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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Deepest Abyss</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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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escription>괴물과 싸우는 사람은 그 싸움 속에서 스스로 괴물이 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우리가 괴물의 심연을 오래동안 들여다 본다면, 그 심연 또한 우리를 들여다 보고 있을 것이다... - 니체 -</descrip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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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ubDate>Tue, 21 Jul 2009 18:09:18 GMT</pubDa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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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Deepest Abyss</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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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escription>괴물과 싸우는 사람은 그 싸움 속에서 스스로 괴물이 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우리가 괴물의 심연을 오래동안 들여다 본다면, 그 심연 또한 우리를 들여다 보고 있을 것이다... - 니체 -</descrip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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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tem>
		<title><![CDATA[ 귀환 ]]> </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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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DATA[ 
  다시 돌아왔습니다.<br><br>잘 부탁드립니다.<br><br>이젠 도망따위 가지 않을테다.			 ]]> 
		</description>
		<category>나의 일상</category>

		<comments>http://evil382.egloos.com/2443895#comments</comments>
		<pubDate>Tue, 21 Jul 2009 18:09:18 GMT</pubDate>
		<dc:creator>무명</dc:creat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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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tem>
		<title><![CDATA[ 피로해 ]]> </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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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DATA[ 
  어느덧 나도 시간이 잔혹하다는 말을 실감할만한 나이가 되었다.<br>나날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책임과 의무감을 버틸만한 정신도 능력도 없는데<br>시간은 어느덧 이런 무시무시한 것들만 떠넘긴채로 내가 그마나 꼭꼭 숨겨둔<br>신념과 용기를 조금씩 빼앗아 가버린다.<br>나날이 흐릿해져가는 내가 꿈꾸던 청사진을 무덤덤하게 바라보면서<br>새삼스럽게 도려진 심장의 한켠을 의식하게 된다.<br>심장으로 호흡하던 시기에는 조금 더 세상과 원활하게 소통했던것 같은데...<br>가까스로 뿜어지는 호흡이 너무 힘들다.<br>그저 가라앉고 싶다.			 ]]> 
		</description>
		<category>나의 일상</category>

		<comments>http://evil382.egloos.com/2026059#comments</comments>
		<pubDate>Mon, 15 Sep 2008 16:56:20 GMT</pubDate>
		<dc:creator>무명</dc:creator>
	</item>
	<item>
		<title><![CDATA[ 꿈 ]]> </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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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escription>
			<![CDATA[ 
  <p>꿈은</p><p>녹아내려야 한다.</p><p>&nbsp;</p><p>처음 만들어질 당시</p><p>완고하게 마음속에 자신의 자리를 만들어낸 꿈은</p><p>이내 그 크기를 늘려나갈 수록</p><p>겉잡을 수 없는 부피로</p><p>부담만을 안겨주는 짐이 된다.</p><p>부담을 느낀순간부터 거처를 어지럽힐 뿐인 이 난봉꾼은</p><p>날카로운 모서리로 마음속 여기저기 상흔만을 남긴다.</p><p>&nbsp;</p><p>달콤한 푸딩이</p><p>경질화된 난봉꾼을 대체한다</p><p>마음의 형태에 따라</p><p>변화무쌍한 모습을 보여주는 이 꿈은</p><p>언제고 무엇이었는지도 모를 불분명한 형태로 남아</p><p>찌꺼기처럼 버림받게 될 것이다.</p><p>혀끝에 잔존하는 단맛은</p><p>생각처럼 오래남아주지 않는다.</p><p>&nbsp;</p><p>내리는 비처럼</p><p>꿈은 녹아내려야 한다.</p><p>내 몸에 녹아들어가</p><p>혈관을 점거하고</p><p>심장에 도달해</p><p>내 생명을 움켜쥐고</p><p>나를 지탱하는 나 자신으로서</p><p>꿈은</p><p>모든것이 되어야 한다.</p><p>&nbsp;</p><p>모든것이 사라지고</p><p>남겨야 할것은 이름뿐인 시간이 오면</p><p>나는 눕지 않고</p><p>영원히 세상을 굽어봐도 좋을 것이다.</p><p>사라지지 않는 꿈이<br><br>묵묵히 나를 지탱한다.</p>			 ]]> 
		</description>
		<category>미분류</category>

		<comments>http://evil382.egloos.com/1892999#comments</comments>
		<pubDate>Wed, 23 Jul 2008 19:21:33 GMT</pubDate>
		<dc:creator>무명</dc:creator>
	</item>
	<item>
		<title><![CDATA[ 우유와 머그잔에 관한 짧은 담론 - 02화 - ]]> </title>
		<link>http://evil382.egloos.com/1830928</li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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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escription>
			<![CDATA[ 
  <span style="FONT-SIZE: 130%">&nbsp;그가 의식을 차릴 무렵 가장 처음으로 느껴진 감각은 끔찍할 정도의 피에 대한 갈망이었다. 그가&nbsp;평소에 강대한 마력으로 제어해두던 그 욕망은 그가 힘을 잃어버림에 따라 다시 그 모습을 드러내고 말았다. 전신이 덜덜 떨려왔다. 그가 오랫동안 잃어버렸던 추위가 다시금 그를 덮쳐왔다. 그의 둔감해진 후각에 믿을 수 없을정도로 감미로운 향이 맡아졌다. 그가 심연의 나락으로 던져진 이후 처음으로 느껴보는 충족감이 그 향에서 발산되고 있었다. 하지만 그는 그 향의 정체를 알고 있었다. 온몸을 떨면서 뒤돌아 본 자리에는 형연할 수 없는 오오라를 띈 소년이 잠들어 있었다.<br><br>&nbsp;금주의 위력은 과연 전설대로였다. 소년의 파리하던 안색은 약간 창백한 정도로 혈색이 좋아졌으며, 극도로 불안정하던 호흡은 고르게 변하여 있었다. 조금전까지만 해도 고통에 신음하던 소년은 세상에서 더없이 편안한듯 잠을 청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그는 소년의 침대를 향해 야수처럼 덤벼들었다. 끔찍하게 솟아나는 욕망은 오직 그에게 피를 탐하도록 만들려고 했다. 그는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br><br>&nbsp;"아악!"<br><br>&nbsp;갑작스런 끔찍한 비명과 함께 그는 방안을 나뒹굴었다. 그는 조심스럽게 그에게 고통을 안겨준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 부서진 지붕의 사이로 새어나오는 빛, 그것은 태양이었다. 그의 권능이 하늘을 찌르던 시절 태양빛 마저 그의 어둠을 넘볼 수 없는 시기가 있었다. 하지만 대부분의 마력이 고갈된 지금은 한없이 하찮았던 태양빛마저 공포스런 존재로 변해 있었다. 그는 이를 갈며 저주했다. 자신이 했던 멍청한 선택과 변덕을, 그리고 신을 향해 끊임없는 저주를 퍼부었다. 그는 결국 침대에 접근하지 못하고 방 한구석에서 조용히 밤이 오기만을 기다렸다.<br><br>&nbsp;밤이 깊어감에 따라 조금씩 화상에 의한 고통이 그의 이성을 일깨우기 시작했다. 커다란 통증이 그에게 잠시나마 사고할 기회를 마련해주었다. 그는 처참할정도의 자괴감을 느껴야만 했다. 소년의 목을 물어뜯는것은 간단했지만 그것은 그가 행한 금주를 무용지물로 만드는 것임을 그는 간신히 깨달을 수 있었다. 빛이 점점 사그라들면서 어둠을 불러오고 있었다.&nbsp;그것은 그의 욕망을&nbsp;잠시나마&nbsp;막아주었던 족쇄가 사라짐을 의미했다.<br><br>&nbsp;그의 어둠의 심장이 요동치면서 그에게 피를 갈구했다. 그는 필사적으로 방법을 찾아야만 했다. 방법은 단 하나였다. 일단 급하게나마 갈증을 해소하는 것이 그가 행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었다. 초조함은 칼날처럼 그의 마음을 난자하였다. 빛이 조금씩 사그라드는 것을 보면서 그는 조금씩 자신의 내면에 조용히 숨죽이고 있던 야수를 느꼈다. 흉포한 괴물이 철창속에서 그를 유혹하였다. 이윽고 모든 빛이 어둠속에 침식되었다.<br><br>&nbsp;그는 그에게 남겨진 마지막 의지를 쥐어짜내 문쪽으로 몸을 돌렸다.부서질듯이 문을 박차고 나가자 비록 어젯밤만큼은 아니지만 황홀할정도의 달빛이 그를 비추고 있었다. 이렇게나 유혹적인 달빛을 그는 일찌기 본적이 없었다. 아마 보았다 하더라도 그가 가진 힘에 도취되어 제대로 달빛을 응시하지 못했으리라. 그는 그가 지금 해야할 일을 보다 명확히 깨달을 수 있었다.&nbsp;그리고 그가 누구인지도.<br><br>&nbsp;그는 한시도 쉬지 않고 산속으로 맹렬히 달려갔다. 적어도 아직까지는 어둠에 속한 피조물인 그는 확실히 달빛의 마력에 강한 영향을 받아 아무런 피로를 느끼지 못하였다. 하지만 이정도의 힘으로는 아직까지 직접 인간을 습격하기엔 많은 무리가 따른다. 마치 하나의 생물처럼 움직이는 저 인간만의 사회권은 아주 사소한 이상이라도 감지하여 그 원인을 찾아내고야 만다. 그는 일단 비교적 안전한 산속의 생물들부터 포식하기 시작했다. 그는 아주 머나먼 과거의 기억을 떠올리며 이러한 짐승들을 잡는 방법을 기억해 냈다. 처음에는 너무 오래된 탓에 생각처럼 쉽게 그의 손에 걸려드는 동물은 없었지만, 그것도 아주 잠깐동안 뿐이었다. 연달아 그의 손에 걸려드는 작은 짐승들은 구슬픈 비명만을 내지른채 피를 빨려 바닥에 나뒹굴었고, 그는&nbsp;시간이 지나감에 따라 조그만 충만감을 느낄 수 있었다.<br><br>&nbsp;얼마나 많은 피를 빨았는지 잘 모를 정도의 시간이 되서야 그는 사정을 인지할 수 있을 정도로 의식이 돌아왔다. 몰골은 말이 아니었다. 평소에 주름하나도 허락하지 않던 그의 단정한 복장들은 전부 동물들의 털과 피로 얼룩져 있었으며 망토는 찢어져 나뭇가지나 잎사귀등을 온통 등에 지고 있었다. 한숨을 쉬었지만 당분간은 그의 성으로 돌아가기 힘들터였다. 일단은 다음 보름달을 기다려 보기로 했다. 그동안 충분히 휴식을 취하면서 피를 보충한다면 성으로 돌아가는 것도 무리만은 아닐거라고 생각했다. 어쩌면 소년도 거주지를 옮기게 할 수 있으리라는 희망이 그의 발걸음을 조금은 가볍게 만들었다.</span>			 ]]> 
		</description>
		<category>자작단편</category>

		<comments>http://evil382.egloos.com/1830928#comments</comments>
		<pubDate>Mon, 30 Jun 2008 19:29:02 GMT</pubDate>
		<dc:creator>무명</dc:creator>
	</item>
	<item>
		<title><![CDATA[ 우유와 머그잔에 관한 짧은 담론 - 01화 - ]]> </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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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DATA[ 
  <p><span style="FONT-SIZE: 130%">&nbsp;유백색으로 빛나는 머그잔은 그의 검지와 엄지에 가해지는 힘에 몸을 맏긴채 안정적으로 공중에 매달려 있었다. 왠지&nbsp;온기를 머금은 듯한 흰색은 보는 이로 하여금 한없는 편안함을 느끼게 해주었으며 실제 그의 손가락 사이에 있던 잔에서는 조금씩 김이&nbsp;올라오는 듯 하더니 마침내 확연히 따뜻해졌음을 느낄정도로 강하게 모락모락 김을 뿜어댔다. 머그잔 안에는 따뜻하게 뎁혀진 우유가 있었고 잔을 들여다보던 그는 만족스러운듯 잔 반대편을 감싸쥐었다. 그는 조심스럽게 손잡이를 상대편에게 내밀며 입을 열었다.<br><br>&nbsp;"받거라."<br><br>&nbsp;조심스럽게 침대에서 몸을 일으킨 소년은 아직 앳된 얼굴을 한 창백하지만 온화해보이는 인상을 하고 있었다. 소년은 초점없는 눈으로 조심스럽게 눈앞을 더듬기 시작했다. 방안 한 구석에는 장작불이&nbsp;활활 타고 있었지만 소년에게는 그 빛은 아무런 소용이 없는 듯이 보였다.&nbsp; 그의 미간에 미세하게 주름이 잡혔다. 짧은 한숨을 쉰 그는 장갑을 벗지 않은 손으로 조심스럽게 소년의 손을 잡고 천천히 컵의 손잡이를 소년의 손에 들려주었다. 머그잔에 손이 닿은 소년의 입가에 미소가 머금어졌다. 소년은 허공을&nbsp;바라보며 말했다.<br><br>&nbsp;"정말 감사합니다."<br><br>&nbsp;그는 짧게 대꾸하고는 묵묵히&nbsp;소년이 우유를 마시려는 것을 지켜보았다. 지난번과는 달리 손잡이를 잡는&nbsp;방법을 터득한 것만 같았다. 한 손으로&nbsp;손잡이를 잡고 조심스럽게 잔의 표면을 감싸쥐려는 모습은 지난번에 그가 겪었던 시행착오에 대한 불안감을 일시에 해소시켜 주었으며 그에게서 긴장감을 빼앗아갔다. 그때였다.<br><br>&nbsp;'앗!'<br><br>&nbsp;짧은 비명과 함께 무언가에 데인듯이 소년은 잔에서부터 손을 떼었고, 으례히 땅에 떨어지리라 생각했던 머그잔은 다행스럽게도 그의 손에 바닥이 받쳐진채 고정되어 있었다. 그는 다시한번 자신의 실책에 혀를 차며&nbsp;잔을 땅에 내려놓았다.<br><br>&nbsp;"미안하구나, 조금 식은 다음에 먹는게 좋겠다."<br><br>&nbsp;소년은 아직도 손바닥이 얼얼한지 계속해서&nbsp;손을 문지르고 입으로 바람을 불며 손을 식히려 하고 있었다. 그는&nbsp;조용히 한숨을 내쉬며&nbsp;각각 하나씩 양손에 있던 장갑을 벗고, 손을 비비고 있던 소년의 손을&nbsp;조심스래 감싸쥐며 말했다.<br><br>&nbsp;"손을 비비면 더 뜨거워지기 때문에 데인 곳에는 좋지 않단다. 잠시 가만히 있거라."<br><br>&nbsp;소년은 볼에 홍조를 띄고는 조용히 그가&nbsp;자신의 손을 식혀주는&nbsp;것을 느꼈다.&nbsp;비록&nbsp;몸에 닿은 곳은 차가웠지만 소년은 생전에 한번도 느껴보지 못한 온기를 느꼈다.<br><br>&nbsp;"손이 항상 차가우세요. 어디 아프신건 아니신지요."<br><br>&nbsp;그는 이 질문이&nbsp;벌써 4번째임을 상기하였지만&nbsp;언제나처럼 성실하게 대답해주었다.<br><br>&nbsp;"오래전부터 이랬지만 아직까지 아무런 이상도 없다. 매번 걱정하지 않아도 괜찮다."<br><br>&nbsp;소년은 언제나처럼 안도한 표정을 짓고는 잠시 후 조심스래 두 손을 그에게서 빼내었다.<br><br>&nbsp;"이제 괜찮습니다. 죄송하지만 다시 잔을 주실 수 있겠습니까?"<br><br>&nbsp;그는&nbsp;다시 장갑을 낀 손으로 바닥에 놓여있던 잔을 집어들고는 다시 소년에게&nbsp;손잡이를 내밀었다. 그가 온기를 느낄 수 있는 방법은&nbsp;이제 더이상 남아있지 않았지만, 조심스럽게 우유를 마시며 행복해하는 소년의 얼굴은&nbsp;어쩐지, 어쩐지 알 수 없는&nbsp;따스함을 그에게&nbsp;전해주었다. 그에게 아직도 살아있는 심장이 뛰고 있다는 착각을 느끼며 그는 조용히 그날을 떠올렸다.<br><br><br><br>&nbsp;&nbsp;그날은 유난히 밝은 달빛덕에 그가 인지할 수 있는 감각의 범위가 그조차 놀랄 정도로 넓어져 있던 날이었다. 세상의 모든 소리가 다 들어찬듯이 그의 귓속을 조근조근 간지럽혔으며, 눈을 감아도 그의 앞에 펼쳐진 수많은 사람들의 오오라가 마치 생전에 새겨진 망막의 태양빛처럼 강렬하게 비추었다.<br><br>&nbsp;언제나처럼 유유히 하늘을 날던 그에게 서늘한 공기가&nbsp; 볼을 스치고 지나 어둠 저편으로 사라졌다. 하지만 사라진줄 알았던 바람은 이내 다시 그의 앞에 모습을 드러내었으며 마치 영원처럼 그의 곁을 머물며 부드럽게 그를 감싸안아주었다. 하지만 불행이도 그의 피부는 더이상 그에게 바람의 상쾌함을 느낄 그 어느 감각도 제공해주지 않았다.<br><br>&nbsp;기묘한 일이었다. 생전에는 그렇게나 염원하던 하늘을 날아다닌다는 행위는 더 이상 그에게 아무런 만족도 주지 못하였다. 영원이란 시간은 그에게 호기심과 신비를 빼앗아갔으며 그저 조금이라도 더 그 영원을 쟁취하고 싶은 찌꺼기처럼 남아있는 욕망만이 그를 이루는 전부였다. 그는 공허했다. 어느정도의 힘을 갖게 되자 그 찌꺼기처럼 남아있던 욕심마저 의미를 찾을 수 없었다. 최초의 자극과는 다르게 지루하고 맹목적인 삶이 하루하루 지나갔다. 그럴수록 그는 더욱 그가 응당 가져야 한다고 믿었던 영원에 집착하였다.<br><br>&nbsp;그날은 그에게 매우 특별한 날이 되었다. 지나칠정도로 향상된 감각 덕분에 그는 아주 미약하지만 그를 자극하는 한 향기를 포착해 낼 수 있었던 것이다. 그 향은 정말로 특이했다. 은근하기 때문에 딱히 명확한 것은 아니지만 쉽게 사라지거나 잊혀지지 않았으며 곧 끊어질 듯 하면서도 강렬하게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고 있었다. 그 어느 향보다 청명했으며 한점의 티도 없이 정결하였다. 그는 곧 도취될 듯한 감각을 느끼며 언덕위에 서있는 허름한 집 앞에 내려와 있는 자신을 발견했다. 그리고 어둠속에서 그는 비로소&nbsp;자신의 운명을 발견했다.<br><br>&nbsp;그가 처음 본 소년의 모습은 이미 거의 생명의 기운이 빠져나간 상태였다. 지친듯이 숨을 헐떡이며 침대에 누워있던 소년은 곧이어 자신에게 닥칠 운명을 눈치챈듯 체념한채로 그저 짧은 신음만을 간헐적으로 내뱉으며 마른 눈물자국으로 뒤덮인 얼굴을 두손으로 감싸쥐었다. 하지만 체념은 슬픔마저 앗아가진 못하였다. 소년의 손이 가리고 있던 마른 눈물자국 위로 새로운 눈물이 흐르고 지나갔다. 곧이어 자신의 생명이 다하는 순간 소년은 눈물조차 흘리지 못할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는듯, 생전에 할 수 있는 마지막 감정표현을 있는 힘을 다해 쏟아내었다.<br><br>&nbsp;그는 소년이 처한 상황을 어느정도 짐작할 수 있었다. 입고 있는 허름한&nbsp;옷가지로 미루어보아 아마도 그리 부유한 집안에서 자란 아이는 아닐 것이다. 이런 곳에서 혼자서 격리되어 있는 것은 아마도 최근 근처 마을을 잠식하기 시작한 전염병이 그 원인일 것이고 그의 죽음을 보살펴 줄 이가 하나도 없는 것으로 미루어보아 가난한 농가의 자식임을 그는 쉽게 짐작할 수 있었다.<br><br>&nbsp;그는 그가 가진 포식자의 특성상 다양한 종류의 인간을 만나볼 수 있었으며 수많은 신념의 붕괴와 쾌락의 탐닉을 지켜보았다. 가장 정숙한 부인조차 약간의 노력만 기울이면 그에게 은밀한 추파를 던져 왔으며, 굳은 신념으로 무장한 종교인조차 그가 내건 조그마한 유혹에 그 짧은 생에 걸쳐 이룬것을 전부 내던져 버렸다. 유한한 인생을 갖고 있는 인간은 그 짧고 무가치한 삶을 손쉽게&nbsp;소모하기를 바란다고 그는 굳게 믿었으며 그가 이빨을 드러내고 아무런 가책없이 생명을 삼킬 수 있는 것은 이러한 의식적인 면이 크게 자리하고 있었다. 그가 마주했던 인간의 죽음이란 탁하고 고약한 향을 풍기는&nbsp;추잡한 삶의 찌꺼기 같은&nbsp;것이었다.<br><br>&nbsp;하지만 그는 이해할 수 없었다. 그러한 죽음을 눈앞에 둔 소년이 어찌 이리도 강렬한 생명의 향을 품고 있는지, 여태까지 오랫동안 보아온 죽음중에 가장 초라해보이는 죽음이 어찌도 그를 이렇게 강렬하게 유혹하고 있는지 그는 전혀 알 수 없었다. 시시각각 소년의 생명은 사그라들고 있었고 그에게 빠른 결단을 강요하기 시작했다.<br><br>&nbsp;어둠은 한때 그에게 너무나도 강렬한 유혹으로 타락을 종용했었다. 진하고 감미로운 유혹에 빠져드는 순간 그걸로 모든 것이 끝나버렸다. 그는 다시 빛을 볼 권리를 영영 잃어버린 것이다. 빛속에 있을때는 그 아늑함이&nbsp;얼마나 지겨웠던가. 항상 따사롭게 그를 둘러쌌던 모든 것들이 얼마나 무가치하게 느껴졌는가. 하지만 운명은&nbsp;그에게 모든것을 허락하는 듯 하면서 후회, 회환, 증오, 자괴감등만을 남겨주었다. 짧은 결단이 가져온 기나긴 파멸의 시작이었다.<br><br>&nbsp;그랬다. 한번 발을 들여놓은 어둠은 다시는 그를 놔주질 않았다. 그는 생각했다. 아주 간단하게 소년을 어둠의 피조물로 태어나게 할 수 있다. 하지만 그가 그 기나긴 평생에 걸쳐 경험하지 못했고 가장 알고 싶어하는 해답은 영영 잃어버리게 될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 영원히는 아니더라도 다시금 이러한 해답을 구하려면 정말 지옥같은 긴 시간을 오직 후회속에서 보내야 한다는 생각이 그는 공포심마저 느끼게 하였다. 그리고 이처럼 빛나던 소년도 그저 어둠속에 동화되어 나와 같아질 것 뿐이라고 생각하니 도저히 소년을&nbsp;어둠에 동화시킬&nbsp;용기가 들질 않았다.<br>&nbsp;<br>&nbsp;그의 앞에 놓인 시간은&nbsp;공포스러울 정도로 길었다. 아마도 그는 그 시간을 절대로 감당하지 못할거라는 강한 예감이 들었다. 그는 광기에 사로잡혀 자멸해버린 수많은 동족들에 대한 이야기를 귀에 못이 박히게 들었다. 하지만 어쩌란 말인가. 이성을 유지하면서 살기에는 몸뚱이들에 깃든 생전의 사고방식이 지나치게 방해가 되었다. 아마 그도 조만간에 목적과 이성을 상실하고 광기에 물들어버릴지도 모를 일이었다.<br><br>&nbsp;소년은 빛이었다. 미약하나마 더없이 청정한 빛을 내뿜고 있는 맑은 빛이었다. 그의 강대하기 이를데 없는 마력은 깊고 깊은 어둠이었기에 슬프게도 속수무책으로 아무런 힘을 발휘할 수 없었다. 그는&nbsp;마침내 봉인되어 있던 금주(禁呪)를 떠올렸다. <br><br>&nbsp;빛에서의 금기가 어둠이라면 반대로 어둠속에서의 금기는 빛이다. 자기희생이라는 가장 강한 이타적 행위는 어둠에 속한 자들로 하여금 신의 권능을 흉내낼 수 있게 해 주었다. 그는 망설여졌다. 다른 기회를 기다려야 하려나? 아니다. 언젠가 기회는 다시 올지도 모르지만 그때 내가 지금처럼 이성을 붙잡고 있을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래도 차라리 기회를 붙잡고 있는 편이 낫지 않겠는가. 그는 조금씩 가늘어지고 있는 소년의 숨소리를 들었다. 망설일 시간이 없었다.<br><br>&nbsp;몇백년이었는지 모른다. 그는 고독한채로 마력에 집착했다. 그의 권능이 강해지면 강해질수록 진한 쾌락처럼 만족감이 들었다. 수없이 강한 영혼들의 피에 집착하면서 축척해온 마력이었다. 아이러니였다. 그가 해답을 구하기 위해 평생을 모아온 이 강대한 마력이 이런식으로 도움을 줄 줄이야. 그는 소년의 손을 움켜쥐었다. 신기했다. 소년의 미약한 맥박과는 반대로 그의 영혼의 파동은 그가 보아온 그 어느것보다 더 강렬하게 요동쳤다. 그가 가졌던 미약한 불안감이 눈녹듯 사라졌다. 그는 마침내 해답을 얻으리라. 그는 눈앞에서 강렬하게 내뿜어지는 빛을 보았다.</span></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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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ategory>자작단편</categ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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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ubDate>Thu, 12 Jun 2008 17:17:00 GMT</pubDate>
		<dc:creator>무명</dc:creat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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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CDATA[ 문학과 사상 과제 : 슈렉 - 세상에서 가장 낭만적인 안티 메르헨 - ]]> </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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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escription>
			<![CDATA[ 
  <p><span style="FONT-SIZE: 100%"><span style="FONT-FAMILY: 맑은 고딕">&nbsp;현대인들에게 있어 가장 아름다운 사랑이란 어떻게 비춰지고 있을까<span lang="EN-US">? </span>예전과는 다르게 수많은 이미지 정보들이 지구촌 구석구석을 넘나들게 된 지금 획일화된 미의 기준이 수많은 매스 미디어를 통해 양산되면서 루키즘이라는 문제를 야기시켰다<span lang="EN-US">. </span>이상적인 연애란 선남선녀에게만 있을 법한 보통 사람과는 관계없는 이야기가 되어버렸다<span lang="EN-US">.<br></span></span></span><span style="FONT-SIZE: 100%"><span style="FONT-FAMILY: 맑은 고딕"><br>&nbsp;사회를 살아가는데 있어서도 외모가 차지는 비중이 절대적이라는 종교에 가까운 믿음들은 다양한 사회적 문제를 불러일으켰다<span lang="EN-US">. </span>외모 컴플렉스라는 정신적인 부분부터 사회가 요구하는 미적인 부분을 만족시키기 위해 행하는 시술이나 식이요법등이 실제로는 사람들의 건강까지 해치는 등<span lang="EN-US">, </span>매스미디어가 만들어낸 기준에 사람들은 몸과 마음이 피폐해지고 말았다<span lang="EN-US">. </span>미를 가진 자가 모든 것을 얻는다는 철학은 마치 서브리미널<span lang="EN-US" style="COLOR: black; mso-bidi-font-size: 10.0pt">(subliminal : </span><span style="COLOR: black; mso-bidi-font-size: 10.0pt">잠재의식<span lang="EN-US">)</span></span><span lang="EN-US"> </span>효과처럼 사람들의 정신을 깊숙히 파고들었다<span lang="EN-US">.<br></span></span></span></p><p class="MsoNormal" style="MARGIN: 0cm 0cm 0pt"><span style="FONT-SIZE: 100%"><span style="FONT-FAMILY: 맑은 고딕"><span lang="EN-US"><span style="mso-spacerun: yes">&nbsp;</span></span>현재의 잘못된 체제에 대한 저항이나 있을 법한 이야기를 꼬집은 것이 리얼리즘이라면 슈렉의 표현방식은 희화화된 인물들을 이용한 풍자적인 내용으로 비록 낭만주의에 가깝지만 그 현실에 대한 깊이 있는 내용은 리얼리즘이라 할 수 있다<span lang="EN-US">. </span>이제부터 그 이야기를 하나하나 분석해보자<span lang="EN-US">.<br><br></span></span></span></p><p class="MsoNormal" style="MARGIN: 0cm 0cm 0pt"><span style="FONT-SIZE: 100%"><span style="FONT-FAMILY: 맑은 고딕"><span lang="EN-US"><span style="mso-spacerun: yes">&nbsp;</span></span>슈렉은 태어날때부터 정해진 외모로 인해 다른 사람들로부터 심한 편견을 안고 살아가는 오우거<span lang="EN-US">(Ogre)</span>괴물이다<span lang="EN-US">. </span>그는 선남선녀로 구성된 해피엔딩으로 끝나는 동화에 심한 반감을 안고 살아가고 있으며 비록 다른 사람들의 편견으로 인해 외롭게 살아갈지언정 자신이 살아가는데 불편함이 없는 늪지에서 나름대로의 생활을 영위한다<span lang="EN-US">.<br><br></span></span></span></p><p class="MsoNormal" style="MARGIN: 0cm 0cm 0pt"><span style="FONT-SIZE: 100%"><span style="FONT-FAMILY: 맑은 고딕"><span lang="EN-US"><span style="mso-spacerun: yes">&nbsp;</span></span>그의 평화가 깨어지는 순간은 그가 가진 문제가 불거진 것 때문이 아니다<span lang="EN-US">. </span>세상 사람들이 가지고 있던 이상이나 꿈을 간직한 동화들이 세상으로부터 배척당했기 때문이다<span lang="EN-US">. </span>극히 현실적인 문제들에 직면해서 쉽게 꿈이나 이상을 포기하는 것을 우리는 너무나 많이 보아왔다<span lang="EN-US">. </span>피노키오가 단돈 몇푼에 팔리고<span lang="EN-US">, </span>요정들이<span lang="EN-US">, </span>눈먼 말하는 쥐들이 한때는 우리가 꿈으로서 가지고 있던 것을 생활고에 시달릴법한 서민들에 의해 단돈 몇푼에 팔아넘겨지는 것들이 이제는 지극히 당연한 <span lang="EN-US">‘</span>현실적이며 어른스러운<span lang="EN-US">’ </span>대응으로 일컬어지게 되었다<span lang="EN-US">.</span></span></span></p><p class="MsoNormal" style="MARGIN: 0cm 0cm 0pt"><span style="FONT-SIZE: 100%"><span style="FONT-FAMILY: 맑은 고딕"><span lang="EN-US"><span style="mso-spacerun: yes">&nbsp;</span></span>분명 메르헨의 세상에서 현실을 망각하고 살아가는 것도 정상적인 생활을 영위하기 힘들 수도 있다<span lang="EN-US">. </span>하지만 그 반대의 경우는 어떠한가<span lang="EN-US">. </span>희망이 없는 삶은 너무나 삭막하다<span lang="EN-US">. </span>꿈이 없는 삶은 너무나 건조하다<span lang="EN-US">. </span>이 쫓겨난 동화속의 존재들이 슈렉의 늪지로 오게되고 그동안 무미건조한 삶을 살아가던 슈렉의 늪지를 갑작스럽게 동화속의 세계로 바꿔놔 버린다<span lang="EN-US">. </span>하지만 갑작스럽게 강요당한 꿈과 이상이 철저히 자기중심적인 늪지에 어울릴리가 없다<span lang="EN-US">.<br></span></span></span><span style="FONT-SIZE: 100%"><span style="FONT-FAMILY: 맑은 고딕"><br>&nbsp;자신의 아늑한 현실에 다른 존재들의 개입을 거부한 슈렉은 이러한 존재들을 쫓아낸 현실속의 권위자인 파쿼드 군주를 찾아가게 된다<span lang="EN-US">. </span>하지만 우습게도 이 파쿼드 군주야말로 이 애니메이션 속에서 가장 큰 콤플렉스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다<span lang="EN-US">.<br></span></span></span><span style="FONT-SIZE: 100%"><span style="FONT-FAMILY: 맑은 고딕"><br>&nbsp;키가 큰 남자가 위엄있는 남자라는 관념에 젖어있는 이 귀여운<span lang="EN-US">(?)</span>군주는 작은 키 만큼이나 속좁은 인간으로 묘사된다<span lang="EN-US">. </span>일단 그의 콤플렉스가 가장 크게 드러나는 부분은 그가 살고있는 성에서부터 여실히 드러난다<span lang="EN-US">. </span>비정상적으로 높이를 중시한 그 성은 그가 가지고 있는 <span lang="EN-US">‘</span>높이<span lang="EN-US">’</span>에 대한 컴플렉스를 드러내준다<span lang="EN-US">. </span>게다가 그 키 만큼이나 소심한 그의 성격은 응당 그가 행해야할 공주를 구출하는 역할을 다른 기사에게 떠 넘겨버리게 만든다<span lang="EN-US">. </span>로맨스는 이미 그의 관심사가 아니다<span lang="EN-US">. </span>여성의 마음을 얻기위해 해야할 최소한의 위험조차 그는 감수할 생각을 하지 않는다<span lang="EN-US">. </span>실상 늪지로 다른 동화속의 인물을 쫓아버린 것도 그가 선택해야할 공주에 대한 정보를 얻기 위해 마법의 거울을 찾기 위한 지극히 현실적인 대안이었다<span lang="EN-US">. </span>물론 <span style="mso-spacerun: yes">&nbsp;</span>파쿼드 군주는 피해자의 입장도 동시에 가지고 있다<span lang="EN-US">. </span>외모 지상주의라는 악습은 슈렉처럼 철저한 고립을 불러올 수도 있지만 반대급부로는 다른 능력에 대한 욕심을 부채질하기도 한다<span lang="EN-US">. </span>이러한 외모에 대한 콤플렉스는 그에게 동화속의 꿈을 늪지로 쫓아버리게 했으며 공주와 결혼하여 왕의 권력을 갖겠다는 매우 현실적인 생각에 빠지게 하는 계기가 된다<span lang="EN-US">. </span>그는 꿈을 매우 하찮은 것으로 여기며 그것이 그의 외모를 무시하는 사람들에게 대항할 수 있는 방편으로 여기게 된다<span lang="EN-US">. </span>과자인간을 고문하여 아무렇지도 않게 버린다던가<span lang="EN-US">, </span>마법의 거울을 위협하여 공주를 보여주게 만드는 등의 행동에도 그가 가진 현실적인 면이 잘 드러난다<span lang="EN-US">.<br>&nbsp;<br></span></span></span><span style="FONT-SIZE: 100%"><span style="FONT-FAMILY: 맑은 고딕">하지만 이러한 파쿼드 군주의 소심한 성격덕분에 슈렉은 공주를 구하는 여행을 떠나는 계기를 얻게 된다<span lang="EN-US">. </span>대행기사의 자격으로 슈렉은 공주를 구하는 여행을 떠날 수 있었다<span lang="EN-US">. </span>슈렉은 여기서도 많은 것을 바라진 않는데<span lang="EN-US">, </span>그것은 그저 다시금 이전의 늪지로 돌아가게 해 달라는 나를 무미건조한 현실속으로 돌려보내 달라는 조건이었다<span lang="EN-US">. </span>그가 남을 위해서 하는 일들도 실은 자신의 생활을 방해받지 않기 위한 수단으로 만들어버린 것이다<span lang="EN-US">.<br><br>&nbsp;</span></span></span><span style="FONT-SIZE: 100%"><span style="FONT-FAMILY: 맑은 고딕">이 여행을 떠나는 초반에 여기서 이 애니메이션에서 이야기 하고자 하는 핵심적인 내용이 등장하게 된다<span lang="EN-US">. </span>슈렉의 동반자인 동키는 말 그대로 볼품없는 당나귀지만 이 이야기 내에서 가장 콤플렉스에 연연하지 않고 직설적으로 다른 존재에게 마음을 열 줄 아는 존재이다<span lang="EN-US">. </span>어찌보면 가장 힘없고 볼품없으며<span lang="EN-US">, </span>머리도 나쁜 존재인 동키는 이 이야기의 주재내에서 가장 강한 존재인지도 모른다<span lang="EN-US">. </span>그런 동키가 슈렉에게 물어본다<span lang="EN-US">. </span>왜 혼자 살려고 하는지<span lang="EN-US">, </span>왜 남과 소통하며 살려고 하지 않는지를 말이다<span lang="EN-US">. </span>슈렉은 자신을 양파에 비교한다<span lang="EN-US">. </span>자신에게는 수많은 면을 지니고 있다고 벗기면 벗길수록 새로운 면이 드러나는 사람이라고<span lang="EN-US">, </span>하지만 사람들은 자신의 겉모습만을 보고 피하기 때문에 자신이 미리 피해주는 것이라고 말한다<span lang="EN-US">.<br><br>&nbsp;</span></span></span><span style="FONT-SIZE: 100%"><span style="FONT-FAMILY: 맑은 고딕">하지만 자세히 보면 슈렉도 모순에 빠져있다<span lang="EN-US">. </span>모든 사람들이 자신에 대해서 편견을 갖고 있을 거라는 편견을 자신도 고스란히 가지고 있는 것이다<span lang="EN-US">. </span>남의 접근을 막는 것은 자신을 고스란히 차단하는 결과만을 낳게 되었다<span lang="EN-US">.<br><br>&nbsp;</span></span></span><span style="FONT-SIZE: 100%"><span style="FONT-FAMILY: 맑은 고딕">용의 성 또한 용이 가지고 있는 상처를 그대로 형상화 한 모습이다<span lang="EN-US">. </span>실상은 외롭고 사랑할 누군가를 원하는 암컷 용이지만 자신이 갖고 있는 외형적인 요소들이 쉽사리 그녀의 마음을 열지 못하고 결국 자신의 마음을 대변하는 성을 괴기스럽고 여기저기 부서진 형태로 남아있게 하였다<span lang="EN-US">. </span>이런성에는 공주가 가둬져있다<span lang="EN-US">. </span>자신이 갖지 못한 모든걸 갖고 있는 공주에게 어쩌면 용은 질투를 느낀건지도 모른다<span lang="EN-US">. </span>하지만 자승자박이라는 형태로 슈렉과 동키에 의해 고립된 용은 피오나 공주를 놓치고 만다<span lang="EN-US">. </span>우여곡절 끝에 결국 슈렉일행은 공주를 구한다<span lang="EN-US">. </span>한순간이나마 비록 진심어린 말은 아니었지만 동키가 해주었던 외모에 대한 칭찬에 기뻐하던 이 암컷 용은 자신의 고립을 슬퍼한다<span lang="EN-US">..<br><br>&nbsp;</span></span></span><span style="FONT-SIZE: 100%"><span style="FONT-FAMILY: 맑은 고딕">슈렉과 피오나 공주의 첫 만남은 결코 순탄하지 않다<span lang="EN-US">. </span>동화속의 세계에 빠져있는 공주가 현실을 깨닫게 되는건 그리 오랜시간이 걸리지 않는다<span lang="EN-US">. </span>처음 슈렉을 본 공주의 마음<span lang="EN-US">, </span>그리고 그 공주의 반응을 본 슈렉은 쉽사리 실망감을 표출하고 서로의 그런 모습에 상처를 받는다<span lang="EN-US">.<br>&nbsp; <br></span></span></span><span style="FONT-SIZE: 100%"><span style="FONT-FAMILY: 맑은 고딕">&nbsp;하지만 여행을 끝내고 돌아가는 길은 서로를 알아가기에 충분할 정도로 길었다<span lang="EN-US">. </span>서로는 서로의 장점을 보면서 자신이 지니고 있던 편견이 얼마나 어리석은지를 알게 된다<span lang="EN-US">. </span>슈렉이 갖고 있던 편견은 눈녹듯 사라지고 외모가 아름다운 사람도 남을 위한 배려<span lang="EN-US">, </span>그리고 강한 자기주장을 갖고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며<span lang="EN-US">, </span>피오나 공주는 슈렉의 외모 밑에 감춰진 자상함과 세심함을 알게 되었다<span lang="EN-US">. </span>심지어는 마치 다수가 다 잘난 것처럼 행동하는 로빈 훗의 조롱을 강하게 반박할 정도의 주장을 피오나 공주는 갖게 된다<span lang="EN-US">. </span>수동적이고 의존적으로 행동알줄 알았던 공주가 적극적으로 자신을 표출하는 것을 본 슈렉은 이러한 모습에 끌리게 된다<span lang="EN-US">.<br><br>&nbsp;</span></span></span><span style="FONT-SIZE: 100%"><span style="FONT-FAMILY: 맑은 고딕">여행이라고 표현되는 이 기나긴 연애의 초반이 지나면서 하나 둘 파장의 조짐이 보이기 시작한다<span lang="EN-US">. </span>실은 한 밤중에는 괴물이 되는 저주를 갖고 있었던 피오나 공주는 자신의 단점이 슈렉에게 알려지길 원하지 않으며 이러한 단점이 슈렉으로 하여금 자신을 싫어하게 되는 요인이 될 것이라고 굳게 믿고 있다<span lang="EN-US">. </span>비록 슈렉 또한 그런 외모를 갖고 있다 해도 자신을 좋아하게 된 요인이 외모일거라는 편견에 사로잡혀 있다<span lang="EN-US">. </span>슈렉이 고백을 포기하게 되는 계기는 더 측은하다<span lang="EN-US">. </span>피오나 공주가 자신에게 이야기한 <span lang="EN-US">‘</span>이런 괴물을 누가 좋아하겠어<span lang="EN-US">’</span>라는 발언은 슈렉으로 하여금 가까스로 생겨난 용기를 한순간에 없에버리기에 충분했다<span lang="EN-US">. </span>서로의 단점이 보이기 시작하면서 그들은 연애가 가져온 환상에서 벗어나 조금은 더 냉정하게 상황을 바라보게 된다<span lang="EN-US">.<br><br>&nbsp;</span></span></span><span style="FONT-SIZE: 100%"><span style="FONT-FAMILY: 맑은 고딕">결국 다시 생겨난 편견은 서로의 사이를 갈라놓고 피오나 공주와 슈렉은 서로 현실적인 선택을 이루었다고 자위하며 쓸쓸하게 자신이 있을 곳으로 돌아간다<span lang="EN-US">. </span>하지만 이런 편견은 자신의 마음속에서만 생겨난 것일 뿐 애초부터 존재하지도 않았던 것이기 때문에 마음이 편할리 없다<span lang="EN-US">. </span>슈렉은 자신을 더욱 늪지에 고립시킴으로서 자신을 찾아나가려 했으며<span lang="EN-US">, </span>피오나 공주는 더욱 자신을 동화속의 주인공으로 만들면서 위안을 삼으려 한다<span lang="EN-US">.<br><br>&nbsp;</span></span></span><span style="FONT-SIZE: 100%"><span style="FONT-FAMILY: 맑은 고딕">마침내 슈렉의 늪지에 끈질기게 버텨준 친구인 동키에 의해 오해가 풀리게 되고 자신의 어리석음을 깨달은 슈렉은 마침내 피오나 공주의 결혼식장에 뛰어든다<span lang="EN-US">. </span>모든 편견과 오해는 사라지고 오직 진실만이 남게 된다<span lang="EN-US">. </span>가장 동화 같은 형식을 빌려 가장 현실적인 결말이 드러난다<span lang="EN-US">. </span>피오나 공주는 원래 오우거였다<span lang="EN-US">. </span>그리고 진실한 사랑이 그녀로 하여금 <span lang="EN-US">‘</span>진실된<span lang="EN-US">’ </span>단점으로 가득한 모습을 드러나게 한다<span lang="EN-US">. </span>하지만 슈렉은 이러한 모습에 전혀 괘념치 않으며 마침내 서로가 서로를 받아들이게 된다<span lang="EN-US">. </span>슈렉에서 이야기 하는 <span lang="EN-US">‘</span>진실된 사랑<span lang="EN-US">’</span>이란 서로의 아름다운 면만을 바라보는 것이 아닌 가장 치명적인 단점까지 안아주는 순간에 완성되었다<span lang="EN-US">. </span>동키와 용이 맺어지게 되는 경위도 크게 다르지 않다<span lang="EN-US">. </span>동키가 슈렉에게 버림받고 암컷 용은 동키에게 버림받았다고 생각해서 입은 상처를 서로 공유하면서 형성된 공감대가 이들의 사랑을 이룬 동기가 된다<span lang="EN-US">.<br><br>&nbsp;</span></span></span><span style="FONT-SIZE: 100%"><span style="FONT-FAMILY: 맑은 고딕">디즈니에는 이런 유사한 플롯의 애니메이션이 많이 있다<span lang="EN-US">. </span>한결같이 미인으로 묘사되는 여주인공과 미남으로 그려지는 주인공의 영원한 사랑은 그 아름다움만큼이나 사람들로 하여금 낭만속에 빠져들게 한다<span lang="EN-US">. </span>하지만 슈렉은 비록 매스미디어가 요구하는 미의 기준에 부합하는 모습은 없다 하더라도 조금 더 현실적인 이야기를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전달해준다<span lang="EN-US">.<br><br>&nbsp;</span></span></span><span style="FONT-SIZE: 100%"><span style="FONT-FAMILY: 맑은 고딕">리얼리즘은 단순한 현실의 모사와는 확실히 차이가 있다<span lang="EN-US">. </span>사회가 지니고 있는 한 단면을 현실보다 더욱 그럴듯하게 극적인 재현이 필요한 것이다<span lang="EN-US">. </span>그렇기 때문에 슈렉이 지니고 있는 현실에 대한 이야기가 큰 위력을 발휘한다<span lang="EN-US">. </span>모든 사람들은 여러가지 계기를 통해 상처를 입고 수많은 콤플렉스를 안고 살아간다<span lang="EN-US">. </span>비록 여러가지 모습으로 희화화 되었을지언정 그것은 모두 인간의 한 단면을 모티브로 한다<span lang="EN-US">. </span>매스미디어라는 권력에 짓눌려 외모 콤플렉스에 시달리는 수많은 사람들이 그러할 것이며<span lang="EN-US">, </span>그것을 다른 사회적 권력을 이용해서 복수하려는 사람들도 틀림없이 존재할 것이다<span lang="EN-US">. </span>또한 동화속에 빠져 현실을 깨닫기 전까지 백마탄 왕자가 자신을 구하러 와서 시를 읊어주길 바라는 여자들도 분명 존재한다<span lang="EN-US">. </span>슈렉은 이러한 현실을 극명하게 대변하는 캐릭터들로 하여금 상처입은 사람들과 편견에 사로잡힌 사람들은 어떻게 소통하고 그렇게 서로가 서로를 이해함으로 인해서 가질 수 있는 것들을 누구나 가지고 있는 장단점들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해소하는가를 여러가지 이야기들을 통해 풍자적으로 풀어놓는다<span lang="EN-US">.<br><br>&nbsp;</span></span></span><span style="FONT-SIZE: 100%"><span style="FONT-FAMILY: 맑은 고딕">문학과 예술에 대한 교육이 거의 이뤄지지 않는 삭막한 나라에서 미디어가 내보내는 가식으로 가득찬 동화같은 이야기에 빠져드는 것은 어쩌면 어쩔 수 없는 필요연적인 결과인지도 모른다<span lang="EN-US">. </span>하지만 이러한 동화속의 이야기는 사람과 사람끼리 소통하는 방법을 먼저 알려주기 보다는<span lang="EN-US">, </span>상대에게 잣대를 들이대고 평가하는 방법부터 알려주며 자신의 단점을 감추는 방법부터 알려주게 된다<span lang="EN-US">. </span>그렇다 동화속에는 현실이 없다<span lang="EN-US">. </span>모든 것들이 그렇게 아름다울 수 만은 없지만 그러한 모습을 보면서 그렇지 않은 현실에 심한 괴리감을 느끼게 되고 상대적인 박탈감으로 인해 자신도 조류를 따라가게 되어 버리는 것이다<span lang="EN-US">. </span>갑작스레 우리나라에 불어닥친 얼짱<span lang="EN-US">, </span>몸짱 열풍도 이러한 겉모습에 지나치게 집착하는 세태를 잘 반영해준다<span lang="EN-US">.<br><br>&nbsp;</span></span></span><span style="FONT-SIZE: 100%"><span style="FONT-FAMILY: 맑은 고딕">그러나 모든 사람들은 다르고 모두가 원하는 획일화된 미의 기준을 만족시켜줄 수 있을리 없다<span lang="EN-US">. </span>모두가 조금만 편견을 걷어내고 내가 갖고 있는<span lang="EN-US">, </span>그리고 상대방이 갖고 있는 장점과 단점을 직시할 수 있게 되어야 한다<span lang="EN-US">.<br><br>&nbsp;</span></span></span><span style="FONT-SIZE: 100%"><span style="FONT-FAMILY: 맑은 고딕">슈렉은 현대사회에 등장한 새로운 기득권층에 대한 강한 저항정신을 갖고 있다<span lang="EN-US">. </span>자본이란 것도 하나의 권력에 해당하겠지만 새로운 권력의 요소로 등장한 것은 다름 아닌 <span lang="EN-US">‘</span>미<span lang="EN-US">’</span>라는 가치관이다<span lang="EN-US">. </span>물론 예전에도 이러한 요소가 전혀 낯선 것은 아니지만 미디어를 통한 우상화가 손쉬워진 지금에는 훨씬 여러가지 콘테스트를 통해서 훨씬 더 권력으로의 등용문이 넓어진 상황이다<span lang="EN-US">. </span>덕분에 누구나 미를 추구하며<span lang="EN-US">, </span>미가 갖고있는 상업적인 가치를 높게 평가할 줄 알게 되었다<span lang="EN-US">.<br><br>&nbsp;</span></span></span><span style="FONT-SIZE: 100%"><span style="FONT-FAMILY: 맑은 고딕">하지만 언제나처럼 인간은 배반당할 것이다<span lang="EN-US">. </span>신에게 그러했듯<span lang="EN-US">, </span>이성에 그러했듯<span lang="EN-US">, </span>사회에 그러했듯 인간이 추구하던 절대적인 요소들은 항상 새로운 패러다임에 의해 배신당해 왔다<span lang="EN-US">. </span>슈렉은 작금의 현실에 새로운 충격을 던져주면서 리얼리즘이 갖춰야 할 가장 강렬한 요소인 현실에 대한 목적의식을 유감없이 잘 보여주고 있다<span lang="EN-US">. </span>언젠가 인간이 진심이나 진리로부터도 배신당할 날이 올지도 모르겠지만 적어도 슈렉을 통해서 한번쯤 외곡된 미 의식에 대해서 다시금 생각해보았으면 하는 바램이다<span lang="EN-US">.</span></span></span></p>			 ]]> 
		</description>
		<category>나의 일상</category>

		<comments>http://evil382.egloos.com/1757821#comments</comments>
		<pubDate>Wed, 04 Jun 2008 06:17:53 GMT</pubDate>
		<dc:creator>무명</dc:creat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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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tem>
		<title><![CDATA[ 현대시의 이해 과제 - 자유시 - ]]> </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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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DATA[ 
  &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 친절<p>&nbsp;</p><p>온기를 잃어버린 이빨이 흉폭하게 어둠을 물어뜯는다.</p><p>갈 길을 잃은 혈관은 습관적으로 피를 분사하고,</p><p>식어가는 육체를 조롱한다.</p><p>피로덥혀진 이빨만이 온기를 얻으리라.</p><p>어둠은 크게 울리는 비명으로 울부짖지만</p><p>차가운 달빛은 고고하게 떠있을 뿐이다.</p><p>수천개의 시선과</p><p>수만개의 소근거림이 교차하지만</p><p>짐승의 표효가 모든것을 잠재운다.</p><p>난자당한 시체위로 다시금 칼날이 내린다.</p><p>선한 칼날은 오늘도 웃음뒤에 감춰진다.</p>			 ]]> 
		</description>
		<category>나의 일상</category>

		<comments>http://evil382.egloos.com/1704636#comments</comments>
		<pubDate>Thu, 15 May 2008 17:03:36 GMT</pubDate>
		<dc:creator>무명</dc:creat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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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CDATA[ 고해성사 ]]> </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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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escription>
			<![CDATA[ 
  <p>&nbsp;세상이 하얀 눈에 뒤덮여 점점 어둠과 고요속으로 침식하고 있었다. 한때 수많은 사람들의 발걸음을 재촉하던 거리도 이젠 완전히 인적이 끊겨 가로등만이 골목길을 쓸쓸히 비추고 있었고, 주위에 펼쳐진 네온사인들 또한 흩내리는 하얀 눈에 가린채 간헐적인 깜빡임으로 적막감을 더할 뿐이었다. 낮동안 활기에 가득 차 있던 이 거리는, 그 열기를 머금은 채 점점 얼어붙고 있었다.</p><p>&nbsp;아마 이런 시간에 돌아다닐 수 있는 존재는 대낮의 활기를 거부한 존재이거나, 아니면 피치못할 사정으로 그것을 받아들일 수 없는 존재일 것이다. 거리의 골목길에 드리워진 그림자에서 한 인영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꽤나 신중하지만 망설임 없는 발걸음은 잘 보이지 않는 거리의 구석쪽에 위치한 문까지 이어졌고 그 인영은 한참을 움직이지 않은채 그 앞에 머물러 있었다. 'Bloody Mary'라고 쓰여진 네온사인만이 붉은 빛을 내며 골목을 비추었다.</p><p>&nbsp;이윽고 한 두 사람씩 주점 안에서 나오기 시작했고, 다섯명 남짓 나왔을 때쯤 네온사인의 불이 꺼졌다. 그리고 마지막 손님이 골목으로 사라졌고, 그때서야 그 인영은 조용히 바의 문을 열었다. 안에서는 초로의 남성이 한창 정리중에 있었고, 아직까지 누군가가 실내에 들어왔다는 사실은 모르는 듯 했다. 순간 안으로 들어온 사람이 입을 열었다.</p><p>&nbsp;"실례합니다."<br><br>&nbsp;그때서야 정리중에 있던 초로의 남성이 뒤를 돌아보았다.&nbsp;그 목소리는 예상외로 젊은 남성의 것이었다. 게다가 그는 상당한 교육을 받은 듯 차분하며 절도 있는 말투를 구사했다. 주점의 주인은 고개를 끄떡이더니 안으로 들어오라는 듯한 시늉을 했다.</p><p>&nbsp;일단 주점의 안으로 안내를 받은 젊은 사내는 후드를 뒤집어 쓴채 주인의 안내에 따라 식당으로 들어갔다. 꽤 넓은 홀이었지만 아무도 없었기에 실내에는 두명의 발소리만이 울려퍼지고 있었다. 식당으로 들어가자 주인은 일단 젊은이에게 앉을 자리를 내주고는 곧 돌아오겠다는 말을 남기고 주방안으로 들어갔다.</p><p>&nbsp;곧 식당안은 어둠으로 가득찼고, 이내 고요해졌다. 어둠속에서 젊은이는 후드를 벗었고 미동도 하지 않은 채로 그저 조용히 기다릴 뿐이었다. 잠시 후 주점의 주인이 다시 돌아왔다. 그의 손에는 알 수 없는 차와 약이 올려진 쟁반이 들려져 있었고, 다른 한손엔 여전히 램프를 들고 있었다. 주인은 돌아와서야 비로소 젊은이의 얼굴을 제대로 볼 수 있었다. 그리 수려하진 않았지만 고급스러우며 단정한 외모에 약간 고집스런 듯한 인상을 풍기고 있었다. 주인은 잠시동안 그를 들여다 보더니 문득 말을 꺼냈다.</p><p>&nbsp;"여긴 처음이오?"</p><p>&nbsp;젊은이는 정신을 차린듯, 다시 후드를 뒤집어 쓰고는 대답했다.</p><p>&nbsp;"전 단지 확인해보고 싶은게 있어서 왔을 뿐입니다."</p><p>&nbsp;주인은 주름진 입가에 미소를 띄우며 대답했다.</p><p>&nbsp;"걱정 마시오, 생각보다 이곳을 찾는 자는 많다오."</p><p>&nbsp;젊은이는 아무말도 없이 탁자를 주시할 뿐이었다.</p><p>&nbsp;젊은이가 아무말도 없는 것을 본 주인은 한차례 한숨을 쉬더니, 말없이 들고 온 차와 약을 식탁위에 내려놓았다. 그리고는 주의사항을 일러주기 시작했다.</p><p>&nbsp;"일단 이 차는 여러모로 도움이 될테니 마셔두시오. 그리고 이 약이 중요한데, 이 약이 있어야 그들의 독소에 오염되지 않을 수 있다오. 의식이 시작되기 전에 반드시 섭취하시오. 이미 오염된 후에는 늦어버리니, 반드시 잊지 말기를 바라오."</p><p>&nbsp;젊은이는 말없이 고개를 끄떡이며, 조용히 차를 마셨다. 주인은 옆에 있는 의자에서 잠시 앉아있더니, 젊은이가 차를 다 마시는 것을 보자. 그를 데리고 지하실로 향했다.</p><p>&nbsp;지하실은 커다란 이런저런 물건들이 쌓여있었고, 창고치고는 이상할 정도로 정돈되어있었다. 생각보다 지저분하지 않았고, 거미줄이나 먼지조차 보이지 않았다. 주인은 한 짐들이 조금 덜 쌓여있는 구석으로 젊은이를 데리고 가더니 조심스래 구석의 벽을 밀기 시작했다. 잠시 후 돌이 긁히는 소리가 들리면서 나무로 된 벽이 회전하기 시작했다. 젊은이가 잔뜩 긴장한 표정으로 서있자 주인은 젊은이의 등을 떠밀며 돌로 된 긴 통로로 들어갔다.</p><p>&nbsp;'쿵'</p><p>&nbsp;문이 닫히는 소리와 함께 젊은이는 이 통로안에서 느껴지는 요사스런 요기에 전신의 털이 바짝 서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뭔가 현실과는 다른 이질적인 느낌에 젊은이는 필사적으로 저항하면서 말없이 주인장의 뒤를 따라 깊은 어둠속으로 걸어들어갔다. 그렇게 한동안을 가던 중 주인장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p><p>&nbsp;"그것을 선택하는 것은 자유요. 원하는 것이라도 있으면 미리 말해주시구려."</p><p>&nbsp;젊은이는 긴장되서인지 아무말도 없이 그저 고개를 끄떡일 뿐이었다.</p><p>&nbsp;잠시 후 통로의 끝에는 커다란 철문이 여러개가 나열되어있었고, 알 수 없는 기괴한 흐느낌이 사방에 조그맣지만 또렷하게 울려펴지고 있었다. 젊은이는 이곳에 도착하자마자 급히 주인을 향해 말했다.<br>&nbsp;<br>&nbsp;"저 가장 최근에 들어온 존재와 의식을 치루고 싶습니다."</p><p>&nbsp;젊은이는 잔뜩 긴장한 얼굴로 주인을 응시하며 말했다. 주인은 잠시 가만히 생각하는듯 하더니 이내 떠오른듯 입가에 야릇한 미소를 띄며 말했다.</p><p>&nbsp;"그런가, 신부님께서는 그런 취향이셨던가. 그럼 일단 저쪽 끝에 있는 방으로 가시지요."</p><p>&nbsp;젊은이는 신부님이란 말에 움찔했지만, 이내 주인을 따라 통로 끝에 있는 커다란 철문앞에 도착했다. 주인은 허리춤에서 열쇠 꾸러미를 꺼내더니 눈앞에 있는 거대한 철문을 열고 안으로 불빛을 비추었다. </p><p>&nbsp;문이 열리자 방금전까지만 해도 은은하게 느껴지던 요기가 격렬하게 부딪혀 왔다. 젊은이는 아까의 차 덕분인지 극도로 신경이 예민해져 있었기 때문에, 이러한 공포심에 아무런 말도 못하고 그저 그 자리에 서서 식은땀만 흘리고 있었다.</p><p>&nbsp;주인은 입가에 미소를 띄우며, 젊은이를 힘껏 안으로 떠밀며, 말했다.</p><p>&nbsp;"그럼 의식이 끝나면 데리러 오겠소. 젊은이."</p><p>&nbsp;그리고는 당황하는 젊은이와 램프를 남긴채 문을 잠그고는 어둠속으로 사라져갔다. 그리고 그가 떠난지 얼마 되지 않아. 소름끼치는 흐느낌이 바로 옆에서 들려오기 시작했다. 통곡인지 원망인지 알 수 없는 목소리가 젊은이의 의식을 취한듯 흐리게 했지만, 아까 마신 차 덕분인지 그리 쉽게 정신을 잃지는 않았다. 젊은이는 램프를 들고 방안의 소리가 들려오는 쪽으로 조심스래 비추었다.</p><p>&nbsp;아무것도 비추지 않는 공허한 눈동자가 젊은이를 응시하고 있었다. 눈처럼 흰 창백한 피부는 쇠사슬에 결박된채 미동도 하지 않았고, 그저 창백한 입술 끝에 삐져나온 송곳니만이 램프 빛을 받아 번들거리고 있었다.</p><p>&nbsp;젊은이는 전신을 부들부들 떨며, 램프를 구석에 놓고 필사적으로 그 빨려들 듯한 눈빛에 저항하고 있었다. 그리고는 조심스래 입을 열었다.</p><p>&nbsp;"당신은, 저를 알고 있지요?"</p><p>&nbsp;방안을 뒤덮던 긴장감이 한순간 조금이나마 완화된 느낌이었다. 그리고 그 마물은 조용히 고개를 끄떡이고는 나즈막하지만 매혹적인 음성으로 젊은이를 향해 대답했다.</p><p>&nbsp;"왜, 이곳까지 오신겁니까."</p><p>&nbsp;목소리를 듣는 순간 젊은이는 한층 더 가슴이 두근대는 것을 느꼈지만, 무의식적으로 그녀에게 다가가는 것만은 억제할 수 있었다. 아까 마신 차가 최대한 정신을 차릴 수 있도록 해준 탓이었다. 젊은이는 들려오는 목소리에 심호흡으로 마음을 다잡고 다시금 말을 이었다.</p><p>&nbsp;"저는 당신에게 확인할게 있어서 여기까지 왔습니다."</p><p>&nbsp;고개를 돌리며, 그녀는 요기가 거의 느껴지지 않는 목소리로 대답했다.</p><p>&nbsp;"어서 의식을 행하고 돌아가 주십시오. 저는 더이상 할 이야기가 없습니다."</p><p>&nbsp;젊은이는 긴장이 조금 풀린 덕분인지 그녀에게 가까이 다가가며 말했다.</p><p>&nbsp;"기다려 주세요. 저는 아직 할 이야기가..."</p><p>&nbsp;다시한번 격렬한 요기가 방안을 뒤덮었고, 눈이 붉어진 그녀가 젊은이를 쏘아보며 소리쳤다.</p><p>&nbsp;"아직도 모르시겠습니까? 전 당신 덕분에 모든것을 잃었습니다! 당신의 신이 아직 당신을 붙들고 있을때 돌아가세요! 당신이 한번 그의 곁을 떠나버리면 아무리 옷자락을 붙잡고 늘어져도 절대로 그는 당신을 돌아보지 않을겁니다!"</p><p>&nbsp;젊은이는 그 기세에 밀려 뒤로 넘어졌다. 그리고는 다시 일어나 고개를 숙이고 한동안을 그렇게 서 있었다. 그리고 조금 진정이 되자 그는 다시금 그녀를 향해 조용히 말했다.</p><p>&nbsp;"전, 저의 책무에 충실했다고 생각합니다."</p><p>&nbsp;그녀는 그를 바라보며, 연민에 가득찬 어조로 대답했다.<br><br>"전 일련의 사건을 누구의 탓으로 돌리고자 하는 마음은 추호도 없습니다. 제가 어리석어 이런 결과를 빚어낸 것일 뿐. 당신이 진심이었다는 사실이 저를 더욱 가슴아프게 하는군요. 야속한 분...그리고 가여운 분..."<br><br>&nbsp;순간 그녀의 눈이 공허한 어둠을 토해내였다. 꾸역꾸역 모여드는 어둠은 젊은이를 삼킬듯이 다가왔고, 젊은이는 심장이 터질것 같은 압박감을 느꼈다. 숨소리가 점점 거칠어졌다. 자꾸만 생각이 끊어지면서 시야가 흐릿해졌다. 깜빡거렸다. 착각이었을까? 그녀가 점점 다가오고 있었다. 아니, 그가 가고있는 건지도 몰랐다. 그녀의 눈망울이 눈에 들어왔던듯도 하다. 깊고, 고요하며, 너무나 청명한 그런 눈이었다. 곧 살점이 찢어지는 소리가 조그맣게&nbsp;들렸다.<br><br>&nbsp;죽음에 이를것만 같은 한기가 전신을 엄습했다. 하지만 곧 온몸이 녹아날듯한 온기가&nbsp;긴장을 앗아가 버렸다.&nbsp;갑작스레 목이 타오르고 혀가 갈라질 것만 같은 갈증이 폭풍처럼 일어났다. 하지만 이내 더할나위 없는 상쾌함이&nbsp;전신을 적시는 것만 같았다. 혀가 마비될듯한 씁쓸함이 격렬한 고통이었다면, 이내 달콤한 미각은 이성을 마비시킬것 처럼 강렬하게 다가왔다. 온 몸의 구석구석 전신에 존재하는 모든 감각이 극한의 불쾌함과 고통을 쏟아내었고, 곧이어 그 불쾌함은 지고의 쾌락으로 젊은이에게 보답해 주었다. 이 모든 것이 그녀의 송곳니가&nbsp;젊은이의 목을 궤뚫자&nbsp;생겨난 일이었다.<br><br>&nbsp;젊은이는 고통속에 몸부림쳤으며, 쾌락속에 녹아내렸다. 한순간도 정신을 차릴 수 없이 끝도 없는 감각의 유희를 맛보았다. 모든것은 덧없고 허무한것이 되었으며 전신의 감각에 호소하는 쾌감만이 진실이었다. 천국과 지옥을 동시에 오가는 와중에 젊은이는 전신의 모공에서는 식은땀을 쏟아내었고, 그런 가운데에서도 그녀는 차분하고 절도있는 손길로 그를 안고 조용히 피를 빨았다.&nbsp;<br><br>&nbsp; 마치 아이를 어르는 어머니같았다. 공포에, 또는 죄책감에 못이겨워하는 아이를 안고 달래주는 어머니처럼 그녀는 차분하게 그의 몸에서 피를 뽑아내면서 그녀만이 줄 수 있는 쾌락을 그에게 제공해주었다. 그것은 절대적인 육욕이었으며, 그 무엇보다도 커다란 금기를 범하는 일이었다. 이런 몸을 가지게 된 이래로 처음 느껴보는 안도감이 한 순간도 멈추지 않는 그녀의 불같은 갈증을 조금이나마 해소해주었다. 잠시, 아주 잠시나마 그녀는 예전의 몸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을 떠올렸다. 그 순간이었다.<br><br>&nbsp;그녀의 눈에 젊은이의 오른손에 쥐어졌다가&nbsp; 발작적인 움직임 때문에 떨어진 알약이 눈에 들어왔다. 순간, 그녀를 애워싸던 꿈은 산산조각이 나버렸으며, 더없는 절망감이 그녀를 다시금 엄습했다.&nbsp;그녀는 황급히 그에게서 흡혈을 멈추고 그를 반듯하게 뉘었다.&nbsp;이전에도 한번 그랬던 것처럼&nbsp;그녀는 나즈막하게 신을 저주하는 말을 읊조리며 그가 눈을 뜨기만을 기다렸다.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두손을 모았다.&nbsp;이제서야 그가 그녀를 찾을 이유를 알것만 같았다. 그녀 스스로의 어리석음에 가슴이 아려왔다. 그녀의 눈에서 붉은 눈물이 조금씩 흘러내렸다. 그리고는 하염없이&nbsp;그를 바라보았다.<br><br>&nbsp;그가 눈을 뜰 무렵, 세상은 보다 명확해져 있었다. 빛이, 소리가, 냄새가, 이전과는 다른 감각으로 그를 애워싸고 있었다. 그가 가져왔던&nbsp;램프는 태양처럼 빛나고 있었으며, 방안은 대낮처럼 환했다. 비록 흐느끼는 듯한 소리는 더이상 들리지 않게 되었지만, 방안의 구석구석에서 기어다니고 있는 벌레와, 램프가 타오르는 소리, 그리고 물방울이 땅에 떨어지는 듯한 소리는 더욱 명확하게 들렸다. 무엇보다 가장 크게 변화한 것은, 거짓말처럼 공포심이 사라졌다는데 있었다. 마치 처음부터 그런 감정은 없었다는 듯이, 심지어는 태어난 이래 한번도 그런 감정을 느껴본적이 없다는 듯이 공포라는 감정을 제거당했다. 불과 조금전까지 방안에서 느꼈던 감정은 어느덧 희열로 서서히 바뀌어 갔다.&nbsp;천천히 몸을 일으킨 그는 그제서야 물방울이 땅에 떨어지는 소리의 정체를 깨달을 수 있었다.<br><br>&nbsp;그를 응시하고 있던 두눈은 아직도 조용히 붉은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낙루는 끊임없이 땅을 적셨다.<br><br>&nbsp;"어째서, 이리도 잔인하게 저를 유린하십니까. 이 무슨 짓궂은 장난입니까."<br><br>&nbsp;비통함이 그대로 전해지는 목소리로 그녀는 흐느꼈다.<br><br>&nbsp;"내가 한 일에 부디 책임을 질 수 있도록 해주시오."<br><br>&nbsp;여전히 차분하며 절도있는 말투였지만, 전과는 다르게 칼날같은 날카로움을 갖고 있었다. 그녀는 순간적으로 그의 변화를 눈치챘으며 가슴 한켠이&nbsp;미어지는 것을&nbsp;느꼈다.<br><br>&nbsp;"책임이란 자신의 감당할 수 있는 범위내에서 행하는 것을 말하는 것이겠지요. 신의 섭리를 벗어난 행동을 인간인 당신이 감당할 수 있다는 말씀이십니까? 당치도 않습니다. 그것은 오만일 뿐입니다."<br><br>&nbsp;그의 입가에 서늘한 미소가 서렸다. 알 수 없는 힘이 그에게 자신감을 불어넣어주었다.<br><br>&nbsp;"당신도 알다시피 저는 이제 인간이 아니지요. 마치 당신처럼."<br><br>&nbsp;그녀의 얼굴이 크게 일그러졌다. 그녀는 고개를 떨군채 아무말도 할 수 없었다. 조용히 그의 손이 그녀의 손에 포개졌고, 그녀의 손에는 조그만 알약 하나가 놓여졌다.<br><br>&nbsp;"당신이 기다린 것은 제가 아니라 이것 아닙니까?"<br><br>&nbsp;순간 그녀는 고개를 들어 그를 쳐다보았다. 그녀의 더없이 애처로운 표정도, 그의 심경에 아무런 변화를 주지 못했다. 이것은 아까 그의 손에 쥐어져있던&nbsp;뱀파이어 베인(Vampire bane)이라는 이름의 알약이었다. 이 약에는 두가지 효능에 대해 언급되고 있다. 하나는 보통사람이 섭취할 경우 뱀파이어의 독소에 면역력을 갖게 되는 것이었고, 두번째는 이미 독소에 오염된 사람이 섭취할 경우 독소와 함께 완전히 파괴되는 것이 그 효능으로 알려져 있었다. 그녀는 조용히 알약을 응시하다가 결심했다는 듯이 주먹을 꼭 쥐었다.<br><br>&nbsp;"마지막으로 할말이 있습니다."<br><br>&nbsp;그는 여유로 가득찬 미소마저 지으며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nbsp;그녀의 눈은 맑게 빛나고 있었고, 그 눈은 한치의 흐트러짐도 없이 잔잔하였다. 그는 그 눈을 보며 약간의 두려움조차 느꼈다. 이내 그녀가 망설임없는 목소리로 말했다.<br><br>&nbsp;"부디 당신의 가여운 영혼이, 후회속에 자유로워질 수 있기를 바라겠습니다."<br><br>&nbsp;말을 마치기가 무섭게 그녀는 알약을 입속에 넣고 순식간에 삼켜버렸다. 그 순간 그녀는 보았다. 신부선언식때 가장 긴장하던 한 젊은이를, 불쌍한 사람들을 위해 진심으로 눈물을 흘리던 그를 보았으며, 처음으로 그에게 가져선 안되는 감정을 느꼈을때의 그녀를 보았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교주에 의해 이곳까지 팔려오던 그날의 눈길이 망막에 새겨졌다. 그녀는 순간 모든것을 안도했다. 그토록 그녀를 괴롭히던 갈증과 함께 온몸의 감각이 조금씩 사라져감을 느꼈지만, 너무도 소중했던 옛 기억에 그녀는 행복했다. 그녀가 있던 자리에는 오직 회색빛 재만이 소복히 쌓였다.<br><br>&nbsp;젊은이는 조용히 그 재를 응시했다. 한참을 응시하던 그는 곧 이 가게의 주인이 올것을 상기하며 아무도 모르게 가게를 나갈 것을 결심했고, 그대로 하였다. 바깥은 여전히 고요와 어둠을 지키고 있었지만, 그에게는 모든것이 변하였다. 인간이었을때는 아마 슬픔이라고 불렀을 불쾌감이 얼핏 지나갔지만, 그는 이제 크게 괘념치 않을 수 있었다. 그저 씁쓸한 미소만이 그녀에게 보내는 추모의 전부였다. 그녀가 감싸안아주던 그를 이제는 어둠이 받아들여주었다. 칠흙같은 어둠속으로 그는 스며들듯 사라졌다.<br><br>&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 고해성사 : 끝 -</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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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ategory>자작단편</category>

		<comments>http://evil382.egloos.com/1682275#comments</comments>
		<pubDate>Wed, 07 May 2008 15:46:12 GMT</pubDate>
		<dc:creator>무명</dc:creat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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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CDATA[ 현대시의 이해 과제 - 여성적인 시 작성 - ]]> </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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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DATA[ 
  <p><strong><span style="FONT-SIZE: 130%">묘약은 그렇게 만들어졌다</span></strong></p><p><br>청나라에서 돌아오신 어머님의 속곳을 담아,<br>왜국에서 돌아오신 언니의 속곳을 담아,<br>금발벽안의 남정네와 나뒹구는 철없는 동생의 눈물을 담아,<br>그리고 마지막으로<br>못난 남정네들의 차가운 조소를 담아,<br>잉태한 아이를 위한 묘약을 만든다.<br>망각조차 잊혀질 시간이 지나도,<br>아이는 절대 잊지 않을 것이다.<br>기다려야지, 절대로 기다려야지.<br>마침내 지아비가 미안하다 말할라치면<br>태연하게 말해줄 것이다.<br>이젠 용서한다고, 다신 그러지 말라고.<br><br>깊고 어두운 밤<br>부엌의 한 구석에서<br>묘약은 그렇게 만들어졌다.</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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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ategory>나의 일상</category>

		<comments>http://evil382.egloos.com/1679494#comments</comments>
		<pubDate>Tue, 06 May 2008 16:50:57 GMT</pubDate>
		<dc:creator>무명</dc:creat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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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CDATA[ Oblivion - Prologue - ]]> </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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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DATA[ 
  <p>우리는, 수많은 '나'와 함께 태어난다.</p><p>하지만 세월이라는 망각의 강을 거슬러 오르다보면 이내 수많은 '나'를 급류에 휩쓸려 보내고</p><p>마침내 조그맣고 초라해진 모습이지만 안정된 동작으로 계속 급류를 해쳐나가게 된다.</p><p>급류는 너무 빠르고 우리는 너무 쉽게 지쳐버린다.</p><p>한번이라도 뒤돌아보면 다신 앞으로 가지 못할 것 같은 두려움에</p><p>우리는 계속 앞만을 바라보며 내일의 나를 쫓아간다. 그리고 뒤에 남겨진 '나'는 잊혀진다.</p><p>여기 그러지 못한 사람들이 있다.</p><p>모진 결심 끝에 남들의 배의 힘을 들여가면서</p><p>대부분의 사람들이 각종 편의를 위해 버리고간 자신의 일부를</p><p>계속 끌고 가거나 혹은 후회속에 되찾아온 사람들의</p><p>가혹하지만 열정적인</p><p>처절하지만 아름다운 </p><p>그런 이야기가</p><p>지금부터 시작된다.</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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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ategory>Oblivion</category>

		<comments>http://evil382.egloos.com/1534850#comments</comments>
		<pubDate>Thu, 20 Mar 2008 00:35:02 GMT</pubDate>
		<dc:creator>무명</dc:creat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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