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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천공을 가르는 푸른 궤적</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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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escription>『저 새파란 달을 안주삼아, 　　내 너의 눈물에 취하련다.』</description>
	<language>ko</language>
	<pubDate>Mon, 19 Oct 2009 14:39:37 GMT</pubDa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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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천공을 가르는 푸른 궤적</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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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escription>『저 새파란 달을 안주삼아, 　　내 너의 눈물에 취하련다.』</descrip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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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tem>
		<title><![CDATA[ 배고프다.... ]]> </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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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DATA[ 
  <p>내용없음</p>			 ]]> 
		</descrip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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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ubDate>Thu, 06 Aug 2009 15:28:20 GMT</pubDate>
		<dc:creator>에리드</dc:creator>
	</ite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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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CDATA[ Another Genesis ]]> </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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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escription>
			<![CDATA[ 
  <div style="text-align:center"><img class="image_mid" border="0" onmouseover="this.style.cursor='pointer'" alt="" src="http://pds1.egloos.com/pds/1/200609/05/06/b0033506_11453288.jpg" width="500" height="375" onclick="Control.Modal.openDialog(this, event, 'http://pds1.egloos.com/pds/1/200609/05/06/b0033506_11453288.jpg');" /></div><br />
<br />
<br />
모든 일이 끝나고 다시금 편안한 일상으로───<br />
<br />
돌아갈 수 없다.<br />
<br />
그 모든 것이 찢겨나가 또 하나의 세계를 만들어낸다.<br />
<br />
희생.<br />
<br />
그녀를 위해 나를 바친다.<br />
<br />
희생.<br />
<br />
자기 자신을 만족시키는 최선의 방법.<br />
<br />
------------------------------------------------------<br />
<br />
내가 참 심심하다는 것을 증명하고 있는 물건.<br />
쨌건 근 반년만에 올라온 4화 (...)<br />
<br /><br />--------------------------------------------------------------------------<br />
<br />
<br />
자세한 이야기는 내일 학교에서 듣기로 하고, 뒤숭숭한 기분을 뒤로한 채 집으로 돌아왔다.<br />
하지만───.<br />
내 앞에 떡하니 앉아서 무슨 일인지 말하지 않으면 절대 나가지 않겠다! 라는 분위기를 풍기고 있는 누구 때문에 절로 나오는 한숨을 막을 수가 없었다.<br />
<br />
『뭐야, 아까부터 한숨만 쉬고. 설명을 해줘, 설명을.』<br />
<br />
안 그래도 그 날의 기억이 떠올라버려서 똑바로 대하기가 힘이 드는데, 바뀌어 버린 련이의 모습은 날 더 부담스럽게 했다.<br />
뭐, 고작 해봐야 머리 조금 길어지고─바닥에 닿을 정도지만─<br />
눈동자가 루비 빛으로 물들었을 뿐인데, 철판 깔기 기술이 발동하질 않는다.<br />
<br />
『하아아───』<br />
다시 한숨을 푸욱 내쉬자 련이가 잔뜩 삐진 목소리로 칭얼거리기 시작했다.<br />
『우우우!! 내일은 깨워주지도 않을 거야! 밥도 안 해주고 빨래도 안 해주고 청소도 안 해주고……』<br />
『아아──, 그럼 굶어죽을지도..』<br />
『그럼 어떡해! 이대로 학교 갈 수도 없고... 히잉..』<br />
<br />
대책이 안 선다. 대책이.<br />
사람 분위기가 이렇게 바뀌어서야 학교에서 애들이 놀라서 넘어지겠어, 진짜.<br />
머리카락이야 자르면 된다지만, 저 눈동자는 진짜..<br />
도저히 방안을 찾을 수가 없어서 한 번 더 한숨을 크게 내쉬고 있는데 현관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려왔다.<br />
집 열쇠를 가지고 있는 사람은 나랑 련이 빼고는...<br />
<br />
『인아~ 나 왔... 응? 누구야 그 애는? 인이 여자 친구?』<br />
어떻게 이 시간에, 그것도 련이도 있는 집에 여자 친구를 데려왔다는 결론을 내릴 수 있는 걸까.<br />
하지만, 이걸로 이모조차도 련이를 한 번에 못 알아본다는 불행한 사실이 밝혀졌다.<br />
멋쩍게 웃으며 이모에게서 시선을 피하자 련이가 볼을 잔뜩 부풀리며 나를 노려보았다.<br />
<br />
『어머나~ 귀엽다, 이 머리 좀 봐. 우후후후, 정인이 아직 어린앤줄 알았는데 능력 있네.』<br />
『하아아─, 이모. 딸도 못 알아보면 어떡해요....』<br />
고개를 갸우뚱 거리는 이모.<br />
『응? 그러고 보니 련이는 어디 갔어?』<br />
『..우우... 다 미워!!!!』<br />
<br />
아─.<br />
이련 선수. 자기 방으로 퇴장.<br />
이제 이모를 상대할 사람은 나뿐이네.<br />
『..성깔 있는 애랑 사귀는구나, 정인이 피곤하겠다.』<br />
한숨.<br />
『그러니까 쟤가 련이라니까요... 뭐, 그렇게 련이를 제게 주고 싶으시다면 사양하진 않겠지만..』<br />
<br />
내 말을 들은 이모가 그제야 손을 휙휙 저으며 내 말을 단박에 거절했다.<br />
『절대 안 되. 여하간, 련이는 어쩌다 저렇게 된 거야? 순식간에 머리가 자라나는 샴푸라도 썼니? 뭐, 귀여워 보이지 좋기는 하다만.』<br />
언제나 느껴왔지만, 이모는 겉모습과 다르게 적응력이 너무 빠르다.<br />
도대체 저걸 보고 어떻게 머리가 자라나는 샴푸라고 생각할 수 있지.<br />
더 이상 변명할 기운도 없어서 대충 고개를 끄덕였다.<br />
<br />
『어머, 고개만 끄덕이지 말고 확실히 말해주지 않을래? 내가 없을 땐 인이가 우리 련이 보호자잖니?』<br />
이모가 방긋 웃으면서, 「대답 여하에 따라선」이란 말을 남기며 핸드백으로 손을 집어넣었다. 도대체 뭐가 나올지 알 수 없어서 더 공포 분위기를 조성해냈다.<br />
가벼운 신음을 내뱉으며 어떻게든 제대로 된 변명거리를 만들려고 머리를 굴렸지만 역시 무리.<br />
<br />
『어쩌다보니..』<br />
주위의 온도가 3도는 더 내려간 느낌에 몸을 살짝 떨며 이모를 슬쩍 쳐다보았다.<br />
이모는 뭐라 말할 수 없는 미묘한 표정을 짓고 있어서 그 심정이 파악조차 되지 않았다.<br />
『너, 그 말이 통할 거라고 생각한건 아니겠지?』<br />
고개를 끄덕이고 싶은 마음을 억누르며 거기에 대답했다.<br />
『통할 줄 알았죠.』<br />
<br />
순식간에 어이없는 표정으로 돌변하는 이모님.<br />
『..말이 돼? 하아-, 저래서 학교는 어떻게 다녔어?』<br />
조금 전에 바뀌었으니까 지금까지 잘 다녔죠.<br />
『잘 다녔죠.』<br />
거짓말이라 생각은 안 했는지 이모가 고개를 갸웃거렸다.<br />
『...그래? 신기하네. 그건 그렇다 치고 엄청 삐졌잖아? 설마 우리 련이에게 파렴치한 짓이라거나 한 건 아니겠지?』<br />
<br />
『...설마요.』<br />
......이모 때문인데요, 라고 말하고 싶은걸 꾹 참고 부정의 말을 꺼냈다.<br />
『그럼 가서 빨리 달래줘야지, 오빠가 돼서 뭐하고 있어?』<br />
이모가 계속 잡고 있었잖아요, 라고 말하고 싶은 것도 꾹 참고 대충 고개를 끄덕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br />
<br />
『어머나, 왠지 귀찮아하는 것 같다? 이번 달 생활비는 없음이라고 하면 좀 나아질까?』<br />
이모 딸 굶겨죽일 작정이십니까.<br />
『그렇게 보여도 꽤나 성실했어요.』<br />
그래도 신경 거스르지 않도록 대충 변명하고 날 완강히 거부하고 있는 문을 몇 대 쥐어박았다.<br />
『자니까 들어오지 마.』<br />
나는 지금 삐졌으니 들어오지 마! 로 들리는 건 내 귀의 착각일까.<br />
<br />
『그럼 지금 들리는 건 잠꼬대인가.』<br />
『맞아, 잠꼬대야.』<br />
네, 네. 좋은 꿈 꾸고 계세요.<br />
『그럼 자고 있으니까 나 들어가는 것도 모르겠네.』<br />
그렇게 말하며 문을 살짝 열어 보았다. 열려진 틈 사이로 보이는 련이는 금방이라도 눈물이 떨어질 것은 표정을 짓고 있었다.<br />
<br />
『우우... 오빠.....』<br />
주위에 널브러진 머리카락. 자르고 잘라서 한참을 짧게 만들었을 정도로 엄청난 양인데.<br />
<br />
어째서 저것은 하나도 줄어들질 않는 건가.<br />
<br />
이모에게 그 모습을 들키지 않기 위해, 재빨리 안으로 들어가 문을 닫았다. 짙은 흑색의 그 머리카락을 바라보고 있으니, 그자식이 떠올라버렸다.<br />
<br />
『...역시 난 그 녀석이 싫어.』<br />
조용히 혼자서 중얼거렸지만, 그 말을 지나치기엔 련이가 너무 가까이에 있었다.<br />
『...누구?』<br />
『잠시만 기다려봐.. 역시 당사자가 모른다는 건 말도 안 되겠지..』<br />
나는 그렇게 말하며 잘려진 머리카락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련이는 궁금한 듯이 나를 바라보고 있었지만, 재촉하지는 않았다.<br />
그렇게 머리카락들을 정리하고 나서, 련이의 앞에 앉으며 한숨을 내쉬었다.<br />
사실은 몰랐으면 했는데.<br />
<br />
『거짓말은 안 하니까, 련이 네가 내 말을 믿든 안 믿든 그건 자유야. 솔직히 그걸 겪은 나조차도 현실이라고 생각하기가 힘드니까.』<br />
살짝 가라앉은 음성으로 이야기의 시작을 알리자 련이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 사랑스러운 모습을 애써 무시하고, 천천히 이야기를 시작했다.<br />
<br />
꿈속에서 용과 소녀를 만나 너를 되찾기 위해 노력한 일.<br />
일어나자마자 네 손목에 차여있는 손목시계를 보고 미친 듯이 아카식 드라이브를 찾아서 간 일.<br />
택시 기사가 괴물로 변한 일.<br />
네 안에 용이 깨어나서 괴물을 없애버린 일.<br />
그 용을 갑자기 나타난 학교 선배가 잠재우고 쓰러진 일.<br />
<br />
그렇게 하나하나 차분하게 말하자 련이는 뭔가 이상하다는 듯 골똘히 생각하더니 갑자기 자기 가방에서 샤프와 연습장을 꺼내었다. 뭘 하는 건가 잠시 바라보고 있으니, 련이는 놀랄만한 속도로 손을 움직여 순식간에 스크래치 하나를 만들어냈다.<br />
『이렇게 생긴 거?』<br />
<br />
.....심장이 얼어붙는 것 같았다.<br />
그 섬뜩한 두 눈과 육중한 몸체는 그것이일 수밖에 없었다.<br />
『....그래, 맞아. 이걸 어떻게...』<br />
『모르겠어, 오빠한테 이야기를 들으니까 갑자기 생각나던걸.』<br />
<br />
젠장, 그 속에서 네 존재감을 알리지 말란 말이다!<br />
『...우..우. 왜, 왜 그래.』<br />
..나도 모르게 표정이 험악해졌는지 련이가 떨리는 목소리로 그렇게 말했다.<br />
『...아냐, 맘에 안 드는 자식이라서.』<br />
『우.. 지, 지울게.』<br />
련이는 지우개로 그림을 지워나가기 시작했지만, 별로 맘에 드는 행동은 아니었다.<br />
<br />
『아아, 그거 그냥 나를 줘.』<br />
『으응? 응..』<br />
별 다른 말도 없이 그냥 그 페이지를 쭉 찢어 주는 련이의 모습은 평소와 다르게 묘하게 순종적이었다. 이것도 그 자식 때문일까.<br />
페이지를 받아서 대충 호주머니에 찔러 넣고 다시 련이를 쳐다보았다.<br />
<br />
『어쨌든, 그렇게 된 거야.』<br />
『...결국 오빠도 아는 게 하나도 없는 거네? 그럼 그냥 빨리 말해줬으면 좋았을 텐데, 괜히 한숨만 쉬고..』<br />
이런 이상한 세계에 넌 들어오지 않길 원했으니까.<br />
『솔직히 이런 얘기 나라도 안 믿겠다.』<br />
<br />
하지만, 련이는 고개를 가로 저었다.<br />
『오빠가 얘기한 거라서 그런지, 진짜란 생각밖에 안 들어.』<br />
...그런 말 하지마, 련아.<br />
그렇게 사람을 감동 줘 버리면, 널 좋아하는 누군가가 뭘 할지 모르잖아.<br />
마음을 가다듬기 위해, 긴 한숨을 천천히 내쉬었다.<br />
『하아아아아───』<br />
<br />
『뭐야, 한숨 쉴 건 오빠가 아니라 나라고.』<br />
그런 말 하면 나도 해줄 말이 있지.<br />
『너 살린다고 사방팔방 뛰어다닌 건 네가 아니라 나라고.』<br />
내 말에 련이가 할 말이 없어졌는지 뾰로통한 표정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br />
『그거야 오빠니까..』<br />
<br />
설마 변명이라고 하시는 건 아니겠지요, 이련 양.<br />
뭔가 한마디 쏘아줄 수도 있었지만, 그래서야 얘기가 끝나질 않을 것 같아서 그냥 련이 머리만 쓰다듬고 자리에서 일어났다.<br />
『어쨌건 늦었으니까 이제 자야지.』<br />
련이를 가만히 날 바라보고 있다가 내가 몸을 돌려서 나가려고 하자 내 옷깃을 살짝 잡아 당겼다.<br />
『저기 있잖아, 오빠. 고, 고마워. 잘 자!』<br />
<br />
아무래도 하기 부끄러운 말이었는지 련이는 그 말만 하고 후다닥 침대로 들어가 버렸다.<br />
『뭘, 네 말대로 오빠니까 당연하거지.』<br />
한마디 툭 던져놓고 밖으로 나오자 이모가 붉은 빛이 감도는 무언가를 마시고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br />
이모 역시 방에서 나오는 나를 보고는 련이의 상태를 물었다.<br />
<br />
『이제 괜찮아요. 잘 됐어요.』<br />
이모는 고개를 끄덕끄덕 거리면서 빈 잔을 반대쪽으로 밀었다.<br />
『한 잔 마실래? 인이도 벌써 고등학생이잖아.』<br />
아무래도 술인가 본데, 저런 식으로 권하시는 거 보면.<br />
나는 고개를 가로 저으며 이모의 반대편에 앉았다. <br />
<br />
『흐응. 꽤 좋은 매실주인데 말이지. 뭐 어쨌건 이제 한 3달 정도 됐는데 여기는 어때? 련이가 이상한데서 떼쓰거나 하진 않고?』<br />
『좋아요, 불편한 점도 하나 없고요. 조금 떼쓰긴 하지만 어린애 투정부리는 것처럼 귀여우니까 별 문제 없어요.』<br />
불편한 점은커녕 집에 있을 때보다 훨씬 더 편하다. 이리저리 다 챙겨주고 나이대도 비슷하니까 놀기도 좋고, 잔소리가 조금 많긴 하지만 그것도 귀여운 점이고.<br />
『그야 당연하지, 내 딸인데.』<br />
『...예, 예. 어련하시겠어요.』<br />
<br />
자식자랑은 팔불출이라는데 이모마저 그러실 줄이야...<br />
<br />
『흠흠.. 이게 아니지, 인이 너 말이야 우리 딸애를 어떻게 생각해?』<br />
...련이를 어떻게 생각하냐니?<br />
지금까지 한 번도 없었던 갑작스런 질문에 내 속마음이 들킨 것 같아서 가슴이 철렁 거렸기에 내 마음을 구석으로 처박아버리고 아무 문제없는 무난한 대답을 했다.<br />
『뭐.. 좋은 애지요. 잘 챙겨주기도 하고.. 매사에 꼼꼼하기도 하고..』<br />
<br />
『그것뿐?』<br />
원하는 대답이 아니었던 것 같다. 설마.. 이모가 알 리가 없는데.<br />
『...어떤 대답을 원하시는데요?』<br />
『솔직한 대답.』<br />
내 말이 끝나기도 전에 이모가 먼저 입을 열었다.<br />
『조금 전에도 솔직한 대답이었는데 말이죠.』<br />
거짓말은 아니었으니 솔직한 대답이지.<br />
<br />
『흐응... 그래, 뭐. 가슴은 좀 어때? 아직 많이 아프니?』<br />
『아아, 뭐 요새는 괜찮아요.』<br />
예전에 련이가 차에 치일 뻔 했던걸 구하고 대신 다쳤던 적이 있다. 뭐, 갈비뼈라도 몇 개 부러져서 폐를 찔렀는지 폐도 안 좋아지고 심심하면 현기증도 일어났었지만 요새는 별로 그런 증상을 못 느꼈다.<br />
아마 련이랑 같이 살게 되고나서부터 인 것 같은데.<br />
<br />
이모가 고개를 끄덕끄덕 거리고는 잔에 담긴 술을 천천히 마시기 시작했다. <br />
이야기는 끝인가.<br />
『이모, 라이터 없을까요?』<br />
멈칫하는 손.<br />
『흡연하니?』<br />
...한다고 해도 이모에게 라이터를 달라고 하겠습니까.<br />
『설마요, 태울게 있어서 그래요.』<br />
<br />
이모는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핸드백에서 지포 라이터 하나를 꺼냈다. 핸드백 속에 라이터가 그것도 지포 라이터가 들어가 있다니.<br />
『흡연하세요?』<br />
가벼운 농담을 던지며 지포 라이터를 받았다.<br />
『아니, 련이가 구해달라 그래서.』<br />
『예? 련이가 왜요?』<br />
『글세, 남자친구한테 선물이라도 하려나보지, 뭐.』<br />
...남자친구라니. 그런 게 있었으면 련이가 나한테 그런 부탁을 할 리가 없지.<br />
련이는 이걸 어디다 쓰려는 거지?<br />
아무리 생각해봐도 도저히 련이가 쓸 만한 쓰임새는 안 보이는 물건인데.<br />
<br />
뭐, 그건 나중에 물어보기로 하고.<br />
『어쨌건 그럼 잠시 밖에 나갔다 올게요.』<br />
그렇게 말하고 밖으로 나가는 내 등 뒤로 ‘불장난 많이 하면 밤에 오줌 싼다. 적당히 해.’ 라는 말도 안 되는 소리가 들려왔다.<br />
그럴 나이는 지나갔습니다, 이모.<br />
<br />
밖으로 나와서 아래로 내려가는 돌계단 앞에 걸터앉은 후, 호주머니에 찔러 넣은 종이를 꺼냈다.<br />
불길한 용. 그림 속에 깃들어서도 그 불길함을 지우지 않는 그 용을 태워버렸다.<br />
아니, 태우려고 했다.<br />
분명히 라이터로 불을 붙였는데, 불은 붙었는데 불이 번져나가질 않았다.<br />
<br />
『젠장.. 그냥 얌전히 사라져.』<br />
그렇게 중얼거리며 계속해서 라이터로 종이를 태우려고 했지만, 불은 절대로 번져나가지 않았다.<br />
『젠장..』<br />
계단에 종이를 대고 짓밟아서 불을 끈 후 종이를 다시 들었다.<br />
그 정도로 바닥에 문질렀는데도 그 그림은 없어질 기미가 보이질 않았다.<br />
<br />
너무나도 기분이 더러워서, 종이를 양손으로 잡고 반으로 찢었다. 찌익- 하고 반으로 잘려나가는 그림. 다시 잡고 반으로 찢었다. 다시, 다시, 다시, 다시. 한참을 잘게 찢어버리고 나서 거기에다가 불을 붙였다.<br />
순식간에 타들어가는 종이들.<br />
아까와는 다르게 종이들은 너무나도 쉽게 불에 타서 없어졌다.<br />
<br />
『사라져. 다시는 나타나지 마, 이 자식.』<br />
바람에 흩날리는 재를 보며 거칠게 한마디 하고는 안으로 들어가 잠을 청했다.<br />
<br />
*****<br />
<br />
끼이이익-!!!!!!<br />
쾅-!!!!!!<br />
빙판에 미끄러진 건지 기이한 회전과 함께 날아가는 자동차. <br />
그 자동차에 치이려고 하는 소녀.<br />
그리고 그 소녀를 감싸고 날아가는 소년의 모습.<br />
<br />
아아. 이모, 틀렸어요.<br />
난 차에 치인 게 아니라, 차에 치이는 모습을 봤을 뿐인걸요.<br />
<br />
*****<br />
<br />
달콤한 잠 속에서 전혀 예고도 없이 현실 속으로 끌어내려졌다. <br />
...련이가 깨워주기도 전에 일어나다니, 3달 만에 처음 있는 일인가..<br />
세상이 멸망할 징조인가 본데.. 는 둘째 치고.<br />
지금 날 끌어안고 있는데다가, 내 눈앞에 있는 이 아가씨는 도대체.<br />
<br />
『...련..아?』<br />
반응 없음. 남의 방에 들어와서 남 끌어안고 뭐하는 거야 이 아가씨. 아무리 오빠로 생각한다고 해도 너무 경계심 없는 거 아닐까.<br />
어쨌건 일단 좀 빠져나가야겠다는 생각에 천천히 몸을 움직여 몸을 빼내기 시작했다. <br />
하지만, 생각보다 련이가 더 깊게 파고 들어온지라 몸을 빼내기가 여간 힘든 게 아니었다.<br />
내가 죽부인도 아니고 왜 이렇게 꽉 끌어안고 있는 거냐, 련아아.<br />
<br />
『하아, 하아』<br />
5분이라는 사투 끝에 겨우 몸을 빼내는데 성공하는가 싶었는데 침대에서 나가려는 순간 련이가 내 허리를 덥석 끌어안았다.<br />
『...으응.. 안 돼, 오빠...』<br />
...이미 깨어나 계신 거 아닌가요? 련 양.<br />
『하아─, 안 깨우고 일어나기는 글렀나.』<br />
가볍게 한숨을 내쉬며 련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소름끼치도록 좋은 기분 좋은 감촉이 손끝에 느껴졌지만, 내 기분은 좋아지기는커녕 최악으로 나빠졌다.<br />
<br />
그 자식이 생각나는 머리잖아 이건. 젠장...<br />
<br />
후우, 오늘 만나기로 한 그 선배는 이걸 되돌릴 방법을 알고 있으면 좋겠는데.<br />
<br />
조금 멍하니 앉아 있다가 문득 시계를 보니 6시였다.<br />
련이도 머리 때문에 씻는데 오래 걸릴 테니 지금쯤 깨우면 되겠지.<br />
<br />
『련아, 아침이야 아침. 나 밥 해줘야지.』<br />
『으응.. 오빠.. 좋은 아침..』<br />
흔든 지 얼마 되지도 않아 바로 눈을 뜨며 나에게 인사를 건네는 련이를 바라보며 살짝 미소 지었다.<br />
『응, 좋은 아침.』<br />
<br />
련이도 날 따라 배시시 웃다가 갑자기 인상을 찡그리더니 대뜸 한다는 말이.<br />
『그런데 오빠가 왜 내 방에 있어?』<br />
잠이 덜 깼구나, 이 아가씨. 거기다 그 질문은 내가 너한테 던지려고 했던 건데.<br />
『여기 내 방 아니던가.』<br />
내 말에 련이가 그제야 가벼운 탄성을 내뱉으며 고개를 끄덕인다.<br />
<br />
『그럼 여긴 왜 데려온 거야?』<br />
...결론이 그렇게 되는 겁니까. 내가 인간이길 포기하지 않은 이상 왜 널 데리고 오겠습니까아.<br />
거기다 아직도 내 허리를 잡고 있는 건 도대체 어디의 누구 손일까요.<br />
『내가 그렇게 힘 쓸 곳이 없는 줄 알아, 그 무거운 몸을 끌고 여기까지 오게. 네가 온 거 아냐?』<br />
<br />
『우우!! 안 무겁다 뭐! 오빠는 변태, 치한, 말미잘!』<br />
..아무래도 무겁다고 한 것 때문에 뒷얘기는 듣지도 않았나본데.<br />
『엄마한테 다 이를 거야! 자는데 오빠가 자기 방으로 납치해왔다고!』<br />
이 아가씨가 정말.<br />
『네가 온 거잖아!』<br />
언성을 약간 높이자 련이가 혀를 살짝 내밀며 볼을 긁적거렸다.<br />
<br />
『에헤헤, 화났어?』<br />
에휴, 저런 귀여운 아이를 내가 뭐 어쩌겠어. 한숨만 푹푹 내쉬다가 련이 머리를 한번 쓰다듬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일단 좀 씻고 학교 갈 준비 해야지.<br />
『그럼 먼저 씻을게.』<br />
『응? 아, 잠깐만.』<br />
련이는 방을 나가려는 나를 불러 세우고는 몸을 살짝 돌려 침대에 걸터앉았다. 저건 무언가 갈구하는 눈빛인데.<br />
<br />
『있잖아.. 앞으로는 같이 자면 안 돼?』<br />
...놀랐다. 나도 모르게 뒤로 물러날 정도로 충격 넘치는 대사. 정말 날 어디까지 시험에 들게 할 작정인거니, 련아.<br />
『어제 오빠한테 그 이야기 들은 다음부터 무서워서인지 잠이 안 온단 말야..』<br />
련이의 그 말에 원래는 딱 잘라 거절할 일을 한참을 고민했다. 계속 해서 한 침대에서 같이 자서야 내 마음이 먼저 무너질 것 같지만..<br />
<br />
『그래. 뭐, 괜찮겠지』<br />
련이 몸에 이상이 있을 때 먼저 알 수 있을 지도 모르니까 승낙해버렸다. 무기력한 나라도 그 정도는 쓸모 있을지도 모른다.<br />
『응응, 그럼 난 아침 준비 할 테니까, 먼저 씻어.』<br />
련이는 그렇게 말하곤 총총걸음으로 방을 나서 부엌으로 갔다. 그럼 나도 준비해볼까.<br />
<br />
그렇게 샤워실로 들어가서 샤워하고 나온 후에, 련이의 포니테일을 보고 잠시 멍하니 굳었던 일은 혼자만의 비밀이다. <br />
<br />
*****<br />
<br />
시간은 흐르고 흘러, 점심시간. <br />
시끄러운 교실을 뒤로하고 아연 선배와의 약속 때문에 옥상으로 올라가려는 찰나, 명진이 녀석이 나를 불렀다.<br />
『여~ 기생오라비!』<br />
네 놈의 인생 목표는 나에게 시비를 거는 것이더냐.<br />
<br />
『여~ 근육덩어리!』<br />
똑같이 응수해줬지만, 명진이는 내가 원하는 반응은 보여주지 않았다.<br />
『어제는 잘 쉬셨수?』<br />
『뭐, 련이랑 즐겁게 보냈지.』<br />
말도 안 되는 거짓말에 나 스스로도 참을 수 없어 쿡쿡대며 웃자, 명진이 녀석은 그걸 어떻게 받아 들인건지 내 어깨에 손을 올리며 나를 진지한 표정으로 바라보았다.<br />
<br />
『내 신부감에게 이상한 짓을 했다간 그대로 초크슬렘을 넣어주겠어.』<br />
그 내용이 진지한 표정과는 정 반대라 오히려 나에게 웃음만 자아냈지만 말이다.<br />
뭐, 여기서 이렇게 이 녀석과 노닥거리고 있는 것도 재밌겠지만 오늘은 선약이 있으니 어쩔 수 없겠는데.<br />
『그럼 난 아연 선배랑 만날 약속 때문에 먼저 실례.』<br />
<br />
내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뒤로 후다닥 물러나는 이명진군.<br />
『뭐!!! 그 집행부 No.2 말이냐! 무슨 잘못을 했기에!』<br />
...유명하긴 유명한 선배인가 본데. 근데 왜 난 모르고 있었지.<br />
『뭐, 남자의 비밀이라는 거지.』<br />
그렇게 시큰둥하게 대답해주고 난 후, 계단으로 걸어가며 손을 흔들어주었다. 등 뒤로 「그래도 메피스토한테 안 걸린 게 다행이지..」 라고 혼자 중얼중얼 거리고 있는 녀석은 무시하고 말이다.<br />
<br />
잠시 후, 약간은 선선한 바람이 불어오는 옥상으로 나가자 한 가운데 돗자리를 펴놓고 대자로 누워있는 아연 선배가 보였다.<br />
아무리 집행부라지만 저건 뭔가 좀 아니지 않나 같은 생각을 하며 천천히 선배에게로 발걸음을 옮겼다.<br />
<br />
『어, 왔네?』<br />
선배에게 가까이 다가가자 선배는 고개를 까닥 들어서 나를 쳐다보며 그렇게 말했다. 예의상 가볍게 인사하자 선배는 몸을 일으켜 내가 앉을 자리를 만들어주었다.<br />
『감사합니다, 선배.』<br />
『에이, 선배가 뭐냐. 편하게 형이라 그래, 형.』<br />
초반부터 이렇게 친근하게 나오는 건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그래도 련이를 구해준 선배니까 고개를 끄덕였다.<br />
<br />
『그런데 말이야, 내가 아침에 도시락을 까먹어서 그러는데 좀 얻어먹을 수 없을까.』<br />
.....10초 동안 고민.<br />
『예..』<br />
『에이, 싫으면 싫다 그래, 그렇게 뜸들이지 말고.』<br />
사실 련이가 날 위해 해준 음식을 남 주는 건 진짜 싫은 일이지만.. 그래도.<br />
『아아, 아무리 못해도 이 정도 보답은 해야죠.』<br />
<br />
그렇게 말하며 도시락을 개봉했다. 오늘의 주 메뉴는 계란말이인가.<br />
『훗, 그 동생양 소개 시켜 주기로 했잖아? 그거면 충분하지 뭐.』<br />
...그러고 보니 그랬던가. 당시엔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이었으니까 그랬을지도.... 라곤 해도 진짜 정신이 없긴 없었군.<br />
하아, 그래도 생명의 은인한테 「안 됩니다!!」 라고 할 수도 없고..<br />
<br />
『아니?! 뭐야! 약속했으면서!』<br />
아. 나도 모르게 고개를 저은 모양이다. 선배는 그게 거부의 표시라고 생각했는지 약간 찡그린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br />
『아뇨, 저야 주선은 하겠지만.. 련이가 거부하면 저도 어쩔 수 없지요.』<br />
어깨를 으쓱거리며 고개를 숙였다. <br />
련이는 남자에 대한 관심이 거의 없으니 내가 살짝 주저하면서 말하면 충분히 거절하겠지.<br />
<br />
그렇게 생각하며 고개를 들어보니, 거기엔 웃음을 참고 있는 선배의 모습이 있었다.<br />
『풋! 농담이야 농담. 둘이 사이 좋아 보이던데, 그냥 오빠 동생?』<br />
아니였으면 좋겠지만.<br />
『뭐, 그렇죠.』<br />
『그래그래. 그럼 먹으면서 얘기 하자. 일단 궁금한 게 있겠지? 그것부터 물어봐.』<br />
<br />
고개를 끄덕이고 제일 중요한 용에 대해서 물어보았다.<br />
그리고 그 뒤로 나온 답변은 도대체 일반 상식으로는 생각도 할 수 없는 것이었다.<br />
<br />
이 세상에는 두 가지 부류의 영혼이 있다고 한다.<br />
하나는 세상을 유지하려는 부류, 다른 하나는 세상을 파괴하고 새로운 세상을 만들려는 부류.<br />
선배가 거기에 대해 예시로 든 것이 공룡의 멸종이었다.<br />
공룡이 멸망한 이유는 후자가 전자에게 승리해서 세상이 재탄생되었기 때문이라고 한다.<br />
그런데 전자 부류에서도 굉장히 유명한 사람이 한명 죽었다고 한다.<br />
<br />
Black Light.<br />
세상을 지탱하는 9가지 요소를 몸에 담고 있던 존재.<br />
하지만, 그의 소멸로 인해 그 요소가 세상으로 퍼지게 되었고 그 요소 중 하나가 련이의 몸속으로 들어왔다.<br />
그것이 바로, 내가 보았던 용이었다.<br />
<br />
대충 용에 대한 의문점은 풀렸다.<br />
<br />
두 번째 질문은 해결 방안이었다.<br />
선배가 얘기 해주고, 모자란 정보는 내가 보충을 해주며 나온 결론은.. 없었다.<br />
<br />
지금 련이는 분명히 이전보다 색기가 넘치고 있는데, 그렇게까지 변해버리면 용의 회수는 불가능하다고 한다.<br />
B.L(Black Light)가 살아있었다면 간단하게 회수해 갔을지도 모른다지만, 이미 죽은 사람을 이제 와서 찾을 수는 없으니..<br />
<br />
게다가 눈 색─눈은 혼과 마음을 대변하는 창이라고 한다─  마저 변했을 정도라면 용이 련이의 몸속에 있는 것 뿐만 아니라 분명히 어떤 방면으로든 용의 영향이 련이에게 미쳤을 거라고 하는데..<br />
<br />
『머리카락을 잘라도 잘라도 다시 길어지는 것도.. 그런 영향.. 인가요..』<br />
『머리카락이 길어져?!! .....그건 심각한 건데...』<br />
젠장... 명색이 련이의 오빠라는 사람이. 련이를 사랑하고 있다는 사람이 아무것도 해줄 수가 없다니!!!!<br />
<br />
선배는 천천히 말을 이어나갔다.<br />
<br />
『아까 두 부류의 영혼들에 대해 이야기 했지? 후자의 부류는 힘을 절실히 필요로 해. 제어가 되던 제어가 되지 않던 강력한 힘을. 아마 네 동생은 그 타켓이 될 가능성이 커. 지금이야... 아직 그렇게까지 티가 나진 않지만, 네가 동생에게 색기가 생겼다고 느끼는 걸 봐선 그 아이의 영혼은 강해지고 있어. 아마 빠른 시일 내에 알게 되겠지. 그러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아. 아마도 납치 하던가 할 걸.』<br />
<br />
일그러지는 표정을 감추기 위해 손으로 입가를 가로 막았다. 점점 거칠어지는 숨을 막을 수가 없을 것 같았다. 도대체 왜, 련이가 뭘 했다고!<br />
<br />
『대처 방안이 없지는 않아. 그놈들이 힘을 바라는 건 쓰기 위해서지. 그만큼 강한 힘이니까 자기가 개발해서 제어할 만큼 써서 자기 자신을 지키면 돼. 그렇지만.. 아마, 너나 네 동생은 이제 평범한 생활로는 돌아가기 힘들거야. 원하지 않아도 후자의 부류들이 가만두지 않겠지.』<br />
<br />
아아아아...<br />
도대체 뭐가 잘못된 걸까.<br />
우린 그냥 평범하게 살아가고 있었을 뿐인데. 어째서 이런 바보 같은 일에 휘말리게 된 거지.<br />
말도 안 돼. 이딴 일은 있을 수 없어.<br />
왜...! 왜..!!!<br />
련이마저 이런 상황에 빠져야 하는거야!!!<br />
지키고 싶은데..<br />
<br />
『지키고 싶은데..』<br />
<br />
『무엇을?』<br />
<br />
『이 련.』<br />
<br />
내가 제일 사랑하는 사람을.<br />
<br />
『하, 뭐야. 너 괜찮은 녀석이군. 좋아, 사실 이럴 생각은 없었는데 특별 서비스로 말해주지. 어쩌면 용을 가진 네 동생보다 네가 가진 힘이 더 강할지도 몰라.』<br />
<br />
...그 말은 설마...?<br />
<br />
『네 각오만 있다면, 동생은 놔두더라도 네가 피 흘리고 땀 흘리고 해서 네 동생의 일상을 지켜줄 수 있을지도 모른다 이거지.』<br />
<br />
아아, 남아있다. 남아있어.<br />
아무것도 해줄 수 없는 이 바보 같은 자식이.<br />
련이를 위해서 해 줄 수 있는 일이 아직 남아 있었어.<br />
아무것도 아냐.<br />
몸이 찢어져 다시는 걸을 수 없더라도 련이를 지켜줄 수만 있다면.<br />
<br />
『좋네요 그거──』<br />
『말해두지만 이건 정말 쉬운 일이 아냐. 보상도 없고 대가도 없어. 그냥 너만 죽어라 희생되는..』<br />
그렇지 않아요 선배.<br />
살짝 웃어보였다.<br />
『련이의 일상이라는,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보상이 있어요.』<br />
『...보통 동생을 위해서 그렇게 까지 하나? 아니.. 뭐, 여기까진 내가 참견할 일은 아니겠다만.』<br />
<br />
글쎄요? 이런 오빠도 있으니 그런 오빠도 있을지 모르죠.<br />
『귀여운 동생이니까요.』<br />
선배의 인상이 살짝 찌푸려졌다.<br />
『넌 몰라도.. 그 아이는 널 그냥 오빠로만은 생각하지 않는 것 같은데..』<br />
듣고 싶지 않다.<br />
이 이상 들어선 안 된다.<br />
이 이상 들었다간.<br />
　　　　　　　　내 마음이 부서진다.<br />
<br />
『아아, 그 얘기는 이제 그만하죠. 그럼 전 이제 어떻게 하면 될 까요?』<br />
『생각할 필요도 없이 결정하는 거냐? 후회하지 않겠어?』<br />
당연한 말을.<br />
결코 후회하지 않는다.<br />
고개를 끄덕거리자 약간 미심쩍은 눈으로 선배도 고개를 끄덕였다.<br />
『좋아.』<br />
<br />
선배는 그렇게 말하며 허공으로 손을 뻗었다.<br />
파직!!!<br />
새까만 스파크가 선배의 손을 감싸더니 순식간에 선배의 손에는 검은색 단도가 나타났다.<br />
『조금 길을 건너 뛰는 것 같다만, 최대한 빨리 전력이 되려면 이것부터 시작해야 돼. 이건 내 혼의 분신이며 나만이 사용할 수 있는 도구지. 너도 영혼의 힘을 발휘하기 위한 촉매로 이런 것이 필요한데. 우리는 이걸 소울 리얼리즘. 줄여서 S.R 이라고 하지.』<br />
<br />
그렇게 선배의 설명이 조금 더 길어지려는 순간. 점심시간의 끝을 알리는 종이 울려 퍼졌다. <br />
『이런.. 뭐 좋아. 오늘은 좀 그렇고 토요일 날 시간 있어?』<br />
..명진이 녀석과 약속이 있긴 하지만 지금은 그게 중요한 게 아니지.<br />
고개를 끄덕였다.<br />
『그럼 나중에 연락해. 내 번호는 XXX-XXX-XXXX 이다.』<br />
『X..XX XXX XXXX. 예, 기억했어요.』<br />
<br />
『좋아, 기억력 괜찮은데? 이런 늦었군. 그럼 나중에!』<br />
선배는 그렇게 말하며 후다닥 옥상을 내려갔다.<br />
아래를 내려 보자 언제 비워졌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 도시락이 널브러져 있었다.<br />
<br />
조금 전의 대화를 떠올려 보았다.<br />
응, 이걸로 좋겠지.<br />
널 이런 세상에 끼어들게 하지 않을게. 련아.<br />
<br />
그녀를 위해서 뭔가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날 즐겁게 했다.			 ]]> 
		</description>
		<category>Another Genesis</categ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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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ubDate>Tue, 05 Sep 2006 02:45:37 GMT</pubDate>
		<dc:creator>에리드</dc:creator>
	</item>
	<item>
		<title><![CDATA[ Another Genesis ]]> </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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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escription>
			<![CDATA[ 
  <div style="text-align:center"><img class="image_mid" border="0" onmouseover="this.style.cursor='pointer'" alt="" src="http://pds.egloos.com/pds/1/200502/10/06/b0033506_217129.jpg" width="463" height="396" onclick="Control.Modal.openDialog(this, event, 'http://pds.egloos.com/pds/1/200502/10/06/b0033506_217129.jpg');" /></div><br />
<br />
모든 일이 끝나고 다시금 편안한 일상으로───<br />
<br />
돌아갈 수 없다.<br />
<br />
그 모든것이 찣겨나가 또 하나의 세계를 만들어낸다.<br />
<br />
희생.<br />
<br />
그녀를 위해 나를 바친다.<br />
<br />
희생.<br />
<br />
자기 자신을 만족시키는 최선의 방법.<br /><br />없는데? [퍽]<br />
<br />
-이건 오늘 안에 글을 올리겠다고 스스로에게 하는 다짐!<br />
<br />
짤방은 신경 안 써도...... [퍽퍽퍽]			 ]]> 
		</description>
		<category>Another Genesis</category>

		<comments>http://erid.egloos.com/922114#comments</comments>
		<pubDate>Wed, 09 Feb 2005 17:19:44 GMT</pubDate>
		<dc:creator>에리드</dc:creator>
	</item>
	<item>
		<title><![CDATA[ Another Genesis ]]> </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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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DATA[ 
  <div style="text-align:center"><img class="image_mid" border="0" onmouseover="this.style.cursor='pointer'" alt="" src="http://pds.egloos.com/pds/1/200501/28/06/b0033506_1145788.jpg" width="500" height="375" onclick="Control.Modal.openDialog(this, event, 'http://pds.egloos.com/pds/1/200501/28/06/b0033506_1145788.jpg');" /></div><br />
<br />
끊임 없이 이어지는 이상한 일.<br />
<br />
시간은 흘러가고.<br />
<br />
구원받지 못한 마음은 검으로 변한다.<br />
<br />
반전.<br />
<br />
믿고 있던 모든 세계가 뒤집힌다.<br />
<br />
반전.<br />
<br />
잊었던 기억이 살아나고, 그녀를 보는 마음이 뒤바뀐다.<br />
<br />
<br />
------------------------------------------------<br />
<br />
....글 올리가 전에 이렇게 앞에 이거 적는거 재밌네요... [머엉]<br />
<br />
마치 애니 예고편 하는 느낌.... [퍽]<br />
<br />
뭐 어쨌든 오늘은 분량이 좀 적어 일찍일찍 썻습니다~<br /><br />『우우우우욱────』<br />
미칠듯한 구토감.<br />
화장실. 화장실이.<br />
<br />
『우욱-! 우으윽!!』<br />
좌변기에 대고 구토감이 사라질때까지 계속해서 헛구역질을 해댔다.<br />
<br />
『하아....── 하아....────』<br />
벽에 몸을 기대고 천천히 호흡을 고르기 시작했다.<br />
가쁘던 숨도 천천히 침착함을 찾아가자, 지금까지의 더럽던 기분이 오히려 상쾌하게 변했다.<br />
마치 몸안의 더러운 기운을 모두 뱉어내기라도 한 것처럼...<br />
<br />
그렇게 한참을 벽에 기대어 있는데...<br />
<br />
「흥... 잊지마라. 현실의 시간 8시다.」<br />
<br />
그것의 말이 떠올랐다.<br />
<br />
『.......아─────』<br />
상처가...<br />
몸 여기저기를 둘러봤지만, 몸에 상처따윈 없었고 아픈 부분도 없었다. 오히려 더 활력이 넘치고 있는 것 같다...<br />
『...역시 그냥... 꿈인가──?』<br />
<br />
그래. 그런 일이 현실일 리가 없잖아. 무엇보다 련이는 내 옆에서 자고 있었는걸. 그런 이상한 곳에 있을리가....<br />
<br />
어라...?<br />
나.. 나올때 련이가... 있었...나?<br />
<br />
달렸다.<br />
쾅- 하는 소리와 함께 련이의 방문이 열렸고, 그 안엔...<br />
련이가 곤히 잠들어 있었다.<br />
『하....하....』<br />
......그럼 그렇지.<br />
내 옆에서 자고 있던 애가 어디로 사라질리가 없잖아.<br />
<br />
『하아─』<br />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는 련이에게 다가가 이마에 손을 얹어보았다.<br />
아침과 달리 지금은 별다른 열도 느껴지지 않았다.<br />
많이 괜찮아 진걸려나.<br />
뭐, 어쨌건 역시 아까 그건 꿈이겠지?<br />
<br />
「시간은, 그 시계의 기준을 따라라」<br />
<br />
또 그것의 말이 머리를 스친다.<br />
<br />
시계.... 시계......<br />
<br />
설마..?<br />
<br />
방안을 여기저기 둘러보았지만 아무리 둘러봐도 손목시계따윈 보이지 않았다.<br />
역시 그런 일이 있을리가 없지.<br />
다 꿈이라고 치부하고 련이의 옆에 걸터 앉았다.<br />
<br />
그런데.<br />
련이의 손에서 시계를 보았다.<br />
<br />
.................<br />
한번도 본적 없는.. 물건.<br />
<br />
조심스레 그 시계를 빼보았다.<br />
째깍- 째깍- 거리며 돌아가는 그 시계 안에는.<br />
그것과 소녀.<br />
그리고 련이가 있었다.<br />
굳건히 자리를 지키고 서있는 시침의 그것.<br />
점점 그것에게 가까워지려하는 분침의 소녀.<br />
그 둘에게서 떨어졌다 붙었다를 반복하는 초침의 련.<br />
<br />
시간.. 시간이.<br />
벌써 7시 25분을 넘어서고 있다.<br />
<br />
꿈.....<br />
그 꿈이 사실이라면.. 이건..<br />
<br />
그렇게 한참을 시계를 바라보고 있다가, 또 다른 사실을 깨달아버렸다. 시간이 지나가면 지나갈수록 초침이 짧아지고 있다는 것.<br />
<br />
...꿈이라기엔 너무 생생한 그것.<br />
...지금 내 손에 들려있는 시계.<br />
...해봐도 손해 볼건.. 없다.<br />
<br />
결심하고 련이를 깨웠다.<br />
<br />
흔들- 흔들-<br />
적당히 련이의 몸이 흔들렸지만, 련이는 깨워날 기미가 보이질 않는다.<br />
<br />
『련아?』<br />
이번엔 련이를 부르면서 좀 더 강하게 흔들어보았다.<br />
하지만...<br />
일어나지 않는다.<br />
<br />
....이상하다.<br />
련이는... 내가 깨워서 일어나지 않은적이.. 없는데..<br />
<br />
찰싹- 소리가 날 정도로 련이의 뺨을 때려본다.<br />
일어나지 않는다.<br />
<br />
『.....련아?!!!』<br />
일어나지 않을리가 없는데 일어나지 않는다.<br />
<br />
억지로 련이의 몸을 일으켜서 그 몸을 벽에 기대어놓았다. 여전히 련이는 일어나지 않았지만, 방금 몸을 일으키면서, 심장이 뛰고있고 숨도 확실히 쉬고 있다는 걸 알았다.<br />
<br />
『.....젠장! 좀 일어나봐!!』<br />
그런데도 왜 일어나질 못해...!<br />
<br />
련이를 다시 한번 조심스레 놔둔체, 전화기가 있는 곳으로 달려갔다. <br />
명진이 녀석이라면 도와줄 수 있을지도 몰라.<br />
뚜.. 뚜... 뚜....<br />
좀 받아. 빨리 좀 받으라고....<br />
<br />
「아, 이명진 입니다. 지금은 핸드폰이 꺼져있사오니 메세지를 남기시든 뭘 하시든 좋을대로 하쇼이-」<br />
<br />
...........<br />
『젠장!!!』<br />
수화기를 던져버렸다.<br />
<br />
돈이 필요해.. 어떻게든 나가서 택시라도 잡아타서.<br />
<br />
「...이 아이가 말한 곳은 성진시의 D-32 블럭 골목길 가장 깊은 곳에 있습니다.」<br />
그곳으로 가야해.<br />
꿈이든 뭐든 상관없어. 지금 할 수 있는 일이 없잖아!!!<br />
<br />
집안을 이리저리 뒤졌다.<br />
이 잡듯이 집안을 다 뒤지자 5만원 가량의 돈이 나왔다.<br />
내 지갑에 있는 돈이 2만원.<br />
합치면 7만원 정도.. 그 정도면 충분해.<br />
<br />
옷장에서 손에 잡히는대로 옷을 꺼내 입은 후, 련이를 업고 집을 빠져나왔다.<br />
<br />
련이를 업은 내 모습이 이상한지 여기저기에서 시선이 집중됐지만, 그런거에 신경 쓸 여유따윈 없기에, 그 모두를 무시하고 택시 정류장 쪽으로 달려갔다. <br />
그렇게 달려서 5분이 채 안 걸려 택시 정류장에 도착했고, 곧바로 택시를 잡아탔다.<br />
<br />
『휘유~ 형씨 솜씨 좋은데, 어디로 갈까? 람세스? 헤븐?』<br />
『D-32블럭!!! ....아니──! 아... 아... 아카식.. 드라이브? 거기가 어딘지 알아요?!』<br />
이상한 소릴 해대는 기사를 무시하고 다급하게 말했다.<br />
『...거시기.. 거긴 모르겠고.. D-32블럭이라면 성진시 중앙에서 외각이고 골목길이 중첩된 곳인데? 양아치나 조폭들의 근거지란 소문도 있고... 그런덴 왜?』<br />
『젠장! 상관없으니까 빨리 가요!』<br />
그래. 그딴건 상관없어. 벌써 40분이잖아! 빨리 가지 않으면 련이가.. 련이가....!!<br />
<br />
────두근.<br />
──────두근.<br />
<br />
『쩝... 뭐 상관은 없는데, 돈은 있으신감?』<br />
돈 따윈 상관없다고!!!<br />
『두배 낼테니까 최대한 빨리!』<br />
『오호, 좋아. 그럼 시티레이서 택쉬~ 출발!』<br />
<br />
그 말을 끝으로 기사는 미친듯 택시를 몰기 시작한다.<br />
────두근.<br />
련아.. 련아...<br />
제발...<br />
그 눈을 뜨고 날 바라봐....<br />
──────두근.<br />
<br />
『뭐 딱히 정의의 용사 흉내낼 생각은 아니고 그저 궁금해서 묻는건데- 그 아가씨는 요즘 떠도는 행방불명 소문에 묻어버리려고 납치한겐감?』<br />
......그럴리가 없잖아.<br />
네 머리속에 도대체 뭐가 들어가있는거냐.<br />
『내 동생입니다───』<br />
그래. 동생.<br />
너무나도 소중한...<br />
나의...<br />
<br />
『...어쨌든 그런거랑 관련 없으니 빨리...』<br />
<br />
곧 시끄러운 소리를 내며 택시가 어둑어둑한 곳에서 멈췄다. <br />
『자, 5만원에 더블해서 10만원 되겠소다 형씨』<br />
.....얼마 가지도 않았는데 5만원?<br />
게다가 분명 미터기엔 5000원이라고 적혀 있는데?<br />
『....5만원으로 보이진 않는데』<br />
기사가 썩은 미소를 짓는다.<br />
『허허, 이래서야 쓰나- 나의 멋진 주행을 봤으니 5천원에서 10배, 5만원에서 더블쳐서 10만원 어때? 뭐 싸게해서 9만원에 넘겨주지』<br />
...미친놈.<br />
하지만 이런 녀석이랑 여기서 논쟁할 시간따윈 없기에, 지갑채로 그 녀석에게 던져주곤 련이을 업고 나왔다.<br />
<br />
택시를 빠져나오자 바로 눈앞에 빌딩...같은 건물이 보였다.<br />
시간은.. 55분.<br />
빨리.. 빨리 가야지..<br />
<br />
발길을 놀렸다.<br />
......?<br />
발길을 놀렸다.<br />
...............?<br />
움직이지 않는다.<br />
밑을 내려다보는데...<br />
그림자가... 없다...<br />
<br />
털컥-<br />
차문이 열리는 소리.<br />
뭔가... 이상해.<br />
<br />
소리가 들린 곳. 기사를 쳐다보았다. 웃고.. 있다.<br />
<br />
『...뭐죠』<br />
이상해.<br />
『아아- 긴장할거 없어』<br />
발은 움직이질 않지.<br />
기사가 그 모자를 벗는다.<br />
갑자기 저 기사는 왜 내린거지...?<br />
『.. 그 아이가 형씨의 동생이라고 했던가?』<br />
이러는 동안에도 시간은 간다.<br />
조금 전부터 련이의 몸이.. 경련을 일으키고 있다.<br />
미약해서.. 너무 미약해서 신경을 집중하지 않으면 알아차릴 수 없지만... 내가 그걸 알아차리지 못할리 없다.<br />
<br />
『...무슨 상관입니까』<br />
다시 발을 놀려본다.<br />
움직이지 않는다.<br />
『아니, 좀 이상하다 싶어서』<br />
파악-!!!!!!!<br />
......진..동?<br />
뭔가.. 날 스쳐 지나간것.. 같다.<br />
도대체... 뭐야......<br />
<br />
그의 피부가 부풀어 오른다.<br />
터진다.<br />
찌그러진다.<br />
녹아내린다.<br />
<br />
『....이윽』<br />
고개를 돌리고 싶지만 돌아가지가 않는다.<br />
<br />
크고, 튀어나온 회색의 눈.<br />
흉하게 굽은 허리.<br />
길다란 혀.<br />
날카로운 이빨.<br />
<br />
저건.. 마치.....<br />
<br />
『괴물이라고 하지. 이히히히히!!!』<br />
『.....뭐....뭐......야.....────!!』<br />
발을 움직여본다. 도대체 저건 뭐야!!!<br />
움직여. 움직이라고. 왜 움직이지 않는거야!!!<br />
<br />
『그 여자아이.. 너무나도 좋은 냄새가 나... 맛있을 것 같아. 한입... 한입만 먹으면 안될까~ 응~?』<br />
먹다니.. 도대체 뭘... 먹는다는거야!<br />
련이는.. 련인.. 그런 것 따위가 아냐!!<br />
『......시....시끄러....!!!!』<br />
몸이 떨린다.<br />
내가 떨리는거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라 련이의 경련이 더욱 심해진 것이였다.<br />
<br />
『....젠.....장......』<br />
한걸음, 한걸음, 괴물이 다가온다.<br />
<br />
이해가 되지.. 않아.<br />
어제부터..<br />
<br />
힘.<br />
꿈.<br />
괴물.<br />
<br />
도대체.. 무슨.. 일이야.....<br />
<br />
그런 고민이..<br />
<br />
또 다시..<br />
시간을.. 느 려 지 게 만 든 다.<br />
<br />
8 시 까 지 는 5 초.<br />
움 직 여 라.<br />
움 직 여 라.<br />
아 . . . . .<br />
움 직 인 다.<br />
<br />
『 . . . 됐 . .』<br />
미 처 말 을 끝 내 기 도 전 에 뒤 로 돌 아 미 친 듯 이 달 렸 다.<br />
<br />
그 런 데.<br />
그 괴 물 은 이 미 내 앞 에 서 있 었 다.<br />
<br />
5 초 가 지 나 간 다.<br />
<br />
파아아아아아악-!!!!!!<br />
기묘한 공명음을 내며 련이가 나에게서 튕겨져 나간다.<br />
안되.. 안되..!!<br />
련이가 튕겨져 나간 방향으로 몸을 돌렸다.<br />
괴물따위.. 신경쓰지 않는다.<br />
공중에서 몇바퀴나 회전하며 날아가던 련이는.. 허공에서 중심을 잡고 섰다.<br />
<br />
『────....아..............』<br />
도대체.. 무슨 일이야.<br />
어떻게, 어떻게 아무것도 없는 공중에 련이가.. 설 수 있는거야.<br />
<br />
멍하니 그 모습을 바라 보니..<br />
단단히 닫혀 있던 련이의 눈동자가 드디어 떠졌다.<br />
<br />
새빨갛다...<br />
그 어떠한 것도 보이지 않고...<br />
단지 새빨갛다.<br />
<br />
그리고 그 뒤로는..<br />
거대한.... 그것이 모습을 드러낸다.<br />
<br />
『...아...── 아..─』<br />
<br />
피와 같은 눈동자...<br />
도저히 쳐다볼 수 없을 정도로 거대한 몸.<br />
<br />
바람을 가르는 소리가 난다.<br />
그리고 무언가 씹히는 소리.<br />
....그런건 별 상관 없다.<br />
분명.. 저것은...<br />
<br />
『.....넌.......』<br />
꿈에서 본 그것이다.<br />
<br />
그것이 천천히 시선을 돌려 나를 바라본다.<br />
『늦었구나 인간.』<br />
.....아아아아아......<br />
그 꿈.... 사실이였어.<br />
그냥 꿈이였으면 했지만...<br />
지독한.. 현실이였어...<br />
<br />
늦었지.<br />
그래 늦었어.<br />
그런데.<br />
<br />
『....젠...장...!!! 내 잘못이 아니잖아!!!!!!!!!!』<br />
그래. 내 잘못이 아냐. 난 최선을 다해 달려왔어.<br />
『갑자기... 갑자기 저런 괴물이!!!!!!』<br />
『어떻게 해도- 무엇을 해도, 변하지 않는 결과였다』<br />
『그게.. 무슨 말이야!!!!!!!』<br />
변하지 않는다면, 어째서!!!<br />
어째서 내가 이렇게 달려오겠냐고!!!!!!<br />
<br />
련이를 보았다.<br />
그것을 보았다.<br />
<br />
그것이 고개를 천천히 치켜들자, 련이의 머리칼이... 밤의 색으로 물들어간다...<br />
갈색으로 빛나던 그 머리칼이... 새까맣게...<br />
피의 눈도.. 점점더 작아져.. 새빨간 동공을 만들어낸다.<br />
<br />
원래도 길었지만... 그 머리는 점점 더 길어진다.<br />
<br />
『련아....────..... 도대체 련이를 어쩌려는거야!!!!!』<br />
『인간의 의지는 나약한 것.. 이 안에 휩쓸려 이미 일부가 되었을터... 이 기회에 포기한 것을 배워라 인간』<br />
그것이 몸을 움직여 련을 감싼다.<br />
왜.. 왜 네가 련이를 가지고 간건데.<br />
『.......시...끄러...』<br />
련이는.. 련이는....<br />
　　　 것이라고....<br />
『왜 련이야!!!!!!!!!!!!』<br />
미친듯이 울부짓는 내 목소리는 아무도 들어주지 않는다.<br />
왜 왜 왜 왜 왜 왜 왜 왜 왜 왜 왜 왜 왜 왜 왜 왜!!!<br />
『젠장!!!!!!!!!!!!!!』<br />
<br />
바닥을 내려친다. 살이 까지고 피가 나도 멈추지 않고 계속 친다. 뼈가 부서져 가루가 될 정도로 내려친다.<br />
난 왜..<br />
련이를 구할 수 없는건가.<br />
<br />
난 왜..<br />
이렇게 무력한건가.<br />
<br />
『응? 뭐야 이건, 완전히 난리가 났잖아?』<br />
그것과 내가 아닌, 다른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온다.<br />
고개를 들어보자 전에 한번 보았던.. 아연 선배가 보였다.<br />
<br />
『...선....배....?』<br />
하지만 그게 어쨌단건가.<br />
지금 여기서 날 도와줄 수 있는 존재가 어디에 있단...<br />
쾅!!!!!!!!!!<br />
선배가 서있던 장소에 거대한 구덩이가 생긴다.<br />
『────────!!!』<br />
죽은...건가?<br />
<br />
내 생각과는 달리 선배는 그 옆에서 놀랐다는 표정으로 그것을 바라보고 있었다.<br />
『뭐, 뭐야... 미녀를 납치하려는 악룡인가?』<br />
『아..────』<br />
살아있어.<br />
저것의 공격에도.<br />
<br />
다시 련일 쳐다보았다.<br />
련이의 이마에는 기묘한 표식이 생기려 하고 있었다.<br />
생기려 하다가, 사라지고.<br />
사라지려 하다가, 생기고.<br />
나타났다가, 사라졌다가.<br />
계속해서 반복된다.<br />
<br />
『...선배... 무슨 일인지.. 알아요?』<br />
이 사람이라면 알지도 몰라. 라고 생각했다.<br />
『...아니, 그야 당사자인 네가 더...』<br />
<br />
『...오...빠.... 무서....워...』<br />
<br />
─────────!!!!!!<br />
목소리가 들려온다.<br />
련이. 련이다!<br />
<br />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련이를 바라 보았다.<br />
붉은 눈이 이제는 검은 눈으로 바뀌려 하고 있다.<br />
그러나 표식과 마찬가지로 그 눈은 검은 눈과 붉은 눈을 오간다.<br />
<br />
『아... 아파... 흑...』<br />
생각할 시간 따윈 없다.<br />
정신을 차려보니 이미 달려가고 있었다.<br />
<br />
『흥.』<br />
그것이 비웃는다.<br />
쾅!!!!!!!!<br />
<br />
마치 그때처럼.<br />
하늘과 땅이 다시 한번 뒤바뀐다.<br />
<br />
『으윽... 묵직하군, 괜찮냐?』<br />
그래도 차이점이 있다면....<br />
나를 받아주는 누군가가 있다는 것.<br />
<br />
이 선배라면....<br />
나를 도와 줄 수 있을지도 몰라.<br />
<br />
『선배.... 도와주세요..... 제발....』<br />
『...도와주면, 저 애를 소개 시켜주는 어때?』<br />
『뭐든지 해줄테니까 제발!!!! 련이를 좀 구해줘요!!!!』<br />
이토록 다급한데도 선배는 여유가 있다.<br />
이 마음은 다 타들어가 형체조차 찾아볼 수 없는데...<br />
『좋아, 저 덩치에게서 아가씨를 빼오면 되는건가?』<br />
『예... 제발.... 그렇게 해주세요...』<br />
<br />
그럼- 이라고 하며 선배가 앞으로 나가 그것과 정면으로 대치했다.<br />
『어이! 덩어리! 여기 좀 보시지!』<br />
『으으.. 하찮은 인간따위...』<br />
<br />
파악-!!!!!<br />
좀전과는 다른 기묘한 공명음이 들리고, 그것의 앞에 정말로 커다란 붉은 눈동자가 나타났다.<br />
<br />
새빨간 피의 눈들.<br />
그것들이 서로를 바라보며 눈싸움을 시작한다.<br />
<br />
얼마의 시간이 흘렀을까....<br />
<br />
선배가 무릎을 꿇고 쓰러진다.<br />
동시에 그것이 련의 몸안으로 빨려들어간다.<br />
털썩-<br />
그리고 쓰러지는 련이.<br />
<br />
아아아아........<br />
<br />
련이에게로 달려갔다.<br />
조용히 잠들어 있는 그 모습이, 지금이라도 당장 부서질 것 같이 위태위태해서.. 너무.. 슬프다.<br />
련이를 조심스레 안아 올려 끌어 안았다.<br />
<br />
아아....<br />
눈이.. 뜨겁다.<br />
뭔가가 흘러 내리는 것... 같..다.<br />
<br />
『으흑...─── 흑....──── 련아... 이젠.. 이젠 괜찮아...』<br />
<br />
흘러내리는.. 그 무언가...<br />
<br />
내 품안에 있는...<br />
<br />
내가 　　하는 사람...<br />
내가 　랑하는 사람...<br />
내가.................<br />
<br />
아아아아아─────.<br />
<br />
잊혀졌던... <br />
아니... <br />
잊어버린 그 기억이. <br />
돌아온다.<br />
<br />
하얀... 눈의 세상.<br />
<br />
그 속에서 나는...<br />
이 소녀를.... 만났고....<br />
<br />
이 소녀를........<br />
사랑했다.<br />
<br />
사랑하는..<br />
사랑하는..<br />
나의.. 련.<br />
<br />
*****<br />
<br />
한참을 그렇게 울다가 다시 재정신을 차리고는 앞에 보이는 건물 안으로 둘을 데리고 들어갔다.<br />
그 건물안에 있는 까페.<br />
오컬트 까페-아카식 드라이브(Occult Cafe-AKashic Drive). 그것이 말했던. 내가 도착해야 했던 장소였다.<br />
<br />
그 안으로 들어서자 까페의 오너라는 한 아가씨가 나를 반겼고, 오너는 쓰러져 있는 선배와 련이를 적당한 곳에 눕혀주는 수고를 마다않고 해주었다.<br />
<br />
『....감사합니다』<br />
『아, 그렇게 말씀하실 필요 없어요. 보나마나 아연씨에게 휘말린 걸텐데』<br />
『....────』<br />
...누가 누구를 휘말리게 했다고?<br />
틀렸어요.<br />
내가 선배를 휘말리게 한거지.<br />
<br />
둘을 눕히고 나자, 그제서야 겨우 한숨 돌리고 오너와 마주 앉았다.<br />
정말로 선명한 금발을 양쪽으로 묶어내린 그 모습을 보니 나와 같은 나이 같다. 그런데도.. 한 까페의 오너 라니..<br />
저 어린나이에 벌써 독립..인건가?<br />
...외국인이라서 그런걸까.<br />
<br />
『...실례가..되지 않는다면.. 여기는?』<br />
『으음... 아연씨에겐 이야기를 듣지 못하신 모양이군요. 간판에 걸려있듯이 오컬트 까페에요』<br />
....알고 있다. 들어올때 분명히 보았으니까..<br />
하지만... 아무리 오컬트라고 해도 이건...<br />
일어날 수 없는.. 일이다.<br />
<br />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건가....?<br />
<br />
『혹시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무슨 일이 있었는지 물어도 괜찮을까요?』<br />
....나도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고 싶다.<br />
『.....네』<br />
그러니까 이 오너에게 말하면 알지도 몰라.<br />
<br />
그것이 나왔던 꿈에서부터 시작해서, 천천히 오늘 하루 있었던 일을 얘기했고, 그녀는 처음부터 끝가지, 굉장히 차분한 태도로 나의 얘기를 경청하는 모습을 보였다.<br />
덕분에, 말하는 나 자신조차도 지금 말하고 있는 것이 믿을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되질 않는다.<br />
『굉장한 일을 겪으셨군요... 많이 놀라셨겠어요』<br />
....많이 놀란 것 만이 아니라...<br />
이 마음이 허물어졌다.<br />
사랑하는 사람을 지킬 수 없음이..<br />
이 마음을 허물게했다.<br />
<br />
『...예───, 련이는.. 도대체...』<br />
도대체 어떻게 된걸까..<br />
<br />
끼익─.<br />
호랑이도 제말하면 온다고 했던가.. 련이가 문을 열고 나왔다.<br />
이전에 비하면 훨씬 더 길어긴 흑발에.. 붉은 눈.<br />
....두렵다.<br />
내가 이전에 알던 련이가 아닐 것 같아서.. 너무도 두렵다.<br />
<br />
하지만, 그 불안한 표정을 보니 도저히 가만히 있을 수 없다.<br />
『련아!』<br />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련이를 불렀다.<br />
『에?....아──』<br />
깜짝 놀랐다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가, 볼을 잔뜩 부풀린다.<br />
아아... 다행이다. 저 모습. 이전 그대로의 련이이긴 하지만, 놀라지는 않았을까 걱정된다.<br />
<br />
오너에게 고개를 숙여 미안함을 표하고는 련이에게 달려갔다.<br />
<br />
『련아... 괜찮아?』<br />
『괜찮냐니.. 무슨소리야? 분명 집에서 자고 있었는데... 여긴 또 어디고...』<br />
..........아?<br />
기억... 못 하는건...가?<br />
.....다행...<br />
정말.. 다행이다.<br />
그런 일따위.... 없었던 일이야..<br />
<br />
『......으으응.... 아무것도..... 아무것도 아냐...』<br />
『...뭐야? 바보. 응? 왜... 왜 울어...』<br />
『─────아?』<br />
울어?<br />
손으로 눈가를 훔쳐보았다.<br />
눈물..이다.<br />
<br />
너무 기쁜걸까.. <br />
련이가 지금 내 앞에 이렇게 서 있다는 사실이. <br />
<br />
『...아냐──』<br />
『왜 그래... 어디 아파?』<br />
실컷.. 실컷 걱정시켜놓고.. 네가 그렇게 걱정스럽다는 표정을 지으면 어떻하는거야...<br />
『──그런거 아냐-.. 괜찮아──』<br />
<br />
손을 들어 련이의 머리를 쓰다듬자, 손에 느껴지는 감촉이 이전보다 더 부드럽다. 더 부드러운데.. 마음에 안 든다.<br />
그것과 관련이 있단 것 때문에...<br />
『우우.. 뭐야 뭐』<br />
<br />
하지만, 그래도..<br />
『다행..이야──』<br />
너무나도 다행이다.			 ]]> 
		</description>
		<category>Another Genesis</category>

		<comments>http://erid.egloos.com/860867#comments</comments>
		<pubDate>Thu, 27 Jan 2005 16:21:51 GMT</pubDate>
		<dc:creator>에리드</dc:creator>
	</item>
	<item>
		<title><![CDATA[ Another Genesis ]]> </title>
		<link>http://erid.egloos.com/856208</link>
		<guid>http://erid.egloos.com/856208</guid>
		<description>
			<![CDATA[ 
  <div style="text-align:center"><img class="image_mid" border="0" onmouseover="this.style.cursor='pointer'" alt="" src="http://pds.egloos.com/pds/1/200501/27/06/b0033506_3345658.jpg" width="500" height="446.875" onclick="Control.Modal.openDialog(this, event, 'http://pds.egloos.com/pds/1/200501/27/06/b0033506_3345658.jpg');" /></div><br />
<br />
기억나지 않는 애틋한 추억.<br />
<br />
잊혀진건가.<br />
<br />
잊어버린건가.<br />
<br />
<br />
꿈.<br />
<br />
사라져버린 기억의 일부분.<br />
<br />
꿈.<br />
<br />
소중한 누군가를 구하기 위한 장소.<br />
<br />
-------------------------------------------------------------------------<br />
<br />
그림 선택하기가...<br />
너무 으엉..<br />
[머엉]<br />
<br />
한번 썻던걸 또 쓸수도 없고 말이죠.<br />
그런 의미에서 좋은 그림 있으면 추천 좀.. [머엉]<br />
<br />
그리고 오알에 오류가 있어 이번 글을 쓰면서 수정했습니다.<br />
<br />
<오알내용><br />
<臨終の使者> 올해로 15세 되는 정인은 지금-<br />
<臨終の使者> 소녀"으응...련이라고 해요 14살..."<br />
<br />
실제로 오알 상에서 정인과 련이의 나이차는 2살인데 말이죠. 저렇게 되버렸네요.<br />
그래서 소설상에서는 정인 14세, 이련 12세로 되었습니다.<br />
<br /><br />『하아─』<br />
어젯밤부터 내리기 시작한 눈은 아직도 끝을 모르고 내리고 있다.<br />
사박- 사박-.<br />
너무나도 오래간만에 보는 새하얀 비.<br />
덕분에 나도 모르게 감상에 젖어드는 것 같다.<br />
『춥네』<br />
하지만, 덕분에 지나치게 추워서 잠시도 서 있지 못하겠다.<br />
<br />
그래도 어쩔 수 없이 한참을 서있자 4번째 기차가 시끄러운 소리를 내며 역으로 들어오기 시작했다.<br />
「이번역은 창원, 창원 입니다」<br />
단조로운 안내 음성이 흘러나오고나서 조금 후에 수많은 사람들이 몰려오기 시작했다.<br />
<br />
그렇게 순식간에 시끄러워진 역안에서 나는 이모를 찾으려고 이리저리 기웃거려 보았다. 뭐, 나로선 이모의 모습을 전혀 모르는 관계로 의미없는 행동에 지나지 않지만, 그래도 이리저리 얼굴을 비치고 다녀야 이모가 날 좀 더 빨리 찾을 수 있지 않을까?<br />
<br />
『흐으으음.. 이번에는 좀 오셨으면 좋겠는데.. 너무 지나치게 춥잖아』<br />
그렇게 여기저기를 기웃거리는데 군중속에서 불안한 표정으로 여기저기를 둘러보는 한 소녀를 보게 되었다.<br />
<br />
────────두근.<br />
<br />
저 나이 또래치고는 꽤나 길다란 머리.<br />
머리에 묶은 붉은 리본과 몸을 감싼 코트는 너무나도 잘 어울린다.<br />
<br />
부모님을 잃어버리기라도 한걸까.<br />
<br />
천천히 그쪽으로 걸어갔다.<br />
주위를 두리번 두리번 거리던 그 아이는 자신에게로 다가오는 날 보자 쭈뼛쭈뼛해져서는 더 불안한 기색을 띄웠다.<br />
<br />
『저기, 길이라도 잃어버렸어? 꼬마 아가씨?』<br />
몸을 숙여 그 소녀와 눈높이를 맞춘채 조용히 입을 열었다.<br />
<br />
내 말에 소녀는 불안한 표정을 지우지 않은채 고개를 끄덕끄덕 거리고, 다시한번 주위를 휙휙 둘러보았다.<br />
『부모님은?』<br />
도리도리─.<br />
부모님.. 안 계신건가?<br />
『그럼 혼자 온 거야?』<br />
도리도리─.<br />
에.. 그러니까 종합해보면 부모님을 잃어버렸어요 인가.<br />
그럼 일단은... 안내원에게 말해놔야겠지?<br />
『그럼 잠시만 여기 있어봐. 그런데 이름이?』<br />
소녀가 뭔가 중얼중얼 거린것 같기는 하지만 주변이 너무 시끄러운데다가 소리조차 작아서 전혀 들리질 않았다.<br />
<br />
『저기저기─ 잘 안들려』<br />
『어, 엄마가 처음 보는 사람한텐 이야기 하지 말랬어요...』<br />
........하아───.<br />
정말 말 잘 듣는 착한 아이구나. 어머니에게 귀염 받겠어.<br />
그렇지만 나에게는 정말 안 좋은 일이잖아.<br />
<br />
『그래. 그럼 저기 개찰구 보이지? 저기에 가서 부모님을 잃어버렸다고 하면 방송 해줄꺼야』<br />
소녀가 고개를 끄덕인다.<br />
『그래─, 그럼』<br />
그리고는 뒤로 돌아 돌아가려고 했다.<br />
뭐, 하지만... 여기서 돌아 갈 수 있을리가 없지.<br />
<br />
예상대로 뒤에서 내 옷을 잡아 당기는게 미약하게 느껴졌고, 나는 곧바로 몸을 돌렸다.<br />
울듯한 표정으로 나를 올려다보는 소녀의 모습.<br />
<br />
────────두근.<br />
<br />
후우...<br />
이 두근거림을 조용히 참고 있는 나를 너무 애먹이지 말라고.<br />
그런 모습으로 나를 보면...<br />
끌어안고 싶잖아.<br />
<br />
『...왜 그래? 꼬마 아가씨?』<br />
『저, 저 아저씨... 무서워요...』<br />
소녀는 개찰구에 서있는 아저씨를 손으로 가리키며 그렇게 말했다.<br />
...뭐, 저 정도면 평범하게 생겼지만 이 아이로서는 무서운 상황이겠지─.<br />
<br />
『그럼 저기 의자 보이지? 일단 저기에 좀 앉자』<br />
난 그렇게 말하며 소녀를 데리고 느릿느릿하게 의자로 걸어갔다.<br />
내 옷을 꼭 잡은체 뒤에서 졸졸졸 따라 오고 있는 소녀를 보고 있자니, 안그래도 느린 걸음이 더 느려진다.<br />
<br />
처음볼때부터 두근거린 이 마음.<br />
그리고 힐끔힐끔 소녀를 쳐다보며, 그 모습을 조금이라도 더 자세히 보려고 하는 이 눈.<br />
조용조용히 들려오는 숨소리 마저도 놓치지 않으려고 하는 이 귀.<br />
그 모든것이 너무나도 당연한 일 같이 느껴진다.<br />
<br />
첫눈에 반했다──.<br />
라는 걸까나.<br />
<br />
그 조그마한 소녀를 살짝 들어 의자에 앉히고나서, 그 옆에 털썩 앉았다. <br />
손을 무릎위에 올린체 다소곳이 앉아 있는 모습이나-비록 불안한 모습이긴 하지만-, 묘하게 순종적인 분위기를 봐서는 매우 귀하게 자란 아이같다.<br />
<br />
『아까도 물어봤지만, 이름이?』<br />
『으응... 련이라고 해요.. 12살』<br />
아아──.<br />
나보다 2살 어리네. 좋은 나이구나.<br />
이야기를 더 나누고 싶긴 하지만... 그랬다간 더 불안해하겠지.<br />
슬슬 부모님을 찾아야지.<br />
『련이라... 이름 좋은걸. 뭐─ 그럼 귀 좀 잠깐 막아볼래?』<br />
소녀는 의아한 표정을 지으면서도 눈을 꼭 감고 귀를 틀어막았다. <br />
아아, 정말로 사랑스러운 모습이다. <br />
조금만─, 조금만 더 그 모습을 지켜보고 싶지만..<br />
<br />
『련이 부모님 되시는 분!!!!!!!!!!!!!!!』<br />
역안에 완전히 울려퍼지도록 크게 고함쳤다. 이 정도면 못 들을리가 없겠지.<br />
<br />
얼마 안 있어 사람들 사이를 헤치고 소녀의 언니처럼 보이는 사람이 다가왔다.<br />
20대초반? 아니, 많이 쳐줘도 절대 30은 안 넘을 것 같은 분이였다.<br />
『어머나, 련이 이런대 있었네-』<br />
『아아, 언니 되시나요?』<br />
『아, 엄마다...』<br />
.......엄마?<br />
혹시나 해서 주위를 조금 둘러봤지만, 역시나 우리에게 다가온 사람은 이 분 뿐이였다.<br />
아니... 설마 어머니라고 한다면 도대체 결혼을 몇살에...<br />
<br />
소녀는 내 당혹감따위는 전혀 문제가 안되는 듯 총총걸음으로 자신의..... 어머니에게로 다가갔다.<br />
그 소녀를 다정히 끌어안고 머리를 쓰다듬어 주는 모습이 정말──, 자매같다.<br />
<br />
『으으으음.. 어머니 되시나요?』<br />
당혹감을 미처 다 감추지 못하고 입을 열었다.<br />
『아, 그래요. 정말 고맙... 응?』<br />
그 분은 소녀를 안아들고 천천히 몸을 일으키며 그렇게 말하다가 갑자기 재밌다는 표정을 짓더니 쿡쿡거리며 웃기 시작했다.<br />
...내 얼굴에 뭐가 묻었나...?<br />
<br />
『저.. 왜 그러시죠?』<br />
『우리 정인이, 많이 컷네? 이제는 쪼-금이지만 남자티도 나는걸?』<br />
...어라? 어디서 본 적이 있던 분인가?<br />
그렇지만... 난 전혀 기억이 안 나는데...<br />
<br />
『에에... 저 아시는 분이신가요?』<br />
『응? 언니한테는 이야기 못 들었어?』<br />
...언...니?<br />
.....언니라니.....<br />
.........엄마?<br />
이모 쪽에서... 날 알아본....다...고<br />
『.....이모?』<br />
『그래, 정말 오랜만이네~』<br />
.....그럼, 저 소녀..는?<br />
『자, 련이 인사해야지. 정인이 오빠란다.』<br />
<br />
어머니의... 손길에 이끌려 다시 땅으로 내려온 소녀는 아까..에 비하면 훨씬 부드러워진 표정으로 웃으며 나에게 인사했다.<br />
『응, 오빠 안녕』<br />
『...안녕하세요』<br />
『우우... 안녕하세요...』<br />
안녕...?<br />
안녕한가?...<br />
<br />
이만큼이나...<br />
나를...<br />
두근거리게 만들었던 소녀가...<br />
내 사촌..이라고?<br />
<br />
………………<br />
………………<br />
………………<br />
.....아아아───.<br />
<br />
얼마나 짗굿은 세상인가.<br />
<br />
처음으로 두근거린 이 가슴이.<br />
이젠 뛸수조차 없다니.<br />
<br />
하얗게 점멸되어가는 시야 속에서 소녀만이 눈에 들어온다. 두근두근거리는 가슴은 멈추지 않는다.<br />
하지만.<br />
멈춰야한다.<br />
<br />
그러니까──.<br />
이런 기억은 잊어버리자.<br />
다시는 기억하지 말자.<br />
가질 수도 없고, 이룰 수도 없는 사랑 아닌가.<br />
<br />
이 두근거림도.<br />
지금의 이 모습들도.<br />
다 잊어버리고 새로 만들어내자.<br />
<br />
나는 지금 이 소녀를 처음 본 것이고, 그 전까지의 일은 없었던 거다.<br />
그러니까, 이 소녀에게 느꼈던 그 감정들은.<br />
...모...두.. 없었던... 일이다.<br />
<br />
『아아. 그래』<br />
웃으면서 그 인사를 받았다.<br />
<br />
*****<br />
<br />
『오빠─ 빨리!』<br />
...누..군.....가가 날... 흔들고... 있는게 느껴진다..<br />
하..지만.. 왜.. 날 깨우는.. 거지?<br />
나..는 분명 방금....까지 그곳..에...<br />
<br />
.....?<br />
그...곳?<br />
..여기...가 어디지?<br />
<br />
으슬으슬한.. 몸...과 뻐근한 허리...<br />
<br />
아...<br />
쇼파..에서 잠..들었구나.<br />
<br />
그럼.. 그곳..은?<br />
하..얀.. 눈의... 세..상...?<br />
<br />
꿈...?<br />
꿈이라도... 꾼.. 걸까..<br />
너무나..도.. 그리..웠는데...<br />
<br />
흔들..흔들하고 계속... 몸이 흔들...린다.<br />
<br />
지금 내 몸을 흔드는건...<br />
련...인가.<br />
<br />
『...지금 안 일어나면, 아침 밥 안 준다?』<br />
...나도 일어나고 싶지만...<br />
눈꺼풀이 너...무 무거워...<br />
『....그건... 좀.. 곤란한데』<br />
<br />
흔들흔들─.<br />
...그래도 멈추지 않고 계속해서 내 몸을 흔들어대는 련이의 성화에 못이겨, 결국은 눈을 떴다.<br />
한참을 깨워도 일어나지 않은 것 때문인지, 조금 새침해진 련이의 표정이 눈에 들어왔다.<br />
하아...<br />
피곤하다.<br />
『빨리 일어나, 바보. 쇼파에서 자면 몸에 안 좋다는 것 정도는 알텐데』<br />
『...아아... 그래...』<br />
머리를 흔들어 정신을 차리려고 해봤지만 전혀 소용이 없었고, 그래서 뻘쭘히 눈만 뜬체 가만히 련이를 바라보고만 있었다.<br />
『...뭐하느라고 소파에서 잔거야? 우우... 진짜』<br />
볼을 잔─뜩 부불리며 나를 쏘아보는 련이.<br />
아아, 귀엽다.<br />
<br />
그런 생각에, 나도 모르게 멍하니 웃으며 손을 들어 련이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br />
부드러운 머리결이 만들어내는 물결이 너무 사랑스럽다.<br />
이대로 멈춰버렸으면 좋겠지만, 그런 택도 없는 희망따윈 버려야지.<br />
<br />
『...지금 몇시야?』<br />
『9시』<br />
.......?<br />
9시?<br />
『..........에에?』<br />
『우리학굔 오늘 개교 기념일인데』<br />
.......어라?<br />
『...................늦었잖아!!!!!!』<br />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br />
9시라니 9시라니.<br />
정말 지금까지 안 깨우고 뭐한거야 련이는!<br />
『농담이니까 빨리 씻고와서 밥 먹어』<br />
『........』<br />
련이는 눈을 가늘게 뜨고 자신을 쳐다보는 내 모습엔 신경도 쓰지 않고, 혀를 빼꼼 내민 후 흥얼거리며 식탁으로 걸어갔다.<br />
<br />
『뭐... 어쨌든 잠은 깼네』<br />
확실히 9시라는 소리가 효과는 있었다. 몽롱한 정신을 완전히 날려버렸으니까.<br />
그렇다곤해도... 하아───.<br />
좀 더 귀엽게 깨워줄 순 없는건지.<br />
<br />
<br />
피곤한 관계로 대강 씻은체 식탁으로 걸어가, 내 자리를 찾아 앉았다.<br />
김이 모락모락 올라오는 식탁이였지만, 유일하게 한 자리. 내 앞에서만 김이 올라오지 않았다.<br />
『아아─, 약속 지켰구나』<br />
매우 감동적인 표정을 지으며 련이를 바라보았다.<br />
『먼저 만들어서 식히느라 힘들었으니까 남기면 다친대를 꼬집어줄꺼야』<br />
『아아──, 이거라면 문제 없어』<br />
그러면서 고개를 끄덕끄덕 거리자 련이가 그런 나를 보면서 식사를 시작했다.<br />
어제도 깨작깨작 밥을 먹긴 했지만..<br />
오늘은 정말 밥을 먹는게 아니라 밥을 세고 있는것 같다.<br />
정말 아무리 다이어트라고 해도 저건 너무 심한데...<br />
『...식욕이 없어?』<br />
『응? 아아... 으응』<br />
하 핫 하고 어색하게 웃으며 대충 넘어가려는 모습이 너무 눈에 잘 들어온다.<br />
뭐... 굳이 하고 싶지 않다면 다른 얘기를 해야지.<br />
<br />
『으으음──, 개교 기념일이란 것도 거짓말이였어?』<br />
『그야, 개교 기념일인데 교복을 입을리는 없잖아』<br />
개교 기념일이라고 해도 말이지.<br />
『난 또 련이가 교복을 너무 좋아해서 평소에도 입고 다니는 줄 알았지』<br />
『말도 안돼』<br />
련이는 정말 황단하단 표정을 지으면서 반찬 하나를 입으로 가져갔다.<br />
『웁──』<br />
마치... 입덧이라도 하듯이 신음을 내뱉으며 손으로 입가를 가리는 련이. 그러다가 조금 후 겨우겨우 그걸 넘겼다.<br />
『....왜 그래. 정말 어디 안 좋은거야?』<br />
『응?... 아, 조... 조금...』<br />
하 핫.<br />
아까랑 똑같은 웃음.<br />
『...밥도 재대로 못 먹는데?』<br />
『...에... 그냥... 조금 식성이 없을 뿐이야』<br />
하아... 바보 같으니.<br />
어디가 안 좋으면 어디가 안 좋다 말을 해야 알지.<br />
그렇게 말하고 싶지 않은것?<br />
후우─.<br />
그럼 네 소원대로 하지, 뭐.<br />
<br />
『뭐, 그래. 설마 입덧일리는 없으니. 하하핫』<br />
분위기를 바꿔볼려고 웃어댔으나, 그건 내가 생각해도 어색한 웃음이다. 하지만, 련이는 전혀 알아채지 못한 것 같았다.<br />
『...뭐야, 바보』<br />
...전혀 알아채지 못했지만, 왜인지 흥- 하며 삐져서는 방안으로 들어가버렸다.<br />
『......』<br />
갑자기 일어난 사태에 정신 수습이 안되어 멍하니 방문을 바라보고 있자 련이가 가방을 들고 방에서 빠져나와선, 주저없이 신발을 신기 시작했다.<br />
....저건 설마?<br />
『나 먼저 갈래』<br />
『....벌써 가려고?』<br />
『오늘은 선도 있으니까』<br />
<br />
....핑계라고 하는거야 그거?<br />
<br />
『기왕이면 같이 가지. 아- 그래. 나도 지금 나갈께 기다려』<br />
『괘, 괜찮다니까?』<br />
련이의 당혹한 목소리를 뒤로한채, 재빨리 자리에서 일어나 방안으로 달려가려고 했지만 갑자기 드르르륵- 거리는 소리와 함께 식탁위에 놓여있던 핸드폰이 울렸다.<br />
<br />
문자?<br />
폰을 집어 듀얼 윈도우에 뜨는 내용을 슬쩍 쳐다보니<br />
「오늘은 몸 괜찮아? 저기, 안 좋으면 선생님께 말씀 드릴테니까 집에서 쉬어」<br />
라고 적혀있었다.<br />
<br />
.......하루 이틀이... 아닌건가?<br />
이런 문자까지 올 정도면...<br />
<br />
『련아?...정말 괜찮아?』<br />
어제도 걱정을 시키더니...<br />
오늘도 그러는거야?<br />
『그.. 그럼. 뭐야, 굼뜨기는 역시 나 먼저...』<br />
그러면서 련이가 몸을 돌려 나가려고 하기 전에, 손짓을 해 련이를 불렀다.<br />
『안 오면 내가 간다?』<br />
『웃... 괘, 괜찮다니까 그러네』<br />
련이는 그러면서 몸을 슬금슬금 뒤로 뺐다.<br />
하아.<br />
『안 오지?』<br />
척척척 련이에게 다가가서는 련이의 이마에 손을 대어봤다.<br />
.........<br />
열은... 정말 조금있는걸.<br />
『열.. 조금 있네』<br />
『그정도는 괜...』<br />
<br />
털썩.<br />
................<br />
말을 하다가 갑자기 자리에 주저 앉아 버린다.<br />
『어....라..?』<br />
멍..하니 나를 올려다보는 련이.<br />
자기 자신도 어떻게 된 일인지 모르겠다는 표정이다.<br />
<br />
.....말 없이 련이를 부축해 방 안으로 데리고 들어갔다.<br />
<br />
『....너 정말 왜 그래──. 안 좋으면 안 좋다고 말을 해야 알꺼아냐. 하아───』<br />
그래도 지지 않고 련이는 입을 연다.<br />
『그, 그냥... 미끄러진거야』<br />
그냥 아프다고 말해.<br />
왜 그렇게 고집을 피우는거야.<br />
『그럼 다시 한번 서봐』<br />
련이는, 그런 내 말에 시선을 돌린채 나를 쳐다보려 하지 않았다. 적어도 일어나려는 기색은 없다.<br />
스스로도 궁색한 변명이란걸 안걸까.<br />
<br />
이래서야 련이를 학교에 보내지도, 집에 혼자 두지도 못하겠다.<br />
『...그럼 오늘은 학교 쉬어. 간병이라도 해줄테니까』<br />
『으응... 아냐, 오빠는 학교 가야지』<br />
결국은 포기한건지 순순히 승락한다.<br />
그렇지만 재대로 일어서지도 못하는 아이를 두고 나보고 어떻게 학교에 가란 말이야?<br />
『재대로 서지도 못하면서 끼니나 챙겨 먹겠어?』<br />
『...괜찮아, 다이어트 중이니까』<br />
..바보 같으니.<br />
손가락을 들어 련이 이마를 가볍게 튕겼다.<br />
『아플 때 더 잘 챙겨 먹어야 되는거야』<br />
몸을 움찔하며 움츠렸다가, 맞고나서는 다시 나를 올려다보며 칭얼거리는 련이를 보자 저절로 한숨을 푸욱 나온다.<br />
<br />
『하여간 학교는 안 갈꺼야』<br />
내 말에 순식간에 련이의 표정이 뾰루퉁해졌다.<br />
『...안돼, 빨리 가. 엄마랑 이모한테 이른다?』<br />
잘못한게 없는 나를 뭘로 이르지?<br />
간병을 한게 잘못인가?<br />
『이모한테  이모 딸네미가 무리한 다이어트로 쓰러져서 일어서지도 못해, 눈물을 머금고 어쩔 수 없이 간병했습니다. 라고 해야지 뭐.』<br />
『우우.. 오빤 고등학생이잖아, 출결사항 같은거 중요하단 말야, 빨리가』<br />
됐어요 됐어요 아가씨.<br />
어차피 지금 학교는 완전히 놀자판이라고. 가봤자 공부도 하나도 안 하고, 심지어는 선생이 안 들어온적도 있다고?<br />
그러니까 안 가도 괜찮아.<br />
『됐어, 됐어. 오늘은 땡땡이』<br />
그리고 련이의 잔소리를 듣지 않기 위해 재빨리 방을 빠져나왔다.<br />
<br />
그럼.. 명진이에게 연락해볼까.<br />
아무리 땡땡이라곤해도 일단은 적당히 둘러대놔야 나중이 편할테니까.<br />
<br />
가벼운 통화음이 들리고 곧 명진이의 목소리가 들렸다.<br />
「여보세요?」<br />
『명진이냐- 몸은 괜찮냐?』<br />
「응? 뭐야, 미스 정이군, 뭐 이 정도론 끄떡없지. 왜?」<br />
.....수화기를 그대로 던지려다가 간신히 참았다.<br />
『......학교는 가지? 나 오늘 학교 안 갈테니, 선생님에게 말 좀 잘해』<br />
「엥? 뭐야 학교를 빼먹겠다니 왜?」<br />
『련이가 좀 아파서 말이지』<br />
「뭐?!!!! 내 신부가 왜!!」<br />
....다시한번 던질뻔 했다.<br />
『몰라도 되고, 어쨌든 말 좀 잘 해』<br />
「쳇, 뭐 그래. 신부 간호 잘 해주고. 아, 참참참참. 정인아 토요일에 시간있냐?」<br />
『토요일?』<br />
「어, 토요일」<br />
...련이가 말한게 토요일인가 일요일인가...?<br />
.....물어봐야겠는걸.<br />
『잠깐만 기다려봐』<br />
수화기를 내려놓은체 련이의 방으로 들어가자 련이가 침대에 누워선 볼을 잔뜩 부불린체 날 쏘아보았다.<br />
<br />
저기, 그래도 전혀 안 무서운데.<br />
련이 앞으로 다가가서 두 볼을 꾹- 눌러서 부푼 볼을 다시 집어넣었다.<br />
『우우... 진짜 학교 안 갈꺼야?』<br />
『하핫. 벌써 얘기 다 끝났어. 그런데 련아. 데이트 토요일에 할꺼야 일요일에 할꺼야?』<br />
『...오늘도 내 말 안들었으니까, 둘 다 투자해』<br />
...둘 다 투자라니. 그건 좀....<br />
『...기다려봐』<br />
바쁘다. 바빠.<br />
다시 전화기로 달려갔다.<br />
『무슨 일인데. 일단 듣고 결정해야겠다』<br />
「흐음.. 그게 말야... 으음...」<br />
....왜 녀석 답지 않게 뜸을 들이고 있는거야.<br />
빨리 빨리 말하라고.<br />
『뭐야. 뜸들이지 말고 빨리 말해』<br />
「너 저번에 나한테 오컬트에 좀 관심이 있다고 했었잖아」<br />
어라, 그랬던가.<br />
확실히.. 오컬트쪽이라면 꽤나 관심을 가지고 있지만 그걸 명진이 녀석에게도 말한적이 있나..?<br />
「그 얘기 듣고 거기에 빠삭한 사람한테 물어봤는데, 여기 근처에 그 관련해서 괜찮은데가 있다고 해서 한가하면 같이 들려볼까- 하고」<br />
으으음.. <br />
꽤나 관심이 가는데...<br />
그런데 명진이가 그런걸 조사한 것도 대단한데 나한테 같이 가자고 할정도라니. <br />
사실 녀석도 그런데 꽤 관심이 있는게 아닐까.<br />
<br />
「...실은 거기 오너가 엄청난 미인이래」<br />
........<br />
........<br />
네 녀석이 그럼 그렇지.<br />
『위험한 녀석』<br />
「하하하, 궁금증도 풀고 뭐 1석 2조 아니냐」<br />
<br />
...어쨌든.<br />
련이는 오컬트쪽에 관심이 없는 것 같은데...<br />
데이트 도중에 그런델 가자고 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br />
『뭐, 일단 생각해보고 결정나면 말해줄께』<br />
「그래. 참 그리고 말야 안지현 그 새끼 전치 3주라던데? 완전 맛이 갔어. 대체 어떻게 된거냐? ...실은... 밤마다 마법수련이라도 한다던지... 아- 뭐 그건 거기가서 한번 물어보면 되겠네. 윽?! 담임이다. 끊는다」<br />
뚝- 띠-... 띠-...<br />
<br />
뭔가 한참을 자기 할말만 해대던 명진이 드디어 전화를 끊었다.<br />
토요일──, 토요일이라...<br />
련이를 어떻게 잘 설득하면 갈 수 있을지도 모르겠는데.<br />
멍하니 서서 한참을 고민하다가, 문득 아직도 내가 수화기를 들고 있다는 사실을 자각했다.<br />
<br />
아아─.<br />
나한테 고민같은건 어울리지 않아. 일단 말부터 해봐야겠다.<br />
<br />
수화기를 내려놓고 련이의 방으로 돌아갔다.<br />
다시한번 부풀어 있는 볼을... 볼 수는 없었지만 그래도 조금은 새침한 표정이였다.<br />
완전히 납득할 수는 없다──, 라는 거겠지.<br />
<br />
『...바보 오빠』<br />
바보라니? 내 앞에 있는 누구보다?<br />
『그에 못지 않은 바보 동생이 있으니 괜찮아. 자자─, 그런데 토·일 일정은 네가 짤꺼야? 아니면 꼭 들러야 할 곳이 있다던지?』<br />
토요일은 없었으면 하는데 말이지...<br />
『으응... 일요일은 특별히 상관없지만...』<br />
...토요일에 만나기로 되있구나.<br />
하아─.<br />
『토요일에 돌아볼 코스는 상대쪽이 정할꺼야』<br />
정말.. 안타까운데.<br />
그런쪽이라면 정말 한번쯤은 가보고 싶었는데 말이지...<br />
『토요일은 어쩔 수 없다 이거네... 흐응.. 곤란해』<br />
『...왜?』<br />
『아?..아아. 아니, 명진이 녀석이 오컬트 관련점을 알아와선 나보고 토요일에 가자고 해서 말야. 뭐, 꼭 그날 갈 필요는 없으니 괜찮겠지. 하핫』<br />
일단 말은 그렇게 했지만, 얼굴에 저절로 떠오르는 표정은 막을 수가 없었던 모양이다.<br />
나를 보고 련이가 굉-장히 아쉬어 보이는데 라고 말한걸 보면 말이다.<br />
뭐, 아쉽긴 정말 아쉽지.<br />
그런 곳 쉽게 갈 수 있는데가 아닌 그런 느낌이 들잖아.<br />
<br />
적당한 신음과 함께 괜찮다면서 손을 저었다. 못 가는 거면 빨리 빨리 잊어버려야지.<br />
『지금이라도 학교 가면, 일요일로 해줄 수 있는데』<br />
......지금 학교를 가라고?<br />
『.....벌써 손은 다 써놨는데, 갑자기 학교에 가서 '선생님! 200년된 산삼을 구해서 몸이 다 나았습니다!' 라고 할까?』<br />
련이의 표정이 장난스럽게 변한다.<br />
킥하고 웃으면서 좋아하는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았다.<br />
『으응- 나야 오빠 안 가면 좋지. 간호도 받고. 그럼, 오늘 하는거 보고 생각해볼께』<br />
아──.<br />
그럼 오늘은 최대한 봉사를 해야겠군.<br />
그래야 련이 기분도 계속해서 좋을테고, 나에게도 좋은 일이 될 수 있을테니.<br />
좋아 좋아.<br />
두명 다 좋으면 좋은거지.<br />
<br />
『그래그래. 그런데 정확히 어디가 안 좋은거야?』<br />
그걸 알아야 뭘 어떻게 하든지 할테니까 말야.<br />
『으음... 그냥 현기증 나고... 힘이 없고... 뭐 먹으면 조금 구토감도 들고... 그리고.. 조금 추워』<br />
감기가 조금 심해진걸까...?<br />
아니, 감기라면 그 자리에서 주저 앉을 만큼 힘이 빠질리가 없잖아.<br />
<br />
한참을 끙끙 앓으며 고민하다가, 생각을 접어버렸다.<br />
...지식이라곤 전혀 없는 내가 이렇게 고민하고 있어봐야 결론이 나올리가 없으니.<br />
일단 이불이라도 덮어줘야겠다.<br />
『그럼 이불부터 두꺼운 걸로 바꾸고... 식사는... 죽이라면 먹을 수 있으려나?』<br />
『...저기.. 있잖아』<br />
혼자서 이리저리 중얼거리고 있는데 련이가 얼굴을 잔뜩 붉히면서 입을 열고는 조용조용히 말을 이어갔다.<br />
『옛날처럼... 안아주면 안되?』<br />
<br />
아.<br />
그러고보니 처음 만났을때는, 이모랑 엄마가 없어질때(?)가 빈번해서, 혼자 자기 무서워했던 련이를 안아주고 같이 잔 적도 있다.<br />
<br />
귀여운 동생이란 생각에 별 감흥은 없었고, 지금도 마찬가지다.<br />
<br />
뭐, 그럼 이걸 조금 써먹어 볼까.<br />
<br />
『으으으음~ 일단 조금이라도 더 식사하면 생각해보지』<br />
라고 하면서 미소를 지었다.<br />
『어때? 죽이라면 먹을 수 있을 것 같아?』<br />
『...몰라, 먹으면 다시 개워낼 것 같아...』<br />
안 좋은걸... 그 정도로 심한가.<br />
아무것도 안 먹어서야 빨리 나을리도 없고...<br />
에휴───.<br />
『그것 참 큰일이네..』<br />
『오빠가 안아주고 한숨자면 나을 것 같은데』<br />
련이는 계속 칭얼칭얼 거린다. 그래도 여기서 바로 잠자기엔 왠지 아까운걸.<br />
<br />
『으으으음-... 뭐 그래. 근데 너 교복 입고 자면 잔뜩 구겨질텐데 괜찮겠어?』<br />
『괜찮아, 조금 구겨진 정도는 금방 펼 수 있어... 오빠한테 갈아입혀 달라고 할 수도 없고』<br />
고개를 끄덕거렸다.<br />
그렇지. 갈아입혀줘~ 라고 해도 내가 거절했을걸. 다 큰애가 그래서야 곤란해.<br />
<br />
하지만, 그런 본심은 감추고 침대에 털썩 앉으며 련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br />
『아직 어린애라니까? 하핫.』<br />
내 말에 련이가 므으- 하며 볼을 부풀린다.<br />
『그래도 키는 많이 컸잖아』<br />
뭐, 그렇긴 하지.<br />
『으음- 내가 보기엔 아직도 꼬맹인데?』<br />
『거짓말』<br />
응, 거짓말이지.<br />
그때에 비하면 정말 많이 컷다니까.<br />
『하하하핫』<br />
그렇게 웃으며 계속해서 련이 머리를 쓰다듬었다.<br />
그렇게 조용히 내 손길을 받고 있던 련이가 문득 뭔가가 생각난 듯 다시 입을 열었다.<br />
<br />
『...이러고 있으니까 옛날 생각난다... 이모네 갔을때도 오빠가 간호해줬었는데』<br />
『으으으음- 그런 적도 있었던가』<br />
고개를 갸웃거려본다. <br />
그래도 기억이 떠오를리가 없다.<br />
『처음 만난 다음 날 바로 감기 걸려서 축제도 보러 못 가고... 오빠가 남아서 간호해줬잖아』<br />
아.. 그러고보니 그런 일이 있었구나.<br />
처음만난 날은 눈이 내리고 있어서, 꽤나 추웠다. 그런 추위에 꽤나 오래 걸은데다가 련이는 꽤나 몸이 약하기도 하니까 감기에 걸릴만도 하다.<br />
<br />
『아아아─, 그래그래. 그 날 많이 추웠지. 풋- 그러고보면 그때는 겁도 많은 꼬마 아가씨였는데』<br />
련이가 조금 움찔하는 모습을 보인다. 싫은 말이였으려나?<br />
『...뭐, 뭐야. 그땐 어렸으니까... 엄마가 나쁜사람 많다고 겁 많이 줘서 그랬다 뭐...』<br />
『하하핫, 실제로 처음에 날 보고 인사하고 난 후엔, 쭈뼛쭈뼛 해졌으니까』<br />
또 다시 무으- 하며 볼을 부풀린다.<br />
『...그러는 오빠야말로 애가 혼자서 불안에 떨고 있는데 개찰구 가서 말해봐라 그러고 가려 그러다니. 그땐 진짜 얼마나 무서웠는데. 내가 안 잡았으면 분명 신경도 안 쓰고 갔을거야』<br />
.....어라?...<br />
개찰구?<br />
혼자 불안에 떨어?..<br />
나를.. 잡아?<br />
<br />
───────하얀... 눈의.. 세상..<br />
<br />
그 속...에서...<br />
무슨...일이....있었더라...?<br />
<br />
기억....기억이....<br />
<br />
멍....하니 련이를 바라보다가..<br />
련이가 기다리는 침대 안으로 들어갔다.<br />
<br />
그 날.<br />
없어져버린.... 그 날.<br />
무슨 일이 있었던 거지...?<br />
<br />
『...오빠... 괜찮아?』<br />
먼곳에서 들리는 듯한 련이의 목소리가 나를 다시 현실로 끌어 당긴다.<br />
<br />
아...<br />
....생각은 그만두자.<br />
몸도 안 좋은 련이를 걱정시켜서야.<br />
<br />
『괜찮아. 자아, 너무 오래 얘기하고 있으면 더 아파질꺼야』<br />
그리고 련이를 슬며시 끌어 안았다.<br />
따스하고도 보들보들한게 몸으로 느껴진다. 게다가 묘하게 기분을 좋게 해주는 은은한 향까지 나는 것 같다.<br />
<br />
『흐으응... 오랜만이구나』<br />
『그러게... 에헤헤.. 따뜻하다』<br />
련이가 몸을 꼼지락 꼼지락 대면서 조금 더 나에게로 파고들자 그 체온이 더욱 더 따뜻하게 느껴졌다.<br />
<br />
『자아~ 그럼 이제 쉬어야지?』<br />
『응... 잘자, 오빠』<br />
피곤했던 모양인지, 말을 마치자마자 련이는 이내 잠에 빠져들었다.<br />
<br />
나도 조금은... 피곤하다.<br />
딱히 할일이 있는 것도 아니니까 이렇게.. 잠에 빠져들어야지.<br />
<br />
눈을 감았다.<br />
<br />
*****<br />
<br />
눈을 떴다.<br />
<br />
.....여긴?<br />
<br />
주변을 둘러보았다.<br />
<br />
기이하게 일그러진 세상.<br />
<br />
뭐가 뭔질 모르겠다.<br />
<br />
계속해서 주위를 둘러보았다.<br />
<br />
그런데 저 멀리.<br />
<br />
련이와.<br />
<br />
련이를 끌어안고 웃고 있는 소녀가 보였다.<br />
<br />
다가갔다.<br />
<br />
검은색과 하얀색으로 이루어진 드레스를 입고 있는 소녀.<br />
<br />
그 뒤로 솟아있는.<br />
<br />
검은 용.<br />
<br />
입을 벌리고 련이의 주위를 배회한다.<br />
<br />
「련아?」<br />
<br />
련이를 불렀다.<br />
<br />
하지만 련이는 날 돌아보지 않는다.<br />
<br />
그 눈에는 촛점이 잡혀있지 않다.<br />
<br />
소녀가.<br />
<br />
련이를 더 강하게 끌어안는다.<br />
<br />
그리고 그와 함께.<br />
<br />
용이 련이와 가까워진다.<br />
<br />
안돼.<br />
<br />
련이를 잡고 끌어당겼다.<br />
<br />
그랬다고 생각했다.<br />
<br />
하지만.<br />
<br />
미처 련이의 손을 잡기도 전에.<br />
<br />
순식간에 용에게 공격을 받았다.<br />
<br />
「으아아아아악!!!!!」<br />
<br />
죽을 것 같은 아픔.<br />
<br />
하늘과 땅이 몇번이나 뒤바뀌고 나서야.<br />
<br />
겨우 몸이 멈추었다.<br />
<br />
저절로 나오는 고통의 신음소리.<br />
<br />
그래도 몸을 일으켰다.<br />
<br />
벌레가 내 몸을 갉아 먹는 듯한 고통이 느껴지지만.<br />
<br />
그래도 걸어갔다.<br />
<br />
「...너.. 누구야」<br />
<br />
그것에게 물었다.<br />
<br />
「...호오- 설마하니, 인간이 다른 인간의 영적 내면까지 들어올 줄이야..」<br />
<br />
이상한 대답을 한다.<br />
<br />
알아 들을 수 없다.<br />
<br />
짜증이 난다.<br />
<br />
왜 련이를 잡고 있는거야.<br />
<br />
「......넌 뭐냐고!!!!!」<br />
<br />
화를 냈다.<br />
<br />
「...나는 외차원의 흐름을 관장하는 자... 삼라 만상을 다스리는 아홉 용의 하나다...」<br />
<br />
그게 뭔데.<br />
<br />
그런거 난 몰라.<br />
<br />
내가 지금 알고 있는건.<br />
<br />
네가 련이를 잡고 있다는 것.<br />
<br />
「........련이를 돌려줘.」<br />
<br />
그래.<br />
<br />
돌려줘.<br />
<br />
「...굳이 어떻게 할 생각은 없다만」<br />
<br />
그럼 왜 잡고 있는건데.<br />
<br />
어째서.<br />
<br />
왜.<br />
<br />
「...그럼 돌려달라고! 왜 날 공격하는거야!!」<br />
<br />
「...이 소녀는 그대의 '것'인가?」<br />
<br />
그것이 이상한 소릴 했다.<br />
<br />
「...나의 것?」<br />
<br />
「그래, 그대의 소유가 아니라면, 돌려달라고 원할 자격은 없겠지...」<br />
<br />
련이는...<br />
<br />
나의 것인가?<br />
<br />
나는.<br />
<br />
련이를.<br />
<br />
「그게 아니라면 이 소녀에게 선택을 맡겨야 할 것이며 이 소녀는 지금 나에게 머물기를 원하고 있지.」<br />
<br />
련이가 련이가 널 원해?<br />
<br />
「별다른 일은 하지 않는다. 단지 숙주로서 잠깐 머물 뿐.」<br />
<br />
시끄러.<br />
<br />
련이가 왜 널 원하는데.<br />
<br />
그럴리가 없잖아.<br />
<br />
「....련이를 불러. 련이랑 얘기하겠어..」<br />
<br />
그래.<br />
<br />
련이랑 얘기를 할꺼야.<br />
<br />
「어째서 내가 불러야 하지? 부르길 바라는건 그대이며, 대화를 할 것도 그대라면. 그대가 불러, 그대가 대화를 해야함이 아닌가─.」<br />
<br />
하지만.<br />
<br />
「날 보질 않잖아!!! 네가 그런걸꺼 아냐!」<br />
<br />
점점 더 짜증이 난다.<br />
<br />
이 자리에서 저 녀석을 갈아 엎어도 시원찮을 것 같다.<br />
<br />
「글쎄? 그저 소녀가 보길 원하지 않는 것일 따름이겠지...」<br />
<br />
그럴리 없어.<br />
<br />
그래.<br />
<br />
그럴리가 없다.<br />
<br />
나는 련이를 　　　　데.<br />
<br />
련이가 나를 바라보지 않을리가 없다.<br />
<br />
.....　　　　고?<br />
<br />
어라.<br />
<br />
방금 뭔가 중요한게.. 기억난 듯...<br />
<br />
　　해?<br />
<br />
　　를?<br />
<br />
　　서?<br />
<br />
그　 도　체 　슨 　이 　　　　지?<br />
<br />
「정히 신사적인 방법을 택하고 싶지 않다면, 힘으로 날 몰아내 보게나.」<br />
<br />
그것의 목소리가 나를 다시 이곳으로 끌고온다.<br />
<br />
그리고 이상하게 변한 기분이 다시 짜증으로 변한다.<br />
<br />
이를 악물었다.<br />
<br />
「이련!! 일어나!!!! 정말 날 안 볼꺼야?!!!」<br />
<br />
미친듯이 불렀다.<br />
<br />
하지만 그 눈을 날 바라보지 않는다.<br />
<br />
그 무엇도 보지 않은체.<br />
<br />
멍하니 허공만을 바라본다.<br />
<br />
「좋아, 정히 내가 이 소녀에게 붙어있는게 싫다면, 제안을 하지.」<br />
<br />
제안?<br />
<br />
제안?<br />
<br />
무슨 제안을?<br />
<br />
「이 도시에는, 아카식 드라이브라고 하는 이름의 어떠한── 그래... 아마도, 까페라고 하는 것이겠지. 그런 이름의 간판을 내건 장소가 있다.」<br />
<br />
아카식.. 드라이브?<br />
<br />
「정확히 8시. 잊지마라 현실의 시간으로 8시에- 그곳에 이 소녀를 대려다 놓아라. 그렇다면, 이 소녀를 놔줄수도 있지.」<br />
<br />
「...오늘까지...?」<br />
<br />
「그래. 금일이다. 그 시간이 넘어가면...」<br />
<br />
그리고 그것이 입을 벌린다.<br />
<br />
「키아아아아아아아아-!!!!!!!!!!!!!!!!」<br />
<br />
듣기 싫은.<br />
<br />
마치 야수와도 같은 포효.<br />
<br />
그 엄청난 박력에 나도 모르게 뒷걸음질 쳤다.<br />
<br />
「이미 이 소녀는 나의 일부가 된 후일지도 몰라...」<br />
<br />
이런 것.<br />
<br />
이런 것을 이길 수 있을리가 없어.<br />
<br />
하지만.<br />
<br />
난 련이를.<br />
<br />
「..좋..아. 꼭 데려다 놓겠어.」<br />
<br />
내 말이 끝나자 련일 끌어안고 있던 소녀가 손을 내뻗었다.<br />
<br />
그러자 그것이 소녀에게로 고개를 숙인다.<br />
<br />
그리고 소녀는 그것의 볼을 쓰다듬기 시작한다.<br />
<br />
「...이 아이가 말한 곳은 성진시의 D-32 블럭 골목길 가장 깊은 곳에 있습니다.」<br />
<br />
고개를 끄덕였다.<br />
<br />
장소를 확실히 안다면.<br />
<br />
찾아가긴 쉽다.<br />
<br />
「폐를 끼쳐드려 죄송해요.」<br />
<br />
「미안하다면 빨리 나와주지 그래.」<br />
<br />
그렇게 말했다.<br />
<br />
그래, 미안한 줄 안다면 련이에게서 떨어져서 딴 곳으로 가버리란 말야.<br />
<br />
왜 련이를 붙잡고 놓아주질 않는건데.<br />
<br />
미안하다고 하면서도 련이를 잡은 그 손은 놓고 있지 않잖아.<br />
<br />
「흥... 잊지마라. 현실의 시간 8시다.」<br />
<br />
다시 그것이 말을 했다.<br />
<br />
그리고 내 앞에선 이상한 모양의 그림이 나타나더니 서로 엃히고 섫혀 손목시계로 변했다.<br />
<br />
「시간은, 그 시계의 기준을 따라라」<br />
<br />
「알았다.」<br />
<br />
응했다.<br />
<br />
이걸로 계약은 성립됐다.<br />
<br />
「그러면... 내가 그대를 현실로 보내주지」<br />
<br />
팍-!!!!!!!<br />
<br />
시야가 하얗게 변한다.			 ]]> 
		</description>
		<category>Another Genesis</category>

		<comments>http://erid.egloos.com/856208#comments</comments>
		<pubDate>Wed, 26 Jan 2005 18:39:02 GMT</pubDate>
		<dc:creator>에리드</dc:creator>
	</item>
	<item>
		<title><![CDATA[ Another Genesis ]]> </title>
		<link>http://erid.egloos.com/828815</link>
		<guid>http://erid.egloos.com/828815</guid>
		<description>
			<![CDATA[ 
  <div style="text-align:center"><img class="image_mid" border="0" onmouseover="this.style.cursor='pointer'" alt="" src="http://pds.egloos.com/pds/1/200501/21/06/b0033506_16125230.jpg" width="431" height="328" onclick="Control.Modal.openDialog(this, event, 'http://pds.egloos.com/pds/1/200501/21/06/b0033506_16125230.jpg');" /></div><br />
<br />
너무나도 평온한 일상생활.<br />
<br />
그 속을 파고들어 오는 것.<br />
<br />
힘.<br />
<br />
지키기위한 것.<br />
<br />
힘.<br />
<br />
깨지지 않기 위한 것.<br />
<br />
<br />
------------------------------<br />
<br />
아아..<br />
오알의 내용을 소설로 각색(?)한 겁니다 ( __)...<br />
중간에 보면 오알 내용이랑 다른 부분이 좀 있을텐데, 그런건 그냥 넘어가주세요.<br />
와하하하하하핫.<br />
게다가 제가 글 쓰는 능력도 없어서 니드의 오알에 반의 반의 반도 못 따라가지만 양해를 ( '')<br /><br />『정말- 언제까지 자고 있을꺼야? 아침이라구!』<br />
..........<br />
──옆에서.. 누군가의 잔소리가 들려오지만 왠지 상황파악이 잘 되지 않는다.<br />
부시시 눈을 뜨고 앞을 쳐다보자──<br />
조금 불만스러운 눈으로 나를 쳐다보고 있는 련이가 눈에 들어왔다.<br />
<br />
아──.<br />
아침이구나.<br />
<br />
『하아.. 지금 몇시야?』<br />
『응─ 7시』<br />
곧바로 련이의 퉁명스러운 대답이 들려왔다. <br />
<br />
이련.<br />
벌써 3개월째, 외지에서 올라온 나를 보살펴 주고 있는 귀여운 아가씨... 이긴 하지만, 잔소리가 너무 심한게 흠이라면 흠일까.<br />
지금 내가 이렇게 신세지고 있는 이모님의 딸이기도 하다.<br />
<br />
『..근데 오빠도 정말 심하다. 매일 이 시간에 일어나면서도 자기 혼자 일어나는게 안돼?』<br />
『아...아하핫─』<br />
갑자기 가슴을 찌르는 련이의 한마디에 멋적게 웃으면서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br />
련이는 적절한 타이밍에 머리를 쓰다듬어 주면 잠잠해지는데, 이건 지난 3개월 동안 내가 알아낸 최고의 성과이다.<br />
덕분에 조금은 잔소리에서 벗어났다고나 할까?<br />
<br />
역시나 잠잠해진채 조용히 내 손을 올려다보는 련이.<br />
뭐──<br />
그렇다곤 해도 슬슬 갈때가 됐지.<br />
<br />
『아침준비는 끝났으니까 또 졸지말고 빨리 나와』<br />
몸을 휙 돌리고는 방문을 빠져나가는 련이의 등을 보고 웃으면서 감사의 말을 건냈다.<br />
『아아- 응. 땡큐』<br />
<br />
자아─, 그럼 이제 슬슬 씻어야지. <br />
7시..라면 샤워정도는 간단하게 할 수 있겠구나.<br />
『읏-차』<br />
<br />
<br />
이제는 익숙해져버린 세련된 모습의 욕실 안에 들어서며 가볍게 한숨을 내쉬곤, 샤워를 하기 위해 물을 틀었다.<br />
아니, 틀려고 했지만-<br />
『......련아- 물, 안 나오는데』<br />
물이 나오질 않았다.<br />
<br />
왠지 옷까지 차곡차곡 개어놓은 내가 바보 같이 느껴지는 이유는....<br />
<br />
『아, 맞다. 오늘 1시까지 물이 안나온다고 했으니까, 옆에 받아놓은거 써─』<br />
이봐요, 아가씨.<br />
그런건 일찍 좀 말해주라고.<br />
<br />
그제서야 눈을 돌려본 욕조에는 물이 한가득 차있었다.<br />
그런데 이거─ 아무래도.<br />
『....차갑다』<br />
역시나 이렇게 받아둔 물이 따뜻할 리가 없지.....<br />
『하아─ 뭐.. 그럼 샤워는 됐고, 머리나 감을까』<br />
<br />
중학교때는 두발규정이 제법 강력했지만, 성진시의 학교는 신경을 안 쓴다는 말을 들어 열───심히 머릴 길렀다.<br />
그래서 지금은 어깨에 까지 이르는 머리를 가지게 되었는데, 머리를 감는데 좀 불편한 것 빼고는 다 맘에 든다.<br />
<br />
.....날 여자로 본다는 사실은 제외하고.<br />
<br />
조금 시간이 걸려서 머리를 다 감고, 세면까지 끝내자 몸이 부르르 떨렸다.<br />
『이래서 싫다니까』<br />
빨리 나가서 옷이나 갈아입어야지.<br />
라고 생각하며 대강 속옷과 바지만 챙겨입고 문을 열었다.<br />
<br />
『에? 그냥 그 물로 씻었어?』<br />
나가자마자 날 보고 그렇게 말하는 련이.<br />
............<br />
『........그럼?』<br />
따뜻한 물이 있었습니다. 라고 하면 때려줄꺼야 련아.<br />
『...아아, 3개월에 걸친 주입식 교육도 오빠에겐 소용 없구나. 욕조 옆쪽에 온난버튼이 있다니까 그러네』<br />
.........<br />
그렇게 말하며 한숨을 푹 쉬는 련이를 따라 한숨을 푹 내쉬었다.<br />
그랬던가..<br />
『춥겠다, 이리와봐』<br />
련이는 내 손을 잡고는 이모 방으로 질질질 끌고가선 자리에 털썩 앉히곤, 내 뒤쪽으로 돌아가 드라이기로 내 머리칼을 말려주기 시작했다.<br />
<br />
아아──, 따뜻하다.<br />
같이 산지 3개월 밖에 안됬지만, 이제 련이가 없으면 불편해서 재대로 못 살 것 같다.<br />
이렇게나 여기저기 신경을 잘 써주니─.<br />
<br />
『오빠도 머리 많이 자랐네?』<br />
응? 뭐 그렇지─, 조금 자르고 싶은 생각이 들긴 하지만.<br />
『뭐─ 너처럼 길러볼까?』<br />
라면서 우스개소리를 건넸다.<br />
『그러면 모두 다 여자취급 할껄?』<br />
『으으으음─ 역시 그렇겠지? 지금만해도 충분히 그런 취급 당하는데... 역시나 다시 잘라버리는게 나을까』<br />
『흐음...』<br />
내 말에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은체 단순한 신음만 내뱉던 련이가, 내 머리를 다 말린건지 드라이기를 옆으로 살짝 치웠다.<br />
<br />
『자, 됐다』<br />
『아─ 땡큐』<br />
머리를 만져보자 부들부들하게 잘 마른 머리칼의 산뜻한 느낌이 전해져왔다.<br />
이런거라면 드라이도 할 만한걸지도.<br />
<br />
『좋은걸?』<br />
약간의 감탄을 담아 그런 말을 내뱉었으나, 련이는 그런 날 보면서<br />
『좋은 줄 알면, 여자애 혼자 있는 집안에서 윗통 다니지 마시래요. 베~』<br />
혀를 빼꼼 내밀었다.<br />
『아아아~ 이 정도면 가벼운거지 뭘 그러세요~』<br />
게다가 이 정도로 꿈쩍할 아가씨도 아니지 않나요~?<br />
라는 말은 쏙 빼놓고 방으로 돌아가 교복을 챙겨 입기 시작했다.<br />
<br />
비싸기는 무지 비싼 이 교복은 2학년때부턴 사복을 입어도 상관 없다는 방안덕택에 1년만 입고 버리게 되는 기구한 운명에 처해져 있다.<br />
『비싸기만 비싼 옷이라니까』<br />
그런 혼자의 중얼거림을 뒤로 하고 식탁으로 가 자리에 앉았다.<br />
<br />
언제나 느끼지만.<br />
아침은 뜨거운 것 투성이다.<br />
『아아- 오늘도 뜨거운 것 투성인가, 밥 만큼은 식은밥이였으면 좋겠지만 여기 무리?』<br />
『안─ 돼』<br />
응, 역시 당연한가.<br />
왜 다들 아침에는 뜨거운 밥인거지. 차가운 밥의 묘미를 모르다니.<br />
<br />
눈물을 머금으며 온통 뜨거운 것들을 불어가며 먹고 있는데 갑자기 련이가 말을 꺼냈다.<br />
『오빠도, 밥 좀 많이 먹고 조금 쪄야 여자취급 안당할거아냐?』<br />
그렇다고 살이 너무 많이 찌는건 싫지만...<br />
『먹어도 안 찌는건 어쩔 수 없는거야』<br />
그리곤 어깨를 으쓱거렸다.<br />
<br />
정말 체질때문인가 난 아무리 먹어도 그게 도무지 살로 가질 않는다. 여자애들이라면 무지 부러워할 체질이겠지만, 나로서는 조금은 쪄줬으면 좋겠는데.<br />
<br />
『저번에 본 오빠친구는 키도 이만~큼이고 몸도 건장하던데』<br />
...명진이 얘기인가?<br />
그 녀석의 사람의 한계를 뛰어넘은(?) 근육을 보고 있자면 '저건 절대로 약먹고 만든거야!' 란 생각이 절로 든다.<br />
난 그만큼 되고 싶지 않다고──.<br />
『약 먹고 키운거니까 괜찮아』<br />
『아, 그래? 그럼 오빠도 약 먹으면 조금은 찔까?』<br />
사양하겠네요.<br />
『──사양할께.』<br />
그리고 여기서 넌지시 한마디를 건네면 좀 더 시간을 끌 수 있다.<br />
<br />
『게다가 살찌는 건 별로 맘에 안들어. 지금보다 좀 더 빼볼까?』<br />
『거기서 더 빠지면 집에서 쫓아낼꺼야』<br />
예상대로 련이의 강력한 반발이 들어왔고, 식사는 잠시 중단됐다. <br />
『그래그래』<br />
입가에 걸린 조그마한 미소를 속으로 숨기며 고개를 끄덕끄덕거리자, 련이가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날 슬며시 쳐다보더니 그 조그마한 입으로 무서운 말을 내뱉었다.<br />
『자, 더이상은 식기를 바라는 꾀는 필요없으니까 어서 먹어.』<br />
<br />
───뜨끔.<br />
<br />
『하 하 핫』<br />
저절로 튀어나오는 이 어색한 웃음은 나로선 도저히 막을 수 없다.<br />
『얼굴에 빤히 써있네. '나 뺀.질.이'』<br />
......더 이상 끌면 위험해 위험.<br />
여기서 끊자.<br />
『...그럼 잘 먹을께』<br />
<br />
*****<br />
<br />
『으응─ 잘먹었다』<br />
..나는 이렇게 밥을 많이 주고, 자기는 정말 깨알같이 먹어놓고 그런 말이 나와, 련아?<br />
『련이 너도 좀 많이 먹고 쪄야지?』<br />
설마 다이어트 중이라는건 아니겠지요, 아가씨.<br />
그 몸으로 다이어트 하면 다른 아가씨들에게 실례에요.<br />
<br />
『하지만 요즘은 다이어트 중인걸』<br />
......<br />
정말 다이어트네.<br />
안되겠군.<br />
『아─ 좋아. 그럼 나도 같이』<br />
『쫒겨나고 싶어?』<br />
이런이런, 다이어트 한다고 쫓겨나면 너도 같이 쫓겨나야지.<br />
『같이 나갈까? 아하핫』<br />
하지만, 련이는 내 말을 싹 무시하고 식탁을 정리한뒤 옆에 놓아둔 가방을 들어올렸다.<br />
『늦을 것 같아? 오늘은 선도부 서야 되는데』<br />
『응?』<br />
무슨 말이지 저게?<br />
『나머지 준비하는거, 늦을것 같냐구』<br />
아아아──.<br />
그런 말이였구나. 뭐 그거라면 아무것도 없지. 나야 준비성도 철저한데.<br />
『아─ 지갑은 챙겼던가』<br />
뒤적뒤적-.<br />
잘 챙겼군.<br />
좋아 좋아. 가방만 챙겨오면 되겠어.<br />
『가방만 챙겨오면 되』<br />
『응. 그럼 기다릴게 빨리 나와』<br />
<br />
방에 들어가서 이미 다 준비되어있는 가방을 손에 들고 집을 나섰다.<br />
상쾌한 아침공기와 맑은 하늘이 정──말로 좋은 날씨라는걸 보여주고 있었다.<br />
이런 날은..<br />
『아아─ 오늘 날씨 좋은걸, 딱 잠자기 좋은 날이야』<br />
<br />
..왠지 련이가 황당하다는 눈길로 날 쳐다보고 있다.<br />
잠자기 좋은 날씨 맞잖아!<br />
『...보통 오빠 나잇대는 데이트 하기 좋은 날씨라던지, 나가 놀기 좋다고 할텐데』<br />
훗- 그런 말은 이 나에게 안 통하지.<br />
『아하하핫- 체육 시간에도 나가서 광합성하는 나한테 무슨』<br />
『그러니까 그렇게 비실비실─ 하지』<br />
........으으윽..<br />
『그게 이 오래비한테 할 말이냐───』<br />
<br />
련이 머리를 슥슥 쓰다듬어주었다.<br />
조용해지는 련이─.<br />
이렇게 조용조용하게 있으면 정말 귀여운 아이인데, 어째서 그렇게 잔소리가 많은지-.<br />
에휴──.<br />
설마 이모에게 배운거라던지...?<br />
........에이, 설마.<br />
<br />
『아, 맞다.』<br />
『응?』<br />
갑자기 련이가 손뼉을 짝- 하고 치고는 날 돌아보고 가벼운 신음을 내기 시작했다.<br />
뭔가 곤란한걸 말하기 직전의 상황...인가-.<br />
『왜, 뭐 잊어먹은거 있어?』<br />
『아니.. 그, 그런건 아닌데』<br />
으으으음───<br />
수상해 수상해.<br />
련을 살짝 째려보고 있자, 한참을 우물쭈물하던 련이가 드디어 입을 열었다.<br />
『아...아하하... 사실은... 부탁할ㄱ...』<br />
부탁..?<br />
『야!!!!!! 인!!!!!!!!!!』<br />
『....아...아하하하.. 나 먼저 갈께』<br />
그러고 탁탁탁 달아나는 련이의 뒷모습을 보며 한숨을 푸욱 내쉬었다.<br />
딱 좋은 타이밍이였는데 산통을 다 깨는구만.<br />
<br />
고개를 돌려 온 동네가 떠나가도록 날 부른 녀석을 쳐다보았다.<br />
아침에도 화제가 되었던 명진이 녀석이다.<br />
<br />
『야- 하하하, 등교길에 만나다니 인연이다 인연.』<br />
나로선 전혀 아니지.<br />
후우──.<br />
『기차화통을 삶아먹었나 이 녀석. 너 때문에 산통 깼잖아』<br />
그다지 강하진 않지만 충분히 내 앙심이 담기도록- 주먹으로 그 녀석의 가슴을 툭 치자, 텁- 하는 뭔가 사람에게선 들리지 않을 법한(?) 소리가 들려왔다.<br />
<br />
『응? 아, 맞다. 조금전까지 있던 내 신부삼은 어디 가셨냐?』<br />
『........누가 네 신부감이냐』<br />
<br />
하아─.<br />
내가 이러니까 련이가 있다는 사실을 못 밝히는거 아냐.<br />
도대체가 100이면 100 전부 저런 음흉한 마음을 품을꺼 아냐?<br />
절대로 안되지. 암암.<br />
<br />
『그야 니 동생이지 처형. 하하하!』<br />
『....역시, 죽어버려』<br />
그리고 다시 한번-이번에는 좀 전보다 훨씬 강하게- 주먹을 휘둘...<br />
갑자기 내 뒤로 돌아간 이명진..!<br />
『으라차차! 간다! 져먼 슈플렉스!』<br />
부웅-!!!!!! 하고 순식간에 내 몸이 저 하늘로 치솟았다.<br />
『으아아아아앗-!!!!』<br />
헉.. 헉.. 헉..<br />
다.. 다행히 바닥에 금방 내려오긴 했지만.. 이 녀석이!<br />
『누굴 죽이려고!!』<br />
『짜식, 너 너무 가벼운것 같아』<br />
───내가 가벼운건 세상이 다 아는 사실인데, 그걸 굳이 그렇게 몸으로 확인 해야겠냐.<br />
여하간 저 놈의 근육바보는....<br />
『...약효는 언제 떨어지지』<br />
약효가 다 떨어지면 한번 붙을만할지도...<br />
<br />
뭐, 여하간──.<br />
한동안 그렇게 서서 잡담을 하다가 갑자기 녀석이 매점 세트1을 걸고 학교까지 뛰어가기 내기를 거는 바람에...<br />
<br />
그 녀석보다 먼저 학교로 뛰어나가기 시작했다.<br />
<br />
『야!!! 이 얍삽한 놈!』<br />
설마──?<br />
난 매우 착실한 사람이라고.<br />
<br />
*****<br />
<br />
『하아──, 하아────, 하아──』<br />
정말 다행스럽게 아주 근소한 차이로 명진을 이겼다.<br />
그렇게 스타트가 빨랐는데도 불구하고 겨우 이 정도 차이로 이기다니─.<br />
역시 약으로 만든 근육의 힘인가.<br />
『이익-! 이 자식! 반칙 매니아 같으니라구!』<br />
『하아─, 승부에.. 반칙이 하아─ 어딨냐─ 이걸로── 매점세트1!』<br />
『허허, 이거 체어샷 하고 나 몰라라 할 녀석이네. 뭐 할수없지. 경기에 DQ를 걸진않았으니. 점심시간에 내면 되냐? 오, 그러고보니 오늘은 내 신붓감 도시락도 없네?』<br />
....맞다.<br />
도시락!!!!!<br />
....련이가 힘들게 준비해 놓은걸 이렇게 까먹....<br />
아아아.. 어쩔 수 없구나───<br />
내가 그 밥을 다 처리할 수 있을때까지 련이가 조금 늦게 오길 빌어야지.<br />
<br />
『뭐야? 왜 그래?』<br />
열심히 땀을 닦다가 순간 굳어버린 내 모습을 보고 명진이 의아한 눈길로 날 보고 있었다.<br />
그래도, 그런것 보단..<br />
『으으으음.. 또 잔소리 듣겠군...』<br />
이게 더 걱정이다.<br />
<br />
띵── 동──.<br />
『억, 종 울렸다. 야 뛰어!』<br />
으아아-, 이렇게 뛰어왔는데 또 뛰어가야 되나?!!<br />
도대체가 련이 도시락 안 들고 온 것도 억울한데 이렇게 몸을 혹사해야하다니──.<br />
나도 정말 수지 안 맞는 짓 많이 하는구나.<br />
<br />
*****<br />
<br />
띵── 동──.<br />
1교시의 끝을 알리는 종소리가 들리자, 교실 안이 순식간에 시끄러워졌다. <br />
조금 지나자 뒤에선 명진과 몇몇 레슬링 매니아들이 어디선가 구해온 매트로 레슬링을 시작했고, 난 책상에 엎어져서 그런 그 녀석들을 보기 시작했다.<br />
<br />
톡톡─.<br />
그렇게 한동안 그 모습을 시켜보고 있는데 갑자기, 누군가 내 어깨를 두드리는 걸 느꼈다.<br />
고개를 살짝 돌려보았다.<br />
이름조차 재대로 기억 안 나는 같은 반 친구였다.<br />
『학생회에서 너 찾는데?』<br />
어라..? 학생회?<br />
『..학생회에서 날 왜?』<br />
난 별로 잘못한 것도 없는데──.<br />
『몰라, 가보면 알겠지? 바깥에 임원이 와있으니까 그쪽이랑 대화해봐』<br />
『흐음. 그래, 땡큐─』<br />
그래도 일단은 나에게 그걸 전해준 그 친구에게 가볍게 손을 흔들어 고마움을 표하고 교실 밖으로 빠져나갔다.<br />
<br />
밖으로 나오자마자 간편한 사복 차림의 선배-사복을 입는 다는건 선배라는 당연한 증거니까-를 볼 수 있었다. 그외에 주위에 다른 사람은 보이지 않았기에 나는 선배에게로 가, 가볍게 고개를 숙였다.<br />
『안녕하세요─』<br />
선배는 고개를 끄덕였다.<br />
『아, 그래 네가 정 인이지?』<br />
『예─. 그런데 무슨 일로?』<br />
선배는 표정을 살짝 굳히더니, 손을 까닥까닥 거리며 날 가까이 불렀다.<br />
<br />
.....조금──<br />
불안한 얘기일 것 같은 느낌이 든다.<br />
<br />
『..너도 안지현이라고, 알고 있지?』<br />
들어봤다.<br />
통칭 짱이라고 불리고, 이 근처 일대의 왠만한 양아치는 잡고 있다는....<br />
─────그런데.. 그 녀석이 왜...?<br />
<br />
『혹시 그 녀석이랑 시비 붙었거나... 뭐 거슬린다거나... 안 좋은 일이 있었다던지?』<br />
그런일이 있을리가 없는데, 마음속으로 너무나도 중요한 일 하나가 걸린다.<br />
『아뇨- 전혀 없는데요』<br />
『으음... 그래? 그쪽은 너한테 무언가 노리고 있는 것 같던데... 뭐, 조심해. 학교내에서 눈에 띄게 무언가를 하진 않겠지만. 그놈들은 개념을 상실한 놈들이니까... 그 건으로 불렀어』<br />
가슴이 떨린다.<br />
내가 관련된 일.<br />
나를 필요로 하는 일.<br />
나로 인해...<br />
         할 수 있는 일.<br />
───두근.<br />
─────두근.<br />
───────두근.<br />
『뭐, 시간 빼앗은건 미안. 그럼 들어가봐.』<br />
<br />
뭐가 뭔지 모르겠다.<br />
정신을 차려보자 교실 안이였다.<br />
<br />
두근거림은 어느새 멈추었고, 뒤에서는 명진이 녀석이 승리 포즈를 취하며 호탕하게 웃고 있었다.<br />
『시끄럽게 하지말고 내려와!』<br />
『쳇, 위널 포즈는 쇼맨쉽의 기본인데.』<br />
<br />
이상한 기분을 털털 털어버렸다.<br />
더 이상 질질 끌고 있어봐야 좋을게 하나 없다.<br />
<br />
『하여튼 너랑 붙은 애들은 너무 불쌍해 보여』<br />
『그래도 이번 경기에서 난 피니쉬를 쓰지도 않았어. 어? 그런데 너 표정이 좀 안좋아 보인다? 뭔 일 있었냐?』<br />
<br />
표정이....<br />
안 좋은가?<br />
얼굴을 더듬어 본다. 나도 모르게 굳어있는 표정.<br />
마음 속 깊은 곳에서<br />
　　　　　　　　　　　　　 두근 거림은 끝난게 아니다.<br />
다시금 불안함이 피어오른다.<br />
　　　　　　　　　　　　　 오히려 더욱 더 깊은곳─ 에서 뛰고 있을뿐.<br />
<br />
『뭐.... 별 일 아냐』<br />
불안함을 다시 누른다.<br />
　　　　　　　　　　 두근, 두근.<br />
『뭘 임마, 별 일 아닌걸로 니가 인상이나 변할 놈이냐? 뭔 일인데? 이 엉아한테 속 시원히 털어나봐』<br />
그래. <br />
별 일 아닌걸. <br />
내 표정이 변할 이유가 없지.<br />
　　　　　　　　　　　　　 두근, 두근, 두근, 두근.<br />
<br />
『안.. 지현인가─ 그 선배가 날 노리고 있다던데..』<br />
하지만 나한텐 아무것도 없는걸.<br />
전혀, 전혀 노릴 이유가 없잖아.<br />
　　　　　　　　　　　　　　　두근, 두근, 두근, 두근, 두근, 두근.<br />
<br />
『뭐? 그 자식 말이 선배지 진짜 물 더러운 놈이야. 예전에 뒷골목에서 여자 하날 잡고 강제로 하려는걸 내가 막은적도 있는데 뭐. 그리고 소문도 소문이지만 패거리로 몰려다니면서 안 좋은일은 다 한다니까? 듣기론 그 자식 아버지가 성진시 검찰청에서 꽤 높은 위치에 있다나봐.』<br />
<br />
……………………<br />
　　　　　　　　……………………<br />
　　　　불안함이<br />
　　　　　　　　두근거림이<br />
　　　　　　 멈 춘 다<br />
<br />
가슴 한 구석이 완전히 얼어붙은 것 처럼 차갑게 식어간다.<br />
<br />
『하지만 이상한데? 널 노린다니.. 네가 남장여잔줄 알았나?』<br />
『.....죽을래. 그런데 너, 혹시 련이 얘길 딴데서 한 적 있냐』<br />
마음이 얼어버리자, 오히려 자연스럽게 말이 나온다.<br />
『니가 함구하래서 아무한테도 말 안 했는데?』<br />
그렇겠지. 만약 말했다고 했다간 그대로 주먹이 날아갔을지도?<br />
『...불안한데』<br />
『어이어이, 그건 너무 피해망상적이진 않냐? 뭐.. 아는게 없으니 당분간 조심하는게 좋긴하겠다만』<br />
<br />
그렇다해도.<br />
『너 같으면 그런 말 듣고 동생이 걱정 안 되겠냐』<br />
『음.. 역시 말로는 어쩌니 저쩌니 해도.. 이녀석 하지만 친족끼리 결혼은 안되는거야. 알겠어 처형?』<br />
<br />
웃음이 나온다.<br />
그런게 당연히 될리가 없다.<br />
<br />
나도 모르게 갑자기 터져나온 웃음이 멈추질 않는다.<br />
미친듯이 웃는 나를 쳐다보는 명진이의 시선따윈 무시하고 계속해서 웃었다.<br />
<br />
『..일본에선..쿡... 되지 않던가? 쿡쿡..』<br />
겨우겨우 웃음이 잦아들자 그렇게 한마디 내뱉었다.<br />
『...여기가 일본이냐』<br />
『쿡쿡쿡.. 그런 걱정은 안 해도 되. 그런데 슬슬 종칠때 되지 않았냐』<br />
『아, 그렇군....... 으악! 매트! 들켜버리면?!』<br />
그 녀석의 바램과는 무관하게 2교시는 시작해버렸다.<br />
<br />
*****<br />
<br />
띵─── 동── 뎅─ 동───<br />
점심시간이 시작되자, 언제나 그렇듯 명진 녀석이 제일 먼저 일어나며 환호하기 시작했다.<br />
『잇휘!! 점심 시간이다!』<br />
조금 가라 앉힐까.<br />
<br />
『네가 나에게 먹을 걸 사줘야 될 시간이지』<br />
한참을 뛰어다니며 좋아하던 녀석이 내 말 한마디에 갑자기 몸을 푹 숙이며 궁시렁대기 시작했다.<br />
억울하긴 억울한가 보군.<br />
『아, 참. 도시락은 어떻게 된거야? 내 신붓감이 가져오는거냐?』<br />
<br />
설마 그럴리가.<br />
나는 최대한 황당한 표정을 지으며 명진을 쳐다보았다.<br />
『잊어먹고 안 가져왔지만, 내가 련이에게 그런걸 시킬것 같냐? 아마 련이가 학교에 모습을 보인 이후 난 전학을 가야 할걸.』<br />
<br />
──그래. 그렇지.<br />
게다가.<br />
그런 녀석들도 있고.<br />
<br />
『그럼 빨리 매점이나 가라』<br />
슬슬 배가 고파지기 시작했으니까, 얼른 안 먹으면 더 추가할지도 몰라. 그러니까 최대한 빨리, 얼른.<br />
『쩝, 그 인파를 해치는 건 나라도 영 귀찮은데... 할 수 없지.』<br />
『그럼 얼른 갔다오라고─ 근육로보 1호』<br />
앞으로 천천히 걸어가던 그 녀석이 내 말을 듣자마자, 갑자기 고개를 획 돌려서는 나를 쳐다보았다.<br />
『쳇, 바티스타라 불러다오.』<br />
<br />
아아──<br />
그렇게 듣고 싶다면 말해주지.<br />
<br />
『근 육 로 보』<br />
<br />
가볍게 가운데 손가락을 들어 나에게 보인 명진은 곧바로 교실을 빠져나갔다.<br />
중간에 넌 왜 안 와?! 란 소리를 하긴 했지만 가볍게 씹어주었다.<br />
<br />
한산한 교실─.<br />
대부분의 학생이 빠져나가 비어버린 교실 안에서 멍하니 앉아 녹색 칠판만을 바라보았다.<br />
<br />
골치가 아프다.<br />
좀 전의 일 뿐만 아니라, '그것'때문에 더 골치가 아프다.<br />
저 칠판처럼 가슴속을 깨끗이 정리하고 다시 쓸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br />
<br />
지우고 싶어도 지워지지 않았다.<br />
남는 건 　　　 　　 　　뿐.<br />
<br />
재대로 기억조차 나지 않는─<br />
너무나도 애달픈 무언가.<br />
<br />
드륵-! 쿵!<br />
혼자 사색에 잠겨 있는 나를 무시하고 문이 거칠게 열렸다. 딱 보기에도 불량...배로 보이는...<br />
<br />
창문쪽으로 고개를 돌렸다.<br />
예감이 안 좋다...<br />
<br />
『여기, 정 인 이라고 하는 녀석이 누구냐?』<br />
『예? 아, 저-쪽 창가.. 보고 있는... 애... 인데요』<br />
<br />
왜 내 불길한 예감은 빗나가는 법이 없을까...<br />
이제 어떻게 해야...<br />
명진이는 매점으로 갔고, 분명 저 녀석은 날 여기서 끌고 나갈꺼다. 그럼... 명진이가 돌아와서 날 찾겠고... <br />
그럼... 괜찮을지도..<br />
<br />
『야, 야─ 거기 꼬마.』<br />
꼬마라니 너보다 100배는 더 생각이 깊다.<br />
저절로 찌푸려지는 인상을 다시 원래대로 되돌리고 고개를 돌렸다.<br />
<br />
『예, 무슨 일이시죠?』<br />
『잠깐 널 찾는 사람이 있어서- 같이 가줘야 겠는데?』<br />
아아-<br />
그래그래, 안지현이겠지.<br />
『아- 누구신데요?』<br />
『...아- 씁! 그건 알 필요 없고, 그냥 조용-히 말할때 따라와라. 응?』<br />
안 따라가면 사람을 죽이기라도 하겠다는 듯, 고개를 좌우로 꺽는 녀석.<br />
여기서 안 따라간다고 끝날 일도 아니고, 따라가고 난 후, 최대한 빨리 명진이 녀석이 알고 달려와주길 바랄 수 밖에...<br />
하아───.<br />
<br />
『예, 선배』<br />
『그래야지, 후딱 일어나 이 자식아』<br />
드르륵거리는 의자 끄는 소리와 함께 자리에서 일어나자, 그 녀석이 썩은 미소를 지었다.<br />
네 놈의 그런 표정<br />
────────지독하게 보기 싫어.<br />
<br />
*****<br />
<br />
그 녀석을 따라가 도착한 본관 뒷쪽 으슥한 곳에선 4명의 불량배들이 모여, 담배를 물고 히히덕대고 있었다.<br />
<br />
마음에 안 든다.<br />
혹시나 했지만 역시나─<br />
정말 마음에 안 드는 녀석들이다.<br />
<br />
『야, 안지. 데려왔다』<br />
그 말에 4명 중 제일 마음에 안들게 생긴 녀석이 나를 한번 바라보더니 입을 열었다.<br />
『이야- 어서와라. 이름은 들어봤겠지? 내가 안지현이야. 반갑다』<br />
넌 반가운지 몰라도 난 전혀 안 반가운데.<br />
<br />
『아, 네 선배』<br />
고개만 조금 숙인다. <br />
그 녀석도, 나랑 똑같이 하더니 품 속에서 담배를 꺼냈다.<br />
『한대 필래?』<br />
그런건 너나 피시지.<br />
『아니요─ 저 담배는 잘..』<br />
『쩝─ 그래? 내가 오늘 널 왜 보자고 했는지는 알겠냐?』<br />
<br />
몰라.<br />
그런거 알아도 몰라.<br />
<br />
『짜-식. 선배한테 여자나 하나 소개시켜달라고 불렀다. 내가 요즘 좀 외롭걸랑』<br />
지나가는 여자나 하나 잡아, 이 자식아.<br />
<br />
『예? 여자라뇨?』<br />
『허허, 시치미 때네. 내가 잘 아는 날라리한테 들었어... 집에 아주 쥑이는 동생이랑 같이 산다며? 어떠냐, 형정도면 딱 아니냐 딱. 응? 이런 핸섬한 남자 찾기도 어렵지.』<br />
너같은 녀석보단 명진이 녀석이 훨씬 낫다.<br />
『예? 하지만, 전 이모랑 둘이서만 사는데요』<br />
그러니까 그냥 좀 떨어져.<br />
<br />
『어? 그래? 쩝... 내가 착각한 모양이구만. 미안하다, 야. 괜히 시간이나 뺐고』<br />
미안한 줄 아시면 이제 좀 가게 해두지?<br />
<br />
『근데 어쩌냐?』<br />
어쩌긴 뭘 어째, 이게 내가 돌아가도록 가만히 놓아두....어..야.....<br />
────그 녀석이 고개를 까닥거리자 주변에 앉아있던 양아치 자식들이 일어서더니 내 주위를 빙 둘러싸기 시작했다.<br />
『형은 없는 사실은 만들어내는 사람이걸랑? 야, 내가 기둥서방 될 처자 오라버님 되시는 분이다, 살짝 만져줘라!』<br />
<br />
젠장....<br />
이명진, 아직이냐 아직. 행동이 느리다고, 빨리 좀 와.<br />
<br />
퍽-!!!!!!!!!<br />
봐, 벌써 이렇게 한대 맞았......<br />
<br />
『씨발, 선배들이 후배하나 두고 뭐하는 짓이야, 자존심도 없냐?』<br />
좀 더 빨리 올 수 없냐?<br />
『이명진!』<br />
『바보자식, 다친댄 없냐?』<br />
그렇게 말하고, 여기저기 뛰어다니면서 순식간에 양아치 넷을 쓰러트린 명진이 내 앞에 섰다.<br />
<br />
하아──.<br />
이걸로 저 녀석들이 귀찮게 안 했으면 하는데...<br />
<br />
『퉤! 야, 안지현! 패거리 몰고 이렇게 살고 싶냐? 거기를 잘라라 잘라.』<br />
쿡... 그거 좋은데? 거기를 자르면 더 이상 걱정할 필요도 없잖아.<br />
『이 새끼 쌈 좀 한다고 기고만장한 모양인데』<br />
자기 패거리 4명이 순식간에 쓰러졌는데도 불구하고 그 녀석의 태도는 전혀 변함이 없었다.<br />
설마 이 근처에 자기 패거리가 숨어있다거나 하는 것도 아닐텐데...<br />
<br />
명진은 그런 사실 따윈 아무 상관없는지 녀석에게로 성큼성큼 걸어가 목을 콱 움켜쥐었다.<br />
『한 다섯시간만 자게 해주지, 그동안 반성 좀 해봐라』<br />
안지현은 인상을 잔뜩 찌푸리더니 지금까지 주머니 안에 들어가 있던 오른손을 꺼냈다. 그 손에 들린건.. 꼭 전기면도기처럼 생겨서...<br />
<br />
『피해!!!!!!!』<br />
전기 충격기다!!<br />
『엉? 으아아아아아아악!!!!!!!』<br />
젠장!! 바보 같은 자식! 피하라면 피할 것이지 왜 뒤돌아 보는거야!<br />
<br />
바로 뒤로 돌아 미친듯이 뛰었다.<br />
아니.<br />
뛰려고 했다.<br />
그런데───.<br />
쓰러져 있던 양아치 녀석들이 일어나 도망칠 곳을 막기 시작했다.<br />
이렇게 되버리자 도망칠 방법따윈 없어져 버렸다.<br />
누군가가 도와줄 수 있을거란 희망적인 생각조차 할 수 없다.<br />
<br />
젠장.. 젠장...<br />
처리할거면 재대로 처리해 놓을 수 없는거야?!<br />
왜 이 자식들이 일어나는거냐고!!<br />
<br />
『흐흐.. 새끼, 지가 전기 뱀장어가 아니고선 이런거에 견딜 재간이 없지. 뭐, 어쨌든 이렇게 된 이상 할 수 없지. 니 동생이랑은 집에 거의 둘이서 산다지? 이모란 년은 거의 집에 안 들어오고─. 열쇠만 뺏어서 잡아다가 재미 좀 보면 되겠네』<br />
<br />
.....다시 한번 가슴이 뛰기 시작한다.<br />
.....다시 한번 마음이 얼어붙어간다.<br />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내 자신이 미워져간다.<br />
<br />
두근.<br />
──두근.<br />
─────두근.<br />
심장 소리가 점점 더 커져간다.<br />
심장 소리가 점점 느 려 진 다.<br />
<br />
왜 저 런 인 간 에 게 이 렇 게 당 해 야 하 지?<br />
나 에 게 부 족 한 것 은 아 무 것 도 없 는 데..<br />
<br />
점 점 더 의 문 은 더 해 간 다.<br />
점 점 더.<br />
저 절 로 쥐 어 진 주 먹 의 힘 이 강 해 진 다.<br />
<br />
──────두──근.<br />
<br />
휘 둘 러 지 는 녀 석 의 주 먹.<br />
느 리 다.<br />
느 리 다.<br />
너 무 나 도 느 리 다.<br />
<br />
그 렇 게 휘 두 르 는 게 아 냐.<br />
이 렇 게.<br />
<br />
퍼어어어어어어억-!!!!!!!<br />
<br />
이렇게 휘두르는거야.<br />
<br />
저 멀리로 날아간 그 녀석의 모습을 보고 난 후 뒤로 돌았다.<br />
히죽-<br />
오줌마련 개마냥 질질대는 모습이 보기 좋다.<br />
뭐라고 중얼중얼 대기는 하는거 같은데 하나도 들리지 않는다.<br />
<br />
『갈테니까 비켜주겠습니까 선배』<br />
주춤주춤거리면서 그 녀석들이 뒤로 물러서기 시작했다.<br />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 같은 그 녀석들의 모습을 비웃어주고는 명진을 부축해 그 사이를 빠져나왔다.<br />
<br />
*****<br />
<br />
그 이후론 별 탈 없이 집으로 돌아왔다.<br />
하지만..<br />
마치 내가 아니였던 것처럼 느껴졌던 그 모습..<br />
너무나도 느리게 느껴졌던 세상.<br />
너무나도 연약하게 보였던 그 녀석들.<br />
하아...<br />
저절로 한숨이 튀어나온다.<br />
<br />
그래도, 그보다 지금은 내 눈 앞에 상황 처리가 더 곤란하다.<br />
<br />
『아아... 속상해 진짜! 몸도 비리비리한 주제에 무슨 싸움이야 싸움은!!』<br />
몸에는 문제가 없었는데.. 이상하게도 주먹이 완전히 까져있었다.<br />
통증이 전혀 없어서, 련이가 내 주먹을 보고 깜짝놀랬을때야 겨우 알아차렸다.<br />
<br />
『...나도 모르게 그런거야』<br />
누가 날 보면 '얼빠진 녀석'이라고 칭할 정도로 멍─한 표정을 지으며 그렇게 말했다.<br />
이정도면 믿어줄까나.<br />
『어머, 나도 모르게 싸움을 했어?』<br />
.....씨도 안 먹히는군.<br />
그럼 조금 현실적으로.<br />
『사람이 어떻게, 자기 손이 이렇게 될 정도로 누구를 때리겠어』<br />
『뭐야, 바보』<br />
이건 생각보다 효과적이였는지 련이가 잠잠해졌다.<br />
<br />
련이는 그렇게 조용히 앉아 이리저리 약을 바르더니, 마지막으로 붕대를 둘둘 감았다.<br />
『읏- 조금 살살해』<br />
아───, 실수했나.<br />
련이 표정이 뾰루퉁해져간다.<br />
『그러게 무슨 싸움이야 싸움이. 옆에 그 덩치 좋은 오빠한테 시키면 되지』<br />
<br />
『그럴만한 상황이 아니였으니까』<br />
응, 그래.<br />
쓰러져 있는 녀석을 억지로 세울 순 없잖아.<br />
게다가, 어쩌다보니 이리 된거라고 했잖아요 아가씨.<br />
에휴.<br />
『하아... 됐다. 어때? 움직여도 안 아파?』<br />
<br />
휙- 휙-<br />
조금 따끔거리긴하지만 충분히 견딜만했다.<br />
뭐, 성의를 봐서라도 아프다고 할 순 없지.<br />
『응, 괜찮아. 땡큐-』<br />
『앞으론 싸움같은거 하지마』<br />
아아, 그러고 싶지만.<br />
『노력해볼께』<br />
『핏, 빨리가서 자. 내일도 학교 가야 되잖아』<br />
어라?<br />
잔소리를 듣는다고 시간이 좀 많이 지나긴 했지만 벌써 잘 정도는 아닌 것 같은데?<br />
<br />
『지금 몇시더라?』<br />
『9시야. 다쳤으니까 빨리 자』<br />
뭐야, 9시밖에 안 됐잖아.<br />
『괜찮아. 이 정도면 아직 팔팔히 돌아다닐 시간이네』<br />
『흥, 몰라 난 잘거니까』<br />
아아, 착한 어린이구나. 칭찬해줄께.<br />
<br />
련이의 머리를 슬며시 쓰다듬어주었다.<br />
그런데 이번엔 새초롬─하게 날 노려보더니, 이불을 뒤집어쓰며 그대로 누워버렸다.<br />
조금 미움받은건가.<br />
<br />
에휴, 에휴. 내일 되면 풀리겠지 뭐.<br />
<br />
『잘자, 좋은 꿈 꾸고-』<br />
『...오, 오빠도 잘자...』<br />
뭔가를 감추듯이 더듬더듬 거리는 모습.<br />
그제서야 난 아침에 련이가 뭔가를 말하려고 했다는 걸 떠올렸다.<br />
<br />
설마.......<br />
<br />
『아, 잠깐. 아침에 하려던 말 뭐였어?』<br />
아니겠지. 아니겠지.<br />
벌써 손을 뻗쳤을리가 없잖아.<br />
『...에? 그... 아, 아무것도 아니야』<br />
단지 한마디 했을 뿐인데, 분위기가 삭 가라앉는다.<br />
이런 분위기를 만들어내면서.. 아무것도 아닐리가 없잖아...<br />
뭔지 모를 그런 불안함을 가슴에 안은체, 련이가 덮고 있던 이불을 그대로 벗겨내고, 자리에 털푸덕 주저 앉았다.<br />
<br />
『사양말고 말해봐』<br />
새빨개진 련이의 얼굴. 무슨일인거야.. 뭐가 그리 부끄러운데.<br />
『뭐, 뭐야 숙녀방에서 실례되게.. 빨리 가서 자』<br />
평소때와 같은 박력이 완전히 사라진 련이의 말은 오히려 내 걱정을 더 증가시켰다.<br />
『최근에... 무슨 일 없어?』<br />
『아니... 별로...』<br />
련이는 잠시도 시선을 한 곳에 두지 못하고 안절부절해 하고 있다.<br />
그렇게 '나 비밀이 있어요'라고 다 드러내고 있으면 내가 걱정을 안 할수가 없잖아 아가씨...<br />
<br />
『....저기저기, 나 네 오래비 맞지?』<br />
『응? 아... 그야 물론이지』<br />
『그럼 뭔가 일이 있으면 말해보라고. 숨기지 말고』<br />
그러자, 지금까지 가만히 있던 련이가 발끈하며 일어나 침대를 팡 내려쳤다.<br />
『에이! 끈질기네! 그러니까! 친구랑 이야기를 하다가! 애인도 없다고 무시하는 투로 이야기 하길...래.... 그.... 뭐랄까... 우우우...』<br />
.............하아───.<br />
별거 아니였잖아.<br />
다행이다─.<br />
『흐으으음─, 그래서 거짓말을 했다?』<br />
『그... 그래...』<br />
그럼 날 어디에 써먹을 건지 확실해지는군.<br />
『뭐, 그래. 그럼 잘해봐』<br />
『자, 잠깐!』<br />
재빨리 련이에게 이불을 둘러씌워버리곤 방을 빠져나가려고 몸을 돌렸다.<br />
잡히면 곤란 곤란.<br />
텁.<br />
.....잡혔다.<br />
『아아... 이 오래비를 그런데 써먹으려고?』<br />
『우우... 한번만...』<br />
마치 상처입은 고양이 마냥, 조심스레 날 올려다보는 그 모습이.<br />
너무나도 귀여워서..<br />
너무나도 닮.....아서..<br />
그...때가 생각이..........<br />
큭.<br />
지지직거리는 TV화면같이 머리속이 엉켜간다.<br />
기억해선 안된다고 머릿속에서 경고를 준다.<br />
크으윽....<br />
잔뜩 인상을 찌푸리고 있자 련이가 불안한 기색을 비쳤다. 자기때문에... 그런건 줄 안걸까..<br />
<br />
아아.. 정신 차려야지.<br />
한숨을 한번 크게 내쉬고 련이 머리를 잔뜩 헝크려 주었다.<br />
『언제야?』<br />
『...아.. 으,응.. 이번 주말...』<br />
『그래. 귀여운 동생의 부탁인데 들어줘야지. 대신. 아침에 식은밥 좀 줘』<br />
련이가 잔뜩 안도하다가, 마지막말을 듣곤 눈가를 일그러트렸다.<br />
『윽... 뭐..뭐야 비겁해』<br />
이런걸로라도 얻지 않으면 못 얻을 것 같은걸?<br />
그러니까 어쩔 수 없는거야.<br />
『받는게 있으면 주는게 있어야지? 아침밥만 그렇게 해주면 되』<br />
웃으면서 련의 머리를 톡톡 쳤다. 조금 삐친것 같지만 그래도 특별히 반발은 못 하고 있다. 자존심 많이 상했나보지? 련이가 나까지 끌어들일 정도라면.<br />
『...알았어. 앞으로 식은걸로 주면 되잖아』<br />
OK~ 이걸로 좋구나. 후훗.<br />
이제야 아침이 좀 좋아지겠는걸.<br />
『그래. 그럼 더 할 말 있어?』<br />
『으음... 응, 고마워 오빠』<br />
고마워할 필요 없어.<br />
『뭘- 서로 주고 받는거니까 고마워 할 필요는 없어. 그럼- 잘자』<br />
『응, 오빠도 잘자』<br />
그 말을 마지막으로 하고 조심스레 련이 방을 빠져나왔다.<br />
일거리 하나가 생기긴 했지만, 그래도 아까보다 마음은 조금 편하다.<br />
그래도.. 다행이니까.<br />
<br />
소파로 천천히 걸어가 쓰러지듯 주저 앉아, 오른손을 들어 붕대를 쳐다보았다.<br />
<br />
그때 그건...<br />
비이상적인 힘... 이라고 밖에 생각되지 않는다.<br />
너무나도 급박한 상황이라.. 그런걸꺼다.<br />
나도 모르게 기분이 이상해지고.<br />
나도 모르게 힘....이 생...긴...거......다.<br />
<br />
………두근.<br />
………두근.<br />
………두근.<br />
<br />
하지만... 　　　 　　　　않기 위한 힘이라면...<br />
가지고 싶다.<br />
<br />
주먹을 꽉 쥐어본다.<br />
<br />
그때와 같은 힘은 느껴지지 않는다.<br />
느껴지는 것은 단지 고통뿐.<br />
<br />
『하아──』<br />
꽉진 주먹을 풀고 소파에 완전히 몸을 맡겼다.<br />
<br />
『다행이라고 부를만한 일인가... 하지만, 앞으론 어쩌지...』<br />
<br />
그래도 그 녀석은 양아치들의 머리였으니... 보복같은게 들어올 것 같기도 한데.<br />
도대체 왜 일허게 일이 꼬여버린거야...<br />
<br />
『젠장.. 이래서야 자지도 못하겠군』<br />
내일 잔소리 들을 각오를 하면서도 나는 그저 조용히 소파에 앉아 한숨을 내쉬며 이런 빌어먹을 일에 대한 타계책을 위해 고민하기 시작했다.<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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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ubDate>Fri, 21 Jan 2005 07:15:52 GMT</pubDa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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