든. 찬우의 취향은 이해할 수 있어. 그러니까 괜찮아."<br />
<br />
용기를 내서 옥산나 쪽을 바라보니 옥산나의 눈은 실실 웃고있었다. <br />
일견 정말로 용서한 듯한 표정이지만 곧이 받아들이기는 힘들다.<br />
옥산나는 항상 나를 자기 맘대로 요리할 때 이런 식으로 대했기 때문이다. <br />
이래놓고 '예'라고 대답하면 또 내 뒤통수를 칠지도 모른다.<br />
그리고 니네 나라라는게 어딘데? 뭐하는 나라인데 남자들이 이웃집 여자를 훔쳐보냐?<br />
<br />
"그러니까 실컷 봐도 돼."<br />
"에이 됐어. 그냥 이참에 바르게 살겠어."<br />
"그 정도 한다고 지옥가지는 않아."<br />
"됐어됐어."<br />
<br />
더 이상 추궁당했다간 위험할 것 같아서 화제를 돌려보기로 했다.<br />
<br />
"그래서 일은? 일하러 돌아왔다며?"<br />
"응? 오늘은 <strong><span style="font-size:130%;">지령</span></strong>이 안 와서 일이 없어."<br />
<br />
뭐 <strong>지령? </strong> 지령을 받아야 일을 한다고? 너 대체 무슨 일을 하는 거야?<br />
굉장히 신경쓰이긴 하지만 옥산나에게 물어봐야 알려줄 리가 없기 때문에 더 이상 그에 대해선 캐묻지 않기로 했다.<br />
<br />
난 일이 있다고 옥산나에게 둘러대고 밖으로 나왔다. 물론 거짓말이다. 일 같은 건 딱히 없다.<br />
하지만 집 안에 있어봐야 하루종일 옥산나와 묘한 분위기로 있어야 한다. <br />
그러다가 뭐가 두근해서 무슨 일이 생길지는 삼신할매도 모르는 것이다.<br />
일단 어떻게든 그녀와 거리를 두는 것이 최선이다.<br />
<br />
사실 난 현재 마땅히 직업이 없다. <br />
원래 힘들었던 집안이었지만 아버지가 사라진 이래 가세가 뒤틀려서 경제 사정은 더욱 좋지 않아졌다.<br />
대학에서 기계를 배우고 있었지만 결국 학비 문제로 휴학할 수 밖에 없었다.<br />
어떻게든 일을 해서 다시 학교를 다니고는 싶지만 요즘 같은 취업난에 휴학생이 변변한 직장을 얻을 수 있을 리가 없다.<br />
이래저래 전전하면서 푼돈을 퍼모으는 것 밖에 할 수가 없는 실정이다.<br />
<br />
그렇게 나는 명예퇴직 당해 가족에게 말 못하고 놀이터를 찾는 중년남 같은 기분을 안고, 동네 수퍼로 향했다.<br />
지금 내가 가지고 있는 돈으로 아침 식사를 해결할 수 있는 건 슈퍼 빵 아니면 삼각김밥 정도인데, <br />
이 수퍼엔 삼각 김밥이 없기 때문에 결국 빵을 먹기로 한다.<br />
아깐 옥산나에게 빵이 싫다고 해놓곤 결국엔 빵을 먹는 내 자신이 한심해진다.<br />
난 빵 하나를 대충 집어다가 계산하려고 했는데, 주인 아줌마가 말을 건다.<br />
<br />
"아, 어제 담배산 청년 아닌가? 반갑네."<br />
"아, 네."<br />
"거 아침에 외국 여자가 식빵을 사다가 자네 집으로 들어가던데 그거 누군가."<br />
<br />
맙소사. 아까 그 빵 여기에서 산 거였냐.<br />
<br />
"아아…… 아는 사람이예요……."<br />
"꽤 예쁘던데? 애인인가?"<br />
"아……아뇨."<br />
<br />
아줌마는 왠지 알 것 같다는 표정을 지으며 나를 빤히 바라보고 있었다.<br />
대충 둘러대고 급히 수퍼를 떴다. <br />
저 아줌마는 이 동네 정보통이다. 여기서 애인이라고 말했다간 동네방네 소문이 날 것이 분명하다. <br />
<br />
최악의 경우엔 앞집에 사는 그녀의 귀에도 들어갈지도 모른다. 그래선 안 된다.<br />
그녀와 혹시나와도 맺어질 수도 있는 1%의 가능성이 0이 되어버리고 만다.<br />
나는 빵을 베어물면서 이 동네에서 도망치듯 강호 형의 이발소로 향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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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ategory>소설-역까지 5분 거리</categ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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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ubDate>Sat, 14 Nov 2009 15:09:00 GMT</pubDa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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