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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게렉터블로그</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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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escription>공연, TV, 영화, 책에 관한 글들. 출처를 밝히는 한 무제한으로 링크 및 부분 인용이 가능합니다. 전문 인용에 대해서는 e메일: gerecter@gmail.com</descrip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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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ubDate>Thu, 10 Dec 2009 09:30:47 GMT</pubDa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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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게렉터블로그</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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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CDATA[ 무의미한 탐사 보도 사진과 글 ]]> </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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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DATA[ 
  <div style="text-align:center"><img class="image_mid" border="0" onmouseover="this.style.cursor='pointer'" alt="" src="http://pds15.egloos.com/pds/200912/10/24/b0056924_4b20be9935447.jpg" width="500" height="375" onclick="Control.Modal.openDialog(this, event, 'http://pds15.egloos.com/pds/200912/10/24/b0056924_4b20be9935447.jpg');" /></div><br />
엊그제까지 핀란드에 출장을 다녀왔는데, 위 사진은 헬싱키에서 제가 직접 촬영한 사진입니다. 보시는 광고는 홈베이킹 형식의 빵을 파는 빵집을 안내하는 광고인데, 보시다시피 빵집의 이름이 "에로 망가(漫畵)" 입니다. 이 빵집은 뭐 특별히 이상한 것은 전혀 없고 그냥 빵을 팔 뿐인데, 어쩌다 이름이 이러한지...<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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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란드어나 스웨덴어로 에로망가가 어떤 어감인지는 전혀 모르겠고, 마침 혼자 우연히 앞을 바쁘게 지나다 발견한 것이라서 누구에게 물을 새도 없어서, 어쩌다 1946년에 생긴 이 빵집 이름이 에로 만화 빵집이 되었는지는 영원한 수수께끼로 남아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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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ategory>기타</categ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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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ubDate>Thu, 10 Dec 2009 09:29:07 GMT</pubDate>
		<dc:creator>게렉터</dc:creat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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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tem>
		<title><![CDATA[ 디스트릭트 9 District 9 ]]> </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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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escription>
			<![CDATA[ 
  "디스트릭트 9"은 포스터에서 "외계인이 엄청나게 많이 나오는 영화"라는 점 정도만 상상하게 해줄 뿐 구체적으로 이게 무슨 내용인지는 숨기고 있는 영화입니다. 그러니까, "E.T."나 "스타맨"처럼 길 잃은 한 외계인과 인간들간의 감정교류를 다루는 영화인지, 아니면 "어비스"나 "미지와의 조우"처럼 외계 문명과 인간 문명의 접촉 순간을 다룬 영화인지, 그것도 아니면, "인디펜더스 데이"나 "화성침공"처럼 외계인들과 전쟁을 벌이는 영화인지, 이 영화는 소재를 숨기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어떤 소재로 이야기를 엮어 놓았는지 그 자체를 발견하면서 신기해 하는 것도 맛인 영화라고 할만합니다.<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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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g src="http://blogfile.paran.com/BLOG_263294/200910/1256735910_64129_P02_005741.jpg"><br />
(CGV나 메가박스에 외계인 손님이 도대체 어디에 있다고?)<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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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이 영화의 시작되는 부분 1/3 정도는 "외계인들이 엄청 많이 나온다는 것은 알겠는데, 그래서 어떻게 된다는 것인가"하는 호기심을 자극하면서 이야기를 펼치고 있습니다. 우선 이 영화는 시작할 때 보면 일종의 다큐멘터리나 TV 보도 프로그램과 같은 형식을 취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마치 외계인이 이렇게 많아진 세상을 TV시청자들이 당연히 다 알고 있다고 생각하면서 이야기를 풀어 놓고 있습니다. 그리고, 출연하는 사람들이나 해설자들의 인터뷰를 통해서 살짝살짝 이야기의 파편만 흘려 놓고 있습니다.<br />
<br />
그래서, "외계인이 없는 세계"를 살고 있는 진짜 영화 관객들이 과연 이 다큐멘터리가 당연하다는 듯이 보여주고 있는 세상은 어떤 세상인지 궁금하게 합니다. 특히, 이 영화는 일부러 주인공에 해당하는 인물이 "그날 충격적인 그 사건을 일으켰다"는 점을 알립니다. 그래서 이야기가 시작되는 부분만 보기에는 별 특별할 것 없는 타성에 젖은 월급쟁이 직원이 곧 엄청난 대사건의 주인공이 된다고 합니다. 이 보도 프로그램 형식으로 출연한 사람들은, 다들 진지하게 심각해하고, 경악하면서 주인공에 대해 이야기 합니다.<br />
<br />
이 별볼일 없어 보이는 주인공이 무슨 일을 저지르길래? 도대체 얼마나 엄청난 일이 벌어지길래 외계인이 가득한 세계를 당연하게 여기면서 살아가고 있는 해설자와 출연자들이 이렇게 진지하게 여기는 것입니까? 얼마나 대단한 일이 펼쳐지길래? 궁금함은 강해지고, 이야기에 점점 관심을 갖고 빨려들기에 좋아집니다.<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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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g src="http://blogfile.paran.com/BLOG_263294/200910/1256735910_64129_S21_005833.jpg"><br />
(20년째 하늘 위에 커다란 외계 우주선이 떠 있는 세상)<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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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나 이렇게 다큐멘터리나 TV 보도 프로그램 형식을 택한 것은, 이 영화에서 찾아 볼 수 있는 큼지막한 재미거리인 풍자의 재미에도 큰 도움이 됩니다.<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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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큐멘터리나 TV 보도 프로그램은 "사실"을 나타내는 형식이라고 생각하고 보게 됩니다. 그런데 그런 틀을 통해서 상황이 극단적으로 변화되고 괴상하게 과장되어 있는 "외계인이 득실거리는 세상"에 대한 이야기를 보여주다보니까, 그렇게 과장되고 강조되어 있는 왜곡된 모습들이 훨씬 더 와닿게 보였니다. 얼토당토 않은 것에 가까운 상황을 이야기 하면서, - 예를 들어서 "외계인들은 고양이 사료를 매우 좋아한다" 따위 - 의 이야기를 근엄하고 진지하게 전문적인 학자나 뉴스 진행자 같은 사람들이 공식적인 분위기로 이야기하고 있으니, 희극적인 효과도 상당하다고 생각합니다.<br />
<br />
그러다보니, 이런 보도 프로그램 형식으로 꾸민 이야기들은 풍자 효과를 주기에 무척 재미난 방식이라고 생각합니다. "로보캅"이나 "스타쉽 트루퍼스"에 나오는 짤막한 "미래의 TV뉴스" 장면들은 영화의 다른 어느 부분보다 재미가 가득한 장면이고, 강조되어 있지는 않습니다만, "괴물"의 짤막한 TV뉴스 장면들이나 TV 코미디 쇼에서 자주 찾아 볼 수 있는 소비자 고발 프로그램 패러디 같은 것들도 비슷한 부류일 것입니다. 좀 더 극단적으로나가면, "Amazon Women on the Moon" 처럼 영화 한 편이 통채로 TV프로그램의 패러디로만 구성된 영화들을 생각해 볼 수도 있을 것이고, 아예, "The Onion Movie"처럼 영화 전체가 TV뉴스 형식으로 꾸며져서 풍자 코미디를 펼치는 영화들도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입니다.<br />
<br />
이 영화는 "외계인이 가득한 세상이 찾아오면 어떻게 될 것인가?" 하는 극단적인 상황에서 이런 풍자적인 요소들을 잘 활용하고 있다고 느꼈습니다. 게다가 영화의 중심 소재 자체도 구체적인 현실 사회에 대한 풍자 요소가 거세니만큼, 이런 형식은 꽤 도움이 되는 면이 많았다고 생각합니다.<br />
<br />
<img src="http://blogfile.paran.com/BLOG_263294/200910/1256735910_64129_S51_152413.jpg"><br />
(거리에 자연스럽게 널려 있는 외계인 관련 표지판)<br />
<br />
또한가지 이 영화가 갖고 있는 보도 프로그램 형식이 효과를 거둔 부분은, 이야기를 긴장감 있고 속도감 있게 짜내기에 간편한 면이 있다는 것입니다. 이 영화는 전체적으로 보도 프로그램의 형식을 갖고 있습니다만, 영화의 중간 부분은 슬그머니 그런 형식을 무시하고 보통 영화로 변해버린 형태로 되어 있습니다. 해설자나 자료화면, 자막이나 보조 설명 같은 것들이 나오는 보도 프로그램 형식이 슬쩍 없어집니다. 그리고 대신에 배경 음악이 깔리기도 하고 주인공이 혼자 겪는 일들을 보여주기도 하는 그냥 보통 영화로 한참 동안 변하는 것입니다.<br />
<br />
그러다보니 이 영화는 사건을 보여주기에 그 자체로 박진감 넘치고 재미난 부분 위주로만 극적인 부분을 짜낼 수 있었습니다. 무슨 이야기인고 하니, 영화의 배경 설명이나 복선 같은 것들은 보도 프로그램 부분으로 다 때려 넣어 버리고, 이야기 부분에서는 눈앞에 펼쳐지는 사건이 흥미진진한 내용들만 보여준다는 것입니다. 복선이나 배경 설명은 보도 프로그램 형식으로 짧고 간결하게 보여줍니다. <br />
<br />
화목한 가정이 사고로 비참하게 파괴되는 모습을 보여 주고 싶다고 합시다. 보통 영화라면 얼마나 화목한 가정인지, 가족들의 삶의 모습과 가정에서 흥겹게 지내는 모습들을 하나의 이야기로 엮어서 한참 보여주고 넘어가야 합니다. 시간은 오래 걸리고, 뒤에 이어지는 화끈한 파괴 장면과 부드럽게 이어 가는 것도 고민이 필요합니다. 그렇습니다만, 이 영화는 그냥 보도 프로그램 형식으로, "주인공 가정은 화목한 가정이었습니다"라고 대놓고 해설하면서, 자료화면만 보여주면 끝입니다. 중요한 배경상의 요소들, 나중에 주요하게 사용될 복선들을 대놓고 자료화면으로 보여주면서, 보도 프로그램 형식으로 또박또박 해설해주는 것으로 간단하게 넘어갑니다.<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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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g src="http://blogfile.paran.com/BLOG_263294/200910/1256735910_64129_S16_005831.jpg"><br />
(왜 저렇게 되었는지는 모르지만, 하여간 외계인 무기는 이렇게 생겼다치고...)<br />
<br />
이런 것은 영화라는 형식의 장점을 잘 활용한 것이기도 합니다. 소설에서 배경을 읊어대는 부분과 극적인 사건이 펼쳐지는 부분을 이렇게 뚜렷하게 나눠 놓으면 둘 중에 하나는 지겨워 보이고 재미없어 보이기 십상입니다. 많은 경우에, "배경을 읊어대는 부분"은 그냥 "설정집"일 뿐 소설에 부드럽게 이어지는 본론으로 보이지 않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렇습니다만, 화면으로 꾸며내는 영화라면 TV 보도 프로그램의 형식을 따라한다는 풍자적인 요소를 하나 더 취해 낼 수 있고, 그렇게 해서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영화의 한 부분으로 이런 구성을 사용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br />
<br />
물론 소설의 경우에도 예외가 없는 것은 아닙니다. 일기장이나 편지의 형식을 이용하는 소설들이 이렇게 배경 설명과 극적인 사연을 분리하는 기묘한 효과를 이용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로알드 달의 단편 소설 "손님"은 이런 효과를 극적으로 이용한 모범적인 예시입니다.<br />
<br />
일반적인 소설의 한계를 어느 정도 초월해서 이 영화와 비슷한 정도로 자연스러운 효과를 내는 경지로는 "세계대전 Z" 같은 소설을 생각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여러 사람의 회고담 형식으로 전체 책 내용을 채우고 있는데, 어느 사람이 어떤 회고담을 이야기하느냐에 따라서, 어떤 사람은 전체적인 배경 설명이나 복선 제시를 담당하고 있는 역할을 주로 하고 있고, 어떤 사람은 개인이 겪은 극적인 사건을 감정이 넘치게 설명하는 역할을 주로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빠르게 내용을 따라가면서 재미난 부분만 계속 이어지게 하는데 성공하고 있습니다. 좀 이야기가 샙니다만, "세계대전 Z" 정도 되는 소설은 그러면서도 개별 이야기 하나하나가 어느 정도 극적인 요소가 있을 수 있도록, 기승전결을 꾸며 놓는 호사스러운 맛이 있기도 합니다.<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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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g src="http://blogfile.paran.com/BLOG_263294/200910/1256735910_64129_S17_005831.jpg"><br />
(일단 생략하고 총싸움 하는 장면으로 빨랑 넘어가자.)<br />
<br />
이렇게 재미난 장면 위주로, 다음 이야기를 궁금해할만한 점들을 자꾸만 던지면서 내용을 짜 놓았습니다. 그래서 이야기를 따라가는 재미는 꽤 좋습니다. 저는 "미지와의 조우"나 "에일리언2" 처럼 엄청나게 재미가 폭발하는 감개무량한 영화와는 거리가 상당히 멀다고 느꼈습니다만, 그래도 재미난 이야기거리를 잘 뽑아서 촘촘히 흥미진진하게 엮어 놓은 구성 때문에, 최근에 나온 "우주전쟁" 영화보다는 훨씬 흥미진진하게 봤습니다. 그런 즉, 이 영화 속에서 보여주는 "외계인 가득한 세계"가 어떤 모습으로 펼쳐지는지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 극장에 찾아가서는 눈앞에 펼쳐지는 풍자적인 세상을 하나하나 구경하면서 영화를 보는 것이 재미의 한 부분인 영화라고도 할 수 있겠습니다.<br />
<br />
그렇습니다만, 이제부터는 이 영화의 내용을 좀 더 구체적으로 언급하면서 또다른 이야기를 해 보겠습니다.<br />
<br />
<img src="http://blogfile.paran.com/BLOG_263294/200910/1256735910_64129_S14_005831.jpg"><br />
(대체 저 곳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인가?)<br />
<br />
이 영화의 내용을 설명하면서 굳이 이야기 거리를 만들자면, 영화의 내용을 두가지로 쪼개서 말해 볼만합니다. 우선, 이 영화의 줄거리, 사건 요약에 초점을 맞추면 이 영화의 내용은 카프카의 소설 "변신"과 그 뒤를 잇는 SF 영화 "플라이"와 거의 동일한 계보에 속해 있는 영화입니다. 다시 말해서, 이 영화에서 주인공은 외계인으로 점차 변해가는 일종의 "병"에 걸려 버린다는 것입니다. 그런 사건을 겪다보니까, "변신"이나 "플라이"와 거의 동일한 갈등들을 주인공이 겪습니다. 흉칙해 지는 자신의 모습에 겁을 먹고, 괴로워하고, 주변사람들과 사회에서 "괴물을 보듯"하면서 점차 멀리하는 태도에 억울함과 외로움 울분을 느낀다는 것입니다. 심지어 외계인의 모양도 "벌레 모양"으로 되어 있어서, 이런 "변신", "플라이" 이야기와 아주 잘 통하는 형태이고,  내지는 "쿼터매스 익스페리먼트(The Quatermass Xperiment)"나 좀 더 나아가면 "이블데드" 같은 이야기와도 통하는 데가 있는 갈등 구조 입니다.<br />
<br />
이 영화는 "변신" 쪽에 좀 더 가깝다보니, 이 영화 속에는 "변신" 후에 자주 소개되었던, "자아정체성 개념에 대한 철학적인 우화"도 간접적으로 살펴볼 수 있습니다. 어느날 아침에 일어나 보니, 내가 벌레 외계인으로 변신해 있다고 칩시다. 손발의 구조와 머리, 장기의 구조가 모두 벌레와 똑같은 형식이고 인간이었던 어제의 나와는 전혀 다른 구조가 되었다고 합시다. 그렇다면, 이 벌레는 여전히 "나"인 것이 맞습니까? 어제의 나와 뇌 구석구석까지 동일한 부분이 하나도 없는데도 그래도 "나"입니까? 어쩌면, 이것은 어떤 거대하고 매우 지능이 좋은 벌레가 "어제까지 나는 인간이었다"고 착각하고 있는 것 아닙니까? 적어도, 그런 모양에 상황에 훨씬 더 가까운 것 아닙니까?<br />
<br />
<img src="http://blogfile.paran.com/BLOG_263294/200910/1256735910_64129_S13_005830.jpg"><br />
(번민하는 주인공)<br />
<br />
그래서 이 영화가 그냥 "변신"의 이야기를 외계인으로 바꾼 것이냐 하면 그것은 또 아닙니다. 이 영화의 절반 정도는 또다른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중심 줄거리와 주인공이 겪는 갈등은 분명히 "플라이"와 "변신" 이야기 계통이었습니다. 인물군의 구성이나 평범한 사람인 주인공이 애정을 갖고 있는 주인공의 아내 등등의 인물들의 성격까지도 비슷합니다. 그러나 이 영화는 거기에 상당히 다른 내용을 동시에 집어 넣었습니다. 영화는 그냥 줄거리 요약으로만 전달이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 세상의 묘사가 화면으로 보여서 시각에 담기는 것이라는 점을 이용했습니다. 즉, 이 영화는 줄거리 요약과 갈등 구조만 보면 "플라이"의 후계입니다만, 눈에 펼쳐지는 화면은 "나는 전설이다" 소설과 조지 로메로가 감독한 "좀비 영화 시체 3부작"등등의 영화들과 비슷한 계통이라는 생각이 자꾸 든다는 것입니다.<br />
<br />
이 영화가 무엇보다 중요하게 다루고 있는 배경 상황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외계인들이 "난민"들이라는 점입니다. 이 영화속의 외계인들은 인간과 대등하게 겨룬다거나, 인간들보다 우월한 동경이나 공포의 존재가 아닙니다. 이 영화속의 외계인들은 먹을 것이 없어서 거지처럼 살면서 제대로된 집도 없이 수십만명씩 황량한 판자촌에 널브러져 사는 가장 비참한 난민 신세로 나와 있습니다. 무엇 때문이었는지 우주선이 지구에서 멈추어서 오갈 데 없이 헤메다보니, 결국에는 인간들에 의해서 "보호구역"에 사는 신세가 되어 온갖 차별과 범죄에 얽힌 극빈층 난민이 되어 버린 것입니다.<br />
<br />
인간 보다 더욱 뛰어난 대상, 더욱 무서운 괴물이라는 면이 강조되는 일이 많은 영화의 세계에서, 일단 이런 구성은 호기심을 자아냅니다. 그냥 다른 영화에서 외계인과 인간이 치고 받는 상황과는 색다른 이야기거리들이 나타날듯 하기 때문입니다.<br />
<br />
아쉽게도 저는 정말로 많이 색다른 이야기, 정말로 흥미로운 이야기거리를 찾아냈다고 느끼지는 못했습니다. 인간에게 얕보이는 연약한 외계인을 다룬 이야기들로서는 차라리 "스타트렉" 에피소드들에 나오는 비슷한 소재를 다룬 이야기들이 더 강렬한 것들이 있고, 한국 작가인 듀나의 몇몇 SF 단편 소설들 중에도 훨씬 강렬한 것들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멀리 갈 것도 없이, 듀나의 근간 "용의 이"에 수록된 "거울 너머로 가다"만 해도 비슷하게 "연약한 외계인" 이야기로 출발해서 훨씬 색채가 화려하고 이야기의 뻗쳐나가는 모양도 더욱 과감했다고 생각합니다.<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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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g src="http://blogfile.paran.com/BLOG_263294/200910/1256735910_64129_S20_005832.jpg"><br />
(인간을 피해 도망가는 외계인)<br />
<br />
그렇긴합니다만, 이 영화는 다른 장점이 있습니다. "연약한 외계인" 소재를 이야기로는 멀리 밀고 나가지 못했지만, 그걸 이용해서 "좀비 영화 시체 3부작"에서 사용하던 과감한 장면들, 기묘한 화면들을 팍팍 보여주고 있는 것입니다. "외계인"이라는 어떤 상황에든 대강 갖다 붙일 수 있는 소재를 이용하고, 외계인들이 극빈층 난민이 되어 수십만명씩 우글거리고 있다는 상황을 깔아 놓고는, 이것저것 잘도 보여주는 것입니다.<br />
<br />
끝없이 펼쳐진 묵시록적인 폐허와 같은 무너져 버린 도시의 모습, 그 도시에서 끝없이 문명의 쓰레기 더미들을 뒤지면서 살아가게 되는 모습, 그 와중에 그런 쓰레기들을 기묘하게 재활용해서 대단해 보이는 것을 만들어낸 모습, 무법천지 세계의 처절한 다툼과 그 와중에 애틋하게 남아 있는 작은 가족간의 정, 쓰레기 세상에서 왕노릇을 하는 폭력조직, 왠만큼 총을 쏘아도 버텨내면서 느릿느릿 움직이는 괴물, 정의의 편인 듯 하지만 잔인한 폭력광으로 묘사되는 살벌한 군인 조직, 그 악당 군인에게 마지막 순간에 몰려들어 뼈와 살을 분리해 버리는 괴물 떼거리, 하다 못해 우리 세계에서는 깔끔하게 정리된 간식거리 같은 느낌인 통조림 음식에 집착하는 것 까지 갖가지 비스무레한 흥미로운 장면들을 볼 수 있습니다.<br />
<br />
이런 내용들은 우선 시선을 끌고 개중에는 과연 흥미진진하게 구성된 장면들도 있습니다. 이 영화의 전반부에서는 먼저, 지금 우리가 사는 생생한 현실 세계와 별 다를 바 없는 영화속의 시내를 보여주고, "좀비 영화 시체 3부작" 세계와 비슷한 분위기로 꾸며져 있는 "디스트릭트9"으로 주인공 일행이 진입해서, 조금씩 그 세계의 부분 부분을 들여다 보면서 진행되고 있습니다. 이런 내용은 이 영화의 형식인 보도 프로그램 흉내와도 잘 들어 맞아서, 풍자적인 느낌과 현실감을 유지하면서 동시에 "좀비 영화 시체 3부작" 세계의 재미난 점들을 쏙쏙 골라내서 화면에 풍성하게 펼쳐 놓습니다.<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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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g src="http://blogfile.paran.com/BLOG_263294/200910/1256735910_64129_S25_005834.jpg"><br />
(헬리콥터를 타고 괴물들이 득실대는 쓰레기 더미 세상에 도착하는 주인공)<br />
<br />
그런가하면, 좀 부족한 면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서 이 영화는 자극적인 강렬한 내용을 보여주기 위해서 적당히 징그러운 장면이나 좀 잔인한 장면을 넣어 놓은 부분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부분 중에는 영화 내용에 잘 들어맞게 어울린다기보다는, 그저 "좀비 영화 시체 3부작"에서 이목을 끌고 지루함을 달랬던 몇몇 잔혹 장면들을 적당히 반복하면서 때운다는 느낌에 그치는 것들이 있습니다. 본격 공포 영화의 장면들처럼 모골이 송연하게 잔인한 내용이 펼쳐지는 수준은 아니고, 그저 사람에게 도끼질 같은 칼질을 하는 모습이랄지, 살벌한 군대 비슷한 조직에서 지하 비밀 실험 기지에서 무시무시한 실험을 한다든지 하는 내용들입니다. 그런 것들이 적당히 대강 다른 곳에서 보니까 꽤 자극적으로 보이니까, 우리 영화에서도 보여주면서 시간 좀 때워보자 하는 식으로 나온다는 느낌이 없잖아 있었다는 것입니다.<br />
<br />
그렇습니다만, 영화 전체에 지장을 줄정도로 엉뚱하게 돌아가는 정도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전체 줄거리와 갈등과 적당히 엮여 가면서, 이 영화의 독특한 배경을 잘 담아내고 있습니다. 그렇게 해서, 이 영화가 표현하고 있는 "좀비 영화 시체 3부작" 같은 영화들의 재미난 장면들을 화면에 멀끔하게 잘 깔아 놓아서 재미의 절반을 책임진다는 임무는 꽤 열심히 수행했다고 느꼈습니다. 그렇게 해서, 줄거리와 갈등 관계는 "변신"과 "플라이"와 비슷한 부류의 이야기를 하면서, 눈으로 보여주는 것은 "좀비 영화 시체 3부작"과 비슷한 것을보여주는 이 영화 속의 세계가 꽉 채워졌습니다.<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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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g src="http://blogfile.paran.com/BLOG_263294/200910/1256735910_64129_S23_005833.jpg"><br />
(무법천지를 호령하는 무시무시한 군인)<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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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더 좋아졌으면 싶은 부분을 생각해 본다면, 저는 영화 속에 등장하는 외계인과 외계인 관련 기계들의 모양이 좀 더 재미났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br />
<br />
외계인의 모습은 "벌레 외계인"이나 "플라이"에서 생각할 수 있었던 곤충인간의 범위를 크게 벗어나지 못하는 좀 전형적인 모양이고, 외계인 우주선의 모양은 "미지와의 조우"에 나오는 우주선 모양과 대동소이합니다. 땅 위에 어마어마한 그림자를 드리우는 커다란 원반 모양인데 나름대로 더 크고 그럴듯한 느낌을 주기 위해서 이런저런 작은 기계 덩어리들을 가득 갖다 붙인 형식 그대로입니다. 심지어 우주선이 움직일 때 내는 소리와 이 소리를 표현하기 위해 건물 유리창이 깨지는 모습 같은 것들까지도 "미지와의 조우"에 나왔던 손꼽히는 멋진 장면을 그대로 반복하는 수준입니다. 외계인 무기 중에 가장 멋진 것으로 나오는 두 발로 걸어 다니는 기계 역시 "에일리언2"에 나왔던 기계와 비슷한 점을 많이 찾아 볼 수 있지 않나 싶습니다.<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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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g src="http://blogfile.paran.com/BLOG_263294/200910/1256735910_64129_S34_005857.jpg"><br />
(작은 인간의 장비와 대조되는 거대한 외계인의 우주선)<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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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도, 외계인의 발달된 컴퓨터 작동 방식을 보여주는 장면이 소위 말하는 "마이너리티 리포트" GUI와 거의 차이점이 없다는 점은 상당히 실망스러운 대목이었습니다. 이제는 실제 연구 제품이나 영화/TV 장면들에서 "미래의 컴퓨터"하면 허구헌날 "마이너리티 리포트 장면 같은 것"을 너무나 많이 보여준 듯한 느낌이 들기도 하는데, 사람도 아닌 외계인의 컴퓨터까지 거기에 매여 있다니. "애플 제품은 한국 사정에 맞지 않다"고 비아냥 거리면서도, 아이팟 제품군이 나오기가 무섭게 겉모습에 작동방식, 이름 붙이는 법까지 최고속력으로 복제하는 한국의 전자제품 회사들과 비슷한 외계인들 아닌가 싶기도 했습니다.<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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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기하고 이상한 것들을 보여주려는 소재에, 괴상하게 두 가지 내용을 잡탕해서 보여주는 영화인만큼, 아예 화끈하게 많이 특이하고 신비로워 보이는 물건, 생물들이 더 나왔으면 좀 더 좋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는 것입니다. 다른 영화에서는 잘 못보던 것, 내지는 사람의 상상력의 다채로운 면모를 보여줄 수 있는 미술, 디자인을 화려하게 시도하는 것 이런 것들을 좀 더 구경해 보고 싶었습니다.<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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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g src="http://blogfile.paran.com/BLOG_263294/200910/1256735910_64129_S18_005832.jpg"><br />
(톰 크루즈의 인기는 떨어졌지만, 이 소프트웨어의 인기는 외계에서도 아직까지 유행이구나)<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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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지만 이것 역시도 그렇게 크게 문제가 있는 수준은 결코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반대로 기교적, 기술적인 세심함은 여느 영화와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로 공을 들인 듯 보일 때도 있습니다. 이 영화에 등장하는 외계인이나 외계 물건의 모양이 좀 진부한면은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결코 별로 안 어울린다거나 영화에 방해가 되는 수준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반대로 영화속 갈등의 설명과 감정의 고조를 돕습니다.<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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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대표적이고 선명한 사례는 이 영화 속의 외계인의 모습입니다. 앞서 언급했다시피, 이 영화 속 외계인의 모습은 그냥 예로부터 내려오는 벌레 인간 외계인입니다. 더듬이, 입 둘레의 촉수들과, 손가락, 발가락 모양의 세세한 모양들은 이 외계인은 징그럽고 추하다는 느낌을 주게 꾸며 놓았습니다. 어딘지 인간과는 전혀 다른 모양이라서, 친근하고 반갑게 여기기는 어려운 모양으로 해 놓았습니다.<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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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그랬으면서, 두 팔을 갖고 있고 두 다리로 걸어다니면서 목소리로 말하는 언어를 갖고 있습니다. 동족애가 있고 부모 자식 간의 정이 있는 모양으로 해 놓았습니다. 그렇게 보면 사람 같고, 존중받아야할 지성을 갖춘 존재 같은 느낌도 풍부합니다. 균형을 잘 잡아 그 모양을 꾸며 놓아서 징그러운 벌레 모양이라는 느낌은 그대로 남겨져 있으면서도, 동시에 그 희로애락은 전달되도록 해 놓았습니다. 분명히 정다운 이웃이라는 느낌을 느끼기 어려울 만큼 혐오스럽게 꾸며 놓았지만, 그러면서도 고난을 당하는 외계인의 모습은 동정심이 느껴지고 슬퍼하는 외계인의 표정이 마음에 와닿을 수 있도록 디자인을 잘 맞추어 놓은 것입니다.<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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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g src="http://blogfile.paran.com/BLOG_263294/200910/1256735910_64129_S11_005830.jpg"><br />
(여어, 형씨 안녕하쇼?)<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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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이 영화 속 외계인의 모습은 이 영화의 "풍자" 중에서 가장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는 "아프리카 빈곤 문제"에서 인종주의를 풍자하는데에 무엇보다 강력한 기능을 합니다. 이 영화 속의 외계인을 보고 관객들이 느끼는 혐오감과, 동시에 같이 전해지는 동정심과 공감은 다름아닌 대항해시대 무렵 유럽인들이 아프리카인 노예들을 보면서 느끼던 감정을 과격하게 확대해 놓은 것이라고 할만 할 것입니다.<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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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저히 우리의 아름다움에 대한 기준으로 인간적인 친근함을 느낄 수 없는 대상이고, 도리어 징그러운 괴물처럼 보이는 추잡한 벌레 같은 느낌이, 이 영화 속에서는 그야말로 벌레 처럼 보이는 모양으로 보이기에 그대로 그런 느낌이 듭니다. 그런데, 그러면서 오묘하게도 이들도 우리와 같은 감정이 있고, 우리와 같은 지능이 있는 존재라는 점을 느끼게 해 줍니다. 존중해 주는 것이 더 도덕적이라는 생각이 꿈틀 거리게 됩니다. 이들을 보면서 느낄 수 밖에 없는 추하다는 감성과 거기에 연결된 자연스러운 선호와 편견이 어떻게 차별로 치닫고, 부당한 권리의 무시와 사악한 생명의 경시로까지 연결될 수 있는지 격하게 보여주고 있는 것입니다.<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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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풍자 수법은 이 바닥의 정석이기도 합니다만, 이 영화에서는 열심히 외계인 모양을 잘 만들어서 그럴싸하게 움직이게 한 덕분으로 그 효과가 썩 빼어 났다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서, "화성인 지구정복(They Live)" 같은 영화는 정 반대의 방향으로 외계인의 기괴한 모습을 보여주어서 세상에 만연한 계층 문제를 극단적으로 풍자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화성인 지구정복" 보다는 이 영화가 보여주는 방식이 더 부드럽고, 더 그럴듯하고, 더 이야기속에 잘 녹아서 어울렸다고 느꼈습니다.<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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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g src="http://blogfile.paran.com/BLOG_263294/200910/1256735910_64129_P04_005742.jpg"><br />
(권리를 보장하라!)<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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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이 나와서 이야기인데, 이 영화에서 빼 놓지 말고 마지막으로 언급해야 할 것이 있다면, 역시 이 영화가 다루는 방대한 "아프리카 문제"들입니다. 이 영화는 사회에서 개인의 소외를 다루는 "플라이"류의 이야기와, 또다른 방식으로 사회 비판적인 면이 많았던 "좀비 영화 시체 3부작"류의 이야기를 동시에 다루되, 그 두가지를 다루면서 비판의 대상, 비판의 소재는 주로 여러가지 "아프리카 문제"로 잡았습니다. 인종차별, 부족문제, 끝없는 빈곤, 난민 문제, 무정부주의 범죄 조직, 위선적인 정부 정책과 정부의 속임수에 넘어가는 취약 계층, 해결책을 찾기가 너무나 막막해 보이는 이상의 문제들이 어지럽게 얽혀 있는 모양. 가지각색으로 이 영화에는 풍자적인 형태로 나오고 있습니다.<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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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예 시작부터 그렇습니다. 이 영화는 시작 대목 즈음에서 "도대체 왜 외계우주선이 뉴욕도 파리도 아니고,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요하네스버그 상공에 나타났는지 모르겠다."라고 합니다. 영화 속의 사람들은 그렇게 시치미 떼고 말합니다.<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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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습니다만, 이 영화를 보다보면 영화 밖의 관객에게는 너무나 자명하게 "극단적인 인종차별과 인종분리주의가 많은 혼란을 빚었던 나라"라는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부정적인 역사를 격렬하게 풍자하기 위한 이유로, 하필이면 요하네스버그 상공으로 극단적인 차별을 받는 외계인들이 나타난 것임이 눈앞에 펼쳐집니다. 외계인들은 분리 구역에서 생활하고 일반인들에게는 극단적인 혐오를 받고, 비참하기 그지없는 빈곤속에서 수많은 범죄와 폭동에 시달리고 있습니다.<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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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지난 세기의 마지막 무렵까지 아파르트헤이트가 온갖 문제를 야기해서 인종간 대립의 어떤 상징과도 같았던 그 땅에서, 이제는 인간들이 "모습이 낯설고 거부감이 느껴지는 다른 존재"를 분리 구역으로 밀어넣어 두고 갈등을 빚고 있는 것입니다. 그 상징적인 풍자는 워낙에 격렬해서, 진지한 비판 수준을 확 초월해서, 아예 인종차별의 역사를 소재로 어이 없는 블랙코미디로 활용되는 느낌이 들 때도 많습니다.<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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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g src="http://blogfile.paran.com/BLOG_263294/200910/1256735910_64129_P05_005742.jpg"><br />
(버스와 차별 문제)<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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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적인 표현이 좀 부족할지라도, 여기서 이 영화는 여기서 한 발짝 더 나아간다고 볼 수도 있을 것입니다.<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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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 속에서는 차별과 빈곤에 대한 이야기를 실제로 남아프리카 공화국에서 벌어졌던 일에 빗대어 이야기 하되, 인류 전체와 외계인의 구도로 풀어내고 있습니다. 그래서,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차별이나, 남반구의 빈곤 문제라는 제한된 실제 사건을 풍자하는 이야기가, 인간이라면 누구나 어느 사회에서나 느낄 수 있는 보편적인 차별과 빈곤의 문제 이야기처럼 느껴지게 되는 듯 합니다. 인간 대 외계인의 이야기이다 보니, 그저 자본주의 사회의 빈부격차 비판이나 유럽 문화권 중심의 인종차별 비판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모든 인간 사회가 안고 있는 저마다의 계층 문제와 차별 문제를 지목하는 듯한 효과가 있어 보인다는 점입니다. 이런 점은 "외계인"이라는 인류 자체에 대응 되는 무리를 상상하는 SF물 고유의 특징이 힘을 발휘한 부분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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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 속에서 결코 극적으로 아주 잘 활용되어 있는 정도라고 까지는 할 수 없겠습니다. 하지만 이 영화는 이런 강점을 어느 정도선에서 갖고 있다고 이야기할 수는 있다고 생각합니다.<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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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g src="http://blogfile.paran.com/BLOG_263294/200910/1256735910_64129_P51_113310.jpg"><br />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분리 수용 구역)<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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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이켜 보자면, 이 영화는 "플라이"와 "변신"에서 볼 수 있는 재미거리와 "좀비 영화 시체 3부작"에서 볼 수 있는 재미거리들을 이리저리 잘 뽑아내어서 둘 다 풍부하게 늘어 놓은 것이라고 볼만합니다. 두 부류의 이야기들이 서로 절묘하게 어울리지도 못했고, 그래서 두 가지가 엮이면서 나오는 새로운 경지의 감격을 주지도 못했고, 두 부류의 이야기들이 같이 나와서 서로 상승 작용을 일으키는 면도 그다지 많지는 못했습니다. 그렇기에 정말로 엄청나게 재미난 영화가 되어 심금을 울리는 감동을 주지는 못했다고 생각합니다.<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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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래도 여러 부류의 이야기들에서 찾아 볼 수 있는 재미난 점들을 잘 골라내어서 그다지 어색하지 않게 풍부하게 늘어 놓은 것 자체만은 꽤 잘 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영화를 보면서 지루할 새도 없고, 보면서 이리저리 살펴보고 구경할 거리도 다양했다고 생각합니다.<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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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전체의 흐름 속에서 강한 힘을 쓰는 수준은 안됩니다만, 연출 기교가 그럴싸한 부분도 가끔씩 눈에 뜨입니다. 보도 프로그램 패러디 형식과 전통적인 이야기 영화 형식을 동시에 사용하면서 설명하기 난감한 부분이나 이야기를 연결하기 곤란한 부분을 대충 때워 버리는 부분 같은 것들이 생각납니다. 극적인 변화가 일어나고, 어떻게 해서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참 의외인데, 대충 "이부분은 신비로운 풀리지 않은 수수께끼 입니다" 라고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 "알고 싶은데 궁금하게 모르는 부분" 이야기할 때처럼 "신비롭게" 때우고 넘어가버리는 것입니다. 이런 술수는 야박하지만 경제적이라 할만합니다. 그렇게해서, 도대체 어떻게 해서 주인공은 외계인으로 변신하는 운명이 되었는지, 무엇때문에 외계인들이 나타났고, 외계인들은 무슨 생각으로 저러고 다니는지, 이야기의 중요한 근거와 연결고리가 되는 부분들이면서도 이유를 만들어내기 어려운 부분을 "영화 만든 나도 참 궁금하다" 이러면서 슬그머니 넘어가 버리는 것입니다.<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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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환영이나 꿈 속의 짧은 한 장면처럼 달라 붙어 있는, 맨 마지막 장면도 기억에 남을만했습니다. 사실적인 보도 프로그램 장면이 펼쳐진 후에 자연스럽게 연결되었지만, 내용을 보면 결코 사실적인 보도 프로그램의 한 자료 영상이 될 수는 없는 장면입니다. 누구도 본 적이 없는 장면이면서, 짧게 잠깐 스쳐가는 환상과 같은 내용입니다. 하지만, 복선을 이용하고 주인공의 처절하면서도 서글픈 감상을 단적으로 담아내는 장면이기도 합니다. 그러면서도 기괴하고 무시무시한 화면을 사용해서 강하게 인상을 남기도록 꾸몄습니다. 그러다보니, 주인공의 막막하고 절망적인 처지의 암담한 느낌도 어느 정도 표현됩니다. 그 모습은 마치 "천상의 피조물들"의 마지막 장면과 비슷한 면이 있습니다. 그러면서도, 마지막에 그렇게 환영처럼 짧게 스쳐지나가기에, 여운도 남기고, 은은히 이어지는 의지랄지, 소박한 처연함이랄지 하는 느낌도 남기는 것입니다.<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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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밖에...<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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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거민을 이주시키려고 출동하는 보안회사 직원들, 이주지역을 아름다운 곳이라고 사기치는 정부의 모습 같은 것들과 이런 사람들이 점차 과격해져서 주인공과 싸우게 되는 구도는 "로보캅3"와 아주 많이 비슷해 보였습니다. 그래서 한동안은 좀 싱겁고 뻔해 보이는 느낌이 드는 때가 있기는 했습니다. 로보캅 주제곡 만큼 멋진 주제곡도 없고, 화려 무쌍하게 최후의 용사로 등장하는 로보캅의 호기로운 장면도 없어서, 그렇게만 보면 이 영화는 로보캅 보다는 재미없습니다. 그런데도 내용은 거의 똑같이 따라가는 듯 하니까, 굉장히 도전적인 풍자극처럼 출발한 모양새치고 약간 김이 빠진다 싶었던 것입니다.<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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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ategory>영화</category>

		<comments>http://gerecter.egloos.com/4567527#comments</comments>
		<pubDate>Wed, 28 Oct 2009 13:43:13 GMT</pubDate>
		<dc:creator>게렉터</dc:creat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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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CDATA[ 여(女) ]]> </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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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DATA[ 
  1968년작 한국 영화, "여(女)"는 한국 영화 역사상 최고의 인기를 누린 영화배우, 신성일이 거물급 여자 배우 세 명과 짝을 바꿔 가며 찍은 환상물 옴니버스 영화입니다. 다시 말해서 이 영화는 약간 기괴한 소재를 다루는 세 편의 짧은 이야기로 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세 편 모두 남자 주인공은 신성일이지만, 여자 주인공은 저마다 다르고 영화의 각본과 감독도 서로 다르다는 것입니다.<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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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g src="http://blogfile.paran.com/BLOG_263294/200909/1253542953_a.png" /><br />
("여" 영화 포스터)<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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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편 모두, 출발과 사용하는 소재는 상당한 흥미를 끕니다만, 전체적인 얼개나 절정/결말의 구성은 부족한 데가 많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그러니까 세 편 모두 기괴한 상황을 고안해 내서 들이미는 데 까지는 썩 흥미롭습니다. 하지만 그걸 어떻게 풀어내서 해결하느냐 하는 데서 미끄러진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신기하고 도전하고 싶은 생각이 드는 수수께끼 문제를 만드는데는 성공했는데, 도무지 문제를 만든 사람도 해답은 명쾌하게 만들어내지 못한 모양인 것입니다. 그러므로, 이 영화는 영화를 보면서, 어떤 소재, 어떤 상황을 제시하는지, 그 첫머리를 보고 신기해 하는 것이 가장 재밌는 순간이 된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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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습니다만, 이제부터는, 이 영화 속에 들어 있는 세 편의 이야기들을 각각 어떻게 짜놓았는지 한 번 살펴 보겠습니다.<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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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번째 이야기는, "시정(詩情)"이라는 소제목을 달고 있는 이야기 입니다. 이 이야기는 첫머리가 흥미진진하고 연출도 그럴싸하고 흡인력도 강합니다. 하지만 그런만큼 중반부 이후로 급격하게 우스꽝스럽고 재미없어지는 정도가 세 편 중에 가장 심한 것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여자주인공은 60년대 여자 영화 배우 트로이카로 명성을 드날렸던 문희가 맡고 있습니다.<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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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는 시작을 확 "클리프 행어" 장면으로 해버리면서 막바로 관객의 호기심을 자아내는 영화입니다. 문자 그대로 영화가 시작하자마자 어느 깊은 산 암벽에 매달려 있는 신성일을 보여주는 것입니다.<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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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객들은 신성일이 왜 저렇게 깊은 산 속에 오게 되었으며, 어쩌다가 저렇게 위험하게 벼랑에 매달리게 되었는지 바로 호기심이 생기면서 영화에 빠져들게 됩니다. 그리고, 벼랑에 매달린 신성일이 살아 날 수 있을지 떨어질 지 아슬아슬해 하면서 어떻게 다음으로 연결될 지 궁금함을 느끼게 합니다. 그야말로 전형적인 "극적"인 구성입니다. 관객은 신성일의 친지도 아니고, 신성일이 선한 사람인지 악한 사람인지도 전혀 모르면서 영화를 보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그런데도 그저 사람이 하여간 괴로워하면서 벼랑끝에 매달려 있으니까, 그럭저럭 긴장감과 함께 "어떻게 되려나"하는 호기심이 확 생기는 것입니다. 이 대목에서 신성일의 연기도 썩 좋아서, 영화 화면에 감정을 알아 보기 쉽게 드러내는 표정의 과장이 잘 살아 있으면서도 현실다운 진짜 같은 느낌도 풍부합니다.<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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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g src="http://blogfile.paran.com/BLOG_263294/200909/1253542953_c.png" width=450 /><br />
(산악인 신성일)<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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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다음 장면에서 신성일은 벼랑에서 떨어지고, 부상을 입게 됩니다. 신성일은 그탓에 움직이지 못하게 되고 대충 기면서 바위틈 사이로 깊은 산속 도무지 어디인지 알 수 없는 곳으로 계속 굴러들어가게 됩니다. 그러다가 신성일은 지쳐서 주저 앉게 되고, 그대로 꼼짝 못하고 쓰러진 채 드러누워서 비몽사몽간에 밤을 맞게 됩니다.<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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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이 되자 화면에는 까만 밤하늘에 뜬 반달 같은 것이 하나 나옵니다. 그리고 화면은 그대로 가만히 고정되어 있습니다. 드러누워서 의식이 점점 흐려지면서 죽어가는 신성일의 시선 처럼 보입니다. 화면에 나온 반달은 조금씩 흔들립니다. 신성일이 정신을 완전히 잃어버리는 것인가 싶습니다. 화면의 반달은 조금씩 더 흔들리더니 조금씩 빛이 강해지고 커집니다. 조금 더 시간이 지나면서 그 빛은 형체를 갖습니다. 그것은 등불입니다. 눈앞에 보이던 반달 같은 빛은 멀리서 보이던 등불이었던 것입니다. 등불은 이쪽으로 점차 다가오고 있으므로 점점 더 형체가 뚜렷해 집니다. 등불을 든 사람은 두 명의 여자 입니다. 이렇게 깊은 산 속에 어떻게 해서 저런 두 여자가 있는 것입니까? 등불을 든 두 사람은 신성일에게 다가옵니다. 여자 중에 더 어리고 젊은 쪽의 여자가 하는 말이 신성일의 귀에 꿈결처럼 메아리칩니다. 쓰러져 있던 신성일은 두 여자에게 구출되어 다른 곳으로 가게 됩니다.<br />
<br />
이 부분의 연출은 훌륭합니다. 산속에서 길을 잃고 도무지 알 수 없는 깊은 숲속에 들어와서 부상을 당한 그 적막한 심정이 표현되었습니다. 그리고 동시에, 멀리서 보이던 불빛이 주인공을 도와주는 사람들의 등불임이 드러나는 방식도 재미납니다. 저 불빛이 무엇일까? 사람이구나, 이제 살았다. 도대체 이 사람들은 뭐하는 누구일까? 관객들도 자연스럽게 궁금해 하게 됩니다. 바로 영화 속의 신성일이 궁금해하면서 느낄 감정을 관객이 똑같이 느끼게 되는 것입니다. 한마디 대사도 없고, 무슨 다른 해설로 설명을 하는 것도 아닙니다. 하지만 관객들은 화면에서 신성일이 보는 것을 보면서 극중인물과 같은 장면을 화면 밖 객석에 앉아서 그대로 느끼게 됩니다. 관객은 영화속의 신성일이 보는 것을 보면서 영화 속 신성일과 똑같은 마음으로 완전히 이입해서 눈앞에 펼쳐지는 빛과 형체를 유심히 관찰하고 고민하고 추측하고 깨닫습니다.<br />
<br />
이 영화 속 장면의 분위기가 훨씬 간촐하기는 합니다만, "아라비아의 로렌스"에 나오는 유명한 오마 샤리프의 등장 장면을 방불케 하는 데가 있습니다.<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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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g src="http://blogfile.paran.com/BLOG_263294/200909/1253542953_b.png" width=450 /><br />
(깊고 깊은 산속에 알 수 없는 계단이 있다. 여기는 어디인가?)<br />
<br />
잠시 후, 신성일은 깊은 밤 어느 방안에서 눈을 뜹니다. 그 산 속에 있는 외딴 산장인 듯 한데, 어떤 연유로 이렇게 깊은 산에 있는 산장이 있는지, 자신을 구출해준 사람은 어떤 사람들인지 도무지 알 길은 없습니다. 수없이 많은 생각과 궁금함이 교차하는 가운데, 신성일은 좌우를 두리번 거립니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고, 아무것도 들리지 않습니다. "아무 소리도 안들린다" 내지는 "인기척이 없다"라는 사실을 강조하기 위해서, 이 영화에서는 계속 물방울 떨어지는 소리를 똑, 똑, 똑 들려주고 있습니다. 일부러 소리를 들려주어서 그 소리 외에는 아무것도 안들릴만큼 고요하다고 표현하고 있는 것입니다. 영화에 자주 쓰는 방법이고, "길을 잃은 사람이 귀곡산장에 가는 영화"에서 자주 쓰는 방식이지만 기본기가 훌륭하게 잘 되어 있습니다. 분위기는 을씨년스럽고, 두 여자의 정체는 몹시 궁금합니다.<br />
<br />
두 여자는 조금 나이든 중장년층 정도의 여자와 그 딸 내지는 조카뻘 쯤 되어 보이는 10대 후반 정도로 보이는 여자 입니다. 어린 여자의 목소리는 괜히 공허하게 울림이 많게 되어 있고, 자꾸 한 말을 반복하는 등 정신이 좀 이상한 듯, 정상이 아닌 듯 보입니다. 반면에 늙은 여자는 어둡고 음침한 느낌이 너무 강합니다. 무슨 비밀을 갖고 있는 사람들입니까? 범죄와 연관되어 있는 사람들입니까? 길 잃은 사람이 나오면 해치는 정신병자 같은 사람들입니까? 궁금합니다. 생각하기에 따라서 어두운 늙은 여자와 약간 정신이 이상한 듯한 밝은 어린 여자의 구도는 리처드 매서슨의 한 단편 소설을 연상하게 합니다.<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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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 늙은 여자가 나타납니다. 별 특별한 이야기를 한 것은 아니지만, 어두운 탓에 얼굴이 전혀 보이지 않고 그저 까맣게만 보입니다. 얼굴이 안 보이고 윤곽만 보이는 그 영상 때문에 알 수 없는 느낌, 불길한 호기심은 더 커집니다.<br />
<br />
이렇게 이야기를 연결해서 붙여넣고 있기 때문에, 관객은 신성일이 뭐하는 사람인지 어쩌다가 여기에 왔고 왜 길을 잃었는지 하는 궁금함은 모두 잊게 됩니다. 대신에 신성일이 선인인지 악인인지도 모르면서도, 관객들은 모두 신성일의 마음과 같은 마음이 되어, 오직 이 이상한 두 여자의 사연과 정체가 궁금하다는 생각만을 영화 속 신성일과 똑같이 하게 됩니다. 더 큰 수수께끼가 나타나면서 앞의 수수께끼는 잊혀지고 알 수 없기는 매한가지인 주인공을 오히려 친근하게 믿게 되는 것입니다. 이야기가 잘 짜여져 있습니다. 감정이입을 중요시하는 이야기들에서 쓰는 기술이고, 반전으로 엮어 쓰기에도 좋은 기술인데, 이 영화에서도 이만하면 매끄럽게 해내고 있습니다. "로스트", "앨리어스" 같은 소위 말하는 "떡밥극"에서는 아예 대량생산으로 써먹는 그 기술이, 이 영화에도 잘 녹아 있는 것입니다.<br />
<br />
여기까지가 이 이야기의 도입부 입니다. 그리고, 이 이야기의 아쉬운 점은 허망하게도 이게 이 영화에서 건질 전부라는 것 입니다. 이제부터, 영화는 별로 재미도 없고, 이야기 전개도 싱겁고 느리고, 끝까지 봐 보았자 딱히 대단한 반전이나 강렬한 결말도 없이 썰렁할 뿐입니다.<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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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g src="http://blogfile.paran.com/BLOG_263294/200909/1253542953_d.png" width=450 /><br />
(정신을 차려보니, 여기는 어디인가? 누가 나를 구해준건가?)<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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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여자의 정체는 유모와 아씨입니다. 현대가 배경이기 때문에 "아씨"라는 인물은 좀 안어울리는데, 그러고보면, 굉장한 귀족급의 부자인가 봅니다. 당연히 문희가 아씨 역할을 맡았는데, 두 사람이 이렇게 깊은 산속에 있는 아무도 알 수 없는 곳에서 사는 이유는 아씨가 남녀간의 애정이 있는 속세를 피하고자 하기 위해서 입니다. 여기까지만 꺾어 놓으면 음침하고 살벌한 욕망과 금기가 넘실거리는 괴기스러운 배경으로 그만이겠습니다. 하지만, 아씨가 왜 속세를 피하고자 하는지는 좀 허망합니다. 이유란 아씨가 어릴 적부터 불임이라는 진단을 받았기 때문에, 결혼을 포기했기 때문입니다. 그게 왜 속세를 떠나는 이유가 되느냐 싶은데, 영화 속에서 하는 이야기는 결혼을 포기했기 때문에, 남녀간의 사랑도 저버리고 살겠노라고 하는 것입니다.<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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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가 좀 막나가는 구석이 있는만큼 조금 더 정신병적이고 광기어린 분위기로 만들었으면 훨씬 그럴듯했을 겁니다. 아닌게 아니라  이 "아씨"라는 인물은 말하는 투나 말하는 대사나 결코 맨정신은 아닌 듯 하기 때문에 충분히 그렇게 만들 수 있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렇게 안햇습니다. 대신에 이 영화는 이 아씨가 신성일과 첫눈에 갑자기 사랑에 빠지면서, 애절한 사랑이야기 연기를 문희에게 시키는데만 집중합니다. 그래서 광기 어린 괴기물 분위기는 다 날려 버립니다.<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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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마 애절한 사랑 이야기가 무슨 수가 있느냐하면 그것도 아닙니다. 신성일이 집에 갔다가 결혼을 허락 받고 10일만에 돌아오겠다고 하는데, 신성일은 1개월 이상 시간을 소모하고, 게다가 너무나 깊은 산속에 아씨가 살고 있기 때문에 산속에서 헤메게 됩니다. 신성일이 늦게 도착해 보니, 아씨는 긴 머리카락을 잘라서 유품으로 남기고 죽어 있습니다. 그리고, 그게 끝인지 뭔지 갑자기 필름이 확 잘리면서 다음 이야기로 넘어가버립니다. 이게 뭡니까? 아씨는 왜 죽은 것입니까? 자살한 것입니까? 병으로 죽은 것입니까? 신성일은 왜 1개월 이상이나 넘는 시간이 걸린 것입니까? 유모는 죽어가는 아씨를 보면서, "이제 하루만 더 있으면 되는데, 그걸 못 기다리고..." 어쩌고 저쩌고 하는 말을 하는데, 이건 또 무슨 소리입니까?<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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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g src="http://blogfile.paran.com/BLOG_263294/200909/1253542953_e.png" width=450 /><br />
(사랑에 빠진 아씨와 신성일)<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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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것도 알 수 없이 그냥 대충 "이건 그냥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 이야기다." 라고 밀어 붙이면서 영화가 스윽 흘러가버립니다. 추측하건데, 영화를 찍으면서 아씨가 신성일에게 버림을 받았다고 생각하고 자살을 한다는 식으로도 한 번 생각하고 찍어 봤다가, 아씨가 불쌍하게 병으로 죽어가는 게 더 낫겠다고 생각해서 촬영하기도 해봤다가 했던 듯 합니다. 그리고 무슨 시간 제한 같은 것이 있어서 아씨가 기다리고 있는데 딱 하루를 못 기다리고 안타깝게 죽는 장면, 그런 것도 나오면 괜찮겠다 싶어서 촬영했나 봅니다. 그런데, 이렇게 이것저것 찍어 놓고 보니까, 뭘 어떻게 엮어서 이야기로 꾸며야 할 지 끝까지 만족할만한 답을 찾아내지 못해서, 대충 얼기설기 차례대로 그냥 보여줘 버리고 말아버린 것으로 추측됩니다.<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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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보니, 영화상의 세세한 표현도 형편 없어져서 초라하고 우스꽝스러워 보이는 것들이 꽤 많습니다. 신성일과 문희가 열렬한 사랑을 서로 고백하는 내용은 모두 다 좀 뜬금없고 이상하고, 특히 "불임"에 대한 갈등을 제시하기 위해 문득 신성일이 당시 영화 특유의 진지하기 이를 데 없는 성우 목소리로   "나는 삼대독자야." 라고 읊조리는 장면은 아주 이상합니다. 토끼들이 산속에서 왔다갔다 하는데 그 사이의 계곡에서 무슨 비파 같은 것을 켜는 시늉을 하는 문희의 모습이 "선녀"처럼 꾸며져 있는 모양도 좀 조악하고, 이 영화 전체에서 세 가지 이야기 모두에 걸쳐 지겹게 반복되는 배경음악도 아주 답답합니다.<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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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g src="http://blogfile.paran.com/BLOG_263294/200909/1253542953_f.png" width=450 /><br />
(그래도, 원조 트로이카의 위력은 살아있습니다.)<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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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번째 이야기는 "환상"이라는 소제목을 달고 있는 이야기로, 이번 이야기에서 신성일과 짝을 이루고 있는 상대역은 김지미가 맡았습니다. 첫번째 이야기의 여자주인공 문희가 10대 후반으로 신성일보다 어린 소녀를 연기했다면, 이 이야기에서 김지미는 신성일과 비슷한 나이 또래 정도로 되어 있습니다.<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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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야기는 형식이 재미난 면 한 가지와 소재가 재미난 것 한 가지가 있습니다.<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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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먼저 눈에 뜨이는 것은 형식입니다. 이 이야기는 맨 처음 시작하면서 서울역 앞의 아침 거리를 보여주고, 바쁘게 출퇴근하는 사람들과 큰 길을 오가는 차량을 보여줍니다. 그리고 곧이어 서울역 맞은 편에 있는 한 가게를 보여 줍니다. 모 화학이라는 이름을 갖고 있는 이 가게는 플라스틱 제품을 만들어서 판매하는 가게로 보입니다. 곧 가게에서 잠을 자고 있는 주인 신성일을 보여주고, 신성일이 자명종 소리에 일어나서 기지개를 켜고, 가게 문을 여는 모습을 차례로 보여줍니다. 그리고 이 영화는 일주일이 좀 못되는 시간 동안 진행되는 사건을 보여줍니다. 그런데, 그 시간 동안 매일 아침마다 거의 똑같이 이 서울에 아침이 찾아오고, 신성일이 잠에서 깨어나는 장면을 반복해서 보여주고 있는 것입니다.<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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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블랙홀(Groundhog Day)" 같은 영화에서 대표적으로 드러나듯이, 이렇게 계속해서 같은 일이 벌어지는 아침을 똑같이 반복해서 거듭 보여주는 것은 우선은 주인공의 생활이 단조롭다는 것을 알려준다는 효과가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이렇게 단조롭게 사는 주인공이 갖고 있는 인생의 의미라든가, 심심하게 사는 주인공이 하루하루 무엇에 그나마 흥미를 느끼는지에 집중하게 해 주는 효과도 있습니다. 또 한 편으로는, 영화에서 "또 다른 하루가 밝았구나" 하는 점을 관객에게 알려주는 역할을 하기도 합니다. 막이 오르고 내리는 것과 비슷한 기능을 하는 것 입니다. 그래서, 매번 똑같이 펼쳐지는 이 신성일이 일어나는 모습을 보면서, 이 하루는 또 무슨 일이 생길까, 어제까지 펼쳐졌던 사건은 오늘 어떻게 이어지게 될까. 하는 기대감을 자극하는 효과도 있습니다.<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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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g src="http://blogfile.paran.com/BLOG_263294/200909/1253542953_g.png" width=450 /><br />
(아침에 가게문을 여는 신성일)<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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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형식에 담겨서 펼쳐지는 이 영화의 소재는 일종의 "도플갱어" 이야기 입니다. 무엇인고 하니, 서울역 앞에 시골에서 갓 올라온 처녀가 사람을 찾아 길을 잃고 헤메고 있는 것이 눈에 뜨입니다. 그런데 이 처녀가 신성일이 아는 가발공장 공장장인 "김여사"와 똑같이 생긴 것입니다. 신성일은 가발공장 공장장에게 혹시 쌍둥이 동생이 있는지 어떤지 물어보기도 하고, 이 길을 잃고 헤메는 처녀의 정체를 알기 위해 접근해 보기도 합니다. 하지만 말이 되는 것이라고는 없이 도통 수수께끼 같은 상황만 펼쳐집니다. 도대체 어떻게 해서 철두철미하게 사업을 처리하는 능숙한 비즈니스우먼인 가발공장 공장장 김여사와, 40년대에나 어울릴법한 구식 한복을 입고 서울역 앞의 길을 이리저리 헤메이며 두리번거리는 어리벙벙하기 그지 없는 시골 처녀가 똑같이 생긴 것입니까?<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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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가 진행되면 될 수록 이 수수께끼는 더 이상해집니다. 일단 남자주인공 신성일은 공장장 김여사에게 매력을 느끼고 있고, 어느 정도 흑심을 품고 있기도 하다는 점이 드러납니다. 그런데, 정상적인 접근을 하는 것과는 거리가 있습니다. 신성일은 김여사가 구경하고 있는 재판의 방청석 뒷자리에 앉아 몰래 김여사의 귀에다 "김여사의 몸과 똑같이 생긴 마네킹을 구할 수 없을까요" 따위의 대사를 속삭이는 것입니다.<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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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고해서, 서울역 앞을 헤메는 시골처녀가 뭔가 정상적인 인물이냐 하면 그렇지도 않습니다. 이 시골처녀는 매일 아침마다 서울역 앞에 나와서 헤메고 있는데, 이런 어리벙벙한 시골에서 올라온 사람에게 사기치는 사람들에게 사기도 좀 당하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변함 없이 매일 아침 눈에 뜨입니다. 신성일이 말을 걸어보면, 이 시골처녀의 이름은 "김순자"로 얼굴도 모르는 "철수"라는 사람을 "사랑한다"면서 서울에 찾아왔다는데, 대뜸 신성일이 철수가 아닌가 하는 생각도 품는 엉뚱하기 그지 없는 사람입니다. 더우기 이  집도 절도 없는 사람이 맨날 시골에서 갓 올라온 모양으로 서울역 앞에서 헤메며 그 철수라는 사람을 찾아 다닌 것이 무려 8년이나 된다고 합니다. 이게 말이 되는 소린지, 아니면 정신 나간 헛소린지 뭔지 도무지 알 수 없습니다.<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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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처녀 김순자를 연기하는 김지미)<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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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기이한 상황을 보여주면서, 매일 아침 같은 형식으로 반복되는 하루의 시작 장면을 보여주면서 점차 이 영화는 흘러갑니다. 수수께끼는 흥미롭고, 남녀 주인공 배우들의 모습은 잘 들어 맞습니다. 멀쩡한 가게 주인이면서 슬쩍 바람끼 있어 보이는 신성일의 모습은 딱 맞아 떨어지고, 공장장 김여사와 시골처녀 김순자를 동시에 연기하고 있는 김지미의 모습도 꽤 괜찮습니다. 김지미의 나이에는 김여사가 훨씬 더 자연스럽습니다만, 김순자의 모습도 아주 이상한 것은 아닙니다. 도대체, 이 영화의 결론은 무엇이고, 이렇듯 이상한 일들은 과연 무엇 때문에 벌어진 것입니까? 멀쩡하게 직업을 갖고 튼튼하게 공장을 운영해나가고 있는 김여사는 그렇다치고, 도무지 어디서 뭘 먹고 사는지 정체 불명인 김순자의 정체는 뭡니까?<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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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 이야기 역시 여기까지가 끝입니다. 이렇게 판을 짜는 것 까지는 꽤 멋드러지게 흥미진진했습니다만, 두고 보아도 별 결론은 없습니다. 이 영화를 보다보면 김순자의 옷을 풀어헤치는 신성일의 모습이라든가, 김순자가 금발 가발을 머리에 쓰고 해괴하게 자이브 댄스를 추는 모습이라든가 하는 이상한 장면들을 볼 수 있는데, 별로 앞뒤에 연결되는 사연이 말이 된다거나, 그게 무슨 뚜렷한 반전이나 복선으로 활용되는 것도 아닙니다. 영화의 결말부터 말해 보자면, 이렇습니다. 신성일이 아침마다 목격한 서울역앞을 배회하는 시골처녀 김순자는 신성일의 "환상"이었던 것입니다. 그러니까, "이게 다 꿈이었다" 반전의 변형 형태라고 할 수 있는 것입니다.<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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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슷한 시기 다른 영화에 출연해서 무전기를 들고 있는 첩보 김지미)<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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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를 보다보면, 흥미로운 출발과 몇몇 재미있는 장면은 구상했는데, 어떻게 진상을 드러내야 할지 도대체 방법이 나오지 않아서, 그냥 "환상이었다"로 처리하고 때워버린 듯한 느낌이 많이 납니다. 신성일의 태도는 오락가락하고, 애초에 신비의 인물로 되어 있는 김순자는 더욱더 이치에 닿지 않습니다. 김지미의 이런 저런 재미난 모습들을 보여주려고 생각나는 신기한 장면들을 일단 찍어서 끼워넣고 보다보니, 도무지 앞뒤 연결은 되지 않게되었다 싶은 느낌이 많이 납니다. 그래서, 영화를 끝까지 봐도 딱히 뾰족한 수는 없습니다.<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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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마 첫번째 이야기인 "시정"보다 좀 더 나은 것은 그런 상황에서 그래도 나름대로 이야기를 말이 되게 정리하기 위해서 막판에 꽤 가다듬어 놓고 보강해 놓은 내용들이 좀 있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면, 이 이야기 막판에 신성일이 우연히 사모해 왔던 김여사의 애인으로 보이는 중늙은이 남자를 목격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그리고, 이 장면 다음부터, 신성일은 시골처녀 김순자는 환상일 뿐이었다는 것을 깨닫는 것으로 되어 있습니다.<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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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이것은 "신성일이 만난 시골처녀 김순자는 신성일이 마음에 품고 있던 김여사에 대한 망상이다"라는 이야기처럼 보이게 됩니다. 그러니까, 신성일은 빈틈 없는 비즈니스 우먼 김여사에게 매력을 느끼고 있는데, 접근하지 못하고 짝사랑만 하다보니까 김여사와 똑같이 생겼지만 전혀 다른 아무것도 모르는 시골처녀 김순자를 망상하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그러다가, 김여사에게 다른 남자가 있다는 것을 아는 순간 짝사랑의 산통은 깨어지고, 망상은 깨어져서 김순자의 환상은 더이상 보이지 않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이 영화는 이런 줄거리라고 꿰어 맞춰 볼 수도 있습니다.<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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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슷한 시기 다른 영화에 출연한 김지미)<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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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제가 보기에는 어디까지나 이런 줄거리는 나중에 꿰어 맞춰 본 것이고, 영화 전체의 모양은 결코 이렇게 선명하지 않다고 느꼈습니다. 영화를 촬영하고 준비할 때는 이런 식의 결말과 진상으로 처리할 것을 미처 모르고 있다가 나중에 급하게 그나마 말이 되는 방식으로 맞춘 결론이 이렇다 싶습니다. 만약에 그게 아니라면, 조금은 더 연관관계나 상징관계를 보충하고, 복선이나 줄거리의 연결고리가 더 튼튼해 지는 것이 멀쩡해 보였을 것입니다. 이야기가 진행되는 속도감이라든가, 감정의 변화 같은 것이 거의 전혀 조절되고 있지 않아서,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영화 같은 느낌이 부족합니다. 그보다는,  이 장면 저 장면 따로 상관없이 생각나는 데로 찍어 놓고 나중에 최대한 말이 되게 조합한 듯 해 보이는 것입니다.<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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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외에 이 이야기에서 재미난 요소 한 가지는, 맨 처음 나왔던 이야기인 "시정"과의 연결되는 듯 안되는 듯한 느낌입니다. 무엇인고하니, 이 이야기에서 주인공 신성일이 가발공장의 김여사를 만나는 까닭은 신성일이 머리카락으로 가발을 하나 만들어 달라고 의뢰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멀쩡한 독신 남자가 왜 긴 머리카락을 갖고 있는 것입니까? 더군다나 그것을 왜 가발로 만들어서 갖고 있으려고 하는 것입니까? 이 옴니버스 영화의 관객이라면 당연히 앞의 이야기인 "시정"편을 생각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러니까, 등산을 한 그 신성일이 죽은 문희의 머리카락을 유품으로 받았기 때문에, 그 머리카락을 가발로 만들어서 갖고 있으려고 한다는 추측을 해 볼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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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영화 속에서 첫번째 이야기와 두번째 이야기가 이렇게 연결되는 것인지, 혹은 첫번째 이야기의 신성일과 두번째 이야기의 신성일이 같은 사람인지 어떤지는 분명하게 나타나지가 않습니다. 첫번째 이야기에서 신성일의 직업이나 거처가 묘사된 적이 없기 때문에 두번째 이야기의 신성일이 그 신성일인지 어떤지 알 수가 없습니다. 또 두번째 이야기의 신성일 역시 자기가 어떻게 머리카락을 구했는지, 자기가 등산을 좋아하는지 어떤지 아무 말도 하지 않기 때문에 두 이야기가 연결되는 것인지, 두 사람이 같은 사람인지 도무지 알 수가 없습니다. 이렇게 연결되는 이야기로도 볼 수 있고, 별개의 이야기로도 볼 수 있는 구성은 무척 재미납니다.<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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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g src="http://blogfile.paran.com/BLOG_263294/200909/1253543884_q.png" width=450 /><br />
(비슷한 시기 다른 영화에 출연한 김지미)<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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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보면 이런 형식은 "영화"와 "영화배우"라는 것의 특징을 교묘하게 활용한 것이기도 합니다. 만약에 일상생활에서 어떤 사람이 등산을 하다가 산에서 머리카락을 얻어 온 것을 우리가 목격하고, 그 얼마후에 그 사람과 똑같이 생긴 사람이 머리카락을 가발로 만들어 달라고 주문하는 것을 목격했다고 해 봅시다. 그러면, 우리는 당연히 동일한 사람의 연결되는 이야기라고 생각했을 것입니다. 똑같이 생긴 사람이 연결 될 듯한 이야기를 하고 있는 모습을 보면 당연히 한 사람이 겪는 연결된 이야기라고 생각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영화라면 달라집니다. 바로 신성일은 일년에도 몇십편씩 서로 다른 역할, 서로 다른 인물로 계속해서 다른 이야기로 영화 속에서 출연하는 영화배우 입니다. 그래서 영화에서 우리가 신성일을 보면, 똑같이 생긴 신성일임에도 불구하고, 다른 영화라면 다른 인물을 표현한 것이라고 생각하게 됩니다. "맨발의 청춘"의 신성일과 "별들의 고향"의 신성일은 둘 다 똑같이 신성일처럼 생겼고, 둘 다 매우 비스무레한 미래가 불투명한 날건달 청년으로 나옵니다. 그런데도, 우리는 영화를 보면서, 두 영화의 신성일은 전혀 다른 인물이라고 여깁니다.<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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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는 이것을 역이용합니다. 같은 신성일이 연결될 수도 있는 인물을 연기하고 있습니다. 앞의 신성일과 지금의 신성일이 다른 영화의 다른 인물인지, 연결되는 영화의 같은 인물인지 알 수 없게 해 놓았습니다. 옴니버스 영화로 세 개의 구별된 이야기가 나옵니다. 그렇다면, 이것은 한 덩어리의 영화로 보고 연결되는 한 인물로 봐야 합니까? 아니면 세 개의 잘려 있는 이야기로 보고 서로 다른 세 명의 인물로 보아야 합니까? 일부러 모호하게 해 놓았습니다. 이런 구성은 시도 자체로 재미거리가 될만한 구성 수법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역시 아쉬운 것은 이렇게 재미난 수법으로 이야기들을 배치해 놓았지만, 그냥 그렇게 "신기하네" 싶은 것에 그친다는 것입니다. 영화 전체의 주제와 줄거리 구성은 이런 교묘한 구성과 별 관계가 없습니다. 각각의 이야기들이 이런 배치의 덕을 보는 부분도 적습니다. 이야기가 연결되는 듯 끊어지는 듯한 이 구성 덕분에 감정이나 인물이 강조되는 효과는 미미합니다.<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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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꾸밀 수 없었던 것도 아닙니다. 세번째 이야기를 보면, 가발을 잃어버린 신성일이 가발의 새 주인이 된 최은희를 따라다니는 이야기가 펼쳐지는 것입니다. 게다가, 첫번째 이야기의 신성일이 사랑에 모든 것을 거는 열정 넘치는 청년이었고, 두번째 이야기의 신성일이 평범한 가게 주인으로 거래처 김여사에게 흑심을 품고 있는 사나이인데 비해서, 이 세번째 이야기의 신성일은 희롱과 쉰 수작으로 닳고 닳은 생 날건달 같은 인간입니다. 점차적으로 신성일이라는 인물이 타락해 간다는 느낌도 좀 납니다. 이 점층법 덕분에, 세 편의 이야기가 엮이는 듯 마는 듯한 그 신기한 가능성은 마지막까지 분명히 살아 있었습니다.<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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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g src="http://blogfile.paran.com/BLOG_263294/200909/1253542953_i.png" width=450 /><br />
(날건달 신성일)<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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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마지막 세번째 이야기는 앞의 두 이야기에 비하면, 비교적 구성이 확실하고 절정 장면과 결말 장면도 각각의 모양이 조금은 분명한 형태입니다. 특히, 이 세번째 이야기는 앞의 두 이야기에 비하면 상대도 되지 않을만큼 파격적이고 과격한 소재를 써먹는만큼, 이야기의 불길한 분위기라든가, 무슨 일이 터져 버릴 것 같은 기괴한 긴장감도 음험하게 살아 있습니다. 도대체 그 과격한 소재란 무엇인고 하니, 프로이트 정신분석학에 나오는 고질적이고 고전적인 소재를 아주 정면으로 눈앞에 들이대는 것입니다. 바로, 날건달 신성일이 마음잡고 평화롭게 사는 어머니뻘 되는 최은희에게 접근한다는 것입니다.<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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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거리는 이렇습니다. 꽤 멋드러진 옷을 파는 호사스런 가게의 주인인 최은희는 썩 멋있어 보이는 귀부인 입니다. 이 최은희는 6.25때 아들을 잃어버렸는데, 최은희의 잃어버린 아들 흉내를 꼭 같이 따라하는 신성일이 최은희 앞에 나타나 건들건들 최은희에게 이상하고 해괴한 수작을 거는 것입니다. 신성일은 최은희에게 잃어버린 아들을 찾아주겠다면서 자기 친구인 어떤 흉악범을 소개시켜주는가하면, 동시에 최은희를 유혹하는 헛소리를 하면서 최은희가 갖고 있는 가발 중에 옛날에 자기가 갖고 있었던 것을 되찾으려고 합니다. 이런 정신나간 놈을 최은희가 상대할 필요는 전혀 없을 법 합니다. 하지만, 최은희는 평생 6.25때 아들을 잃어버린 것이 한이 되어 살아왔습니다. 그러다보니, 6.25때 부모를 잃어버렸다는 신성일이나, 신성일이 소개해준 고아였던 흉악범 둘 다 최은희는 자꾸 미련이 남아서 만나게 됩니다. 이에 따라 신성일은 계속 최은희의 주위를 맴돌면서, 끈적한 관계로 나아가려고 합니다.<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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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소재가 소재이니 만큼, 이 이야기의 결말은 변태스러운 상황으로 모두가 죽어버리는 대파국으로 끝을 맺습니다. 이러한 파국으로 치닫는 복선도 대충은 갖추어져 있고, 점차 이야기가 강렬해지다가 막판에 해괴하게 충격을 퍼부으면서 끝나버리는 점점 심해지는 크레센도의 정도도 대강은 적절합니다. 그래서, 이 이야기는 세 이야기들 중에서 가장 멀쩡한 모양새를 갖출 수 있었습니다. 그러니까 갖출 수 있을 뻔 했다는 이야기입니다.<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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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성일이 소개해주는 아들이라는 사나이, 흉악범)<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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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쉽게도 이 영화는, 너무 파격적인 소재를 심하게 밀어붙여서는 안된다고 생각했는지, 막판 무렵에 확 기운이 빠집니다. 이것은 어쩌면 그저 60, 70년대 한국 영화에서 흔히 볼 수 있었던 영화의 내용이 어떻든 간에 마지막에는 난데 없이 갑자기 새마을운동 스러운 공익광고 같은 주제로 끝나버리는 관습에 빠져들었기 때문인지도 모릅니다. 이 영화는 이렇게 비도덕적이고 과격하기 이를 데 없는 이야기를 주욱 끌고 나가다가 두 주인공이 괴기스럽게 죽어버리는 것을 결말로 보여주면서도, 갑자기 놀랍게도 "아아아, 이것이 6.25가 남긴 전쟁고아의 비극이 아닌가! 아아아. 6.25의 비극을 이제는 씻어버리자" 라는 편지 읽는 소리 같은 것이 어디선가 튀어 나오면서, 갑자기 6.25 관련 홍보물로 돌변해 버리는 것입니다.<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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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데 없이 "사실은 악당의 배우는 공산당 간첩이었지롱" 이라면서 마지막 순간에는 반공물로 돌변해 버리는 한국 영화들은 그야말로 수 없이 많았습니다. 못지 않게 많았던 것이, 신나는 활극을 벌이다가 마지막 장면에서는 한 마디 말도 없었던 "독립 운동"을 위해 만주로 주인공이 떠나면서 끝이나는 것들도 있었습니다. 그런 것들에 비하면, 이 세번째 이야기는 그나마 "전쟁 고아 문제"니까 소재는 참신한 축에 속합니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거침 없이 금기를 작살내는 이야기만 하고 있다가 마지막 장면에서 대돌변하여, 밝은 사회를 위한 공익 홍보물 교훈을 읊조리면서 끝을 맺는 모양새는 무척 괴상합니다.<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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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g src="http://blogfile.paran.com/BLOG_263294/200909/1253542953_j.png" width=450 /><br />
(전쟁고아들 중에서 잃어버린 아들을 찾아다니는 영화속의 최은희)<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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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외에도, 세번째 이야기는 모양이 좀 튼실했던 덕분으로 조금만 더 꾸몄으면 좋았겠다 싶은 대목들이 많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서, 이 이야기 속에는 참신하고 그럴듯한 장면들이 별 비중을 얻지 못하고 잠깐 밖에 안나타나고 사소하게 사라지는 것들이 있습니다. 가장 쉽게 눈에 뜨이는 예는 이 이야기 처음부터 끝까지 자주 등장하는 "양아치"들입니다. 이 이야기 속의 양아치는 문자그대로의 양아치로, 전쟁으로 부모를 잃은 고아들이 쓰레기 더미를 뒤지거나 동냥을 수입원으로 하여 대충 서로 모여서 다리 밑에 천막치고 살아가는 청소년들입니다. 이들은 떨어진 군복을 주워 입고 있기 때문에 겉모습만으로도 기이한데, 미군 록큰롤 음반 같은 것을 어디서 구해와서 그 "양아치" 같은 몰골로 서로 어울려서 정신 나간 것처럼 마구 막춤을 춥니다.<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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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몇 장면에서 이 양아치들은 넝마주이를 위한 거대한 쓰레기 망태를 등에 매고 한강변을 줄지어서 걸어갑니다. 그 모습이 널찍한 영화 화면에 담기면 무척 인상적입니다. 이 양아치들은 그렇게 줄지어 걸어가면서 쓰레기를 줍는 양철 집게를 탁탁 쳐서 마치 군악대의 작은북 소리와 같은 장단을 맞추면서 걷는데, 그 풍경은, 과연 제3세계 영화에서만 담아낼 수 있는 정취가 강렬합니다. 그런데, 이런 개성 넘치고 힘이 넘치는 모습들을 별로 오래 보여주지도 않고, 많이 보여주지도 않고, 영화에서 중요한 것으로 별로 부각시키지도 않아서 잠깐 그저 스쳐지나가고 맙니다. 나중에 한 발짝 떨어져서 보면 뭐가 더 재밌고 멋있는지 보일텐데, 당시에 찍으면서는 깨달을 수 없었던 아쉬운 한계라고 생각합니다. 요즘 우리 TV 사극들이 우리 역사에 있는 진짜 재미거리는 놓쳐버리고, 그저 멋있을 줄 알고 중국 무협물이나 미국 영화에서 베껴온 번쩍거리기만하는 알 수 없는 장신구와 갑옷을  잔뜩 보여주는 것과 비슷한 형국인 것입니다.<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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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g src="http://blogfile.paran.com/BLOG_263294/200909/1253542953_m.png" width=450 /><br />
(다른 영화에 출연한 최은희)<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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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것들은 몇 가지 더 있습니다. 양아치들의 천막이 있는 한강변에 대조적으로 늘어서 있는 호화로운 신식 강변 아파트들의 모습도 좋은 예입니다. 이때의 강변 아파트들은 그런 종류의 아파트들로는 처음 건설된 것들이라 세대수도 많지 않고, 특히 한강 고수부지가 생기기 전이기 때문에 한강에는 모랫벌이 그대로 드러나 있어서 모습이 볼만해 집니다. 그 한강변 모래판에 아파트가 서 있는 광경은 마치 사막에 외로이 서 있는 신비로운 성과 같은 이상한 운치가 있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모습이 다리 밑의 천막과 강가의 쓰레기 장을 다니는 양아치들의 모습과 대조를 이루면 화면은 꽉 들어 찹니다. 특히나, 그 호화로운 아파트에 사는 사람이 바로 아들을 찾고 있는 최은희이고, 최은희의 잃어버린 아들과 다를바 없는 처지의 불우한 아이들이 곧 그 양아치들이기 때문에 극적인 효과도 선명합니다. 그런데도, 이런 장면은 잠깐 스쳐지나가는 정도에 그치고 맙니다.<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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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외에 신성일이 가발들의 머리카락에 목졸려 죽는 환상을 보는 장면에서 특수촬영이 너무 초라해서 좀 우스꽝스럽다든가, 중간에 나오는 격투 장면의 싸움이 극히 가짜 같다는 문제도 있었습니다. 특히나 지긋지긋하게 반복되는 딱 한가지 밖에 없는 음악이 속터진다는 점은 정말 아주 부아가 치밉니다. 영화 내용을 보면 장중한 묵시록적인 음악도 어울릴 법 하고, 혹은 슬쩍 퇴폐적인 재즈나 블루스도 잘 들어맞을 법합니다. 그런데, 이도저도 아닌, 이 영화 전체의 주제곡으로 잡혀서 세 이야기 모두에 걸쳐서 계속 반복되고 있는 이상한 동요 같은 음악만 단조롭게 계속 들려옵니다. 이 잡스러운 음악 때문에 음산하고 무거운 영화의 악마적인 분위기가 팍팍 깨져 나가는 부분도 많았다는 생각이 듭니다.<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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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g src="http://blogfile.paran.com/BLOG_263294/200909/1253542953_l.png" width=450 /><br />
(최은희의 침실)<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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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번째 이야기에서는 최은희가 배역에 좀 어울리지 않았다는 생각도 꽤 들었습니다. 최은희의 연기는 부드럽고 멀쩡했습니다. 하지만, 아무래도 신성일과 긴장감 넘치는 관계를 만드는 그 유혹의 느낌을 살리려면, 다른 배우의 외모가 훨씬 더 좋지 않았겠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최은희는 얼굴도 강건해 보이는데다가 체형도 풍채가 좋아서, 이 이야기의 불길하게 관능적인 감상과는 별로 들어맞지 않아 보였습니다. 차라리 두 번째 이야기에서 김여사로 나왔던 김지미가 좀 더 늙어 보이는 분장을 하고 나왔다면 훨씬 더 어울리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이 이야기에는 어느 날건달이 최은희를 유혹하기 위해, 최은희와 어느 클럽에서 술자리를 같이 하는 장면이 있습니다. 이 장면에서 이 날건달은 슬쩍 최은희의 스커트 위에 술을 쏟아 버리더니, "젖었군" 정도의 대사를 읊조린 뒤에 닦아 준다면서, 손수건을 꺼내 최은희의 다리를 닦는 겁니다.<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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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g src="http://blogfile.paran.com/BLOG_263294/200909/1253542953_n.png" width=450 /><br />
(젊은 시절의 최은희)<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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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편의 이야기를 모두 꺼내 놓고 다시 돌아보면, 이야기를 보여주는 방식에 있어서는 첫번째 이야기보다는 두번째 이야기가 낫고, 두번째 이야기 보다는 세번째 이야기가 낫고, 세번째 이야기는 대충 멀쩡한 영화로서의 모양새를 갖추고 있다고 할 수 있을 정도 입니다. 하지만, 지금 와서 보기에 그래서 세번째 이야기가 제일 재밌냐고 하면 그것은 또 아닙니다. 역시 세번째 이야기는 과격한 소재 하나만을 놓고 밀어붙이는 힘에 너무 매달리고 있는 느낌이 컸습니다. 그 탓에 인물들에 대한 표현이나 상황에 대한 이입은 찾아 볼 수 없었다고 생각합니다.<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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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상 드러나는 본론이 너무 싱거워서 그렇지, 워낙에 흥미진진하게 감정이입을 이끌어내던 첫번째 이야기의 신비로운 도입부라든가, 자기가 짝사랑하는 사람의 도플갱어를 만난다는 소재를 다루는 두번째 이야기도 그렇다면 나름대로의 맛은 뒤지지 않는 셈이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두번째 이야기는 간신히 겨우 모양을 맞춰놓은 짜임새에도 불구하고, 김지미라는 배우의 실력을 충분히 보여줄 수 있는 판을 잘 만들어 주고 있다는 점은 꽤 괜찮았다고 생각합니다. 그냥 문희의 "개인기"에만 의존하는 첫번째 이야기나, 최은희와 별로 어울리지 않는 세번째 이야기와는 확실히 대조될만하다고 생각합니다.<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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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女)"는 영화를 이루고 있는 세 편의 이야기 모두, 소재와 시작이 모두 흥미로운데 비해서, 결말은 하나 같이 싱겁고 부족하기에, 그에 대한 생각을 해 보기에 좋은 영화이기도 합니다. 그러니까, 같은 소재로 이렇게 꾸며 보면 어떨까. 나라면 이 영화를 그렇게 시작했다면 그렇게 끌고가서는 저렇게 끝내보겠다 하는 생각을 해 보기에 무척 좋은 영화라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41년전 영화를 다시 돌아보고는 오히려 신선한 소재와 착상을 얻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 지금 보기에는 나름의 가치가 또 있을 수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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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밖에...<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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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명의 거물급 여자 배우가 신성일이 차례로 짝이되어서 나오기 때문에 제목을 "여"라고 붙였겠습니다만, 소재나 줄거리만 본다면야, 영화의 제목은 "머리카락"이나 "가발"이 되는 것이 오히려 더 어울릴법 합니다.<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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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속에서 수수께끼의 두 여자를 만나는 첫번째 이야기는 정진우가 감독을 맡았고, 짝사랑하는 김여사의 도플갱어 시골처녀를 만나는 두번째 이야기는 유현목이 감독을 맡았습니다. 마지막 이야기의 감독은 김기영이 맡았습니다.<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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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영이 감독을 맡은 영화에서 자주 찾아 볼 수 있는 "-다" 어미로 끝나는 극단적 문어체 대사를 이 영화의 세 번째 이야기에서도 그대로 볼 수 있습니다. 지금도 보기 어렵지는 않습니다만, 옛 한국 영화의 영화 대사들은 도무지 실제 말하는 것 같지 않은 문어체  때문에 현실성을 잃어버리는 경우가 잦았습니다. 그런데, 김기영이 감독을 맡은 영화들 중에는 아예 적극적으로 현실성을 포기하고 문어체를 극단적으로 밀어붙여 버리는 대사가 나오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대사 자체를 아예 일종의 산문시처럼 꾸며서, 영화 속 등장 인물이 격정적으로 읊어대게 한 것입니다. 이때 대사의 각운을 종결 어미 "-다."로 맞추는데, 이게 또 등장하는 것입니다.<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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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면 연출이 꼭 교과서가 있어서 그것을 따라한 것처럼 부드러우면서, 동시에 장면이나 소재가 어디서 봄직하다는 대목이 많은 영화이기도 했습니다. 혹시 이 영화에 소개된 이야기들과 같은 소재, 같은 줄거리를 가진 다른 영화, 연극, 소설 같은 것을 아시는 분 있으시다면 대강 떠오르는 생각이라도 짧게 알려 주시면 정말 감사하겠습니다. 별로 구체적으로 닮은 구석은 없더라도 전체적인 모양새에서 영향 관계나 모방 관계가 있음직해보이는 다른 영화를 언급해 주셔도 좋을 것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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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ategory>영화</categ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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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ubDate>Mon, 21 Sep 2009 14:41:03 GMT</pubDate>
		<dc:creator>게렉터</dc:creat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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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CDATA[ 춘몽 (1965, 한국영화) ]]> </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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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DATA[ 
  굳이 말하자면야 일종의 뮤지컬형 괴기 범죄물이라고도 할 수 있는 1965년작 한국영화 "춘몽"은, 남자 손님과 여자 손님이 찾아온 평범한 서울의 한 치과를 배경으로 출발하는 영화입니다. 이렇게 소박하고 일상적인 분위기로 시작했지만 이 영화는 그 제목처럼, 다양한 망상과 몽상, 정신병적인 집착의 세계로 거침없이 나아가면서, 70분의 짧은 시간 동안 이런저런 기괴한 장면과 이야기들을 보여주는 길로 나아 갑니다. 그러니만큼, 제목이 "춘몽"인데 도대체 뭐가 어떻게 흘러간다든건지 전혀 모르는 상황에서 영화를 접할 때 신기한 맛이 강할 수 있는 영화입니다. 그렇습니다만, 이제부터는 영화의 전체 내용에 대해서 이런저런 상세한 이야기를 해 보겠습니다.<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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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g src="http://blogfile.paran.com/BLOG_263294/200909/1252768545_1117089590.jpg" width="450"><br />
(치과에서 출발한 영화가 어떻게 돌아가야 이런 장면이 나올 수 있을 것인가?)<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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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가 맨 처음에 시작되면 꼭두각시 놀음과 비슷한 방식으로 춤을 추는 두 명의 남자 어린이와 여자 어린이가 나옵니다. 그리고 이 어린이들은 춤으로 간단한 갈등구조의 이야기를 짧게 보여 줍니다. 실크해트를 쓰고 단장을 든 부유해 보이는 남자와 가난한 화가인 남자가 있고, 클럽의 가수로 보이는 여자가 있는데, 삼각관계로 두 남자가 서로 다툰다는 것입니다. 40, 50년대 느와르 영화에 어울릴 법한 갈등구도를 어린이들이 꼭두각시 놀음의 방식으로 보여주는 이 묘한 장면은, 단 한마디의 설명도 대사도 없기 때문에 이게 뭐하자는 것인지는 알 수 없습니다. 게다가 이 표현이 끝나자마자 영화는 전혀 알 수 없는 진정한 영화의 시작 장면으로 넘어갑니다. 나중에 영화를 가만 따라가면서 보고 있으면, 그제야 이 맨처음에 나오는 꼭두각시 놀음이 영화의 복선 비슷하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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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면 이 영화는 치아의 모형과 사람의 이의 여러 모습들을 갑자기 화면에 갖가지로 펼쳐 보여서 괴기스러운 느낌을 좀 줍니다. 그런 뒤에, 곧 치과의사가 일하고 있는 병원의 풍경을 보여 줍니다. 그리고 이 영화는 치과의사가 사용하는 도구가 환자 입장에서 무섭다는 느낌을 표현하기 위해서, 소리를 내며 돌아가는 도구의 모습을 보여준 뒤에 짧게 공업용 그라인더와 보링 머신의 무시무시한 톱날이 돌아가는 공장의 광경을 보여줍니다.<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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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방식으로 영화에서는 치과에 있는 사람들의 느낌과 망상, 그 사람을 표현할만한 상징적인 내용들을 장면 사이사이에 넣어서 보여 줍니다. 예를 들면 한 노인 환자가 빛나고 있는 전구를 보고 있다는 것을 보여 준뒤에, 초상집에 걸어 놓는 등불을 잠깐 보여 준다든가, 어린이가 자리에 누워서 방 한구석의 선풍기 날개를 보고 있는 것을 보여 준뒤에, 비행기의 프로펠러를 보여 준다든가 하는 것입니다. 이런 것들이 잠깐 잠깐 스쳐지나가는 동안 관객은 노인의 머릿속으로 들어가서, 노인이 전구를 보고 살날이 얼마 안남은 자신이 죽었을 때 장례식 광경을 상상하고 있다는 느낌을 들게 하기도 하고, 어린이가 선풍기 날개를 보고 자신이 좋아하는 비행기에 대해서 상상한다는 느낌을 들게 하기도 합니다.<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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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g src="http://blogfile.paran.com/BLOG_263294/200909/1252903584_사용자%20지정%201.png" /><br />
(치과에서 차례를 기다리는 신성일)<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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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식의 연출은 여러가지로 다양하게 나오면서 음악에 맞춰서 잘 움직이기 때문에 재밌습니다. 대사나 설명을 전혀 사용하지 않고 화면의 극적인 전환으로 이런 내용들을 나타낸다는 것 때문에 더 재밌습니다. 만약 책으로 나온 소설에서 설명으로 "누워 있는 노인은 입안을 비추는 전구를 보면서 초상집에서 걸어 놓는 등불을 생각했다"라고만 하면 이렇게 할 수 없습니다. 그렇게 하면 내용은 하나로 고정되고 치과 안의 사람들을 훑고 있다는 흐름도 방해 받습니다.<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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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고 연극으로 표현한다면 더 어려워 집니다. 누워 있는 어린이가 돌아가는 선풍기 날개를 보고 있는 모습 사이에 갑자기 무대 위에 프로펠러가 돌아가고 있는 비행기가 나타났다가 사라지게 하기란 쉽지 않은 것입니다. 그래서 이 영화 속에서 이렇게 사람들이 갖고 있는 망상들을 짧은 장면 하나하나로 보여주는 것들은 효과가 좋습니다. 마치 무성영화 시절의 전성기에 여러가지 강렬한 표현을 하기 위해 끼워 넣는 상상장면들을 떠올리게 합니다. 치과를 찾은 여러 사람들의 머릿속을 여기저기 들여다 본다는 느낌이 영화에서 펼쳐집니다.<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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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내용들은 영화 전반부에 계속해서 펼쳐지고, 이 영화에서 제일 건질만한 구경거리입니다. 영화 중에 여자 주인공의 손목을 더듬는 악당을 싫어한다는 느낌을 보여주는 대목은 좋은 예시입니다. 그 느낌을 표현하기 위해 여자 주인공의 손목을 더듬는 악당의 모습 바로 다음에 마네킹 손목이 전기톱에 썰리는 장면을 보여줍니다. 그 다음에 악당이 여자 주인공의 허벅지를 더듬자 마네킹의 다리를 전기톱으로 써는 장면을 보여줍니다. 그런 것들은 꽤 강렬하기도 합니다.<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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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g src="http://blogfile.paran.com/BLOG_263294/200909/1252768545_B3276-03.jpg" width="450"><br />
(여자 주인공, 박수정)<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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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해서 배경을 제시하고 나면, 이제 영화는 이 영화의 남녀 주인공들을 소개 합니다. 우선 치과 의사인 박암이 나옵니다. 박암이 실제로 서울대 치대에서 공부했던 학생때 처음으로 연기에 재미를 붙였다는 사실을 생각해보면 좀 공교롭기도 합니다. 그리고 나서, 남자 주인공인 신성일이 나옵니다. 신성일은 멀쩡한 주인공다운 건실한 느낌도 있으면서, 건들건들 껄렁한 느낌도 살짝 있으면서, 또 묘하게 현실적인 느낌이 있어서, 이 영화의 관찰자적인 주인공으로 적역입니다. 다시 말해서,이제부터 이 영화는 남자 주인공인 신성일이 이 치과를 찾아서 평범하게 이를 치료하는 한 시간 남짓한 시간 동안 망상하고 상상하는 내용으로 영화의 뼈대가 잡혀가는 것입니다.<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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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성일이 온 바로 다음에, 여자 주인공 박수정이 등장합니다. 여자 주인공도 치과를 찾은 환자입니다. 그녀는 근사하게 옷을 차려 입고 머리를 틀어올린 60년대 헐리우드 영화식 귀부인 느낌이 살아 있습니다.<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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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성일은 박수정이 오기 전까지 시간 때우기를 위해서 잡지를 보고 있었는데, 잡지에는 사람들의 노출 장면과 입맞추는 모습 등등이 나와 있었습니다. 그리고 나서 신성일이 자리에 앉아 있는 박수정을 보는 모습을 보여주고, 화면은 박수정의 다리나 얼굴과 같은 몸 부분부분을 보여 줍니다. 이런 것은 시나리오를 만들고 영화를 촬영, 편집하는 기본기가 살아나는 대목이라고 생각합니다. 특별한 독백 대사도 없고, 과장된 표정 연기나 노골적인 동작이 없습니다. 하지만, 신성일이 성적 매력에 이끌리는 여러가지 은밀한 생각을 하면서 여자 주인공을 바라보고 있다는 느낌은 그대로 전달 됩니다. 복선에 해당하는 잡지의 내용과 보는 눈, 그 시선이 닿은 곳이라는 느낌이 드는 여자 주인공의 몸 부분 부분을 차례로 보여주는 것만으로 내용이 짧은 시간에 충분히 표현 됩니다. <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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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까지도 영화에는 거의 대사가 전혀 없었기 때문에, 시각적인 표현에 관객은 더욱 집중하게 된다고 생각합니다. 상상과 생각을 보여주는 여러가지 화면 전환과 오묘하게 불순한 분위기, 배우들간의 인상과 무슨일이 곧 벌어질 것 같은 긴장감은 서서히 달아 오릅니다. 그리고, 마침내 두 사람이 차례가 되어 치료를 받게 되는 순간, 이런 긴장감은 터져나오면서 사건을 발단에서 전개로 확 이끌어 갑니다.<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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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g src="http://blogfile.paran.com/BLOG_263294/200909/1252903584_사용자%20지정%205.png" width="450"><br />
(광화문의 치과 장면에서 갑자기 어떻게 해서 이런 장면까지 나아갈 것인가?)<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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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장감이 터진다고는 하지만, 갑자기 신성일이 테러리스트로 변해서 기관총을 난사한다거나 하는 것은 전혀 아닙니다. 여전히 내용은 평범하고 일상적인 치과의 치료 장면을 내용으로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제부텨 영화는 과감하고 화려하게 상상을 표현하는 것으로 치닫습니다.<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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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인고 하니 다름아닌, 치과에서 벌어지는 상황을 남녀의 관능적인 감각을 묘사하는 것으로 은유하는 것입니다. 90년대 영화 "닥터 봉"등에서도 볼 수 있었던 것인데, 이 영화, "춘몽"에서 더 길고, 더 강하고, 웃기는 요소 대신에 정신병적인 느낌을 좀 더 살리도록 꾸몄습니다.<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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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서히 입을 벌리는 여자 주인공의 입술과, 입술을 벌리면서 움직이는 혀의 모습을 화면 한가득 보여줍니다. 그리고 서서히 입속으로 들어가는 치료용 기구의 모습을 보여주고, 기구가 들어가서 움직임에 따라서 아파하는 여자 주인공의 표정과 신음소리를 들려 줍니다. 아프기 때문에 다리를 꼬게 되는 모습을 화면에 담아내는가 하면, 긴장되어 숨을 쉬면서 오르내리는 배와 가슴을 화면에 보여주기도 합니다. 여자 주인공을 들여다보며 집중하고 있는 의사의 표정을 보여주고는, 입속에 넣은 기구에서 소독액과 세척액이 뿜어져 나오는 장면을 보여줍니다. 치료가 힘들다 보니, 여자 주인공은 머리가 헝클어지고 액체들을 묻힌 모습으로 힘들어 합니다. 모든 내용들은 느릿느릿 움직이면서 끈끈한 느낌이 더 살아나도록 화면에 담깁니다. 거기다가 이 모든 장면들을 흘깃흘깃 훔쳐보는 신성일의 눈빛이 같이 화면에 섞입니다.<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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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g src="http://blogfile.paran.com/BLOG_263294/200909/1252903584_사용자%20지정%202.png" /><br />
(입을 행구느라 물을 머금었다가 뱉는 박수정)<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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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니, 이 영화의 음험한 분위기는 살짝 과한 수준이라는 느낌마저 듭니다. 그렇습니다만, 이런 노골적인 상징과 비유 장면들을 보면서 관객들의 머릿속에 떠오르는 바로 그 생각과 바로 그 상상이 영화 속에서 응큼한 생각을 하고 있는 것으로 되어 있는 신성일의 생각과 상상과 같아 진다는 점은 극적으로 효과가 좋습니다. 신성일의 머릿속 상상과 관객의 머릿속 상상이 같아지는 것입니다. 상황의 긴장감이라든가 은은하게 비도덕적인 분위기, 신성일이 품고 있는 사악한 욕명과 여자 주인공에 대한 매혹 등등이 뒤섞인 감정이 관객들에게 특별한 별도의 전달 방식 없이도 한 뭉터기로 다 몰려서 이입해서 느끼기 쉬워지는 것입니다.<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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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의 발단에서 전개에 이르는 이 1/3 정도의 부분은 영화에서 가장 재미있고, 보기 좋은 장면들이라고 생각합니다.<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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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장면들은 영화라는 것에서는, 특이한 사건이나 특이한 대사가 전혀 없어도, 화면을 잡아내는 방식과 편집해내는 방법만으로 비정상적이고 과격한 감상을 불러올 수 있다는 도전을 실현해서 보여 주는 멋진 장면들 중에 하나라고 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치과에서 사람들이 치료를 받는다는 그저 평범한 사건들이 그냥 평범한 등장인물을 대상으로 벌어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런데도 사람들의 머릿속 상상들에 연결될만한 장면들을 사이사이에 끼워 넣고 자극적인 화면 구도를 화면에 짜 넣는 것 만으로 몽환적이고 강렬한 감각을 흠뻑 뿜어내는 것입니다.<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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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g src="http://blogfile.paran.com/BLOG_263294/200909/1252768545_poster.png" width="450"><br />
(영화 포스터, "완전이색의 예술명작")<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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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영화를 이즈음 보다보면, 뭔가 하나 짚고 넘어가고 싶은 것이 생깁니다. 일단 이 영화를 보면 60년대 중반에 나왔던 일본 영화의 환상적인 연출과 강렬하고 파괴적인 이야기가 섞이는 것들이 떠오르는 면면이 있습니다. 게다가 영화를 나중까지 보다보면 몇몇 대사들은 일본어 번역투가 매우 심한 부분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한가지 떠오를만한 것이 있습니다. 소위 한국영화의 황금기라 불리우는 60년대 무렵의 한국영화들은 일본영화를 노골적으로 표절하고나 상당부분 모방한 모방작들이 매우 많았다는 점입니다. 뭐, 일본 영상물을 베끼는 것은 최근까지도 TV 오락 프로그램에서는 비일비재한 일입니다만.<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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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좀 더 살펴보면, 아닌게 아니라 이 영화 "춘몽"은 일본 영화의 시나리오를 구해서 그 시나리오에서 일부 내용을 살짝 변형한 번역판 한글 시나리오를 만들고 그 번역판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만든 영화입니다. 즉 이 영화의 원판은 다니자키 준이치로의 소설을 원작으로하는 1964년판 일본영화 "백일몽"(白日夢)인 것입니다. 이 일본 영화의 감독을 맡은 사람은 武智鉄二 인데, 이 사람은 당시 일본에서 본격적으로 "동시상영관용 완전성인영화" 등이 제대로 잡기 이전 시절에 그 조상뻘이 되는, "일본의 밤, 여자, 여자, 여자 이야기(日本の夜 女・女・女物語)"등의 감독을 맡았던 사람입니다. 그러니 그 바닥에서는 유명한 개척자인 양반입니다. 그리고 이 일본 영화 "백일몽" 역시 다름 아닌 비슷한 부류로 나온 그런 영화인 것입니다.<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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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g src="http://blogfile.paran.com/BLOG_263294/200909/1252768545_200px-Daydream_1964.jpg"><br />
(일본영화 "백일몽")<br />
<img src="http://blogfile.paran.com/BLOG_263294/200909/1252768545_poster.png"><br />
(한국영화 "춘몽")<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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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영화 "백일몽"의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다시 찍은, 한국 영화 "춘몽"은 말하자면 일종의 이 일본 영화 리메이크인 셈입니다. 그리고 이 영화는 이렇게 시나리오를 일본에서 구해온 뒤에 감독을 영입해 한국판을 찍은 것입니다. 감독은 한국영화 황금기에 나온 끝없이 많은 영화들 중에 최고의 걸작으로 손꼽히는 "오발탄"의 감독이었던 유현목이 맡게 되었습니다. 유현목 스스로 원래의 일본 영화를 본 적은 없다고 했으니, 일반적인 리메이크 영화와는 만들어진 경로도 약간 다릅니다. 게다가 일본의 소위 "핑크 무비"라는 것이 한국으로 건너오면서 "재밌는 예술 영화"로 재탄생하게 되는 이 과정도 참으로 기묘하고 진기한 이야기 거리가 될만하다는 생각이 듭니다.<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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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위 한국영화 황금기라는 60년대 무렵에는 "한국"영화 황금기라는 이름에 걸맞지 않게 이런식으로 일본 영화의 시나리오를 몰래 들여와서 그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저작권을 무시한 영화를 찍는 경우가 허다했습니다. 이 영화에 대해서 정확한 것은 알 수 없습니다만, 아마도 이 영화도 저작권을 제대로 지켜서 영화를 제작하지는 않았을 것으로 조심스레 추측해 봅니다.<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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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원래의 일본 영화는 어디가 더 재미난 부분이었고, 어디가 영화에서 더 멋드러진 부분이었는지도 무척 궁금하기는 합니다. 왜냐하면, 이 영화가 전개 장면 이후에서 부실한 모습이 이래저래 드러나는 것이, 혹시 촬영상의 기술 부족 때문인지, 아니면 "원작"인 일본 영화 시나리오를 따라가기만 하면 된다고 안이하게 생각애서 영화 자체에 대한 노력과 의지가 부족했기 때문인지, 이유도 한 번 생각해 보고 싶기 때문입니다. 그러니까 원래 원작 일본 영화는 이 영화보다 더욱더 재밌고 멋진 영화였는데, 이 영화가 한국 제작진의 부족한 능력때문에 망가진 부분이 있는 것인지 어떤지, 혹은 그 반대인지가 궁금하다는 것입니다.<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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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g src="http://blogfile.paran.com/BLOG_263294/200909/1252768545_bscap0015.jpg" width="450"><br />
(일본영화 "백일몽" 속의 치과 풍경)<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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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는 남녀 주인공이 치과에서 치료를 받은 뒤에 순수한 환상, 꿈 장면으로 돌입합니다. 무엇인고 하니, 치과 치료에 사용하는 마취제의 부작용 때문에 남녀 주인공들이 몽롱한 정신상태에 빠지게 됩니다. 그 때문에 신성일은 거의 환각제 체험과 같은 형태의 기괴한 꿈을 꾸게 됩니다. 이제부터 남은 2/3 정도의 시간 동안 이 영화는 신성일의 꿈 장면을 보여주는 것이 내용이 됩니다.<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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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부터 영화는 좀 부족한 면이 드러납니다. 일단 아쉬운 것은 이렇게 되면서 영화가 그저 비현실적인 몽환의 세계를 보여주기 때문에, 이 영화가 초장에 보여 주었던 현실적, 일상적인 것과 정신병적인 상상이 교차하는 느낌이 사라져 버렸다는 것입니다.<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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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이 영화는 후반부로 접어들면서 그나마 도전적인 연출 방식이나 상징, 비유법도 점점 더 재미 없어지고, 묘한 긴장감과 갈등구도도 없어집니다. 그저 좀 이상하고 묘한 내용들을 전위적인 연극의 한 동작 한 동작을 이리저리 모아 놓은 형태로 알 수 없이 펼치는 정도에 머물 뿐입니다. 어찌보면 영화는 후반부즈음 부터는, 딱히 멀쩡한 내용 없이 그저 여자 주인공에게 노출이 심한 의상을 입혀서 별로 연결될 리도 없는 이런저런 자극적인 장면에 대한 구상들을 "꿈"이라는 핑계로 막 섞어서 보여주는 정도라고 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여자 주인공은 옷이 매우 자주 찢어지며, 옷다운 옷을 입지 못하고 대충 돌아다니는 장면도 허다합니다.<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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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g src="http://blogfile.paran.com/BLOG_263294/200909/1252768545_B3276-02.jpg" width="450"><br />
(사막을 헤메다가 동굴 같은 곳에 은거한 두 사람을 표현한 부분)<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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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그렇기는 해도, 꿈이 시작하는 대목은 돌아가는 것이 좀 느릿느릿해서 그렇지 자극적인 상황도 많고 상징과 비유의 구도도 복합적인 것이 구경거리라 할만합니다. 일단 꿈의 출발 자체가 바로 영화 제일 처음에 영문도 모르고 보았던 그 이상한 꼭두각시 놀음인 것입니다. 꿈속에서 여자 주인공 박수정은 클럽의 가수이며, 치과 의사였던 박암은 실크해트를 쓰고 단장을 든 부자, 남자 주인공 신성일은 화가입니다. 그리고 박암이 박수정을 차지하고 있고, 신성일은 박수정을 동경하며 사모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신성일은 박암으로부터 박수정을 "구하고" 싶어 합니다. 정체불명의 기묘한 시작 장면이 복선 역할을 해내는 이 꿈 장면의 출발은 기대를 하게 하는 면이 있습니다.<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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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 장면에서 영화의 세트는 현실적인 세트가 아니라, 표현주의적이고 전위적인 무대로 바뀌어 있습니다. 몇몇 세트 구성 방식과 영화 연출의 모양은 비슷한 시기 홍콩 쇼브라더스 영화사의 뮤지컬 영화들을 연상시키는 대목들도 있습니다. 한편으로는 그 느와르 영화 같은 모양새 때문에, 헐리우드 고전 MGM 뮤지컬 영화 "악대차"의 훌륭한 극중극인 전형적인 하드보일드 탐정물 느와르 영화를 표현주의 세트의 발레로 꾸민 것을 떠올리게 하기도 합니다. 한편으로는, 클럽의 쇼라는 것을 핑계로 영화 본론과 전혀 관계 없는 서커스에 가까운 춤을 한참 보여주는 60, 70년대 한국 영화의 "구경거리 제공 풍습" 역시 이 영화에도 들어 있습니다. <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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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g src="http://blogfile.paran.com/BLOG_263294/200909/1252903584_ch1.jpg" /><br />
(클럽의 가수 박수정과 화가 신성일, 환상적인 표현주의 세트)<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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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꼭두각시 놀음 이야기의 복선과 연결되는 이야기라고는 했습니다만, 사실 이 부분을 봐도 맨처음의 꼭두각시 놀음 장면 보다 더 자세한 줄거리가 나오는 것은 아닙니다. 그냥 대강의 갈등 구도만이 드러날 뿐이지 확실히 알 수 있는 것은 없습니다. 박암과 여자 주인공이 어떤 관계로 엮여 있고, 신성일과 여자 주인공의 감정은 어느 정도로 진행되어 있는지 구체적인 것은 안나옵니다. 그래서 적당한 복선이나 상징 같은 것들이 좀 더 나와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렇게 나타나는 것이 없고 막연한 덕분에 또 그대로 앞으로 무슨 장면이 막나와도 이렇게저렇게 상상하면서 한 번 꿰어 맞춰 보는 장점이 있기는 합니다.<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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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해서 그럭저럭 클럽에서 남녀주인공과 악당 박암의 상황을 보여주고 나서, 박암은 여자 주인공을 끌고 자신의 밀실로 데려가고 이를 미행한 신성일이 유리창 밖에서 두 사람을 엿보고 있습니다. 박암은 악당 답게 변태스러운 인간으로, 여자 주인공을 밧줄로 묶기도 하고, 여자 주인공에게 "오늘 밤에는 전기유희를 즐겨 볼까"라고 한 뒤에 전기 고문을 하기도 합니다.<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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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때 묘한 것은 전기 고문이 극에 달하자, 여자 주인공도 기이한 느낌을 받는다는 것입니다. 명확하게 묘사는 안되어 있지만, 전기고문을 받다가 극단의 순간에서 여자주인공은 갑자기 쏟아지는 폭포나, 퍼져나가는 물의 파문, 놀이동산의 놀이기구 같은 것들을 상상하고 있음을 예의 방식으로 보여주는 것입니다. 그리고 고문이 끝나자 여자 주인공은 기괴한 즐거운 표정 같은 것을 짓기도 합니다. 이것은 일단은 여자 주인공과 악당의 변태적인 관계를 보여주는 것입니다. 하지만, 또 생각하기에 따라서는 현실에서는 박암이 치과의사이기 때문에 치료 과정에서 고통을 주지만, 그 고통 자체가 사실은 환자인 여자 주인공이 스스로 요청한 것으로, 결과적으로는 여자 주인공이 이득을 얻는 행위라는 것을 상징하고 있기도 합니다.<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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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대목은 부실해져가는 꿈 속 장면 속에서도 그나마 자극적인 볼거리라는 면과 영화의 환상적인 구조가 잘 어울린 부분이라고 할만합니다. 유리창으로 나뉘어져 있기 때문에 안에서 무시무시한 일을 벌이고 있지만 전혀 딴세상의 일처럼 바깥에서 보고 있는 신성일에게는 아무 소리도 안들린다는 것을 보여준다든가, 유리창 너머로 서로 입을 맞추기 위해 유리판에다가 입술을 문지르고 있는 두 사람의 입술 모습을 다소간 우스꽝스럽게 화면에 잡아낸다든가 이런 괴이한 상황에 어울리는 행동과 표현 방식도 볼만합니다.<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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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g src="http://blogfile.paran.com/BLOG_263294/200909/1252903584_사용자%20지정%203.png" /> <br />
(전기고문 직후의 박수정)<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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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정도의 내용이 펼쳐진 뒤에 이 영화에서는 일종의 "꿈 속의 꿈" 처럼 신성일과 여자 주인공이 고통스러운 사랑의 도피를 하는 내용을 동떨어진 다른 배경의 또다른 환상으로 보여줍니다. 남녀 주인공들이 수영복을 입고 사막을 끝없이 헤메다가 겨우 야자 열매를 발견해서 목숨을 구하는데 갑자기 등장한 악당에게 다시 쫓기게 된다든지, 덩굴아래 모닥불을 피워 놓고 피하고 있던 남녀 주인공이 악당에게 붙잡혀 여자 주인공이 악당의 품에 안기게 된다든지, 백화점에 숨어 있는 남녀 주인공이 비현실적인 표현주의로 표현된 백화점의 상품 세트들을 헤메다가 백화점의 피아노를 같이 연주하면서 기뻐한다든지 그런 내용이 펼쳐집니다. 영화의 1/3 이상을 차지하는 이런 내용들은 앞뒤 연관 관계도 막연하고 입체적인 내용 구성도 좀 부족합니다. 그래서 좀 답답하고 느릿느릿 처지게 영화가 진행된다는 느낌이 있습니다.<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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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화면속에 드러나는 장면들도 지금껏 보여주었던 도전적이고 신비한 면이 확 줄어 들어버렸다고 느꼈습니다. 단편적인 몇몇 아이디어들을 별로 어울리지도 않는 곳에 겨우 끼워 놓은 것이라든가, 그저 어떻게 좀 자극적인 것들을 보여주려고 꾸민 장면들이 많다는 생각이 들 정도 입니다. 예를 들어서, 사막에서 정신을 잃은 여자 주인공의 입술을 남자 주인공이 벌린 뒤에, 땀을 뻘뻘 흘리며 하얀 야자열매의 즙을 그 안에 흘려 넣자, 여자 주인공 입 주면에 하얀 야자 열매 즙이 난삽하게 묻어나게 되는 장면이라든지, 여자 주인공을 붙잡은 악당이 꽃을 하나 뽑아 들어서 여자 주인공의 입술 언저리를 문지르자 여자 주인공이 그 꽃을 눈을 지그시 감은채 핥다가 빨아 먹는 장면이라든지 하는 것들 따위 입니다.<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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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간 성격이 다른 것으로는, 사막에서 미친듯이 작렬하고 있던 태양이 있었는데, 악당 박암이 그 태양을 향해 당돌하게 권총을 쏘자, 마치 방에 전등이 까지는 것처럼 갑자기 일시에 밤이 되어 버리는 장면 같은 것들도 있습니다. 이런 것들은 더 흥미롭게 써먹을 수도 있는 내용인데 좀 무의미하게 사용되었습니다. 굳이 생각해 보자면, 가난한 남녀 주인공의 고생스러운 사랑의 도피가 뜨거운 햇살아래 끝없이 사막을 헤메는 모습으로 상징되었는데, 그것이 부유한 악당에게는 아무것도 아닌 단순에 해결할 수 있는 문제에 불과했다는 허무한 무력감을 보여주는 것 정도로 볼 수도 있을 겁니다. 내지는 악당의 압도적인 능력과 힘을 상징하는 것 정도로 보일 수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극적인 관계에서 효과가 확실하거나, 그 감흥이 와닿게 표출되지는 못한 듯 싶었습니다.<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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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g src="http://blogfile.paran.com/BLOG_263294/200909/1252768545_bscap0016.jpg" width="450"><br />
(일본영화 백일몽에 나오는 치과 치료 장면)<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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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재미 없는 부분"에서 그나마 딱 한 군데 꽤 근사해 보이는 연출은 악당을 피해 여자주인공이 멈춰 있는 백화점 에스컬레이터를 내려가서 도망치는 것입니다. 옷이 다 찢겨서 변변한 옷도 걸치지 못한채 여자 주인공은 결사적으로, 맨발로 도망칩니다. 그런데 그 멈춰 있는 에스컬레이터 마지막 즈음에서 여자 주인공은 넘어져서 쓰러지게 됩니다. 바로 그 때, 뒤쫓아온 악당이 전원을 넣어서 에스컬레이터를 가동시킵니다. 그러자 허무하게도 여자 주인공이 내려온 방향과는 반대로 에스컬레이터가 움직여서 엎어진 여자주인공은 힘들게 도망친 것과 상관 없이 단숨에 악당 바로 앞으로 실려 오게 됩니다. 여자 주인공이 아무리 "흐름을 거슬러" 도망치고 움직이려고 해도, 악당이 사용하는 기계적이고 거대한 힘앞에서 허무하게 무너져버리는 그 기분을 보여주기에 적당했다고 생각합니다.<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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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 장면의 마지막 장은 사랑의 도피도 하고 마지막으로 같이 숨어 보려고도 했지만, 여전히 악당의 품안에 안겨 있는 여자 주인공을 남자 주인공이 거리에서 목격하는 것으로 시작됩니다. 그리고 남자 주인공은 절망감과 분노를 느낀 나머지 여자 주인공을 확 살해해버립니다. 거리는 역시 초현실주의적인 미술 세트로 표현되어 있는데, 길을 지나는 행인들이 모조리 사이키델릭한 느낌이 풍성하게 드는 역시 기이한 옷차림이라는 점은 재미납니다. 그 모습은 분명히 비틀즈의 "Sgt. Pepper's Lonely Hearts Club Band"가 떠오를만 합니다. 길 바닥에 죽어 쓰러져 있는 여자 주인공을 보고 남자 주인공은 오열하면서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내가 이 여자를 죽였다"고 울부짖는데, 행인들은 모두 무심하게 듣지도 않고 계속 거리를 걸어가고, 죽어있는 여자 주인공을 보지도 않고 지나칩니다.<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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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g src="http://blogfile.paran.com/BLOG_263294/200909/1252903584_사용자%20지정%208.png" /><br />
(쓰러진 여자 주인공)<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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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해서 꿈 장면은 끝이나고, 이 모든 것이 마취제 부작용으로 헤메고 있던 신성일의 꿈임이 다시 한 번 언급됩니다. 그리고 사람 멀쩡해보이는 치과의사 박암의 모습과, 옷자락을 추스려 치과에서 나가는 차분한 숙녀인 여자 주인공 박수정의 모습이 나옵니다. 그래서 꿈속의 과격한 망상들이 참 허황하고 그야말로 "꿈같다"는 느낌을 다시 한 번 들게 해 줍니다.<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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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mbed height="344" type="application/x-shockwave-flash" width="425" src="http://www.youtube.com/v/2MGq4oD74QI&amp;hl=ko&amp;fs=1&amp;" allowfullscreen="true" allowscriptaccess="always"></embed><br />
(일본 영화, 백일몽의 예고편)<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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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는 마지막으로 여자 주인공이 떨어뜨리고간 손수건을 남자주인공이 찾아 주러 가서는 여자 주인공이 운전하는 차에 남자 주인공이 같이 타고 가게 되면서 또다른 인연을 암시하며 끝을 맺습니다.<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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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 "춘몽"은 액자 소설로 치자면 액자에 해당하는 부분과 그림에 해당하는 부분 중에 어디가 더 재밌나 하는 생각을 많이 해 볼만한 영화 입니다. 이 영화에서 액자에 해당하는 "서울 어느 한 지역의 치과에서 벌어지는 일"은 일상 생활과의 대조가 강조되는 영화의 초장에 해당하고, 그림에 해당하는 "마취제 부작용으로 꿈꾸는 한 환자의 망상"은 화려한 환상이 부각되는 중장, 종장에 해당합니다. 저는 초장이 더 재밌다고 생각했습니다만, 좀 더 과감한 생각들과 기묘한 소재들을 조밀하게 투입했다면, 이 영화가 시도하고 있는 범위안에서 훨씬 더 재미있고 이색적인 중장, 종장 부분들을 꾸며낼 수도 있었을만하다는 생각도 같이 듭니다.<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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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다 못해, 꿈 속에서 벌어지는 사건들, 장면들이 지나치게 마구 잡이로 그냥 조각 조각 따로 떨어져 나오기보다는, 굳이 갈등관계나 사건은 연결되지 않을 지라도, 화면이나 구성상의 연결은 좀 더 짜넣는 편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들기도 합니다.<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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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g src="http://blogfile.paran.com/BLOG_263294/200909/1252903584_사용자%20지정%204.png" /><br />
(사막을 헤메는 신성일과 박수정)<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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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어쨌거나, 여러가지 다양하고 괴상한 광기어린 느낌을 자극적으로 계속해서 시각적으로 풀어보이는 영화 내용은 적어도 지루함은 없습니다. 대사를 거의 사용하지 않으면서도 내용을 강하게 전달해내는 다양한 노력들은 진기하며, 가터 벨트와 실크 스타킹, 정갈하게 갖춘 정장이 잘 어울리는 배우의 모습은 매력적입니다. 흥미진진하면서도 상징과 비유가 많다보니까 나름대로 빠져들어서 보기에도 괜찮습니다. 환상을 표현한답시고 보여준다는 것들이 우스꽝스럽고 허망한 것들, 기술이 부족해서 조악해 보이는 장면들이 좀 있기는 해도, 종류가 다양하고 미술적인 표현이 선명한 것은 분명한 장점이라서 그런대로 또 재미거리입니다. <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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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야, 이 영화는 평범한 도시 생활 속에서 군중 중에서 잠깐 지나치는 사람사이에 느낄 수 있는 막연한 공상을 짤막한 영화로 꾸며 놓은 것으로 꽤 괜찮은 볼거리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서로 스쳐 지나가는 거리에서 문득 굉장한 미인이 눈에 뜨였을 때, 저 사람은 누구의 애인이고 누구의 부인일지, 무얼 하는 사람이고 어떻게 사는 사람일지 한 번 궁금해하는 그런 망상을 영화다운 환상으로 밀어 붙인 결과로 꽤 괜찮아 보입니다.<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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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밖에...<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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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역시 볼때마다 어디까지, 얼마만큼이 표절인 영화인지, 원작은 과연 어떻게 되어 있는지 하는 궁금함을 떨쳐내기 어려웠습니다. 인터넷을 찾아보면, 일본 영화 "백일몽"의 꿈장면은 현실과 다른 환상 세계를 주인공이 경험하는 것이 아니라, 치과 의사와 여자 주인공이 현실 세계와 같은 세계에서 엮이게 되고 남자 주인공도 그것이 현실이라고 생각하면서 갈등을 겪는 꿈을 꾸는 것으로 되어 있습니다. 그 외에 치과 의사와 여자 주인공의 기묘한 관계라든가, 마지막에 여자 주인공을 남자 주인공이 죽인다든가 하는 주요한 사건은 한국의 "춘몽"과 일치합니다.<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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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고 보면 한국의 "춘몽"쪽이 좀 더 신기하고 기묘한 맛은 강할 듯 보입니다. 막나가는 꿈 이야기라서 괴상한 것들이 많이 나온다는 면도 재미있을 것이고, 일본의 원판 "백일몽"은 생각하기에 따라서는 마지막에 "사실은 이게 다 꿈이었다"는 맥빠진 반전 같은 느낌이 들 수도 있는데, 한국의 "춘몽"은 처음부터 대놓고 꿈이라는 점을 보여주면서 시작하기 때문에 영화를 보면서 상징과 비유를 떠올리는 맛이 훨씬 더 강해 진다고 생각합니다. 게다가 느와르 영화의 느낌이 물씬나는 꿈 속 묘사라든가, 박암, 신성일이 최고 수준의 인기배우였다는 점, 박수정의 모습이 알프레드 히치콕이 감독을 맡은 영화들의 우아한 "금발 미녀" 못지 않은 풍부한 매력을 내뿜는다는 점 등등도 저는 무척 마음에 들었습니다.<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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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판 "백일몽"은 1964년작 영화 외에, 일본판 "백일몽" 내용에 충실한 1981년작 리메이크 영화 "백일몽"도 또 나왔습니다. 그리고 그 다음에 1987년판 영화가 다시 하나 더 나왔고, 올해 2009년작으로 일본에서는 또다른 리메이크 영화가 다시 하나 더 있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한국과 일본에 "백일몽"을 원작으로 하는 영화는 다섯 편이나 되는 것입니다. 1964년작 일본 영화에 대한 설명은 영어판 위키피디아에 적당한 자료가 있습니다. ( http://en.wikipedia.org/wiki/Daydream_(1964_film) )<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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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 영화가 또 나오니만큼 만약 이 영화 "춘몽"이 정식 저작권 협의를 한 바 없는 영화라면 여러 자료나, 앞으로의 소위 "전문가 해설" 등등에서 명확히 밝혀 두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어찌보면, 일본 영화의 원작 소설은 20년대에 나온 고전인 만큼, 아예 차라리 소설 원작, 일본 원판 영화 참고, 정도의 분위기로 애초부터 떳떳하게 갔으면 어땠겠나 싶은 생각마저 듭니다. 당시, 한국영화판을 생각해 보면 뭐 좀 막막한 상상입니다만.<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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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전체 구조를 놓고 보면 얼추, 20여년 후에 나온 한국영화 "개그맨"과도 닮은 부분이 있습니다.<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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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의 치과는 영화 마지막 장면으로 추정하건데 광화문 사거리 어귀에 있는 것으로 되어 있는 치과입니다.<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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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의 지금 우리가 볼 수 있는 판본은 뒷부분을 최근에 새로 녹음해서 다시 만들어 넣은 판입니다. 새로 녹음한 판본에는 뉴에이지 풍의 장중한 배경 음악이 녹음되어 있습니다. 제가 듣기에는 아주 이상한 것은 아니었는데, 60년대 영화의 분위기와는 좀 거리가 있고, 지나치게 장중한 구성은 영화 전체의 과감하되 소박하고 제한된 정취와는 좀 거리가 있게 느껴졌습니다. 아마도, 오페라와 같은 세트 구성, 비극적인 관계, "카르멘" 풍의 갈등 관계 때문에 일종의 오페라풍의 음악을 새로 집어 넣은 듯합니다.<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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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 제작후에 유현목 감독이 구속되는 사건이 벌어졌습니다. 유명한 사건이므로, 자세한 내용은 인터넷 검색을 통해서 살펴보시면 됩니다.<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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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의 감독을 맡은 유현목은 이 영화가 나오기 1년전인 1964년에도 치과를 배경으로 치과의사와 찾아온 두 환자가 주인공인 영화를 만들었습니다. 이번에는 분명한 한국 소설 원작 영화인데, 바로 다름아닌 "잉여인간" 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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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ategory>영화</category>

		<comments>http://gerecter.egloos.com/4521115#comments</comments>
		<pubDate>Sat, 12 Sep 2009 15:41:26 GMT</pubDate>
		<dc:creator>게렉터</dc:creat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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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CDATA[ 심야특선 - 조선을 떠도는 음습한 이야기 12선 ]]> </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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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DATA[ 
  조선시대는 그 시대가 길고 문헌 자료가 매우 풍부한 시기입니다. 특히, 상당히 많은 자료들이 이미 http://www.minchu.or.kr 같은 웹사이트를 통해서 무료로 인터넷에 공개되어 자유롭게 검색할 수 있게 되어 있으므로, 누구나 손쉽게 안방에서 여러가지 자료를 살펴보기가 좋습니다. <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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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는 이런저런 순조 이전 시절의 책에 실린 이야기들 중에서 음습한 이야기들을 일종의 납량특집으로 발췌해 본 것입니다. 주로 속설이나 떠도는 이야기를 채집해 놓은 것들이 많아서, 모든 내용이 사실에 근거했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요즘의 "도시전설(urban legend)" 같은 이야기들이라고 할만할 것입니다. 굳이 말하자면, "성읍전설"이라고 할만한 이야기라고도 할 수 있을 것입니다.<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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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들은 읽기에 흥미롭도록 내용을 제가 적절히 다시 서술하고 편집했습니다. 나오는 사건들 중에 사실관계가 명백히 잘못된 것이라든가, 역사적으로 중요한 지적할 내용을 보충하거나 수정해야할 사항이 있으시다면 지적해 주시면 대단히 감사하겠습니다. 가능한한 빨리 모두 반영하겠습니다.<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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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의하실 점이 있습니다. 아래 내용에는 잔인하고 비도덕적인 내용들에 대한 묘사들이 적나라한 부분들이 있습니다. 이러한 내용을 읽지 않으셔야 하시는 분께서는 읽지 않고 건너 뛰시기 바랍니다.<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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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br />
1500년대 말엽 즈음에 회자되던 사건 중에 김위(金偉)의 아들이 유괴된 사건은 그 내용이 무척 이상하다.<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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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위는 개성에서 살고 있는 선비 였는데, 어린 아들이 유괴 당한다. 아이를 유괴한 범인은 아이를 이런저런 술수로 속이고 유인해서 끌어 들여서 같이 길을 나섰는데, 언덕과 비탈을 넘어서 깊은 산속으로 아이를 데려 갔다. 그곳에서 범인은 아이를 어느 캄캄한 바위굴 속에 가둬 두었다.<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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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는 나가고 싶어 울부짖었지만, 바위굴은 나갈 수 없게 막혀 있고, 빛이 들어오지 않아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무서움에 울고 떨고 소리를 지르면서 도움을 청하기도 했지만, 깊은 산 속의 숨겨진 바위굴은 사람은 커녕 짐승들도 알아볼 만한 곳이 아니었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캄캄한 어둠 속에서 혼자서 한참을 그렇게 두려움에 떨던 아이는 계속해서 그렇게 했다가 지치게 되고, 점차 배고픔을 느끼게 되었다.<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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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배고픔을 느끼게 되었을 무렵. 바위굴의 통로로 누군가 그릇을 하나 가져다 주었다. 그릇 안에는 달콤한 단술과 비슷한 죽 같은 것이 들어 있었다. 어둠 속에서 배고픔에 떨던 아이는 본능적으로 그 죽을 마셨다. 그렇게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동굴 속에서 아이는 갇혀서 사는 생활이 시작되었다. 주변에는 아무도 없고, 아이가 보고 들을 수 있는 것도 아무것도 없었다. 매일 아이에게는 그저 목숨을 부지할 수 있는 음식 그릇 하나가 들어왔다가 나갈 뿐이었다. 날씨가 너무 추워서 견디기 어려운 날에는 풀을 엮어 만든 이불 같은 것이 들어오는 변화가 있을 뿐, 아이는 캄캄한 어둠속에서 말한마디, 빛 한 줄기 보지 못하고 갇힌 채로 계속 매일을 지냈다. 그런 날들이 끝없이 계속 되었다.<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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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발견된 것은 재령의 장수산에서 철광을 캐기 위해 광산을 개발하고 있던 사람이 광산 개발을 위해 굴을 파다가 우연히 아이가 갇혀 있던 바위굴을 뚫게 되면서 였다. 굴을 파던 사람은 깊은 바위굴 속에 사람이 있는 것을 보고 놀라서 아이를 구조했고, 수소문 끝에 아이의 아버지인 김위는 아이를 되찾게 되었다. 아이를 되찾고 나서 보니, 아이가 아무것도 없는 굴 속에 갇혀서 왜 그래야 하는지도 모른채 오직 매일 죽 한그릇씩만 먹으면서 계속 지냈던 시간은 무려 6년이었다.<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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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는 몸은 그런대로 멀쩡해 보였지만, 정신은 완전히 망가져 있었다. 김위는 온힘을 다해서 아이를 회복시키기 위해 집에서 노력했지만, 2년 후 아이는 죽었다.<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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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범인은 무엇 때문에 김위의 아들을 유괴해서, 6년 동안 아무것도 보이지 않고 들리지 않는 곳에 가둬둔 것일까? 그리고, 6년 동안 도대체 무슨 사연인지 어떤 이유인지도 모르고 그 어떤 외부와의 접촉도 없이, 하루 하루 끝없이 죽을 먹는 다는 행동만 반복하며 살았던 아이가 끝없이 생각하고 느꼈던 것은 무엇이었을까?<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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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본출전 어우야담<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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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br />
1500년대 중반 무렵, 두 선비가 다툰 일 하나가 용재총화에 기록되어 있다. 성균관을 드나들며 공부하던 김윤량(金允良)과 김복창(金福昌)이 싸운 일인데, 김윤량이 볼품 없이 먹을 것만 주섬주섬 챙기는 사람이라고 비웃은 김복창이 김윤량을 심하게 조롱하기 위해 찬(贊)이라는 형식으로 글을 지어서 김윤량을 놀린 것이 발단이었다.<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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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복창이 자신을 비웃는 것을 본 김윤량은 비슷한 방식으로 싸우기 시작했고, 마침내 김윤량은 자신이 아는 점술에 대한 지식을 동원해서, "김복창은 일찍 죽을 것이다"라고 악담을 하게 되었다. 그 말을 들은 순간 김복창은 판단력을 잃고 격노하여, 불붙은 숯덩이를 찍어 들고 김윤량의 입 속에 짓이겨 넣어 버린다. 타오르는 뜨거운 숯덩이가 입안에 들어온 김윤량은 괴로워 날뛰었다.<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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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더 높은 명망을 떨친 선비들의 또다른 싸움 이야기로는 이런 것도 있다.<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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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44년. 심기원(沈器遠)은 자신의 적인 김자점(金自點)과 서로 정치판에서 세력 다툼을 치열하게 하고 있었다. 그런데 김자점은 심기원의 헛점을 놓치지 않았고, 마침내 심기원은 반란을 일으키려 했다는 혐의를 받고 형벌을 받게 되었다.<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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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기원은 형벌을 집행하는 관리들에게 붙들려서 나무로 만든 형틀 위에 묶이게 되었다. 심기원은 나무로 만든 매로 두들겨 맞은 뒤에 귀양을 가거나, 아니면 참수형이나 교수형을 당할 것을 생각하며 각오를 다지고 있었다. 그런데, 관리들은 형틀 위에 심기원을 단단히 묶어 놓더니 한쪽 다리를 커다란 칼로 내려치려고 하는 것이었다.<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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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기원은 깜짝 놀라서, "도대체 이게 무슨 형벌이냐?"고 물었고, 그러자 형벌을 집행하려는 사람은 "김자점 상공께서 분부한 형벌이다."고 대답했다. 곧 심기원은 다리 한 쪽이 잘려나갔고, 차례대로 나머지 다리와 두 팔도 잘려 나갔다.<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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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기원은 사지가 모두 잘려 나간 상태에서 피를 뿌리면서 나뒹굴게 되었다. 극심한 고통을 느끼면서 몸뚱이만 남아 신음하도록 한 뒤에, 정신을 잃을 때 즈음 하여 목을 잘라 죽이는 것이 그 형벌의 끝이었다. 심기원은 형벌을 받으면서, 형을 집행하는 칼을 든 사람에게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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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대신해서 김자점에게 전해 주시오. 당신도 나와 같이 될 거라고."<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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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기원이 잔혹한 형벌의 희생양으로 이렇게 죽은지 7년후. 정말로 공교롭게도 김자점 역시 아들이 반란을 일으키려 했다는 죄목으로 같은 방식으로 처형되게 되었다.<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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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이 형벌은 폐지 되었다.<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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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본출전 청성잡기<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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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br />
1700년대 후반에 한 부유한 집에서 사치스러운 음식을 개발해 먹어서 널리 소문이 난 것이 있었다. 그 음식은 바로 일종의 떡국이었는데, 국속에 들어가는 떡을 극히 교묘하게 만든 것이었다. 귀여운 어린 아이의 모양으로 떡을 빚는데, 눈 코 입 귀 피부를 어린 아이와 꼭 같이 정밀하게 만들고 팔과 다리 또한 진짜처럼 만들었다.<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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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이 음식은 눈으로 보기에 귀엽고 살아 있는 작은 사람처럼 생생하게 꾸미고, 귀로 듣기에 국물 속에서 움직이고 국물이 스며들고 나올 때에 소리가 먹음직 스럽고, 코로 맡기에 냄새가 향기롭고, 혀에 닿으면 맛이 오묘하고, 어린 아이 모양의 떡을 이빨로 뜯어 씹을 때 입술과 잇몸에 닿는 감촉이 부드럽고 기분 좋게 만든 것이었다.<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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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음식은 널리 소문이 났는데, 곧 이 사람은 망하고 말았다고 한다. 그래서 사람들은 음식 사치를 극도로 부리는 자는 망한다는 속설이 맞다고 생각하게 되었다.<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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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예로, 1651년 김자점의 가문이 망할 무렵 즈음에, 김자점은 모든 음식이 씹기에 단단하다고 투정을 부려서, 오직 갓 부화한 직후의 병아리만을 구해다가 알에서 겨우 병아리로 변한 그 직후의 상태로 요리하여 씹어 먹었다고 한다. <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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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본출전 청성잡기<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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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br />
조선시대 뱃사람들 사이에 널리 퍼져 있는 속설 중에 임산부가 배에 타고 바다에 나가면 안된다는 것이 있었다. 당시에도 미신이라는 생각은 있었으나, 바다를 다스리는 용왕이 물 속에서 임산부가 물 위에 올라와 있다는 것을 느끼면 깨끗하지 못하다고 여기고 화를 내면서 큰 비바람을 불러 일으켜서 배를 빠뜨리려 한다는 생각을 믿는 사람은 많았다.<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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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항해하는 도중에 위험한 바람과 파도를 맞이 하게 되면, 뱃사람들은 타고 있는 사람들 중에 임산부가 없는지 확인하곤 했고, 만약 임산부가 발견되면 다른 사람들을 살게 하기 위해서 배에서 뛰어 내리라고 강요하는 경우가 많았다. 학식을 갖춘 선비들은 이러한 행동에 반대하는 경우도 있었지만, 물에 빠져 죽을 것이라는 겁에 질린 사람들은 모두 한 뜻으로 임산부를 탓하며 몰아 붙이기 마련이었고, 그러다보면 배에 탄 임산부는 몰린 끝에 물에 뛰어 들어 익사하곤 했다.<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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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혹 임산부가 없을 때에는 겁에 질린 사람들이 배를 탄 여자를 아무나 임신했다고 몰아 붙여서 바다에 내던져 버리는 일도 있었다. <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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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br />
1623년. 평안감사로 재직한 적이 있던 박엽(朴燁)은 군대를 잘 관리하여 그 명성을 떨치고 세력을 키울 수 있었다.<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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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는 호기롭게 노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기도 했는데, 구름 모양으로 배를 꾸며 놓고 기생들과 악사들을 그 배에 태워서 안개 낀 강에 배를 띄운채 뱃놀이를 했다. 그렇게해서 물위를 떠다니면서 노는데 마치 구름을 타고 다니는 신선이 노는 듯한 흥취를 즐겼다. 박엽은 또한 평양성 성벽 위에 환하게 횃불을 밝혀서 밤에도 성벽이 낮처럼 밝게 빛을 뿜도록 장식해서 그 아름다움을 즐기기도 했다. 박엽은 한편 새롭게 70간 규모의 극장 같은 것을 지어서 평안도 내의 노래를 잘하는 가수 백여명을 모아 놓고 그 안에서 밤새 노래를 듣고 춤을 보며 즐겼으며, 여러가지 음란한 놀이를 하며 놀았다.<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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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그러던 중 박엽은 한 외국인 주술사에게 "사람 일만을 죽여야 살 것이요, 그렇지 않으면 너는 죽을 것이다."라는 말을 듣게 된다. 그 외국인은 점을 잘치는 것으로 매우 이름이 높은 자였으므로, 박엽은 겁에 질려 떨게 되었고, 마침내 자신의 목숨을 살릴 운명으로 가기 위해 부하들과 주민들을 하나 둘 처형하기 시작했다.<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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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엽은 1만명을 죽인다는 목표로 사소한 잘못을 한 사람들도 모두 사형을 시켰는데, 애초에 엄한 벌을 내려서 군대를 다스린 사람인 만큼 군인들이 사소한 죄로 사형 시켰고, 나중에는 자신이 놀고 즐기기 위한 비용을 조달하기 위해 세금을 걷을 때, 세금을 바치는 데 불만을 품은 사람들을 사형시키기 시작했다. 박엽은 닥치는대로 사람들을 사형시키고 다녀서 점차 평안도 주민들의 원망을 사게 되었다.<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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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 조정에서는 김자점이 정권을 틀어쥐면서 반대 세력들을 처단하려 하고 있었으므로, 김자점의 반대파였던 박엽의 혹독한 형벌 집행을 문제 삼기 시작했다. 결국 김자점은 박엽을 사형시키도록 하였다. 박엽은 1만명의 사람을 다 죽이지 못해서 자신이 죽게 되었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라 박엽에게 죽음을 내린 김자점이 스스로 이름 대신에 쓰던 자(字)가 바로, "일만(一萬)"이라는 이름이었다.<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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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야기는 청성잡기에 소개되어 있는데, 척발규의 이야기와 구조가 같다고 소개하고 있다. 박엽에 관한 내용 자체는 반대파가 박엽의 죄상에 대해 과장한 측면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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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던 앞선 시대의 이야기로는 역시 광평대군의 이야기가 가장 유명하다.<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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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대왕은 다섯번째 아들인 광평대군의 운명에 대해 신분을 숨기고 점을 보게 하였다. 점쟁이는 점을 치는 대상이 광평대군이라는 것을 전혀 모르는 상태로 점을 쳤는데, 그 결과  "이 사람은 젊은나이에 못 먹어서 굶어 죽을 운명"이라고 예언하였다.<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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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대왕은 얼토당토 않은 예언이라고 생각했다. 세종대왕은 "임금의 아들이 어찌 굶어 죽겠는가?" 라고 하면서 역시 점을 치는 것은 미신일 뿐이라고 웃었다. 하지만, 그래도 만약을 대비해서 광평대군에게 사고 팔 수 없이 영원히 유지되는 땅에 대한 권리를 내려서 결코 먹을 것이 부족하지 않도록 제도를 마련해 주었다.<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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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44년. 20세의 광평대군은 어느날 밥을 먹다가 생선가시가 목에 걸리게 되는 되었다. 그런데 아무리 노력해도 이 가시를 뽑을 수가 없었다. 결국 광평대군은 목에 걸린 가시 때문에 아무것도 먹지 못하고 괴로워하다가 굶어 죽었다.<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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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조선 건국초에는 복진(卜眞)이라는 사람이 여러가지 주술을 쓰는데 능했다. 복진이 스스로 점을 쳐보니, 자신이 죽을 날짜를 알게 되었고, 또 점을 쳐 보니, 자신의 목숨은 임금에게 달려 있다는 점괘가 나왔다.<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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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진은 임금에게 찾아가 자신의 목숨을 구해달라고 사정해야 겠다고 생각했는데, 궁궐 속으로 들어가 임금이 있는 곳 까지 갈 방법이 마땅치 않았다. 복진은 둔갑술을 여러가지로 연구하고 연습해서 마침내 몸을 숨기고 궁궐 속을 들어갈 수 있는 방법을 고안했다. 복진은 열심히 몸을 숨기는 방법을 연습해서 자신이 죽을 날짜가 다 와서야 겨우 몰래 궁궐 속으로 숨어 들어 갈 수 있게 되었다.<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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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진은 몰래 임금 앞에 나타났다. 그리고 임금에게 목숨이 달려 있음을 말하고 도움을 구하려고 했다. 그런데, 임금은 복진을 보자 깜짝 놀라더니,<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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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을 숨기고 궁궐을 침범해 깊은 곳까지 들어 왔으니, 죄가 무겁고, 참으로 위험하다."<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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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고 하고는, 궁궐 속에 몰래 침범한 죄로 복진을 붙잡아 그 날로 사형시켜 버렸다.<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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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본출전 용재총화<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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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br />
1498년 사망한 이륙(李陸)은 광주(廣州)에 사는 80세가 넘은 한 노인이 평생을 살면서 본 가장 이상한 것 두 가지를 듣고 기록에 남겨 놓았다.<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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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첫번째 이야기는, 남해에서 본 한 사람에 관한 이야기다. 노인은 젊은 시절 어떤 사람이 남해 해변에서 죽는 모습을 보았다. 이 사람은 이상한 병을 앓고 있었는데, 시체를 치워줄 사람이 없어서 바닷가에 쓰러진 모습 그대로 나뒹굴고 있었다. 이튿날이 되어 낮이 되고 날씨가 따뜻해지자 죽은 사람의 살이 점차 썩기 시작했는데, 썩은 살이 점차로 웅크러들더니 점점 모양이 미끌거리는 이상한 작은 덩어리들로 변해 갔다. 곧 이 죽은 사람은 온몸이 수없이 많은 개구리로 변하게 되었다.<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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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수많은 개구리들은 죽은 사람의 옷에서 부터 튀어나와서 팔딱팔딱 뛰더니 점차 바다를 향해 갔다. 개구리들은 모두 바다에 뛰어들었는데, 물속에 들어가자 다리를 몸속에 집어 넣고 꽁무니에서 꼬리가 돋아나는듯하더니, 모두 평범한 물고기 모양으로 변했다.<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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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 사이에 이 물고기들은 모두 헤엄쳐서 바다 어디론가 사라져 갔고, 해변에는 죽은 사람의 텅빈 옷가지만 바람에 휘날리고 있었다.<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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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본출전 청파극담<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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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br />
1498년에 사망한 이륙이 남긴 가장 이상한 이야기에 대한 기록은 아래와 같다.<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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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사람이 갑자기 가면놀이에 흠뻑 빠져서 이런저런 가면을 구하며 다녔다. 그런데 나무로 되어 있는 어느 이상한 가면을 발견한 뒤로, 가면을 덮어 쓰고 춤추고 노는 일에 더욱 빠지게 되었고, 그와 함께 이상한 병이 전염된 것 처럼 시름시름 병을 얻어 앓게 되었다.<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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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문을 모르는 병을 얻자 이 집 사람들은 무당을 불러 굿을 했는데, 무당은 "나무 가면이 병을 일으킨다"고 했다. 결국 이 사람은 그 이상한 가면을 들판에 버렸다. 그랬더니 곧 병이 나았다. 아마도 가면이 얼굴에 붙어서 사람으로부터 무엇인가를 빨아 먹은 것 아닌가 싶다.<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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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몇 달 쯤 뒤에 우연히 가면을 버린 들판에서 다른 사람이 그 가면을 보게 되었다. 가면은 반쯤 썩어 있었고, 그 부분은 버섯으로 변해서 살고 있었다. 버섯이 향기롭고 먹음직스러워서 이 사람은 버섯을 뜯어 먹어 보았는데, 그러자 갑자기 비실비실 웃기 시작하였다. 이 사람은 히죽거리면서 웃다가 갑자기 춤을 추기 시작했는데, 그 모습을 가면을 덮어 쓰고 미친듯이 춤을 추는 몰골과 같았다. 다른 사람 하나가 또 버섯을 조금 떼어 먹어 보았는데, 마찬가지로 웃기 시작하더니 갑자기 정신 나간 사람처럼 춤을 추었다.<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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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참 후에 버섯을 먹은 사람들의 발작이 그친 뒤에 물어보니, "처음에는 웃음이 나면서 기분이 좋고, 나중에는 날뛰고 춤추는 것을 뜻대로 멈출 수 없이 계속되었다"고 이야기 했다. <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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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단순히 환각을 일으키는 버섯이 우연히 생겨나 벌어진 일이겠지만, 가면의 모습과 버섯의 모습으로 바뀌어가면서 사람에게 기생해서 살아가는 이상한 생물이라는 느낌도 드는 이야기이다.<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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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본출전 청파극담<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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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br />
1528년. 성운(成雲)은 경상도 관찰사로 발령을 받아 먼 경상도 땅으로 온 상황이었다. 항상 중앙의 조정과 한성부를 다스리는 직위 정도만을 떠돌던 그로서는 피곤한 여정이었다. 성운은 기묘사화에서 조광조 일파를 제거하는 데 한 몫한 사람으로 악명이 높았고, 때문에 성운 때문에 자신의 친지가 죽었다고 그를 원망하는 사람도 많았다.<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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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원한을 많이 샀던 성운의 죽음은 정신병 발작으로 인한 죽음 기록 중에 유명한 것이다.<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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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운은 어느날 대낮에 잠깐 낮잠이 들었다가 가위에 눌리게 된다. 성운은 잠시 정신을 잃었다가 정신을 차렸는데 가위에 눌린 상태라서 움직일 수도 없는데 이상한 귀신이 가득 보이기 시작했다. 성운은 자신의 좌우에 기괴한 사람들이 늘어서 있는 모습이 보였다. 그 사람들은 눈, 코, 입이 없는 살로 되어 있는 얼굴에, 팔 다리 도 없이 몸뚱이만 이리 자리 뒹굴고 있었고, 머리카락과 이마 부분도 없는 상태였다. 성운을 그 모습을 보고 놀라고 무서워서 괴로워 했는데, 도저히 겁이 나서 그 모습들을 보고 있을 수가 없어서 눈을 애써 감으려고 하였다.<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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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운은 이후로 발광하여 겁에 질린 목소리로 중얼중얼 알 수 없는 소리를 내면서 괴로워하고, 눈을 뜨면 그 모습이 보일까 두려워서 질끈 눈을 감은채로 계속 부들부들 떨었다. 10여일을 그렇게 괴로워하다가 성운은 사망하였다.<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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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원본출전 기묘록 속집<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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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br />
조선시대의 기생이라는 신분은 노비와 비슷한 수준의 신분으로 취급 받았기 때문에 비참한 일을 당하는 일이 많았다.<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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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0년대 중반 홍인한(洪麟漢)은 전라도에 감사로 부임했다. 이무렵 홍인한은 해괴한 취미를 개발했는데, 그것은 기생들의 음악을 듣고 변태적인 방법으로 평을 하는 것이었다. 우선 홍인한은 모습이 아름답고 음악에 재주가 많은 기생을 찾아 다녔다. 마음에 드는 기생을 찾으면, 홍인한은 그 기생을 데려와 음악을 연주하게 하였다. 홍인한은 기생이 죄인에게 형벌을 가할 때 쓰는 형구들을 뜰 한쪽에 늘어 놓은 채로 노래하거나 악기를 다루게 했다. 홍인한은 유심히 음악을 듣고 기생의 모습을 보면서 음악이 끝날 때 까지 그 흥취를 즐겼다.<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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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음악이 끝나고 나면, 홍인한은 기생을 붙잡아 놓고, 음악에서 부족한 점과 잘못된 점을 하나하나 분석하여 지적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 잘못된 것 하나하나 마다 죄값을 매겨서 여러가지 매를 때리는 도구로 기생을 때린다. 기생은 몸을 다치게 되므로 괴로워하는데, 홍인한은 그것을 즐거워 한다. 그렇게 해서 음악의 여러가지 내용에 대해 다 이야기 하게 되면 기생은 피투성이가 되어 괴로워하게 되고, 홍인한은 자신이 좋아하는 기생이 피를 흘리는 모습을 보고 나면 그제서야 통쾌하다는 느낌을 느끼면서 껄껄거리며 웃고는 시원하다고 여겼다.<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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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야기는 청성잡기에 간략히 소개된 이야기인데, 조선시대 기생이 학대 당한 어두운 이야기들 중에는, 죽창한화에 기록되어 있는 한 황해감사가 1600년대 초에 저질렀던 이야기가 그 추잡하기가 악명 높다.<br />
 - 원본출전 청성잡기<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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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br />
1700년대 초반에 기괴하고 섬뜩한 이야기로 항간에 돌았던 소문 중에는 속칭 염매(魘魅)라고 불리우는 끔찍한 물건에 대한 것이 있다.<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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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무렵 한 흉악한 범죄자들이 이상한 대나무 통을 하나 매고 다니는 것이 있었다. 이 사람들은 부유한 집을 찾아가서 그 대나무 통을 열어서 안쪽을 보여주는데, 그러면 그 집 사람들은 왠갖 정신병을 일으켜 발작하는가 하면, 귀신이나 마귀에 관한 이야기에 미쳐 돌아가게 되고, 그러면 이 범죄자들이 적당한 술수로 돈을 뜯어내는 것이었다.<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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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나무 통안에 무엇을 넣어 놓는가에 대한 설명은 다음과 같다.<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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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자들은 우선 남의 집에서 몰래 어린아이를 훔쳐 온다. 그리고는 사람들이 찾을 수 없는 깊은 곳에 어린아이를 가두고 우선은 굶긴다. 그러면 아이는 점차 말라가게 되는데, 아이에게 아무것도 먹이지 않는 것이 아니라, 매우 맛있고 중독되어 빠져 들만한 음식을 아주 조금만 먹인다. 그러면 아이는 점차 배고픔에 괴로워하면서 음식을 극도로 원하게 되고 한편으로는 점점더 온몸이 바싹 마르고 몸이 줄어 들게 된다. 그러는 동안에도 아주 맛있는 음식을 아주 조금씩만 계속 먹인다.<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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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가, 아이가 죽기 직전까지 버틸 수 없을 만큼 흉칙할 정도로 마르게 되면, 조금씩 먹이던 음식을  한웅큼 대나무통 한 중앙에 넣어서 아이에게 준다. 그러면, 아이는 그 음식을 먹으려고 사력을 다해 대나무 통속으로 기어들어 오는데, 아이의 몸이 매우 마른고 작아진 상태이기 때문에 무척 작은 대나무 통속에 억지로 온몸을 구겨넣어서 끔찍한 몰골로 대나무 통에 들어차서 무시무시한 모습으로 박혀 있게 된다. 그러면, 바로 그 순간 날카로운 칼로 번개처럼 빠르게 아이를 찔러서 그 모습 그대로 안에 들어차서 죽게 만든다.<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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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 좁은 통속에 마른 아이가 끔찍한 몰골로 들어차 있는 "염매"가 완성이 되고, 대나무통 뚜껑을 닫아 들고 다니는 것이다. 이것을 세상에서 그 모습을 상상하기도 어려울 만큼 무서운 모양이라고 말한다. <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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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63년에 사망한 이익은 기록에서 비참하게 죽은 아이의 귀신을 이용해서 협잡을 부릴 수도 있는 술수라고 설명하고 있는데, 조정에서 가장 심각한 범죄로 단속을 했으므로, 당시에는 거의 소멸된 상황이라고 소개 했다.<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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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원본출전 성호사설<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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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br />
1590년에서 1592년 초에 이르기 까지, 당시 서울에서는 "등등곡(登登曲)"이라는 이상한 춤을 추며 정신 없이 노는 놀이가 크게 유행하였다. 이것은 일부러 정신나간 행동을 따라하면서 미친 사람 흉내를 내면서 날뛰고 노는 행동이었는데, 주로 부유한 집안의 자제들이 모여서 일부러 바보짓을 하고 미치광이처럼 설치는 것이었다. 히죽히죽 웃는 표정으로 짐승 같은 동작으로 아무렇게나 마구 몸을 흔들며 춤을 추는 가 하면, 밤새 깔깔 거리고 웃으면서 뒹굴고 그러다 갑자기 엉엉 울기도 하면서 "사람이 사람 같지 않다네" 따위의 말을 서로 소리지르며 주고 받았다.<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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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놀이를 할 때에는 기괴한 귀신, 괴물, 도깨비의 모습을 만들어서 가면을 쓰고 괴상한 옷을 입고 뛰어다니기도 했고, 정상적인 것이 아닌 겉모습, 사람이 보통 떠올리기 힘든 모습을 일부러 찾아서 몸에 걸치기도 했다. 이들은 무당의 모습이나 기괴한 행색 따위를 일부러 따라해서 서로서로 미친 모습을 자랑했고, 도저히 설명할 수 없는 정신나간 듯한 동작만을 계속하며 밤새 놀았다.<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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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퇴폐적인 기행은 삽시간에 퍼져서 수백명, 수천명이 한 데 엉켜서 이런 놀음을 하기에 이르렀고, "한 번 죽으면 아무 소용 없으니, 지금 취하고 배부른 것이 제일이다" 따위의 말을 하면서 점점 더 이 놀이에 심각하게 빠져드는 사람들이 생기기에 이르렀다. 결국에는 아무 생각 없이 이렇게 무작정 이상한 행동을 하면서 놀기만 하다가 모든 재산을 다 날리고 걸인이 되는 사람들까지 나타날 지경에 이르렀고, 유명한 선비와 명문가의 자제들 중에서도 정효성(鄭孝誠), 백진민(白震民), 유극신(柳克新), 김두남(金斗南), 이경전(李慶全), 정협(鄭協), 김성립(金誠立)등이 이 등등곡을 즐긴 것으로 알려 지게 되었다.<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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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당시 극심한 당쟁의 상황에서 허망함을 느낀 양반 가문에서 은밀히 어떤 일탈적인 취미가 유행했던 것이 갑자기 크게 퍼진 것으로 짐작된다. 조선후기의 여러 서적에서는 이것이 임진왜란 직전의 망조를 상징한다는 식의 해석도 통용되었다.<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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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원본출전 연려실기술<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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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br />
1700년대 후반, 진천(鎭川)에는 유성기(兪聖基)라는 부자가 살고 있었다.<br />
<br />
어느날 아침 이 부자가 아침을 먹고 있는데, 등에 아이를 업은 여자 거지가 문으로 들어오더니, 슬금슬금 유성기가 밥을 먹는 곳까지 들어왔다. 여자 거지는 말 없이 대뜸 국을 가져다가 그 자리에서 벌컥벌컥 절반을 마셨다. 그리고 여자 거지는 한 마디 말도 없이 또 더러운 맨손으로 이런저런 반찬을 엉망으로 주워서 질겅질겅 씹어먹기 시작했다.<br />
<br />
곁에 있던 부자의 하인이 깜짝 놀라서 여자 거지를 넘어뜨리고 두들겨 패버리려고 했다. 그렇지만, 유성기는 눈짓으로 만류했다. 유성기는 부유한 사람으로서 가난한 사람을 도와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자기가 먹던 밥을 절반을 덜어서 그 여자에게 주었다. 유성기는 "국과 반찬을 먹었으니, 밥도 먹어야 하지 않겠냐"고 했다.<br />
<br />
그러자 그 여자는 한참을 유성기를 보더니, 밥을 받아서 다 먹었다. 그리고 여자는 꽤 괜찮아 보이는 그 밥그릇을 들고는 말없이 집을 나갔다.<br />
<br />
여자가 집을 나가자 유성기의 종 하나가 여자를 가만히 따라가 보았다. 여자가 간 곳을 따라가 보니, 마을 앞 숲 속으로 여자는 사라졌고, 숲에 들어가 보니, 여자와 한패로 보이는 일당들이 가득 있었다. 가만히 보니 이들은  협박과 사기를 치는 협잡꾼의 무리들인 듯 하였다. 마침 그 때는 시비를 걸어서 일부러 몸을 다치게 한 뒤에 관가에 고발한다고 으름장을 놓아서 돈을 뜯는 일 따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던 시절이었다.<br />
<br />
두목으로 보이는 자가 여자에게 물었다.<br />
<br />
"왜 이렇게 빨리 왔느냐?"<br />
<br />
여자가 상황을 설명하면서 대답했다.<br />
<br />
"인심이 너그러운 사람이라서 차마 그 분에게 해를 끼칠 수는 없었다." <br />
<br />
두목이 씨익 웃더니, 다시 물었다.<br />
<br />
"그 말을 들으니 나라도 그 사람은 괴롭히고 싶지 않다. 그런데, 그러면서 그릇은 왜 가져왔느냐?"<br />
<br />
여자가 다시 대답했다.<br />
<br />
"만약 내가 그릇이라도 들지 않고 빈손으로 왔다면, 나 혼자 다 해먹고나서 너를 속인다고 의심하지 않았겠나."<br />
<br />
그리고 나서, 여자는 아이를 업고 있던 포대기를 풀었는데, 그 안에는 죽은 아기 시체가 들어 있었다.<br />
<br />
- 원본출전 청성잡기<br />
			 ]]> 
		</description>
		<category>기타</category>

		<comments>http://gerecter.egloos.com/4480789#comments</comments>
		<pubDate>Mon, 10 Aug 2009 18:00:35 GMT</pubDate>
		<dc:creator>게렉터</dc:creator>
	</item>
	<item>
		<title><![CDATA[ 세상에서 가장 이상한 동물 이야기 (Fauna Secreta, Fauna, 秘密の動物誌) ]]> </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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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escription>
			<![CDATA[ 
  1990년대. 서점에 "세상에서 가장 이상한 동물 이야기"라는 두 권의 책이 나옵니다. 이 책은 어린이용으로 발매된 것인데, 당시 유행하던 "세상에서 가장..." 이라는 제목을 달고 이런저런 저작권 없이 모아서 울궈먹을 만한 우화들을 모아 놓고, 매끈하고 참신한 표지를 붙여서 팔아먹던 책들의 한 종류처럼 보였습니다. 그런데, 이 책은 상당히 특이한 내용을 담고 있었고, 결국 이 책이 우리나라에 출판된 은서동물학(隱棲動物學, cryptozoology)을 소재로한 책 중에 가장 널리 알려진 것 중에 하나로 자리잡게 되었습니다. 무슨 내용인고 하니, 아마이젠하우펜(Ameisenhaufen)라는 사람이 남긴 기괴한 동물들에 대한 기록을 엮어 놓은 책이었던 것입니다.<br />
<br />
<img src="http://blogfile.paran.com/BLOG_263294/200908/1249461935_8031_l.jpg" /><br />
(책 표지)<br />
<br />
일본식으로 말해서 "은서동물학"이라고 불리우는 이 소재는 세상 구석진 곳에 모습을 숨기고 있는 매우 기이한 동물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는 것입니다. 가장 대표적인 것으로는 역시 네스호의 깊은 물속에 있다고 하는 괴물에 관한 것이라든가, 아프리카의 정글 깊숙한 곳 사람이 닿지 못하는 곳에 아직도 공룡이 남아 있다는 따위의 이야기를 꼽을 수 있을 것입니다. 거대한 배를 부술 수 있을 만큼 거대한 뱀 모양의 괴물이 넓은 바다를 헤메고 다닌다는 것도 벌써 몇백년째 내려오는 기이한 동물 목격담일 것입니다. 듀나가 쓴 "선중조우"같은 단편소설은 엄청난 줄거리가 없더라도 은서동물학의 신비로운 향취를 그려내는 것만으로 얼마나 재미난 읽을 거리가 되는지 보여주는 좋은 예일 것입니다.<br />
<br />
그렇다면, 은서동물학을 다룬다는 "세상에서 가장 이상한 동물 이야기"라는 책의 내용은 무엇인고하니, 아마이젠하우펜이라는 사람이 세계 구석구석을 이상한 동물을 찾아 힘들게 탐험하면서 정말로 기이한 희귀 생물을 찾아냈는데, 아마이젠하우펜 박사가 실종되어버려서 기록이 묻혀 있었던 것을, 그것이 발굴되었으므로 책으로 엮어 소개한다는 것입니다. 구체적으로 이 책에서는 일지 기록을 토대로 아마이젠하우펜 박사와 그의 조수 한스가 함께 다니는 이야기들을 꾸며서 탐험담을 읽어 내려갈 수 있게 하면서, 아마이젠하우펜 박사가 남겼다는 사진 자료와 스케치, 보고 문건 등을 같이 자료로 실어 놓고 있습니다.<br />
<br />
<img src="http://blogfile.paran.com/BLOG_263294/200908/1249461935_fontcuberta-le-professeur-et-centaurus.jpg" /><br />
(책에 실려 있는 어느 희귀한 동물의 발견 사진 자료)<br />
<img src="http://blogfile.paran.com/BLOG_263294/200908/1249461935_d46a6041.jpg" /><br />
(아마이젠하우펜이 남긴 물속에 사는 거대한 파충류에 대한 스케치 자료)<br />
<br />
아마이젠하우펜은 독일의 루트비히 막시밀리안 대학에서 재직하고 있던 교수입니다만, 30년대에 나치스의 전횡이 너무 심해져서 미국으로 이주하여 살게 된 인물입니다. 아마이젠하우펜은 그렇게 하여 50년에 실종될 때까지 세계의 오지를 탐험하면서 50년대까지만 해도 남아 있던 각종 희귀 생물을 관찰하고 기록을 남긴 것입니다.<br />
<br />
이 책에 실린 아마이젠하우펜 박사가 세계의 가장 깊숙한 곳들만을 헤집고 다니면서 찾아냈다는 기이한 동물들은 그야말로 이상한 것들입니다. 상상속의 신비감을 자극하는 신화 속의 동물과 직접 연결되어 있는 동물들이 있는가하면, 현실에서 발견된 것으로 과학적으로 널리 알려진 희귀종들도 조금씩 섞여 있습니다. 이 책이 특히 흥미를 끄는 것은 어렴풋하게 형체만 나온 윤곽이나 상상도 따위가 나오는 것이 아니라 사진 자료가 선명하고도 화끈하게 팍팍 실려 있다는 것입니다.<br />
<br />
게다가 본문 내용도 목격 자체를 위한 목격담만 있는 것이 아니라, 정말로 동물들을 열심히 관찰해서 그 습성과 진화론적인 계통을 추정한 내용까지 상세하게 밝혀 놓고 있습니다. "나는 용을 보았어요! 진짜라니깐요~" 그러고 마는 것이 아니라, 파충류들이 어떻게 진화해서 용이 되었는지, 살아가는 습성은 어떻고 어떻게해서 입에서 불을 뿜을 수 있는 기능을 몸이 갖추게 되었는지 열심히 조사하고 관찰하고 탐구해서 써 놓은 것입니다. 그러므로, 아마이젠하우펜 박사는 이 동물들의 실질적인 발견자로서 동물에 스스로 정식 "학명"을 붙여 놓고 있기도 합니다.<br />
<br />
<img src="http://blogfile.paran.com/BLOG_263294/200908/1249461935_fauna3.jpg" /><br />
(날개 달린 사자 모양 동물의 화석 자료. 그리폰의 원류?)<br />
<br />
이 책에 나오는 동물들의 대강을 정리해 보면 아래와 같습니다.<br />
<br />
- 불을 뿜는 용과 같은 도마뱀<br />
- 거북이 등껍질이 달린 오리 모양의 새<br />
- 언어를 갖고 있는 반은 말이고 반은 원숭이인 켄타우로스와 같은 동물<br />
- 공룡과 흡사한 바다 속에 사는 파충류<br />
- 토끼 처럼 뛸 수 있는 다리가 달린 오리<br />
- 날개와 뿔이 달린 원숭이<br />
- 새의 다리의 모양과 비슷한 다리가 지네처럼 여러 쌍이 달린 뱀<br />
- 몸은 두 개에 머리는 하나인 산양<br />
- 날개 달린 사자<br />
- 아르마딜로<br />
- 햇빛을 받으면 타들어가는 달팽이<br />
- 거북이와 같은 이마를 가진 대머리 여우<br />
- 피를 빨 듯 긴 송곳니를 가진 토끼<br />
- 오리너구리<br />
- 뱀 모양의 꼬리를 갖고 있는 커다란 쥐<br />
- 다리와 손 모양의 촉수가 달려 있는 조개<br />
<br />
사진 자료가 풍부하고 조사 내용이 체제를 갖추고 있기 때문에, 이 책의 내용은 처음 보는 사람들에게 "정말로 이런 동물들이 세계 어딘가에 있다는 것인지 뭔지"하는 신기한 감정을 줄만합니다. 특히 해괴한 동물들 사이에, 아르마딜로 라든가 오리너구리처럼 신기하기는 하지만 실제로 멀쩡하게 존재하는 동물들이 섞여 있기도 해서, 다른 동물들도 마찬가지로 다 존재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할만도 합니다. <br />
<br />
그렇기는 합니다만, 역시 들여다보면 볼 수록  의심스러운 면이 많기도 합니다. 일단은 동물들 중에 진화의 흐름에서 저렇게 생겨 먹은 생물이 무리를 이루고 것은 너무 어렵겠다는 생각이 드는 것들이 많습니다. 더우기 그러면서도 이 책에서 소개하는 사진자료라는 것들은 기본적으로 세상에 존재하는 동물들을 단순히 짜집기 하거나 약간 꾸며 내면 쉽게 만들어 낼 수 있을 듯한 것들이 많습니다. 예를 들어서 거북이 등껍질 같은 것이 달린 새는 새를 한마리 잡아서 거북이 등껍질을 붙여 놓고 원래 이렇게 생긴 동물이라고 지어내서 사진을 찍으면 찍을 수 있는 것들입니다. 옛날부터, <a href="http://hehehe.co.kr/wikikiwi/wkct_FeejeeMermaid.htm"> 피지 인어(Fiji Mermaid) http://hehehe.co.kr/wikikiwi/wkct_FeejeeMermaid.htm </a> 같은 것들 처럼 동물들의 박제를 짜집기하거나 간단한 사진 조작을 통해서 신기한 모양을 만드는 것들은 있어 왔기 때문에, 이 책에 실린 동물들도 그런식으로 만든 조작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는 것입니다.<br />
<br />
<img src="http://blogfile.paran.com/BLOG_263294/200908/1249461935_joan_fontcuberta_image2.jpg" /><br />
(놀라운 동물이닷!: 에이, 진짜 새에다가 등껍질 붙인 거 아냐?)<br />
<br />
그렇다면, 도대체 이 책의 정체는 무엇이란 말입니까?<br />
<br />
우선 한 가지 생각해 볼 만한 것은, 요즘 텔레비전 프로그램이나 게임도 마찬가지입니다만, 대한민국에서 나온 것 중에 좀 특이하게 흥미롭고 신기하다 싶은 것은 일단 일본것을 베껴온 것을 의심해 봐야 한다는 점입니다. 여기에 근거를 두고 좀 더 앞뒤 상황을 알아 보면, 이 책의 진정한 의미와 재미가 확연히 드러나게 됩니다.<br />
<br />
일단 이 책, "세상에서 가장 이상한 동물 이야기"의 원류에 대해서 확실하게 밝히기는 어렵습니다. 왜냐하면 이 책은 자료의 출처로 달랑 "아마이젠하우펜 박사" 이름만 달고 있을 뿐 아무 설명이 없고, 그저 엮은이로 "이현모"라는 사람의 이름을 소개하고 있을 뿐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확실히 장담할 수는 없습니다만, 책의 출간 시점과 엮인 상태, 체제를 따져 봐서, 조심스레 추측해 본다면, 이 책 "세상에서 가장 이상한 동물 이야기"는 일본책 "비밀의 동물지(秘密の動物誌)"를 베낀 것이거나, 직접적인 영향을 받아서 출시된 책일 가능성이 높다고 저는 판단하고 있습니다.<br />
<br />
<img src="http://blogfile.paran.com/BLOG_263294/200908/1249461935_4480091165.jpg" /><br />
(일본책, 비밀의 동물지)<br />
<br />
그렇다면, "비밀의 동물지"라는 책은 어떻게 나온 것인고 하니, 바로 스페인의 전위 예술가, 개념 예술가(conceptual artist) Joan Fontcuberta가 Pere Formiguera와 함께 만들어낸 일련의 전시, 출시용 "작품"인 "Fauna" 시리즈를 엮어 놓은 것입니다.<br />
<br />
즉, 정말로 있을 법하고 그럴 듯하게 사진과 자료를 꾸며서 그 현실감과 신비감을 높여서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흥미로운 감상에 흠뻑 빠질 수 있게 분위기를 꾸며 놓은 지어낸 작품이라는 것입니다. 그냥 "용"의 상상화를 붓으로 그려 놓는데 그친 것이 아니라, 과학과 학문의 틀을 가져와 더 많은 현실들을 같이 꾸며 놓은 작품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정말로 세상 어느 한 구석에 용을 닮은 생물이 산다는 느낌이 흠뻑 나도록, "용"의 사진을 잘 조합해서 그럴싸하게 꾸며 놓고, 용을 관찰한 내용과 용에 대한 생물학, 계보학 적인 내용을 나름대로 꾸며 놓고, 심지어 용에 대해 조사하러 간 일행들의 이야기에 대해서도 만들어 놓은 것입니다. 정말로 그런 생물이 우리 세상에 있는 것처럼 다 만들어 본 것입니다.<br />
<br />
다시 말해서, 이 작품들은 포스트 모더니즘의 한 부분을 그야말로 대표적으로 선보인다고 할 수 있을만한 시도라고도 볼 수 있을 것이고, 보기에 따라서는 은서동물학을 소재로한 하드SF 물을 극한까지 한 번 끌고 가 본 것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입니다.<br />
<br />
일련의 "Fauna" 시리즈들은 집대성 되고, 심지어 아마이젠하우펜 박사에 대한 사람들의 인터뷰 동영상까지 기획의 일부로 모여서 뉴욕의 MoMA에서 전시 되기에 이르렀습니다. 그리고 Fauna 시리즈는 꽤 인기를 끌면서 세계 여러 나라에 알려졌고, 그 중에 바로, "일본"에서도 전시가 되었던 것입니다. 그렇게 해서 나온 책이 바로 이 전시의 내용을 정리한 또 하나의 가짜 보고서 책자 모양의 책으로 꾸민 것 즉 "Fauna Secreta"이고, 그 일본판이 "비밀의 동물지"가 된 것입니다. 다시 말해서, 아마이젠하우펜 박사나 그의 조수는 실제로 존재하는 사람이 아니고, 그 사람들의 존재와 이야기들 그 사람들이 남겼다는 온갖 형태의 자료들과 삶의 흔적들은 모조리 작가들이 신기하라고 정교하게 꾸며낸, 묘한 형태의 작품이라는 이야기입니다.<br />
<br />
<img src="http://blogfile.paran.com/BLOG_263294/200908/1249461935_joan_fontcuberta_image1.jpg" /><br />
(사진 촬영 이전에 남긴 박사와 조수의 스케치)<br />
<br />
여기서부터는 막연한 제 추측입니다만, 아마도 한국의 출판사에서는 이러한 사정을 잘 모르고 일본의 "비밀의 동물지"만을 보고 이 내용 자체가 어떤 예술작품이라는 것을 몰랐던 듯 합니다. 진짜 과학 발견을 기록한 것인지, 야바위 꾼이 신문에 사진 팔아 먹으려고 사기 친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어쨌거나 일종의 사실 보도 자료의 형태를 갖춘 것이라고 한국의 출판사 측에서는 생각했지 싶습니다.<br />
<br />
그렇게 생각했기 때문에, "사실에 대한 보도 자료를 모아서 새로운 책으로 꾸미는 것은 당연히 저작권 침해가 아니다"라고 생각하고 일본의 "비밀의 동물지"를 재조정해서 한국의 "세상에서 가장 이상한 동물 이야기"로 꾸며낸 것 아닌가하고 저는 추정하고있습니다. 그렇다면, 이것은 우리나라의 조악한 저작권 문화와 부실한 문화에 대한 이해력이 겹쳐서 이루어진 실수인데, 기이하게도 이런 실수가 벌어져 탄생한 책이 있다는 것 자체가 또한 오묘한 포스트 모더니즘의 표현 아닌가 하는 생각도 잠시 듭니다.<br />
<br />
<img src="http://blogfile.paran.com/BLOG_263294/200908/1249461935_fauna2.jpg" /><br />
(뿔과 날개가 달린 원숭이: 이것은 시뮬라시옹? 시뮬라크르?)<br />
<br />
이 책, "세상에서 가장 이상한 동물 이야기"는 이 책에 소개 되어 있는 내용이 진짜일까, 가짜일까 고민하는 것이 분명히 즐길만한 재미거리 입니다. 그래서 같이 책을 읽은 사람들과 진짜다 가짜다 격렬히 토론하고 증명하고 나름대로 의심하고 안타까워 하고 하면서 보는 것이 이 책에서 맛볼 수 있는 중요한 재미이긴 합니다. 그렇습니다만, 지어낸 까자라고 생각하고 내용들을 봐도 그대로 또 그만의 멋진 재미가 있습니다.<br />
<br />
이 책은 그 자체로 은서동물학을 소재로 한 훌륭한 하드SF 물이 되어 줍니다. 은서동물학이 다루는 SF라고 하면 쉽게 떠오르는 것은, 공룡 괴물에게 습격 당해서 주인공들이 도망치고 싸우고 하는 동안 남녀주인공이 연애하고 하는 이야기들이 생각날 것입니다. 거기에다가 아슬아슬한 추격전 장면도 있어야 할 것이고, 무서운 공포 장면도 있어야 할 것이고, 여자 주인공의 아름다움에 대한 묘사나 현대과학 만능주의에 대한 경고 따위의 교훈도 한 자락 들어가야 재미난 소설이라고 출판사 직원들이 고개를 끄덕거리면서 신문에다 광고내고 책 찍어 줄 것입니다.<br />
<br />
<img src="http://blogfile.paran.com/BLOG_263294/200908/1249461935_efdcba09.jpg" /><br />
(이런 놈이 나오면 아버지께서 물려주신 칼을 마침 품고 있다가 찔러서 싸워야지!: 일본 홋카이도 일대에 사는 것으로 되어 있는 공룡 스러운 동물. 책에 나오는 학명은 Koch Basilosaurus)<br />
<br />
그런데, 이 책은 주인공이 괴물에게 쫓기면서 배신과 음모 속에서 피어나는 사랑 그딴 잡 줄거리 아무것도 안해도 충분히 경이로운 읽을 거리로 재미를 줄 수 있다는 점을 증명하고 있는 것입니다. 막판에 드러나는 충격적인 대반전 속에서 처절한 주인공의 사투 뭐 이런 것이 아니라, 대신에 이 진기한 동물을 계통한 적으로 어떤 계통으로 분류해야 하는 것인가 고민하는 것에 대해서 설명하는 것이 재미가 된다는 것입니다. 여자 주인공과 헐리우드 영화에서 베껴온 "재치있는 대사"라는 것을 나누면서 사랑을 속삭이지 않고, 대신에 도대체 이 동물이 어떤 학명을 갖고 있어야 마땅하고, 어떤 해부학적 구조를 갖고 있는지 탐구하는 내용을 보고서 형태로 서술해 놓는 것만으로 독자에게 흥미와 몰입을 불러오는 재미거리가 된다는 것입니다.<br />
<br />
이 책에는 한스의 불우한 어린 시절이라든가, 사실은 출생의 비밀을 갖고 있었지만 중국에서 노예로 살다가 다시 한반도 안으로 돌아와서 임금 같이 되는 아마이젠하우펜 박사의 무용담 따위는 없습니다. 대신에 동물을 X선 촬영한 결과로 뽑은 사진이 한 장 더 들어가 있는 것입니다. 컴퓨터 게임 개발 업계나 일본만화식으로 말하면, "본편 줄거리" 없이 "설정집"을 독립된 내용으로 뻥튀기 하는 것만으로 재미난 읽을 거리로 꾸밀 수 있다는 것입니다. "팩션"이라고 제목 달아 놓고 "우리 나라가 옛날에는 진짜 진짜 진짜 진짜 진짜 위대한 나라였다아아아아아아아!" 라고 이상하게 처절하게 울부짖는 역사 소설 대신에, 정말로 사실과 학문의 영역을 흉내내서 얻을 수 있는 재미거리가 뭔지 이 책은 맛볼 수 있게 하고 있는 것입니다.<br />
<br />
이런 점은 과학이나 학문 탐구 분야를 소재로 하는 이야기들의 맛이 어떤 것인지 한 전형을 드러낸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현실적이고 사실감 있게 꾸민 보고서 형태의 내용만으로도, 독자는 신비로운 오지 깊숙한 곳에 숨어 있는 동물을 보고 싶다는 그 원초적인 인간의 호기심과 탐험심을 불사를 수 있는 것입니다. 사진과 함께 붙어 있는 기묘한 습성에 대한 내용을 읽으면서 머나먼 정글 깊숙한 곳을 헤치고 단 한 번도 널리 알려진 적이 없는 미지의 세계에 다가가서 놀라운 생물을 보고 느끼는 경이를 마음 속에 일깨우게 하는 것입니다.<br />
<br />
<img src="http://blogfile.paran.com/BLOG_263294/200908/1249461935_4643591.jpg" /><br />
(손과 다리 모양이 달려 있는 조개. 온순한 동물이므로 이렇게 "악수"를 하는 신비로운 체험을 해 볼 수도 있습니다.)<br />
<br />
앞서 말했다시피 사진의 질이 평범한 조작 사진 정도에 그치고 있고, 어린이용으로 편집된 것이라서 동물들에 대한 기록 자체가 부족하다는 면은 어쩔 수 없는 한계입니다. 그렇습니다만, 내용 중에는 SF 시각으로 보았을 때 그 소재의 상상력 자체가 흥미를 끄는 대목도 있습니다.<br />
<br />
예를 들어서 이 책에는 "반은 원숭이이고 반은 말인 켄타우로스 같은 동물(학명: Centaurus Neandertalensis)"이 나옵니다. 그런데 이 동물에 대해서 연구한 결과로 이 책에서 제시한 것이 바로 이 동물은 먼 옛날 네안데르탈인이 진화한 결과 같다는 것입니다. "네안데르탈인"은 인간과 함께 지구상에 살았지만 "인간은 아닌" 지적 생명체라는 점에서 외계인과 비슷한 SF물의 단골 소재라면 단골 소재입니다. 그러다보니, 예티나 빅풋과 같은 설인들을 네안데르탈인이 숨어서 사는 것이라고 가정하고 나온 이야기들 도 있습니다.(바야바아아아아아-) 그런데, 이 책은 바로 그 네안데르탈인들이 한 번 더 진화해서 켄타우로스처럼 되었고, 한때는 여기저기 퍼져서 살고 있어서 고대 그리스인들의 신화에도 흔적을 남겼다는 식으로 주장하고 있는 것입니다.<br />
<br />
<img src="http://blogfile.paran.com/BLOG_263294/200908/1249461935_fontcuberta-le-professeur-et-centaurus.jpg" /><br />
(네안데르탈인의 새로운 진화 형태를 발견하다: 이들은 인간처럼 자신들만의 언어도 갖고 있습니다.)<br />
<br />
이 책은 사실, 소년중앙 사이에 끼어 있는 믿거나 말거나 잡기사로 굴러 다니는 미국 타블로이드지 이야기를 일본에서 번역한 것을 다시 번역한 어린이용 잡스러운 책 정도로 그냥 묻혀 버렸습니다. 책이 정상적인 경로로 똑바로 들어와서, 이 책에 실린 내용이 성립된 경위나 진정한 이 책의 위치가 좀 더 제대로 알려지고 넓게 이야기 되었다면 훨씬 더 좋았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그랬다면 좀 더 넓은 분야에서 이야기되고 논의 될 수 있었을 거라는 생각도 듭니다. 하다 못해, 이 책이 진짜인가 가짜인가 하면서 흥미롭게 읽는 어린이에게 나중에 포스트 모더니즘의 묘미가 무엇인지 설명할 때 좋은 자료가 될 수 있지 않았겠습니까.<br />
<br />
<br />
 * 제 혼자의 추측과 기억에 의존해 쓴 부분이 많습니다. 잘못된 부분, 다른 정보 있으신 분은 간략하게 대충이라도 덧글로 남겨 주시면 대단히 감사하겠습니다. 본문에 수정하거나 추가할 내용이 필요하다면 가능한한 빨리 반영하도록 하겠습니다.<br />
<br />
<br />
그 밖에...<br />
<br />
용의 화석을 발견해서 용의 생태와 습성에 대해서 연구한 내용을 다큐멘터리 형태로 꾸민, 2004년작 "드래곤 판타지 (Dragon's World : A Fantasy Made Real)" 같은 것은 이 책과 거의 비슷한 형태의 재미를 영상화한 것으로 볼 수 있을 것입니다.<br />
<br />
읽어보지는 않았습니다만, 이 책의 인기를 등에 업고 아마이젠하우펜과 상관 없는 다른 내용으로 꾸민 같은 제목의 책 3권, 4권도 나온 것으로 압니다.			 ]]> 
		</description>
		<category>기타</category>

		<comments>http://gerecter.egloos.com/4474088#comments</comments>
		<pubDate>Wed, 05 Aug 2009 12:08:51 GMT</pubDate>
		<dc:creator>게렉터</dc:creat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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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CDATA[ 어설픈 맛이 재미난 광고들 ]]> </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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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escription>
			<![CDATA[ 
  한 광고 소개 게시물을 보다가 한 시대를 풍미했던 광고들이 생각났습니다.<br />
동영상을 보 실 때, 손 끝과 발 끝에 힘을 꽉 주고 튼튼하게 펴고 계십시오. 조금만 방심해도 오그라들지 모릅니다!<br />
<br />
<br />
이걸 재밌다고 해야 할지는 의문입니다만, 하여간 이런 이야기를 할 때는 반드시 우선 짚고 넘어갈 수 밖에 없는 광고부터 이야기 하면서 시작해 보겠습니다.<br />
<br />
바로, 전설의 초록매실 광고.<br />
<embed src='http://flvs.daum.net/flvPlayer.swf?vid=ourFiHj2EuU$' width='502px' height='399px' allowScriptAccess='always' type='application/x-shockwave-flash' allowFullScreen='true' bgcolor='#000000' ></embed><br />
이 광고 이후로, 당시 최고의 인기 가수 조성모는 바로 조매실이라는 별명을 갖게 됩니다. 이 광고는 수많은 사람들에게 충격을 남긴 광고로 유명한데, 특히 조성모가 얼굴을 가리고 손가락 틈새로 보는 표정은 도저히 인간의 필설로 쉽게 설명하기 어려워, 어떤 외계인의 정신공격이 아닌가 하는 흉흉한 생각마저 잠시 들 정도입니다.<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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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광고가 직접적인 이유는 아닐지라도, 이 광고 무렵을 정점으로 최고의 가수 조성모의 인기는 수그러 들게 되었다고 기억합니다.<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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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래도, 옛날에는 제작비와 제작환경이 더 안좋고, 광고의 품질 보다는 광고 그 자체가 나온다는 것이 목표였기 때문에 더 이상한 광고들이 많기 마련입니다. 일단 1980년 광고로 알려져 있는 팥만치 광고를 보겠습니다.<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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듀나게시판의 Carb님께서 소개해 주셨습니다.<br />
<object width="425" height="344"><param name="movie" value="http://www.youtube.com/v/bs99CmV-4-s&color1=0xb1b1b1&color2=0xcfcfcf&hl=ko&feature=player_embedded&fs=1"></param><param name="allowFullScreen" value="true"></param><param name="allowScriptAccess" value="always"></param><embed src="http://www.youtube.com/v/bs99CmV-4-s&color1=0xb1b1b1&color2=0xcfcfcf&hl=ko&feature=player_embedded&fs=1" type="application/x-shockwave-flash" allowfullscreen="true" allowScriptAccess="always" width="425" height="344"></embed></object> <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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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기 많지... 팥만치...<br />
인기 많지... 팥만치...<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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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광고의 내용을 구구하게 풀어서 설명하자면 이런 것입니다. 여름. 어느 해변에서 "팥만치 '훼'스테벌"이라는 행사가 열리고 있습니다. 이때 노래를 부르기 위해 참가한 우리의 전인화가 화려하고 신나는 춤과 함께 노래를 부르기 시작하는데, 바로 고 마이클 잭슨 선생의 인기에 도전하려는 강렬한 노래를 부른다는 것입니다. 전인화는 "팥"속에 또 "통팥"이 들어 있다는 뫼비우스의 띠와 같은 구조를 자랑하는 "팥만치"라는 강력한 빙과류를 소재로 해서, 관중들의 열광적인 환호를 이끌어내고, 결국에는 마법의 절정부분 후렴구 가사를 열창합니다!<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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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기 만치! 팥만치!!<br />
인기 만치! 팥만치!!<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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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열적인 "치" 라임!! 각운!!!<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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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교묘한 랩스러운 가사는 무엇이란 말입니까? 국내 대중음악에서 랩 송의 기원을 "철이와 미애"의 노래로부터 잡는 것이 흔히 연예 소개 프로그램에 나오는 일반적인 이야기입니다만, 이정도면 "팥만치 광고 노래"가 진정한 한국 랩의 기원 이라고 해도... 반복되는 가사와 이상한 손동작. 거기에 겹치는 젊은 시절 전인화 누님의 기묘한 얼굴표정까지.<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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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예산 광고라서 좀 어설픈 맛이 웃기게 된 경우도 있는데, "뚜라미 보청기 광고"를 보겠습니다. 듀나게시판의 "안녕하세요"님께서 언급해 주셔서 찾아 보았습니다.<br />
<embed src="http://kr.img.blog.yahoo.com/ybi/1/comm/yammy_player_ext.swf?p=2&vid=R90Or7klCXgH6nQnJt_2S6w-" width="400" height="320" type="application/x-shockwave-flash"></embed><br />
갸냘픈 목소리로 감탄하는 "아름다워라~"의 매력.<br />
따라해 봐도 재밌습니다.<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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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워라아아아아~"<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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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어색해서 그렇지, 과장되고 직설적인 표현은 듣다보면 상당히 듣기 좋기까지 합니다.<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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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설적인 강렬한 맛과 과장된 성우 더빙이라는 옛풍습이 조화되어 어설픈 맛이 재미를 선사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지나치게 "멋있어 보이려고 하다가" 과해서 망하는 경우인데, 예를 들면, 이종범 선수가 대활약한 이름도 멋진 "기쎈비타C" 광고가 있습니다.<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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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로 이 광고는 "상당합니다"!!<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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듀나게시판의 듀라셀님께서 소개해 주셨습니다.<br />
<object width="425" height="344"><param name="movie" value="http://www.youtube.com/v/49VFhujg2xY&hl=ko&fs=1&"></param><param name="allowFullScreen" value="true"></param><param name="allowscriptaccess" value="always"></param><embed src="http://www.youtube.com/v/49VFhujg2xY&hl=ko&fs=1&" type="application/x-shockwave-flash" allowscriptaccess="always" allowfullscreen="true" width="425" height="344"></embed></object><br />
<br />
"날개달린 사나이 이종범"이라는 별명으로 이종범 선수가 등장하고 있습니다. 기쎈비타의 강렬한 모습에 "날다람쥐"라는 전통적인 별명은 좀 약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까? 광고 속에서 나래이션 하는 성우도 거의 비틀거리면서 쓰러지는 듯한 목소리로 울부짖듯 외치고 있고, 곧이어 등장하는 여자 성우는 80년대 후반을 마구 달구었던 고전해학극류의 여자 주인공의 끈끈하게 몸에 휘감겨 녹아나는 목소리로 화면을 뒤덮어 보고 있는 관객을 엄습합니다.<br />
<br />
그리고, 막판에 우리에게 결연한 가르침을 주겠다는 듯이 외치는 이종범 선수의 날카롭고 파괴적인 반문:<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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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라고!"<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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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나서, 어떤 정상적인 논평, 어떤 세세한 설명 따위 다 날려 버리고, 오직 돈오를 바라는 일점의 염화미소스러운 정수를 담아 알수 없는 단 한마디로 소리칠 뿐입니다.<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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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쎄에에에에에엔!!!!!"<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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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뭡니까? "기쎈비타C를 마셔라!" 라고 명령하는 것도 아니고, "기가 세져라!"라고 기원하는 것도 아닙니다. 그저 알수 없는 2음절, "기쎄에에에엔!!!" 관형어를 독립된 감탄문으로 활용하는 오묘한 문법의 파괴.<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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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쎄에에에엔!<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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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범 선수가 있다면, 야구 선수 중에 투수도 누가 한 명 나와 줘야 하지 않겠습니까. 기쎈비타C 광고 검색 중에 발견한, 광고가 하나 있습니다. 선동렬 선수가 등장한 "투수코친".<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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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mbed pluginspage="http://www.macromedia.com/go/getflashplayer" type="application/x-shockwave-flash" classid="clsid:d27cdb6e-ae6d-11cf-96b8-444553540000" codebase="http://download.macromedia.com/pub/shockwave/cabs/flash/swflash.cab#version=10,0,0,0" width="500" height="423" src="http://play.mgoon.com/Video/V1210333" allowScriptAccess="always" allowFullScreen="true" quality="high"/><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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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구하고 친절한 설명은 이종범 선수의 "기쎄에에에에엔!!!!!" 한 마디와는 정확히 대척점에 있는 다른 철학을 설파하고 있습니다.<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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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록 성우가 더빙하고 있기는 하지만, "애들도 잘먹어요"라고 할 때 알게모르게 은근슬쩍 베어나오는 사투리는 정감을 더하고, 막판에 덧붙는 "잘생긴 제 코를 기억해 주세요"라는 말과 간드러지는 웃음은, 뭐랄까. 최강자만이 가질 수 있는 자부심과 귀여움에서 베어나오는 친근한 겸손이 동시에 뒤섞이는 오직 선감독님만이 보여주실 수 있는 경지라 감히 평해봅니다.<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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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에 광고 모델 비용이 높아지고, 유명한 모델을 사용하면 아무래도 돈을 많이 들이게 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전체적으로 투자가 늘어나서 광고도 품질이 높아지기 마련인 것이 대세가 됩니다. 그러나, 어쩌다보니 이런저런 이유로 그런 길을 걷지 않은 낭만적인 영혼을 담은 광고들이 몇 있습니다.<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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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많이 웃기다고는 볼 수 없겠습니다만, 묘하게 따라하고 싶어지는, "브레인트로피아닷컴" 광고를 보겠습니다. 보아의 출연작인데 듀나게시판의 매일그대와님께서 소개해 주셨습니다.<br />
<embed pluginspage="http://www.macromedia.com/go/getflashplayer" type="application/x-shockwave-flash" classid="clsid:d27cdb6e-ae6d-11cf-96b8-444553540000" codebase="http://download.macromedia.com/pub/shockwave/cabs/flash/swflash.cab#version=10,0,0,0" width="500" height="435" src="http://play.mgoon.com/Video/V598510" allowScriptAccess="always" allowFullScreen="true" quality="high"/><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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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레인트로피아닷컴"이라고, 무려 아홉글자의 제목을 사용하는 제품의 광고 인데, 당시 인터넷에서 유행했던 보아의 선전전략을 이용해서 청유문 "~해 보아요"라는 말을 "~해 BoA요"라고 쓰던 것을 갖다 쓴 것입니다. 그래서 진부하다면 진부한 아이디어를 쓰는 광고인데, 그게 또 많이 듣고 보던 말을 우리의 보아가 애타게 외치는 것을 보니, 동정심이 시청자의 염통을 자극하고과 원숭이 시절부터 인간 깊숙한 곳에 있던 기묘한 모방의 본능을 자극하는 맛이 있어서, 자꾸 따라하고 싶어진다...고 저는 느끼고 있습니다.<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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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언급했던, "초록매실" 광고의 직계 후속으로 불리울만한 광고로는 공교롭게도 거의 비슷한 개념의 상품을 판매하는 광고인 대문제작, "미녀는 석류를 좋아해" 광고를 꼽을 수도 있겠습니다.<br />
<br />
아직까지도 많은 사람들의 뇌리속에 강렬히 남아 있는 작품입니다.<br />
<embed src='http://flvs.daum.net/flvPlayer.swf?vid=apHWDx2C8zM$' width='502px' height='399px' allowScriptAccess='always' type='application/x-shockwave-flash' allowFullScreen='true' bgcolor='#000000' ></embed><br />
<br />
이 광고는 원래 웃기려는 의도가 많이 있는 광고라서, 그래도 초록매실 보다는 파괴력이 약하다고 느끼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반드시 언급하고 싶은 경지라는 생각은 느껴지는 까닭은 만화로 만든 후속작들이 많이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br />
<br />
처음 볼때는 "뭐 그냥 웃기려고 한거네... 별로 웃기지는 않지만..." 싶지만, 마지막 즈음에는 이상한 픽하는 웃음이 자기도 모르게 발사되는 것을 느끼기 쉽습니다.<br />
<embed src='http://flvs.daum.net/flvPlayer.swf?vid=NR79QqvGuHY$' width='502px' height='399px' allowScriptAccess='always' type='application/x-shockwave-flash' allowFullScreen='true' bgcolor='#000000' ></embed><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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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로 모 인터넷 게시판에서 "'미녀는 석류를 좋아해'를 마셔 보았습니다. 음... 석류맛이네요." 라는 내용의 글이 올라왔을 때, 위대한 모 사용자가, "그럼 미녀맛일 줄 알았습니까?" 라는 덧글을 달아서 좌중을 감동시켰던 역사가 아직도 생생히 기억납니다.<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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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매실" 광고를 계승하고 "미녀는 석류를 좋아해" 광고를 넘어서서 진정한 두 광고의 후계자라고 불리울 만한 광고가 한 편 있으니, 바로 다름아닌 "초코하임" 광고 입니다. 특히 이 광고는 "미녀는 석류를 좋아해"처럼 웃기려는 의도가 아주 아주 선명하게 있습니다. 심지어 일부러 어설프고 웃기다는 점을 강조하는 패러디 광고입니다.<br />
<br />
그런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초록매실을 능가할 법한 괴력의 어설픈 맛이 기억에 남는다는 특징이 있습니다.<br />
<embed src='http://flvs.daum.net/flvPlayer.swf?vid=w9g8OfgUZlE$' width='502px' height='399px' allowScriptAccess='always' type='application/x-shockwave-flash' allowFullScreen='true' bgcolor='#000000' ></embed><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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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다시 봐도 엄청납니다. 개다리춤 동작의 저 흥미로운 진동수라니...<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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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 />
......<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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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호군. 힘내야 한다! 이 정도 일로 좌절하기에는 아직 세상은 넓다. 힘이 들어 지칠땐 기쎈비타 마시고 힘내렴.<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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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제길..... "앱솔루트도!" 할때 얼음 붙은 눈썹 분장만 없었더라도......<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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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충 이정도 모아 봤는데, 또 이런류의 웃음거리(...)가 될만한 우리나라 광고가 또 뭐 있었을까요? 아주 옛날 사례라도 혹시 뭐 생각나는 것 있으십니까?<br />
			 ]]> 
		</description>
		<category>영화</category>

		<comments>http://gerecter.egloos.com/4471161#comments</comments>
		<pubDate>Mon, 03 Aug 2009 09:43:43 GMT</pubDate>
		<dc:creator>게렉터</dc:creator>
	</item>
	<item>
		<title><![CDATA[ 한국영화 오덕용 영화퀴즈 하나 ]]> </title>
		<link>http://gerecter.egloos.com/4463445</link>
		<guid>http://gerecter.egloos.com/4463445</guid>
		<description>
			<![CDATA[ 
  아래 배우는 80년대 중반에 잠깐 활동했던 배우입니다. 이 배우의 이름은 무엇입니까?<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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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g border="0" onmouseover="this.style.cursor='pointer'" alt="" src="http://pds13.egloos.com/pds/200907/28/24/b0056924_4a6ee49947a35.jpg" width="500" height="270" onclick="Control.Modal.openDialog(this, event, 'http://pds13.egloos.com/pds/200907/28/24/b0056924_4a6ee49947a35.jpg');" /><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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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g border="0" onmouseover="this.style.cursor='pointer'" alt="" src="http://pds15.egloos.com/pds/200907/28/24/b0056924_4a6ee499970a9.jpg" width="500" height="270" onclick="Control.Modal.openDialog(this, event, 'http://pds15.egloos.com/pds/200907/28/24/b0056924_4a6ee499970a9.jpg');" /><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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힌트: 김형곤과도 영화에 같이 출연한 적이 있습니다.<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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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답은 "오덕" 입니다. 이 분 이름 자체가 "오덕"입니다. 제 추측으로는 오덕이라는 이름은 당시 연예인 외자 이름의 유행에 맞춰서 지은 예명이라고 생각합니다. "덕"이라는 이름은 당시에 살짝 중성적인 멋진 여자 연예인이름으로 그럴듯하게 느껴지는 면이 있었는데, 아마도 이 분의 본명 성이 "오"씨 여서, 예명을 '오덕"으로 했던 것 아닌가 추정해 봅니다.			 ]]> 
		</description>
		<category>영화</category>

		<comments>http://gerecter.egloos.com/4463445#comments</comments>
		<pubDate>Tue, 28 Jul 2009 11:45:03 GMT</pubDate>
		<dc:creator>게렉터</dc:creator>
	</item>
	<item>
		<title><![CDATA[ 대지옥 ]]> </title>
		<link>http://gerecter.egloos.com/4455550</link>
		<guid>http://gerecter.egloos.com/4455550</guid>
		<description>
			<![CDATA[ 
  대표적인 "지옥영화"인 1972년작 한국영화 "대지옥"의 줄거리는 대충 이렇습니다. 중세를 배경으로 큰 장원을 갖고 있는 귀족인 사악한 "원빈"이라는 사람이 있습니다. 원빈은 사악한 죄를 이것저것 많이 짓다가 지옥으로 떨어지게 되고 그리하여, 지옥의 여러 풍경을 영화 화면에서 보여주게 된다는 것입니다. 원빈 역할은 허장강이 맡았는데, 허장강이 스스로 "원빈"이라고 말하는 모습은 요즘 보면 좀 우습기는 합니다. 뭐, 정확히 따져보자면야, 성이 "임"이고 이름이 "원빈"이기는 합니다만. 이 영화 속에 이런 껀수는 하나 더 있습니다. 여자 주인공 역할은 "연아"낭자 입니다.<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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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g src="http://blogfile.paran.com/BLOG_263294/200907/1248258462_gh1.png" width=500 /><br />
(대지옥 포스터)<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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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옥 이야기는 상당히 연원이 깊은 편인데, 우리나라에서도 "누가 죽다가 살았는데 꿈속에서 지옥의 광경을 구경하고 돌아와서 평생 착하게 살아야 겠다고 결심했다더라"라는 줄거리의 이야기들은 오래전부터 기록이 있습니다. 이것은 불교계 문헌에서 이야기하는 지옥에 대한 묘사가 워낙에 장대하고 화끈하기 때문에 상상력을 자극하는 면이 많기 때문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듭니다. 수천가지 종류의 가지각색으로 사람에게 형벌을 가하는 지옥이 지하세계에 끝없이 펼쳐져 있고, 이곳에서 죽은 사람들이 수억년 동안 벌을 받는다는 류의 이야기가 상세하고 현란한 표현으로 그려져 있는 것입니다.<br />
<br />
그렇기 때문에, 불교에서 묘사한 지옥의 여러 광경과 저승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영화 속에서 신화적인 재미를 주려고 하는 영화들이 속속 나오게 되었습니다. 일본영화들의 사례가 한국영화들보다 빠른 만큼, 일본영화들이 한국영화에 어느 정도의 영향 관계를 갖고 있으리라 생각하는데, 이런 영화들은 신비로운 광경을 화면으로 보여주는 환상물의 재미를 노리는가하면, 지옥의 무시무시한 형벌과 마귀의 모습을 화면에 펼쳐 보여주면서 그 잔혹한 광경의 충격과 으시시한 느낌을 주려는 공포물의 요소도 노리는 것으로 제작되었을 것입니다.<br />
<br />
이 영화 "대지옥"도 일본과 홍콩에서 이렇게 저렇게 나왔던 지옥을 소재로한 영화들의 영향을 받아서 나왔다고 보는 것이 합당하리라 생각합니다. 이 "대지옥"은 불교에서 이야기하는 목련존자의 이야기를 그대로 줄거리로 삼았습니다. 정확하게 말하면, 목련존자와 같은 일을 거의 똑같이 한 번 더 겪는 사람이 있고, 그 사람이 목련존자의 도움으로 지옥을 헤쳐 나온다는 정도입니다. 그리고 그런 줄거리를 따라 가면서, 저승세계의 천사, 신화적인 초능력 인물들, 지옥의 초능력 인물과 괴물들, 악마들, 무서운 형벌들의 잔혹한 광경 등등을 화려한 환상물의 수법으로 화면에 펼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습니다.<br />
<br />
그러나 이 영화 "대지옥"이 완성된 결과를 보면, 그러한 내용을 정말로 재미나게 전달해 주는 수준에는 결코 도달하지 못했다고 느낄만 합니다. 화면은 좀 많이 심심하고, 나타나는 요소는 별로 다채롭지가 못하고, 줄거리는 좀 지겨운 것입니다. 그래도, 이 영화는 대체로 전체적인 영화의 틀을 적당히 유지하면서 이러한 내용들에 대해 시도를 하고 있기에 최소한의 구경하는 재미는 갖추고 있어서, 한번 겪어 볼만하기는 한 영화입니다.<br />
<br />
<img src="http://blogfile.paran.com/BLOG_263294/200907/1248258462_gh7.png" /><br />
(또다른 한국의 지옥영화, "지옥은 만원이다"의 한 장면)<br />
<br />
일단 이 영화는 배경을 막연히 "중세"로 잡아서 영화 전체에 걸쳐서 신화적인 분위기와 화려한 감흥을 전해줄 만한 의상과 세트를 보여주려고 시도했습니다. 그럴듯한 시도라면 시도입니다만, 실제로 이 영화가 붙잡은 것은, 당시 수많은 한국 중저예산 영화들이 택하던 "고려물" 수법 입니다. "고려물"이라는 것이 무엇인고 하니, 홍콩 무협 영화를 베낀 영화를 한국에서 만들고 싶은데, 명나라나 송나라식 의상을 입은 등장인물들이 나오면 우리나라 사람 같지 않아 보이니까, 대충 "여기는 고려고 고려시대에는 이랬다"고 둘러대고 만든 영화들입니다. 그리하여, "고려물" 중에는 그냥 배경이 명나라인지 당송인지 고려인지 신라인지 어디인지 밝히지 않고 막연하게 홍콩 영화의 의상과 세트를 옮겨 놓고, 대충 국적불명, 시대불명의 영화로 꾸며 놓은 것들도 꽤 많습니다. 말이 나와서 말인데, "고증이 무슨 소용이야 재미가 중요하지"라는 기괴한 이분법 덕분에 전혀 실감나지 않는 의상과 소도구를 사용하고 그래서 RPG 컴퓨터 게임속 인물이 장난하는 것 처럼 보일 뿐 역사속 인물이 활약한다는 현장감은 다 날려버려서 재미가 없어지는 요즘의 몇몇 TV사극들도 실제 배경시대에 관계 없이 "고려물"에 속한다고 볼 수도 있을 것입니다.<br />
<br />
따라서, 이 영화 "대지옥"은 시작되자 마자, 홍콩이나 대만에서 소품을 빌려 온 것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옷과 소도구가 말끔하고 보기 좋게 그럴싸한 물건들로 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실제로 빌려 온 것일 지도 모르겠습니다만, 그리하여 이 영화는 그럭저럭 홍콩 무협 분위기를 산뜻하게 내면서 출발하고, 영화 처음 첫머리에는 악한 주인공 허장강, "원빈"의 일당이 억울한 사람들과 단체로 칼싸움 하는 장면도 꽤 보여주면서 출발합니다. 칼싸움 자체를 구경하는 것이 매우 멋지고 훌륭한 수준에 이른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이 영화를 시작하는 칼싸움 장면은 화려한 것을 보여주겠다고 시도하는 이 영화의 다른 장면들이 상당히 역부족이었던 것에 비하면 대략 상황을 볼만하게 표현한다는 면에서는 무난하게 잘 그려져 있습니다.<br />
<br />
이렇게 출발한 영화의 줄거리는 요약하기에 단순하고 짧은 내용입니다. 사악한 허장강은 허장강을 더욱 사악하게 이끄는 첩과 집사 때문에 방탕하게 살고, 그러다보니 허장강의 본처와 딸은 먼저 죽게 됩니다. 그후 허장강은 첩과 집사에게 배신당하여 암살당하고, 그리고나서 첩과 집사도 서로 싸우다가 죽습니다. 그리고나면 배경은 사람들이 죽은 저승으로 바뀌고, 천상에서 잘 살게 되어 있는 착한 딸이 지옥에 떨어진 아버지 허장강을 걱정하여, 아버지를 구해내기 위해서 지옥 이곳저곳을 뒤지고 다닌다는 것입니다.<br />
<br />
<img src="http://blogfile.paran.com/BLOG_263294/200907/1248258462_gh4.png" /><br />
(기분 나쁜 악당 역할이라면 내가 기꺼이 하겠다! - 다른 영화에 출연한 허장강의 모습)<br />
<br />
이런 줄거리가 느릿느릿 진행되면서 그냥 큰 반전과 갈등 없이 이야기가 진행됩니다. 그렇기에 이 영화의 줄거리는 줄거리 자체와 인물구도가 어떤 긴장감과 흥미를 자아내는 효과는 거의 전혀 없습니다. 이 영화의 줄거리라는 것은 그 줄거리를 따라가면서, 불교에서 이야기하는 여러가지 신비로운 장면들, 환상적인 묘사들을 하나 둘 늘어 놓는 것이 목표 입니다. 허장강이 살아 있을 때는 사악한 허장강이 선해지기를 바라는 불교계열의 주술적인 초능력 이야기들이 몇 가지 펼쳐지고, 허장강이 죽고 나면 허장강을 찾아다닌다면서 이런 저런 형태의 지옥들을 특수효과와 영화 미술로 꾸민 화면으로 보여 주는 핑계를 위해 줄거리 내용이 있을 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br />
<br />
물론 줄거리 자체에도 아주 이야기 거리가 없는 것은 아닙니다. 예를 들어서 허장강의 첩 역할은 인물이 적당히 재밌게 출발합니다.<br />
<br />
이 허장강의 첩 역할을 바로 그 "사미자"가 맡았는데, 허장강을 교태롭게 유혹하기도 하지만 허장강 때문에 얼굴에 큰 상처가 생긴 뒤로는 허장강을 몰래 죽이려고도 하는 인물이며, 강렬한 질투와 증오로 뭉친 인물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막상 이 영화에서는 사미자가 퇴폐적인 향락으로 이끄는 모습이 그다지 강렬하게 보이지도 않고 극적으로 묘사되어 있지도 않습니다.  그렇다고 얼굴에 상처가 생긴 뒤에 나오는 증오의 변태적인 면이 잘 연출되어 있는 것도 아닙니다. 이 정도 인물이라면, 위험한 매력이 느껴지면서도 진짜 미쳐돌아가는 놈이라는 혐오감이 생길만한 충격이 있어야 할 텐데, 이 영화에서는 이런 사미자의 인물을 보여주기 위해 나오는 것이라고는, "아잉~ 호호호홍~ 아아아이이잉~~"하는 관습적인 "고전 한국 영화속 악녀 교태 부리는 콧소리" 몇 번으로 대충 때우고 마는 것 뿐입니다.<br />
<br />
줄거리에서 좋은 부분이라고 꼽은 것이 이 정도니까, 줄거리에 이상한 헛점은 훨씬 많습니다. 애초에 이야기 줄거리에 큰 신경을 못쓰는 이야기다 보니까 좀 엉성한 부분은 도무지 앞뒤가 어떻게 돌아가는 지 알아 볼 수 없게 되어 있는 것입니다. 밝히자면 너무 내용을 많이 언급하는 것이 됩니다만, 굳이 언급한다면, 이런 것입니다.<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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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g src="http://blogfile.paran.com/BLOG_263294/200907/1248258462_gh5.png" width=500 /><br />
(다른 영화에 출연한 젊은 시절의 사미자)<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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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장강의 딸로 나오는 박지영, 그러니까 극중에서 "연아" 낭자가 죽는 대목은 이야기가 뭔가 좀 이상한 대표적인 부분입니다. 이 부분의 발단은 허장강이 절에서 행패를 부리다가 불교의 저주를 받아서 번개를 맞고(...) 쓰러지는 것입니다. 허장강이 죽느냐 마느냐 하면서 시름시름 앓고 있는데, 독실한 불교신자인 박지영이 아버지 허장강이 죽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애원하자, 초능력 비슷한 것을 쓸 수 있는 스님이 허장강 얼굴에 "저승사자가 접근하지 못하는 천"을 덮습니다. 그리고 그날밤 박지영은 간절한 마음으로 기도를 하면서 허장강 앞에 앉아 있는데, 그때 윗옷은 벗어제끼고 털가죽 바지만 입고 있고 머리에 뿔이난 저승의 똘마니 두 명이 나타나 허장강을 데려가려고 합니다.<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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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두 괴물은 허장강을 데려가려다가 스님이 허장강 얼굴에 덮었던 초능력 천 때문에 포기하고 그냥 돌아가려고 합니다. 그러다가 홧김에 허장강 앞에 있는 기도하는 박지영을 데려가려고 합니다. 이 괴물들은 박지영의 팔뚝을 잡고 당기는데, 박지영이 기도하다가 발휘하는 초능력 때문인지 뭔지 하여간 정확하게 알 수는 없지만 박지영을 움직일 수가 없습니다. 그래도 괴물들이 계속 힘을 쓰니까 박지영 팔에서 피가 철철 흐르게 됩니다. 그러자, 어디선가 신화적인 영웅인 어떤 갑옷 입은 남자가 나타나 괴물들을 두들겨 패서 쫓아버립니다. 이 남자는 "효성"의 상징이기 때문에, 이름이 단순하게도 "효성"공자라고 불리우는 사람인데, 뭐, 효성이라고 해서 오토바이하고 관련 있는 사람은 아니고, 천상의 신령스러운 존재인 목련존자의 제자라는 놈입니다.<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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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해서, 박지영은 구출되었나... 싶은데, 그만 과다 출혈 때문인지 어쩐지 더 많은 피를 팔에서 흘리면서 그냥 확 죽어버립니다.<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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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뭡니까? 어차피 허장강은 초능력 천 때문에 저승사자들이 데려 갈 수 없었습니다. 그러면 박지영이 기도 안하고 가만히 있었어도 상관 없는 거 아닙니까? 괜히 착한 마음으로 기도한답시고 허장강 앞에 앉아 있다가 저승사자들에게 붙잡혀서 팔에 피나서 죽게 되지 않습니까? 잠깐 잠깐. 그런데 이것을 가만히 보면, "죽음"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정해 놓은 것 자체가 좀 앞뒤가 안맞습니다. 이 영화에서 "죽음"이라는 것은 저승사자 한테 잡혀 가는 것입니다. 그런데 분명히 박지영은 저승사자가 잡아갈 수 없었습니다. 게다가 저승사자들을 능동적으로 효성공자가 쫓아내기까지 했습니다. 그러면 박지영은 죽지 않는 것입니다.<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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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저승사자를 물리치거나 말거나 어쨌거나 "출혈이 많으면" 저승사자가 안와도 하여간 죽긴 죽는 겁니다. 그러면, 그때 출혈로 죽을 때 다시 잠깐 살짝 순간적으로 다른 저승사자가 왔다가는 것일지? 그런데, 그렇게해서 출혈로 죽을 때 온 저승사자는 무슨 차이인지 알 수는 없지만 이번에는 박지영을 데려갈 수도 있고, 효성공자 한테 두들겨 맞지도 않는 것인지? 최대한 나중에 이리저리 맞춰서 정리해 보면, 이 영화에는 사람이 죽었을 때 천상으로 데려가는 저승사자와 지옥으로 데려가는 저승사자가 서로 나뉘어져 있고, 저승사자는 자기쪽으로 데려갈 수 없는 사람이라도 어쨌거나 죽기는 죽도록 "피를 흘리게 해 놓을 수는 있다" 정도로 때려 맞춰 넣어볼 수는 있을 것 같기는 합니다.<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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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 영화가 이런 규칙들을 재미거리로 삼는 "도그마" 같은 영화도 아니고, 이래서야 어지간히 성격 특이한 무당이 아닌 다음에야 도무지 받아들이기 어려운 "죽음의 제도"입니다. 그렇거나 말거나  이런 소리는 지금와서 그냥 억지로 억지로 맞춰서 해보는 소리고, 영화를 보는 그 도중에는, 이런 규정이나 제도에 대해 전혀 아무런 생각 없이 화면이 그냥 펼쳐지기 때문에, 그냥 도대체 왜 저승사자와 싸우고, 어째서 죽는다는 건지 그냥 답답하고 이상하기만 합니다. 저승사자랑 싸워 이겨서 죽지 않는다는 내용도 한 번 넣어 보고 싶고, 죽어서 저승에 간다라는 내용도 넣어 보고 싶은데, 어쩔 줄 모르겠으니까, 그냥 무조건 둘 다 나오게 한 듯해 보입니다. 이런 식으로 영화가 가다보니, 줄거리 속에 빠져들기도 어렵고 등장인물들의 심경에 공감하면서 이야기를 즐기기도 어려운 영화로 확 주저 앉아 버리는 것입니다.<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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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g src="http://blogfile.paran.com/BLOG_263294/200907/1248258462_gh2.png" /><br />
(대지옥 영화의 다른 포스터)<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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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거리가 이렇게 빠져 있으니까, 이 영화의 진정한 중심축인 신비롭고 기괴한 장면을 보여주는 재미는 얼마나 살아남았는지 살펴본다면, 이 부분도 부족한 부분이 많기는 매한가지 입니다.<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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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이 영화 "대지옥"의 치명적인 약점은 제목이 "대지옥"인데, 113분의 상영시간을 갖고 있는 영화에서 막상 본격적으로 지옥이 등장하는 것은 영화의 75분 정도가 지난 끝부분 부터입니다. 이 정도 비율이라면, 영화 제목을 "대지옥"이라고 하는 것이 아니라, "30%만 지옥"이라고 하는 것이 더 타당하다고 해도 될 수준입니다. 허장강이 행패부리고, 박지영이 기도하고, 사미자가 싸우고 어쩌고 하는 이야기가 길게 펼쳐지는 데, 계속 지옥이 안나오면서 영화가 계속 계속 2/3에 가까이 진행되어 버리는 것입니다. 이 정도라면, 단순히 분량만 봐도 충분히 지옥의 정경들이 괴이하고 놀랍게 많이 펼쳐졌다고는 볼 수 없을 것입니다. 지루해지기도 딱 좋습니다.<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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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막상 본론인 지옥 광경으로 들어가면 어떻겠습니까? 이 영화에서는, 천상으로 가게된 연아 낭자, 박지영이 지옥으로 떨어진 원빈, 허장강을 찾기 위해, 대략 다음과 같은 지옥의 골짜기들을 돌아다니면서, 그 광경을 화면에 드러내게 됩니다.<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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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사람을 멧돌에 집어 넣고 믹서처럼 갈아버리는 지옥<br />
2. 혀를 집게로 잡고 길게 뽑는 지옥<br />
3. 추운데 떨게 하는 지옥<br />
4. 수많은 뱀들에게 뒤덮혀 시달리게 되는 지옥<br />
5. 독성 액체 속에 빠져서 살이 녹아 없어지고 뼈만 남게 되는 지옥<br />
6. 불길에 그을리며 타게 되는 지옥<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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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 써 보면 좀 잔인한 것도 있습니다만, 이 영화는 일단 그다지 잔혹 공포물로 나아가는 영화는 아닙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 영화에서 보여주는 특수효과도 끔찍함이나 무서움을 전해 주는 것과는 아주 거리가 멉니다. 무섭고 잔혹하게 보여주려면, 고통과 충격에 대해서는 사실적이고 실감나는 묘사가 필요할 텐데 이 영화의 특수 효과는 사실감이 심하게 떨어집니다. 대부분 적당한 소품을 스티로폼이나 스폰지 같은 소재로 대강 만들어서는 실로 연결해서 이리저리 움직이는 것으로 버틸 뿐입니다. 그나마 그 소품이라는 것도  최소한의 정교함 조차도 포기해버린 수준이라서, 보다보면 유치원생들이 공작시간에 선생님들과 함께 만들어본 애니매이션 등장 동물 처럼 보이는 것도 있을 정도입니다.<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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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문에, 도대체 뭘 나타내려고 한 것인지 알아보기도 어려운 것도 있습니다. 이런 점은 공포물을 포기했다고는 해도, 영화를 지켜보게 하기 어렵게 만들기에 좀 많이 부실해 보입니다.<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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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중에 가장 도가 지나친 것이 뱀들에게 뒤덮혀 시달리게 되는 지옥입니다. 이곳에는 허장강의 못된 첩이었던 사미자가 떨어져서 시달리고 있는데, 앞서 말씀드렸다시피 뱀이란 것을 길쭉한 스폰지 같은 것으로 표혔했습니다. 그런데, 제대로 색칠도 안되어 있거니와 어린이 친구들이 EBS 여름방학생활책을 들고 방학과제물을 만들 때에도 뱀이라면 신경을 쓰기 마련인, 뱀의 "혓바닥" 조차도 안 달려 있습니다. 그러니, 영화란 것은 뱀 지옥에서 고통 받는 사미자라면서 보여주는 것이, 사미자가 왠 길쭉한 누런 스펀지 덩이를 껴안고 혼자 얼굴을 찡그리고 "아아- 아아-" 하고 신음하는 장면일 뿐입니다. 이런 것을 보고 좋아하는 취향도 세상에 존재할 수는 있겠다 싶습니다. 하지만, 아무래도 뱀에게 시달리는 지옥의 광경을 구경한다는 느낌은 조금도 들지 않습니다.<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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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장면들도 허탈하기는 마찬가지 입니다. 예를 들어서 온몸이 녹아 없어지고 뼈만 남은 사람을 보여주는 광경은 스펀지인지 스티로폼인지로 대충 깎아 만든 투박한 뼈 모형을 그냥 줄에 묶어 놓고 심심하게 흔드는게 전부입니다. 그걸 보고서는 관객이 "뼈만 남은 사람"이라는 느낌을 받기란 쉽지 않습니다. 이 영화가 나온 1972년 보다도 이미 수십년은 앞서서 나와 있던 레이 해리하우젠이 작업한 영화들 속의 광경과 비교해보면 극적으로 초라하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입니다. 그 외에도 머리 세 개 달린 새가 날아가는 장면이라든가, 불꽃 속에서 그을리고 있는 허장강을 표현한 장면들도 어린이들의 장난감으로 소꿉장난하듯이 시늉하는 놀이하는 수준보다 얼마나 더 나은 것인지... 하는 실망감이 클 법한 내용들입니다.<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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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g src="http://blogfile.paran.com/BLOG_263294/200907/1248258462_gh3.png" /><br />
("대지옥" 영화 속의 지옥 풍경)<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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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이 영화의 방향은 보여주는 것의 진짜 같은 느낌 보다는, 보여주는 것의 신기함과 기이한 멋을 초점으로 맞춰야 할 것입니다. 그러니까, "바바렐라" 같은 영화에서 수천년 후의 우주에서 우주의 공주와 여왕이 사이키델릭한 환상 세계를 날아다니며 보여주던 것과 같은, 영화 미술의 다채로운 볼 거리들을 전해주는 것, 미술적 경이를 관객들에게 보여주는 것이 이 영화 "대지옥"의 나갈 길이 되는 것이 괜찮지 않겠나 하는 생각이 들 법 합니다. 어마어마한 숫자를 끝없이 내세우는 불교의 신화적인 상상력을 생각한다면, 소재 자체는 중분히 끌어올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전통적인 불교의 변상도만해도 화려하고도 눈을 현란하게하는 다채로운 광경들이 가득하니 말입니다.<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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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면에서 이 영화는 어느 정도의 성취가 있기는 합니다. 가짓수가 너무 적어보이기는 하지만, 예닐곱 개의 지옥을 이리저리 보여주다보면 그래도 넓디 넓은 지옥 이곳저곳을 살핀다는 느낌은 전해줄만하고, 살아 생전 허장강의 향락생활 묘사와 구름 위 천상의 신화 속 존재들이 싸돌아다니는 광경 같은 것은 신비로운 향취를 조금은 갖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영화 속에 등장하는 이러한 대부분의 미술상의 시도들은 다양하게 발전하고 변형되는 것이 아니라 지루하게 반복하기만 한다는 치명적인 약점이 있습니다.<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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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를 들어서, 이 영화에서 천상 세계에 처음으로 허장강의 본처가 나타나는 장면에서는, 신비롭게 등장하는 오묘한 느낌을 살리기 위해서, 천상의 선녀 수십명이 백댄서로 등장해서 앞뒤에서 잠시 동안 이리저리 군무를 보여 주도록 하였습니다. 그리고 그 여러 선녀 백댄서들의 무용을 가로질러서 중앙에서 허장강 본처가 구름 위 파란 하늘 사이로 걸어나오는 것입니다. 이런 것은 바그너 까지 가지 않더라도 고전적인 연극과 오페라에서도 나오던 것이고, 백댄서들의 의상과 춤이 좀 단순하기는 합니다. 하지만, 그래도 신비하다는 점을 표현하고 진기한 것을 보여주려고 한다는 면에서 한번 시선을 끌기는 합니다.<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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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문제는 이 영화에서는 그 다음에 천상에서 목련존자가 등장하고, 석가모니가 등장하고, 허장강의 딸 박지영이 등장하고, 그때 그때 마다 자꾸만 계속해서 또 똑같은 방식으로 계속 선녀 여럿 등장해서 백댄서로 춤추게 한다는 것입니다. 음악이 거의 같고 춤동작도 거의 달라지지 않고, 같은 백댄서들이 그대로인데 그냥 나와서 계속 똑같이 한번 춤만 추면 계속 신비로운 느낌이 살거라고 생각하고 반복하기만 하는 것입니다. 지루해지는 것은 물론이거나와, 등장인물들의 특징이나 상황에 따라서 천상세계의 면면을 더 재미나게 보여줄 기회를 그냥 날려먹고 만다는 데서 더 아쉽습니다.<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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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다른 예로, 허장강이나 허장강의 집사가 방탕하고 퇴폐적으로 살고 있다는 점을 묘사하기 위해, 이 영화는 허리가 유연한 춤꾼들의 춤을 보면서 술을 마시며 "으허허허허"하고 웃는 모습을 보여 주었습니다. 춤동작이 좀 답답하기는 합니다만, 그래도 너댓명이 모여서 애써 이국적인 중세의 춤 분위기를 자아낸다고 하는 것을 보면 한번은 신기합니다. 그런데, 이 영화에서는 허장강의 "나쁜 삶"을 보여주기 위해서 그 장면만 반복해서 보여줍니다. 춤 동작도 변하지 않고, 음악은 똑같은 것이 계속 나옵니다. 나쁜짓의 종류와 퇴폐적인 행각의 범위는 넓고도 넓지 않겠습니까. 그런데, 허장강은 똑같은 춤을 보면서 "으허허허허" 웃는 것 한가지만 합니다. 심지어, 허장강이 죽고 허장강의 자리를 꿰어찬 집사도 나쁜짓을 하는 장면을 보여 준답시고 똑같이 같은 음악, 같은 춤을, 같은 화면 구도로 펼칩니다.<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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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영화가 다양한 미술 표현의 가능성을 스스로 내다버리고 그냥 한가지 낡은 관습적인 표현 방식을 반복해서 보여주고 말아버리는 점은 이 영화의 가장 치명적인 한계 입니다. 이것은 이 영화의 제작진들이 미술 표현으로 신화적인 세계의 경이를 시각적으로 다채롭게 펼쳐 보이는 것이 영화의 장점이요 목표가 되어야 한다는 점을 스스로 거의 이해하지 못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적극적으로 미술 인력과 미술 표현력을 개발하고 펼쳐보려고 애를 쓰고 공을 들였어야 했는데, 그렇게 영화 미술에 적극적으로 관심을 갖고 사람을 갖춰 돈을 쓰면서 영화를 제작한다는 것에 대해서 잘 생각해내지 못했다는 생각이 듭니다.<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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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지고보면, 이것은 결코 단순한 기술의 문제는 아닙니다. 그 시절의 기술력이 부족해서 이 영화 "대지옥"의 미술 구도가 겨우 이정도에 멈춘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위에서 언급한 뱀만해도, 몇 천년전의 신라 비석에 부조로 표현되어 있는 용과 뱀의 모습이 훨씬 더 그럴싸한 멋이 있습니다. 지옥의 마귀와 괴물들에 대한 다채로운 묘사들은 조선시대의 사천왕상 모습들이나, 다양한 불화에서 얼마든지 더 뛰어난 것이 보입니다. 물론 그런 옛 유물들은  더 공을 들여서 더 높은 비용으로 만든 작품이기는 하겠지만, 적어도 이 영화의 미술이 그런 예술로서 가치 있는 핵심이라고 직접적으로 초점을 맞추었다면 지금 보다는 훨씬 더 재미난 도전할 거리들이 많았던 것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듭니다.<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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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다른 한국의 지옥영화, "지옥은 만원이다"의 한 장면)<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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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끝까지 보면, 그래도 영화가 최소한의 형태를 유지하면서 이런저런 내용들이 펼쳐 지기 때문에 몇몇 부분들은 눈에 뜨입니다. 허장강의 딸로 나오는 박지영이 멋진 모습을 빛내면서 성실하게 연기하는 것이라든가, "엘프"스러운 천상의 용사라고 하기에 그럴싸해보이는 신영일의 모습도 어울립니다. 무엇보다 오랜기간 독특한 악역 연기로 튼튼하게 실력을 다져온 허장강은 아주 멀쩡합니다. 이 영화가 부실하고 허황되게 비틀거리는 부분이 많을 때에도 허장강 때문에 그래도 영화 다운 모양새가 더 눈에 들어오게 됩니다. 사악하고 음흉한 모습도 어울리고, 광기에 어린 모습은 실감나고, 막판의 짧은 감동 끌어내기 장면에서는 어쩔 수 없는 이 영화의 한계 안에서도 정석대로 연기를 보여줍니다.<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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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영화가 이런저런 기이한 장면들을 보여주려는 내용인데다가 연출이 좀 부족한데가 많다 보니 지금 보자면 해괴한 맛이 더 호기심을 더하는 맛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서, 이 영화에서는 허장강을 초능력으로 속이는 승려 한 명이 나옵니다. 그 초능력 덕분에 이 영화에서는 젊은 시절의 사미자가 늙은 시절의 황해(전영록 부친)로 변신하는 기괴한 장면을 볼 수 있습니다. 이 영화에서는 전체적으로 필름의 겹치기(overlap)를 활용해서 이런저런 특수효과를 자아내고 있는데, 그 기술의 마감처리가 미흡해서 영상이 잘리고 번진 부분이 많기는 합니다. 그래서 사미자가 황해로 변신하는 장면도 딱히 볼만하지는 않지만, 그런 장면이 시도 되었다는 것 자체로 좀 이상한 호기심이 생길만합니다.<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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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디 높은 천상 저편에서 구름으로 된 배를 타고 깊고 깊은 지옥 구석으로 끝없이 내려오는 장면도 호기심을 끌만합니다. 역시나 막상 화면으로 펼쳐지는 내용은 궁색합니다만, 그래도 상상해 보기에 재미난 느낌 정도는 있습니다. 어떻게 입수한 것인지 알 수는 없습니다만, 염라대왕의 의상과 분장은 잘 어울립니다. 마치 중국 경극단의 경극 의상을 빌려온 듯 한데, 실제로 경극 의상을 그냥 빌려 온 것에 지나지 않는다고 해도 솜씨 있어 보이게 어울립니다. 지옥 면면의 모습도 볼 부분이 있었습니다. 얼음 지옥에서 얼어 붙은 사람들의 손과 발이 이리저리 튀어나와 있는 얼음 덩이가 나뒹구는 광경은 과장하자면 "바바렐라"의 미로와 감상이 비슷한 부분이 있을 수 있을 겁니다. 별 신경을 못쓰고 가치를 몰라서, 초라하고 작게 만들어서 별 주목도 못 받게 화면에 담아서 그렇지 신기한 상상을 잠깐 자극하기는 합니다.<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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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g src="http://blogfile.paran.com/BLOG_263294/200907/1248258462_gh8.png" /><br />
(이것이 70년대 멋의 진수다!: 대지옥에서는 효성공자로 출연한 신영일의 다른 모습)<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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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에는 그 화면 연출 방식이 극적으로 순수하게 좋은 부분도 있습니다. 다른 비슷한 영화들에서 참조해 온 부분이 있겠습니다만, 끝없는 지옥 이곳 저곳을 박지영이 헤메고 있는데, 수없이 많은 비루한 지옥의 죄수들을 훑어가며 보여주다가, 그 많은 사람들 중에 한 사람으로 궁색하게 괴로워하고 있는 허장강의 모습을 서서히 화면에 들어오게 해서, 관객이 스스로 허장강을 찾아내어 발견하게 된다는 느낌을 주는 대목은 썩 좋습니다. 바로 아버지가 저기에 있는데 박지영이 못찾고 있네... 하는 안타까운 생각과 함께 저렁게 복잡하게 엉겨서 죄수들이 고통 받고 있는데 이 넓은 지옥에서 어떻게 찾을까 하는 막막한 생각을 동시에 표현해 줄 수 있는 장면이었다고 생각합니다.<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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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그러나고나서, 막상 아버지를 찾을 때에는 그냥 아무 특별한 이유와 계기 없이 문득 "엇, 자세히보니까, 저기있네" 처럼 찾아 버려서, 조금 좋아지려는 그 흥미로운 분위기가 확 죽어버리기는 합니다. 뭐, 그렇게 그러고 말아버리는 것이 이 영화에 어울린다면 어울립니다.<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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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밖에...<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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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계종 계열 불교 단체의 투자로 제작된 종교 영화입니다. 부처님 오신날 기념으로 TV방영도 누차 된 영화이기에, 아마 대표적인 한국의 지옥영화로 자리잡았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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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마록"을 비롯해서 사후세계에 관련된 소재들을 한국적인 "판타지"의 소재의 원천으로 생각해 보려는 시도가 한 때 유행한 것도, 따지고보면 이런 지옥영화의 전통에서 직접, 간접적으로 영감을 받은 면이 있다는 생각도 좀 듭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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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ategory>영화</category>

		<comments>http://gerecter.egloos.com/4455550#comments</comments>
		<pubDate>Wed, 22 Jul 2009 10:37:04 GMT</pubDate>
		<dc:creator>게렉터</dc:creat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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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CDATA[ 투명인간 (1986) ]]> </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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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DATA[ 
  <a href="http://gerecter.egloos.com/2913827">졸작영화 http://gerecter.egloos.com/2913827 </a>라 불리우기에 부족함이 없는 1986년작 한국영화. 어법에 맞게 말하자면, 졸작영화라 불리우기에 남는 게 없는 영화, "투명인간"의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실업자가된 주인공 이영하가 돈욕심에 산업 스파이짓을 하다가 사고로 투명인간이 되어서, 이런저런 모험을 겪는다는 내용입니다. SF 코메디 영화인데, 본격적인 코메디 영화라고 하기에는 주인공의 감정이 다소간 심각 하지만, 그래도 연출이나 영화 구성이 대체로 투명인간이 되어서 겪는 소동의 우스운 면을 자꾸만 건드리려고 하고 있습니다.<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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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g src="http://blogfile.paran.com/BLOG_263294/200907/1248021791_RSP105.jpg"> <br />
(고전적인 투명인간 영화)<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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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는 트래쉬무비 수준으로 내려앉은 중저예산 영화의 표준스러운 예시로 적당한 영화입니다. 사실 "트래쉬 무비"라고는 해도, 영화가 부실한 면이 많으면서도 나름대로 가능성을 찾아볼 수 있는 일면이 있는 영화가 있는가 하면, 반대로 <a href="http://gerecter.egloos.com/3373261">"Zombie vs. Ninja"판 "소화성 장의사" http://gerecter.egloos.com/3373261 </a>같은 영화처럼, 너무 영화가 망가진 정도가 심해서 영화라는 행색 자체를 알아보는데 어려움이 큰, 너무 도가 지나친 경우도 있습니다. 그런 가운데에서 바로 이 영화 1986년작 "투명인간"은 돈도 없고 의욕도 없는 와중에 대충 어떻게 이 장면 저 장면 억지로 억지로 때워서 해괴한 결과를 만들어내는 트래쉬스러운 향취의 중간 표본으로 적당하다는 것입니다. 심지어 영화의 종류 조차도, 50년대 미국 중저예산 영화시절 부터 고고히 내려오는 "중저예산 SF물"이니 더욱 그러할 것입니다.<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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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투명인간"은 포스터만 보면 제목대로 투명인간을 묘사하는 특수효과 중심의 SF 영화라고 합니다. VTR 시대가 어쩌고라고 포스터에 나와 있지 않습니까? 그렇습니다만, 이런 영화를 볼 때 즐길 수 있는 특수효과를 보는 재미는 없습니다. 그러니까, 기묘한 현상을 어떻게 특수효과를 써서 화면으로 보여주는가 하는 것을 보고 감탄하는 맛은 이 영화에 거의 없다고 볼 수 있습니다. 옛 영화의 특수효과에서 살펴 볼 수 있는 미술적인 개성도 없고, 영화 특수효과팀이 여러 기술에 도전해 보는 노력을 볼 수도 없습니다. 그냥 80년대 한국 영화계의 조악한 수준이 평범하게 그대로 답답한 마음으로 펼쳐지는 수준입니다. <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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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테면 흔하게 볼 수 있는 이런 것들입니다. 투명인간의 동작을 묘사하기 위해서 철사나 실로 물건들을 이리 저리 끌어 당기고 있는데 화면에 그 철사와 실이 뻔하게 보이면서도 가려보려고 아무련 노력도 하지 않고 있습니다. 화면을 합성할 때에는 합성이 "티가 나는 수준" 정도가 아니라, 아예 화면 전체의 화질과 색감이 확 바뀌어 버립니다. 저는 이것이 화면 합성에는 텔레비전용 장비를 사용했기 때문에 합성이 되어야 하는 부분만은 텔레비전 카메라로 촬영을 해서 합성 작업을 한 다음에 영화 필름 사이사이에 따로 갖다 붙였기 때문에 생긴 현상이 아닌가 짐작하고 있습니다.<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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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대체 배우 이영하가 나와서 어떻게 투명인간이랍시고 설치며 다니는 것인지는 여전히 궁금할만합니다. 그리고 영화가 "트래쉬 무비"인만큼, 대체 얼마나 납득하기 어려운 이야기를 어느 정도로 터무니 없이 펼치는지도 지금 영화를 보는 입장에서는 호기심을 자아낼만합니다. 그래서 도대체 어떤 결과가 나왔는지, 그 황당하고 해괴한 일면을 하나 둘 살펴보는 것이 이 영화의 묘미 중에 하나 일 것입니다. 그런면에서, 도대체 무슨 말도 안되는 일들이 영화랍시고 화면에 펼쳐지는지 아무것도 모른 상황에서 이 영화를 보고 "참 황당하구나..." 하면서 충격을 받는 것이 가장 이 영화를 잘 보는 방법이라고 저는 생각하고 있습니다. 비교하건데, 이 영화는 일부러 줄거리를 마구 터무니 없게 만들어서 허탈하게 웃겨보려고한, 일본 영화 "모두 하고 있습니까?" 같은 영화보다, 오히러 더욱더 줄거리가 마구잡이로 나아가는 영화라고 저는 느꼈습니다.<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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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습니다만, 이제부터, 이 영화의 줄거리와 영화 면면을 하나하나 이야기해보겠습니다.<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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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g src="http://blogfile.paran.com/BLOG_263294/200907/1248021791_0104_04.jpg"> <br />
(요즘의 이영하)<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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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이 영화는 시청 근처 서소문 일대의 한 빌딩 옆면을 보여주면서, 주인공 이영하가 높은 빌딩의 계단을 하나하나 내려오는 장면을 보여주면서 시작합니다. 멀쩡한 대낮에, 멀쩡하게 정장을 잘 차려 입은 이영하가 왜 이렇게 끝도 없이 계단을 내려오고 있는지, 가만히 보여주고 있기 때문에, 슬쩍 "왜 저러나"하는 관심을 끌어줍니다. 그러다 보면, 이영하의 화난 얼굴을 화면 가득 보여주다가, 화면을 바꿔서 이영하를 질책했던 이영하의 직장 상사의 얼굴을 또 화면 가득 보여줍니다. 내용인즉, 주인공은 직장 상사와 출동을 빚어서 열받아서 회사를 때려 치운 것입니다. 두 사람의 대화 장면인데, 그 중 한 사람의 얼굴만 화면에 크게 잡아서 보여 주는 장면은, 재미납니다. 표정이 잘 살기도 하거니와, 속도감과 인상적인 박력을 주기에 좋아서, 어느날 갑자기 도시에서 한 직장인이 겪는 이상한 일을 소개해 준다는 영화의 흥미진진한 도입부로 적당합니다.<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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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인즉, 영화가 시작하는 맨 처음 장면은 아주 멀쩡하다는 것입니다.<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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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습니다만, 이 영화를 끝까지 살펴보면 이 멀쩡한 장면 조차도 장차 흘러갈 망가지는 영화의 전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영화 첫머리에서 대화 장면에서 대화하는 두 사람 중 한 사람의 얼굴만을 커다랗게 화면에 담아서 살짝 왜곡해 주는 장면이 효과가 재밌기는 했습니다. 그렇습니다만, 이것이 정말로 재밌으라고 잘 꾸민 결과는 아니었던 것입니다. 그게 아니라, 이 영화는 그냥 대화 장면에서 아무 이유도 없이 상습적으로 화면을 그렇게 찍어대고 있습니다. 영화 제작진이 그렇게 화면에 담아내는 것이 흥미로운 효과가 있다는 것을 다른 영화에서 보았는지, 아무 장면이나 마구 난잡하게 그렇게 얼굴만 커다랗게 화면에 보이게 영화를 막찍은 것입니다. 그리고, 어쩌다보니 요행 영화 첫장면에는 그것이 그럴싸해 보였던 것입니다.<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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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g src="http://blogfile.paran.com/BLOG_263294/200907/1248021791_1933_the_invisible_man.jpg"> <br />
(첫장면만 보면 나중에 이런 식으로 영화가 전개될 수도 있다는 헛된 기대도 잠시 생기는 듯)<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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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하는 한 눈에 악당처럼 생긴 친구를 만납니다. 친구는 "친구 좋다는 게 뭐냐"라면서 귓속말로 이영하에게 무슨 이야기를 하는데, 무슨 나쁜 범죄를 제안한 것인지, 이영하는 "그런 짓을 할 수는 없어"라고 합니다. 하지만 이 친구는 뭐 때문인지 가방을 열어 보여주고, 그 안에는 만원짜리가 여러 다발 들어 있습니다. 요즘 나온 영화 같으면 오만원짜리 다발들이 들어있겠거니... 하는 생각이 듭니다. <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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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면이 바뀌어, 멀쩡한 집 안마당에서 아이들이 동그랗게 모여 앉아 있고, 한 아이가 전통 무용의 동작으로 추장되는 동작을 하고 있습니다. 여자 주인공은 그 팔을 잡아 움직이면서, "하나, 두울 세엣 네에엣" 하면서 숫자를 세고 있습니다. 모습을 주의 깊게 살펴보자면, 이 여자주인공이 어린이들에게 전통 무용을 가르쳐 주고 있는 모습으로 보입니다. 그렇다면, 어린이들과 여자주인공의 관계가 스승과 제자인가 싶은데, 그렇지는 않습니다. 영화를 좀 보다보면, 이 여자주인공과 남자주인공이 이 아이들의 "보호자"라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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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얼핏, 그렇다면 저 예닐곱명쯤 되는 아이들이 모두 남녀주인공들의 자식들인가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영화를 보면 아이들 중 몇몇이 여자 주인공을 "누나"라고 부르는 장면이 있습니다. 영화를 끝까지 봐도 뭐가뭔지 도저히 알 수는 없지만, 아마도 이 아이들은 여자주인공의 친동생들이거나, 아니면 오갈데 없는 아이들인데 어떤 인연으로 여자주인공이 같이 살면서 기르고 있거나한 것으로 보입니다. 이 어린이들이 이렇게 튀어나온 이유로 가장 가능성 높은 것은 영화에 어쨌거나 주인공과 가까운 어린이들을 등장시켜야겠다는 생각을 제작진에서 품었기 때문으로 저는 추정하고 있습니다. 이유는 대략 두 가지 중에 하나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영화를 가족들이 함께 볼 수 있는 영화로 만들어 보겠다는 생각을 잠시한 것인지, 아니면, "불쌍한 가난한 사람"을 영화 속에 등장시키려면 부모 없는 아이들이 나오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기 때문인지, 뭐 그런 것일 겁니다.<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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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면이 바뀌면, 왠 나이트 클럽이 나옵니다. 이 나이트클럽에는 비키니를 입고 춤추는 여자가 한 명 잠깐 언뜻 비치고, 남자 주인공 이영하는 쓸쓸하게 담배를 피우면서 술잔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한참 동안 이 장면을 보여주는데 무엇인지 알 수는 없습니다. 그리고 다음 장면에서, 이영하는 여자 주인공과 길을 거니는데, 여자 주인공이,<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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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지 말라고 했잖아요. 이런 모습 보이기 싫어요."<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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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고 합니다. 이게 뭔가... 하고 잠깐 추리를 해보면 다음과 같이 추측할 수 있을 것입니다. 바로 아까 이영하가 나이트클럽에서 술먹을 때 언뜻 비쳤던 그 나이트 클럽의 비키니 댄서가 바로 여자 주인공이지 않나 하는 것입니다. 나이트클럽 장면에서 이영하만 자꾸 보여줬기 때문에 무슨 장면인지 알 수는 없었는데, 사실 그 장면은 바로 그런 뜻이었던 것입니다.<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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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 제작진이 꿈꾸었던 줄거리 배경을 생각해보면 대략 이런 이야기일 것입니다. 여자주인공은 춤에 재능이 있는 사람으로, 어린아이들에게 틈틈히 전통무용을 가르치면서 그 어린이들을 먹여 살리면서 함께 사는 사람입니다. 그리고 그 직업은 나이트클럽의 비키니 댄서이며, 전체적으로 경제상황은 좀 가난하다는 것입니다. 남녀주인공 두 사람은 나이트클럽의 비키니 댄서라는 직업을 매우 부끄럽게 여기고 있습니다.<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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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 이영하는 여자주인공에게 친구가 돈가방을 보여주면서 제안한 것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정확히 뭔지는 잘 알 수 없지만, 아마도 범죄인듯 보입니다. 왜냐하면, 여자 주인공이 성우가 더빙한 간드러지는 과장된 목소리로 매우 심각하고 처절하게,<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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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돼요. 우리는 정직하게 설아야 해요."<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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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고 하기 때문입니다. 그러자, 남자 주인공은, "우리에게는 돈이 필요해." 라고 합니다. 두 사람은 번갈아가면서,<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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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직하게 살아야 해요."<br />
"우리에게 필요한 건 돈이야."<br />
"정직하게 사는 것이 가장 중요한 거예요."<br />
"돈이 필요하다고."<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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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고 매우 침통한 표정으로 한 동안 울부짖습니다. 대사가 매우 간단하면서도 어색하고 뭐하자는 건지 계속 두 사람이 같은 대사를 반복 하기 때문에 보고 있으면 좀 못만들었다 싶습니다. 만약 어색하고 조악한 장면을 보고 "손발이 오그라드는 느낌"을 느끼는 관객이라면, 이 영화는 발이 열 개인 오징어라 하더라도 남아나는 발이 하다도 없을 정도로 아주 맥반석에서 구워서 오그라들듯이 점점 더 과감해지는 세계를 보여줄 수 있을 것입니다.<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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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g src="http://blogfile.paran.com/BLOG_263294/200907/1248021791_i4.jpg"> <br />
(그 시절의 이영하가 낭만적인 대사로 돈과 정직 사이에서 갈등하다 포옹하는 장면)<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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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남자 주인공은 돈을 벌기 위해서 범죄에 나서게 됩니다. 범죄인즉, 남자 주인공이 어떤 연구소에서 연구 논문이 담겨 있는 "필름"을 훔쳐서 문제의 악당 친구에 넘겨 주는 것입니다. 말하자면 일종의 산업스파이짓을 하면 돈을 챙길 수 있다는 것입니다. 남자 주인공은 깊은 밤 "맹견주의"라고 씌여 있는 연구소 건물에 몰래 살금살금 잠입합니다.<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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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때 "맹견주의"라고 씌여 있는 간판 옆에 아주 작은 애완견 한마리가 묶여 있는 것을 보여줍니다. 그 장면을 침입하고 있는 이영하가 보고 "킥킥"하고 한 번 히죽 웃습니다. 이렇게 웃기는 것은 혹시 삼국유사나 제왕운기를 뒤져보면 언급되어 있는 부분이 있지 않나 싶을 정도로 진부하디 진부하고 식상하디 식상한 농담을 그냥 반복하는 것에 지나지 않습니다. 보고 있으면 좀 기운이 빠지는데, 사실, 이 장면에 대해서 이 영화를 끝까지 보면 깨달을 수 있는 사실은, 말하자면, 뭐랄까. 좀 무섭습니다. 이 영화에서 그나마 조금이라도 정상적인 방식으로 이게 "어떻게해서 웃긴다는 것인지" 알 수 있는 장면은 지금 이 "맹견주의" 장면이 처음이자 마지막이라는 것입니다. <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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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은 필름을 훔치려고 이곳저곳을 뒤지다가 옆 방에서 깊은 밤에도 불구하고 월화수목금금금 계속 실험을 하고 있던, 두 명의 연구원들에게 발각됩니다. 잠깐 이야기하자면, 이 연구원들은 연구가 성공만하면 전세계 사람들이 칭송할만한 연구를 하고 있는 "박사"학위를 가진 두 명인데, 뭔지는 알 수 없지만, "V2"라고 불리우는 액체를 20 밀리그램 정도 투여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V2"라면 이 양반들이 남극에 기지를 만들고 숨어 있다는 나치의 잔당들이 숨겨놓은 비밀 지식을 발견해 놀라운 화학물질을 개발하는 것인지 어떤지 알 수 없습니다. 20 밀리그램 투여 하라면서 그냥 얼핏봐도 한 그 천배나 많아 보이는 20그램 정도의 액체를 투여하는 괴이한 장면을 잠시 보여주기도 합니다. 뭐 투입하는 것은 희석액이고, 그걸 환산해 봤을 때 V2 만의 무게가 20 밀리그램일 수도 있겠습니다만.<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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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샜습니다만, 그래서 이영하는 두 연구원들에게 발각되자, 흉기를 휘두르면서 "움직이지마!" 라고 소리치며 위협하기 시작합니다. 이때 흉기라고 휘두르는 것이 실험실에 있던 "클램프"라는 것은 상당히 이상해 보입니다. 두 명의 연구원들은 이영하가 휘둘러대는 클램프를 몹시 두려워하며 한동안 물러서서 우왕좌왕합니다. 그리고 그렇게 행패를 부리는 와중에 이영하는 실험대 위에 있던 액체들을 엎지르고, 그것들이 섞이면서 갑자기 이상한 기체 같은 것이 피어오릅니다. 그리고, 이 영하의 몸이 아래부분부터 점점 보이지 않게 되어 버립니다. 이영하는 "실험실 마음대로 엎지르기" 덕분에 사고로 투명인간이 되어 버리는 것입니다!!<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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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이렇게 투명인간이 되는 과정이 황당해!" 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만, 옛날부터 강물의 신의 딸이 속도위반으로 "알"을 낳았다는 이야기가 전해내려오는가하면, 곰이 쑥먹고 버틴 후에 여자로 변신했다는 이야기도 있지 않습니까. 그냥 마법과 같은 환상 같이 생각해서, 이 영화에 나오는 "약 뒤섞기 사고로 투명인간이 되었다" 정도는 관대하게 받아들이는 것이 옳지 싶습니다. 왜냐하면 지금까지가 그나마 어떤 줄거리를 전달해주는 정상적인 이야기의 형체를 갖추고 있는 부분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런즉, 이제부터는, 이 영화에서는 그러한 신화나 환상이 보여주는 줄거리 구조 따위 마저 조금도 신경쓰지 않는 놀라운 경지가 펼쳐집니다. 말하자면, 이 영화 "투명인간"이 격렬하게 망가지면서 상상을 자꾸만 초월해나가는 험하디 험한 경지를 보여주는 그 진수는 이제부터라는 것입니다.<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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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g src="http://blogfile.paran.com/BLOG_263294/200907/1248021791_B3394-03.jpg"> <br />
(문제의 연구원들)<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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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시작부터 무서운 것이, 갑자기 투명인간으로 변신한 이영하는 "아이고 어떡하지-" 하면서 놀라고 무서워하는 것이 아니라, "으훠허허 우핫핫 내가 투명인간 으으하하하" 라면서 좀 좋아합니다. 이영하는 그리고 여자주인공에게 나타나는데, 여자주인공은 "이게 무슨 꼴이에요. 흑흑흑"하면서 눈물을 흘리며 놀라워하고 슬퍼하는데, 뭐 많이 놀라거나 경악하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당연히 여자주인공이 "이러다가 큰일나면 어떻게 해요. 산업스파이 짓이 들킬때 들키더라도 병원에 가보자"고 설득하는 등의 극히 상식적인 말은 조금도, 한마디도, 꺼내지 않습니다.<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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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면은 바뀌어, 주인공은 사건을 의뢰했던 악당 친구를 찾아 갑니다. 다방에서 악당 친구를 만나는데, 모습이 보이지 않은 상태에서 귓속말로 작게 이야기 하기 때문에 악당친구는 혼잣말을 하는 것처럼 보여서 주변에 앉아 있던 사람들이 미친사람이라고 손가락질 하며 수군거립니다. 그러면서도 서로 물건을 주고 받을 때 투명인간이 집어서 움직이기 때문에 허공에 돈봉투와 필름이 오락가락하는 장면에 대해서는 놀라는 사람도 없고 지적하는 사람도 없습니다. 그냥 혼잣말 하는 것만 이상하다고 생각하면서 킥킥거리며 정신 나간 놈이라고 비웃을 뿐입니다. 뭐, 문제의 논문이 담긴 "필름"이라는 것이 당연히 마이크로 필름일 줄 알았는데, 의외로 영화속에서 자동카메라에 담긴 그냥 필름으로 묘사되는 것 정도는 묘한 애교로 넘어갈 수 있습니다.<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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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은 이렇게해서 악당 친구들에게 범죄의 대가로 "수표"를 받아 옵니다. 잠시후, 왠 아파트 단지에서 여자 주인공이 나갔다가 돌아오는 장면을 아무 대사도 음악도 없이 고정된 카메라로 한 참 보여준 뒤 - 왜 이러는 지는 아무도 알 수 없습니다. 이런 것은 세상에서 가장 빠른 카메라 잡이라 불리울만한 남기남 감독이 영화 상영 시간 채울 때 의미 없이 가끔 집어 넣던 사례가 유명하다면 유명합니다. - 여자 주인공이 "우리는 속았어요. 그 수표는 무거래 수표래요!" 라고 말합니다. 즉 범죄의 대가로 받은 수표는 현금으로 바꿀 수 없는 속임수 였던 것입니다. 주인공은 분노하게 되고, 결국 악당 친구의 일당들과 폐차장에서 싸우게 됩니다.<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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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차장에 도착하자, 조춘을 중요한 부하로 거느리고 있는 악당들 앞에, 우선 여자주인공이 먼저 나타납니다. 여자 주인공은 아까의 처절한 태도는 어디 갔는지 갑자기 씨익 웃으며 즐거워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여자주인공은 본시 태어날 때 부터 악당들과 폐차장에서 결투하는 것을 즐겁게 여기는 성격인지 뭔지, 대뜸 해맑은 목소리로,<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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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씨이이! 힘내요~"<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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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희희낙락하면서 외칩니다. 어쩌면 이 여자 주인공은 졸지에 투명인간이 되었는데도, 별 고민도 걱정도 하지 않고 히죽거리기만하는 주인공에게 오염되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아닌게 아니라 주인공도 거기에 부합해서 친구를 흥겹게 두들겨 팹니다. 악당 친구는 부하들에게 어떻게 좀 해보라고 소리지릅니다.<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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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자, 악당 친구 부하로 나온 조춘이 소화기를 악당 친구 방향으로 막 뿌립니다. 아마 아직까지 이 영화의 방향에 대해서 정확히 느끼지 못한 관객들이라면, '앗, 소화기 가루를 뒤집어 쓰면 그 가루가 묻는 바람에 투명인간 주인공의 모습이 드러나게 되고, 그러면 위험할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만합니다. 하지만, 어찌보면 그런 생각을 하는 것은 몹시 한국 영화계를 평화롭게만 생각한 것입니다. 이 영화는 그냥 한참 소화기만 뿌리면서 악당들이 '어이쿠' '아이고오오' 하는 소리를 내고, 다시 씨익 웃으며 즐거워하는 여자 주인공을 한 번 보여주고는 갑자기 싸우는 장면이 확 하고 끝나버립니다.<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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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화기는 대체 왜 나온건지는 영영 결토 알 수 없습니다. 소화기는 그냥 깡패영화에서 처절하게 싸우는 장면에서 가끔 뿌리곤 하니까 그냥 뿌린 것인지도 모릅니다. 아니면 투명인간에게 소화기를 뿌려서 모습을 드러나게 한다는 아이디어는 있어서 나름대로 거기까지는 촬영을 했는데 그다음에 어떻게 이어나가야 할지 준비가 안되어서 대충 거기까지만 찍고 때려 치워 버렸는지도 모를 일입니다.<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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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g src="http://blogfile.paran.com/BLOG_263294/200907/1248021791_i2.jpg"> <br />
(소화기 뿌리는 조춘)<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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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화기 뿌리며 싸우는 장면이 팍 짤려서 확 다음 장면으로 넘어가면서부터, 이 영화는 마구 정신 없이 치닫기 시작합니다. 다음 장면에 나오는 것 부터가 파괴적입니다. 이 장면은 투명인간이 여자주인공과 함께 차를 타고 가는 장면입니다. 그런데, 가다보면, 시내 중심가의 도로 한 가운데에, 왠 여자 아이가 엎드려 퍼질러져 자고 있습니다(!) 이게 뭡니까? 여자아이가 길바닥에서 갑자기 자고 있으니까, 지나가는 자동차들은 좀 놀라기도 하고 교통에 방해가 되기도 합니다. 그러자, 자동차를 운전하면서 가고 있던 투명인간은 차에서 내려서 그 여자아이를 안아서 들고 인도에 내려다 줍니다. 투명인간은 투명하기 때문에, 여자아이는 공중에 붕 떠서 날아다니는 채로 인도까지 온 것으로 나옵니다.<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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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아이는 인도에 내려오자 잠이 깨서 두리번거리고, 이 여자아이가 영문을 모른채 멀뚱멀뚱 두리번 거리는 모습과 그 여자아이를 둘러싸고 쳐다보면서 신기해 하는 시민들의 모습을 예의 "얼굴만 화면 가득 보여주기" 기법으로 한동안 보여줍니다. 멀쩡한 여자아이가 왜 길바닥 한 복판에서 자고 있었는지도 궁금합니다만, 왜 투명인간이 길에서 아이를 들고 가는지도 이상합니다. 무릇 투명인간이란 안보이는 사람이니까 길거리에서 함부로 다니면 교통사고 나서 죽기에 딱 좋은 상황입니다. 그러면 오히려 평범한 사람보다 그런 여자아이를 구출하기에는 안좋은 환경에 놓인 인물이 투명인간이라 할 것입니다. 이런 내용은 투명인간 원판에서부터 있는 내용입니다만, 도대체 이런 장면은 왜 나온 것입니까<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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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추정하는 것은, 이 영화는 투명인간을 일종의 초능력 영웅으로 그리려고 했는데, 슈퍼맨 같은 영화에서보면 교통사고 일어날 때 구출해주는 것이 초능력 영웅의 가장 흔한 활약으로 보이니까 그냥 아무 생각없이 개떡같이 따라한 것 아닌가... 하고 생각 해 보고 있습니다. 이 영화에서 이렇게 무자비하게 "멋있어 보이는 것"을 괴상하게 베껴오는 나머지 터무니 없는 장면들을 만들어서 조롱거리가 되어 극의 분위기를 망치는 전통은 지금까지도 나름대로 계승이라면 계승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대표적인 예로, "사극은 화면이 멋있게 나와야 한다"라고 생각한 나머지 그냥 아무 판타지 컴퓨터 게임에 나오는 갑옷을 입고 고려시대 갑옷이니 삼국시대 갑옷이니 하면서 설치는 것과 비슷한 정신상태 아닌가 하고 생각해 봅니다. <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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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장면은 다른 추가 내용을 보여주는 것 아무것도 없이 다시 한 번 바뀝니다. 이번에는 길가는 누군가가 소매치기를 당합니다. 이번에도 투명인간이 소매치기를 쫓아 갑니다. 소매치기는 도망치면서 길가는 시민들에게 부딪히기도 하고 고생도 하면서 힘겹게 뜁니다. 투명인간은 안보이니까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더 많이 부딛히고 더 고생할 것 같은데, 그런 것은 아무 상관도 없습니다. 뭐, 바로 다음 장면만 보면 볼 수록 느껴지겠습니다만, 그런 것을 기대하는 것 자체가 이 영화에는 지나친 꿈이요, 이룰 수 없는 부질없는 희망입니다. 그냥, 최소한의 영화로서의 구조를 갖추는 것만을 바라고 싶은 데 그것도 되지 않습니다.<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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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의 다음 장면이라는 것은, 난데 없이 갑자기 나온 실내 수영장 장면입니다. 방금 전까지 소매치기가 돈을 훔쳐서 도망치고 있지 않았습니까? 그런데, 왜 갑자기 실내 수영장 장면을 보여주는 것입니까? 실내 수영장에는 평일 오후 시간대에평화롭게 운동을 하고 있는 동네 아주머니들이 여유롭게 헤엄치고 있습니다. 한동안 펼쳐지는 실내 수영장 광경을 보면서, 이게 뭔가... 잠시 고민할 때 쯤, 이 영화는 다시 한 번 관객의 뒤통수를 88미리 포로 때리는 것처럼 때립니다. 뭔고 하니, 갑자기 어떤 아저씨가 비키니 수영복을 입고 수영장에 나타나 걸어가는 것입니다(!!)<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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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이게 뭔지는 모르겠지만 짐작은 해 볼 수 있습니다. 웃기다가 잘 안먹히면 한국영화와 TV에서 언제나 꺼내드는 악마의 카드라 할 수 있는 남자가 여장하기를 하는 것이라는 느낌이 듭니다. 뭔지 모르겠지만, 이게 웃기려고 하는 어떤 짓 아니겠는가 싶다는 것입니다. 조금 더 자세히 보면 그제서야 이게 뭘 묘사한 것인지 알 수 있습니다. 이 남자기 입은 비키니 수영복의 윗옷의 가슴부분에 돈다발을 숨겨 놓고 있습니다. 즉, 바로, 이 남자가 아까의 그 소매치기로, 이 남자는 쫓기다가 숨는답시고, 수영장으로 숨어든 것이고 수영장에서 완벽한 위장을 위해서 여장을 한 것이고, 장물인 도둑은 수영복 안에다 숨겼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것입니다.<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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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런 다른 장면이 나오는 것이 없기 때문에 이것은 그냥 제 상상이자 짐작일 뿐입니다만, 그래도 그렇게 보는 것이 어떻게든 이야기를 엮어 볼 수 있는 수법 아니겠나 생각합니다. 이 비키니 수영복을 입은 남자의 수영복 윗옷을 투명인간이 벗겨버리고, 그 안에 들어 있던 돈을 챙긴 뒤에 어리벙벙한 그 남자를 물 속에 집어 넣는 것으로 이 대목은 사실상 끝이 납니다. "사실상"이라고한 것은, 그 이후에, 잠시 동안 이유없이 물속에 있는 동네 아주머니들의 모습을 잠시 보여주기 때문입니다.<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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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나서 또다른 투명인간의 활약을 보여주기 위해서, 이 영화는 또 한건의 소매치기를 보여 줍니다. 이번에는 지나가는 어떤 사람이 "셋방 얻을 돈인데..."라면서 목돈을 은행에서 찾아나오는 데, 그것을 오토바이 날치기가 급습하는 것입니다. 오토바이는 잽싸게 도망치기 때문에, 주인공 투명인간도 자동차를 타고 그 뒤를 쫓습니다. 오토바이는 요리조리 잘도 도망치는데, 길은 꽉 막혀 있어서 쫓아갈 수가 없습니다. 답답한 순간. 그리고, 이제 이 영화는 영화 전체에서 가장 압도적으로 황당무계한 장면을 보여줍니다. 갑자기, 아무 이유없이......<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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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 투명인간이 타고 있는 자동차가 하늘을 날아가는 것입니다(!!!)<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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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g src="http://blogfile.paran.com/BLOG_263294/200907/1248021791_i3.jpg"> <br />
(실제 영화 장면 - 원래 영화는 컬러 영화입니다만, 자료 사진은 흑백입니다.)<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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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이 타고 있는 자동차는 그야말로 훨훨 하늘을 날아서 오토바이를 쫓아갑니다. 뭐가 어떻게 된 것인지는 결코 알 수 없습니다. 하늘을 날아가는 자동차는 주인공이 투명인간으로 변할 때처럼 TV 영상 합성장치를 썼는지 조악한 화질에 걸레 같은 합성 기술로 되어 있습니다. 하여간 막무가내로 주인공의 자동차가 하늘을 날아서 오토바이 날치기를 뒤쫓습니다. 주인공 투명인간은 당연하다는 듯이 생각하는지, 하늘을 날아서 날치기를 쫓으면서도 별다른 말이 없습니다. 서울 시내 도로에서 갑자기 자동차가 하늘을 날아다니면 세상이 발칵 뒤집힐 뻔도 한데, 그런 일도 없습니다. 그냥 자동차에 같이 타고있는 돈주인이 약간 걱정스러운 듯 "어머머..." 정도의 작은 놀라움을 표시하는 정도입니다.<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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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장면은 골목길 구석에서 훔친 돈을 나누는 날치기 일당들을 몰래 한 대씩 때려서 서로 이간질 시켜서 서로 싸우게 하려는 장면입니다. 그런데, 그 장면을 보여주다가 걱정하는 돈주인의 얼굴을 잠시 보여주고 나니까, 투명인간에게 몰래 한 대씩 맞아 서로 싸우던 두 사람은 "야 왜 때려" "네가 날 때렸잖아" 라고 한 마디씩 하더니, 갑자기 훔쳤던 돈을 내던지고 도망쳐버립니다. 뭘 보여주려고 하는 것인지 알 수가 없습니다. 뭔 연출이 이따위인지 한숨이 나온다면, 바로 그것이 건전한 상식과 교양을 가진 사람이라는 뜻일 것입니다. 그냥 투명인간이 악당들을 단순히 두들겨 패서 훔친 돈을 되찾는다고 쉽게 보여줘도 되는 장면이었습니다. 그런데, 뭔가 좀 다르게 재밌게 표현해 보려고 하다가 도중에 촬영을 때려치워 버려서 이상하게 알 수 없이 악당들이 갑자기 훔친 돈을 내버리고 가는 장면이 나온 것입니다.<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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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장면은 화들짝하고 난데없이 여자주인공의 친구가 여자주인공과 같이 강변을 걷는 모습으로 연결됩니다. 이 친구는 여자주인공에게 자신의 걱정거리를 말합니다. 사채를 빌려 썼다가 집을 날리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여자주인공은 얼마나 엄청난 일에 휘말렸는지는 다 잊었는지 아니면 막나가는 영화의 여자 주인공 역할에 재미를 붙인 듯한 느낌을 스스로 감출 수 없는지, 해맑게 웃으면서, 자기네들이 해결해 주겠다고 나섭니다. 주인공 투명인간의 활약을 보여주는 또다른 장면으로 나아가는 것입니다.<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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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주인공 친구가족은 갑자기 내쫓겨서 길바닥에서 이불을 덮고 밤을 지새야할 형편임을 보여줍니다. 그리고 이날밤, 이 집 안에서는 집을 차지한 사채업자 세 명이 방바닥에 신문지를 깔아놓고 구운 오징어를 안주로 소주를 마시고 있습니다. 사채업자 중에 우두머리로 보이는 사람이 부하에게 소주를 따라보라고 하는데, 소주잔에 소주를 부으려고 할 때 투명인간이 소주병을 움직여서 악당 우두머리의 머리 위에 소주를 붓게 합니다. 영문을 모르며 소주를 뒤집어쓴 악당 우두머리는 놀라며 화를 냅니다.<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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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 다음부터 이 영화는 모든 것을 포기하고 마구 하늘로 지구밖으로 은하수 밖으로 다른 우주로 다른 차원으로 마구 뛰어 오릅니다.<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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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명인간은 소주를 뒤집어 써서 분노한 사채업자 두목의 눈 앞에 구운 오징어를 들이 밀고 아래위로 흔듭니다. 사채업자는 구운 오징어가 눈 앞에 붕 떠올라서 아래위로 움직이자 놀랍니다. 그런데 어디선가 오묘한 배경음악이 깔리고, 구운 오징어는 그 음악에 맞추어 장단이 맞게 아래위로 흔들리기 시작합니다. 그러자 소주 뒤집어 쓴 상태로 공중에 붕 뜬 구운 오징어를 보고 놀랐던 사채업자 두목은 낄낄거리면서 재밌다고 좋아하기 시작합니다. 이 사채업자 두목은 공중에서 흔들리는 구운 오징어를 보고, 즐거워서 좋아합니다. 그리고는, 구운 오징어의 움직임에 따라 중얼거리면서 장단을 맞춥니다. 뭐라고 하냐면, 사채업자 악당두목은 흔들리는 구운 오징어 앞에서<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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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잣~ 자자~ 잣잣자~ 자자잣~"<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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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고 합니다.<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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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장면에서 도대체 어떻게 이야기가 연결되어야 하겠습니까? 뭘 생각하는지 간에 이 영화가 보여주는 다음 장면을 떠올리는 것은 불가능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여기까지 버텨낸 관객들이라 할지라도, 그 바로 다음 장면의 압도적인 이상한 느낌에서 충격을 버티기란 쉽지 않을 것입니다.<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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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다음 장면에서, 투명인간은 문득 하얀 소복을 입고 검은 머리를 늘어 뜨린 처녀귀신으로 변신합니다(!!!!) <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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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기까지는 그렇다치고, - 그렇다친다는 것 자체가 이미 세상의 순리를 거스르는 일임은 자명합니다만 - 처녀귀신으로 변신한 투명인간은 아까 구운 오징어가 허공에서 흔들거리며 장단을 맞추더 바로 그 음악에 맞춰서 이리저리 막춤을 춥니다. 그리고, 그런 웃긴 흥겨운 음악에 맞춰서 투명인간이 변신한 처녀귀신이 막춤추는 장면을, 처녀귀신의 모습이 몇 가지로 바꾸는 동안 한참 동안 보여 줍니다. 그리고 그러고 나서야, 사채업자들이 "이 집은 귀신나오는 집인가보다. 안되겠다. 도망치자~" 라면서 도망치는 장면을 보여줍니다.<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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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다음 장면에서 그래도 조금이라도 소망할만한 것은, 도대체 투명인간이 어떻게 처녀귀신으로 변신한 것인지 좀 해설을 해준다든가, 말이 되거나 말거냐 이 어처구니 없이 펼쳐졌던 장면에 대해서 조금이라도 더 무슨 뒷이야기를 보여주기를 바랄 것입니다. 아직 우리는 자동차가 왜 갑자기 하늘을 날아다녔는지에 대해서도 한 마디도 더 듣지 못했고 아무것도 더 알지 못한 상태인데, 투명인간 처녀귀신으로까지 변신했으니, 대뇌와 소뇌사이에 블랙홀이 생기는 듯한 그 파국적인 느낌을 감당하기는 점점 더 어려워지지 않겠습니까? 그게 아니라면 그냥 저질러진 일은 저질러졌다고 치고, 하다못해 사채업자가 도망쳤으니 여자주인공 친구가 투명인간에게 감사하는 장면이라도 잠깐 나와서 이야기가 어떻게 좀 다음으로 연결되는 구색이라도 갖출 필요가 있을 것입니다.<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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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우리에게 닥쳐오는 것은, 그 어떤 것도 아닙니다. 그런것들 대신에, 이 영화는 그 다음에 지금까지 살펴 본 이야기의 해괴한 정도를 한 번 더 초월하는 새로운 세계를 보여줍니다.<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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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g src="http://blogfile.paran.com/BLOG_263294/200907/1248021791_i1.jpg"> <br />
(투명인간 이야기는 잊은지 오래 - 이 영화의 원래 포스터)<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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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채업자들 앞에서 귀신으로 변신한 투명인간이 흥겹게 춤추는 장면을 보여준 바로 그 다음에 갑자기 아무 상관 없이 공터에서 여자주인공과 어린이들이 가만히 있는 장면을 한참 보여줍니다. 이게 뭔가 싶을 때, 여자주인공의 대화로부터, 어린이들 중에 한 명이 밤 늦은 시각까지 귀가 하지 않아서 애타게 기다리고 있는 상황임을 간신히 짐작할 수 있게 됩니다. 이런 이야기가 왜 나오는 것입니까? 오호라. 문제의 어린이가 유괴를 당하거나 다른 사고를 당했고, 그러면 우리의 투명인간이 이 어린이를 구출하는 이야기로 이어지려고 그러는 것입니까?<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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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안하지만 절대 아닙니다. "미안하지만~" 어쩌고 하면서 글을 이어나가는 것은 자칫 잘못하면 "잘난척 하는 자질 부족한 시사 평론가들이 독자들의 고정관념이라고 시사평론가 스스로 생각하는 점을 넘겨 짚어서 비웃을 때 자주 쓰는 표현"처럼 들릴 수도 있는 말입니다. 하지만, 저는 그게 아니라, 정말로 미안해서, "미안하지만"이라고 썼습니다. 정말로, 그 다음에 펼쳐지는 내용은 어느 누군가에게 누구 한 명은 미안함을 느껴야 할 내용들입니다. 이 다음 장면들은 어느 한 부분 조차도 상상하기 어려울 만한 대목이므로, 유의 깊게 살펴봐야합니다.<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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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 "투명인간"의 여자주인공이 애타게 기다리고 있던, 그 문제의 어린이는 잠시 후에, <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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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살던 고향은~ 꽃 피는 산골~"<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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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는 노래를 부르면서 즐겁게 등장합니다. 왜? 왜? 왜 그냥 아무일 없이 돌아온 것입니까? 투명인간이 구출해주는 이야기로 안 이어집니까? 이 어린이가 돌아오자, 여자주인공은 늦게까지 왔다고 화를 냅니다. 그리고, 그 벌로 회초리를 가져 오라고 합니다. 그리고는, 늦은 어린이 뿐만 아니라 그 자리에 있던 모든 어린이들을 갑자기 회초리로 하나하나 1인당 두번씩 두들겨 팹니다. 왜 그러는지는 알 수도 없는데, 등장한 그 많은 어린이들이 종아리를 걷는 모습과 두 대 씩 휘갈김 당하는 모습을 차례대로 천천히 보여줍니다. 뭡니까? 어쩌려고 그러는 겁니까? 그리고 회초리를 때린후 여자주인공은 "얘들아..."라고 눈물을 흘리면서 갑자기 어린이들을 얼싸 안고 웁니다. 이게 뭐하는 짓입니까? 뭐가 어떻게 되려고 이러는 것입니까?<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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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리는 것은 아무것도 없고, 의아한 것은 계속 늘어만 갑니다만, 이 영화는 아무것도 가르쳐 주지 않습니다. 그리고 바로 다음 장면에서 우리에게 실낱 같은 희망을 하나 던져 줍니다. 어린이들이 잠자리에 누워서 잠을 청하는데, 문제의 늦게 돌아온 어린이에게 "뭐하느라 늦게 왔냐?" 하고 물어보는 것입니다. 왜일까? 무엇 때문일까? 도대체 이 어린이의 비밀은 무엇입니까? 여자 주인공이 어린이들과 떼거리로 공터에 모여서 밤늦게까지 기다리다가 갑자기 어린이 전원을 회초리로 두들겨 패는 장면을 한참 보여주었던 이 모든 이야기가 과연 무엇 때문인 것이겠습니까? 도대체 어디갔다왔냐는 동료 어린이의 질문에, 이 어린이는 다음과 같이 대답합니다.<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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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끼리가 면도 하는데 갔다 왔어."<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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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 />
??<br />
???<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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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끼리가 면도 하는데...라니? 그게 뭡니까. 다시 한 번 똑똑히 되새겨 봐도 이 어린이의 답은 하나입니다. 다시 돌이켜 봅시다.<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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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끼리가 면도 하는데 갔다 왔어."<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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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도대체 뭐하자는 말인지 혹시라도 짐작해보려면, 한국 트래쉬 무비의 전통에 대해서 어느 정도 본 적이 있는 상황에서, 80년대 중반의 코메디 업계에 대해서 이해하고 있어야 합니다. 과연 무엇인고 하니, 바로 다음 장면에서, 해답이 펼쳐집니다. 이 어린이의 회상장면이 이 다음에 펼쳐지는데, 그것은 바로, 코끼리가 이발소의 면도 보조로 나와서 어릿광대와 함께 웃기는 서커스 공연인 것입니다.<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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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해서, 이 다음 장면에서 이 영화 "투명인간"에는 투명인간 영화 본론이나, 투명인간이라는 영화 소재와 어떠한 상관도 관계도 없는 서커스 공연 장면의 녹화 장면이 한참 상영되게 됩니다. 이 서커스 공연은 외국인 서커스단으로 추정되는 한 서커스단의 공연을 보여주는 것인데, 이주일 내지는 이주일 닮은 꼴 배우가 함께 공연 일부에 동참하고 있는 내용이며, 그런즉슨 영화 촬영 무렵에 실제로 이루어진 서커스 공연으로 추정됩니다. 영화 속의 모든 이야기를 일시적으로 다 때려 치우고 다 중단한 상태에서, 어느 외국인 서커스단의 코끼리 공연, 호랑이 서커스 공연, 사자 서커스 공연, 강아지 조련 서커스 공연 등등을 진행하는 모습을 차례대로 여유롭게 계속 보여주는 것입니다.<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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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것은 좀 화려한 볼거리나 이야기 거리가 있다 싶으면 한참 보여주면서 영화 상영 시간을 때우곤 하던 한국 중저예산 영화의 전통이 가장 극단적인 형태로 치달은 모양새입니다. 60년대 한국 코메디 영화 중에는 영화 속에서 잠깐 등장한 나이트 클럽 장면 같은 것을 볼거리로 보여 준다고, 영화 본론과 아무 관계 없이 나이트 클럽의 쇼 장면을 이리저리 한참 보여주는 경우가 있었고, 일본의 오사카 만국 박람회를 소재로한 몇몇 한국영화의 경우에도 영화 본론과 상관 없이 그냥 오사카 만국 박람회의 신기한 모습들을 전하기 위해서 한참동안 홍보 영상 식으로 보여주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그런 정신이 어떤 극한까지 밀린 결과를 보여주는 것이 바로 "투명인간" 영화 속의 서커스 장면 아닌가 싶습니다.<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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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다음 장면에서는 다시 투명인간과 여자 주인공이 여유롭게 자동차를 타고 길을 지나다니고 있다가 - 뭐하러 두 사람은 차를 타고 계속 왔다갔다 하는지도 참 궁금합니다. - 투명인간의 착한 친구를 만납니다. 이 투명인간의 착한 친구는 아내가 도박에 빠져서 고민하고 있습니다.<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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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를 들은 투명인간은 친구 아내가 도박하는 곳에 가서 판을 엎어버립니다. 그리고<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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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낮부터 이게 무슨 짓이야. 집에 가서 살림이나 할 것이지."<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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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고 소리를 지릅니다. 허공에서 소리가 들려오니까 당황한 것인지, 도박하던 사람들은 갑자기 아무말 없이 주춤하며 "어이쿠" "아이고" "어어어" "아이코" 뭐 이런 무의미한 대사만 중얼중얼 하는데, 투명인간은 소파도 아니고 쏘파도 아닌, "쑈파" 밑에 "대가리를 박으라"고 갑자기 소리를 버럭 지르고, 그러자 도박하던 사람들이 머리를 박고 있는 틈을 타서 도박판의 돈을 모두 챙겨와서는 자기 친구에게 다 줍니다. 그리고 나서, 놀이공원에서 친구와 친구 아내, 그 딸이 만나서는 그 딸이 "우리 이제 옛날 처럼 같이 살 수 있는거지?" 어쩌고 하는 장면들을 구구하게 좀 더 주절주절 보여줍니다. "야아아아~ 우리는 이제 같이 살 수 있다~~"라고 소리를 지르면서 갑자기 이상한 방향으로 저 멀리 달려나가는 딸아이 아역배우의 연기하는 모습이 좀 무서우면서도 안쓰러워 보이는 것이 기억날만합니다. <br />
<br />
이 영화는 이 뒤로도 계속 요동치며 날뛰기 시작합니다. 착한 친구의 조사로 악당 친구의 소재를 알아낸 주인공은 악당 친구에게 돈 내놓으라고 따지기 위해서, 악당 친구와 그 내연녀가 누워 있는 호텔에 나타나서는 갑자기 조선시대 풍의 장군 모습으로 변신(!!!!!) 해서 무섭게 겁을 줍니다. 악당 친구가 구구한 소리를 하자, 투명인간은 다시 영화 "람보 2편" 속의 람보로 변신(!!!!!!)해서 기관총을 들고 머리에 띠를 두른 채 겁을 주며 돈 달라고 난리를 칩니다. "투명인간이 람보로 변신한다." 라니. 타이핑하는 손의 감각이 이상해질 정도의 문장이라고 생각하는데, 어찌되었거나, 이 영화에서는 다짜고짜 그런 장면이 화면에 막 튀어 나옵니다.<br />
<br />
비슷하게, 이 다음 장면에서 주인공은 애초에 자기가 털러 갔던 연구소에 가서는 마주쳤던 연구원들에게 자기를 원래대로 "환원"시킬 수 있는 "중화제"를 만들어 달라고 합니다. 연구원들은 자기들도 어떻게 주인공이 투명인간이 되었는지 원리를 모르기 때문에 투명인간에서 원래대로 되돌아가는 중화제라는 것을 만들 수 없다고 합니다. 그러자, 투명인간은 조선시대에 사람을 처형하는 망나니로 변신해서 연구원들에게 겁을 주면서 어떻게든 중화제를 만들어 보라고 난리를 칩니다. 연구원들은 그 행패 때문에 땅에 엎어지지만, "그건 불가능해-" "그건 불가능해-" "그건 불가능해-" "그건 불가능해-"라는 한 가지 대사를 여러가지 억양으로 계속해서 반복해서 발음하는 행동을 합니다. 이 쯤 되면 각본이 있는데 질이 나쁜 것인지, 아니면 각본이 아예 없는 것인지도 좀 궁금하긴 합니다.<br />
<br />
그 외에도 어느 사장 아들의 결혼식을 방해하는 장면도 하나 나옵니다. 결혼하고 있는 어느 사장 아들을 투명인간이 간지럽히자 사장 아들이 결혼식하다말고 미치광이처럼 낄낄거리면서 웃어서 결혼식이 망하는 장면으로 펼쳐지는 것입니다. 왜 사장 아들의 결혼식을 방해하는지는 잘 안 가르쳐줘서 알 수 없습니다. 그냥 여자 주인공이 다른 말 없이 "그런 사람들은 혼이 좀 나야해요."라고 확 말해버리는 것이 전부입니다.<br />
<br />
"그런 사람들"이 도대체 어떤 사람이기에? 다음에 등장하는 사장의 얼굴을 보면, 바로 그 사장이 처음에 이영하를 해고했던 사람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자세한 것은 안나오지만, 추리해보자면 이 영화는 이영하가 부당하게 해고를 당했다고 생각해서 그에 대한 복수로 그 사장의 아들의 결혼을 방해한 것으로 보입니다. 거대한 80년대식 안경을 쓴 아마추어 연기자인 신랑이 결혼식을 하다말고 간지럽다고 "우히히히 낄낄낄낄 우히히히히" 하고 기나길게 웃다가 갑자기 땅바닥을 대굴대굴 구르면서 웃고, 사돈 되는 사람들이 "환자를 데려오다니, 이 결혼 취소야!"라고 소리치는 장면을 한참 보고 있을 때, 측은하기도하고 두렵기도하고 복합적인 감정으로 참 심란해졌습니다.<br />
<br />
이어지는 장면은 또다시 자동차를 타고 어디론가 투명인간과 여자주인공이 가는 것입니다. 두 사람은 시청 앞에서 교통 체증 때문에 답답해 하는 데, 그러자, 투명인간이,<br />
<br />
"이이이야아아아아아앗!"<br />
<br />
이라고 소리를 지릅니다. 그러자, 또다시 자동차가 하늘로 높이 날아오릅니다. 얼씨구.<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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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g src="http://blogfile.paran.com/BLOG_263294/200907/1248021791_B3394-01.jpg"> <br />
(아..안..안돼....)<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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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는 하늘을 날아서, 여의도 일대와 잠실 일대를 날아갑니다. 하늘을 나는 자동차의 모습과 자동차 안의 남자 주인공과 여자 주인공이 "이이야아아아-" "꺄아아핫핫핫핫-" 하고 웃는 모습을 거의 대사 한마디, 설명 한 마디 없이 계속해서 반복하여 보여줍니다. 하늘을 난다는 자동차 안에서 여자 주인공이 깔깔 거리며 웃는 모습은 극히 어색하고 오갈데 없이 이상한데, 그 장면을 썰렁한 하늘 나는 자동차 모습과 함께 자꾸만 보여주는 것입니다. 한 5회 정도 "꺄아아핫핫핫핫-"하고 손을 흔들며 좋아하는 모습을 반복하지 싶은데, 그것을 보고 있으면, 한국전쟁 당시 놀라운 것이라고 소문이 돌던 전설적인 중공군의 세뇌 기술이 뭐 이런 비슷한 기분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도 많이 듭니다. 배경음악은 갑자기 터무니 없이 화려하고 장엄한 뉴에이지 음악이 터져나와서 더 당혹스럽습니다.<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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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g src="http://blogfile.paran.com/BLOG_263294/200907/1248021791_B3394-02.jpg"> <br />
(환호하는 남녀 주인공들의 모습 - 실제 영화 장면)<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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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그런데, 이 영화의 극단이 펼쳐지기 시작합니다. 어디선가 경찰 사이렌 소리가 들리기 시작합니다. 그러자, 투명인간이 말합니다.<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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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앗! 백차가 따라 붙었나 본데?"<br />
<br />
여자 주인공이 "왜 백차가?" 라고 말하자, 투명인간은 한심하다는 듯한 말투(...)로, "그야, 자동차가 하늘을 날아다니니까 그렇지."라고 합니다. 솔직히, 저는 그 순간 뭔가 확 치밀어 오르면서 스크린 위로 뭘 내던지기라도 하고 싶은 기분이었습니다.<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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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런 저의 경건하지 못한 태도를 비웃기라도 하듯이, 스크린 위에는 놀라운 다음 장면이 펼쳐집니다. <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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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차도 날아서 뒤따라 오고 있는 것입니다!!!!!!!!<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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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g src="http://blogfile.paran.com/BLOG_263294/200907/1248021791_i5.jpg"> <br />
(......)<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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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두 사람은 경찰차를 피하려고 하다가, 자동차에서 나와서 한강 위로 떨어지게 됩니다. 두 사람이 껴안은 모습으로 한강으로 떨어지는 합성 영상은 고래로 보기 드물었던 조악함을 눈부시게, 아니, 눈아프게 자랑합니다.<br />
<br />
다음 장면은 더더욱 관객들의 가슴을 울립니다. 투명인간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는 것입니다. 즉, 시청 앞에서 자동차를 타고 날아오르는 장면 부터 경찰에 쫓겨서 한강으로 떨어지는 장면 까지는 투명인간의 꿈이라는 것입니다. 에라이... 하는 소리가 절로 나옵니다. 이렇게 어떻게 저떻게 하다보니까 영화 장면은 촬영은 했는데, 도저히 영화 전체 이야기 속에 이어지게 할 방법이 생각이 안날 경우에 난데 없이 등장인물들 중 한 명이 꾼 꿈으로 처리해버리는 사례가 트래쉬 무비 중에는 종종 나타납니다. 한국 영화 중에서도 이 영화 이외에 "아라한"에 나오는 장면은 아주 선명한 예시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br />
<br />
이쯤 되면, 도대체 왜 자동차가 하늘을 날아가는 장면이 나왔는지 짐작할만합니다. 제 짐작은 이렇습니다. 제작진들은 투명인간이 움직이는 모습을 위해서 TV용 화면 합성 장비를 어디에선가 확보했습니다. 그러다보니, 이 "화면 합성 장비로 무슨 신기한 장면을 찍을 수 있는 것이 또 뭐 있을까?" 하는 생각을 했는데, 누군가가 "자동차가 하늘을 날아가는 장면 같은 것도 찍을 수 있다"라고 알려주었고, 그래서 그냥 다짜고짜 어떻게 되었든 돈들여 구한 장비 써먹을 때 까지 써먹자고 생각하고 자동차가 하늘을 날아가는 장면을 이래저래 찍어놓은 것입니다. 그래서 어떻게든 연결해 보려고 했는데, 일부는 꿈 장면으로 처리했지만, 소매치기를 쫓는 한 장면은 어쩌다보니 그냥 남게 된 것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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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이 변화무쌍한 영화는 점차 그 몸부림을 줄여나가면서 서서히 결말로 치닫습니다. 주인공이 황당한 꿈을 꾸고 깨어나서 괴로워하자, 여자 주인공은 "제가 박사님께 말씀드려 보겠어요"라고 하면서, 문제의 연구소를 찾아가 주인공을 원상태로 되돌려 달라고 부탁합니다. 호쾌하게 깔깔거리면서 투명인간의 활약상을 유쾌하게 즐거워하던 시절은 어디로 갔는지 매우 심각하게 간청하는데, 뭐 달라질게 있겠습니까. 별다른 변화 없이 지루하게 자동차 타고 가는 장면과 대화 장면을 한참 보여주면서 시간을 때우는 것이 역할인 내용입니다. 다만 이 내용은 바로 다음 장면의 단초가 되기는 하는데, 혼자 연구소에 찾아갔다가 돌아가는 길에, 여자 주인공이 악당 친구 일당들에게 유괴 당하게 된다는 것입니다.<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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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주인공이 왜 유괴를 당했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악당들은 도대체 무엇 때문인지는 모르지만, 하여간 여자 주인공을 유괴하면 무슨 일이 잘 풀릴 거라고 막연히 상상하고 있었던 듯 보입니다. 하지만 덕분에 분노한 투명인간이 쳐들어오게 하는 결과만을 낳았습니다. 투명인간은 악당들의 본거지인 이태원의 어떤 빌딩으로 쳐들어갑니다. 화면을 자세히 보면 악당들의 본거지라면서 촬영한 곳이 사실은 "피자인"이라는 피자가게라는 점은 소소한 즐길거리입니다. 여자주인공은 한쪽 어깨를 드러낸 모습으로 조춘과 다른 악당 부하 한 명에게 붙잡혀 있습니다. 조춘과 다른 악당은 서로 경쟁적으로 여자주인공을 건드리는데, 그러면서 "찬물도 위아래가 있는 법인데" 어쩌고 하는 쓰레기 같은 대사를 한 두 마디 정도 읊조립니다. 그리고 투명인간에게 두들겨 맞습니다.<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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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당 총두목인 남포동은 악당 친구와 함께 자동차를 타고 바닷가로 가고 있습니다. "배는 준비 되었겠지?" "내 딸은 보았나. 이제 자네도 자리를 잡아야지" 어쩌고 하면서, 일본 야쿠자 영화에서 대충 베낀 대사를 잡다하게 몇 마디 중얼거립니다. 그런데 배를 준비했다는 곳은 어느 어촌이고, 배라고 있는 것은 그냥 바다에 떠 있는 어선을 아무렇게나 하나 골라서 찍어 놓은 것입니다. 저게 어떻게 일본까지 가는 배인가 싶은데, 뭘 생각했는지, 이 영화 형편에 또 굳이 "저 배로 큰 배 까지만 가면 됩니다"라고 한 마디 합니다. 쓸쓸하다고 해야할 지, 헛헛하다고 해야할 지 뭐 그런 기분이 듭니다.<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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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바닷가 개펄에서 두 악당들이 투명인간에게 얻어 맞고 들고 있던 가방을 빼앗깁니다. 가방 내용물로 보건데 이 사람들은 마약 밀매 일이 주 업종이었던듯 합니다. 투명인간과 양복을 말끔하게 차려 입은 두 악당들이 시커먼 개펄에서 싸웁니다. 그러다가 온몸에 진흙을 묻히면서 나자빠지는 모습은 다른 영화에서 쓰였다면 나름대로 강렬한 격투 장면으로 쓸 수도 있는 소재이겠다 싶습니다. 하지만, 이 영화에서 펼쳐지는 이 개펄 격투 장면에서는 양복 세탁비 아깝겠다는 생각이 들 뿐입니다. 정말로, 제 생각에는 이 장면까지 영화를 본 관객이라면 백이면 백. 이 개펄 격투 장면에서 양복 세탁비 아깝겠다는 생각이 떠올랐을 거라는 어떤 굳은 믿음이 치밀어 오릅니다.<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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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안에서 악당 총두목으로 되어 있는 사람까지 쓰러뜨리고, 연구소에서 자기가 훔쳐 냈던 연구 논문의 필름까지 되찾은 투명인간은 다시 연구소로 돌아가서 자신을 원상태로 돌려달라고 합니다. 여전히 연구원 두 사람은 "불가능해" "불가능하다고" 라고 대답합니다. 그러자 속이 터진 투명인간 이영하는 소리지르며 행패를 부리면서 실험실을 엎어버립니다. 그러자, 이런 저런 약이 섞이면서 또 다시 무슨 기체가 나오고, 갑자기 우연히 사고로 다시 투명인간 이영하는 원상태로 돌아옵니다.<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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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켜보던 연구원 한명은, "이것은 기적이야. 또다른 기적이야"라고 합니다. 그러자, 다른 연구원 한명이 "박사님, 이건 기적입니다. 또다른 기적이요." 라고 합니다. 그러자, 다시 대답하기를 "이럴 수가. 이건 기적이야. 또다른 기적." 이라고 합니다. 성우들의 연기가 충격을 너무 많이 받은 점을 연기하느라 아주 천천히 낱말을 발음하도록 되어 있기 때문에, 짧고 아무 내용도 없는 대사지만 지켜보는 관객의 그 답답한 심정은 상당히 큽니다. 한편, 원래대로 돌아온 이영하는 "으하하하하! 나는 오인촌! 오인촌이다! 나는 오인촌이다아아아아!" 라고 마구 소리를 지릅니다. 그리고 때마침 연구소 바깥에 여자주인공이 찾아와서 멀리서 이름을 부르자, "미옥이! 미오오오오옥이이이이이!" 하고 길게 이름을 부르며 뛰어나갑니다.<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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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녀 주인공은, 70년대 영화속에 무던히도 많이 나와서, 90년대 이후로는 끝없이도 TV 코미디물에서 패러디 되었던 그 모습 그대로, 멀리서 서로 "인초오온씨이이이이이!" "미오오오옥이이이이이!"라고 이름을 반복해서 부르면서 달려와 감격어린 포옹을 합니다. 그리고, 이 영화는 진정한 마지막 장면으로 어린이들과 남녀 주인공들이 한자리에 모여 다시 전통 무용을 연습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나름대로 행복해진 일행을 보여주려고 한 것 같은데, 화면에 마지막으로 나오는 것은 어느 공터에서 한 어린이가 한복을 입고 혼자 외로이 서서는 한참 동안 느릿느릿 양팔을 앞뒤로 뒤흔드는 동작을 계속 하는 것입니다. 보고 있으면 어째 좀 쓸쓸한데, 그리고 화면에 "안녕히"라는 글자가 크게 나옵니다.<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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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 뭐라 형용할 수 없다는 말로 조차 형용할 수 없는 기분이 된 관객들이 "지금 이 극장이 있는 행성이 지구 맞습니까?" 라고 서로 묻고 싶어 하면서, 탈진 증세에 비틀거리며 하나 둘 극장을 뜨게 되는 것입니다.<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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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g src="http://blogfile.paran.com/BLOG_263294/200907/1248021791_i6.jpg"> <br />
(합성 장면을 위해 촬영하고 있는 당시의 자료 사진)<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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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는 주인공이 투명인간이기 때문에, 주인공 이영하의 실제 등장 장면이 무척 작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투명해서 배우가 안보이니 말입니다. 그래서 이 영화에는 그나마 출연료가 많이 들었을 이영하의 출연료 조차도 아낄 수 있었던 교묘한 중저예산의 향취가 살짝 깔려 있는 것입니다. 이영하는 지금이야 멋있고 실력있는 중년 배우로서 위치가 확고합니다만 경력 초기에는 이런저런 괴상한 영화에도 많이 출연했는데, 이 영화 "투명인간"은 그 중에서도 손꼽을만한 충격으로 볼 수 있을 것입니다. 특히나, 투명인간 이영하가 갑자기 람보로 변신하는 장면이 있다거나 하다는 점은 놀라운 발견이라면 발견입니다.<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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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영화에 대한 일반적인 비평만을 보다가 찾는다면, 이런 영화의 사례는 상상하기 어려운 형태라고도 생각하기 쉬울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70, 80년대 한국영화에서 이런 정도의 트래쉬 무비를 찾아내는 것은 매우 간단한 일입니다. 이정도 상태의 영화는 널려 있습니다. 이보다 더 이상하고, 더욱 질이 나쁜 트래쉬 무비를 찾는 것도 그다지 어렵지 않습니다. 좀 더 나아가서 이런 트래쉬 무비들에 대해 좀 더 많은 경험과 이해를 갖추는 것은 영화의 위치와 방향에 대해서 생각하는데 도움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때도 많습니다.<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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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어림도 없는 영화들이 끝도 없이 넘쳐났던 시대를 접하고 이해하면, 과연 요즘 우리가 보는 못만든 영화는 어떻게 비판해야 하는지 시각을 넓힐 수 있을 것입니다. 그냥 "보는 시간이 아까운 쓰레기이다"라고 대충 뭉뚱그려서 욕하기 이전에 어떻게 해서 그 영화는 말아먹었는지 좀 더 구체적으로 지적해 가면서 이야기해 볼 수 있을 것입니다. 도저히 어떻게 평가를 할 수 없을 만한 졸작 영화라손 치더라도 어떤 내용 구조와 어떤 영화 제작 방식에 대해서 지적해나가는 것이, 좋을지 그래서, 그 영화를 보고 "나는 저러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하는 다른 사람들에게 더 큰 의미가 있는 이야기는 무엇일지 따지게 되면서 토론과 비평은 더 재미나고 풍성하게 흐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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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으로는, 우리 영화의 전통과 과거를 평가하고, 상대적으로 월등한 수준의 유지와 도전에 성공해 왔던 홍콩영화와 일본영화의 전통을 어떻게 생각해야하는지, 그 계승관계와 위상에 대해서 어떻게 평가하는 것이 객관적이고 바람직한지에 대해서도 좀 더 현실적인 판단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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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밖에...<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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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내용은 전혀 아닙니다만, 제목과 소재 때문인지, 2009년 7월에 한국영상자료원의 "여귀재래"라는 제목의 공포영화 특선으로 묶여서 상영되고 있습니다.<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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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명인간"이라는 제목의 한국영화는 한국영화 황금기인 60년대에 신성일 주연으로도 한 번 제작된 적이 있습니다.<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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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연한 짐작입니다만, "환원"이나 "중화제" 같은 단어가 막연하게 사용되는 어감이나 80년대 일본식 "특촬물"의 에피소드 구성을 떠올리게 하는 중반부의 투명인간 활약상을 생각해 볼 때, 이 영화 자체가 어떤 일본 영화나 일본 TV극에서 영화를 받았을 가능성도 있지 않겠나 하고 잠시 상상해 보았습니다.<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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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블로그에 덧글을 올려주신 rumic71님의 소개로 관련된 영화들의 자료를 찾아보니, 투명인간 영화들 간에는 대략 이런 관계가 있는 것으로 추정됩니다.<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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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1969년에 나온 한국영화 "투명인간"은 줄거리를 비교해 볼 때, 1949년판 일본영화 "透明人間現わる"를 모방한 영화로 보입니다. 두 영화 모두, 악당과 대립관계에 있는 주인공이 애인의 아버지가 연구하던 약물을 이용해서 투명인간이 되고, 이후에 착한 투명인간과 나쁜 투명인간의 대립이 나타나고, 마지막으로 나쁜 투명인간이 원래대로 돌아오는 약품을 찾으려고 행패를 부리다가 체포된다는 내용입니다. 투명인간에서 원래대로 돌아오는 약을 "환원제"라고 부르는 것도 같습니다. 그런데, 일본영화가 "透明人間現わる" 20년 먼저 나왔으니, 한국영화가 일본영화의 줄거리를 모방한 것이 어느 정도 자명해 보입니다.<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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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에서 소개한 1986년판 "투명인간"은 줄거리 안이 기록된 것을 보면, 원래는 이 1949년판 일본영화를 모방한 1969년판 한국영화 "투명인간"을 다시 모방, 변형한 영화로 보입니다. 애인의 아버지가 등장하는 줄거리는 기록이 사라졌지만, 이 영화도 원래 줄거리는 착한 투명인간과 나쁜 투명인간의 대립을 다루고 있다는 점도 같고, 마지막에 악당들이 투명인간에서 회복되는 약을 내놓으라고 하다가 체포되는 줄거리도 같습니다. 역시 투명인간에서 원래대로 돌아오는 약을 "환원제"라고 부르는 점도 같습니다. 이렇게 놓고 보면, 영화 중간에 갑자기 여자주인공이 연구원에 찾아가서 원래대로 돌아오는 약을 만들어 달라고 부탁하는 장면은 1969년판 영화나, 1949년판 일본 영화에서 여자주인공이 연구원의 딸로 설정되어 있었던 이야기를 무리하게 따라하려고 하다가 튀어나온 장면인듯 싶시도 합니다.<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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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습니다만, 위에서 소개해 드린 내용에서 보시다시피, 이 영화는 너무 영화 제작 기술이 부실했던 까닭에, 1949년판 일본영화를 2중으로 두 번에 걸쳐 모방해온 과거가 모두 지워질 만큼, 줄거리고 뭐고 무시해 버리고 마구잡이로 만들었고, 결국 매우 다른 내용으로 영화가 완성된 것입니다. (rumic71님께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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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ategory>영화</category>

		<comments>http://gerecter.egloos.com/4451943#comments</comments>
		<pubDate>Sun, 19 Jul 2009 16:26:56 GMT</pubDa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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